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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화학산업 ‘M&A 3.0’, 새로운 경쟁구도 만든다'

글로벌 화학업계에서 M&A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화학산업 M&A가 자본시장의 유동성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산업계가 주도하는 새로운 M&A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변화가 더딘 화학산업에서 M&A는 산업 경쟁구도를 빠르게 재편시키는 촉매 역할을 해왔다. 90년대 후반에 진행된 M&A(‘M&A 1.0’)는 에너지, 화학, 제약으로 다각화된 화학기업들의 다각화 구조를 해체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이후 화학기업들은 전문화 및 사업별 통합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업간 과잉 경쟁구조가 완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2000년대 중반에 진행된 M&A(‘M&A 2.0’)에서는 중동기업들의 약진으로 범용사업에서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석유화학 사업 구조조정이 집중 추진되었다. 이후 석유화학 산업은 중동·중국 기업과 서구 석유화학 통합기업 중심의 경쟁구도로 재편되었다. 

한편 최근 부상하고 있는 M&A(‘M&A 3.0’)에서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선재적인 사업구조 재편’이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의 저성장 전환과 셰일혁명 등 불확실성 확대로, 차별화가 가능한 미래형 사업구조로 재편하려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캐시카우 역할의 우량 스페셜티 사업을 매각하고, 미래형 소재 신사업을 인수하거나 강화시키는 경향이 뚜렷하다. 산업의 경쟁구도에서는 중동 및 아시아 후발기업들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매각대상 스페셜티 사업들이 장기적으로 이들에게 인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산업계도 산업환경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말하지만, 구체적 대응에서는 아직 과거와 크게 다른 모습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현재 사업구조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목 차 > 

1. 글로벌 화학산업의 주요 M&A 트렌드
2. 화학산업 M&A의 향후 전개 방향과 영향
3. 한국 화학기업의 과제
 
  

화학산업은 변화가 더딘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한번 장치를 설치하면 수십년 가동이 가능하고, 수요도 안정적이다. 산업재와 소비재에서 골고루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 측면에서도 급격한 기술변화보다는 기반(Platform) 기술에서 출발한 지속적인 개선이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화학산업의 특성으로 볼때 경쟁구조도 경쟁력의 우·열위에 따라 점진적인 변화는 있지만, 짧은 기간에 크게 재편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과거 화학산업의 경쟁구도 변화 과정을 보면, 단기간에 큰 경쟁구도 재편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대부분 중요한 테마를 가진 M&A 열풍이 존재했고, 대형 메이저 기업들이 M&A 활동을 주도하면서 경쟁구도가 크게 바뀌는 결과로 이어졌다. 

근래 화학업계에서는 다시 M&A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지속가능한 성장에 위협을 느끼는 화학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사업재편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쟁력과 수익성은 괜찮지만, 미래를 담보할 핵심(Core)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업을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할 기회라고 인식하는 화학기업들도 있다. 여기에 2000년대 중반부터 화학산업 M&A의 중요한 주체로 부상한 사모펀드(PEF)들도 매각, 매수 양쪽에서 M&A 시장 열기를 높이고 있다. 즉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M&A 참여 의지가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M&A에 대한 관심이 실제 거래로 활발하게 이어질 경우, 향후 글로벌 화학산업의 경쟁구도는 또다시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본 고에서는 과거 화학산업 경쟁구도 재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M&A 돌풍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근래 부상하고 있는 M&A 트렌드의 특징과 산업 경쟁구도에 미칠 영향 및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글로벌 화학산업의 주요 M&A 트렌드 
  

국내에서 M&A는 특정 기업 또는 사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을 때 진행되는 이슈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M&A를 보면, M&A는 기업 경영에서 일상적이면서 중요한 전략실행 방식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선진 화학기업일수록 M&A가 가장 중요한 전략 실행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최대 화학기업인 BASF의 경우 매출이 2001년 330억유로(약 47조원)에서 2010년 640억유로(약 92조원)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중 M&A에 의한 매출성장이 110억유로(약 16조원)에 이른다. 성장의 35%가 M&A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화학기업 매출 순위 2위인 Dow Chemical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매출 순위 5위인 SABIC(사우디 국영 석유화학 기업)은 M&A에 의한 매출 성장이 50% 이상이다. 

