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태양광 산업 재편 방향, 수직계열화보다는 수평분업화'
태양광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위기는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구조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급 과잉으로 수급안정성이 높아지고 원가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직계열화의 효과가 퇴색되고 대기업 중심의 수평분업화가 가속될 것이다. 특히 1세대 결정질 기술 부문에서 대기업의 과점화 체제가 굳어질 것으로 보이며 기술 세대 간 경쟁보다는 기술 세대 내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은 태양광 산업에 있어서 최고의 해였다. 2009년의 부진은 짧은 성장통처럼 여겨졌다. 올해 3월, 일본 대지진에 의한 원전 사고로 2011년에 대한 전망도 밝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어둡다. 불황의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태양광 산업은 정책적 지원에 기대어 성장했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로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힘든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호황을 경험한 태양광 기업들이 앞다투어 공격적인 투자를 한 탓에 공급 과잉도 심화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지만, 현재의 불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내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침체의 골이 깊은 2011년 위기
2000년 이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태양광 산업은 2009년에 한 번 위기를 겪었다. 2008년 전체 수요 중 40% 이상을 차지하던 스페인의 정책적 지원 축소와 유가 하락 등의 이유로 수요가 위축되었다. 수요 둔화는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 2009년 공급 과잉률은 60%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20% 이상의 영업 이익률을 구가하던 관련 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며, Q-cells, Suntech 등 상위 5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 수준으로 하락했다.
2011년의 위기는 2009년에 비해 침체의 골이 깊다. 우선 정책적 지원의 축소로 인한 수요 감소가 문제다. 발전 용량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 가중과 태양광 모듈의 가격 하락 등에 따라 독일과 이탈리아, 체코 등은 2010년 정책적 지원을 줄이겠다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11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유럽의 재정 위기로 지원 축소의 시기가 당겨지고 있으며, 감축 정도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페인은 보조금의 45%를 삭감한다는 기존 계획과 달리 지난 6월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잠정 중단했다. 이탈리아도 2011년부터 발전차액지원(FIT : Feed In Tariff)을 4개월마다 6%씩 감축하겠다는 계획에서 축소 폭을 확대했다. 올해 5월 통과된 ‘제 4차 FIT 제도’를 통해 6월부터 2011년 말까지 추가로 10%를 삭감하고, 2012년 10%, 2013년 15~20%, 2014년에는 50%까지 지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요 견인은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에 의한 것이었지만, 재정 부담과 판가 하락 등의 이유로 앞으로는 파격적인 지원에 따른 수요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의 상황도 2009년보다 심각하다. 수요 대비 공급 능력은 2배가 넘는다. 공급 과잉률이 100%를 상회한다는 의미다. 2010년 호황 이후,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결과다. 공급 과잉 심화는 가격 하락을 야기하며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미국의 Solyndra와 Spectra Watt가 파산했고, 독일의 Q-Cells과 중국의 Suntech도 매물로 나왔다. 2009년 위기 때에는 중국 기업의 90%가 무너졌으나, 대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굴지의 태양광 기업들 역시 생존의 갈림길에 있다.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어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드 패러티 달성 시기까지 출혈 경쟁에서 버틸 수 있을지, 그리드 패러티가 달성되더라도 기대 만큼 수요가 확대될지 의문이다. 2000년 이후 태양광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하지만, 2010년 전세계 발전량 중 0.1%를 차지할 뿐이다. 2030년이 되어도 발전량 중 2%만이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발전 시간, 지역에 따른 발전량 등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 에너지의 특성상 여전히 보조 전원으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격적 구조 재편의 방향은?
