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도전정신과 팀워크 위협하는 성과주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기존 연공주의 인사 관행의 단점을 보완하고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및 우수 인재 확보·유지를 통한 기업 성과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기업들은 성과주의 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주의 인사 역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성과주의 인사와 관련되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가 바로 평가 결과와 보상을 강력하게 연계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나 지속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단기성과에 매몰되고 개인적 이득을 보기 위해 시스템이 가진 결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성과주의 인사가 불러일으키는 경쟁으로 인해 각 조직 또는 개인 간 협업이 되지 않고, 조직 전체 성과가 아닌 부분 최적화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셋째, 성과주의 인사는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여 위험을 감수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업무 성과와 관련하여 어떠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외부 환경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위험이 높은 일을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성과주의를 통해 평가와 보상이 강조되다 보면 실제 기업 성과나, 고객가치 제고 등이 아닌 내부 보여주기 식 활용에 중점을 두고 지표를 선정하고 평가를 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다섯째, 급여 격차가 커질수록 불공평성의 감정과 불만족을 촉진하고, 조직을 떠나고자 하는 경향이 증가되며, 업무수행을 저해하여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분명한 것은 성과주의 인사가 부작용이 있다 해서 이를 당장 폐기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기업들은 우선 성과주의 인사가 실행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정보가 흘러가게 하는 것’과 ‘구성원들이 자신이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기업들은 조직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 달성에 가장 중요한 몇 개의 핵심지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결과에 커다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고 비즈니스 전략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서로 다른 기능부서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사일로 너머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부서의 협력이 필요한 통합지표를 찾아내고 부분 최적화가 아닌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부서 지표간 상충관계 발생 시의 의사결정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질적인 평가를 통해 도전적인 실패에 대한 용인, 장·단기 성과의 균형적인 관리 등 양적 평가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성과주의 인사를 ‘진리’가 아니라 ‘진리에 대한 탐구 과정’으로 인식하고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변화·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 한다.
< 목 차 >
1. 성과주의 인사의 대두
2.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이슈
3. 성과주의 인사의 지향점
1. 성과주의 인사의 대두
노박 조코비치는 2014년 윔블던 테니스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를 3-2로 물리치고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2014년 그랜드슬램 최고의 명승부로 꼽힐 만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이 경기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 큰 박수를 받을만한 탁월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우승자는 176만 파운드의 상금을 받은 반면 준우승자는 딱 절반인 88만 파운드를 받는데 그쳤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골프도 비슷하다. 2014년 US 오픈 우승자인 마틴 카이머는 162만 달러의 상금을 받은 반면, 공동 준우승자인 2명은 80만 달러가 조금 못 미치는 금액(2등과 3등의 상금을 합한 금액을 둘로 나눈 액수)을 받았다. 사실 기량이나 경기에 기울인 노력 정도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이렇게 상금은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걸까? 이는 바로 1등과 2등의 상금 차이가 클수록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고 치열하고 흥미로운 경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예로 든 운동 경기만큼은 아닐지라도 기업 경영에서도 이러한 가정은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조직 또는 구성원들의 업무 성과와 보상의 연계를 추구하는 성과주의 인사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국내 기업들 역시 기존 연공주의 인사 관행의 단점을 보완하고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및 우수 인재 확보·유지를 통한 기업 성과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성과주의 인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과주의 인사와 관련된 대표적 이론 중 하나가 레이지어와 로젠(Lazear & Rosen)이 제시한 토너먼트 접근법(Tournament Approach)이다. 