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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근본대책 마땅찮은 남유럽 위기, 세계경제 위기의 불씨'

발발 1년이 지난 남유럽 재정위기는 진정되기보다 위기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는 6월 30일 재정긴축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당장의 국가부도는 면하게 되었지만 추가 금융지원이 없으면 3/4분기부터 또 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규모에 비쳐 볼 때 부채조정을 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그리스의 부채조정은 아일랜드, 포르투갈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의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의 위기, 세계금융시장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EU는 주요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자본확충과 부실채권의 ECB로의 이전을 통해 보유채권의 가치하락을 견뎌낼 수 있을 때, 그리스의 부채조정을 허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무 문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현 위기의 근본 원인은 유로존이 ‘최적 통화지역’이 아니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남유럽 국가들이 채무조정과 급한 수혈을 여러 차례 받는다 하더라도 환율조절을 통한 자국의 경쟁력 회복 수단을 상실한 상태에서 자력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재정위기의 극복과정은 유로존의 구조적 결함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유럽 정치지도자들의 다수는 유럽단일주권을 추구하는 유럽연방주의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연방제적 재정통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럽의 개별 국민국가들이 강한 민족적 연대감을 가진 정치공동체인 상황에서 개별국가의 주권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연방제적 재정통합은 이들 국가들의 국민정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정통합을 현실적 대안으로 여기지 않는 정당들의 반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유로체제는 해체 혹은 분할로 갈 것이라는 견해들도 많다. 이와 같이 유럽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길고도 고통스러운 정치경제적 갈등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유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이나 구조변화가 세계경제에 예기치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의 경우에는 대외충격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준비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자본유출입 완화 및 거시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의 강화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유사시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제한할 필요가 있다. 
  
  
< 목 차 > 

Ⅰ. 유럽 재정위기의 실상
Ⅱ. 유럽 지도부의 당면한 선택
Ⅲ. 근원적 해결책, 유로 단일통화제도의 수정 필요
Ⅳ. 시사점
 
  
  
그리스 정부는 6월 30일 새로운 재정긴축법안의 의회 승인를 받아내는 데 성공해 간신히 국가부도사태를 모면했지만, 그리스의 국가채무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이 종료되지는 않았다. 

그리스는 현재 실행되고 있는 금융구제방안으로는 국가파산을 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폭적인 채무조정(Debt restructuring)이 아니고는 국가채무를 해결할 방안을 찾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EU 지도부도 그리스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새로운 대책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로존의 변방국이 겪고 있는 위기는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향후의 사태 전개를 가늠하기는 더욱 어렵다. 현재의 위기가 ‘유로존이 하나의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과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데 근본 원인이 있어 일회성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다, 세계금융시장의 통합으로 인해 일부 국가의 문제가 세계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Ⅰ. 유럽 재정위기의 실상 
  

그리스의 국가부도위기 1년만에 재현 

그리스 정부는 정확히 1년만에 채무불이행(sovereign default)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10년 5월, EU와 IMF는 그리스가 국가부도사태에 이르자, 그리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철저한 재정 개혁을 조건으로 1,1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1992년)의 구제금융금지조항을 위배하면서까지 금융지원을 단행한 것은 그리스 문제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으로 전염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EU와 IMF는 3년 간 13회에 걸쳐 지원되는 1,100억 유로로 같은 기간 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를 상환하고 재정수입의 부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것으로 생각했으며, 구제금융기간 동안 그리스는 재정개혁에 성공해 2012년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제금융 실행 초기에 실패로 판명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은 논란 끝에 어렵사리 성사되었지만 5회차 지원이 이뤄지기도 전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올해 3월 그리스 재무장관은 1,100억 유로로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웃 국가로의 위기전염도 막지 못했다. 아일랜드는 이미 작년 11월, 포르투갈은 올해 4월에 구제금융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스는 지금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우선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재정정상화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을 보면 2009년 당초 계획했던, -13.6%를 하회하는 -15.5%를 기록한 데 이어, 2010년에도 -9.6%로 구제금융 당시 목표치인 -8.1% 수준을 달성하지 못했다. 2011년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의 누적 재정적자는 72억 유로로 목표치인 69억 유로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추가적인 국채발행 부담으로 전가돼, 그리스 정부의 채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지원 이후 그리스 자금조달 사정 악화 

이러한 상황에서 연이은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높은 국채금리 수준은 부채상환을 위한 신규국채 발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9년 4분기 BBB+ 등급(S&P 기준)이던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은 지난 6월 하순 CCC등급을 기록함으로써 1년 반 남짓한 기간 동안 9단계나 하락했다. 현재의 신용등급은 그리스의 장기국채가 투자대상으로서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회 또는 그 이상의 부도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채 부도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신용부도스왑의 프리미엄(CDS Premium)도 5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이미 2,000bp를 넘어섬으로써, 산술적 계산상으로는 5년 이내에 국채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80% 이상임을 시사(CDS Implied default rate)하고 있다. 

