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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1~2013년 중국시장 1등 브랜드의 판도 변화'

글로벌 기업들에게 있어 중국은 ‘어렵더라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중국 시장 내 1등 브랜드 지형도의 변화는 이 시장의 판세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축도다. 중국기업브랜드연구센터(中国企业品牌研究中心)가 공개하고 있는 ‘C-BPI(China-Brand Power Index)’ 즉, 중국 브랜드 파워 지수의 분석을 통해 중국 내 브랜드의 판도와 판도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중국에서의 시장 판세는 토종 로컬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소형가전, 백색가전을 비롯해 인터넷 서비스업 전반을 로컬의 강자들이 점령해 가는 추세다. 또한, 1등과 2등 브랜드 간의 격차가 줄었고, 1등 브랜드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도 심화됐다. 이 와중에 선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확고한 1등을 계속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계 기업들이 여전히 중국 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3년 사이 독일과 한국계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C-BPI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밀워드브라운사가 발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Top 100’의 순위와 비교해 보면, 글로벌과 중국 시장에서 잘하는 P&G 지멘스 BMW, 글로벌도 나름 잘하지만 중국에서 더 잘하는 폭스바겐 KFC 등의 기업이 눈에 띈다. 이들 성공 기업들의 공통점은 중국을 단순히 생산 기지로 보지 않고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로컬 기업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의 기술과 품질을 보유하고,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인재에 대한 현지화는 물론 중국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남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 목 차 > 

Ⅰ. 세계 제2의 소비 시장
Ⅱ. 중국 시장에 통하는 1등 브랜드
Ⅲ. 글로벌 기업 유형별 성공 사례
Ⅳ. 맺음말
 
  

Ⅰ. 세계 제2의 소비 시장 
  

중국 경제의 둔화, 외국 기업에 대한 혜택 축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을 떠나는 기업(’07년 NEC, ’08년 산요, ’11년 베스트바이, ’12년 AES 등)도 속출했다. 그러나 새로 진출하거나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기업들도 생겼다. 중국 시장을 등지고 나갔다 다시 재진입한 기업들(’12년 베스트바이, ’12년 에릭슨, ’13년 월풀 등)도 있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은 현실적 어려움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원바오(溫飽)’형에서 ‘샤오캉(小康)’형으로 

수년 내 중국은 미국 시장에 이어 세계 제2의 소비 시장 규모가 된다. 지난 3년간 민간 소비가 1조 2,000억 달러 증가해 미국(1조 3,000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고, 2015년에는 전체 소비 시장(민간+정부)마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한다고 한다(<그림 1> 참조). 

최근 각종 연구기관에서 제시한 전망치들을 보면 중국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긴 했지만 추가 성장 잠재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예컨대, 맥킨지 보고서는 중국의 고급 소비재 시장의 매출 규모가 2010년 13조 2,100억 위안에서 2020년 114조 위안으로 9배 가량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난징 등과 같은 1~2급지 대도시 거주자들의 소득 증대로 인한 고급 소비재 시장 성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한편, 3~4급지 도시들의 도시화 진전에 따라, 중소규모 도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소비 업그레이드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기본 의식주 충족 위주의 ‘원바오(溫飽)형’ 소비 패턴이 풍요롭고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샤오캉(小康)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2008년 ‘멜라닌 분유’, ‘폐기물 기름’ 사건 등 식품 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디탄주(低炭族: 환경친화적 생활)’, ‘러훠주(乐活族: 웰빙형 생활족)’ 등 신개념의 웰빙족도 속속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품질과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 관련 글로벌 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 경향이 높아지기도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중인 가전제품, 스마트폰, 자동차 등의 내구 소비재의 경우 세계 수요의 상당 부분을 중국 시장에서 소비할 전망이다. 일례로, FPD TV 수요의 23%, 스마트폰 수요의 33%, 자동차 수요의 29% 가량을 향후 수년간 중국이 소비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참조). 

