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고객의 마음을 얻는 법, 중국 외식업체들의 고객만족경영에서 배운다'
세계 최대 수준의 규모, 빠른 성장세, 치열한 경쟁, 사업환경 급변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중국시장 중에서도, 외식시장은 최근 2년간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겪었던 시장이다. 2012년 11월 시작된 반(反)부패 드라이브가 몰고 온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외식업체들은 살 길을 찾아 몸부림쳤다. 중국 외식 업계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최악의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급 외식업체인 샤오난궈(小南国)와 베이징옌(北京宴)은 사업 환경 악화를 사업 전환 및 업그레이드의 계기로 받아들이고 메뉴, 타깃 고객, 브랜드 배합 등에 변화를 줌으로써 새로운 고객 기반과 사업 기회를 찾아 냈다.
베이징옌은 기본 식단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고객 타깃을 정부관리들로부터 일반 소비자들로 옮기고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했다. 특히 베이징옌은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직원일수록 더 큰 권한과 우선권을 주는 고객지상의 역피라미드 모델을 정착시키며 외식업계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손님과 접점에 있는 종업원의 요구를 관리자가 거절할 수 없고 일선 종업원의 비판을 요리사가 반박할 수 없다.
샤오난궈는 사업의 중심을 저(低)가격 브랜드로 이동시키고,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서구형 레스토랑 등 서비스의 세그멘테이션 전략을 통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굴했다.
대중 식단인 훠궈(火锅·중국식 샤브샤브)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인 하이디라오(海底捞)는 직원들의 자긍심과 열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방할 수 없는 서비스’를 앞세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모방하기 어려워 보이지는 않지만 진정으로 따라 할 수 없는 서비스의 배후에는 ‘직원이 고객보다 중요하다’는 창업자 장융의 철학이 있다.
글로벌 외식업체들도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메뉴와 매장 설계에 있어 선구적인 현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KFC와 도시 중심지역에서부터 시작해 주택가까지 지역적 특색이 있는 매장을 꾸준히 확대 하면서 고객 있는 곳으로 파고들고 있는 스타벅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환경 변화 방향에 부합하는 고객기반의 변경 또는 고객 확보(샤오난궈, 스타벅스)나 고객 입맛에 맞는 제품의 현지화(KFC), 양질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 만족(베이징옌, 하이디라오) 등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들이다. 특히, 맞춤형 서비스는 현장직원의 자발성에 달려있고, 현장직원의 자발성은 직원의 자긍심과 만족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서비스 업계의 고객 만족의 근본은 직원 만족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서비스분야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많은 외국기업들이 새겨볼 점들이 있다. 먼저, 현지고객의 문화와 생활 관습, 눈높이로 보고 느끼는 현지화 노력은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중국 시장에서 그 동안 KFC가 일궈낸 놀라운 성과와 맥도날드가 뒤늦게나마 쏟아 붓고 있는 각고의 노력들에서 드러나듯이,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품력과 명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중국의 문화, 중국의 방식과 결합시키지 않고서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둘째, 제조업체들도 고객들이 사는 것은 제품 자체 뿐 아니라 제품 구매 및 소비의 전 과정에서 전달되는 제품과 기업에 대한 인상 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제품 성능과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중요한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은 소비자들의 경험의 구전효과가 크다. 셋째, 몇 사람, 기업 내부의 몇 개 부문이 달라지는 것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일선 직원들의 자발성에 뿌리를 둔 진정한 고객지상의 문화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인식과 투자가 필요하다.
< 목 차 >
1. 중국 외식업계의 위기
2. 위기 대응 성공 사례
3. 시사점
1. 중국 외식업계의 위기
중국의 외식기업들은 지난 2년간 혹독한 불황을 겪었다.
