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보이스피싱)번호 검색
« 2024/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인도 총선, 변화의 물꼬 튼다

■ 경제보고서 ■ | 2014. 4. 29. 23:37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인도 총선, 변화의 물꼬 튼다'

현재 진행 중인 인도 총선은 저성장, 고물가, 실업 등이 선거 쟁점화되는 가운데 집권 UPA-2기 연정에 대한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띠면서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치사회적 변화가 촉발되고 위축됐던 경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세계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인도에서는 지난 4월 7일부터 16대 총선이 실시 중이다. 전체 유권자의 수가 8억 1,500만명에 이르다 보니 9단계(9일)에 걸쳐 5월 12일까지 선거가 치뤄지며, 5월 16일에 동시 개표가 이뤄진다. 이미 6단계(4월 24일)까지 투표가 끝났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지 지금의 무기력한 정치경제 상황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 확실하다. 우선 레임덕 현상이 없어지면서 올스톱됐던 정책결정이 재개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또한 새롭게 집권하는 정당(연합)은 선거전에서 내세웠던 공약들에 기초하여 새로운 정책들을 내놓게 될 것이다. 총선 이후 인도의 변화는 크게 보아 국제정치 역학에 영향을 줄 것이며, 당장 인도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들의 사업환경에도 직접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모디 열풍이 정권교체 바람으로 

인도의 16대 총선을 바라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물론 정권교체 여부이다. 인도에는 양당제가 정착되지 않았지만 연정을 이끄는 2개의 주축 정당으로서 국민의회당(INC)과 인도인민당(BJP)이 존재한다. 이번 총선 역시 이들 2개 정당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현 집권당인 INC는 지난 10년동안 UPA(United Progressive Alliance) 연정 I, II기를 거쳤다. 인도가 지난 1947년에 독립하고 67년이 흐른 지금까지 13년을 제외한 54년간 INC가 지배했을 만큼 INC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지난 5년간 저성장과 고물가, 지속적인 부패와 비효율 등이 부각되면서 INC는 재집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비해 도전자 격인 BJP는 어느 때보다 집권 가능성을 높여가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 2013년 7월부터 구자라트 주총리인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를 차기 총리후보로 결정하고, 그를 중심으로 INC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유권자들을 공략 중이다. 

‘모디 바람(Modi Wave)’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모디의 인기는 높다. 자수성가형 인물로 평가되는 모디는 64세의 정치인으로서 인도 서부에 위치한 봄베이주(지금은 구자라트주) 바드나가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도와 기차역에서 차를 팔았을 정도이니 서민의 애환을 몸소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8살 때부터 BJP당 청년조직인 RSS에 몸담았을 정도로 정치에 일찍 눈을 뗬고, 2001년 구자라트 주총리에 오르기 까지는 묵묵히 BJP 당원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다. 

모디의 인기는 지난 13년 동안 구자라트 주총리를 역임하면서 보여준 추진력에서 비롯된다. 인도 서부에 자리잡은 구자라트 주는 모디 집권 이후 인도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이 빨라졌고,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모디에게도 약점은 있다. 지난 2002년 구자라트 폭동 당시 힌두교도-무슬림이 충돌했을 때 무슬림 학살을 방조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외에도 모디가 기업인들에게 토지분양 특혜를 줬다는 사실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그렇지만 ‘변화’를 기치로 내세운 모디에게 대중은 열렬한 호응을 보이고 있다. 모디가 적어도 경제성장과 발전에는 최적임자가 아니겠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리멸렬한 모습의 집권여당 

모디가 야당의 대표주자로서 각인되고 있는데 비해 집권 여당격인 INC는 지리멸렬한 모습이다. 네루-간디 가문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라훌 간디(Rahul Gandhi)는 명문가의 후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라훌은 귀한 집안 출신으로 서민을 모르는 ‘왕자’로 비유되면서 점수가 깎이는 모습이다. 