화학산업 M&A 1.0 ; 다각화 구조 해체 

화학산업의 경쟁구도를 재편하는 M&A 1.0은 90년대 후반에 집중 추진되었다. 90년대초까지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화학과 제약사업을 병행하면서, 에너지 사업까지 보유한 기업들이 다수 존재했다. 당시 화학기업들은 ‘화학’ 기술과 관련된 모든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업영역 확대 및 지역기반 확장을 통한 성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90년대 화학기업의 사업 환경은 녹녹치 못했다. 선진국 시장의 성숙화로 산업 성장이 크게 둔화되면서 ’91년부터 10년간 산업 출하액 성장률이 연평균 2%대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메이저 기업들간의 다각화 확장 경쟁으로 사업 전반에서 경쟁이 심화 되고, 사우디와 동아시아지역 후발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범용 사업에서 누리던 과점 경쟁구조가 위협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M&A 및 매각·분사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 M&A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다각화된 사업구조의 해체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 방향은 에너지와 화학, 제약사업을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재편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BASF와 Dow는 제약사업 대부분을 정리했고, Hoechst와 Rhone-Poulenc(롱프랑)은 화학사업을 분사·매각 했으며, DuPont은 석유/가스와 제약을 매각하고 추후 석유화학사업까지 분사시키는 사업구조 혁신을 실행했다. 

또하나의 트렌드는 사업별 대형화다. 우선 석유산업에서 사업별 대형화가 두드러지게 진행되면서 이들 기업이 보유한 화학사업의 대형화 및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화학산업 내부에서도 사업 분야별로 대형화를 위한 M&A가 활발하게 추진되었다. 대표적으로 Exxon과 Mobil, BP와 Amoco 등 석유 메이저의 합병으로 이들의 화학사업도 초대형화되었고, BASF와 Shell이 주도한 유럽 범용플라스틱 통합기업인 Basell이 설립되어 세계 최대 폴리올레핀 기업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화학산업은 M&A 1.0의 결과로 90년대 다각화된 종합화학기업들의 경쟁구도에서 2000년대에는 사업구조와 전략방향이 차별화된 세 메이저 그룹, ① 종합화학 지향의 BASF와 Dow ② 석유 메이저 ③ 스페셜티 화학기업들의 경쟁구도로 재편되었다. 

화학산업 M&A 2.0 ; 석유화학 구조조정 

화학산업의 경쟁구도를 바꾸는 M&A 2.0은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2차 M&A의 배경은 1차 때와는 달라졌다. 산업 수요는 2000년대 이후 크게 개선되었지만,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급등하면서 원료가격 불안정성이 커졌다. 또 중동의 화학기업들이 차별적 원료(Feedstock) 경쟁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면서, 장기적으로 범용 석유화학 사업에서 선진 화학기업들의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따라서 화학산업의 M&A 2.0은 석유화학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는 화학산업 전체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LGERI 주간경제 2007.7.11 “석유화학 M&A 열풍, 산업 경쟁구도 바꾼다” 참고) 

M&A 2.0의 가장 큰 방향성은 탈 석유화학이다. 수익 변동성 축소와 후발 기업과의 코스트 경쟁 회피를 추구하면서, 서구 기업들이 대거 석유화학사업을 분사 또는 매각했다. 대표적으로 BASF와 Shell이 50%씩 지분을 보유했던 Basell이 사모펀드에게 매각(2005) 되었고, Bayer은 석유화학사업을 분사시켜 Lanxess를 설립(2005)한 후 상장했으며, DuPont도 석유화학사업을 매각(2004)하고 석유화학산업에서 철수했다. 심지어 석유 메이저인 BP도 석유화학사업을 분사시킨 후 매각(2005)하여 다른 석유 메이저와는 다른 행보를 나타냈다. 

