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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스마트 워치, 여전히 ‘존재의 이유’가 필요하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영역 중 가장 시장에 근접해 있는 건 스마트 워치이다. ICT 시장에서 스마트폰 혁신을 주도했던 사업자들뿐 아니라, 스와치, 태그호이어와 같은 전통적인 시계 제조사들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스마트 워치 시장에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H/W 영역에서 소형화, 집적화 등의 기술이 진화하고, IoT(Internet of Things) 환경이 확산됨에 따라 웨어러블 시장, 스마트 워치 시장을 위한 기술적 환경도 무르익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스마트 워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 수준은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스마트 워치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그에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구매자의 상당 수도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9월 애플 워치가 공개됐다. 애플 워치는 기대와 우려가 혼재한 스마트 워치 시장 확산의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 받아 왔다. 애플 관점에서도 Hyper-Connectivity 생태계 구축이라는 전략적 지향점을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있는 제품 카테고리이다. 애플 워치는 분명히 기존의 스마트 워치 제품들에 비해서는 진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애플이 구축한 다양한 생태계와 연동되면서 제품의 사용 가치를 높였고, H/W, S/W 측면에서도 애플 고유의 창의력이 결집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실제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기다려볼 필요가 있지만, 아직 스마트 워치 시장에 명확한 확신이 형성되지 않은 건 분명하다. 

스마트 워치가 제2의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느냐는 결국 사업자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 주변 환경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 워치만이 가질 수 있는 ‘존재의 이유’를 찾아낼 경우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의 바람과는 다르게 시장 확대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파편화된 IT 액세서리 형태의 시장에 머물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 목 차 > 

Ⅰ.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현 주소
Ⅱ. 스마트 워치, 그리고 애플
Ⅲ. 애플 워치, 그 후
Ⅳ. ‘존재의 이유’
 
  

애플(Apple)이 지난 9월 공개한 애플 워치(Apple Watch)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관심의 초점은 애플 워치의 디자인, 기능, 가격 등에 맞춰져 있다. 실제 출시일은 2015년 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사 기관들은 이미 스마트 워치(Smart Watch)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을 애플 워치와 非애플 워치로 구분해서 집계하는 모습이다.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제품이 향후 시장에서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낼지 전망하는 건 어렵다.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iPad)를 처음 출시했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아이패드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었지만, 태블릿PC는 상당한 시장을 만들어 냈었다. 이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그 중에서도 스마트 워치 차례이다. 애플 워치는 애플 관점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니라, 웨어러블 시장, 스마트 워치 시장 전반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Ⅰ.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현 주소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가 ICT 시장의 화두가 되면서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질적, 양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IT 시장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스마트 워치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제품과 아이디어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매스 시장을 위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구글 글래스(Google Glass)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이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형태와 기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인텔리전스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폼 팩터(Form-factor)의 경량화, 다양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심박수 측정을 위해 가슴에 두르는 밴드부터 운동화에 부착하는 클립, 그리고 몸에 직접 붙이는 패치나 콘택트 렌즈 등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웨어러블 기기 업체 모타(MOTA)는 손가락에 착용해서 스마트폰의 알람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반지 형태의 제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통신 기능을 통합하여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로 기능을 확장하려는 시도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제품 영역에서 가시적인 혁신이 나타나고 있는 건, 센서, 네트워크 등 주요 기술의 발달에도 기인하지만, 사업자들의 의지가 강하게 투영되고 있는 요인도 크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동력원에 대한 갈증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대체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자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CSS인사이트는 2014년 웨어러블 디바이스 출하량을 2013년 970만대에서 129% 늘어난 2,200만대로 전망하고 있다. Business Insider는 2018년까지 연간 3억 대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출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과 사업자들의 움직임만을 보면 시장은 이미 개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막상 소비자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해서 아직 뚜렷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최근 TNS가 미국 성인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격이 불필요하게 비싸다고 인지하고 있으며, 24%는 이미 너무 많은 IT 디바이스들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Ⅱ. 스마트 워치, 그리고 애플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하나의 분명한 히트 상품이 등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작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 관점에서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실질적인 잠재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iPhone)을 통해서 스마트폰 시장의 실질적인 개화를 이끌었던 것과 같은 계기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웨어러블 시장의 관심은 스마트 워치로 

