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전자·IT 시장의 ‘연비 경쟁’ 점화됐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연비’이다. 차는 한 번 구입하면 최소 몇 년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낮으면 유지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제품의 경우,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유지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TV를 비롯하여 주요 제품군에서 스펙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자/IT 시장에서도 유지비(전기료, 충전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비롯하여 스펙이 고도화될수록 소비전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높아지는 스펙에 비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한계 효용이 감소하고, 웨어러블 등 다양한 IoT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전자제품의 ‘연비’, 즉 소비전력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소비전력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세 가지 방향성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비되는 전력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 과한 스펙을 낮추거나, 매주 S/W를 업데이트해서 불필요하게 누수 되던 전력을 줄이고 있다. ▲웨어러블 등 Sub-Device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충전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상부상조’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열이나 진동을 이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등의 기술까지도 장기적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앞으로 ‘소비전력’은 제품을 구성하는 일개 요소가 아니라, 제품 카테고리의 성장과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트리거가 될 수 있다. PDP가 높은 전력 소모로 시장에서 사라진 것처럼, 전자/IT 시장에서 ‘연비 경쟁’에 뒤쳐질 경우 ‘제 2의 PDP’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웨어러블, IoT, UHD 제품이 확산될수록 소비전력 혁신이 전자/IT 시장에 줄 파급력은 커질 전망이다.
< 목 차 >
1. 소비전력 이슈 재점화
2. 소비전력 해결 유형 3가지
3. 향후 1~2년 내 경쟁 트리거로서의 소비전력
1. 소비전력 이슈 재점화
전자/IT제품은 기본적으로 전력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기이다. 그렇다 보니 소비전력이 얼마나 높은 지에 대한 이슈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2000년대 초/중반, TV 시장에서 소비전력 이슈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LCD TV와 PDP TV는 표준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승부는 의외의 곳에서 싱겁게 결정되어 버렸다. PDP TV는 LCD 대비 평균 30~40% 더 높은 전력이 필요했고, 소비자들은 ‘TV를 보면서까지 전기료를 걱정하기는 싫다’면서 냉정하게 PDP를 외면해 버렸다. PDP는 해상도, 잔상(Burn-in) 등에 있어서도 LCD 대비 열위였지만, 소비전력 문제는 소비자가 가장 크게 체감하는 단점이었다. 2000년대 초반 파나소닉, LG, 삼성 등 주요 TV기업들은 경쟁적으로 PDP를 추진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철수하고 극소수의 기업만이 제한된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후반이 되면서 스마트폰이 등장했는데, 출시 초기부터 소비전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상당히 컸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워낙 크고, ‘신기한’ 물건이다 보니 충전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감내하였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소비전력 이슈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지만, 높은 해상도, 카메라 성능, 더 빠른 프로세싱 속도,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는 것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였다. 인간의 망막(Retina)으로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대거 탑재되었고, 신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2배씩 빨라지는 프로세서, 웬만한 PC에 버금가는 메모리, 그 외에도 각종 센서와 리시버 등이 수시로 작동하면서 스마트폰의 전력 사용량은 점점 높아지게 되었다. 또한, 경박단소 경쟁으로 인해 배터리의 용량은 커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여전히 사용자들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충전해야 하고, 하루라도 충전을 거르게 되면 이튿날 방전되어 안절부절 하기 일쑤이다.
고스펙 스마트폰에 대한 체감가치 둔화
최근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과도한 스펙보다는 실질적인 ‘가격 대비 성능비’를 더 중시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스펙은 상향 평준화 된 상황이고, ‘조금 더’ 스펙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한계 효용이 많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대비 월등하게 좋아진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고, 판매 가격을 상승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웬만한 기능에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어렵고, 오히려 ‘뭐가 달라졌는데 또 비싸졌냐?’라는 비아냥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스펙이 높아지고 기능이 다양해 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구조의 특성 상,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백라이트(Backlight)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개구 면적)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더 많은 광원이 필요하고, 소비전력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센서가 부착된 스마트폰에서는 더 많은 실시간 상황인지(Context Awarenes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만큼 전력 소모도 높아진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소비자들의 고스펙 제품에 대한 니즈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 자주 쓰지도 않는 기능 때문에 굳이 더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제품을 구입하고 더 불편하게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만한 무언가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지도 모른다.