또하나의 변화는 사모펀드가 화학사업 M&A에 대거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90년대까지 화학산업 거래에서 사모펀드가 인수한 거래비중이 10% 미만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 20% 이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04년에는 34%에 이르기도 했다. 특히 화학산업의 M&A 2.0에서 주목받는 초대형 거래에서 사모펀드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Basell을 인수한 Access Industry, BP의 석유화학사업을 인수한 Ineos, DuPont의 석유화학사업을 인수한 Koch Industries 등 가장 관심이 모아진 주요 M&A 거래의 상당 수가 사모펀드에게 인수되었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석유화학사업은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고, 사업 재정비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으며, 향후 경기 호황기에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에 기인한다. 

M&A 2.0의 결과로 글로벌 화학산업은 초대형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사업이 글로벌 메이저로 급부상하는 판세로 바뀌었다. 반면 사업고도화를 추구하던 화학기업들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범용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바이오, 페인트/코팅 등 특정 스페셜티 사업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로 재편하면서, 기업 규모는 축소되지만 해당 사업에서는 더욱 과점적 메이저로 전문화 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2. 화학산업 M&A의 향후 전개 방향과 영향 
  

(1) 최근 M&A 시장의 동향 

세계 경제위기 이후 M&A는 글로벌 유동성에 좌우 

M&A 2.0 이후 화학산업의 M&A는 산업계의 중요한 테마 보다는, 자본시장의 유동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는 불투명하고, 원자재 가격은 폭락과 폭등을 반복했으며, 산업 수요와 기업 실적 모두 기대를 크게 상회하거나 크게 하회하는 등 산업의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학산업 M&A는 2011년 사상 최고의 M&A 거래 금액과 거래 건수를 기록했다. 2000년대 화학산업 M&A의 평균 거래금액인 350억 달러의 두배를 넘어서는 800억 달러의 거래금액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400억 달러에 달하는 메가 딜(거래금액이 50억 달러 이상의 M&A) 다섯 건이 만든 것으로, 넘쳐나는 유동성과 ‘커머더티 슈퍼 싸이클’ 기대감의 결과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2011년 3월 워렌 버핏이 최대주주인 버크셔 헤서웨이가 미국 윤활유첨가제 기업 Lubrizol을 104억 달러에 인수한 거래를 꼽을 수 있다. 

2011년 상반기 M&A 최대 거래를 기록한 이후 화학산업의 M&A 거래는 크게 감소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높아진 밸류에이션으로 사모펀드의 매수 의지가 약화되고 산업계 투자자도 공격적 변화를 추진하기에는 미래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M&A 시장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일부 움직임이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 

풍부한 현금보유와 행동주의 투자자 압력으로 M&A 관심 증가세 

최근 화학기업들이 M&A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풍부한 현금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Top 50 화학기업(매출 기준)의 수익성 대비 자본지출 지표를 보면 2004년 이후 많이 벌고, 투자는 적게 한 것이다. 과거 2004년 이전에는 화학기업의 영업 이익률과 자본지출 비율(매출액 대비)은 약 1%p 차이로 거의 비슷한 추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2004년 이후부터는 수익성은 상승한 반면 자본지출 비율은 낮아져서, 최근 9년간의 차이는 3.6%p 벌어졌고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이에따라 현재 글로벌 메이저 화학기업들의 재무여력은 과거 어느시기 보다도 넉넉하게 축적되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사업환경의 결과로, 경영진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적극적 활동도 화학기업의 M&A를 촉진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과거 배당률 조정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재무적 이슈 중심으로 요구했으나, 근래에는 이사회 참여부터 비용구조 개선,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기업 경영에 더욱 전문적으로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에 American Pacific, Ferro, Ashland와 같은 미국 중견 화학기업부터 DuPont, Dow Chemical 같은 대형 화학기업까지도 비슷한 압력을 받고 있다. 2013년 미국 스페셜티 전문기업인 Ashland는 글로벌 사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포트폴리오 리스트럭쳐링 계획을 발표했고, DuPont과 Dow Chemical도 비핵심 사업의 매각계획을 발표했는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2) 향후 M&A 전개 방향 ; M&A 3.0 