여러 유형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 실질적으로 시장에 가장 근접해 있는 후보는 스마트 워치이다.사업자들의 제품 출시가 가장 가시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혁신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대부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4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2013년에는 스마트폰 상위 10개 사업자 중 2개 사업자만이 스마트 워치를 출시했으나, 올해는 7개 사업자로 그 수가 늘었다. 샤오미(Xiaomi)와 같이 신흥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렇듯 ICT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스마트 워치를 출시하다 보니, 전통적인 시계 제조사들도 위기감 속에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타이맥스(Timex)는 반도체 업체 퀄컴과 제휴를 통해서 스마트 워치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태그호이어(TagHeuer)도 자체적인 스마트 워치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제 스마트 워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자체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는 시험대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 미국 가전 협회(CEA)가 소비자 1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신체 부위로 ‘손목’을 응답한 소비자 비율이 70%에 이른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시계는 항상 착용하고 다니기에 익숙한 제품 형태이다. 즉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후보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워치 시장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곧 ICT 시장 전체의 진화 방향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이다. 

스마트 워치 시장의 관심은 애플에게로 

ICT 시장의 많은 이들이 애플 워치를 기다려 왔다. 스마트 워치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후보군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없지만, 애플이 가지는 신비감과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애플 워치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애플 워치는 애플 관점에서도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가 존재하는 제품 카테고리라는 점이다. 

애플이 단순히 H/W 판매 수익을 위해서 애플 워치를 출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시계 시장의 규모는 2012년 기준 480억 달러 수준으로 애플이 지금까지 진입했던 시장들에 비해 규모도 작다. 시계 시장에서 점유율 1%를 확보할 때의 EPS 기여도는 $0.14 수준으로, 이는 아이폰의 $0.9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애플 워치는 결국 애플의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봐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애플이 시장에 출시했던 제품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아이팟(iPod)은 아이튠즈(iTunes)라는 음원 생태계를 만들어내면서 시장에 정착했고, 아이폰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근간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아이패드는 대화면용 애플리케이션과 영상 콘텐츠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 애플의 생태계 구축에 기여를 한 제품들이었던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새로운 제품 개발에는 그 기업만의 철학과 원칙이 반영된다. CEO가 바뀌긴 했지만, 특히 애플처럼 문화와 DNA가 선명한 기업은 이러한 원칙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애플이 지향하는 생태계 전략은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여러 생태계들의 통합을 기반으로 ‘사용자 중심의 Hyper-Connectivity’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마트홈에 대한 애플의 접근법을 보면 애플이 생태계 간 통합을 통해서 어떠한 고객 가치를 제공하려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애플은 우선 GPS, 신용카드 리더기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인프라를 통해서 사용자의 일과 및 동선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집 안의 기기들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만약 회사에서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온 날이라면, 음악, 조명, 실내 온도 등을 미리 맞춰 놓아서 피로를 풀어주는 식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아닌,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간의 통합이다. 이는 애플 관점에서는 당연한 접근법일 수 있다. 사용자를 구심점에 두고 여러 생태계를 묶는다는 건 일종의 번들링(Bundling) 효과가 되어, 고객 기반을 고착화시킬 수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애플 워치는 애플 생태계 전략의 근간으로 작용할 잠재력이 있는 제품 카테고리이다. 생태계를 넘나드는 Hyper-Connectivity 관점에서는 사용자를 상시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여 상황에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사용자가 아이폰보다는 사용자에게 더욱 밀착된 애플 워치를 착용하고 다닐 경우 좀 더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애플 워치로 수집되는 사용자의 동선, 건강 상태, 인증 정보 등이 애플의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헬스케어 등의 생태계에 이식될 때, 사용자는 애플의 Hyper-Connectivity에 고착화되는 것이다. 애플에게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시장은 애플 워치를 특히 기다려 온 것이다. 
  