한파가 불어닥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이하, ‘18대’로 약칭)에서 청렴결백으로 유명한 혁명가문의 후예 시진핑(习近平)이 당 총서기로 선출되면서부터다. 시 총서기는 ‘중국 경제와 사회의 전면개혁’을 자신에게 맡겨진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개혁 추진의 사전정지 작업의 의미를 지닌 ‘반(反)부패’ 기치를 전면에 내걸었다. 중국 관료사회의 부패 척결과 기강 확립, 근검절약 기풍 진작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은 같은 해 12월 4일 ‘8항규정’으로 선포되었는데, 이에 의거해 조사 및 처벌을 받은 공무원들이 1년 만에 무려 2만 명에 달했다.
이처럼 서슬 퍼런 반부패 드라이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 외식업종이었다. 예산 절감의 1차적인 타깃은 3공경비였고, 3공경비 중에서 8항규정 실시 이후 가장 많이 삭감된 항목이 공무접대비였는데, 공무접대비 삭감은 곧 외식업종 매출 감소로 직결되었기 때문이다(<그림 1> 참조).
8항규정 실시 이후 2014년 2월까지 1년여 동안 외식업종은 전년동기대비 역신장을 거듭하는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그림 2> 참조). 특히, 공무 연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고급 외식업체들은 이 기간에 예외 없이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외식업체는 모두 8곳인데, 그 중 고급 외식업체로 분류되는 샹어칭(湘鄂情), 췐쥐더(全聚德), 시안인스(西安饮食) 등 3개 업체의 합산실적은 2013년 들어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18대 폐막 후 6개 분기가 지난 올 1분기에도 여전히 18대 직전인 2012년 3분기의 매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그림 3> 참조).
이들 고급 외식업체들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제각각 살 길을 찾아 나서면서 최근 2년간 중국 외식업계는 대규모 생존실험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외부투자에 의존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재무적 곤경에 처한 경우(챠오장난)나 핵심역량이 없는 전혀 다른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모험을 거는 경우(샹어칭)는 갈수록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좀 더 대중적인 식단이나 시대 조류에 맞춘 영업방식, 탁월한 서비스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거나 강화해 가는 기업들(샤오난궈, 베이징옌 등)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무난히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 영업 중인 글로벌 외식업체들도 시장환경 변화를 따라잡고 달라진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메뉴와 매장 설계에 있어 선구적인 현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KFC와 도시 중심지역에서부터 시작해 주택가까지 지역적 특색이 있는 매장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고객 있는 곳으로 파고들고 있는 스타벅스의 움직임이 특히 주목된다.
본고에서는 중국 외식업계를 대표하는 로컬 및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 대응 전략을 성공 사례들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 중국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및 고객만족 경영의 노하우와 관련해 몇 가지 교훈을 찾아보고자 한다.
2. 위기 대응 성공 사례
(1) 샤오난궈(小南国) : 멀티브랜드 전략으로 고객기반 확대
샤오난궈는 여성 근로자 출신인 왕후이민(王慧敏·1956년생)이 1986년에 창업한 중식 프랜차이즈로, 2012년에 홍콩 증시에 상장되었다. 창업 이래 단 한 곳의 분점도 닫아본 적이 없던 샤오난궈는 2013년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상하이샤오난궈(上海小南国)’ 브랜드 매장 8곳의 문을 닫았다. 2013년 매출은 13.86 억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4% 증가했지만, 이윤은 67.1만 위안으로 99.4% 줄어들었다.
샤오난궈, 즉 샤오난궈외식업지주회사(小南国餐饮控股有限公司) 산하에는 객 단가가 500위안 가량인 ‘후이공관(慧公馆)’, 200위안 이상인 ‘상하이샤오난궈’, 80 위안 정도인 ‘난샤오관(南小馆)’ 등의 브랜드가 있다. 2013년 말 현재 점포 수는 후이공관 4곳, 상하이샤오난궈 72곳, 난샤오관은 7곳이었다. 2012년 말과 비교해 보면, 후이공관은 늘지도 줄지도 않았고, 상하이샤오난궈는 6곳이 늘었고, 난샤오관은 5곳이 증가했다(<표 1> 참조). 샤오난궈가 사업의 무게중심을 하향이동시켜 개인 및 일반가정 소비시장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늘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샤오난궈 스스로는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세분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전략을 ‘멀티브랜드 경영전략’이라고 부른다.