또한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더 많은 사업 기회들이 중국 시장에 잠재해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중국은 도시화에 따른 부작용 해소, 노령화 대비, 환경 오염 등 골치 아픈 이슈 해결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7대 전략성신흥산업(신재생 에너지,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에너지 절약·환경 보호, 첨단 장비 제조, 차세대 IT 및 바이오)’을 육성해서 GDP 대비 비중을 2010년 3.8%, 2015년 8%, 2020년에는 15%까지 제고할 계획이다. 이 모든 것이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일 수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브랜드 지형도로 보는 시장 판세 

하지만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장의 판세를 이해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브랜드 지형도 변화를 통해 중국인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는 어떠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도 필요하다. 브랜드는 사전적 의미로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와 차별화시키고, 소비자가 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각, 느낌, 경험 및 신뢰를 통해 형성되는 통합적 감정’이라고 정의된다.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 이름을 잘 지었거나, 멋진 로고와 상징 기호의 수준을 넘어선다. 기업 전체의 밸류 체인, 즉 제품 기획, 연구 개발, 생산, 마케팅, A/S까지 총체적인 경영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 부분 기업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차별화된 활동을 전개하는가의 선행 혹은 후행적 평가 지표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브랜드 가치, 선호도 및 이미지 등이 시장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현재 기업이 얼마나 사업 및 경영 활동을 잘 하고 있는지,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성공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해 가야 할 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해 줄 수 있다. 
  

Ⅱ. 중국 시장에 통하는 1등 브랜드 
  

중국 시장 내 1등 브랜드의 지형도 변화는 중국기업브랜드연구센터(中国企业品牌研究中心)가 조사해 발표하는 ‘C-BPI(China-Brand Power Index)’ 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였다. C-BPI란 중국 소비자가 사용하거나 소유한 상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 및 충성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계산된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다. 매년 전국 30개 도시 15세~60세 중국인 13,500명을 대상으로, 3개 산업(내구 소비재, 일용 소비재, 서비스), 11개 제품군, 28개 제품 영역, 170개 세부 제품 분야에 속하는 총 7,600개의 브랜드가 조사된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차 조사가 이루어졌다. 여기서는 이미 공개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치 자료를 기준으로 중국 시장에 통하는 1등 브랜드의 지형도 변화 양상을 파악하였다(<그림 3> 참조). 

중국 토종 로컬 기업들의 약진 지속 중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을 견인했던 원동력의 하나는 90년대 초 개혁개방 초기부터 몰려든 외국계 기업들이다.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부터 첨단 제조,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나타난 또 하나의 현상은 중국 토종 기업들의 급부상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글로벌 기업들과의 합작, OEM 생산 및 협력사 관계를 맺으며 조용히 기초 체력을 다져오더니, 최근 들어 무섭게 독자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또한,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다양한 지원 등 홈 그라운드 텃세를 이용해 더욱 빠르게 글로벌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내 1등 브랜드 지형도의 첫 번째 변화는 중국의 토종 로컬 기업들의 지속적인 약진 현상이다. 구체적으로 개별 제품별 상위 5위 안에 포진된 로컬 브랜드 비중은 글로벌 브랜드를 전체적으로 앞섰다. 2011년 대비 2013년 로컬 브랜드의 산업별 증가 추세는 내구 소비재 산업이 7%p(’11년 51% → ’13년 57%), 일용 소비재 산업이 1%p(’11년 54% → ’13년 55%),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서비스 산업의 경우 2%p 하락한 결과를 보이지만, 절대 수치는 평균 85%를 차지하고 있어, 1~2%p의 증감은 크게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보기 힘들다(<그림 4> 참조). 