재정위기 발생 이후 구제금융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리스 정부는 장·단기 채권 발행을 통해 부채상환에 필요한 일부 재원은 스스로 조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도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으로써 현재의 금리수준에서는 이마저도 실행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긴축정책을 펴면서 1년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그리스 경제로서는 과거 5% 내외의 금리로 조달(1999~2008년 10년 만기 국채의 평균금리가 4.83%)했던 정부부채를 20% 내외의 금리로 차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평균 13%를 상회한 올해 상반기와 같은 상황에서는 향후 만기부채의 차환에 필요한 장기국채는 물론이고 그리스에 대한 구제계획안을 수립할 때 합의되었던 2014년까지 약 800억 유로 규모의 단기국채 발행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미 집행되고 있는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서 국유자산의 매각 등을 포함한 새로운 긴축방안을 마련해야만 했다. 게다가 정부지출의 삭감을 위해 단행한 공무원의 임금 삭감, 사회복지 축소 등은 국민과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스, 추가지원 없다면 올해 3/4 분기에 국가부도 

그리스는 작년부터 시작된 구제금융이 차질 없이 실행되어도 추가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디면 국가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그리스가 현재의 조건에서 2014년까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예상치와 같은 기간 동안 상환해야 할 부채를 비교해보면, 올해 3/4분기에 부분적인 지불불능상태에 빠지고 곧 이어 국가부도 상황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어 있다. 

지난 1분기 말을 기준으로 그리스의 국가부채의 58% 정도를 국내외 민간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금융시스템 내에서 파급효과가 가장 큰 은행부문의 보유비중도 35%에 이른다. 따라서 국채의 대폭적인 재조정이 이뤄진다면 민간금융부문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각국 정부는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부족을 방지하고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와 유사한 구제금융을 추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된다. 여기에 유로지역의 경우 증권보유, 대출 및 차입 등 금융투자의 역내 연관관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그리스 국채투자에서 비롯된 대규모 손실의 파급효과는 곧바로 유로지역 내 민간금융부문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이미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이외에 정부부채가 많은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의 국가들까지 재정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최악의 경우 유럽 전체가 위기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의 지도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전개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 역력하다. EU와 IMF는 그리스 구제금융을 결정할 때 채무위기에 빠진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해 7,500억 유로의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을 조성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자, 지난 해 10월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여, 유럽금융안정기금의 역할이 끝나는 2013년에 상설기관으로 금융안정기구(ESM; European Stability Mechanism)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의 메르겔 총리는 이때 2013년 이후 발행되는 채권에 대해서는 ‘민간채권자들도 손실을 부담’(bail-in)하도록 한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판단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채무불이행 사태 시 손실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지만,  독일 국민들이 다른 나라에 대한 금융지원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 국민들의 정치적 동의를 얻기 위한 목적도 강했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의 구상은 민간 투자자들이 2013년 이전에 발행된 채권도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PIIGS 국가의 채권 가격은 폭락했고, 이는 아일랜드가 지난해 11월 구제금융 대상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 경제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이자가 높아지며, 이 과정이 계속되면 한 국가가 자력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U 지도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2013년 이전까지는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 약속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자발적일 것’이란 조건을 달고, 민간 채권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에 대해 손실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BNP 파리바를 포함한 민간 은행들이 그리스 채권의 70%를 만기연장하는 데 합의했으며 독일, 네덜란드 은행들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발적인 결정’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Fitch등 신용평기기관은 자발적 만기연장이라도 ‘디폴트’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 방안의 추진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Ⅱ. 유럽 지도부의 당면한 선택 
  

그리스의 국채 이자율은 현재 유지불가능한 수준인 20%대까지 치솟았고, 포르투갈, 아일랜드 국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채금리의 급등은 현재의 상황이 그리스의 국가부도와 포르투갈 등으로의 위기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근 미연준 의장 버냉키도 그리스 위기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채무 청산 위해서는 부채조정 불가피 

EU 지도부가 추가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재정의 고통스러운 개혁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긴축정책으로 재정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무척 어렵다. 