웨어러블의 소비전력, 제품 성패를 가늠할 핵심 이슈
소비전력에 대한 문제는 스마트폰보다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이하 ‘웨어러블’)에서 훨씬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매일 충전하기도 귀찮은데 웨어러블까지 자주 충전해야 한다면 소비자들은 웨어러블을 생활 필수품으로 과연 여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잦은 충전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본다면 웨어러블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소비자가 감수해야 되는 것, 특히 충전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 시장에 안착하기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웨어러블 제조사들은 웨어러블의 소비전력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 워치 중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인 제품들을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소비전력 이슈가 적어 한 번의 충전으로 최소 5일 이상 사용할 수 있거나, 아니면 차라리 기존 수은전지를 탑재하여 6개월~1년 정도는 충전 및 소비전력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웨어러블에서의 소비전력 문제는 제품 카테고리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 요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UHD 확산으로 TV 에너지소비 효율 급락
PDP TV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TV의 소비전력 문제도 UHD 등장과 더불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개구 면적이 줄어들어 기본적으로 더 많은 광원이 필요한데 TV 화면 크기까지 계속 대형화되면서 훨씬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UHD 대비 해상도가 1/4에 불과한 FHD TV의 경우 대부분이 에너지소비 효율 1등급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UHD로 넘어 오면서 대부분 3~4등급으로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TV의 전체 소비전력이 크지 않은 상황 속에서 효율등급이 몇 단계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TV의 평균 판매가격(ASP)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1,000달러 이상 TV의 비중이 ’12년에는 8.9%이지만 ’17년에 3.2%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TV와 관련된 가격 민감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소비전력과 같은 유지비용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에너지소비 효율등급 두 단계 정도의 차이를 금액으로 환산(교체주기 8년, 일평균 4시간 시청 기준)해 본다면 OECD 국가들을 기준으로 대략 30~40만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누진세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전기료가 부과될 수 있는 구조이다. 대부분의 TV 가격이 수십 만원 수준인 상황 속에서, 소비전력 차이로 인한 유지비용 격차가 TV 구입가의 절반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UHD TV는 글로벌 주요 TV제조사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하이엔드(High-end) 뿐만 아니라 볼륨존(Volume Zone)에서도 본격적으로 탑재될 전망이다. 볼륨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하이엔드 대비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소비전력에 따른 유지 비용 이슈는 더욱 불거질 수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소비전력 혁신 제품을 내놓고, 이를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극 어필한다면 ‘저소비전력’은 TV 구매에 있어 다시 한번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할 지도 모른다.
새어 나가는 가전제품의 대기전력
얼마 전, 셋톱박스의 높은 대기전력이 이슈가 되었었다. 대형 TV의 대기전력보다도 최대 26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소식이 여러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무심코 켜둔 셋톱박스가 의외로 높은 대기전력을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렇게 새어 나가는 가전 제품의 소비전력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셋톱박스처럼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 형태로 제공되는 제품일수록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저효율 부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소비전력이 높아질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조삼모사식의 제품이 많아질수록 전자/IT 시장에서의 연비(초절전) 이슈는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셋톱박스 외에도 생활가전 중에서 대기전력이 높은 기기들은 의외로 많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모뎀, 에어컨(스탠드), 보일러, 오디오/스피커, 유무선 공유기, DVD 등 무심코 켜놓은 가전에서 새어나가는 대기전력은 각각 셋톱박스의 절반 정도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열린 주요 가전 전시회나 컨퍼런스에 가보면 경쟁적으로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신개념 제품들이 스마트홈이라는 범주 내에서 얼마든지 가정 내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최근 아마존에서 내놓은 ‘아마존 에코(Echo)’의 경우, 작은 원통 스피커처럼 생긴 제품으로 음성을 통해 간단한 검색, 음악 재생, 쇼핑, 알람, 일정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가전제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러한 제품들의 특성 상 항상 켜져 있어야(Always-on)하므로 소비/대기전력 이슈는 항상 잠재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될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많이 사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사용하는 전자제품들 중에서 어떤 것이 얼마나 소모가 많은 지를 더 잘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스마트 그리드’ 컨셉이 대중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GE는 일반 가전을 뛰어 넘어 산업용 장비에까지 전력 누수가 어떻게 발생하는 지를 실시간 파악하여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사업모델을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한 축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소비전력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량적으로 기기/부품별 소모되는 전력량을 알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소비전력은 제품 구매 시 중요한 고려요인으로 다시 한번 부각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2. 소비전력 해결 유형 3가지
소비전력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첫째, 소비전력이 크게 발생하는 요소를 찾아 개선시킴으로써 소비되는 전력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둘째, Sub-Device와 공생하면서 전력 부담을 분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력을 제공하는 원천(Source)과 관련된 기술을 혁신하는 것이다.
