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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극한 환경 기술에서 찾는 우리의 미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자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심해나 극지, 궁극적으로는 우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 인류의 당면 과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활용하기 위한 극한 환경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 극한 환경으로는 우주, 심해, 극지, 사막 등을 들 수 있다. 우주 공간은 지상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극진공, 무중력 상태의 실험 및 제조 환경을 제공한다. 심해와 극지에는 육지에서 고갈되고 있는 금속 및 에너지 자원이 아직 매장량 조차 파악되지 않은 채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육지의 20%나 차지하지만 생명체가 생존하기 혹독한 사막도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 새로운 생활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극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및 제품으로 우주 공장, 심해 무인 잠수정, 쇄빙선, 해수 온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기술은 미래 자원 확보 및 인간 활동 영역 확장에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한 환경 기술은 최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매우 크다. 특히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소재 기술과 극한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작업을 해주는 로봇 기술 등은 우리의 일상 삶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도 앞으로 그 가치가 커질 극한 환경 기술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극한 환경 기술의 부상 
Ⅱ. 극한 환경 기술이란 
Ⅲ. 극한 환경 기술의 가치
 
  
  
최근 일본 정부는 동북부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에 어려움을 겪자, 복구 현장에 특수 로봇을 투입하고 있어 화제다. 방사능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극한 상황의 작업에서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은 미국 iRobot사는 전쟁터에서 폭발물 탐지 등의 목적으로 개발된 PackBots 4대를 원전 사고 현장에 급파하였다. 이들 로봇은 현재 원전 내부 깊숙한 곳에 들어가 주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물건을 나르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작년 영국의 에너지 기업 BP(British Petroleum)의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석유 시추선 폭발에 의한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에서도 있었다. 일반적인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와는 달리, 원자력 잠수함도 접근하기 어려운 해저 1,500m의 심해 시추공에서 막대한 원유가 흘러나와 사고 수습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결국 무인 잠수정 및 심해 로봇 등을 이용하여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든 차단돔을 시추공 위에 씌우고, 감압 유정을 추가로 옆에 뚫고 나서야 원유 유출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이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 로봇, 심해 무인 잠수정과 같은 첨단 기술이나 제품 등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즉 인간 활동이 불가능한 온도, 압력, 화학물질, 전자파 등의 극한 환경 속에서 작동하거나 또는 일반적인 작동 조건을 훨씬 넘어서는 특수한 상황을 만족시키는 극한 환경 기술(Extreme Environment Technology)을 적용한 사례들이다. 비록 사고 수습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우주 여행, 심해 탐사 등의 미개척 분야로의 진입이 늘어나면서, 극한 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Ⅰ. 극한 환경 기술의 부상 
  
 
극한 환경 기술에 대한 니즈는 과거에도 있어 왔다.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 탐험심, 모험심을 지닌 사람들이 극한 환경에 끊임없이 도전해왔기 때문이다.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 바다 속 11km 깊이의 마리아나 해구에 들어갔다 온 자크 피카르(Jacques Piccard), 북극해 항로를 개척한 오토 시미트(Otto Schmidt) 등은 모두 인공 위성, 심해 잠수정, 쇄빙선 같은 극한 환경 기술의 장비에 힘입어 모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과학의 힘을 빌어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시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극한 환경 기술이 일부 과학자나 모험가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에 필수적인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자원 부족이 심화되면서, 심해나 극지 자원을 탐색하고 궁극적으로는 우주로 활동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일이 인류의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광물 자원을 캐기 위해 사람이 작업하기 위험한 지하 수 km까지 땅을 파고, 전기를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해 방사능 폐기물이나 불의의 사고 등 발생가능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일이 어느덧 자연스럽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전에는 기술적 한계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극한 환경 기술을 외면했지만, 이제는 그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활용 방법을 모색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다. 
 
