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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세계 이동통신 시장, 보조금에서 서비스로 경쟁축 이동 중'

지금까지 이통사들은 가입자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보조금 중심의 영업 정책을 펴 왔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일반화된 패턴이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은 가입자의 확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보조금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가입자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현상이 강화될 뿐, 신규 가입자 증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이통사들은 보조금 중심의 영업 경쟁에서 요금과 서비스 차별화를 추구하는 마케팅 경쟁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보조금 경쟁은 단말기를 교체하려는 일부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반면,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은 이용자 모두에게 더 공평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LTE 기술 경쟁과 보조금을 통한 영업 경쟁이 중심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도입을 계기로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보조금 경쟁에 익숙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해서 통신 업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1. 이동통신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2.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이 발발한 해외 통신 시장
3. 단통법, 글로벌 요금 경쟁 트렌드를 국내로
4. 요금 경쟁만으로는 부족
 
  

1. 이동통신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 시장은 보조금 대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통사들은 증가한 마케팅비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으며, 여기에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까지 받았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불법 보조금 살포 문제가 다소 완화되기는 하였으나, 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보조금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내세워 지나친 보조금  중심의 경쟁 구조를 개선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른나라의 경우 규제가 아닌 사업자들의 자율로 보조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쟁 수단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성장기에 효과적이었던 보조금 경쟁 방식 

지금까지 이동통신 사업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가입자였다. 가입자를 확대하는 것이 이동통신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사실상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가입자 1인당 매출(Average Revenue Per User, ARPU)을 높임으로써 성장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효성이 낮은 편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수도, 전기와 같이 개인의 삶에 필수적인 유틸리티 산업으로, 가격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G에서 3G와 4G로 네트워크가 전환되고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세계 통신 사업자의 가입자 1인당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신서비스는 타산업에 비해 망 투자 등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도 가입자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입자 증가에 따른 추가적 비용이 낮기 때문에 가입자 확대로 인한 매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통사들은 가입자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왔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활용한 수단이 보조금이었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요소에는 네트워크 품질, 요금제, 부가 서비스, 단말기,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네트워크나 각종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입자 확대로 이어질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반면, 보조금은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비용 부담을 직접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 효과가 즉각적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되면서 단말기 가격의 부담은 급격히 높아졌으며, 보조금의 규모도 더욱 커지고 영향력 또한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시장 포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방식을 바꾼다 

이통사들은 현재의 수익을 다소 포기하고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최대한 가입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당연하게 여겨 왔다. 그러나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관점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가입자 순증이 급격히 줄어들고, 그에 따라 보조금을 투입하더라도 가입자를 늘리는 게 점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보급률이 낮은 성장기에는 보조금을 통해 유치한 가입자 대부분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는 신규 가입자였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해 있는 포화 시장의 경우, 가입자를 유치하더라도 이미 다른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던 가입자가 대부분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각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해도, 신규 가입자의 유치보다는 기존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현상이 계속되기 때문에 가입자 순증은 미미하게 된다. 즉 성장기에는 보조금의 효과가 크지만, 포화기에는 그 효과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보조금 중심의 영업 경쟁에서 요금제와 서비스 차별화를 추구하는 마케팅 경쟁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보조금은 단말기를 교체하려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입자 모집에 특화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요금제와 서비스 등은 기존 가입자 모두에게 동일한 혜택이 제공되는 것이므로 신규 가입자 모집보다는 기존 가입자 유지에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요금제나 서비스 등으로 경쟁 방식을 전환하는 것은 가입자 순증이 미미한 시장 환경 하에서는 기존 가입자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경쟁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전세계 이동통신 보급률은 올해 말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의 이동통신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 방식이 앞으로는 개발도상국 시장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이 발발한 해외 통신 시장 
  