정부 지출의 축소가 재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가는 이론적으로 매우 논쟁적이다. 정부 지출의 삭감이 재정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주장의 이론적 근거는 ‘국가가 재정지출을 줄이면, 위축되었던 민간 부문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경기 상승기가 아닌, 경기 침체기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학의 대체적인 합의이다. 경제 침체기에는 정부의 지출 감소는 경제침체를 낳아 세수를 감소시키고, 사회적으로 큰 고통을 동반함에 따라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의 긴축정책 기조도 거세게 일고 있는 국민들의 반대 때문에 온전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현실적으로도 그리스는 지난해 긴축정책으로 2009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15.4%인 재정적자 비중을 2010년에는 10.4%로 낮췄지만 목표치 9.4%에는 못 미쳤고 실업률은 15%를 상회했다. 

따라서,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가 추가적인 금융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자력으로 누적된 국가부채를 상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리스의 부채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이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장은 부채조정 없는 추가지원 선택할 듯 

부채조정과 관련하여 국채 만기를 연장하는 ‘연성 채무조정(Soft-restructuring)’과 원리금 삭감을 포함하는 ‘경성 채무조정(Hard restructuring)중 어느 것이 적절한가도 하나의 쟁점이다. 

연성 채무조정은 기존 국채와 같은 액면가의 신규 장기국채를 교환하거나(Debt swap), 브래디 채권처럼 신용도와 유동성을 개선한 신규장기채권과 교환하는 방식이 있다.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에는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문제를 연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브래디 채권 방식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부채의 실질적 경감이 따르지 않는다면 해결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듯이 원리금을 줄이는 경성 부채조정을 하지 않고는 그리스의 국가채무를 해결할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다. 

대폭적인 부채조정, 유럽은행시스템의 위기 초래 

앞서 잠시 살펴보았듯이 경성 채무조정은 유럽 변방국의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은행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되어 유럽을 은행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 은행간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그 파장은 미국의 금융시장까지 미칠 수 있으며, 세계경제가 이제껏 우려하던 더블 딥에 빠질 수 있다. 

그리스 국채가 조정하면 포르투갈, 아일랜드로의 전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GDP는 유로존 전체 GDP의 2.5%에 불과하지만 그리스의 위기가 태풍의 눈으로 여겨지는 것은 바로 위기의 전염 가능성 때문이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가 모두 대폭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곳은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다. 세 나라의 국채는 자국은행이 그 약 6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나라의 주요 은행들은 파산하거나 국유화될 것이다. 그리고 해외 채권자의 92%를 차지하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계 은행들도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세 나라의 국채는 대외부채 전체의 9.2%를 차지하지만, 주요 은행이 파산하거나 국유화되면 은행에 대한 채권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한데, 그 주된 대상도 유럽계 은행들이기 때문에, 유럽은행들이 위험에 노출된 정도는 매우 높다. 따라서, 그리스 부채재조정은 유럽 전체에 신용경색과 함께 은행위기를 낳을 수 있다 비은행 기관에 대한 채권에 대해서도 유사한 파장이 일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금 삭감을 동반하는 부채조정이 국채에 한정되더라도 총 대외부채의 규모가 문제가 될 것이다. 

유럽의 위기, 대서양을 건널 수도 

미국 은행이 받는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은행들은 지난해 5월 이후  남유럽 재정취약국 채권을 매각해 왔기 때문에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세 나라의 채권에 대한 CDS의 판매에 깊이 개입한 한 것으로 나타난다. 세 나라의 국채에 대한 조정이 일어나게 된다면, Default insurance를 판매한 미국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국채 손실만큼을 부담해야 한다. 미국은행은 이 같은 간접적 위험에 약 1000억 유로가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없지만 비은행 금융기관까지 포함하면 예상 외로 규모가 클 수도 있다. 유럽은행과 미국은행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 손실을 본 유럽계의 은행의 피해가 금융네트워크를 타고 미국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유럽의 위기가 대서양을 건널 또다른 가능성은 유로화의 약세에 의한 것이다. 유럽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유로화가 약세를 띠게 되어, 현재 달러 약세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유럽의 경제침체는 미국 경제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의 파산이 미칠 수 있는 파장을 고려해 볼 때, EU의 지도부들이 즉각적 파산(outright default)를 허용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EU의 선택은 우선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부채조정이 없이는 국가채무를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채재정은 시간이 문제가 될 뿐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EU는 우선 주요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자본확충을 추진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불량채권을 ECB에 이전하도록 하여, 보유채권의 가치 하락를 견뎌낼 수 있을 때,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파산을 허용하고 최대한 질서있는(orderly) 방식으로 부채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Ⅲ. 근원적 해결책, 유로 단일통화제도의 수정 필요 
  