Ⅲ. 애플 워치, 그 후 
  

애플 워치가 공개되었다는 것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중요한 불확실성 요소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분명히 애플 워치는 지금까지 여러 스마트 워치 사업자들이 지향해 온 거의 모든 요소에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워치 시장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애플은 분명히 많은 걸 보여줬다 

애플의 CEO 팀 쿡이 애플 워치를 소개하면서 여러 차례 강조한 표현이 있다. ‘지금까지 애플의 제품 중 가장 개인적인 디바이스(Most personal device ever)’.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역시 애플 워치를 사용자와의 감성적인 연결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인의 삶과 가장 밀접한 기기’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스마트 워치 사업자들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애플만의 역량 요소를 통해 구현되었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던 애플의 생태계가 제품의 가치에 반영되어 있다. 사실 스마트 워치로 집 안의 조명이나 가전 기기 등을 제어하는 시나리오 자체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 워치가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향후 애플의 스마트홈 생태계 홈킷(Homekit)과의 결합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애플의 H/W 인증 프로그램인 MFi(Made for iOS)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의 종류와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 경쟁력을 여타의 스마트 워치 사업자들이 모방하기는 어렵다. 애플 워치에서 주목 받았던 광학 센서 기반의 정밀한 생체 신호 측정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이다. ICT 시장 내에서 주요 센서들의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대부분의 IT 기기에서 정밀도 높은 센서 채택이 범용화되고 있다. 즉, 광학 센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체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한 이후부터 제공되는, 애플의 전문적인 헬스케어 서비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애플은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 스탠포드, 듀크 대학 등과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 페이(Apple pay)를 위해서도 여러 금융 기관들과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S/W 기반의 UX(User experience)도 기존의 스마트 워치들보다 완성도 높게 구현해낸 건 분명하다. 탭틱(Taptic) 엔진은 물리적인 두드리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길 안내를 할 때 좌회전과 우회전을 알려주는 두드리기의 종류가 다르다. 마치 사용자 스스로의 인지 기능이 반응하는 것과 같은 연출이다. 심장 박동과 같은 내밀한 정보를 시각화해서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도 사용자의 정체성을 UX에 담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시도였다. 모두 기존의 스마트 워치 사업자들보다 앞선 애플의 S/W 역량을 기반으로 구현된 것들이다. 

또한 제품의 크기를 두 가지로 출시하는 것과, 용도에 따라 ‘스포츠’, ‘프리미엄 에디션’ 등 라인업을 차별화한 것 등도 스마트 워치가 접근할 수 있는 진보된 H/W 전략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시장은 아직 혼란스럽다 

애플은 분명히 스마트 워치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줬다. 애플의 생태계, S/W 역량, 그리고 상상력이 응축된 결과였다. 하지만 애플 워치가 발표된 이후에도 스마트 워치 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가디언은 애플 워치가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기능들을 담으려 했고, 그렇다 보니 소비자 관점에서 ‘해야만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야심차게 제시된 H/W 인터페이스 ‘디지털 크라운’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존재한다. 애플이 아이팟에서 보여줬던 휠(Wheel), 아이폰에서의 멀티 터치, 스와이프 등의 인터페이스에 비해 참신함과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코노믹리뷰는 디지털 크라운이 표방하는 ‘용두(龍頭)’란 것이 본래 아날로그 시계에서 시간과 날짜를 조정하기 위해 최적화된 장치이기 때문에 아무리 디지털을 접목한다고 해도 소비자 관점에서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스마트 워치만의 ‘존재의 이유’가 절실했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애플 워치 역시 모두가 공감할 만한 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이 애플 워치를 냉정한 기준으로 다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 워치 자체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 매체가 진행한 소비자 조사를 보면, 원래 스마트폰이란 것이 시계를 대체하는 제품인데, 다시 시계를 통해서 스마트폰을 대체하려는 IT 사업자들의 난센스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크게 번거롭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스마트 워치를 통해 수많은 알람을 제공 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또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결국 스마트 워치의 잠재적인 구매자층은 기존에 시계를 착용하는 이들로 나타난다. 하지만 시계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매일 충전해서 착용해야 하는 스마트 워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애플 워치도 결국 배터리 용량에 대해서는 아무런 힌트를 제공하지 못했다. 
  

