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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엔저만으로 극복 어려운 일본 수출부진의 교훈'

일본경제가 플러스 성장세 유지, 기업 수익 확대, 물가상승과 디플레 탈출, 실업률 하락, 고용 호전 등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에 육박하는 엔저에도 불구하고 2013년의 일본 수출은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주요 분야에서 감소하였으며, 거의 모든 지역에 대한 수출이 부진을 보였다. 이러한 일본의 수출 부진에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요 제조업에서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장기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일본제조업은 미국에서 탄생한 단순 대량생산 모델을 혁신하면서 다품종 유연 생산 시스템을 창조하여 1970년대 이후 세계시장을 석권해 왔지만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의 IT화와 글로벌화로 인해 이러한 일본 제조업의 경쟁우위가 약해졌다. 제조업의 IT화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 반면, 세밀한 가공능력이라는 일본의 강점이 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약해졌다. 이러한 충격이 적었던 일본 자동차 산업의 수출은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지만 전자산업의 수출경쟁 우위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또한 선진국시장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해 왔던 일본기업이 신흥국 시장의 비중 확대라는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데 실기한 측면도 있다. 최근에는 일중 외교마찰이 일본기업의 대중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해외공장 확대와 이들의 현지 부품 조달 확대 속에서 일본 본국의 신제품, 신사업 창출의 부진으로 인해 해외생산과 수출의 동시 확대라는 선순환도 약해졌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하면 일본 수출이 단기간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개선되고 있는 일본기업의 수익성이 점차 경쟁력 강화 전략에 활용되면서 중기적으로 수출이 호전될 여지가 있다. 일본기업이 강점 분야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경쟁력의 기초를 만들어 나가려는 전략도 인프라, 특수소재, 첨단기계, 바이오 의약품, 차세대 자동차 등에서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다. 

우리기업으로서는 일본 수출산업이 절정기에 도달한 이후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해져왔던 구조적 원인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기존 산업의 고도화와 새로운 성장산업의 육성, 소재·부품을 포함한 제품 이노베이션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기술 주도의 산업발전 구조의 정착이 중요하다. 전자 산업 이외로의 IT화의 확산과 산업기반기술로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 확대로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의 확충,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의 강화 등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1. 엔저에도 부진한 일본의 수출
2. 일본 산업의 변화로 본 수출 부진 원인
3. 일본 산업의 잠재력과 경쟁력 회복 노력
4. 시사점
 
  

1. 엔저에도 부진한 일본의 수출 
  

2013년 수출물량 감소, 사상최대 무역적자 

작년 한 해 동안 20% 정도에 달하는 대폭적인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물량은 전년도에 비해 1.5% 감소하고, 계약통화 기준 수출액도 10.2%나 줄었다. 무역수지 적자가 1,199억 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엔저 효과로 점차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금년 1월에도 일본 수출물량은 전년동월비로 0.2% 감소하고 월간 무역적자는 2조 8천억엔이라는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세계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일본 수출이 전년비로 플러스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과거의 엔저 시기처럼 수출이 활발해질 것인지는 불확실한 실정이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기업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엔고기에 코스트가 상승해도 수출물가를 올리지 못하는 반면, 엔저기에도 수출확대를 위해 수출물가를 크게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1980년대 및 1990년대의 경우 엔고기에 코스트 상승분을 어느정도 수출물가에 반영한 후 엔저기에는 코스트 하락에 힘입어 수출물가를 인하하는 패턴이 뚜렷했지만 이러한 패턴이 2000년대 이후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에 일본기업들이 엔고에도 불구하고 수출 물가를 크게 올리지 못해 왔던 것은 수출가격을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 환경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며, 그만큼 일본 제품의 차별적인 경쟁력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리먼쇼크 이후의 엔고 과정에서 일본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엔고에서 엔저로 바뀌어도 일본기업은 과거 엔고기의 물가를 기준삼아서 엔화 하락률만큼 수출가격을 낮추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 중소기업을 포함한 일본 주요 수출산업의 영업이익이 엔저와 함께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의 절대수준은 리먼쇼크 이전시기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 상태이다. 전자산업 등 생존을 위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업종도 있다. 