유럽의 변방국들이 국가부채를 정리하더라도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외면적으로는 일반적인 국가부도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지만, 원인 면에서는 다른 사례와 성격이 크게 다르다. 

단일통화제도의 문제점이 위기의 원인 

부채 위기는 해당 국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기 때문이 아니다. 유로 출범부터 위기 시작이전까지 그리스의 GDP대비 사회복지지출을 보면 아일랜드를 제외한 다른 유로존 국가에 미치지 못했으며, OECD 평균보다 낮았다. 

그리고 흔히 생각하듯이 서브프라임 위기가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유로존 위기를 촉발시키는 계기를 제공했지만,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국채문제는 유로존의 자체의 전개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유로존이 여러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최적통화지역’이 아니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다수의 나라가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 즉 임금이 빠르게 조정되고 노동자가 사회·문화적 차이와 무관하게 쉽게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 경제 개방도가 높고 비슷해야 하며 금융·재정적인 통합 정도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업률이 높아져도 임금은 쉽게 하락하지 않으며, 국가 간 사회·문화적 차이는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주를 어렵게 한다. 유로화 도입을 이끈 유럽의 지도자들은 대표적 단일통화 지역인 미국에서 유로존이 원활히 기능할 가능성을 발견하려 하지만, 유로존과 미국은 다르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구직을 위해 다른 주로 상대적으로 쉽게 이주하지만, 유럽 노동자들은 언어와 사회문화적 차이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타국으로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은 유럽과 달리 전국적 단위나 산업별 단위로 임금협상을 하는 관행이 존재하지 않아 노동시장이 유럽에 비해 매우 유연하다. 요컨대 경제학의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유로존이 최적통화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단일통화지역으로서의 호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재정연방주의가 확립되어 있어 시장 조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연방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적 수렴 진행되지 않아 남유럽의 탈산업화 진행 

유로존 출범 후 11년간의 경험도 유로존이 최적통화지역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단일통화를 사용하게 되면 참가국 경제의 성격이 점차 수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은 개방되고 화폐가 통합되었지만 임금도 가격도 수렴하지 않았다. 경제적 국경이 사라져 유로존 경제가 단일한 경제가 되는 과정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유럽 회원국경제의 수렴에 대한 기대로 인해, 자본시장은 빠르게 통합되어 유로존의 변방국들은 낮은 이자율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일통화인 유로의 도입으로 환율변동을 통한 역내국가간 가격조정이 사라지자 각국 산업의 경쟁력 격차는 조정기능 없이 더욱 확대되어 국가별 비교 우위에 따라 산업의 편중은 가속되었다. 

북부 유럽국가들은 공업부분과 기업에 대한 서비스에 전문화되었고, 남부유럽은 공업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비교역재인 국내 서비스와 건설분야에 특화되어 탈산업화의 경향이 나타났다. 그리고 낮은 금리 때문에 소비가 확대되어 물가 상승과 수입 증가가 뒤따랐다. 

결국 유로존 10년 동안 회원국 간에 산업 생산성의 격차가 확대되고 경상수지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한 나라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상태에 있으면, 계속적으로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먼저 민간채무가 증가하고, 그에 뒤이어 공공부채가 증가한다. 부채가 유지가능한 최대치에 달하면, 재무건전성의 위기가 닥친다. PIIGS 국가의 위기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네덜란드 병에 빠진 남유럽 경제 

세계 금융위기로 남부유럽국가의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경제의 거품이 붕괴하자 유로존의 가려진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세수는 급격히 감소했고 공공부채 비중은 순식간에 위험수위를 넘었다. 위기를 모면하려면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산업경쟁력은 취약해졌고, 환율정책이란 수단은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유럽의 변방국이 국가를 운영하고 대외부채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면서 유럽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결국, 남유럽 국가들은 너무 낮은 이자율로 인해 탈산업화가 진행되는 네덜란드 병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빠졌던 것이다. 

