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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 모듈러 스마트폰, 당장의 영향보다 혁신 유발 가능성에 주목해야'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되어 온 가운데, 구글이 다양한 부품을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모듈러 스마트폰을 2015년 초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I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이 아라 프로젝트를 통하여 개발 중인 모듈러 스마트폰은 다양한 산업에 걸친 모듈러 공정의 확산과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성장 및 3D 프린터로 대표되는 대량 맞춤형 제조 패러다임의 부상과 맞물려 있다. 

구글의 새로운 시도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전망하기 어렵다. 과거 IBM의 개방형 표준 전략과 마찬가지로 산업의 구조를 뒤흔들고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그다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현재 예상되는 모듈러 스마트폰의 기술적 수준이나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반 인프라의 미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아라 프로젝트의 모듈러 스마트폰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기는 그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모듈러 스마트폰은 단순히 구글이 지향하는 전략과 가치를 넘어 미래 모바일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모듈러 스마트폰이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이는 스마트폰 산업의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목 차 > 

Ⅰ. 모듈러 스마트폰의 등장
Ⅱ. 모듈러 스마트폰의 배경
Ⅲ. 모듈러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Ⅳ. 시사점
 
  

Ⅰ. 모듈러 스마트폰의 등장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모바일 산업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는 스마트폰의 성능 발전이 둔화되고 각 기업의 제품 간 평준화가 뚜렷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애플의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시장이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수많은 기업들이 최신 성능을 뽐내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레드오션으로 변모한 것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소니 등 기존 대기업들의 제품은 물론이고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화웨이(Huawei)와 ZTE, 레노버(Lenovo) 등 중국의 신흥 기업들도 이들 기업에 거의 뒤지지 않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당당히 공개하여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반면 선두기업들의 새로운 주력 모델들은 세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많은 참가자 및 주요 언론들은 더 이상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였다. 

이처럼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되어 온 가운데, 구글은 4월 15일 실리콘밸리에서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등 다양한 부품을 마치 레고 장난감처럼 사용자가 스스로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모듈러 스마트폰(Modular Smartphone)을 내년 1월 중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하여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 구글은 작년 10월 당시 보유하고 있었던 모토로라(Motorola)의 ATAP(Advanced Technology And Projects)에서 모듈러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한 ‘아라(Ara)’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출신의 폴 에레멘코(Paul Eremenko)가 이끌고 있는 아라 프로젝트는 이번에 개최된 아라 개발자 회의(Ara Developer’s Conference)에서 모듈러 스마트폰의 개발을 위한 개발자 도구(Module Developer’s Kit)를 소개하면서 시제품의 구체적인 사양과 출시 시기를 공개하는 등 그 실체를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내었다. ATAP는 2012년 역시 DARPA 출신인 레지나 듀간(Regina Dugan)에 의하여 설립되었는데, 현재 아라 프로젝트 외에도 구글 글라스(Gogle Glass) 및 현실 세계를 3차원 지도로 촬영하고 이를 가상현실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작년에 아라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몇 달 후, 구글은 125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매입한 모토로라를 불과 2년만에 레노버에 겨우 29억 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구글의 이런 갑작스런 발표를 두고 일부에서는 꾸준히 제기되어온 모바일 산업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보다는 주요 제조 기업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주력인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분야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구글은 한편으로 모토로라의 핵심 특허와 더불어 ATAP는 레노버에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구글이 여전히 하드웨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 신빙성을 얻게 되었다. 

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애플과 삼성전자 같은 하드웨어 기업들의 입지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특히 구글이 안드로이드로부터 얻게 된 실제적인 수익은 알려진 것과 달리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어 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오픈소스(Open source)로 제공되면서 스마트폰의 판매가 직접적으로 구글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었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통하여 기대하였던 검색 광고 및 앱스토어 플랫폼의 수익 역시 기대만큼 큰 성과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여전히 인터넷 광고에 절대적인 수익을 의존하는 기업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구글 역시 소프트웨어와는 별개로 하드웨어를 통한 수익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아라 프로젝트의 모듈러 스마트폰이 성공을 거둔다면 구글은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산업에서 보다 다양한 수익 창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라 프로젝트에서 개발되는 모듈러 스마트폰은 여러 크기로 출시될 엔도스켈레톤(Endoskeleton)이라는 기본 프레임 위에 부품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구글은 이 부품들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고 설계도와 각 부품 간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등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많은 기업들이 구글의 모듈러 스마트폰에서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부품을 만들도록 지원함으로써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생산하고 모듈러 스마트폰의 빠른 성능 개선 및 확산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조립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기업은 비단 구글만이 아니다. 기존 스마트폰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 ZTE 역시 올해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서 에코 모비우스(Eco Mobius)라는 모듈러 스마트폰의 개념을 발표하였다. 에코 모비우스는 아라 프로젝트의 모듈러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주요 모듈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의 스마트폰으로, 아직까지 적용 기술 및 사양과 출시 일자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ZTE는 스마트폰의 이름에 ‘에코’라는 수식어를 붙였듯이 에코 모비우스가 손상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특정 부품만을 교체함으로써 전자 쓰레기가 야기하는 환경 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소개하였다. 