향후 화학산업에서 전개될 M&A 3.0의 키워드는 ‘선제적 사업구조 재편’이 될 전망이다. 즉 M&A를 주도하는 선진 화학기업들이 현재의 캐시카우, 양호한 스페셜티 화학사업을 매각하면서 미래형 신사업을 인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산업의 ‘저성장’과 과도한 ‘불확실성’, 후발기업들의 추격이 가까워지면서 차별성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래형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에 기인한다. 또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GE와 DuPont이 이미 5~10년 전부터 전개해 온 사업재편 방향이기도 하다. 

산업 전반의 ‘저성장’과 과도한 ‘불확실성’ 

화학산업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유가 상승과 중국 수요의 고속 성장이 맛물리면서 산업 생산액이 연평균 12.8%라는 매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2012년과 2013년 연속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초고속 성장을 받쳐주던 양 축이 소멸된 결과다. 문제는 현재의 산업환경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는데 있다. 어찌보면 산업 성장의 정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과거 10년간 상대적으로 쉬운 고성장을 누렸던 화학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변화이다. 

또 화학산업의 불확실성이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다. 과거 화학기업 경영의 난제는 큰 경기 변동성을 예측하고 극복하는 것이었는데, 근래에는 불확실성이 훨씬 커졌다. 산업 성장에서 신흥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수요 특성과 경쟁구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셰일혁명으로 원료기반의 변화 방향성도 예측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셰일혁명은 북미 외 지역 화학기업들에게 중요한 난관이다. 2000년대 이후 투자 주도지역이 중국권(동북아)과 중동으로 쏠리면서 성장의 불균형이 커졌는데, 이제는 북미지역까지 공격적 투자에 가담하여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과 중동지역이 외국자본 진출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고, 북미 지역도 기존 기업들의 투자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타지역 기업의 신규투자 여건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결국 상당수 기업들에게 설비투자에 의한 자체 성장(organic growth)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우량한 스페셜티 소재사업 M&A 거래 증가 전망 

최근 화학산업 M&A 시장에 매력적인 스페셜티 사업, 특히 메이저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이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 M&A 거래의 주요 대상은 범용 사업이거나, 스페셜티 사업일 경우에는 시장지위가 약한 사업이 주를 이루었다. 이에 따라 인수기업도 범용 사업은 중동기업과 재무적 투자자(PEF 등), 스페셜티 사업은 경쟁기업이 시장의 과점적 지위를 강화시키려는 전략으로 인수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서구 화학기업들은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비핵심 캐시카우 사업을 매각하여 현금여력을 확보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포트폴리오 재구축(Portfolio realignment)’ 계획을 적극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캐시카우에는 시장 성장률은 평균 수준이지만, 기술 경쟁력 및 시장 지위가 우월해서 상당기간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스페셜티 사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업 수익성과 경쟁력이 양호한 시기에 정리하는 것이, 절차도 순조롭고 유리한 가격 조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2012년 DuPont은 Carlyle Group에게 기능성 코팅사업을 매각했는데, 이 사업은 매출 43억 달러로 고기능 페인트/코팅 시장에서 Akzo Novel, BASF와 함께 3대 메이저로 인정받던 사업이다. 또한 2013년에는 DuPont의 기능성소재 사업, Dow Chemical의 클로린화합물 사업, Rockwood의 염안료 및 수처리첨가제 사업 등 대형 스페셜티 사업들이 구조조정 대상 사업으로 발표되었다. 