현재 라훌은 공식적으로 ‘INC 선대위 대표’이지, 총리후보로 지명되지 않았다. 현재 총리를 맡고 있는 맘모한 싱(Mammohan Singh)은 일찌감치 차기 총리 후보직을 고사했다. 사실은 지난해 10월 라훌 간디가 부패정치인 처리 관련 정부안 통과를 놓고 싱총리에게 모욕을 주고 자신의 존재감을 높였던 바 있다. 이후 싱총리는 침묵을 지키면서 INC와 소원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라훌 간디가 총리후보를 맡아야 하는데 그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다. 총선 이후의 후폭풍때문이다. 만약 총선에서 참패했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할 총리후보는 향후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지난 1월에 라훌이 총리후보가 아닌 선대위 대표로 최종 결정되자, 많은 언론들은 어머니인 소냐 간디 INC 총재가 아들의 정치 앞날을 고려한 것 아니냐고 보도했다. 

INC는 경제실정, 부패 만연, 고용 부진 등에 대한 BJP의 집요한 공격에 쩔쩔매고 있다. BJP는 지난 4월 초에 발간한 ‘거버넌스의 암흑기’라는 문서에서 현 UPA 정권이 독립 이래 가장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INC는 일부 반론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선거돌풍의 핵심인 모디의 개인적 약점을 부각시키는데 오히려 치중하는 형편이다. 

경제실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집권당 

INC의 정치적 곤경은 경제 실정과 부패 스캔들에서 비롯된다. 먼저 경제 실정을 살펴보면 저성장과 물가 불안이 골간을 이룬다. 

지난 2009년부터 오는 5월 31일까지 UPA-II기 정권의 5년 간 집권 기간 중 평균 성장률은 6.7%이다. 지난 UPA-I기 8.5%의 높은 성장률에 비해 훨씬 낮아진 셈이다. 최근 2년 간의 경제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지난 2012/13년에는 4.5% 성장하여 2003년 이후 최악이었고, 2013/14년에도 4.8%로 회복세가 미미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곤두박칠쳤던 2008/9년에도 인도경제는 6.7% 성장했던 바 있다. 

인도 UPA 정권의 당사자인 INC는 세계경제의 부진과 재정부담 증가로 인해 2011년부터 성장이 둔화됐다고 항변한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오직 성장률이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만 부각될 따름이다. 경제 수치에 관심있는 유권자가 아니라면 5개년 평균은 큰 의미가 없다. 당장 GDP 성장률 숫자가 이전보다 낮아졌고 호주머니에 쓸 돈이 없어 소비가 줄었다면 볼멘 소리부터 나오게 마련이다.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2012년 4월부터 1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11.2%까지 치솟았던 물가는 현재 8%대로 안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득 감소와 물가 불안의 영향은 민간소비 둔화에서 잘 나타난다. 민간소비는 지난 2012년 2분기부터 급속히 둔화되어 지난해 2분기에는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래 소득이 불투명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잔뜩 움츠러든 까닭이다. 

상호 비방으로 치닫는 선거전 

경제실정과 함께 BJP가 집중공격하는 INC의 실패는 반복되는 부패스캔들이다. UPA 정권에서 일어난 부패스캔들의 규모가 1천억루피(약 1조 8천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BJP의 주장이다. 정부 인허가 부문인 2G 통신주파수 할당, 석탄 광산허가, 국영기업 매각 등에서 INC의 부정이 개입됐다는 것이다. 

최근 유세에서는 모디가 직접 나서서 소냐 간디의 사위인 로버트 바드라의 부동산 취득 특혜를 공격하고 있다. 소냐 간디의 딸인 프리얀카 간디와 지난 1997년에 결혼한 로버트 바드라는 로얄 패밀리의 지위를 이용하여 하리아나 주의 개발회사인 DLF로부터 여러 가지 부동산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의 재산은 지난 2007년의 500만루피(약 9천만원)에서 불과 3년만에 30억루피(540억원)으로 기하급수학적으로 늘어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JP는 소냐 간디나 라훌을 직접 공격하기 보다는 집안식구의 부패를 들춰내서 간접적으로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셈이다. 