4위 사업자의 반란으로 시작된 미국의 마케팅 경쟁 

현재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마케팅 경쟁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미국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일찍 시작된 국가답게 늘어나는 보조금으로 인해 이통사들이 큰 압박을 받아 왔다. 버라이즌의 최고재무책임자는 “고가폰에 대한 보조금으로 분기 마진에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으며, AT&T의 랜달 스티븐슨 대표는 “시장 성장기에는 공격적인 단말기 보조금이 필요했지만, 성숙기에는 사업 모델이 바뀌어야 하고 과거만큼 보조금을 제시할 수 없다”라며 보조금의 폐기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고가의 보조금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보조금을 포기할 경우 예상되는 가입자 이탈로 인해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실적 압박을 가장 크게 느끼던 4위 사업자 T모바일(T-Mobile USA)이 먼저 경쟁 방식에 변화를 꾀하였다. 2012년 말 새롭게 부임한 존 레저 대표는 네트워크 투자를 통해 품질을 경쟁사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소비자의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불만요소(Pain Point)들을 적극 공략하며 마케팅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존 레저 대표는 최고마케팅책임자를 새롭게 영입하며, 기존 이통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언캐리어(Un-carrier)’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2013년 3월 ‘언캐리어 1.0’을 시작으로 현재 ‘언캐리어 7.0’까지 선보였다. 각각은 약정 폐지와 요금제 단순화,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100개국 무료 데이터 및 문자 로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T모바일은 일련의 언캐리어 전략을 통해 고착화된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 사업자 가운데 2013년 2분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매출과 가입자가 성장한 것은 T모바일 뿐이었다. 2013년 3월 13.1%이던 점유율은 3분기 만에 13.9%로 뛰어 올랐고, 올해 말이면 14.8%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T모바일 역시 여세를 몰아 연말까지 3위 사업자로 뛰어오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T모바일의 약진에 경쟁사들도 대응에 나서면서 미국 이통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3사 모두 무약정 요금제와 단말 교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T모바일 따라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올해 8월 이후, 경쟁사들의 움직임은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무제한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AT&T의 유사 요금제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였다. 뒤이어 스프린트는 경쟁사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족 간 데이터 공유 요금제를 출시하였으며,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가 모두 무제한인 요금제를 80달러에서 60달러로 인하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T모바일은 타사 고객의 번호 이동을 추천한 고객에게 1년간 무제한 LTE 데이터 또는 월 10달러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발사인 소프트뱅크의 파격 요금제로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된 일본 

미국보다 훨씬 앞서 요금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은 일본이다. LTE와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이전인 2007년부터 마케팅 경쟁이 시작되었다. 3위 사업자인 소프트뱅크가 파격적인 전략들을 통해 고착화되는 점유율을 깨기 시작했다. 

2006년 소프트뱅크의 보다폰KK 인수 전후로, 일본 통신시장의 점유율은 고착화 된 상황이었다. 점유율 50%를 넘어서는 1위 사업자, 20%대의 2위 사업자, 10%대의 3위 사업자의 틀이 굳어져 있었다. 그 가운데 3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하락세는 심화되어 1, 2위 사업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통신 3사의 ARPU도 하락세였다.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3년 간 3사의 평균 ARPU는 16.5%나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말기 보조금은 이통사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소프트뱅크가 보다폰KK를 인수했을 당시, 휴대폰 1대 당 약 4만엔의 보조금이 지급되었는데, 이 금액은 피처폰 단말기를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반면 위약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따라서 단말기 구매시 보조금을 받아 싸게 구매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해지하는 고객들이 크게 증가했다. 당시 카메라폰의 화소수 경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일부 고객들은 단말기 구입 후 금세 서비스를 해지하여 이를 디지털 카메라처럼 이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입자들로 인해 이통사들은 재무적 부담을 크게 느꼈다. 

2006년 10월,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말 할부와 통신 요금을 분리시키는 분리 요금제를 도입했다. 단말기의 구매 비용은 24개월 할부로 나누고, 여기에 통신 요금을 받도록 했다. 다만 소비자의 월별 부담을 덜기 위해 통신비 할인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유지하면서 고객의 이탈을 막고 현금 흐름도 개선하는 데에 성공했다. 소프트뱅크의 분리 요금제는 일본 정부의 분리요금제 정책을 유도하여 이후 다른 경쟁사들도 분리 요금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어 소프트뱅크는 경쟁사 대비 취약했던 네트워크와 단말 경쟁력을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의 축을 마케팅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마케팅 경쟁의 백미는 2007년 1월에 발표된 화이트 플랜 요금제였다. 새벽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20시간 동안 망내 무료 통화를 제공하는 이 요금제는 6개월만에 60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에 경쟁사가 어떠한 요금제를 선보이든 24시간 안에 동일한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공표하면서 소프트뱅크에 대한 고객의 선호는 더욱 분명해졌다. 

소프트뱅크는 가입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례로 사용자가 해외 로밍 요금제에 대한 불만을 손정의 회장의 트위터에 올리자 3개월만에 이를 반영하여 1,980엔(일정액)의 해외 로밍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일본 최초로 출시하였다. 해외 여행 고객의 요금 부담감을 크게 덜게 돼 시장의 큰 호응을 얻었다.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마케팅 경쟁에 경쟁사들도 동참하기 시작했으나, 소프트뱅크를 뒤따르기에 벅찬 모습을 보이면서 소프트뱅크의 경쟁력은 날로 향상됐다. 소프트뱅크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6년 연속 가입자 순증 1위를 지키고 있으며, 2006년 15.5%였던 시장 점유율은 올해 말이면 24.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는 요금제뿐만 아니라 서비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A를 통해 게임 등 컨텐츠/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요금제보다 모방이 어려운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 통신시장에서의 서비스 경쟁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특수한 상황이 이통사를 요금 경쟁으로 몰아 

유럽의 많은 이통사들은 2000년대 초 3G 주파수 경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지만, 막상 3G 서비스 도입이 지체되면서 재무적 부담을 크게 겪었던 경험이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3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3G 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높은 요금 책정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쉽지 않았다. 