Ⅳ. ‘존재의 이유’ 
  

애플 워치에 대한 지금의 반응과, 내년에 실제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실제 출시되는 시점에서도 모두가 수긍할 만한 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 한다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자체는 회의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과는 분명히 다르다 

ICT 시장 내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전망을 밝게 보는 논리의 배경은 비교적 간단하다. 스마트폰 역시 초기에는 이렇게까지 확산되어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출발 조건이 다르다. 스마트폰은 결국 기존의 피처폰(Feature phone)이 진화한 제품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미 365일 24시간을 소지하고 다니던 제품에 새로운 기능이 적용되어, 그 사용성이 혁신된 것이다. 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소지하지 않았던 제품을, 새롭게 소지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대부분의 시간을 신체 부위에 밀착하고 다녀야 한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 중 3분의 1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구매 후 6개월 이내에 사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할수록 본인 일상의 모든 순간이 추적된다는 사실을 부담스러워하는 사용자들도 있다. 결국 자동차가 말을 대체했듯이, 단순히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할 때 추가되었던 가치 요소보다는 훨씬 새롭고 강력한 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지금 시장의 고민이 유효한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스마트 워치 중 과연 누가 더 전통적인 시계의 외형을 닮았느냐에 대한 논란. 모토360을 시작으로 한 둥근 원형의 시계 디자인, 그리고 직사각형의 시계 형태 중 어느 쪽이 유행을 선도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소비자 인식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기존 아날로그 시계의 매력에 소구되어 상시적으로 시계를 착용하고 다니는 소비자 관점에서는, 스마트 워치가 아무리 기존의 시계 외형을 닮는다 하더라도, 전통적인 시계가 제공하는 이상의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반대로 시계를 착용하고 다니지 않던 소비자들은 시계 자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아무리 시계와 닮은 제품으로 소구를 하더라도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패션 아이템 관점에서 고도화되고 있는 경쟁 양상도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패션 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의 속성 상, 제품의 유행 주기를 보통 2~3주로 인식한다. 반면 IT 제품 중 가장 유행에 민감한 편인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는 27개월 수준이다. 스마트 워치를 패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시키기 위해서 이보다 더 짧은 교체 주기로 소구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사업자들의 몫 

과연 스마트 워치는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ICT 시장의 Next Big Bang이 될 수 있을까.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자체는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물과 사람 간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IoT(Internet of Things) 관련 기술이 진화하고 있고, H/W 소형화가 가속화되는 등 주변 여건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그리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핵심적인 가치 요소로 기대되는 운동, 건강 관리 등에 대해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니즈가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기술이 발달하고, 제공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와 인지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은 새로운 시장 형성에 있어서 분명히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스마트 워치가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혁신적인 성장 모멘텀으로 발전할지, 아니면 파편화된 IT 액세서리 시장의 니치(Niche)로 남게 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장에는 이미 가격 경쟁이 심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순토(Suunto), 가민(Garmin) 등 전통적인 아웃도어 스포츠 업체들이 출시하는 제품과, 핏빗(Fitbit) 등 스마트 밴드 제품의 주요 기능들은 동질화되고 있다. 샤오미와 같은 신생 업체는 13달러에 미 밴드(Mi band)를 판매한다. 한때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 받던 나이키(Nike)가 퓨얼 밴드(Fuel band) 사업에서 철수하고, 관련 인력들을 해고한 것은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소비자들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으로 가격을 들고 있다.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제품이 먼저 출시된 이후, ‘존재의 이유’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트위터도 2006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매년 생겨나는 수많은 웹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UI가 단순화되면서 단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적합한 외형을 갖췄고,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수단, 허드슨강 항공기 추락 사고 등에서 그 영향력이 입증되면서 트위터가 가진 ‘존재의 이유’는 분명해졌다. 그런 관점에서 애플 워치가 내년까지 어떠한 가치 요소들을 기반으로 시장에 실제적으로 등장하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다. 

스마트 워치만의 ‘존재의 이유’를 찾아내는 건 결국 사업자들의 몫이다. ‘웨어러블’은 아직 형용사이다.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단순히 ‘~을 착용할 수 있는’이라는 활용성만 강조되어 왔다.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그 무언가, ‘~을 착용해야 할 이유’가 발견될 수 있을지, 그리고 누가 그것을 먼저 발견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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