산업별로 좀 더 구체적인 변화 양상을 살펴보자. 우선, 내구 소비재 산업에서는 로컬 기업들이 ‘가정용품 및 가구’ 영역의 상위권 브랜드 포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11년 65% → ’13년 75%)해, 상위권에 속한 4개 브랜드 중 3개가 로컬 기업의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가전’ 제품 영역도 과거 대비 10%p 가량 약진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디지털 카메라와 비디오 제품에서 캐논과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일부 제품군을 제외하면, 백색, 흑색 및 소형 가전 분야의 로컬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하이얼(海尔, Haier)은 냉장고와 세탁기에서, 꺼리(格力, Gree)는 에어컨에서 각각 1등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습기, 전기주전자, 청소기 등 소형가전 제품군은 메이디(美的, Midea), 지오양(九阳, Joyoung), 야두(亚都, Yadu), 팡타이(方太, Fotile) 등이 제품별 1등은 물론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필립스만이 전기다리미 1등을 내주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소형가전 제품군은 로컬 기업들이 점령했다. 그리고 전체 상위권 브랜드 점유율은 2013년 현재 76%를 기록 중이다. 아울러, ‘정보통신’ 제품군에서의 로컬 기업의 약진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직은 절대 비중 자체가 크지 않지만, 2011년 10%에 불과하던 것이 2013년 37%로 로컬 기업들의 상위권 진입 현상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일용 생활용품 산업의 경우, 로컬 기업들이 약간 우세 상황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브랜드 지형이 형성되고 있는 반면, 서비스 산업은 중국 로컬 기업들의 압도적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해외 기업들이 진출하기 힘든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도소매업’이나, ‘인터넷서비스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뒤늦게 외국 기업에 개방된 금융서비스업의 경우 AIG만이 생명보험 분야에서 6~7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나마 도소매업의 경우,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 분야에서 KFC가, 대형슈퍼마켓에서 월마트가 1등을 하고 있다. 한편 인터넷서비스 분야의 3강, 텐센트(腾讯, QQ), 바이두(百度, Baidu), 타오바오(淘宝, Taobao)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 지고 있는 모습이다. 백신 서비스, 인터넷 서점, 채용 포털, 혼인 소개 사이트 등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로컬 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에도 중국 로컬 브랜드의 약진은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만일 지금보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이런 현상은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서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다. 일례로 밀워드브라운사가 매년 내놓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Top 100’을 보면, 2006년에는 ‘중국이동(中国移动, China Mobile)’ 만이 순위권 안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2013년에는 10개의 중국 기업이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비록 8개가 거대 국유 기업(중국이동 10위, 중국공상은행 16위 등)이지만, 민간 영역에서도 인터넷서비스 기업 2개, 즉 ‘텐센트(腾讯, QQ)’와 ‘바이두(百度, Baidu)’가 각각 21위와 33위에 올랐다. 아직까지는 하이얼(海尔, Haier) 등 전통 제조 기업이 순위권 내에 진입하고 있지 못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민간 제조업 영역에서도 국가대표급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는 점을 감안 시 중국발 글로벌 브랜드가 글로벌 차트를 점령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산업별로 주목할 만한 중국의 토종 로컬 기업들 

그렇다면, 중국의 토종 로컬 기업들 중 주목할 만한 기업들은 누구일까? 대상 기업의 선정을 위해, 3년 혹은 2년 연속 1등 브랜드를 보유한 75개 로컬 브랜드 가운데 C-BPI 점수가 높고, 2등 브랜드와의 점수 격차가 크면서, 다수의 제품 분야에서 1등 브랜드를 보유하였거나, 연속 1등은 아니지만 신규로 1등 브랜드로 급성장한 로컬 기업들을 산업별로 10개씩 선정하였다. 다만, 분석 과정에서 매우 높은 순위를 나타냈던 핑안은행(平安, Pingan), 중국이동(中国移动, China Mobile) 등 국유 기업들은 배제하였다. 그 결과는 <표 1>과 같다. 이미 글로벌 Top 브랜드 순위에 오른 중국 인터넷 강자, 바이두(百度, Baidu), 텐센트(腾讯, QQ), 타오바오(淘宝, Taobao) 등이 눈에 띈다. 또한 최근 샤오미(小米, Xiaomi) 같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모습 

지난 3년 사이, 중국 시장 내 1등과 2등 브랜드 간 격차는 전반적으로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과 2013년 3개 산업별 1등 브랜드의 C-BPI 점수를 같은 제품 분야 2등 브랜드와 비교하여 1등과 2등 간의 격차를 확인해 보았다 ‘2등 대비 50% 이상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압도적 1등 브랜드’, ‘25~50%의 보통 수준의 격차를 보이는 브랜드’, ‘25% 이내의 근소한 점수 차이를 보이는 브랜드’, 3개의 집단을 구분해 분석해 본 결과, 서비스 산업을 제외한 내구 소비재와 일용 소비재 산업은 전체적으로 1등과 2등 브랜드 간의 C-BPI 점수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내구 소비재는 1등과 2등 간 25% 이하의 근소한 점수 차이를 보이는 제품 분야가 11.4%p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얘기는 이 쪽 산업군에서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언제라도 상위권 내의 지각 변동이 이루어지기 쉽고, 1등 유지를 위해서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중국 로컬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서비스 산업의 경우, 최근 1등과 2등 브랜드 간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는 압도적 1등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2013년을 기준으로 온라인쇼핑몰의 타오바오(淘宝, C-BPI 728점), 검색엔진의 바이두(百度, C-BPI 794), 컴퓨터백신프로그램의 360안추엔웨이쓰(360安全卫士, C-BPI 746점) 등이 절대 강자로 등극하며 2등과의 점수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일용 소비재 산업은 평균적으로 30% 수준의 격차를 보인다. 하지만 타 제품군 대비 의류패션잡화 영역은 전체적으로 격차가 15%를 넘지 못해 압도적 1등 브랜드 없이 여러 제품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시장이라고 판단해 볼 수 있다. 반면, 아기용피부관리 제품은 1등 존슨앤존슨(C-BPI 718점)과 2등 로컬 브랜드 바오바오진쉬(宝宝金水, C-BPI 353점) 간 점수 격차가 두 배에 이를 정도(104%)로 크게 벌어진 경우도 있다. 시장 내 경쟁이 전반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내구 소비재 산업의 경우, 자동차타이어에서 미쉘린(C-BPI 630점)이 1등으로 2등인 브릿지스톤타이어(C-BPI 390점)보다 61% 가량 큰 격차를 벌렸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평균 25% 수준 내외이고, 15% 이하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제품 분야도 많다. 세탁기, 휴대폰, 차량용 네비게이션, SUV, 경차, 가습기, CD 플레이어 등 총 8개 제품 영역에서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5> 참조). 