유로존 문제 해결의 두 방식 : 재정통합 vs 유로체제 해체 

유로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서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연방제적인 재정통합을 달성하는 것이며, 두번째는 유로존의 해체나 분할이다. 

EU의 현 지도부, 재정통합을 시도할 듯 

유럽통합을 이끌고 있는 유럽연방주의는 연방제적 재정통합을 실제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유럽연방주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 지식인들의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유럽 연방주의 운동은 제2차 대전 중 레지스탕스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일어난 근본원인을 국민국가의 존재에서 찾고 단일 주권 하의 유럽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태동되었다. 유럽연방주의는 전후 석탄·철강공동체의 구성, 유럽의회의 발전, 그리고 유럽연합의 강화를 이끌었다. 

재정연방주의에 경도된 정치지도자들은 우선 개별국가를 대신하여 채권을 발행하고 조세권을 가진 자주적인 유럽의 재무부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개별국가가 예산을 의회에서 채택하기 이전에 승인받도록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예산관련 규정을 어겼을 경우 유럽각료회의나 유럽위원회의 투표권을 유보시킬 수 있는 제재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재정연방주의는 단일통화지역을 구성하는 개별 경제가 이질적이어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전체적인 조화를 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통화지역을 완성할 수 있는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이다. 

그런데, 재정연방주의의 확립은 유럽의 정치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유로존의 한계는 재정통합 없이 단일통화를 채택한 데 있다. 1995년에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이 유로조건의 수렴조건으로 “각국의 재정적자, GDP 대비 3% 미만, 국가채무 60% 이하”로 규정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이론은 없다. 재정통합이 최선이지만 유럽의 정치현실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통합 없이 유로존을 출범시키면서 자의적으로 만든 기준일 뿐이다. 

재정연방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국가의 틀을 뛰어넘는 시도다. 재정통합은 조세, 재정운영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까닭에 구성원들의 강한 정치적 연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유럽 정치사회에서 가장 강한 연대감을 가진 공동체는 개별 국민국가이다. 연방국가의 사례에 비춰볼 때 재정연방주의를 확립하려면 연방예산이 전체 국가예산의 50~60%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로존 GDP의 1%에 불과한 유로재정을 최소 10% 수준으로 늘여야 한다. 벨기에의 플랑드르 사람들은 옆 동네에 사는 프랑스어권  벨기에인을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재, 독일의 국민들이 그리스의 지원에 자신들의 세금을 사용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독일 정치인들이 여론을 달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이후 유럽 각국에서 민족주의 운동이 득세하고 있다는 점도 유럽의 정치현실과 유럽 시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대변해준다. 

유럽의 현 지도자들은 유럽중앙은행이나 2013년부터 상설화하기로 한 유럽안정기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정 통합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주의 정당들, 그리고 재정통합이 유럽의 정치현실에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좌파 정당들과의 정치적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재정을 통합하더라도, 각국이 개별적인 주권을 갖고 있고 선거를 통해 정부가 구성되는 현실에서 재정통합이 비가역적인 것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유로존 해체·분할을 위한 도전 이어질 것 

유로존이 최적통화지역의 조건을 갖추지 못해 유지 불가능하며, 이미 해체의 단계에 들어갔다는 주장이 폴 크루그만, 마틴 펠트슈타인 등 세계적인 석학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와 남유럽국가의 민족주의 정당과 좌파 정당들이 자국의 유로존 탈퇴를 주장한 지는 오래 되었다. 이들은 독일이 유로존을 통해 부당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근에는 독일의 정치인도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분리시키자는 안을 제시하면서 ‘현실에 대한 솔직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로존 해체나 탈퇴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는 유로존에서 벗어나면, 통화정책(환율, 이자율 등)의 재량권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리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자국통화를 평가절하여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나, EU 회원국이면서 유로존 가입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덴마크와 스웨덴, EU에도 가입하지 않은 노르웨이 등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제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도 유로존 탈퇴 주장에 설득력을 보태고 있다. 