라훌 간디도 모디의 공격에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 없다. 라훌 간디는 모디의 친기업 개발 성향의 구자라트 성장모델을 ‘토피(toffee) 모델’이라고 폄하하고 나섰다. 토피는 사탕을 의미하며 가게에서 잔돈 1루피 대신 주기도 한다. 라훌은 모디가 절친한 기업인 아다니 (Adani)에게 1평방미터당 1루피(사탕 하나 값)를 받고 아랑가바드市만한 면적(300㎢)의 땅을 30억루피에 불하했다고 비난했다. 사실은 이 주장은 틀린 계산에 기초한다. 30억루피를 면적대로 나누면 1㎡당 10루피인데 라훌은 의도적으로 1루피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아다니의 재산은 10년 전 300억루피에서 현재 4천억루피로 13배 이상 늘어나긴 했다.
상호 비방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상이다. 모디는 라훌의 공격에 대해서 애들 같은 태도라고 맞받아쳤다. 라훌이 애들처럼 ‘풍선’과 ‘토피’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중요한 물가와 실업문제에 대해서는 언급도 못한다는 것이다. 모디 자신은 풍선 갖고 놀 나이는 지났다면서 라훌은 이제 무엇을 할 지 보여줘야 한다고 훈수까지 두었다. 

모디에 대한 개인 공격이 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기반한 SP당의 아잠 칸은 모디를 ‘큰 개(Big dog)’라고 지칭하는 문제성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모디는 오히려 개로 불러줘서 고맙다며 나라에 대해 충성하는 것을 의미하냐며 받아 넘기기도 했다. 

뚜렷이 대비되는 경제공약 대결 없어 

상호 비방전이 치열한 가운데 정작 공약 대결은 싱거운 편이다. INC와 BJP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공약 가운데 경제관련 사안들을 보더라도 커다란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BJP가 주도하는 NDA연합이 UPA연합에 비해서 좀더 ‘우파’적이라고 할 정도에 그친다. 복지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BJP의 색채가 우파에 가깝다면, INC는 모두를 아우른다는 뜻의 ‘포용적(inclusive)’이라는 개념을 성장과 개발에 사용하면서 중도좌파로 분류된다. 

사실 INC는 지난 10년간 경제를 책임져 왔으므로 현재 경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안다. 상황은 잘 알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INC가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다. 싱 총리는 영국 옥스포드대 경제학박사 출신 경제전문가이지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실망을 되돌리기 위해 INC도 분발하는 모습이다. 경제공약 가운데 일부는 시한을 명시해 구체성을 더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3년 이내 8% 성장률 회복’, ‘집권 100일 이내 E-biz 프로젝트 시행하여 투자허가 단일창구(Single window) 마련’, ‘향후 5년 이내 전국민의 은행계좌 보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편 BJP는 공약에 대해 침묵하다가 지난 4월 7일 선거시작일에 맞춰서야 발표했다. 화두는 성장과 고용창출이다. 지난 10년간 UPA 정권이 ‘고용없는 성장’을 이뤘다고 비난하면서 구자라트 모델이 인도 전역에 적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물가안정에 대해서는 ‘물가안정펀드’를 설치할 계획이며, 기업부채 증가에 대처하여 은행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부문에서는 단일 ‘국가농산물시장’을 설립하며, 농업 공공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들의 관심이 많은 조세에 대해서는 ‘조세 테러리즘’과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비즈니스계의 걱정을 덜어주고 투자촉진을 위해 조세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주마다 상이한 물품세를 통일하는 GST(Goods and Service Tax)를 도입하고 모든 주를 참여시켜 이해를 조정하겠다는 것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모디 후보가 선거유세에서 내세우는 3대 주요 공약으로 ‘4대 대도시 연결 고속철 건설’, ‘젊은이 대상 고용훈련 강화’, ‘전력난 완전해소’ 등이 있다. 

여기까지는 INC 공약들과 대척점에 서는 사항들은 없다. BJP 공약 가운데 INC와 대비되는 사안은 소매유통 개방이다. BJP는 외국인투자에 대해서 개방을 원칙으로 하되, 멀티브랜드 유통(슈퍼마켓)의 개방은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현 정권(INC)은 멀티브랜드 유통의 외국인지분을 51%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완전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BJP가 정권을 잡게되면 미국의 월마트(Walmart)나 스웨덴의 이케아(Ikea) 등은 아예 슈퍼마켓 형태로는 인도에 진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BJP의 공약집은 뒤늦게 발표되는 바람에 본격적 논쟁거리로 등장도 못했다. 다만 준비기간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공약집이 52페이지에 불과한데다 내용도 빈약하다는 것이다. ‘인도 경찰을 국제적 수준으로 늘리는 전략’이라든지, ‘블랙머니의 인도 환수’ 등은 의도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들로 거론된다. 