그들은 조직 내의 구성원들 간에 임금 차가 크면 이들은 제각기 다른 구성원들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경주하게 되며, 이 경쟁 과정에서 이긴 자는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한층 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많은 연구에서 성과주의 인사는 최악의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전도유망한 새로운 지원자들의 유입을 통해 구성원들의 잠재 역량을 높일 수 있으며, 성과의 차별화를 보장하고, 조직에서 성공에 필요한 자질들을 규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관리자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과평가 컨설턴트인 그로테(Nick Grote)는 전통적 성과관리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갈등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의 기대 수준을 하향하여 결국 모든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평가 점수를 받게 만듦으로써 소수의 최상위·최하위 구성원들과 대다수의 보통 구성원들을 구분하는데 실패하고 결과적으로 ‘평범함의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더 나은 업무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보증할 수 있는 강제 순위 배분(Forced Ranking)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많은 기업들은 성과주의 인사 철학을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있다. GM을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슬론(Alfred Sloan)은 성과주의 인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과에 기반한 보너스 제도는 회사의 여러 계층에 다른 종류의 자극을 준다. 특히 아직 보너스 지급 대상이 아닌 구성원들이 그 대상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유인을 제공한다. 또한 보너스 제도의 중요한 부수적 효과는 각 구성원이 자신과 회사의 발전에 대해 숙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성원은 상사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을 앎으로써 만족감을 얻고, 동시에 매년 자신의 업무 실적을 재검토하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GE의 전 CEO인 잭 웰치(Jack Welch) 역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성과주의 인사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기업이 승리하려면 관리자들은 실적이 우수한 사업과 그렇지 못한 사업 혹은 우수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모든 사업 부문과 직원들을 똑같이 대접한다면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수의 기업들은 구성원들간의 경쟁을 통하여 고성과를 창출할 수 있고, 고성과자들에게 고임금을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동기를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성과주의 인사는 기업의 HR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성과주의 인사 실현을 위해 설계된 제도가 구성원들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동기부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가 쉽지 않다. 성과급 지급이 지속될 경우 동기부여 효과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 없고 성과급이 기대만큼 성과 제고에 효과가 없다는 이론과 연구도 제시되고 있다.
2.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이슈
스탠포드대 교수인 페퍼(Jeffrey Pfeffer)는 사람들이 금전에 의해 주로 동기부여가 되고 개별 인센티브 지급이 창조성과 생산성을 유도하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그는 개별 성과급 제도는 팀워크를 약화시키고 단기성과에 초점을 두도록 조장하며 구성원들을 눈치꾼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성과주의 인사를 통해 부여되는 높은 동기 수준이 꼭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압감에 의한 경직 현상(Choking under Pressure)이다. 즉, 높은 동기 수준이 심리적 부담이나 강박감을 일으켜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과주의 인사 역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
(1) ‘내일 일은 난 몰라요’… 단기성과 주의
성과주의 인사와 관련되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가 바로 평가 결과와 보상을 강력하게 연계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나 지속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단기성과에 매몰되고 개인적 이득을 보기 위해 시스템이 가진 결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예로 A기업은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배송 상품의 정시 도착률 관리를 보다 엄격히 하고 결과를 보상과 연계하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정시 도착률은 거의 완벽하게 달성된 것으로 기록에 나타났으나, 오히려 고객의 50%가 불만을 토로하는 등 고객만족도가 떨어졌다. 출고가 제시간에 되었는가만 측정하고 그 이후는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헬프 데스크 직원의 전화 응대 숫자와 고객 문제 해결에 걸린 시간을 보상과 연계시키자, 많은 상담원들이 상담 중간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 또한 뉴욕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일일 목표 소득을 채운 경우에는 동기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목표 소득이 존재하고 또 그것을 달성했을 경우에는 성과주의 보상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실 기업들은 성과주의 인사가 구성원들을 단기성과에 매몰되게 만드는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와 장기성과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문제는 단기성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측정이 어렵지 않고 보상과 연계시키는 것이 용이하지만, 장기성과의 경우 중간 과정을 어떤 지표로 측정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쉽지 않고 보상과의 연계도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가 결과와 연계되는 보상의 크기가 클수록 구성원들은 장기성과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단기성과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경우, 전체 보수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러한 현상은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심해져 최고경영진의 경우에는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보너스를 받는 경우도 흔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금융기업들이 분기별 실적 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결정한다.