대표적 화석원료인 석유를 통해 이러한 일면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석유는 자동차 일상화 등으로 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고갈설이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는데, 내륙에서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유전이 줄어들면서 바다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000 피트(약 305m) 이상 깊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심해 유전이 늘어나면서, 2010년 멕시코만의 Perdido의 경우 최대 해저 2,450m까지 내려간 기록이 있다. 심해 유전을 탐사하고 시추 구멍을 뚫기 위해서는 고도의 극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추 비용이 비싸지만, 석유가격 상승과 1,000억 배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은 잠재 매장량 때문에 심해 석유 시추는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미국이 2010년 4월 멕시코만 석유유출 사건으로 중단됐던 심해 유전 시추 작업을 불과 6개월이 지난 후인 작년 10월에 다시 허용한 사실을 보더라도, 극한 환경 기술의 활동 확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Ⅱ. 극한 환경 기술이란 
  
 
그렇다면 극한 환경 기술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 있을까? 다양한 특수 환경 및 조건을 만족시키는 여러 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극한 환경 기술을 하나로 명확히 정의하고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렵다. 또 초고온 및 극저온, 초고압과 극진공 등 세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수준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표적 극한 환경인 우주, 심해, 극지방, 사막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여러 기술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 핵심 기술 및 제품을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1. 우주 공장(Space Plant) 
 
최근 미국의 스페이스 어드벤처즈(Space Adventures)사와 보잉사가 손잡고 우주 관광상품을 2015년에 출시한다고 하여 화제가 되긴 했지만, 우주는 아직도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 중 하나다. 일단 지구 중력을 뿌리치고 우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구의 중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음속의 30배가 넘는 초속 11km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청난 추력을 얻기 위한 발사체가 필요한데, 아폴로 우주선의 경우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길이는 100m가 넘고 무게는 약 3,000톤에 달하는 새턴 5호(Saturn V) 로켓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또 우주에 나가서도 문제다. 사람이 숨을 쉬기 위한 산소와 몸을 지탱해 주는 중력이 없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직접 쏘일 경우 신체에 해롭고 온도 변화도 하루에 섭씨 200도를 넘나들어, 우주복이 없이는 우주 환경에서 인간은 단 몇 초도 견딜 수가 없다. 
 
이러한 우주 환경을 개척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우주정거장의 개발이다. 실제로 우주 개척의 선구자인 미국과 구 소련은 인류의 염원이었던 달 탐사 이후, 우주 정거장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다. 1971년 소련은 최초의 우주정거장인 샬류트(Salyut) 1호 발사에 성공하였고, 우주선인 소유스(Soyuz)호와 도킹에 성공하였다. 이후 미국의 스카이랩(Skylab), 러시아의 미르(Mir) 등이 개발되었다가, 현재는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등이 공동 개발한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이 유일하게 지표면 위 350km 상공에서 지구를 공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ISS에는 온도 조절, 공기정화,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즈베즈다(Zvezda) 모듈 등이 있어 수개월 간의 우주 체류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달 기지 건설의 교두보 역할이 될 우주 정거장에서는 지구 기상 및 태양 천체 관측, 무중력 환경에서의 인체 연구 등 우주 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이 수행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보다 상업적 목적으로 우주 기지를 우주 공장으로서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불순물이 없고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지상에서와 전혀 다른 실험결과를 통해 신소재나 신약 등의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최초의 우주인인 모리 마모루 박사는 실리콘이 아닌 다른 원소로 우주 환경에서 고품질의 반도체를 만드는데 성공하여 우주 공장의 가능성을 입증한 적이 있다. 또 최근 미국에서는 ISS의 무중력 상태에서 식중독 균인 살모넬라균의 유전자 변화를 조사하여 백신 개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소연 박사가 ISS에서 산업적, 경제적 가치가 높은 13가지 기초과학실험을 진행한 것에 이어, 2012년에는 일본과 협력하여 ISS에 보낼 실험장비(MUE:Mission Unique Equipment)를 개발할 예정이다. 
 