이 전략 하에 샤오난궈는 현재 ‘캐주얼한’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난샤오관과 샤오샤오난궈가 그 주력이다.
홍콩에서 시작되어 본토에선 2013년 상하이에서 첫 분점을 낸 난샤오관은 ‘현대적인 분위기에 아기자기한 딤섬을 위주로 한 상하이 딤섬 카페’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편안한 환경에 1인당 평균 소비액은 70위안 혹은 110홍콩달러 정도다. 상하이샤오난궈의 소비 주력이 35세 이상인 반면, 작고 깜찍한 느낌의 난샤오관의 타깃 고객은 생활의 질에 관심이 높고 음식점 환경과 분위기에 대한 나름의 요구가 있는 25~35세의 젊은 직장인들이다. 난샤오관 7곳의 작년도 매출은 5,800만 위안이며, 영업이익률은 15%로, 샤오난궈 전체의 영업이익률 9%를 크게 상회했다.
2013년 3월 26일 샤오난궈는 상하이에서 네 번째 브랜드인 ‘샤오샤오난궈(小小南国)’를 출시했다. 샤오샤오난궈는 샤오난궈의 멀티브랜드 전략 중 대중시장의 개인 및 가족 소비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정찬 브랜드다. 상하이 특유의 가정식 작은 냄비 요리, 전형적인 상하이 딤섬 등 가성비(性价比)를 갖춘 음식이 주종을 이루며, 1인당 평균 소비액은 100~120위안이다.
자체 브랜드의 육성 이외에 샤오난궈는 적극적으로 합작 또는 인수합병의 기회를 찾고 있다. 2013년 하반기에 샤오난궈는 중국 본토시장에서 상당한 인기가 있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스슈슈(思叔叔烘焙工坊)의 7개 도시 점포들에 대한 관리권을 확보했다. 올 3월 말 현재 본토에서 스슈슈 6 개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2013년 사업보고서에서 “스슈슈 관리 경험을 토대로 계속해서 작고 빠르고 간편하며, 트렌디하고 인기를 끌만한 새로운 잠재력 강한 상품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인기 있는 한 밀크티 업체와 관리서비스 계약 의향서에 서명한 바 있다.
샤오난궈는 또한 2015년 4분기에 상하이에서 ‘the boat house’ 스타일의 서구식 레스토랑을 오픈해 서구식 레스토랑 사업에 처음 진출할 계획인데, 이미 미국의 유명한 종합외식업체인 Schussler Creative사와 합작의향서를 체결했다.
샤오난궈는 올해에 난샤오관 10~12개, 샤오샤오난궈 2~3개를 추가로 오픈하고, 스슈슈 점포를 20곳 정도 관리하되, 상하이샤오난궈와 후이공관의 영업점 수는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상하이샤오난궈와 후이공관 이외에 스스로 운영하거나 위탁관리하는 비(非)정찬 점포 수를 전체의 35%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 베이징옌 : 고객지상의 '역(逆)피라미드 모델'
베이징옌은 2012년 5월 베이징에서 정식 영업을 개시한 뒤 3개월 만에 흑자를 실현하는 등 사업 초기에 공무원 연회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8항규정 발표에 타격을 입어 2013년 1월 이윤이 전년동기대비 51.4% 감소하였 고, 2월에는 296만 위안의 적자를 낸다.
칭다오(青岛)의 한 호텔 주방 접시닦이 출신의 CEO 양슈룽(杨秀龙)은 종전의 ‘정부 관리들이 공금으로 연회를 여는 고급 음식점’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찾는 고품위 식당’으로 베이징옌의 포지셔닝 전환을 통해 3개월 만인 그 해 5월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올 들어서도 성장세가 이어져 상반기 고객 수가 전년동기대비 280% 증가하는 등 완벽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베이징옌은 올해 중 베이징 지역에서 5개 분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베이징옌은 베이징에 진출한 지 2년만에 베이징 외식업계 최고의 브랜드가 되었는데, 성공 비결은 한 마디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맞춤형 서비스’다. 이런 일화가 있다.