태양광 산업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고, 당분간 외부 환경에 의한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구조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조 재편을 통해 가격이든 기술이든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다. Trina Solar나 Yingli Solar 등 중국 태양광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미국의 First Solar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구조 재편의 칼바람을 비껴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 태양광 산업은 제조업 기반이기는 하지만, 정책 지원, 발전 사업과의 연계 등 다른 제조업과는 다른 모습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향후 태양광 산업의 구조 재편은 개별 기업들의 경쟁 및 정책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1. 기술 세대별 경쟁 구도 다양화
전체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세대 결정질 기술은 전형적인 장치 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장치 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 단위당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과도한 투자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1세대 결정질 분야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치 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과거 공급 과잉을 겪으면서 구조 재편을 경험했던 TFT LCD와 반도체 산업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TFT LCD와 반도체 산업은 IT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집행되었다. 하지만 2001년 IT 버블이 꺼지면서 TFT LCD와 반도체 산업 모두 심각한 공급 과잉을 경험하게 되었다. TFT LCD의 경우, PC 수요의 침체와 AUO, CPT 등 신규 진입한 대만 기업의 물량 공세에 가격이 급락했고,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기, 생산라인 매각, 합병 등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겪었다. 메모리 반도체인 DRAM 산업도 비슷하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판가 급락을 겪으면서 구조 조정을 경험했다. 1995년만 하더라도 26개 이상 되었던 DRAM 기업은 2000년을 지나면서 13개까지, 2008년을 지나면서 자사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DRAM 업체는 5개까지 축소되었다. 이후 대규모의 선행 투자와 세대 확장, 웨이퍼 크기 확대 등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우리나라 기업이 TFT LCD와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기술 차별화보다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대규모의 선제적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기업이 생존할 수 있었다. 결정질 기술 역시 TFT LCD와 DRAM 산업과 비슷한 구조 재편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과잉의 상황을 버텨내면서 공격적인 선행 투자를 통해 산업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생존할 것이다. 결국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에 의해 과점 체제가 구축되고 이들 기업들이 산업 호황기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세대 박막형과 3세대 유기 태양전지 사업은 이번 위기가 구조 재편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1세대 결정질에 비해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지 않았고, 경쟁 강도도 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 구도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는 전망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이후 1세대 결정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의 가능성을 보였던 박막형은 결정질 태양전지의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2세대 박막형과 3세대 유기 태양전지는 결정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TFT LCD와 반도체 산업일지라도 모바일 LCD와 비메모리 반도체는 중대형 LCD와 메모리 반도체와는 사업 특성이 다르다. 중대형 LCD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자본 집약형의 장치 산업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반면, 모바일 LCD와 비메모리 반도체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 능력,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한 빠른 대응 능력 등이 사업의 핵심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중대형 LCD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선두기업들이 모바일 LCD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 모바일 LCD는 Sharp, Hitachi 등 일본 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는 Intel, Infinion, Qualcomm 등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2세대, 3세대 기술의 경우, 아직까지는 주 수요 산업이 발전 단지와 루프탑 등 발전 사업에 국한되어 있어 1세대 결정질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향후에는 태양전지를 적용한 휴대폰이나 모바일 충전기와 같은 소형 기기를 비롯하여 자동차 등까지 수요 산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모바일 LCD나 비메모리 반도체처럼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 역량과 기술 차별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이처럼 태양광 산업의 경쟁 구도는 기술 세대에 따라 결정질 對 차세대 기술의 경쟁이 아닌, 각자의 세그먼트에서의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다. 결정질과 박막형, 유기 태양전지 등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 태양광 기업들은 1세대 결정질과의 치열한 경쟁보다는 신규로 형성될 수요를 바탕으로 매출 확대와 안정적 수익 구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 밸류체인별 대기업 위주의 재편, 수평분업화
2008년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당시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300달러를 상회했고, 그마저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새롭게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원료의 수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직계열화를 지향했다. 특히 삼성, 한화, 웅진 등 국내기업과 Yingli, JA Solar 등 중국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가 진행되었다. 삼성은 MEMC와 폴리실리콘 관련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한화는 중국의 태양전지 기업인 Solarfun을 인수하여 이를 중심으로 폴리실리콘, 웨이퍼 등을 수직계열화 했다. 중국 기업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Yingli Solar는 사업 초기부터 잉곳, 웨이퍼에서 모듈까지 수직계열화한 모습이었고 생산능력 확장도 동시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직계열화보다 수평분업화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수직계열화의 효과가 감소하고 있고, 수직계열화를 위한 최소 투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 등 원료의 수급과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고 모듈 가격도 한계점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수직계열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수직계열화보다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원가 절감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수직계열화를 진행중인 기업에서 수직계열화 정도를 축소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중국의 JA Solar는 2010년부터 수직계열화를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태양전지 중심으로 하고, 잉곳/웨이퍼 등은 외부 수급 불안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영역에는 섣부른 진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수직계열화의 일환으로 폴리실리콘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Hemlock, Wacker 등 폴리실리콘 전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 부분의 매각 등을 고려할 가능성도 높다. 