① 소비 전력량 최소화
과도한 스펙/기능 경쟁에서 탈피
사실 스펙 욕심만 좀 줄인다면 소비전력은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타 기업과의 경쟁 관점에서 자꾸 더 많은 기능을 구현하고 수치적으로 더 높은 스펙을 달성하려고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소비전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많고 다양한 기능을 무리하게 구현하기 보다, 강점이 될 수 있는 요소에 선택/집중한다면 낭비되는 전력도 줄일 수 있고 소비자의 체감 가치는 오히려 증가할 지도 모른다. 맛집에 가보면 메뉴는 아주 간단하다. 절대 수십 가지 메뉴를 늘어놓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과한 스펙을 대폭 줄이고 소비전력 개선에 집중하여 주목 받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 보자.
기대 이상의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페블(Pebble)’ 스마트 워치는 과한 스펙을 과감하게 벗어 던져 버리고, 잦은 충전에 따른 소비자들의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출시되었거나 향후 출시 예정인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는 고선명 컬러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는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전기 하마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페블은 해상도도 낮고 컬러 구현도 안 되는 흑백 이페이퍼(e-Paper)를 적용했다. 이페이퍼는 LCD/OLED 대비 소모되는 전력이 훨씬 적어 한 번 충전으로 5~7일 정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야외 시인성(Daylight Readable Display)까지 좋아 스타트업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흑백이고 저해상도이다 보니 제공할 수 있는 앱의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앱 중심으로 생태계도 꾸려 나가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도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디스플레이를 아예 없애 버린 제품도 존재한다. 미스핏 샤인(Misfit Shine)의 경우, 디스플레이는 아예 없고 작은 불빛만으로 시간을 나타낼 수 있고, 내재된 센서를 통해 활동량 측정에 집중한 웨어러블 제품이다. 그렇다 보니 수은 전지 하나만 탑재하고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으며 6개월 정도는 거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모딜리안(Modillian)의 스마트 시계줄(Smart Strap)이다. 기존 시계에 줄만 바꿔 끼는 컨셉으로 기존 시계의 디자인은 백분 살리면서 꼭 필요한 스마트폰 메시지만 진동으로 확인(Notification)할 수 있다. 당연히 소모되는 전력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형태이다.
과도한 스펙/기능 경쟁의 틀에서 벗어난 사례는 스타트업 제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모토로라에서 출시한 드로이드 터보의 경우, 5.2인치 디스플레이, 2,100만 화소의 카메라와 3GB 메모리를 탑재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스펙이기는 하지만, 최고 스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무게도 176g으로 무거운 편이다. 하지만, 드로이드 터보는 3,9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48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터보 충전 기능으로 15분 충전으로 완충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은 무조건 경박단소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버리고 소비자들이 불편해 하는 충전 및 소비전력 이슈 해결에 앞장선 것이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Retina) 제품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레티나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기존 아이패드 미니 대비 전력 소모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패드 에어 대비 크기가 작아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제품은 낮은 색재현율(Color Gamut Rate)을 적용하였다. 아마존 킨들파이어(HDX 기준)에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의 색재현율을 적용한 것이다. 색재현이 높을수록 소비자들은 더 깊이 있는 색을 느낄 수 있지만, 소화면인 모바일 제품의 경우 그 체감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전력 강화를 위해 색재현을 낮게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결국 소비자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요소에 대해 과감하게 스펙을 하향 조정하게 되면 그만큼 소비전력을 높일 수 있고 사용자들은 덜 자주 충전하고 더 편안하게 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샤오미’식 집중적/주기적 S/W 업데이트
소프트웨어가 최적화되지 않으면 배터리 소모는 더 많아진다. 안드로이폰 등장 초기에 지금보다 스펙이 훨씬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터리가 더 빨리 소모되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소프트웨어 최적화 및 업그레이드가 소비전력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가늠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최적화함으로써 효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지속적이면서도 자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소비전력 관점에서 유리하다.