독일의 벤츠 사와 협력을 희망하는 베이징의 한 자동차 운전학원 측은 협상이 끝나기 전에 식사시간이 되자 베이징옌에 식사를 예약했다. 고객 정보를 파악한 베이징옌 측은 즉시 테이블 위에 모래를 이용해 조형물을 만들었다. 벤츠와 운전학원의 로고가 형상화되었고, 그 사이에는 악수하는 그림이 놓였다. 룸 안에는 두 회사의 사진과 중국과 독일 양국의 국기가 걸려 있었고, 테이블 건너편 상단의 환영 스크린에는 큼지막한 ‘합작공영(合作共赢)’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벤츠 사 협상대표들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고 베이징 운전학원 측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것인 줄 알고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양측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파트너 계약을 마무리 지었고, 그 후 이 운전학원의 모든 비즈니스 연회는 베이징옌에서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베이징옌의 룸 서비스 직원은 자기 권한으로 손님들에게 30여 가지의 음식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 손님이 기침을 하면 목이버섯과 배로 만든 탕을 내오고, 위장이 안 좋아 식사를 잘 못하면 좁쌀죽을 준비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손님에겐 따뜻한 꿀물을 준다. 왼손을 쓰는 손님이 있으면 위치와 자리 간격을 조정해 주고, 손님이 팁을 주면 돈을 종이봉투에 넣어 되돌려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적은 카드를 건넨다. 손님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외지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가시는 곳에 오늘 밤 눈이 온다고 하니, 옷을 두텁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평안한 여행길(一路平安) 되십시오”라는 내용이 카드와 함께 ‘평안사과’(平安果)를 예쁘게 포장해 전해준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것은 종업원을 내 식구처럼 아끼는 가족문화다. 베이징옌 직원 280명은 식당 건물 6층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1200㎡ 넓이로 최대 500명이 숙식 가능한 이 기숙사 조성에 500만 위안이 투입되었고, 매월 유지비용으로 31만 위안이 든다. 다른 업체들처럼 외부에 기숙사를 운영하면 매월 6만 위안의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할 때, 베이징옌은 기숙사 운영에 매월 25만 위안을 더 지출하는 셈이다. 기숙사에는 24시간 온수, 중앙 공조, 무인 매점, 세탁소, 이발소, 헬스클럽, 당구장, 탁구장 등이 완비되어 있다. 직원식당에서는 끼니마다 ‘4가지 뜨거운 음식, 6가지 차가운 음식, 2가지 탕, 2가지 주식’으로 이뤄진 뷔페 식단이 제공된다. 양슈룽 사장은 이런 ‘호화판’ 기숙사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직원들은 신사숙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사숙녀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족한 직원만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가족문화는 처우 이외에 생활 관리와 직무 육성 과정에도 배어있다. 예컨대, 기혼자들은 ‘현지처 안 만들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혼자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신입직원은 도제 교육을 마쳐야 정식직원이 되는데, 도제 교육 기간에 사부(师傅)와 부서 책임자, HR 담당자 등이 협력해 엄격하고 철저하게 교육을 진행한다. 도제와 사부는 일종의 공동운명체로, 상도 같이 받고 벌도 같이 받는다.