날로 치열해지는 1등 브랜드 쟁탈전 

그렇다면, 1등 브랜드 쟁탈전의 양상은 어떠할까? 분석 결과, 지난 3년 간 산업군 내 자신의 제품 분야에서 1등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내구 소비재 84.8%, 일용 소비재가 77.4%, 서비스업이 83.7%로 나타났다. 즉, 일용 소비재 산업에서 1등이 교체될 확률이 22.6%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이다(<그림 6> 참조). 1등 브랜드가 바뀌거나 엎치락 뒤치락 공방전을 보이는 32개의 제품 분야 중 17개가 일용 소비재 산업에서 나왔다. 일례로, 가루비누(P&G Tide → 유니레버 OMO → P&G Tide), 바디샴푸(P&G Safeguard → 유니레버 Lux → P&G Safeguard), 보습제(따바오 → P&G Olay), 선케어(P&G Olay → 띵자이 → P&G Olay) 등은 위생용품 및 화장품 제품의 절대 강자인 P&G와 유니레버, 로컬 브랜드 기업 간 1등 브랜드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사탕(따바이투 → Alpenliebe), 아기분유(다농 Dumex → 베이인베이 → 다농 Dumex), 보온병(타이거 → 락앤락), 식초(헝샨 → 하이티엔), 안약(보쉬롬 Runjie → 썅리앙), 기능성 음료(Redbull → 산토리 Mizone) 등이 1등 브랜드가 바뀌었다. 

내구 소비재의 경우, CD플레이어, 벽도료, 페인트, 가스렌지, 태양열온수기, 학습기, 휴대폰 등의 제품 분야에서 1등이 바뀌었는데, 이 중 휴대폰은 스웨덴의 노키아를 밀어내고 한국의 삼성이 중국 내 1등 브랜드로 부상했다. 아울러, 서비스업의 경우, 가전전문매장, 대형슈퍼마켓, 까페체인점, 온라인게임, 숙박 및 혼인소개사이트 등에서 1등 브랜드가 교체되었다. 이 중 가전전문매장은 꿔메이(國美電器, GOME)를 쑤닝(苏宁电器, Suning)이 제쳤고, 대형슈퍼체인은 월마트가 까르푸를 앞질렀다. 스타벅스는 대만계 까페체인인 우에시마에 밀리는 모습도 목격된다. 

힘겹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선전도 이어지는 양상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로컬 기업들의 브랜드 상위권 진입 러시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1등 브랜드만 놓고 보았을 때는 어떠할까? 상위 5위권의 폭넓은 기준으로 볼 때보다, 1등 브랜드만을 고려한 기준으로 볼 때 내구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은 전체적으로 로컬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편이다. 하지만 내구 소비재의 경우 전체 1등 브랜드 가운데 글로벌 기업 비중은 2011년 36%에서 2013년 39%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상위 5위권을 기준으로 로컬 기업의 약진에 영향 받아 7%p 가량 하락했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하락해 힘겹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선전도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가정용품이나 가구 제품 영역에서는 급격히 하락폭을 키운 것(50% → 27%)에 비하면, 자동차전기차 제품 영역은 50%에서 63%로까지 상승하여 글로벌 기업의 약진 현상도 나타난다(<그림 7> 참조). 