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는 2006년부터 자기자본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이고, 고위험·고수익의 투기등급 채권 매입을 늘리는 등의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채택하였다. 그런데 2007년 이후 사실상 모든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취급 기관들이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리만은 “시장이 나빠져 경쟁업체 수가 줄게 되면 오히려 확실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투자를 축소하지 않았다. 리먼이 9·11 직후 주가가 급락했을 때, 동일한 전략으로 사상 최고 수익을 올린 달콤한 추억을 갖고 있었던 것도 그러한 결정을 내린 한가지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단기 실적을 끌어올려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보너스를 챙기자는 탐욕이 작용한 것이다. 당시 CEO였던 리처드 펄드(Richard Fuld)는 파산 전 약 4억 8천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이런 엄청난 금액을 포기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엄청난 성과급으로 인해 현재의 의사결정이 중장기 관점에서 회사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간과하거나 일부러 무시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기간의 업적만 평가해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이 결국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이익을 높여 일단 성과급을 챙기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리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성과에 따른 차별적 성과급 지급이 모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이 없거나 낮은 수준일 경우, 성과급 수준을 높이면 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는 과도한 성과급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 ‘적은 경쟁사가 아닌 내부에’… 개인·부문 이기주의의 발현
저명한 노동경제학자이자 인사경제학을 창시한 에드워드 레이지어(Edward Lazear)는 상대 평가를 바탕으로 한 개인 성과급 제도의 도입은 협업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승자와 패자에 대한 보상의 차이가 클수록 구성원들은 협업 대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과주의 인사가 불러일으키는 조직·개인 간 경쟁이 낳는 가장 큰 문제는 업무에 있어 서로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협업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조직 또는 개인의 목표만 달성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호 협업이 되지 않고, 조직 전체 성과가 아닌 부분 최적화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타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에서 경쟁하는 옆의 동료 또는 부서를 적으로 간주하고 의사결정과 행동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GM이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 시장을 리드할 수 있게 한 핵심 전략 중 하나가 바로 ‘고객들이 자동차와 관련된 꿈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을 실현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즉, 운전을 처음 시작한 젊은 고객들에게는 저렴한 차를, 그리고 점차적으로 수입이 늘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에 걸맞은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GM은 자동차 제품별 분권화된 사업부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그런데 다양한 분권화 조직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데 있어 문제로 떠오른 것이 바로 주요 경영자들이 전사 관점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동기유발 요소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1920년 이전 성과급 체제 하에서는 사업부 경영자들은 전사적으로 얼마를 벌었는지에 관계없이 자신의 사업부 이익을 기준으로 보상을 받았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업부 경영자들이 회사 전체 이익보다는 자신의 사업부 이익만을 최대화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심지어 사업부 경영자가 자신의 사업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과 행동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GM은 사업부 이익이 아닌 회사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즉 새로운 것의 발명, 탁월한 서비스 제공, 그리고 구성원의 역량·태도 등이 GM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해 성과급을 결정하여 지급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기 부문 만의 이익을 지향하는 사일로(Silo) 현상을 타파하고,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각 브랜드별로 적절한 가격대의 시장 세분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침투하여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흘러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전사 차원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경쟁이 격화되고 사업부별 수익이 강조되면서 발생하였다. 