베이징옌의 사업모델 전환도 이런 가족문화가 배경이 되었다. 8항규정으로 다른 고급식당들 못지않게 큰 시련을 겪었으나, 베이징옌은 절대 규모를 줄이거나 감원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들과 달랐다. 오히려 시련을 사업모델 전환과 내부 문화 강화의 계기로 활용해 직원들을 감동시켰다. “양 선생님(양슈룽 사장)은 ‘집안 형편이 안 좋아졌다고 자식을 내보내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졌다고 집을 나갈 수 있겠는가?” 베이징옌의 1선 직원 챠오예훙(乔叶红)의 말이다. 베이징옌의 이직률은 2%로, 중국 외식업계 평균 10%의 1/5에 불과하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기계적인 서비스에 비해 내부갈등의 소지가 많다. 예를 들어, 룸 직원이 디저트를 서비스하고 싶어도, 주방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음식을 준비해주지 않으면, 별 도리가 없다. 이런 종류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옌은 조직 구조를 일반적인 외식업체와 다르게, 어떻게 보면 정반대로, 만들었다. 손님을 제일 윗자리에 놓고(‘고객지상’), 업무 프로세스 상 손님으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있을수록 더 큰 권한이나 우선권을 주는 역(逆)피라미드 모델이다(<그림 5> 참조). 이 조직구조에서는 룸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종업원이 주방이나 관리부서 사람들보다 상위에 있다. 어느 식당에서나 힘이 세고, 특별대우까지 받는 요리사들이 베이징옌에서는 찬밥신세다. 요리사의 월급은 업계 평균보다 높지 않으며, 주방장은 다른 종업원들처럼 기숙사 3층 침대에서 함께 자고, 같은 밥을 먹는다. 심지어 룸 종업원이 요리에 대해 비판했을 때 요리사는 반박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조직구조의 취지를 잘 살려 평가 및 보상체계를 운영함으로써 역피라미드 모델은 빠르게 정착되었다. 베이징옌은 상향평가, 하향평가, 1선 직원들의 2선부문 평가, 직원 전원의 직능부문 평가, 각 부문 매니저 간 상호평가 등으로 이루어지는 다면평가를 엄격히 실시하고 있다. 또한 동료나 다른 부문들과의 협업 없이는 개선이 불가능한 지표들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정했다. 예를 들어, 요리사들에게 메뉴 별 목표 마진율 달성도 이외에 식당 전체 월 매출액과 연동된 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써, 아무리 훌륭한 요리라도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가치를 창조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운다.
(3) 하이디라오(海底捞) : 직원들의 열정이 빚어낸 ‘감히 모방할 수 없는 서비스’
하이디라오는 중국의 대표적인 대중 식단인 훠궈(火锅·중국식 샤브샤브)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로, 중국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앞세워 8항규정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순조로운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트랙터 공장 근로자였던 장융(张勇·43세) 현 이사장이 1994년 스촨(四川)성 졘양(简阳)시에서 개업했으며, 현재 2만여 명의 직원을 고용해 93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4월 중국요리협회가 발표한 ‘2013년 중국 외식업 100대 기업’ 리스트에서 고급 외식업체들을 제치고 당당히 3위에 랭크되었다. 2011년 현재 연간이윤 2.9억 위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0%에 달하는 알짜배기 기업이다.
하이디라오의 성공 비결은 장융 이사장의 ‘서비스가 좋으면 맛이 별로라도 손님이 모여들게 되어 있다’는 사업 철학에 담겨 있다. 2004년 베이징에 첫 진출하자마자 하이디라오는 ‘훠궈식당 종업원들은 여름에 휴가를 간다’는 속설을 뒤집고, 삼복더위에 손님들을 줄 서게 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얼마 안 있어 인터넷에서는 ‘지구인은 하이디라오를 막을 수 없다’는 말까지 돌았다.
“이 식당의 서비스는 ‘변태’ 같다. 대기하고 있으면, ‘구두를 닦아준다’, ‘네일 아트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하고, 과일과 음료를 갖다준다. 인터넷을 할 수 있고, 포커, 장기도 둘 수 있다. 그것도 다 공짜로……”. “안경에 습기가 차면 닦는 천을 주고, 머리 긴 여자에겐 머리끈을 건네주고, 휴대폰을 식탁에 올려놓으면 휴대폰 보관용 비닐봉지를 갖다 준다.” “두 번째로 가면 (종업원이) 내 이름을 부르고, 세 번째 가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파악하고, 감기 걸린 걸 어떻게 알고 감기약까지 사다 준다. 식구보다 낫다.”(이상, 베이징 지역 손님들의 촌평)
이러한 ‘변태 같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장융의 또 하나의 비즈니스 철학이랄 수 있는 ‘고객보다 종업원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이다. 바로 이 두 번째 신념이 없으면 ‘변태 같은 서비스’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이 신념은 갖기도 어렵고, 갖더라도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하이디라오의 서비스는 ‘감히 모방할 수 없다’고들 하는 이유다.
