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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잘 되는 사업에서도 철수하는 지혜, SMART EXIT'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 신성장 사업을 찾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하지 않아야 할 사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Smart Exit' 은 충분히 준비된, 때문에 철수 후에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전략이다. 충분히 매력적이며 성공하고 있지만 기업의 미래비전과는 잘 안맞는 사업을 가장 가치가 높을 때 철수하는 것, 그 타이밍을 잡는 것이 'Smart Exit' 의 핵심이다. 
  
성장은 대다수 기업들의 선망인 동시에 강박관념이다.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속에 ‘신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때문인지 그 반대 개념인 철수(Exit)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기업가들은 움찔한다. 철수는 기업 규모를 줄이는 선택이므로 사업이 제대로 되지 못할 때 취하는 어쩔 수 없는 대안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임기 내에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기업가의 입장에서 ‘철수 = 실패’라는 연계가 성립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Exit이 제공하는 기회 

하지만, 꾸준한 성장은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빠르게 성장했다가 거품처럼 터져버리는 확장이 아닌, 기반을 튼튼히 다져가며 진행되어야 지속적인(sustainable) 성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 구조를 보다 건실하게 하는 튜닝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적절한 철수는 ‘실패의 결과’가 아닌 ‘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비단 해당 기업에게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① 기업에 제공하는 기회 - 지속적인 성장 

기업가들이 성장에 대한 압박감으로 철수를 꺼려하지만 사실 전략적인 철수를 통해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엔진을 마련한다. 

우선,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성장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입, 보다 개선된 사업 구조로의 변환을 모색할 수 있다. 2000년까지 생활가전, 조명, 의료기기, 반도체, 전자 부품 등을 취급하며 다각화된 사업을 유지하던 필립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사업 구조 전환을 단행하였다. 2001년을 기점으로 기존 매출액의 약 35%를 구성하고 있던 전자부품, 반도체, 핸드폰 사업 등을 정리한 것은 그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자금력을 바탕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대형 의료기기업체 및 조명기기 관련 업체를 인수하며 3가지 영역(가정 조리 기구 중심의 가전, 조명, 헬스케어)에 역량이 집중된 구조로 재편하였다. 필립스는 현재, 조명업계 및 의료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Top의 위치를 지키며 산업을 이끌고 있다. 

기업은 철수를 통해 몸을 날렵하게 만들고 기동성을 향상시켜 핵심 사업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벌크 액체 저장 설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기업 Royal Vopak이 2000년대 초반에 수행한 다수의 사업 분할은 그 예이다. 1616년 설립되어 선박, 화학 유통 및 항구 저장 설비 등을 취급하던 Vopak은 2002년경부터 사업 분할을 시작했다. 저장 설비 사업을 제외하고 모든 사업을 분할하였으며 심지어 저장 설비 사업 포트폴리오 안에서도 일부 사업을 철수하였다. 그 결과, 2000년 매출액 대비 약 1/7까지 그 규모를 축소시켰으며 기업의 핵심 사업만 남겨놓은 채 훨씬 가벼워진 몸으로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다시금 비약적인 성장을 해나갔다. 한 예로, 2006년 상반기 동안 수익 17%, 이익 28%의 증가세를 보이는데, 이 같은 증가율은 저성장 산업 내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이후 Vopak은 승승장구하며 현재 전세계 31개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여전히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 
  
② 사회에 제공하는 기회 - 자원의 생산적 분배 

적절한 철수는 해당 기업 주주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장이 선 순환 되도록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시장에는 해당 사업을 기존보다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며 철수된 사업을 중심으로 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 보다 효과적인 자원의 분배가 일어난다. 

상장된 기업의 경우 매각을 통해 획득한 자금의 일정 부분을 주주에게 배당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Textron의 경우 2001년부터 활발하게 자산을 매각, 인수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후 약 8년간 이 기업의 주주들이 받은 배당금은 평균적으로 동종 산업 대비 6% 이상 높았으며 동일 기간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 사례만으로 배당률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고자 취한 기업의 적극적인 행동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되어 보다 활발한 투자를 유인하였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기업은 철수를 통해 자금을 회수, 이를 배당함으로써 주주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 투자를 통해 가치 증대를 경험한 경제 주체들이 다시금 기업으로 투자를 하여 기업 가치를 상승시킴으로써 선 순환 구조를 만든다. 