제조업 제품 수출 감소세 지속 

물론 품목별로 보면 엔저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광물성연료는 계약 통화기준으로도 뚜렷하게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화학산업 수출은 전체적으로는 소폭 감소했지만 에틸렌, 벤젠, 파락실린 등 기초원료의 경우는 합성수지나 의약품 등과 달리 14%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일본정유 공장이 축소 및 폐쇄 추세에 있는 데다 일본 화학기업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에틸렌 생산 등 기초원료 분야를 축소하고 있어 지속적인 수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조선 분야의 경우 2013년 수출실적에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선박 수주 계약이 79.8% 증가한 1,461만톤을 기록했다(일본선박수출조합 발표치). 엔저에 힘입어 한국, 중국과 가격경합이 가능해지면서 일본기업들이 선박 수주에 활발하게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조선기업들이 과잉설비에 따른 코스트 부담이 크고 한국,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수주 물량의 절대 수준은 아직 낮다. 자동차의 경우 수출대수가 2013년 연간으로 2.7% 감소했지만, 월별로는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전년동월비 증가세로 바뀌는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대미수출은 호조를 보이겠지만 동남아로의 수출이 다소 부진하고 대중국 수출의 경우 양국 정치외교마찰의 악영향이 지속될 전망이다. 

철강재의 경우 수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엔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수출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최대기업인 신닛테츠스미킨 등이 아시아 지역에 건설해 왔던 현지 공장이 가동되어 수출여지가 적은 데다 아베노믹스의 공공투자 확대 정책으로 일본 내수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 수출물량 확보가 쉽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전기전자 분야의 경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TV, Tablet PC 등에서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에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스마트폰 수입이 급증해 일본의 전체 무역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완성품과 달리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전자부품 수출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여 왔으나 애플 등 고급 스마트폰의 판매 둔화, 중국제 부품 사용 비율이 높은 중국계 저가 스마트폰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등이 일본 전자부품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 샤프가 희소금속을 활용한 고화질 디스플레이(IGZO)를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인 샤오미 등에게 대량 수출할 것으로 보이는 등 일본 전자 부품 기업들이 중국기업 개척에 나서고 있어 향후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보일 것인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2013년에는 거의 모든 지역에 대한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일본기업이 수출 확대에 주력해 왔던 동남아 지역의 경우도 감소세를 보였으며, 중국의 경우 정치 및 외교적 갈등으로 인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까지 겹쳐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대미 수출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으며, 셰일가스 개발용 고급 철강재, 특수 화학제품 등이 확대되고 있다. 
  

2. 일본 산업의 변화로 본 수출 부진 원인 
  

주요 제조업의 수출 경쟁우위 약화 추세 

2012년 이후 지속된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이 뚜렷하게 늘어나지 못한 것은 구조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엔고기에도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고 엔저기에도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많지 않을 정도로 일본 수출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5>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무역특화지수로 본 주요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수출우위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기기계 분야는 자동차 산업에 비해 수출경쟁력의 하락세가 급격한 실정이다. 전기기계에서는 중전기기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음향 및 영상기기, 전자부품, 통신기기 등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 휴대폰 산업의 약화로 통신기기의 수입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전기기계 전체의 수출경쟁 우위성이 약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부품과 함께 완성차의 수출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주력해 왔던 모습을 볼 수 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자동차 부품에 비해 완성차의 수출우위성이 떨어졌으나 그 후 일본 자동차 산업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제품 이노베이션 노력 등을 통해 완성차의 수출우위성을 높여 최근에는 오히려 자동차 부품을 능가하는 수출우위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 전자산업은 부품 분야에 특화하여 완성품을 수입 조달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 환경을 감안하여 단기적으로 최적의 대응책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그 결과 중장기적인 제품 이노베이션의 기회가 감소하고 결국 전자 부품 자체의 수출경쟁 우위성도 점차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화학, 철강 등은 수출 우위성이 다소 높아졌 지만 화학의 기초소재인 에틸렌 생산시설의 축소 추세, 철강재 생산 기반의 해외이전 추세로 인해 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 양 산업의 2013년 수출금액(계약통화 기준)은 과거의 최대 수출 실적대비로 화학이 8.3%, 철강이 15.7% 적은 실정이다. 취약한 범용 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개선하는 획기적인 프로세스 기술의 혁신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수 소재 분야의 강점이 점차 부각되고 있어서 이 분야의 수출경쟁력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화학 산업의 경우 정보전자 소재, 친환경소재 등의 개발이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철강 분야에 비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 및 수출 확대 여지가 큰 상황이다. 