이를 잘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 샤오미다. 샤오미 창업자의 대부분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일 정도로 샤오미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업계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기존 기업들의 경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VOC가 나오더라도 빠르게 제품이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아주 가끔 있는 S/W 업그레이드 시점에서 일부 반영하거나, 차기 모델에 반영을 검토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샤오미는 수십~수백만 명의 미펀이 샤오미 게시판에 제품의 혁신 방향과 불만 관련 의견을 내놓으면, ‘오렌지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 그 의견들이 반영된 미유아이 최신판을 발표한다. 우수 미펀에게는 ‘빠이미화상’을 수여하는 등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있어 상당히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업그레이드 주기가 조금 길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경쟁사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S/W 업데이트를 자주 진행하고 있다. 샤오미의 CEO 레이쥔은 배터리 소모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문제라고 규정하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는’ 상품 컨셉 도입
소비전력이 단순히 배터리, 스펙, 소프트웨어 이슈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상품기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소비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소비전력 이슈가 가장 큰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는 상품기획을 통해 소비전력을 크게 줄인 사례가 많이 있다.
위딩스(Withings) 스마트 워치는 언뜻 봐서는 일반 시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 보면 웬만한 스마트 워치 기능은 다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가속도계를 이용해 보행이나 수면 시간을 추적할 수 있으며, 설정에 따라서는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축적한 데이터를 모바일앱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대신, 배터리 소모가 많은 디스플레이는 없애고, 기발한 발상으로 아날로그식 시/분침을 이용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독특한 컨셉을 채택하였다. 시계 앞면을 보면 일반 시간을 표시하는 시분침 외에 아래쪽에 작은 초침이 보인다. 이 작은 초침은 0에서 100까지 나타낼 수가 있는데, 사용자가 모바일앱으로 미리 설정한 운동량 목표 대비 몇 퍼센트를 달성 했는 지 알려준다. 그 뿐 아니라 진동 알람이나 수면 패턴 같은 것도 분석해 주고, 위딩스가 선보인 체중계인 위딩스 스케일(Withings Scale)과도 연동하여 체중관리까지 지원해 줄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기존 시계에 쓰는 납작한 원형 건전지를 써서 1년 동안 쓸 수 있으며, 충전은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
카이로스(Kairos)도 독특한 컨셉의 스마트 워치로 충전 스트레스를 줄인 제품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는 디스플레이가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배터리가 계속 소모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평소에는 일반 아날로그 시계의 형태를 보이다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줄 때에는 커버 글래스를 통해 정보를 표기해 준다. 평소에 투명 디스플레이로 있을 때에는 전력 소모가 거의 없다가 정보를 표기할 때만 일부 소비전력이 발생하게 되어 배터리 지속시간도 거의 일주일에 가깝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이러한 컨셉이다 보니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다른 스마트 워치와는 달리 시계 기능과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은 계속할 수가 있어 소비자들에게 충전의 압박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그 외에도 리톳(Ritot)처럼 평소에는 디스플레이가 아예 없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는 프로젝션 형태의 빛을 내어 손등에 비추는 방식도 있다. 고정관념을 조금만 깨게 되면 스마트 워치에서도 얼마든지 소비전력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② Sub-Device와의 공생
스마트폰 여는 횟수 최소화
일반적으로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를 같이 이용하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더 빨리 닳을 것으로 여기기 쉽다. 아무래도 블루투스에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스마트폰 센서를 더 자주 켜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더 소모될 수 있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사용자의 이용 행태를 조금만 더 깊게 들여다 본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는 하루에 150번 정도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 본다고 알려져 있다. 켜는 목적은 시간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문자 메시지, SNS 알림, 전화 수신, 음악 변경 및 볼륨 조정, 일정 확인, 놓친 메시지/전화 확인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사용자가 스마트 워치와 병행 이용하게 되면, 이 중 상당수를 굳이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 스마트 워치를 통해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한 번 스마트폰을 열어보면 그냥 닫기보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스북 등을 습관적으로 열어 보고 가십 기사를 읽는 습관이 있는데 이러한 횟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식으로 적절하게 기기 간 역할 분담을 한다면 의외로 스마트폰의 소비전력을 덤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상부상조를 통한 전력 공유