한편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1등 브랜드 열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국 로컬 기업의 1등 브랜드 보유 수준은 전체 90%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으로 49개 서비스업 분야에서 글로벌 브랜드는 미국계 KFC와 월마트, 말레이계 팍슨백화점, 대만계 바오따오 안경점과 우에시마 까페체인 고작 5개뿐이다. 반면 일용 소비재 산업은 상대적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1등 브랜드를 차지하며 선전을 펼치고 있다. 2011년 54%에서 2013년 57%로 상승했고 상위 5위권 내 포진 비중보다 훨씬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생활용품 제품군에서는 2013년을 기준으로 글로벌의 1등 브랜드 점유율은 81%나 된다. 유니레버, 존슨앤존슨, 콜게이트, 필립스 및 P&G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위생용품, 화장품 등의 제품 분야에서 중국 내수 시장 장악력을 유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P&G는 12개 제품 영역에서 다양한 멀티 브랜드로 선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글로벌 기업들 

중국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면서 지속적으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와 그 브랜드를 소유한 50개 기업을 산업군 별로 선별해 보았다(<표 2> 참조). 적어도 C-BPI 브랜드 조사에서 3년 혹은 2년 이상 연속 1등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 가운데, 높은 C-BPI 점수를 보유하고 2등 브랜드와의 점수 격차가 크면서, 다수 제품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기업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정했다. 일부 기업들은 연속 1등은 아니지만, 신규로 1등 브랜드로 급부상하거나, 꾸준히 브랜드 순위가 상승한 기업들도 포함하였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P&G, 존슨앤존슨, 유니레버 등이 눈에 띈다. 특히, P&G는 중국 내 글로벌 기업들 중 압도적 1등 기업의 하나다. 10개의 멀티 브랜드들이 지속적인 1등 브랜드를 유지했고, 다양한 제품 영역에서 상위 5위권 안에 든 횟수는 무려 73회나 된다. 그 다음으로 폭스바겐, KFC, 네슬레 등이 사랑 받는 것으로 나온다. 전체적으로는 일용 소비재 관련 기업들의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BMW, 아우디 등 독일계 자동차 회사들이 내구 소비재 산업에서 눈에 띈다. 이는 최근 독일 기업들의 중국 시장 내 약진 현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Ⅲ. 글로벌 기업 유형별 성공 사례 
  

글로벌 기업 중에는 중국 시장에서 더 크게 성공하는 기업이 있고, 세계 시장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 <그림 8>에 정리된 것처럼, 잘 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들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중국 내 1등 브랜드 50 기업’과 밀워드브라운사가 발표하는 ‘글로벌 Top 100’의 순위를 상호 비교해 선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잘하고, 중국 시장에서도 모두 잘하는 유형 1’에는 P&G, 유니레버, 로레알, 지멘스, 필립스, BMW 등이, ‘글로벌도 나름 잘하지만 중국에서 더 잘하는 유형 2’에는 KFC, 폭스바겐 등이 있다. 또한, 글로벌은 나름 하는데 중국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 유형 3은 월풀, 벤츠, 일렉트룩스, 산요 등이 있다. 추가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주목해 볼 만한 성공 기업들은 IKEA와 하니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기업 중 P&G, 폭스바겐, 월풀, 하니웰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선정된 기업 중 지멘스, KFC, IKEA에 대해서는 ‘척박했던 중국 시장을 옥토로 바꾼 글로벌 기업들(LG Business Insight, 2014.3.19)’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유형 1. 글로벌 및 중국 사업 모두 잘하는 기업: P&G 

P&G는 ‘마케팅사관학교’, ‘미국인의 자존심’이란 닉네임이 따라다니는 글로벌 최고의 종합생활용품기업이다.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도 잘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도 독보적으로 사업을 잘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출발부터 경쟁사와 다른 선택 시도 

P&G는 1988년 광저우의 허치슨왐포아와 조인트 벤쳐로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첫 제품으로 출시한 것은 샴푸 브랜드인 Head & Shoulder였다. 당시 유니레버 등 다른 경쟁사들은 이미 다른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진출 시 크게 재미를 보았던 세제나 비누 제품 출시에 집중했다. 그러나 P&G는 통념을 깨고 샴푸를 첫 출시 제품으로 결정했다. 애초 P&G도 다른 경쟁사들과 비슷하게 합성세제 Tide 출시를 고려 중이었다. 하지만 P&G는 이미 중국 시장 진출 3년전부터 광저우에서 시장 연구를 시작했고, 시장 조사 결과, 중국 소비자들은 세제를 고를 때 성능을 크게 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다. 오히려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는 외모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점을 읽어냈다. 당시 Head & Shoulder는 고가로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제품 출시 첫 해에 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고, 5년치 성장 목표를 2년만에 달성했다.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행동 