물론 과점화로 인해 원료 수급의 안정성 및 수익성 확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폴리실리콘 기업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안정적 고객 확보가 중요한 사업 성공의 요인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 일례로, TFT LCD의 밸류체인을 살펴보면, 액정은 독일의 Merck가 독점하고 있고 유리 역시 코닝과 아사히글라스 등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패널 기업이 섣불리 수직계열화를 추진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태양광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한 기업이 전 밸류체인을 경제성이 확보되는 규모로 가지고 가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태양전지를 기준으로 최소 1GW 수준의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폴리실리콘도 최소 10,000톤 이상 투자를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럴 경우, 밸류체인 별로 조 단위 이상의 투자비가 필요한데, 신규 기업이 수직계열화를 위해 전 밸류체인에 투자를 집행하려면 수 조원을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투자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동시에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한 대기업 위주의 과점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첨언하자면, 각각의 밸류체인 내에서의 과점화가 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과점화된 폴리실리콘와 같이, 잉곳/웨이퍼에서의 소수의 강자, 태양전지와 모듈에서의 소수의 강자들이 각자의 밸류체인 영역 안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3. 중국기업 경쟁력, 여전히 유효
JA Solar, Suntech, Yingli Solar 등 중국 태양광 기업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수요의 50% 이상을 생산, 세계 태양광 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각된 상황에서 중국은 전력, 에너지, 상하수도 등 각종 유틸리티 비용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낮은 인건비를 이용하여 유럽 기업 대비 70% 수준의 원가 구조를 달성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지원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신속하게 시행하여 유럽의 태양광 수요 확대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유효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각국의 태양광 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강화가 본격화 되면서 중국기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월, 미국 태양광 업계가 반덤핑 혐의로 중국을 제소했다. 이유는 중국 정부가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기업에게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여 덤핑 수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미국 내 경쟁기업이 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유사한 견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폐쇄적인 인증제를 통해 외국기업들의 수출을 상당 부분 차단하고 있는 등 보호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환경 이슈 해결을 위한 성장 잠재력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고용 효과도 높아 각국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크다. 때문에 보호주의 성향의 규제들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중국기업들은 현지화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듈 조립을 수요지에서 하는 방법을 통해 보복관세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보호주의 강화에 따른 중국기업의 현지화 움직임은 경쟁력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지원과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온 중국 태양광 산업의 현지화는 중국기업이 가지고 있던 강점을 포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각국의 보호주의는 자국 기업의 육성 의지보다는 일단 중국기업의 공세를 막겠다는 소극적 대응이다. 보호주의의 영향으로 중국기업이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있으나, 내수 시장의 정책적 지원 확대를 통해 중국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2009년 발표한 ‘Golden Sun’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내수 시장 활성화가 추진됨에 따라,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중국 태양광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전개될 것이며, 경쟁에서 살아남은 중국기업은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줄탁동기(啐啄同機)’,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다. 지금까지의 태양광 산업을 이에 빗대어 보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노력에 힘입어 성장을 해왔다. 앞으로 태양광 산업의 전개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의 성장과 같을 것이다. 어미닭의 도움 없이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운명이다.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괄목할 만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공급 과잉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투자의 속도 조절과 더불어 신규 수요 창출 및 기술 개발에 힘을 싣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고효율, 저원가의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동시에, 신규 수요 산업의 니즈에 맞는 기술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TFT LCD 사례를 살펴보면, 중대형 세그먼트에서는 저원가가, 모바일 세그먼트에서는 해상도와 두께 등이 핵심 요구 사항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결정질은 당분간 고효율/저원가 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차세대 태양전지는 니즈 기반의 다양한 기술 개발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플렉서블 기기에 맞는 플렉서블 태양전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시장을 읽는 눈과 마케팅 역량이 요구될 것이다. 지금까지 태양광 산업은 발전사업자와 모듈 기업의 B2B 사업이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마케팅 역량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태양광 충전 휴대폰 등 소비자와의 거리가 좁아지는 어플리케이션이 증가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통찰력도 승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선행 투자와 기술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설비와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쟁력이 없어 사업을 접는 기업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업의 인수 합병이나 기술 구매를 통해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보다 쉽게 목표로 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2~3년은 태양광 기업에게 견디기 힘든 시기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예전처럼 정부의 보호를 기대할 수도 없다.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산업이 환골탈태하는 시기를 겪어야 태양광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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