의약품 등의 정밀화학은 여전히 부진한 실정이며, 인구고령화와 함께 수입이 급증하면서 수입특화 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2013년 의약품 분야의 무역적자가 183억 달러를 넘는 등 국제수지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일본은 정밀화학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구미 각국에 대한 캐치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제조업의 IT화, 신흥국의 도전이 일본 수출산업에 부담으로 작용 

제조업의 글로벌 트렌드 변화도 일본 제조업 수출경쟁력의 전반적인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일본 제조업은 1908년에 생산을 개시한 미국의 T형 포드차로 대표되는 규격화된 단순 모델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혁신하면서 유연한 고품질 다품종 생산시스템을 통해 1970년대 이후 세계시장을 석권해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다품종유연 생산 시스템을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이 모방한 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IT와 제조업의 융합화가 진행되어 일본의 세밀한 가공 노하우의 강점을 약화시켰다. 

반도체의 집적도 향상 등 IT 부문의 코스트 절감으로 인해 각종 설계의 자동화, 설계 정보의 글로벌한 교류 촉진, 각종 자동화 기계의 코스트 절감 및 정밀도 향상 등이 이루어지면서 제조업의 기반기술 분야에서 일본기업 고유의 노하우와 기술력의 우위성이 약해진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의 금형산업의 경우 고도의 숙련 기술자 없이도 컴퓨터를 통한 설계와 자동화된 제조 기계를 활용하면서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다양한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 전자 기기 분야에서는 제품 구조 자체의 모듈화가 진행되어 조립 공정 자체가 단순화되고(사진 참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져 일본기업이 세밀한 제조능력을 통해 차별화를 인정받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제조업의 IT화와 글로벌화를 통한 제조 시스템의 혁신은 전자 분야에서 선행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일본 전자산업이 자동차 산업에 비해 보다 빠르게 수출경쟁 우위성이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자분야 내에서도 TV 등 IT화와 모듈화가 빠르게 진행된 분야에서 일본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빨랐던 반면 모듈화나 자동화에 아직 한계가 있어서 고도의 숙련 기술자에 의존하고 있는 중전기기는 상대적으로 수출우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7>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세계수출시장에서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의 수출점유율도 하락하고 있으나 일본의 하락세가 심한 편이다. 미국은 IT부문의 경쟁력 강화로 인해 2000년 중반 이후에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의 하락세가 거의 멈춘 상태이며 오히려 상승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시장 환경 대응 지연 

신흥시장의 부상이라는 세계경제 구조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지연된 것도 일본의 수출 부진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에서 신흥국의 비중이 높아져 왔으며, 세계경제 성장기여율 측면에서 보면 신흥국이 2000년대 초반에 선진국을 능가하여 최근에는 2배 이상의 격차가 나고 있다. 

일본의 수출은 오랫동안 선진국 중심구조였다. 2000년대 이후 신흥국 비중이 높아졌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일본은 신흥국시장 비중의 상승이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장세가 빠른 신흥국 시장에 대한 일본의 수출 비중이 크게 높아지지 않아서 그만큼 수출 확대에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특히 BRICs 중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시장에 대한 일본기업의 본격적인 현지 내수시장 진출이 늦어져 가전, 자동차 등에서 현지화에 주력했던 한국기업 등과의 격차가 확대했다. 