삼성은 최근 ‘삼성 플로우(Samsung Flow)’라는 컨셉을 공개하였는데, 삼성의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 PC 간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였다. 그런데, 그 중 배터리 전력 공유에 관련된 내용도 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을 같이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스마트워치의 배터리가 일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인근에 있는 스마트폰의 전력을 공유한다는 컨셉이다. 그 외에도 ‘Power Sharing Cable’을 통해 부족한 전력을 인근 모바일 기기끼리 물리적으로 연결하여 공유하는 ‘긴급 수혈’ 방식도 공개하였다.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만의 와이미(Wime)에서 공개한 ‘톡케이스(Talkcase)’는 아이폰의 서브폰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아이폰을 사용하다가 배터리가 방전될 경우 유심카드만 서브폰으로 옮겨 전화통화를 할 수가 있다. 외부에서 스마트폰이 방전되더라도 중요한 전화는 얼마든지 걸고 받을 수 있어 ‘Contingency Plan’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작은 계산기 모양이고, 두께도 5.5mm에 불과하며 2시간 30분 동안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 폰케이스로 그냥 쓰다가 꼭 필요할 때 서브폰으로 이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그 외에도 큐브레이슬럿(QBracelet)이라는 액세서리형 제품은 평소에는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팔찌이지만,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는 충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팔찌형 배터리이다. 둔탁하고 거부감 있는 형태가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패션 아이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유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사례처럼 스마트폰에 웨어러블이나 폰케이스 등 Sub-Device를 병행 이용하면서 적절하게 역할 분담을 하는 것도 소비전력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차세대 초절전/에너지 기술의 적용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
전자/IT제품에서 소모되는 전력량이 가장 많은 부품은 디스플레이 패널인 경우가 많다. TV, 모바일 등 주요 제품군에서 점점 화면의 대형화, 초고해상도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전력 이슈는 더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패널과 관련된 기술 혁신은 소비전력 혁신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OLED 패널의 경우, LCD와는 달리 필요한 픽셀의 빛만 켜주면 되고, 화면 구현을 위한 층(Layer)도 단순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소비전력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구조이다. 점차 소재의 혁신, 회로 복잡성의 단순화, 광효율의 혁신 등이 병행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LCD 대비 저소비전력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마이크로 LED, 광배향 필름, 옥사이드, LTPS 등과 같이 지금 당장은 상용화가 어렵거나 고비용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 후보군은 상당히 많이 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의 진보를 통한 소비전력 이슈 극복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재조명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더 작은 배터리 크기이면서도 고효율을 달성하고 발열이나 수명 이슈도 최소화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은 소재, 화학 기업들 모두가 지향하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본다면 단순히 배터리 용량만을 늘리는 것보다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관점에서의 혁신 잠재력도 함께 모니터링되어야 할 부분이다. 말 그대로 주변에서 버려지는 열, 진동과 관련된 에너지를 다시 수확하여 전기에너지로 전환하여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열전발전의 경우, 온도차는 어떤 곳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용한도는 거의 무한대다. 자연계에 있는 열원, 태양열, 지열, 인체열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공장, 자동차,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열도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하이테크 섬유를 통해 체온으로 발전하는 의류도 등장할 전망이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발생하는 진동이나 충격 등의 운동 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얻는 압전발전도 관심거리다. 압력이나 진동에 의해 전기가 발생하고 역으로 전기를 흘려주면 진동이 생기는 식이다. 가스레인지를 켤 때 손잡이를 돌려 압전체에 압력을 가하게 되면 전기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불꽃이 생기며 불이 붙는다. 신발에 압전 발전기를 부착하면 걷거나 뛸 때마다 배터리를 충전하게 된다. 초음파 가습기도 일종의 압전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압전체에 전기를 흘려 엄청난 진동을 유발시키면 그 진동으로 인해 수증기가 발생하는 원리이다.