현재로서는 모듈러 스마트폰이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전에도 노키아(Nokia)의 모프(Moph) 등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 대한 구상이 등장하여 큰 관심을 모았지만, 실제 출시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출시되더라도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듈러 스마트폰의 초기 구상과 달리 개발 이후 성공적인 출시와 양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아라 프로젝트의 성공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Ⅱ. 모듈러 스마트폰의 배경 
  

(1) 모듈러 제조의 확산 

각 부품을 큰 덩어리인 모듈로 만들고 이들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모듈러 제조는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공정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내부의 공용 부품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모듈러 방식은 엔진과 섀시 등 주요 부품을 조합하여 모듈을 구성하는 자동차는 물론이고 가전 제품 및 주택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그의 대표적 이론인 파괴적 혁신을 통하여 각 산업에서 모듈러 제조 방식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기술 경쟁을 통하여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필요한 기능보다 더욱 우수한 기능이 제품에 추가되는 이른바 오버슈팅(Overshooting)이 나타나는데, 이와 같은 현상이 과열되면 상대적으로 기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출시하는 파괴적 혁신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기 위하여 각 인터페이스와 하부 시스템이 완벽하게 정의된 모듈을 조합하여 최종 제품을 만드는 모듈러 제조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비록 부품의 구성과 정교한 조합을 통하여 최적의 성능을 추구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효과적으로 충족하는 동시에 저렴하고 신속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듈러 제조는 특히 제품의 교체 주기가 빠른 IT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스마트폰 역시 이러한 추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기능을 제공되고 있으며 가격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록 낮은 사양이지만 저렴한 가격을 갖춘 스마트폰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부품의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는 반면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저가의 스마트폰도 과거와 달리 만족스러운 성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미세공정과 반도체 설계 및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스마트폰 부품들의 경량화가 진행되면서 이를 조합하여 보다 고성능의 모듈을 만드는 것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 일례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는 초기에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한 일부 부품으로만 구성되었던 반면 현재는 베이스밴드(Baseband) 프로세서, 플래시 메모리, 각종 센서 등 다양한 부품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범위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만의 대표적인 팹리스(Fabless)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Media Tek)을 비롯하여 많은 기업들이 각종 부품과 설계 디자인, 구동 소프트웨어 등 스마트폰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일괄적으로 포함하여 제공하는 턴키(Turnkey)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스마트폰의 신속한 제조를 가능케 하였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물론이고 전세계 IT 기업의 유명 제품을 빠르게 모방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산자이(山寨) 스마트폰의 확산에도 이와 같은 모듈러 제조 방식이 큰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구글 역시 이러한 제조 트렌드를 바탕으로 최종 사용자에게 더욱 넓은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모듈러 스마트폰의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2)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성장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리스트인 마크 안데르센(Marc Andreessen)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다양한 종류의 소프트웨어가 등장하여 기존의 기계 및 전자 장치가 담당하던 기능을 대체하면서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계 부품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던 자동차에서 엔진의 구동은 물론이고 다양한 편의 장치를 실행하고 가장 빠른 이동 경로를 안내하는 등의 대부분 기능들이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에서도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각종 부품을 통합적으로 제어하고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기 위하여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되고 있으며,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수준에 따라 스마트폰의 전체적인 성능이 크게 좌우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업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구글을 비롯하여 전자책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Amazon),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페이스북(Facebook)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스마트폰 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하드웨어에서는 기술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통신과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표준화가 이루어지면서 각 기업들의 기술력 차이가 하루가 다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상대적으로 하드웨어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던 오픈소스의 바람이 하드웨어에서도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란 하드웨어 구현을 위한 설계도와 인터페이스 및 각종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개하고 자유롭게 수정함으로써 다양한 기기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유사하게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통하여 기존 완제품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설계 및 제작 정보를 공유하여 하드웨어의 성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이전부터 줄곧 이어져 왔다. 1970년대 실리콘밸리의 홈브루 컴퓨터 클럽(Homebrew Computer Club)에서는 참석자들이 다양한 전자 부품을 이용하여 컴퓨터를 스스로 제작하고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였다. 특히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도 홈브루 컴퓨터 클럽의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으로 애플을 창업하는 등 이러한 활동들은 여러 IT 기업의 탄생과 성장에 큰 기여를 하였다. 특히 소프트웨어에서 오픈소스의 활용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90년대 중반부터는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등 다양한 기기에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개념이 적용되었으나, 한편으로는 물리적인 제품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 특성 상 주로 교육을 목적으로 활용되는 등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정보를 활발히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조성되고 저렴한 가격으로 첨단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되면서,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학계는 물론이고 산업계의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05년 등장한 대표적인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인 아두이노(Aduino)는 8비트 AVR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기초적인 부품만을 탑재한 소형 컴퓨터인데, 기능 추가를 위한 각종 설계도와 구동 소프트웨어가 모두 공개되어 있으므로 누구든지 쉽게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구현할 수 있다. 아두이노는 출시 당시 교육과 간단한 실험용으로 고안되었지만, 그 장점이 부각되면서 이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포드(Ford)는 아두이노를 이용해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오픈 XC(Open XC)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며, 최근 인텔도 자사의 x86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아두이노와 호환이 가능한 갈릴레오(Galileo)라는 하드웨어 플랫폼 제품을 출시하였다. 