2. 심해 무인 잠수정(ROV, Remotely Operated Vehicle) 
 
우주만큼 아직도 인간의 진입이 어려운 곳이 바로 바다 속 깊은 곳이다. 우선 숨을 쉴 수가 없고 움직임도 제한되며, 압력도 물 속으로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증가하기 때문에 장비의 도움 없이 바다 깊이 들어갈 수가 없다. 실제로 잠항심도가 깊은 원자력 잠수함도 고작 약 1,000m정도까지 밖에 내려가지 못해, 바다 속 수천 미터까지 내려갔다 온 사람들은 우주에 다녀온 사람들만큼이나 드문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깊이 2,000m 이상의 심해저가 전체 바다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가장 깊은 곳인 필리핀의 마리아나 해구는 깊이가 약 11,000m에 달하고 있어, 심해가 바다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아직까지 인간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심해 석유 시추 작업이 늘고 망간단괴(Manganese nodule),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 등 심해 자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심해 탐사정 개발이 줄을 잇고 있다. 망간,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의 광물덩어리인 망간단괴나 고압 저온의 바다 속에서 형성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모두 수심 수백~수천 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블을 통해 바다 위에서 원격으로 조정하는 무인 탐사정의 개발이 활발하다. 이미 1960년 쟈크 피카르와 돈 왈쉬가 트리에스테(Trieste)-2호를 타고 수심 10,912m의 심해 끝까지 내려가 인간을 심해 깊은 곳으로 보내려는 경쟁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험을 감수하고 인간을 바다 깊이 내려 보내기 보다는 원격으로 안전하게 심해 탐사 작업을 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 이에 따라 심해 지질조사와 시료 채취, 해저 광케이블 매설 작업과 같은 보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무인 탐사정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 심해 6,000m에서 작업이 가능한 무인 잠수정이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몇몇 국가에서 개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2006년 ‘해미래’ 호를 진수하여 심해 무인잠수정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심해 잠수정은 일반 잠수정보다 훨씬 더 높은 수압을 견디기 위해 티타늄 같은 고강도 합금을 이용하거나 구(求)형과 같은 구조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또 수중 작업을 위해 로봇 팔이 부착되어 있으며, 모선과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음향탐지기와 카메라 등으로 수집한 심해 정보를 지상으로 전송한다. 그러나 ROV는 모선에서 멀리 떨어져서 작업하기 힘들고 사람의 지시를 일일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케이블 없이 자체에 전원을 내장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수중자율항해가 가능한 무인잠수정(AUV,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도 개발이 한창이다. 이러한 심해 잠수정의 발전은 전세계 예상 매장량이 1.7조 톤에 달하는 망간단괴와 현재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100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와 개발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3. 쇄빙선(Icebraker) 
 
아문센과 스콧, 피어리와 쿡이 각각 남극점과 북극점을 정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지 벌써 100년이 흘렀지만, 극지는 아직도 일반인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양극 지역의 온도가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겨울에 영하 40도 밑으로 내려가는 추위가 인간의 접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추위 이외에도 남극에서는 초속 30m 이상의 블리자드(눈 폭풍)가 불 경우 야외 활동이 아예 불가능하다. 또 유빙과 크레바스(빙하의 균열된 틈) 등 곳곳에 위험 요소도 산재해있어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이런 험한 자연 조건이지만 남극의 만년빙 속에 숨어 있는 지하자원과 북극해 밑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 및 천연가스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각국은 극지방에 경쟁적으로 연구 시설을 늘리고 있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수십여 국가들이 연구시설을 건설하고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와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극지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소 시설과 함께, 극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쇄빙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원래부터 바다 위에 얼음이 얼어 있는 북극이나 유빙이 떠다니는 남극 주변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선박이 얼음을 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쇄빙선은 얼음이 얼어 있는 해역을 뚫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데 사용된다. 유럽과 아시아 항로를 단축시킬 수 있는 북극 항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쇄빙선이 앞장서서 항로를 열 필요가 있다. 실제로 부산항에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까지 기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한 항로(22.6일)보다 북극 항로(14.3일)를 이용할 경우 시간을 약 1/3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쇄빙선이 얼음을 뚫고 항해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배의 앞쪽 부분을 가고자 하는 방향의 얼음 위로 들어 올려, 배의 무게로 얼음을 깨는 것이다. 얼음이 두꺼울 경우에는 후진하여 배의 앞부분으로 얼음과 여러 번 충돌하여 얼음을 깨뜨리기도 한다. 때문에 쇄빙선은 일반 선박보다 훨씬 강한 선체와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 캐나다, 핀란드 등 북극해와 가까워 겨울에 항구가 결빙되는 국가들은 일찍부터 쇄빙선을 개발해 왔다. 최초의 근대식 쇄빙선은 19세기 러시아에서 개발한 파일롯(Pilot)으로, 이후 발전을 거듭하여 20세기 중반에는 구 소련에서 원자력 쇄빙선인 레닌(Lenin)호도 개발된 적이 있다. 조선강국인 우리나라도 2009년 쇄빙선 ‘아라온호’를 진수하여 본격적인 극지 연구에 돌입한 상황이다. 전세계 미발견 석유의 13%와 미발견 천연가스의 30%가 북극 지역에 매장돼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또 다른 자원 보고인 극지방의 개발은 간과할 수 없는 과제이다. 
 