하이디라오는 종업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월급을 준다. 평균적으로 매장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종업원 기숙사는 에어컨과 난방시설이 완비되어 있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며, 청소와 위생관리는 회사 측이 전문 청소부를 고용해 알아서 해준다. 회사 측은 2~3년 전의 물가수준 기준으로 매장 한 곳당 기숙사 유지비로 연간 50만 위안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지출했다고 한다.
현장 직원이나 간부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위임하는데, 점장은 3만 위안, 구매 담당 및 소(小)구역 매니저는 30만 위안에 상당하는 전결권을 행사한다. “여기에서는 모든 직원이 하이디라오의 책임자다. 일반 1선 종업원일지라도, 선(先)처리 후(後)보고로 고객에게 할인 및 서비스를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직원이 손님에게 요리를 서비스하거나 또는 무료로 추가해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심지어 식사 비용을 받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장융의 말이다.
간부들이 이직할 때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지참금’을 지급한다. 1년 이상 점장을 했으면 8만 위안, 소구역 매니저는 20만 위안을 주며, 대(大) 구역 매니저에겐 800만 위안 상당의 가게를 하나 차려준다. 경쟁업체에 스카우트될 경우에도 예외 없이 지참금이 지급되는데, 지금까지 모두 3명이 혜택을 봤다.
하이디라오는 평상시에 비밀 방문, 랜덤조사, 고발제도 등을 치밀하게 운영함으로써, 신뢰와 권한위임의 남용 및 부작용을 방지한다. 지참금에 대해 장융 이사장은 “하이디라오의 일은 매우 힘들다. 점장 이상의 지위에 올랐다는 것은 하이디라오에 상당한 공헌을 했음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응당 주어야 할 것을 주는 것뿐이다”고 말한다.
3. 시사점
중국의 고급 외식업체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추세 속에 8항규정이라는 돌발악재를 만나 약 2년 전 적자생존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그 후 각 업체는 생존의 활로를 열어젖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것은 곧 ‘어디에서 고객을 찾고 그 고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환경 변화를 사업 업그레이드의 계기로 활용
샤오난궈와 베이징옌의 선전(善戰)은 제품 믹스나 타깃 고객을 바꾸면서 적극적인 공세를 취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사업환경이 악화되자 기존시장을 아예 벗어나 핵심역량이 없는 사업들에 진출한 샹어칭과 달리, 두 업체는 사업환경의 급변을 사업 전환 혹은 사업 업그레이드의 계기로 활용했다. ‘반(反)부패’가 ‘반(反)낭비’, ‘반(反)과소비’이지, ‘반(反)고품위소비’ 혹은 ‘반(反)소비’는 아니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능동적인 시장 탐색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들을 찾아냈다. 베이징옌은 기본 식단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고객 기반을 정부 관리들로부터 일반 소비자들로 옮기고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정면으로 극복했다. 샤오난궈는 전반적인 사업의 중심을 저(低)가격 브랜드로 하향이동시키고,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운영, 서구형 레스토랑 사업 진출 등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굴함으로써 고객 기반을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갔다.
중국 시장은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설혹 ‘틈새시장’이라 해도 선점의 이익은 다른 어느 나라 시장에서보다 크게 나타난다. 또한 아직 포화되지 않은 시장이 많고 시장 변화가 빠른 만큼 시장 대응에 기민한 승자(勝者)에 대한 보상이 대단히 크다. 어느 사업영역이나 강자가 즐비하고 경쟁이 치열하고 만만치 않은 규제와 장벽이 버티고 있는 만큼 위기를 피해다니기보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정면돌파하는 각오와 용기가 필요하다.
“고객만족의 근본은 직원만족”
서비스업의 업(業)의 본질은 ‘서비스’다. 메뉴(즉, 외식업체의 제품) 변경과 가격 인하로도 고객 수를 늘릴 수 있지만, 비슷한 메뉴와 가격 수준이라면 서비스가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고급 외식시장에서 서비스의 중요성이 대중 외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며, 1인당 소비금액이 클수록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기대수준이 높아진다.