예상보다 높은 비용이 소요되었지만, 기대보다 낮은 매출이 발생하는 상황으로 인해 유럽의 이통사들은 비용 절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유로존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사업자들은 투자에 더욱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몇몇 국가들이 경쟁 촉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통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한 보조금 폐지와 함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요금 인하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시장조사기관인 인포마 텔레콤앤미디어(Informa Telecoms and Media)의 자료에 따르면 이미 유럽의 약 30개 이통사가 보조금을 완전 혹은 일부 폐지할 정도로 보조금 탈피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사업자로는 스페인의 1위 사업자 텔레포니카(Telefonica)를 들 수 있다. 스페인은 남유럽 경제 위기의 중심에 있는 국가였던 만큼, 스마트폰이나 통신서비스에 대한 수요 감소가 예상되었다. 2012년 2월, 텔레포니카는 비용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보조금 제도를 폐지했다. 보조금 폐지 후 약 2개월 동안 총 257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탈된 가입자가 경쟁사로 대거 이동하지는 않았다. 단말기 2개를 보유했던 사람들이 세컨드 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이동통신 보급률이 2011년 126%에서 2013년 110%로 감소한 것이다. 텔레포니카의 점유율은 2011년 말 41.3%에서 2013년 말 기준 37.3% 정도로 하락했지만 오히려 재무성과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감가상각전 영업이익률(OIBDA 마진)이 2011년 29.5%에서 2013년에 48.9%까지 향상되었다. 

유럽 이동통신 시장의 특징은 정부가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점이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가상이통망사업자(MVNO)가 활발히 활동 중이며, 프랑스의 경우 2012년에 제4이통사의 진입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자 수의 증가로 인해 요금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의 신규 사업자인 프리모바일(Free Mobile)은 공격적인 요금 경쟁으로 사업 개시 2년만에 점유율 12%를 돌파했다. 경쟁사들 역시 프리모바일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부터 요금 인하 및 결합 상품 강화 등을 통해 요금 경쟁을 준비했는데, 이러한 효과로 2011년 대비 현재 통신요금이 약 30% 가량 인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 단통법, 글로벌 요금 경쟁 트렌드를 국내로 
  

우리나라의 경우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마케팅 경쟁이 한창 진행 중인 외국의 사례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LTE가 경쟁의 메인 이슈가 되면서 마케팅 경쟁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또한 가입자 확보에 있어서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보조금 과열로 인해 일시적으로 공짜폰 등이 시장에 풀리는 소위 ‘대란’ 사태가 발생하고, 이후 불법 보조금 살포에 대한 책임으로 이통사는 과징금과 영업 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정부는 지나친 보조금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단통법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통법은 이용자들이 받을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을 사전에 공개하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여 기존가입자와 신규가입자간 혜택의 차별을 방지하겠다는 목표로 제정되었다. 물론 고시 내용이 당초 예상되었던 수준보다 다소 완화된 수준이지만 향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해 보인다. 

단통법을 통해 정부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분명하다. 보조금 중심의 경쟁을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으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에서는 보조금의 효과가 반감되면서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단통법을 통해 이러한 트렌드가 국내에도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업자들도 지나친 보조금 경쟁으로 이익이 감소하고 있어 이를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장의 점유율 경쟁으로 인해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은 통신 시장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업자의 네트워크가 상당히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3사 모두 150Mbps 이상의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약간의 속도나 커버리지 격차가 고객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이폰6가 이통 3사에 모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자간 단말기 소싱 역량의 차이도 고객이 체감할 정도로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조금 경쟁이 약화된다면 결국 경쟁은 요금과 서비스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내 이통사들도 이를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요금제,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멤버십 강화 등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한 광고 활동을 강화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으로 선회하고 있다. 
  

4. 요금 경쟁만으로는 부족 
  

보조금 경쟁 이후의 마케팅 경쟁은 주로 요금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요금 중심의 경쟁도 한계는 있다. 요금제는 모방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결국에는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기 힘들다. 여기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즉 요금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인력을 감축하게 되면 실업률 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이통사들은 설비투자비(CAPEX)를 줄이기도 했다. GSMA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CAPEX를 100으로 봤을 때 미국 통신사의 CAPEX는 174로 크게 성장했지만 유럽은 97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절감을 위해 망 투자와 같은 부분에 소홀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요금 인하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T모바일과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T모바일의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아이폰 1주 체험 프로그램, 특정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무료화 등은 단순히 요금 인하라는 금전적 가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의 성격을 갖고 있다. 소프트뱅크 역시 마찬가지이다. M&A를 통해 컨텐츠 및 서비스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CEO가 직접 고객의 목소리에 대응하는 점 등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통신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다. 통신 사업은 지역성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트렌드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단통법 시행을 계기로 한국의 통신 산업도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과 갈등은 예상된다. 사업자간 갈등,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 간의 입장 차이, 유통업체의 문제 등이 해소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적지 않은 보조금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해서 통신업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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