4. 해수 온실(Seawater Greenhouse) 
 
연간 강수량이 250mm 미만인 사막은 극지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살아가기 열악한 환경이다. 비가 적게 내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물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낮 동안 40도가 넘게 뜨거웠다가 밤에는 0도 가까이 내려가는 온도도 생활을 힘들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단지 건조 기후에 특화된 선인장, 낙타 같은 소수의 동식물만이 사막에서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금세기 폭발적 인구 성장으로 인간 주거 면적이 감소하면서, 사람들은 불모지로 여겼던 사막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막은 지구 육지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넓을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산림 훼손과 과도한 방목 등으로 기존의 녹지도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UN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1994년 사막화방지협약(UNCCD, 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을 채택하여 사막화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막을 인간이 살 수 있는 녹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이 필요하다. 강수량 자체가 적은 사막에서는 지하수나 근처 강물을 수로를 통해 끌어오는 간단한 방법도 있지만, 최근에는 보다 풍족한 바닷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바닷물은 고갈의 우려가 없고 지하수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사막인 사하라 사막이 바다에 인접해 있기도 한 때문이다. 
 
바닷물을 이용하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수 온실을 들 수 있다. 해수 온실에서는 우선 펌프로 해수를 끌어올린 다음 기화기를 통해 습한 공기를 만든다. 습한 공기는 열을 흡수하면서 온실 내 온도와 습도를 작물이 자라기 적당한 환경으로 만들고, 나중에 응축되어 민물로 전환된다. 대규모 담수화 시설이 필요 없이 농작물과 물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찰리 파튼(Charlie Paton)을 포함한 3명의 엔지니어는 물을 제공하는 해수 온실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열 발전소를 결합하여 사하라 사막을 녹지화 하는 SFT(Sahara Forest Project)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있는데, 2011년 노르웨이와 요르단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20 헥타르 넓이의 실증 단지 건설에 협력할 예정이다. 최근 장기적으로 유럽 및 중동 전력 수요의 15%를 사막의 태양에너지로 대체하려는 DESERTEC 프로젝트와 함께 볼모의 땅인 사막을 탈바꿈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Ⅲ. 극한 환경 기술의 가치 
  
 
극한 환경 기술은 일견 수요가 적어 시장 크기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일상 생활에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특수한 환경에서나 쓰일 수 있는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이 우주나 심해는 차치하더라도 극지나 사막을 평소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극한 환경 기술은 최첨단 분야이긴 하지만 순수 과학, 군사 목적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그 쓰임새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성장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단정짓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는 극한 환경 기술을 너무 과소 평가한 것이다. 
 
우선 극한 환경 기술은 고부가가치이다. 일반 소비제품도 특정 환경을 고려한 것들은 가격이 상승하는데, 극한 환경을 위한 기술들은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이나 분쟁 지역에서 충돌이나 습기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게 특수 제작된 Panasonic사의 노트북 Toughbook은, 일반 노트북 성능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거의 2배인 4,000 달러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극한 환경 기술인 쇄빙선의 경우 선체 강도도 높고 고출력이어야 하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일반 선박보다 3배 이상 더 비싸다. 우리나라도 아라온호가 없었을 때 쇄빙선의 하루 임대 비용으로만 수천 만원을 외국에 지불해야만 했었다. 이처럼 극한 환경 기술 자체의 수요는 적더라도 수익은 클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다. 
 