또한 영국의 라즈베리파이 재단(Rasberry Pi Foundation)이 2012년 발매한 라즈베리파이 컴퓨터 역시 기초적인 기능만을 갖춘 신용카드 크기의 ARM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하드웨어 플랫폼이다. 35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라즈베리파이 컴퓨터는 아두이노와 마찬가지로 설계도와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외부로 공개되어 있는데, 아두이노보다 높은 사양을 지니고 있으므로 간단한 모바일 기기는 물론이고 로봇 등 고차원의 제품까지 만들 수 있다. 라즈베라파이 컴퓨터는 출시 이후 판매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최근 구글은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해 웹서버를 구축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코더(Coder)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아라 프로젝트의 모듈러 스마트폰 역시 이러한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흐름에 따라 각 부품에 대한 설계 및 인터페이스, 그리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구글은 모바일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다양한 개발자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모듈러 스마트폰을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고, 동시에 기존 스마트폰의 성능 수준에 빠르게 근접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하드웨어 추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가능성에 주목한 구글은 전기전자 엔지니어링 기업 NK Labs 등 다수의 기업과 협력하여 모듈러 스마트폰의 오픈소스 완성도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3) 개인형 맞춤 제조 시대의 도래 

개인형 맞춤 제조 시대의 도래 역시 모듈러 스마트폰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동일한 제품을 대량으로 출시하던 기존 방식으로는 수많은 사용자의 특화된 요구를 맞출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용자 각각의 기호와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제조 방식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일찍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성공 가능성이 평가절하되어 온 3D 프린터 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할 조짐을 보이면서 오랜 기간 이어져온 소품종 대량 제조의 패러다임이 붕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3D 프린터의 출하량이 연평균 95%로 증가하고, 매출 역시 연평균 82%로 성장하여 2017년에는 시장 규모가 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글 역시 맞춤형 제조 방식의 확산을 아라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기술과 자금이 부족한 수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종류의 부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 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구글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통하여 보다 많은 기업들이 필요한 부품을 양산할 수 있다면 모듈러 스마트폰 역시 보다 신속하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구글의 ATAP는 아라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하여 3D 프린터와 스캐너 제조 기업인 3D 시스템즈(3D Systems)와의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데, 3D 시스템즈 역시 자사의 제품이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모바일 산업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구글의 아라 프로젝트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에 개인 맞춤형 제조 방식을 도입하려는 구글의 이런 움직임은 여러 방면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구글과 모토로라가 합작하여 출시한 첫 번째 스마트폰 모토 X(Moto X)는 비록 기대보다 낮은 사양과 부담스러운 가격 수준 등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사용자가 직접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모토 메이커(Moto maker)라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눈길을 끌었다. 모토 메이커는 앞뒤 커버를 비롯하여 버튼, 각인 등의 다양한 부분을 최대 2,000개 이상의 조합으로 선택하고 주문하여 배송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구글은 아라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메이크 위드 모토(Make with MOTO)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는데, 여기에서는 프로젝트 팀이 트럭 안에 모토로라 스마트폰과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을 싣고 미국 각지를 다니면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의 스마트폰을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주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구글은 이를 통하여 스마트폰에서 개인 맞춤형 제조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메이크 위드 모토에 함께 참여하였던 3D 시스템즈와의 협력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물론 현재 3D 프린터의 수준으로는 스마트폰의 정밀한 부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으며, 현재로서는 부품의 외형과 최종 제품의 케이스 등 소수의 분야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늘날 3D 프린터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기술 개발 열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안테나, 모뎀, 배터리 등 복잡한 전자 부품들도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Ⅲ. 