P&G는 고객 수요 파악을 위한 조사 기법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기부터 광범위한 시장 조사를 실시했다. 그 이유는 철저히 고객 관점으로 제품을 출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예를 들어, Olay를 출시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피부 보습보다 미백을 우선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미국 본사에 미백 성능을 추가하라고 요청했다. 미국 관리자들이 이에 회의적이었지만, 설득을 통해 미백 제품을 출시하여 매출액과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한편, P&G는 중국 저소득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파악하고 저가격 제품을 공략했다. 초기에는 고급 브랜드 제품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으나, 점차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이 정체하자 높은 가격이 구매의 걸림돌임을 감지해 냈다. 이에 따라 2003년에 글로벌 차원에서 처음으로 ‘동일 브랜드에 가격이 다른 두 개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즉 동일 브랜드이지만 제품 성분이나 포장 방법, 디자인 등이 상이한 두 개의 제품을 다른 가격대에 출시한 것이다. 예컨대, 양치용으로 소금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을 겨냥해 ‘저가형 식염 치약’을 내놓는 한편, 부유층을 상대로는 ‘차 향이 나는 고급형 치약’을 시판한 것이다. 그 결과 P&G의 Crest 치약이 당시 시장 리더였던 Colgate 치약을 제치고 시장 선두로 부상했다. 지금도 P&G는 매년 방대한 시장 조사를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제품과 인재의 현지화,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해외 시장 진출 시, 항상 꼽히는 성공 포인트의 하나는 현지화이다. P&G도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화를 장기 과제로 남겨두는 것에 비해, P&G는 일찍부터 유능한 인재의 확보와 육성을 위한 인력 현지화에 나섰다. 물론 초기에는 미국 인력을 파견하여 경영관리 기법과 P&G의 전략을 전파하는 데 주력했으나, 빠르게 현지인들에게 경영을 책임지게 한 것이다. 1991년부터는 중국 최초로 현지 유명 대학을 순회하면서 ‘캠퍼스 리쿠루팅’을 통해 직접 인재를 채용했다. 당시 광둥 지역 기업들의 평균 임금이 120~180위안이던 상황에서 파격적으로 400위안을 제시함으로써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역량을 향상시켰다. 특히, 리더급 인력의 현지화를 위해 ‘중국 비지니스 리더’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인 핵심 리더 육성에 박차를 가했다. 또 하나, 제품 현지화를 위한 노력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P&G는 사업 초기부터 광저우에 현지 R&D센터를 세웠고, 중국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에 정성을 쏟았다. 앞서도 언급한 Olay가 중국에 현지화된 전형적인 제품이다. 이후 P&G는 1998년 베이징으로 R&D센터를 확장 이전하여 현지화 제품 개발은 물론 중국에서 글로벌향 제품까지 개발하고 있다. 200여명의 연구원 가운데 80%가 중국인이고, 2010년에는 베이징에 두 번째 R&D 센터를 오픈했다. 

중국 정부와의 좋은 관계도 무시 못해 

중국과 같이 정부주도형 국가에서 외자계 기업이 정부와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사업 경험이 풍부한 P&G는 중국 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중국 진출 초기부터 지역 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1996년 학교 설립을 지원하는 ‘희망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벽지에 76개 학교를 세워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 정규 교육의 혜택을 주었으며, 최근까지 200여개의 학교 설립을 도왔다. 또한 빈곤층 퇴치, 양극화 해소 등 중국 정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방향의 친사회적 활동을 앞서서 추진한다는 것도 P&G가 정부와의 우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또한, 2006년 P&G는 중국 상무부가 농촌시장유통시스템 건설을 위해 추진한 ‘1만개 촌, 1천개 향의 시장공정((万村千乡市场工程)’에도 참여해 상무부를 도왔다. 이 과정에서 상무부의 도움 아래 더욱 넓은 농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유형 2. 글로벌보다 중국에서 더 잘하는 기업: 폭스바겐 

개혁개방이 시작되자, 상하이 지방 정부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 유치에 나섰다. 전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에게 투자를 위한 초청장을 보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GM의 경우, ‘중국은 아직 자동차가 필요 없고, 투자 조건도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달랐다. 당시 잘 나가는 일본 자동차 회사와 승부해 보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의 생산 기지가 필요하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선발자의 이점 누리기 

상하이에서 1985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폭스바겐은 2001년까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로운 성장을 거듭했다. 연평균 중국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했다. 가장 큰 성장의 이유는 중국 ‘첫 번째 승용차 생산 기업’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출발한 ‘선발자의 이점(First-mover Advantages)’를 충분히 누린데 있다. GM 등의 거절로 자존심이 상해 있던, 상해 지방 정부는 자연스럽게 폭스바겐에 호의적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정부 원조도 끊이지 않았다. 당시 상하이폭스바겐이 처음으로 생산한 산타나는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았고, 정부의 관용차로 쓰이면서 ‘국민차’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었다. 