여론조사는 BJP 완승 예상 

선거공약으로 승부하기 보다 인물싸움, 바람몰이 등이 중요한 이번 선거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는 최대 관심사이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들은 한 목소리로 BJP의 승리를 예상한다. 승패 여부보다는 BJP가 얼마나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인가에 관심이 더 많은 형편이다. 

INC가 이끄는 UPA연합은 수도 델리를 비롯하여 북인도에서 고전하고, 남부의 안드라프라데시와 타밀나두에서도 안정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BJP와 동맹 정당들은 여러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 4월 14일 발표된 NDTV 여론조사(조사 시점은 4월초)에서도 BJP가 이끄는 NDA연합의 확실한 승리가 예측됐다.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543석 가운데 NDA연합이 275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3월에 조사됐던 NDA 예상 의석수보다 16석이 더 늘어난 것이다. BJP 단독으로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의석수는 226석이다. 예상대로라면 BJP 의석수는 지난 1991년 이래 단일정당의 의석수로는 최고기록이다. 반면 UPA연합은 111석을 얻고, 이 가운데 INC 의석수는 92석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1999년 총선에서 기록됐던 INC 자체 최저의석수인 114석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지역구와 유권자가 많은 인도에서 사전 여론조사나 출구조사가 선거결과를 제대로 맞추기는 쉽지 않다. 지난 15대 총선에서는 선거종료 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UPA연합이 최대 205석에 그친다고 봤지만, 결과는 UPA가 262석을 얻고 NDA연합은 159석에 그친 UPA의 압승이었다. 앞선 14대 총선(2004년 4~5월)은 직전 집권당인 BJP의 승리가 출구조사에서 예측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UPA연합의 승리로 나왔던 바 있다. 

BJP 승리해도 연정 구성 불가피 

NDTV의 지난 4월초 여론조사 결과를 계속 살펴보자. 이에 따르면 BJP와 INC 다음으로 의석수가 많은 당은 서벵갈의 트리나물당(30석), 타밀나두의 AIADMK(22석), UP주의 SP당(14석), 오디사주의 BJD(13석) 등이 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반부패를 기치로 내세워 급부상한 AAP당은 델리에서 1석을 얻는데 그칠 전망이다. 

인도는 넓은 나라이다 보니 지방에서 터줏대감 격의 정당이 존재한다. 낙후된 지역이 되어버린 서벵갈주는 전국 정당인 INC나 BJP의 영향력이 없다. 이 지역에서는 마마타 배너지(Mamata Banerjee)라는 여성 주총리가 이끄는 트리나물(Trinamool)당과 마르크시스트 정당간에 대결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트리나물당은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는 인도의회 특성을 활용하여 연정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행태를 보여 왔다. 

남부 인도의 타밀나두주에서도 드라비다족의 권익을 주창하는 AIADMK와 DMK의 2개 정당이 교대로 집권하고 있다. 서벵갈과는 달리 타밀나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주이지만 남부에 위치하고 인종적으로 드라비다족이 많아서 지역정당이 득세할 여지가 크다. 지역정당들은 자체 의석수는 적지만 과반수가 필요한 연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난 1998년의 12대 총선에서 승리한 BJP 주도의 NDA연합은 18석을 가진 AIADMK의 탈퇴로 인해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결국 1년만에 의회가 해산됐고 1999년에 13대 총선이 치뤄질 수밖에 없었다. 

BJP는 이번에도 22개 군소정당이 포함된 NDP연합을 통해 집권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연정은 태생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지만, BJP와 같은 중심 정당이 의석수를 많이 차지할수록 정권 안정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BJP는 자체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BJP 홈페이지 슬로건 가운데 하나가 ‘272석+’이기도 하다. 