각 사업부가 성과 제고를 위해 서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점차적으로 브랜드별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1980~90년대에 캐딜락사업부는 자기 사업부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출혈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급락했고 기존에 값이 비싸 구매를 하지 못했던 소비자들도 캐딜락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명성은 사라졌고 더 부유한 계층에서는 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 너무 흔하지 않아서 상류층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다른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타 사업부의 시장을 갉아먹는 현상도 발생했다. 사업부별 성과 강조는 단기간에 있어서는 해당 사업부의 매출을 증가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업부간 경쟁을 부추기고 서로 시장을 잠식함으로써 GM이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기를 자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3) ‘우리에겐 실패란 없다’… 도전정신의 상실
성과주의 인사는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여 위험을 감수하지 않게 만든다는 지적도 많이 받고 있다. 업무 성과와 관련하여 어떠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외부 환경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위험이 높은 일을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과주의로 인해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의 개념으로 사람들의 선택적 행동을 설명하고 있다. 즉, 현재의 수익이 높다고 판단할 때에는 위험 회피를 통해 기존 수익을 보호하려 한다. 반대로 기대보다 수익이 낮다고 판단되는 상황일 때는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에 맞추기 위해 더 높은 위험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급여가 많지 않다고 생각할 때에는 과감한 혁신과 도전을 통해 성과를 높이려는 성향을 보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보상을 받게 되면 도전과 혁신보다는 현상유지 성향(Status quo Bias)을 보이게 된다. 변화는 손실 가능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보상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기존 관행과 관습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고 현재 상태에 기준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직급이 올라가고 보상을 많이 받을수록 보수적이 되는 주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성과를 높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잃을 것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가드너(Heidi K. Gardner)는 성과주의가 양날의 칼(Double-edged Sword)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성과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면, 성과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업무기획, 사기진작 등 조직 내 조정활동을 통해 성과가 증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압력은 팀원들의 위험회피 성향을 증가시켜 상식적이고 손쉬운 특정 유형의 지식만을 공유하고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부분 최적화된 성과에 머무르도록 유도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압력에 직면하면 구성원들은 합의를 이루려는 동기가 증대되고, 업무완수에 몰입하게 되며, 팀 내 위계에 쉽게 순응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압력이 커질수록 성과를 높이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위험 부담이 있는 해당 영역의 특정 전문지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고 누구에게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반지식을 사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경쟁이 격화되고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창의성에 바탕을 둔 조직의 혁신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탁월한 혁신 성과에 대한 보상을 높이는 등 성과주의 인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성과주의가 강화될수록 구성원들은 위험을 회피하게 되고 기존 관행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탠포드대 교수인 서튼(Robert I. Sutton)은 창의적 혁신을 높이기 위한 성과주의의 실행 방식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혁신이 실제로 일어나길 원한다면 실패, 위험 감수의 미덕에 대해 이야기만 하지 말고, 성과 제고를 위해 필요한 활동을 과감하게 도전했지만 실패한 사람에게도 보상을 해야 한다. 동시에 복지부동은 최악의 실패이기 때문에,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복지부동적 자세에 반드시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4) ‘보기 좋은 것이 평가도 좋다’… 실제 성과가 아닌 내부 보여주기 활동
1940년대 미국 정부는 공무원을 뽑기 위해 채용 에이전시를 고용했다. 채용 에이전시의 면접관들은 역량 있는 지원자들을 판별하기 위해 심층 면접 등의 방법을 적극 활용하였다. 그런데 면접관들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인터뷰 횟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자 면접관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심층적인 방법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지원자들과 인터뷰를 하는데 치중했다. 좋은 후보자를 뽑는다는 본질적 목적 달성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면접관들은 자신들의 실적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는 성공하였다.