모듈러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많은 전문가들은 아라 프로젝트로부터 촉발된 모듈러 스마트폰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새로운 혁신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부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는 스마트폰의 개발이 수많은 기업들을 통하여 활발히 이루어짐으로써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저렴하게 출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스마트폰의 출시와 판매가 증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 및 연관 산업 전체가 확대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일부 부품의 고장 및 성능 부족으로 스마트폰 전체를 버리지 않고 부품의 재활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심화되는 환경 오염 문제를 개선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 인터넷 접속 비율이 현저히 낮은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단 50달러의 가격으로 모듈러 스마트폰을 출시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주장함으로써, 모듈러 스마트폰이 일부의 추측처럼 새로운 기기에 열광하는 소수의 사용자(Early adopter)만을 위한 제품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 전망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에서 개별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조합하여 스마트폰을 만드는 내재화된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그리고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마케팅 및 생산 관리 등 기존 기업의 핵심적인 역량을 감안하면 구글이 추진하는 모듈러 스마트폰은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기능과 더불어 휴대성과 디자인, 사용자 환경 등 복합적인 요소가 중요시되는 스마트폰에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성공한 전략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노트북 시장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인텔은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조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출시하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하였다. 마치 항공기의 블랙박스가 모든 핵심 정보를 담고 있는 것과 달리 주요 부품이 없다는 의미에서 화이트박스(White box)라 불린 이 프로젝트는 중앙처리장치와 하드디스크를 제외한 배어본(Barebone) 노트북을 출시하였다. 인텔은 당시 사이릭스(Cyrix)와 AMD 등 경쟁 기업들의 공세를 견제하고 자사 제품의 수요를 더욱 확대할 목적으로 수 년에 걸쳐 화이트박스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그러나 배어본 노트북은 중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휴대성과 디자인, 그리고 더욱 얇고 가볍게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 등 여러 요인들이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자동차 산업 역시 수평분업화에 따라 가치가 이동한다는 예측이 빗나간 전형적인 사례이다. 학계 및 기업의 많은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의 모듈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의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시장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전망과는 달리 수많은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는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자동차 기업들은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의 가치 이동은 개인용 컴퓨터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각 부품의 성능 못지 않게 이를 최적으로 통합하는 능력이 최종 제품의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자동차 기업의 브랜드 가치 및 품질 보증과 사후 관리 지원 등이 소비자의 구매에 여전히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PC 제조를 위한 모든 기술을 외부로 공개한 IBM과 달리 자동차 기업들은 핵심적인 기술과 역량을 내부에 유지하면서 수많은 부품 기업들 간 경쟁을 유도하는 부분적 아웃소싱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자동차 기업뿐만이 아니라 애플 역시 아이폰의 생산을 위하여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지만,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반도체 설계 등 핵심적인 기술과 생산 역량을 철저하게 유지하여 완벽한 품질의 스마트폰을 만들고 높은 브랜드 가치와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구글의 예상처럼 모듈러 스마트폰의 등장이 스마트폰의 가격을 더욱 하락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동일한 부품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품을 개별적으로 생산하는 경우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3D 프린터의 발전과 보급이 아직까지는 일부 선진국에만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편의에 맞는 충분한 부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Ⅳ. 시사점 
  