또 극한 환경 기술은 첨단 기술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주는 영향도 크다. 일례로 등산복의 고급소재로 익숙한 고어텍스는 1981년 NASA의 우주복에 사용되면서 적용 범위가 넓어진 사례이다. 최근 녹색 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연료전지도 마찬가지이다. 19세기에는 개념상으로만 존재했던 연료전지를 1960년대 들어와 GE가 제미니(Gemini) 우주선에 싣기 위해 실용화한 것이다. 이 밖에 우주인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전자레인지, 강한 햇빛을 막기 위해 개발된 선글라스 등 일상 속에는 극한 기술에서 파생된 다양한 제품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우주 기술의 산업 이전 및 유용성을 알리기 위해 NASA에서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매년 Spinoff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2010년 보고서에서는 의료, 운송, 공공 안전, 소비재, 환경 자원, 컴퓨터, 산업 생산 분야 등 총 43개 우주 기술의 세부 활용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소재와 로봇 기술이 중요 
 
극한 환경 기술의 종류도 많고 발전 수준도 제각각 이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극한 환경에서 상변화 및 변형이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일정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소재와, 극한 환경과 떨어져서 사람의 원격 작업을 가능케 하는 로봇 기술이 그것이다. 
 
우선 극한 환경 기술에서는 소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하 수백 도의 극저온에서 영상 수천 도에 달하는 초고온, 수천 기압의 초고압, 강한 전자파의 환경에서도 재질의 변형이나 손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비록 변형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감안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불행한 사건이었던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져호의 폭발원인도, 로켓연료 부스터의 이음매로 사용된 O링의 재질이 원인이었다. 고무로 제작된 O링이 저온에서 딱딱하게 굳어 파손되면서 연료가 누출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우주왕복선의 단열재인 실리카 타일(Silica tile), 심해 잠수정의 티타늄 합금 같은 특수 소재가 쓰이곤 한다. 
 
소재와 함께 로봇 기술도 중요하다. 극한 환경은 사람이 직접 작업할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원격으로 명령을 내리면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명령을 내리기 위한 원격 통신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파를 많이 사용하지만, 심해에서는 전파가 물에 흡수 및 산란되기 때문에 음파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격으로 내려진 명령을 수행하는 최첨단 로봇으로 우주 탐사 로봇을 들 수 있다. 총 4대가 만들어진 화성 탐사 로봇의 경우 갈수록 기능이 추가되면서 크기도 커져, 2011년 11월에 화성으로 출발 예정인 MSL(Mars Science Laboratory)은 무게가 이전 탐사 로봇인 스피릿 로버(Spirit Rover)의 약 5배인 900kg에 달한다. MSL에는 복사량 측정기, 분광기를 이용한 성분 분석기, 암석 분쇄기 등 인간의 화성 거주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들이 실려 있다. 이들 로봇들은 인간과 형태가 유사한 휴머노이드(Humanoid)가 아닌, 철저히 기능 중심의 실용성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사람의 명령 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극한 환경 기술의 미래 
 
인류의 발전은 평범함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를 쪼개고, 태양계를 벗어나는 물체를 쏘아 올려 정보를 얻거나, 생명의 근원인 유전자를 분석하고 복제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을 통해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가능해지면서, 인류의 생활 영역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그 첨단에 극한 환경 기술이 있다. 포화 상태로 가고 있는 우리 생활 환경을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곳으로 범위를 넓히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한 환경 기술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에서 열거한 것들이 극한 환경 기술의 전부는 아니지만,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은 족히 걸려야 빛을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극한 환경 기술들은 그 가치가 과소평가되거나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극한 환경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계획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극한 환경기술은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등을 위시한 산업의 소프트화, 서비스화 물결이 거센 가운데 극한 환경 기술은 고부가가치의 첨단 제조업으로서 그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또 일부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 개도국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오늘날, 신성장동력의 한 방향으로 극한 환경 기술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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