성과주의를 통해 평가와 보상이 강조되다 보면 실질적인 성과 창출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에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실제 기업 의사결정에의 활용 및 개선, 고객가치 제고 등이 아닌 내부 보여주기식 활용에 중점을 두고 지표를 선정하고 평가를 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보여주기식 환경 하에서는 고용 직원수, 교육 프로그램 실시 수, 헬프 데스크 콜 횟수, 거래선 방문수 등 활동에 대한 측정지표의 활용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성과 개선으로 연계될 것으로 생각하는 ‘활동의 함정(Activity Trap)’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은폐하고 여과되고 왜곡된 측정 정보가 막대한 양으로 존재할 수 있다. 한 병원의 경우 성과를 따지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리더가 이끄는 부서가 그렇지 않은 부서에 비해 실수가 발생하는 비율이 적게는 1/10에 불과했다고 한다. 문제는 타 부서의 경우 실수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점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과를 채근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던 리더의 부서원들은 발생된 많은 실수를 숨기고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경우 실제 상황을 알았을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거나 문제 해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내부 보여주기식 관행이 자리잡게 되면 고객이나 시장 정보를 자신들의 의사결정을 정당화하고 성과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한다. 심지어 고객들이 제기하는 불만 또는 요구 사항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고객들이 모르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무엇을 채워줘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단순히 귀찮거나 어렵다고 이를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고객의 불만이 자라나고 확산되어 기업에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5) ‘상처뿐인 영광’… 기대했던 효과의 부재
성과에 의한 차별적 보상을 지향하는 성과주의 인사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인 바란케이(Iwan Barankay)는 동료와 비교하여 성과를 평가하면 구성원들이 동료를 따라잡거나 추월하기 위해 일에 매진한다고 경영자들이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즉, 높은 등급을 받은 직원은 ‘이미 최고인데, 더 노력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고,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은 자신의 능력에 좌절해서 아예 포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오히려 나태해지거나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 하위권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그 자리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자리를 찾아 떠나고, 최고의 직원은 로열티를 가지고 계속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능한 직원은 새로운 도전을 찾아 떠나는 반면, 성과가 낮은 직원은 달리 갈 데가 없기 때문에 계속 자리에 머문다는 것이다.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서는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로 인해 반복된 성과급은 기본급처럼 당연하게 인식되고, 기대와 달리 지급받지 못할 경우 구성원들이 오히려 불만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급여 격차가 커질수록 평가 결과나 보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감정을 일으키며, 불만족을 촉진하고, 조직을 떠나고자 하는 경향이 증가되고, 성과를 감소시킨다고 것이다.
또한 강제 배분 평가는 모든 구성원들이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는 사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다우케미컬(Dow Chemical)의 한 인사 담당자는 “다우케미컬은 최상위급의 인재들을 채용한다. 게다가, 부서와 회사가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일부를 하위 직원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라고 말하면서 성과에 의한 강제 배분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물론 강제 배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하위 등급에 속해있는 직원들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단지 월등한 능력을 가진 나머지 동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적은 재능이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구분을 통해 보다 적합한 역할의 부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상대 비교에 의한 평가는 필연적으로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이 나름대로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쁜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3. 성과주의 인사의 지향점
성과주의 인사를 제대로 활용하면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동기를 부여하여 조직 성과를 제고할 수 있다. 반면, 잘못 운영되는 경우에는 실제 기업 성과를 높이기 위한 업무나 고객가치 제고를 위한 일보다는 평가 자체에만 신경을 쓰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왜곡된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성과주의 인사가 부작용이 있다 해서 이를 당장 폐기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직이 있는 한 평가는 필요하고 평가의 기준은 성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시스템도 완벽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적용하는 것이다. 성과주의 인사가 향후 보다 고민해야 할 포인트를 살펴보자.
(1) 실행을 촉진하는 명확한 책임과 권한
기업들이 성과주의 인사를 도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평가를 통해 보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태도,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켜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생존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을 촉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행이 수반되어야 한다.
실제 고성과 기업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에 대한 명확한 전략과 원칙을 가지고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표를 향하여 지속적으로 실행하며 나아가게 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네일슨(Gary L. Neilson) 등은 HBR에 실린 논문(The Secrets to Successful Strategy Execution)에서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정보가 흘러가게 하는 것’과 ‘구성원들이 자신이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 등을 들고 있다(<그림 1> 참조).
사실 조직 규모가 작을 때에는 정보도 원활하게 소통되고 누가 무엇을 맡아야 할지를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의사결정권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고, 부서 간의 장벽에 막혀 정보소통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정보가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권한이 어디에서 끝나고 다른 사람의 권한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의사결정권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러다 보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실행이 더디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누가 책임자인지를 명확히 정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실행이 이루어지고 성과주의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
건설 및 광산용 장비, 디젤 및 천연 가스 엔진 등을 제조하는 캐터필러(Caterpillar)는 2013년 기준으로 매출 약 560억 달러, 영업이익률 12%에 달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 때문에 캐터필러는 존재 자체를 위협받았다.