일본도 2008년 리만쇼크 이후 신흥국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흥국의 중산층 시장을 볼륨존이라고 지목하여 적극적인 개척 의지를 보여 왔으나 아직 그 성과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로 인해 대중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중국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으로 일본의 대중 수출은 작년 기준으로 전년동기비 10% 이상이나 감소했다(<그림 10> 참조). 일본은 그동안 유지해 왔던 대중 수출 제1위국의 지위를 엔저에도 불구하고 2013년에 한국에 내주게 된 셈이다. 정치적 요인 이외에도 중국의 대규모 건설 붐이 주춤하는 등 중국 성장 패턴의 변화에 따라 일본이 강한 건설기계나 인프라 분야의 대중 수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각 지역에 기술적 강점을 가진 중견·중소기업이 많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기업들이 거대한 일본 내수시장에 안주하고 적응하기가 어려운 신흥국 등의 수출시장 개척에 상대적으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점차 경쟁력을 상실한 측면이 있다. <그림 1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출형 중소기업의 경우 내수형 기업에 비해 원래 생산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수출확대 및 글로벌화 과정에서 생산성이 더 한층 높아져 내수형 기업과의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아시아의 고립된 공업국가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면서 소재, 부품, 조립 과정을 일본 내에서 모두 완결할 수 있는 One Set형 시스템을 갖추었다. 일본 내부 조달 비율이 높아 수출의 부가가치가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이러한 내수지향성이 오히려 일본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제약시킨 부작용도 있었다. 일본의 One Set형 제조업의 경쟁력은 1990년대 초반 최고조에 달한 이후 계속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제조업이 부상했지만 일본 제조업은 One Set형 구조에 고착되면서 동아시아 및 세계 제조업의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공동화 압력 가시화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이 확대되지 않는 원인으로 해외생산의 확대에 따른 수출대체 효과도 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생산대수는 500만대 늘어 1,580만대에 달했지만 일본내 생산대수는 150만대 줄어 994만대에 그쳤다(일본경제신문, 2013.1.15). 전자산업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초반에 TV, 오디오 등 각종 제품의 해외생산 비중이 80%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물론, <그림 1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본의 수출액은 해외생산액의 확대와 함께 늘어나는 패턴을 보여 왔기 때문에 해외생산의 확대가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우 일본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조사 결과(일본 경제산업성, 해외사업활동 기본조사 등)에서도 나타나듯이 일본기업들이 신흥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기 위해 현지 제품 모델의 개발, 현지 부품 조달의 확대에 나서고 있어서 일본으로부터의 소재 및 부품 수출의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품 조립 분야의 해외 이전과 일본으로부터의 소재 및 부품 수출전략이 점차 현지 조달형 글로벌 경영으로 변화한 반면, 일본 본국에서는 스마트폰과 같이 신제품,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이 부진함에 따라 수출과 해외생산의 선순환이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각종 핵심 소재 및 부품을 일본 공장에만 의존하는 것은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의 안정화를 위해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일본기업뿐만 아니라 해외기업에게도 확산되었다. 일본의 소재 및 부품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아시아 각국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는 사례가 확대되었다. 이러한 일본기업의 서플라이체인 재편이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이 쉽게 늘어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일본 산업의 잠재력과 경쟁력 회복 노력 
  

제조업의 수익성 개선 

이상과 같이 일본 수출산업의 경쟁력과 탄력성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기업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봐야 할 부분은 일본 제조업의 수익성 변화이다. 

일본기업은 엔저에도 불구하고 제품단가를 크게 낮추지 않고 일단 수익확대와 경영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기업이 엔저로 인한 가격인하 요인을 언제 수출가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할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호전되고 있는 이익구조로 인해 일본기업들의 수출시장 대응 여력과 미래 경쟁력 확대를 위한 투자 여력은 분명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본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1년 3분기의 2.8%에서 2013년 3분기 3.9%로 개선되고 있다. 아직 전반적으로는 과거의 수준을 회복 못한 상황이지만 개선 추세가 뚜렷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세계적인 호황기 때의 이익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vs. ‘일본기업’의 글로벌경영 