최상의 품질 유지와 장기적 관점 견지 

중국에서 높은 품질의 상품을 선보인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폭스바겐이 진출하자마자 중국 정부는 폭스바겐의 모든 차종을 중국에서도 생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좋지 못했던 중국의 공업 인프라 상태와 기업의 품질 제일 원칙을 고려할 때,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중히 거절했다. 다른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에 끌려 가는 모습을 보였다면, 폭스바겐은 최상의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생산 인프라가 원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정부가 기다려 줄 것을 충분히 설명해 중국 정부를 설득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90년대 후반부터는 다양한 차량을 생산하고 일부 차량의 부품은 중국에서 조달했다. 최상의 품질유지를 위해서라면 정부의 요구도 막아낼 수 있는 철저함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계기로 작용했다. 만일 폭스바겐이 단기적 이익만을 바라보았다면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폭스바겐은 합자 후 초기 5년간 얻은 모든 이윤을 생산 기술 확보, 혁신적 설비 확충 등 생산 인프라 개선에 쏟아 부었다. 눈 앞에 이익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중국 시장에는 더 큰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바꿔야 할때는 확실히 변화할 줄 아는 유연한 전략 수정 능력 

그 동안 폭스바겐은 ‘상하이폭스바겐’과 ‘이치폭스바겐’ 두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펼쳤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중국 승용차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2003년, 중국 내 폭스바겐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자국 시장인 독일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때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2004년 생산설비 과잉, 유가 상승 등의 문제로 중국 승용차 시장이 한파를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하이/이치 폭스바겐 모두 중국 승용차 시장의 가격 전쟁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가격 인하를 시행하지 않았다. 또한, 중국 승용차 시장의 주요 고객이었던 관용차와 비지니스 차량에서 개인 승용차 시장으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현장의 중국인 관리자들로 부터, ‘이대로 가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폭스바겐은 이를 귀담아 듣고, 빠르게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2004년 5월 ‘폭스바겐차이나그룹’을 설립하여, 중국 사업을 하나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차이나는 발빠르게 전략을 수정해 갔다. 2005년 10월부터 베이징 올림픽을 이용한 마케팅을 시작했고, 동시에 10여개나 되는 새로운 개인용 승용차 모델들을 중국에 선보였다. 이와 함께 생산 혁신도 시도했는데, 신상품 생산비용을 40% 줄였고, 판매 네트워크 개선을 통한 재고 혁신으로 이윤율도 높였다. 이 외에도, 폭스바겐은 여러 신상품들과 새로운 기술들을 발 빠르게 중국에 도입하고, 중국 본토에 적합한 승용차를 개발하여, 중국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수요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폭스바겐은 2006년에는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그림 9> 참조). 

유형 3.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 월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산요, 일렉트룩스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상실한 바 있다. 이 중에서도 월풀은 글로벌 사업은 전체적으로 잘하는 편이지만, 유독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글로벌 포춘 500에 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백색가전 제조업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미국 기업의 중국 사업 실수 백과사전’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최근 2013년 8월 월풀은 산요중국법인을 인수하고 다시금 중국 시장에 도전 중이다.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 

1994년 처음 월풀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대부분의 실수는 중국 시장과 중국인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 냉장고의 경우, 월풀은 이미 ‘無프레온’ 냉장고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직 낙후된 중국에 이런 고급 기술을 적용할 필요 없다’는 판단으로 이 기술을 적용한 냉장고를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1년 뒤에 가전 매장에는 로컬 업체들까지 ‘無프레온’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 낭패를 보고 말았다. 또 월풀은 고품질 유지를 위해 베이징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원재료를 무조건 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고집을 피웠다. 이 때문에 월풀 제품은 품질은 좋지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제품 전략도 번번히 실수를 보였다. 월풀은 중국 회사들이랑 합자한 후에는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전 스타일(“작고 정교한 디자인”)은 만들려 하지 않고, 자기가 갖고 있는 미국식 가전 스타일(“굵고 크고 육중한 디자인”)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합자 파트너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자만 

중국측 합자 파트너에 대한 이해 부족도 월풀이 고전했던 또 하나의 이유다. 90년대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모두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중국 내 기업하고 합자 방식을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월풀은 합자 파트너에 대한 경영관념, 기업문화, 합자동기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합자를 진행한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시작부터 갈등이 생겼다. 게다가 세계 최강 가전 업체란 자만심을 버리지 못해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세탁기 사업은 상하이쉐시안(上海水仙洗)과 1995년 합작했는데, 당시 상하이쉐시안이 보유하고 있던 유통망을 무시하고, 새롭게 유통망을 구축하는데 투자했다. 게다가 미국 월풀이 가진 최고의 세탁기 관련 기술을 중국 시장에서는 적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1999년까지 3억 위안의 적자를 내고, 계속 실패를 겪다가 결국 2009년 세탁기공장을 패쇄하기에 이르렀다. 