미래형 신사업에 대한 인수는 더욱 적극적 

한편 선진 화학기업들은 미래형 신사업 소재(이하에서는 ‘미래형 소재’)에 대한 인수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미래형 소재는 대부분이 아직 도입기거나 성장 초기에 있어서 역량을 확보하고 시장을 개척하면, 상당기간 성장과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미래형 소재에 대한 M&A는 산업 불확실성이 커진 2010년을 전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투자 범위와 규모가 점점 더 커지는 추세에 있다. 특히 최근에는 셰일혁명의 글로벌 확산을 기대하면서 석유·가스 개발 관련 화학제품(Oilfield Chemicals)과 수처리 약품 및 소재도 새로운 미래형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형 소재사업 M&A에 대한 관심은 선진 화학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중국의 후발기업들도 매우 높지만, 실제 인수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장기적 관점의 전략 수립 시스템이 미흡하고, 인수대상 선택과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려우며, 인수 후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할 자체 역량에 대한 확신이 낮기 때문이다. 결국 상당기간 미래형 소재사업에 대한 M&A는 서구 기업들 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IT나 에너지 관련 소재 등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부터 후발기업의 인수 참여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3) 산업에 미치는 영향 

화학산업에서 중동·중국 기업의 주도권 상승 

화학산업 M&A 3.0이 예상처럼 진행될 경우, 산업 경쟁구도에서 중동·중국기업의 주도권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M&A를 주도하는 것은 선진 화학기업들이지만, 그들이 매각하는 사업을 인수하는 주체는 중동 및 중국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사모펀드 등의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자에게 재매각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동·중국기업은 이미 범용 석유화학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갖고 있는데, M&A 3.0으로 스페셜티 사업에서도 영향력이 강화 속도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중동 및 중국기업들은 이미 화학산업 M&A에서 분야를 불문하고 중요한 인수 주체가 되었다. 관련 보고서들에 따르면, 2013년에는 글로벌 화학 M&A 거래에서 중동 및 아시아 기업에게 인수된 비중이 금액 기준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사우디 국영화학기업 SABIC을 선두로, 중국, 이란, 쿠웨이트, 오만 등의 국영기업들이 서구 화학기업의 고부가 사업 인수에 공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 오만오일은 옥소화합물 시장에서 두번째로 큰 기업인 Oxea를 사모펀드 Advent International로부터 24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 기업은 과거 독일 Celanese와 Degussa의 관련 사업이 통합된 기업이다. 오만오일은 Oxea를 인수한 이후 친환경 플라스틱 첨가제와 바이오 첨가제 등 연관 스페셜티 사업을 강화하면서, 중국 등 이머징 마켓 진출 등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국기업의 글로벌 M&A 거래 참여도 눈에 띠고 있다. 2011년 Wanhua Industrial Group과 Chem China, BlueStar 등 중국의 화학기업들은 각각 글로벌 3위의 폴리우레탄원료 기업(BorsodChem), 이스라엘 농화학 기업(Makhteshim Agan), 노르웨이 실리콘 기업(Elkem)에 대하여 총 60억 달러를 투자하여 인수했다. 중국 화학기업들은 M&A를 통해 자국내 중소규모 사업 통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지만, 부족한 핵심 기술을 보완할 수 있는 국외 매물이 있을 때에는 공격적으로 인수에 참여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형 소재의 상용화도 빨라질 듯 

화학산업 M&A 3.0으로 미래형 소재의 상용화도 좀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미래형 소재는 상당수가 벤처기업이나 중소 전문기업의 사업영역이었다. 이때에는 상용화를 위한 공격적 투자와 시장 접촉이 충분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진 화학기업들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소 사업들을 통합시키고,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기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고객과의 협업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주체의 변화로 상용화에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던 소재들의 본격 성장 시기가 한층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3. 한국 화학기업의 과제 
  