(1) 단기적 효과는 불투명하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 

구글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현재 예상되는 모듈러 스마트폰의 기술적 수준이나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반 인프라의 미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아라 프로젝트의 모듈러 스마트폰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기는 그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글의 주장처럼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중심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완성도 못지 않게 복잡하게 얽힌 각국의 이동통신 시장 환경과 기존 사용자들의 구매 관성 등 넘어야 할 장벽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듈러 스마트폰은 단순히 구글이 지향하는 전략과 가치를 넘어 미래 모바일 산업의 새로운 단면을 예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1년 핀란드 헬싱키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던 리누즈 토발즈(Linus Benedict Torvalds)가 리눅스(Linux)를 선보일 당시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하고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예견하였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리눅스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통한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상업적인 성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 운영체제에 밀려 소수의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고 다양한 기기에 대응하기 위한 오픈소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리눅스는 안드로이드, 우분투(Ubuntu) 등 여러 운영체제의 기본 토대가 되는 가장 핵심적인 모바일 소프트웨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모듈러 스마트폰 역시 현재로서는 그 성공을 예단하기 쉽지 않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향후 모듈러 방식이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에 부착하여 신용카드 결제를 지원함으로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퀘어 단말기(Square Credit Card Reader)의 사례와 같이, 아직까지 스마트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헬스케어나 교육, 교통 등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직접 특정 부품을 조합하는 모듈러 방식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구입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휴대폰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으로 IT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제조 및 사용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였듯이, 향후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기로 모바일 시장의 흐름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시점에서 모듈러 방식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급부상할 수 있다. 아직까지 정형화된 형태의 제품이 부재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개념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물 인터넷 기기의 특성 상 다양한 사용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혁신적인 제품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듈러 방식의 제조 및 판매가 적극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벤처 기업 블록스(Blocks)는 최근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주요 부품과 네비게이션, 음악 등 주요 소프트웨어를 선택해 구성할 수 있는 스마트 시계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아라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는 도시바(Toshiba)는 모듈러 스마트폰의 모듈이 스마트 시계 등 웨어러블 기기에도 조합될 수 있다는 미래 구상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2)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인 가치 창출 노력이 필요 

만일 모듈러 스마트폰이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이는 비단 구글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산업의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전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각 분야의 확실한 주도권을 쥔 기업이 존재하였던 것과 달리 오늘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가치 사슬의 모든 분야에 걸쳐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모듈러 스마트폰의 등장과 성공이 어느 한 기업만의 일방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다양한 기업의 흥망성쇠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을 견인하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스마트폰의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브랜드와 디자인, 각종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최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능력, 이동통신사 및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탄탄한 네트워크 등이 미래에도 강조된다면 구글이 아라 프로젝트를 통해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가 그대로 들어맞기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모듈러 스마트폰의 개념 및 관련 기술과 자사의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더욱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자사 제품의 저변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기업들에게는 구글의 이러한 시도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대안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타이젠(Tizen)을 비롯하여 파이어폭스(Firefox)와 우분투 등 여러 실험적인 운영체제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핀란드 벤처기업 욜라(Jolla)가 노키아의 미고(Meego)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세일피시(Sailfish) 운영체제를 선보이는 등 여러가지 시도들이 한층 가시화되고 있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모듈러 스마트폰의 등장 역시 안드로이드를 위협하는 이들 움직임을 한층 촉발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IBM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다양한 부품 기업들을 끌어 들여 가격을 낮추기 위하여 개방형 표준을 결정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 각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확보한 기업들에게 보다 큰 혜택을 주었을 뿐, 정작 핵심 역량까지 모두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한 IBM은 초기의 눈부신 성공 이후 영향력을 급속히 상실하였다. 이는 IBM이 최종 제품으로 가치가 집중되었던 당시의 현상은 보았지만,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미처 간파하지 못한 결과였다. IBM은 경쟁 기업이 자사의 개방형 표준을 적용하여 더욱 저렴한 컴퓨터를 판매하자 이를 포기하고 1987년 내부 사양을 비공개한 PS/2(Personal System/2)를 출시하였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모듈러 스마트폰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모듈러 스마트폰이 성공적으로 시장 기반을 마련해 간다면 구글을 비롯하여 모바일 산업에 연관되어 있는 많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위협이자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IBM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을 때 델(Dell)은 주문형 컴퓨터 판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여 기존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다. 모듈러 스마트폰을 통해 어떤 기술과 트렌드가 등장하게 될 것인지를 가늠해 보고 생산과 마케팅, 그리고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모듈러 스마트폰이 가져올 수 있는 수익 창출의 가능성과 위험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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