맞춤형 서비스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의 니즈를 얼마나 잘 파악해 얼마나 빨리 해결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고객 니즈의 파악 및 대응은 현장직원의 자발성을 얼마나 잘 불러일으키느냐에 좌우되며, 현장직원의 자발성은 결국 물질적 및 심리적 보상과 처우가 결정한다.
베이징옌과 하이디라오의 사례에서 봤듯이, 종업원이 감동받지 못하면, 손님 역시 감동받지 못하는 것이 서비스업의 속성이라 할 수 있다. 고객 서비스에 관한 한 종업원에 대한 인간존중 없이는 고객가치 창조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처럼 가족과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돈벌이를 하는 농민공들이 서비스 제공의 직접적인 주체가 되는 경우에는 ‘회사=가정=생활공동체’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현지직원은 ‘하방경직적인 비용 요인’이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에서 제품의 딜리버리(Delivery)를 책임지고 있는 사업 파트너’라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외국업체/제조업체들에 주는 교훈
첫째, 외식사업처럼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고 무형의 편익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에서는 모든 것을 현지고객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고 준비하지 않고서는, 즉 현지화 없이는 고객의 필요나 요구를 즉각 파악해 충족시켜 줄 수 없다. 제조업의 경우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 현지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제품에 반영하고 구매~사용~A/S로 이어지는 고객 입장에서의 제품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현지고객들의 감성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다. 중국 시장에서 그 동안 KFC가 일궈낸 놀라운 성과와 맥도날드가 뒤늦게나마 쏟아 붓고 있는 각고의 노력들에서 드러나듯이,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품력과 명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중국의 문화, 중국의 방식과 결합시키지 않고서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둘째, 제조업에서 부품의 표준화 및 모듈화, 기술 격차의 빠른 해소 등이 거역할 수 없는 추세가 되어가면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제조업체 간 경쟁의 중요한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처럼 수많은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시장에선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더욱 크다. 수많은 브랜드가 난무하는 시장에서 제조업체들은 ‘고객들이 사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 구매 및 소비의 전 과정에서 전달되는 제품과 기업의 인상’이라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서비스를 통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그 스토리가 구전효과를 통해 전파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고객의 마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모든 직원들, 특히 고객과의 접점에 가까이 위치해 있는 현지직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발성이 없으면 고객의 통점(痛點)을 빠르게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감각이 열리지 않고, 고객 니즈를 가장 적절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창의가 분출하지 않는다. 또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부터 출발해 기업 내부의 일을 정의하고 조직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업 내부의 고정관념과 관성(변화에 대한 저항심리)에 부딪히기 쉽다. 어느 한 사람만, 어느 한 부문만 달라져서는 고객만족이 어려운 이유다. 직원 전원이, 전 부문이 ‘아웃사이드-인(Outside-In)’ 시각을 갖고 일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모두가 근본부터 달라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각과 태도의 교정이 아니라, ‘고객지상’의 문화 정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베이징옌의 양슈룽 사장은 “직무훈련에 1을 투입하면 1이 나온다. 작업 프로세스나 업무 시스템 개선에 1을 지출하면 10이 나온다. 종업원들에게 기업 이념과 서비스 의식을 심어 기업 문화를 바꾸는데 1을 투입하면 100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기업문화 투자의 임계점은 더 높을 수도 있다. 즉, 직무훈련에 1을 투입하면 1이 나오고 10을 투입하면 10이 나온다면, 기업 문화는 1을 투입하면 아무것도 안 나오고, 3을 투입해야 간신히 1이 나오며, 10를 투자하면 100이 나오게 되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을 막론하고 중국 고객의 니즈와 취향, 소비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를 포착하고 이해하는데 태생적인 우위를 가진 로컬기업들(예를 들어, 징둥상청(京东商城), 아리바바(阿里巴巴),텅쉰(腾讯), 샤오미(小米) 등)이 고객 지향의 기업 문화 혁신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에 더 이상 시장을 빼앗기지 않고 고객 기반을 확장해가기 위해 무엇에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외국기업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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