철수 사업을 매수한 기업이 해당 사업을 기존보다 더욱 성장시킴으로써 자원을 보다 생산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한다. 기업이 보유한 자원 및 핵심 경쟁 능력은 제각기 다르며 영위하는 사업은 기업이 예측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지도 않는다. 때문에, 비록 이전까지는 기존 기업이 해당 사업을 잘 성장시켜왔다고 하더라도 철수 당시 속한 라이프 사이클에서 그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가장 적합한 플레이어’는 기존 기업이 아닌 시장 내의 다른 기업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기업들 중에서는 해당 매각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기존의 사업과 맞물려 더욱 큰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2004년 ‘대우 상용차’를 인수한 인도의 자동차 회사 ‘타타’는, 이후 ‘대우 상용차’의 견조한 상승세를 이끌며 2010년 수출을 철수 이전에 비해 4배로 끌어 올렸다. 이처럼, 매각하는 기업보다 매수하는 기업 내에서 해당 사업의 성장세가 높을 경우 투자자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Exit을 통한 재도약 

철수를 할 때 기업은 자산 매각 및 기업 분할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철수를 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 자체를 인수 합병의 Target으로 만들 것인지의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전체 철수가 아닌 부분 철수의 경우 소규모 비 핵심 자산 위주로 철수를 할 것인지 아니면 주요 자산 위주로 철수를 할 것인지에 따라 철수의 방향도 달라진다. 

재도약을 위한 철수라고 하면 이 중에서, 기존의 주력 사업 위주로 부분 철수를 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실패’했기 때문에 취하는 철수가 아닌 ‘충분히 성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하는 철수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비 핵심 자산 위주의 철수는 레고의 의류 및 영화 사업 매각 사례처럼 사업 다각화에 실패하였을 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략적 철수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기존의 주력 사업 철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낸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철수의 전략적 활용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① Roche 

Roche는 1896년 창립된 스위스 기업으로, 전 세계 150개국에 약 80,000명 정도의 직원을 보유한 헬스케어 제품 및 서비스 제공 업체이다. 매출 규모는 2010년 기준 약 470억 스위스 프랑(약 530억 달러)으로 제약(80%)과 진단기기 사업(20%)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사업 구조(제약 사업과 진단기기 사업만으로 이루어진 구조)는 Roche의 창립 초기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1997년만 하더라도(<그림 1> 참조) 진단기기 사업이 Roche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지나지 않았다. 대신, 비타민 및 화학제품은 매출액의 20%를, 향수 및 향신료는 10%를 차지하여 제약 사업에 이어 Roche의 또 다른 핵심 사업 역할을 하고 있었다. Roche는 1933년 비타민 C의 합성물질을 개척한 선두주자였기 때문에 비타민 및 화학제품 분야는 그간 기업에 현금을 창출하는 효자 사업이었다. 향수 및 향신료 역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져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Roche의 CEO, Franz Humer는 헬스케어 그룹으로서의 사업 구조 전환을 모색하며 기업의 매출을 견인해온 기존 주력 사업에 대한 철수를 시작했다. 2000년에는 Givaudan에 향수 및 향신료 사업을 분할하고 2002년에는 비타민 및 화학제품 사업을 DSM에 매각하였다. 약 22억 유로에 비타민 및 화학 제품 사업을 철수한 Roche는 Chugai를 인수하며 일본에서 제약 사업 확장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제약과 진단기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한 이후 Roche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2002년 약 270억 스위스 프랑의 매출 규모에서 2010년 약 470억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Roche의 철수는 비단 Roche 뿐만 아니라 ‘피철수’ 사업에도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Givaudan은 분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0년 6월에 SIX Swiss Exchange에 상장되었으며, 현재까지 향수 및 향신료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DSM 역시 Roche로부터 비타민 사업을 매수한 이래로 글로벌 시장에서 비타민을 제공하는 독보적인 업체로 그 명망을 유지하고 있다. DSM과 함께 비타민 C를 생산하던 BASF와 다케다가 시장에서 해당 제품을 철수한 이후 “시장에 나온 비타민 C는 ‘중국산’ 아니면 ‘DSM’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DSM은 ‘믿을 수 있는 비타민 C’의 대명사가 되었다. 
  
② IBM 

1911년 CTR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IBM은 1924년 사명을 바꾼 이후 현재 전 세계에 약 10만 개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보유한 글로벌 IT 선두 주자다. 2010년 기준, 약 999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으며 세후 순이익이 148억 달러가 되는 등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주력 사업은 크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파이낸싱, 서비스로 나누어진다. 