화학산업에서는 스페셜티 소재가 범용화 되고, 과점경쟁 구조가 치열한 경쟁 구조로 이전하는 추세가 거의 예외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작아서 과점이 유지되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방향은 늘 같다. 다만 소재산업은 이 과정이 상당 기간을 두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선진 기업과 신흥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시장 지위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화학기업들은 선진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는 신흥 기업의 위치에서 양호한 성장을 실현해왔다. 그러나 최근 성장 정체와 함께 중동과 중국기업의 위협에 이어 셰일 혁명도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원료와 시장 측면에서 경쟁자들에 비해 우위를 가지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위기의 본질에 대한 통찰 필요 

현 시점에서 한국 화학기업에게 글로벌 M&A 트렌드는 중요한 의미를 던져두고 있다. 중동/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경쟁구도 재편에 이끌리게 되면 변방 기업 위치로 밀릴 수도 있고, 한국 화학기업이 글로벌 M&A 트렌드를 주도하고 적절한 사업구조 재편을 실행할 경우 선도 기업 위치에 올라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국내기업 중에서도 글로벌 M&A를 추진할 수 있는 재무여력을 보유한 경우도 여럿 있다. 다만 현재의 환경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가 있다. 

첫번째는 환경변화에 대한 통찰과 한국 기업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에 대해 좀더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중동이나 중국기업의 공격적 투자나, 경기싸이클 하강을 걱정하던 상황과는 분명히 다르다. 한국 기업보다 경쟁 여건이나 역량이 우량한 서구 화학기업들이 왜 매출감소를 감수하면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는지, 또 미래형 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왜 저렇게 장기간 지속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 화학기업의 성장 및 사업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M&A를 좀더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화학기업이 글로벌 M&A에 참여한 것은 2010년 이후 진행한 글로벌 태양광기업, 동남아 석유화학기업, 그리고 서구 전자재료 및 수처리필터 기업 인수가 대표적이다(소규모 M&A와 재매각 사례 제외). 이들 대부분은 인수 후 사업 정상화 단계에 있거나, 최근에 인수한 사업들이다. 이제 막 M&A 경험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은 분명하지만, 경험 부족이 M&A 추진을 주저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세번째는 M&A를 성장을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사업구조 재편의 수단으로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화학기업들은 수십년간 성장 중심의 전략을 지속하면서, 비효율과 대안 없이 방치되는 사업들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사업들을 보유한 상태에서 계속 새로운 사업을 추가한다면,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 전략방향이 모호한 사업구조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과 주주가 동의하는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하게 수립하고, 성장과 함께 합리화 및 효율성 제고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명확한 전략목표와 구체적인 대안에 기반한 M&A 

매킨지는 M&A 관련 리포트에서 성공적 M&A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명확한 전략적 목표와, 목표 실행을 위해 인수사업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구체적으로 계획된’ M&A라고 규정한다. 반면 ‘글로벌 규모 실현, 포트폴리오 보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등 모호한 전략적 목표를 내세운 경우는 성공확률이 낮다고 지적한다. M&A를 통한 과점화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거나 좋은 매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도 유효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한국 화학기업들의 M&A에 대한 인식에서 오류나 편견이 있지 않았는지 고민해볼 만한 지적이다. 

대부분 중요한 산업환경 변화는 기업에게 기회와 위협 요인이 공존해 있다. 근래 전개되고 있는 미국 셰일혁명 영향이나 글로벌 M&A 추세도 두가지 요인이 공존하겠지만, 한국 화학기업의 여건이나 역량으로 보면 위협 요인이 큰 것이 현실이다. 화학산업은 변화가 느리고 변화의 결과가 현실화 되는 데에도 3∼5년의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기에 둔감해질 우려가 있다. 현재 인지하고 있는 위협 요인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전략대안 마련과 적극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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