총선 계기로 사회경제적 변화 감지 

선거 결과를 떠나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BJP의 인기몰이에서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인도가 전통적 농업중심 카스트 계급사회의 면모를 빠르게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젊은 층의 확대이다. 지난 2009년 총선에 비해 새롭게 늘어난 1억여명의 유권자는 모두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한 도시화 및 소득증가에 따른 중산층의 확대도 야당에게는 유리하다. 모디는 인도의 신흥중산층을 ‘Neo middle class’라고 부르면서 주요 지지층으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당시 야당이었던 INC가 승리를 거뒀다. 불과 10년 전인 인도의 사회적 면모가 지금과는 달랐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당시에는 하층카스트, 빈곤층, 농민 등이 INC의 복지공약에 맹목적 지지를 보냈다. 농촌에서는 동네의 촌로가 금전에 매수되면 온 주민이 동질적 집단(identity group)이 되어 몰표를 행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지금도 카스트와 종교에 의한 동질성이 중시되지만 젊은이나 도시민들은 적어도 투표에서만큼은 개인화되는 추세이다. 

각종 미디어 발전에 따른 선거유세 형태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인도의 전통적인 선거유세는 트럭에 울긋불긋하고 요란한 깃발과 현수막을 내걸고 확성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TV를 통해 후보자를 접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휴대폰 보급이 높아진 점에 착안하여 신생 AAP당은 텍스트 문자메시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BJP 모디 총리후보가 미디어 활용을 잘해서 ‘마초’ 이미지를 벗고 ‘경제회생자’로 부각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경제살리기가 최우선 과제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의식변화는 정치인들의 각성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보다 나은 소득과 일자리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신정권에서 외면할 수 없을 전망이다. INC나 BJP 누가 정권을 잡든지 2014년 6월을 기점으로 인도의 변화는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올스톱됐던 주요한 정책결정들이 다시 논의되고, 공약 사항들은 새로운 정책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성장과 고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출제조업의 집중적인 육성에 보다 역점이 주어질 것이다. 모디가 총리가 된다면 구자라트 성장모델에 입각하여 외자유치를 동반한 제조업 육성에 보다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에 비해 신정권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FTA 확대는 관세장벽을 없애면서 인도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안착하게 된다면 인도경제는 India ratings and Research사의 전망대로 2014/15년에는 5.6% 성장하고, 내년에는 6% 대 성장세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불확실성이 사라져 투자 및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효과가 작용할 전망이다. 물가는 고질적인 원료 및 식료품 가격불안이 문제이지만 중앙은행(RBI)의 안정화 의지를 볼 때 연말에는 7%대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총선 이후에 대한 낙관론 덕분에 인도 주식시장은 금년 들어서만 4월 22일까지 7.6% 상승했다. 

외국기업에게 긍정적 영향 예상 

총선 이후 인도경제의 미래에 대해 국제사회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누가 되든 이전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는 인도 총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주요국들과 우호적 외교관계를 지속하고 구조적 개혁정책들을 실시할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대만은 BJP 모디 후보의 승리를 바라는 나라로 꼽힌다. 대만의 철강회사인 CSC사가 구자라트 주에 대형제철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진행중에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인도의 앞날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편이다. 지난 4월 15일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총선 이후 새 정부가 취하는 개혁정책에 따라서 투자등급의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인도는 S&P로부터 투자적격 등급의 최하위 단계인 BBB- 등급을 받고 있다. 뒤집어 보면 총선 이후 불안정한 연정이 형성되어 정치가 불안하면 S&P는 인도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부터 S&P는 인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디스나 피치가 인도 신용등급에 대해 ‘안정적’ 전망을 갖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인도에 진출한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당장 획기적인 제도 개선으로 인한 혜택은 없어 보인다. 다만 불확실성의 감소는 사업환경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BJP가 집권한다면 공약에서 제시한 조세 테러리즘의 중지가 실천되면서 현재 진행형인 보다폰, 노키아 등과 세무당국 사이의 대형 세무소송에서도 외국기업이 유리해질 수 있다. 

새 정부에서 투자 및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기만 해도 신규업체의 진출과 인프라 사업은 활기를 띨 수 있을 전망이다. 중기적으로는 인도 경제가 활기를 찾게 되면 외국기업들은 시장확대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사업자 정보 표시
(주)부동산중개법인이산 | 박우열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63-8, 지하1층 69호(삼창빌딩) | 사업자 등록번호 : 528-88-00035 | TEL : 010-3777-1342 | Mail : 1004kpwy@hanmail.net | 통신판매신고번호 : 해당사항없음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