2000년과 비교하였을 때 수익이 2배가 늘었을 정도로 지난 10년간 IBM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업의 성장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두 곳에서만 일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우선, 하드웨어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는 소프트웨어와 비슷했던 하드웨어가 2010년에는 8%로 크게 낮아진 반면 소프트웨어는 44%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히 높아졌다. 하드웨어 규모는 반으로 줄었지만, 서비스의 규모는 약 2배, 소프트웨어의 규모는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미루어 IBM이 2000년 이후 서비스 위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였음을 알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IBM은 새롭게 떠오르는 고부가가치 영역에 진출하기 위해 그간 익숙했던 사업을 철수하는 결정을 하였다. 매출의 주축이 되어 온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및 PC 사업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2005년 5월, 현금 약 6억 5천만 달러와 주식 6억 달러에 PC 사업을 중국 Lenovo에 매각하고, 이후 소프트웨어, 대형 컴퓨터 서버와 컨설팅 서비스 관련 100여 개 기업을 인수하면서 서비스쪽에 주력하였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때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주춤했던 때를 제외하면 IBM은 2005년이래로 꾸준한, 그리고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3> 참조).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유독 힘든 시기를 겪은 여타 IT 기업에 비하였을 때 주목할만한 건전성이다. 불과 5년 사이에 주가가 약 2배로 뛰어 오른 현상은 IBM의 의사결정이 시장에서도 신뢰를 받은 것이라고 해석된다.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한 Lenovo 역시 2011년 3분기 실적에서 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PC 업체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IBM의 PC사업 철수는 win-win 전략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③ 두산 

1896년 박승직 상점을 시작으로 명맥이 이어져 온 두산은 현재 세계 35개국에 약 39,000여명의 직원을 둔 글로벌 중장비 및 중공업 기업이다. 2010년 한화 기준 약 25조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매출을 견인하는 3대 계열사로는 중공업, 인프라코어, 건설을 들 수 있다(<그림 4> 참조). 

두산의 현재 사업 구조는 한 눈에 보아도 인프라 지원 사업(ISB: 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 중심이다. 때문에 두산이라는 기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아마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두산은 중공업 및 건설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왔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두산이 ISB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한 역사는 이제 겨우 10년이 되었다. 앞서 소개한 Roche나 IBM이 사업 구조 전환의 사례로 소개되었지만 Roche는 헬스케어라는 상위 분류에, IBM은 IT 산업에 소속되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두산은 전략적인 철수를 통해 그 전까지 소속되었던 산업에서 아예 전혀 다른 산업으로의 전환을 하였다는 측면에서 조금 더 흥미로운 사례로 꼽힌다.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두산은 ‘맥주회사’였다. 1952년 동양 맥주 설립, 1966년 한양 식품 설립 등 맥주와 식품 기업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 OB 맥주라는 대표 브랜드를 만들며 100여 년을 성장해 왔다. 실제 1990년대까지 소비재와 산업재의 매출 비율은 약 7대 3으로 두산의 주력사업, 핵심사업은 모두 식품과 음료에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두산에게 기존에 속한 산업은 ‘벗어나고 싶은 물’이었다. ‘두산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박용곤 당시 두산그룹 회장은 ‘속한 물’을 갈아타는, 그야말로 대변신을 위한 철수에 착수하였다. 1996년 OB맥주 영등포 공장 매각, 1997년 두산 음료 사업부문 매각, 1998년 두산 씨그램 매각, 2001년 OB 맥주 매각을 차례로 시행하며 기존에 ‘알짜 사업’으로 여겨지던 주요 사업분야에서 모두 철수하였다. 

‘좋은 사업’들을 ‘좋은 가격’에 매각하며 실탄을 구비한 두산은, 2001년 한국 중공업(현 두산 중공업), 2003년 고려 산업 개발(현 두산 건설), 2005년 대우 종합기계(현 두산 인프라코어)를 인수하였다. 구조 전환을 위한 ‘좋은 매물 찾기’는 국내에 그치지 않았으며 2006년 영국의 미쓰이 밥콕(현 두산밥콕), 2007년 잉거솔랜드의 밥캣 등 3개 사업 부문을 매수하며 ISB 위주의 대대적인 사업 구조 변환을 이루었다. 그 결과 두산은 기존 식, 음료 위주의 회사 이미지에서 완벽하게 탈피하고 2000년 이후 연평균 22%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그림 5> 참조). 
  