2장에서 일본 수출 회복의 부진 요인으로 지목된 일본기업의 해외생산 확대는 일본의 수출 부진 요인은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일본기업’의 경쟁력 약화 요인은 아닐 수 있다는 측면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일본기업은 <그림 12>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본국으로부터의 수출액을 훨씬 넘는 규모로 해외생산을 확대 중에 있다. 해외생산 비중이 워낙 커기 때문에 수출이 부진해도 일본기업의 글로벌 경제에서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는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2000년 이후 10년 동안 일본제조업의 국내수출증가율은 연평균 4.8%였으나 해외생산증가율은 연평균 7%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의 조사에서는 <그림 13>과 같이 일본기업의 해외투자/일본내 투자 비율이 2013회계연도에 오히려 소폭 상승해 일본기업이 엔저에도 불구하고 해외생산 비율을 줄이지 않고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면서 수익력과 경쟁력의 향상이 동반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이 자동차 산업이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일본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단순히 수출로 볼 때 보다 그 경향이 더 뚜렷하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00년 중반이후 일본 본국 생산은 150만대 줄었지만 세계전체 생산을 합한 규모는 350만대가 늘었다. 지난해로 볼때도 일본의 자동차 수출은 연간 단위로 감소했지만 일본기업의 해외생산은 2.7%(1~9월 기준) 늘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자동차 시장에서 일본기업의 점유율은 2011년 이후 다시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단순히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고 전자, IT, 통신, 2차전지, 소재 등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거의 모든 차세대 성장 산업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산업 회생의 파급력은 앞으로 커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처럼 수출의 정체 혹은 부진을 일본기업의 경쟁력과 직접 결부시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달라진 정책,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이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정책만으로 일본 수출산업을 부양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어느때 보다 적극적인 일본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이 일본기업의 노력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은 예전보다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본의 기업과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어 왔지만 그때와 다른 것은 이미 기울어진 산업을 지원하기 보다는 강점이 있는 산업분야에 포커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적극적인 부흥과 미래 성장 분야에 주력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코이즈미 정권 하의 초엔저기에는 한국에 역전 당한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산업을 부활시키는 전략을 중시하는 등 쇠약해진 산업의 구조조정과 지원에 주력해 왔던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의 전략은 과거와 방향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4. 시사점 
  

최근의 엔저와 아베노믹스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제조업 분야에서 단기적으로 일본의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차세대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기업이 부활하면서 한일 제조업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우리 주력 수출 상품 분야에서 당장 극심한 한일 간 가격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엔저 등에 힘입어서 일본기업이 차세대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경우 기존 제조업의 구조도 혁신되면서 일본기업의 역습이 점차 강해질 수 있다. 일본기업은 막대한 규모에 달하는 해외생산 체제를 기초로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고 이러한 글로벌 전략과 본국의 신사업 전략을 연계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경쟁력의 재구축에 나서고 있다. 일본기업의 부활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일본의 수출경쟁력 약화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기존 산업 분야의 고도화와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관련 산업의 소재 및 부품 경쟁력 강화와 함께 최종 조립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제품 이노베이션의 기회를 발굴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일본의 내수지향 기업의 부진을 교훈 삼아 소재 및 부품을 포함한 제품 이노베이션의 모든 부문을 국내에서 하겠다는 폐쇄성을 지양하고 글로벌 분업의 효율성과 신흥국의 잠재력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지속적인 제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면서 해외현지 생산과 수출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기업의 대응이 늦어진 제조업의 IT화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인 만큼 각 제조업에서의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전자 산업 이외로의 IT화의 확산과 산업기반기술로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 확대로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의 확충,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의 강화 등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조업의 경우 현장 엔지니어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었으나 모방 단계에서 벗어나면서 점차 과학기술 주도의 산업발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의약품 분야의 부진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과학·공학계열의 고등교육 입학자 수는 거의 독일과 비슷하지만 박사 학위 취득자수는 독일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그림 17> 참조). 

일본이 2000년대 들어서 젊은 인력의 발탁과 교육을 소홀히 한 것이 중장기적 경쟁우위의 약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때 결국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의 인재에 대한 투자와 지속적 교육을 통한 차별화된 부가가치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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