고질적인 대기업 병 

1998년 월풀은 3천만 위안으로 광저우시안화전자레인지(广州蚬华微波炉公司)의 65% 지분을 인수해 중국 시장에 다시금 도전했다. 회사는 90년대 전자레인지 시장 1등 로컬 기업이었다. 합자 후, 서로의 장점을 잘 이용하면 향후 커지는 중국 전자레인지 시장을 완전히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풀은 이 기회마저 놓쳤다. 이번에는 의사결정이 느린 고질적인 대기업 병이 문제가 되었다. 예컨대, 시장 공략을 위해 시급을 다투는 ‘마케팅 기획’이 실행되려면, 먼저 홍콩에 있는 월풀 지사에 보고한 후, 그 다음에는 미국 월풀 본사로 보내 심사를 통과해야만 했다. 모든 과정이 끝나는데 2~3개월이 걸렸다. 어떤 설비 투자 건은 1년 6개월이나 걸렸다고도 한다. 이런 식이니 시장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Ⅳ. 맺음말 
  

글로벌 기업들에게 있어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 둔화로 중국은 외국계 기업들이 사업하기 정말 힘든 곳이다. 중국이 사업하기에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과거보다 더 역동적인 사업 기회들이 잠재해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은 이 시장의 판세 변화를 제대로 읽고, 이 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안착한 기업들과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들의 특징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본 분석을 통해 최근 3년 간 중국 시장의 1등 브랜드 지형도 변화를 살펴 보면, 토종 로컬 기업들의 약진이 지속되고 있고, 기업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면서 1등 쟁탈전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선전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눈에 띈다. 그리고 여전히 확고한 1등을 계속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계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점령한 상황 속에서 최근에는 독일과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분석 결과를 통해 또 하나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기업들은 확실한 1등이 아니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1등을 하지 못하고 상위권에만 있는 기업들은 로컬 기업의 약진으로 점점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1등을 유지한 글로벌 기업은 쉽게 그 자리를 내주지 않는 현상도 목격되기 때문이다. 산업별로 보아도, 내구 소비재나 일용 소비재 모두 확고한 1등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만이 지속적으로 이 시장에서 1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내구 소비재 산업은 빠르게 시장의 포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최첨단 가전이나 프리미엄 제품군을 제외하면 더 이상 차별화가 힘든 상황이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을 홈 그라운드의 로컬 기업보다 잘 할 수 있는 외자계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원가우위를 뛰어넘는 확실한 차별적 우위가 없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로컬 기업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멘스나 필립스 같은 기업들이 일부 소형가전과 냉장고 제품에서 선전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컬 기업이 따라 올 수 없는 기술과 품질 우위로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용 소비재 산업도 마찬가지다. 생활용품, 의류, 화장품 등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신제품이 출시되더라도 쉽게 로컬 기업들이 모방해올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런데, P&G나 유니레버 등은 일용 소비재 시장에서도 로컬 기업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끝까지 1등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P&G, 폭스바겐, 하니웰 등의 사례는 철저한 현지화 노력과 고객 관점에서의 생각과 실행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해 준다.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사업을 이끄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로컬 기업들을 압도하는 기술과 품질, 제품과 서비스로 무장하지 않으면 이 시장에서는 언제라도 도태될 수 있다. 또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밑바탕에 녹아 있어야 한다. 월풀이 중국 사업에서 잦은 실패를 반복한 이유를 보면,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과 글로벌 최강자라는 자만이 어떻게 실패로 이어지게 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으로, 하니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중국 시장은 ‘생산 기지’를 넘어 ‘제2의 내수 시장’으로, 더 나아가 중국으로부터 전 세계로라는 ‘East to West’ 현상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IBM, 듀폰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글로벌 밸류 체인 전체를 중국으로 통합시키고 이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M은 2006년 글로벌 구매 본부를 뉴욕에서 선전으로 이동했고, 2008년에는 상해에 R&D센터를 확장했다. 화학기업 듀폰은 2013년 들어 미국 본토보다 더 큰 R&D센터의 운영을 시작했다. 중국 R&D센터에서는 최근 태양광 및 신형 자동차 분야까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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