유로존 가입국은 어느 나라도 선뜻 유로존의 해체나 탈퇴가 공식적인 견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을 독자적으로 탈퇴하게 되면, 극심한 경제적 혼돈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을 탈퇴하면 다시 부활한 자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여 대외경쟁력을 회복하겠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에 놓이게 되고, 새 통화는 투기의 대상이 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유로존 탈퇴의 긍정적인 효과가 금융시장의 투기와 인플레이션에 의해 상쇄될 수도 있다. 

해외 거주자가 소유하고 있는 유로 표기 채권도 문제가 된다. 유로존을 떠난 나라들은 유로로 발행한 국채를 자국 통화로 전환시킬 수 없다. 프랑스가 유로로 전환했을 때 국채는 유로로 전환되었다. 반대의 경우는 다르다. 프랑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더라도 유로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비거주자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유로로 지불해야 한다.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할수록 빚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유로존의 주변국은 유럽연합으로 각종 사회경제적 지원을 더 이상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탈퇴하는 방식 외에도 유로존을 남부와 북부로 분할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나의 예로, 자국의 경쟁력에 비해 유로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는, 경제가 건실한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유로존에서 분리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되기도 한다. 독일은 유로 출범의 가장 큰 수혜자라서 스스로 탈퇴하기를 기대하기 힘든 면도 있지만, 독일이 구제금융에 있어서 가장 큰 부담을 지고 있어 국민의 원성이 높기 때문에, 독일이 가난한 나라와의 결별을 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독일이 나간다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같이 탈퇴하여 “마르크 존”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북유럽이 유로존으로부터 분리해 나가면, 유로화는 약세로 돌아서 부채의 부담을 줄이고 대외경쟁력을 향상을 기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를 필두로 남유럽국가들이 단일통화체제를 이끌어 갈 경우, 통화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다. 프랑스가 남부유럽의 국가를 떠안으려 할지도 미지수이다. 

한편, 자국 통화를 부활하되 유로를 대외결제와 외환 준비금의 용도로 사용하고 자국통화는 단지 유로와 교환되도록 하는 공동통화(단일통화가 아닌)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현재의 유로존 회원국들이 이 안에 모두 동의하고 질서있게 유로존 재편을 추진할 때 가능한 일이다. 

재정연방주의의 확립에 반대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유로존의 시민들과 정당들은 유로 탈퇴의 비용이 높더라도, 해결책 없이 잔류하는 것이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며, 유로존 탈퇴 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PIIGS 국가처럼 유로존 잔류를 위해 가혹한 긴축정책을 감수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긴축정책 반대는 유로존의 탈퇴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1~2년 내에 유로존 국가들 중 상당수는 중요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 때 유로존 탈퇴와 잔류가 핵심적인 쟁점의 하나가 될 것이다. 
  

Ⅳ. 시사점 
  

지난 6월 말 그리스 의회가 추가 긴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구제금융을 포함한 그리스에 대한 보다 강화된 지원방안 도출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완화되는 모습이며, 유로화의 가치도 상승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리스 재정위기는 앞으로 전개될 국가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이나 구제금융 투입, 만기연장을 통한 채무재조정만으로도 근본적인 해결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미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있는 아일랜드나 포르투갈도 지금의 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지역에서 금융불안은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로체제의 구조를 개혁하는 과정은 국가간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과 적지 않은 정치적 갈등을 수반하는 지루한 공방전이 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재정위험에 빠진 회원국을 구제하는 일은 결국 유로체제가 지닌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는 시도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이 최대한 질서정연하고 회원국간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유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대한 정책 또는 구조변화가 세계경제에 예기치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특히 모종의 정책이나 제도변화의 결과로서 야기되는 유로화 가치의 급등락은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달러화의 가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글로벌 자금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특히 큰 폭의 유로약세-달러강세가 현실화되는 경우에는 국제자금시장 전반에 달러유동성 부족 사태가 도래하는 것은 물론, 미국발 경기침체가 전세계로 확산될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의 경우에는 2008년 하반기에 경험한 달러유동성 부족 상황이 재연되면서, 동시에 현재 달러 기준으로 집계되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줄어들면서 대외충격에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준비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2008년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사이에 통화스왑(올해 8월로 만료)이 재개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도 미국, 중국 등과 통화스왑을 다시 체결하는 것이 대외충격을 줄이는 바람직한 대응방향인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자본유출입 완화 및 거시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의 강화기조도 유지함으로써 단기외채 등 과도한 자본유입을 막고, 유사시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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