물론 에너지 하베스팅은 아직 일상생활 전반에 적용되기에는 효율, 비용 등의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IoT 트렌드 속에서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술이 대중화되기까지의 속도도 단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3. 향후 1~2년 내 경쟁 트리거로서의 소비전력
앞으로 ‘소비전력’은 제품 스펙을 구성하는 일개 요소가 아니라, 제품 카테고리의 성장과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날이 갈수록 단순 스펙 경쟁보다는 소비전력과 같은 실질적인 가치를 중요시 하는 고객층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웨어러블은 소비전력이라는 암초를 극복해야만 비로소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V, 생활가전을 비롯한 거치형 제품의 소비전력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사물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기존에 없던 ‘아마존 에코’, ‘네스트’ 같은 제품군들이 많아지고, 또 개별 제품이나 부품이 얼마나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프라도 병행해서 확산될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전자/IT 시장 트렌드 속에서 향후 1~2년 내에 일어날 만한 점들을 예시적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기능/스펙 Trade-off 경쟁
모든 전자제품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등 모바일 기기는 ‘무언가를 포기하면 다른 것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 경량화를 포기한다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포기한다면 전력 소모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스펙 간 가중치(Weight) 재조정을 통한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페블’처럼 굳이 혁신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기존에 존재하던 기술만 가지고도 스펙 간 가중치를 조정함으로써 소비전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스펙이나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려울 지 모른다.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치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상향 평준화되어 버린 스마트폰 시장 속에서 묻지마 식으로 스펙을 올리는 것을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바라지 않을 지도 모른다. 웨어러블을 대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충전의 번거로움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특히 중요해질 것이다. 복잡한 기능의 웨어러블보다 한 두가지 핵심 기능에 충실하면서 충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H/W 측면에서 기술 혁신이 없더라도 이러한 경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모바일 Trade-off 경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지켜볼 일이다.
● 모바일 소비전력 이슈를 모바일 ‘밖’에서 해결
모바일 기기 만큼이나 충전 이슈가 큰 제품이 바로 전기차이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고, 충전 속도도 몇 시간 씩이나 걸리다 보니 전기차와 관련된 정부보조금이 많이 지급되더라도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일부 제조사에서 급속 충전기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급속 충전을 하면 할수록 배터리 수명이 빠르게 단축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테슬라는 ‘수퍼차저(Supercharger)’라는 급속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급속 충전하더라도 배터리에 악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그 자체도 높은 품질을 자랑하지만, 차 ‘밖’에서도 ‘수퍼차저’라는 차별적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이 되었다.
어쩌면 모바일에서도 테슬라처럼 모바일 ‘밖’에서 소비전력 이슈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올 지도 모른다. 배터리 기술이 단 기간 내에 혁신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배터리 크기를 무리하게 키우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수퍼차저’ 컨셉을 모바일에서도 적용하는 편이 소비자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사용자 마다 필요로 하는 배터리 용량이 다 다를 수 있어서 천편일률적으로 배터리를 키우면 오히려 불편함만 가중시킬 수 있다. 평소에 배터리가 많이 부족한 사용자는 웨어러블 팔찌 형태의 대용량 배터리를 소지하면 되고, 배터리 방전 시 비상 전화 정도만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서브폰 케이스를 이용하는 것은 이미 현실화된 이야기들이다. 점점 더 패셔너블한 모바일 ‘밖’ 아이템들이 등장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향후 1년 내에 스마트폰 ‘밖’에서 충전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아이템들이 쏟아질 지도 모른다.
● ‘저소비전력’이 Marketing Tool로
전력산업은 전자식 전력량계가 도입된 20여 년 전과 비교하여 큰 변화가 없었던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GE를 비롯한 많은 굴지의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특히 가정 내 냉/난방을 포함하여 각종 가전들의 전력량을 빅데이터 관점에서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가정 내 주요 전자제품별로 전력 소모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머지 않은 미래에 소비전력이 중요한 마케팅 툴(Marketing Tool)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랩에서 만든 스마트 온도계(네스트)의 경우 기존 일반 온도계 대비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절감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알려줄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출시 1년 만에 스마트 온도계 업계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결국 그 시장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32억 달러라는 거금에 인수되었다.
소비자들은 소비전력에 대해 정량적으로 알기 전에는 크게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스트 사례처럼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수치로 소비전력 절감 효과를 인지하게 되면 제품 구매 시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게 된다. 앞으로 TV, 냉장고, 세탁기를 비롯하여 주요 가전에 있어 ‘소비전력’이 얼마나 중요한 마케팅 키워드로 자리 잡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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