Smart Exit을 위해서 

‘Exit Plan’이라는 용어는 주로 벤처기업 사회에서 쓰여왔다. 외부 자금을 유치해서 개발 및 사업을 지속하는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의 자금을 회수할 것인가’는 기업의 경영자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철수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항상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했고, ‘기업이 설립될 때부터 철수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Exit Plan’은 벤처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앞선 사례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철수는 벤처 기업뿐만 아니라 이미 충분히 성장한 다른 모든 기업에게도 전략이 되어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는 것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일반적으로 겪는 과정이며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보유한 사업들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지는 모든 기업의 숙제다. 

지속적인 성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사업을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하는 동시에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때 보장받을 수 있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투자와 몰입이 필요하다. Bain & Company에서 20년 이상 742개의 회사를 분석한 결과, 자산 매각에 선제적인 접근을 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는 기업에 비해 전략적 초점을 보다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2배 정도의 가치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도 ‘Smart Exit’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전략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mart Exit’은 충분히 준비된, 때문에 매각 후에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전략이다. 철수하려는 사업의 상황이 좋지만 해당 기업이 변화하고자 하는 미래상과 잘 조화되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철수하는 것이지, 적자를 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버리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평가절하 되지 않고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은 가치로 매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하루 아침에 갑작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많은 고민 끝에 시장에서 가장 적합한 플레이어와 합치되는 결정이므로 내부 직원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다. 즉, 기업의 경영자와 종업원, 그리고 시장에 결과적으로 플러스 영향을 가져다 주는 것, 이것이 ‘Smart Exit’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가 여전히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잘 나가고 있는 사업을 굳이 왜?’라는 반발이 있을 수 있고 ‘그럼 전환한 사업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존재하며 철수를 예감하는 직원들의 충성도도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이 큰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충분한 공감을 얻어야 한다. 
  
① ‘Exit’ 전담 팀과 ‘Exit’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Smart Exit’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와 원칙에 따라 철수를 선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기업의 5년 후, 10년 후 비전과 맞물려 어떠한 사업을 언제 누구에게 매각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야 말로 ‘Smart Exit’의 초석이 된다. 기업의 미래상에는 합치되지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사업을, 해당 사업의 가치가 가장 높을 때 철수하는 것, 그 타이밍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철수의 가이드라인을 만듦으로써, 기업 내부에도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철수를 하는 것’이 아닌 ‘더 사업을 잘 하기 위해서’ 이미 준비된 철수를 한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철수를 통해 기업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경영자가 기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전담 팀을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Exit Plan’을 기업의 신 사업 전략처럼 정례화된 전략의 하나로 여기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시작이 될 수 있다. 
  
② Top Management가 강력하게 추진한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철수의 범위 및 방식이 결정되면 Top Management 차원에서 강력한 Drive가 요구된다. 아무리 철수가 기업 내에서 기준과 목표에 맞추어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작 철수의 대상이 결정되면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때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신념을 가지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다른 직원들에게도 보다 확신을 주며 모두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몰입의 여지를 제공한다. 
  
③ 조직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한다 

결국 기업을 만들어가고 성과를 내는 주체는 직원들이다. 사업 철수에 대한 결정 및 Top Management의 Drive가 만약 직원들의 반발을 사게 되고 불안감을 조성하게 된다면 성공을 위해 계획적으로 접근한 철수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때문에, ‘Smart Exit’이 제대로 실행되고 완성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업 철수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에 대한 구성원의 공감이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6차례 사업 철수를 단행한 PerkinElmer는 직접적으로 구성원과 소통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했다. 당시 CEO였던 Greg Summe은 각 사업부문과 정기적인 타운홀 미팅을 가지며 PerkinElmer의 향후 전략과 그 전략 하에서 철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꾸준한 대화를 하였다. 경영자는 철수를 단행함에 있어 혹여 희생되는 구성원이 없는지를 살피고 기업을 위해 힘써준 직원들의 입장에서 철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성장은, 좋은 전략이 기회를 제공하고 좋은 인재가 그 전략을 완성할 때 이루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은 적절한 투자와 전략적 몰입이 전제되기 때문에, ‘얼마나 잘 철수하느냐’는 ‘얼마나 잘 성장 동력을 찾느냐’ 만큼이나 중요하다. 기업의 성장 동력 활성화 방안과 맞물려 어떻게 기동성을 확보할지에 대한 계획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사회는 계속 성장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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