과거 캐터필러는 의사결정권이 대부분 본사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본사의 가격 담당부서는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비용만을 반영하여 임의로 가격을 책정했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지 시장에서 캐터필러는 경쟁력 있는 가격을 무기로 공격하는 코마츠(Komatsu)에게 계속해서 시장을 빼앗겼다. 1982년 캐터필러는 창립 이후 약 60년 만에 처음으로 1억 8천만 달러의 손실을 발표했고, 이후 2년 동안 하루에 약 100만 달러씩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이에 캐터필러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운영 책임을 현장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맡기기로 결정하였다. 캐터필러는 조직구조를 사업별로 재정비하고, 각 사업부가 수익성을 책임지게 하였다. 이를 통해 현장의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사업부의 평가는 동일한 기준으로 이루어졌으며, 총자산 이익률이 성공을 가늠하는 공통적인 지표가 됐다. 그 덕에 정확한 최신 정보가 반영됐으며,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정보가 생겨났다. 본사의 고위 결정권자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변화가 시작된 지 18개월 만에 캐터필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한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장이 둔화된 회사를 기업가적 열정이 넘쳐나는 회사로 바꾸어놓는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단호하고 완벽한 변화인 만큼 순식간에 변화가 진행됐습니다. 캐터필러는 철저하게 변화했고, 그 변화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습니다.”
(2) 핵심지표의 활용
성과주의 인사의 핵심 중 하나가 성과지표 관리이다. 지표 관리를 통해 기업은 경영의 개선 포인트를 파악하고, 저성과 및 고성과 조직·개인을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표 관리에 있어 종종 기업들이 범하는 실수가 바로 너무 많은 지표를 측정하고 관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표가 너무 많으면 관리가 복잡해지고 구성원들이 성과 제고에 필요한 핵심 활동에 몰입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기업들은 조직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 달성에 가장 중요한 몇 개의 핵심지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결과에 커다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고 비즈니스 전략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관리 및 개선을 위한 의사결정에 유용한 핵심지표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매업체인 시어즈(Sears, Roebuck and Company)의 사례를 살펴보자. 시어즈는 구성원 설문 점수를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 구성원 만족도 및 고객 만족도가 기업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구성원의 만족도 점수가 5점 개선되면, 이는 고객 만족도 1.3점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매출이 0.5% 정도 증가된다는 것이다. 이에 시어즈는 구성원 만족도와 고객 만족도를 수익 창출의 핵심 동인으로 보고 이를 보상에 반영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활동이 구성원 만족도와 고객 만족도 향상을 가져오는 지를 분명히 알지 못해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구성원 만족도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 수익을 감소시키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결국 지표 활용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고 말았다.
반면,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은 핵심지표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승객을 최저의 비용으로 한정된 숫자의 인기 노선에서 제시간에 운송하는 전략을 설정했다. 동시에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의 전략 목표 달성에 필요한 주요 활동들을 인과관계에 따라 분석하고, 가장 파급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핵심지표를 파악하였다. 즉, 저렴한 비용요금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승객 1인당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었고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항공기 가동률’이었다.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비행기가 착륙해서 승객을 내리고 비행기를 점검하여 다시 승객을 태워 이륙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비행기 회전시간(Turnaround Time)’이 높은 가동률의 핵심지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우스웨스트는 ‘비행기 회전시간’을 핵심지표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비행기 회전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상 근무요원의 역량·태도 및 상호간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사우스웨스트는 경쟁이 치열하고 이익률이 낮은 항공기 산업에서 창사 이래 한번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
(3) 측정 지표 통합을 통한 부서간 상호 협력 도모
개별 부서의 평가 지표는 종종 다른 부서와 상충관계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긴급 물량을 적시배송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및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별 기능부서들은 자기만의 렌즈를 통해서 세계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자신의 입장에 사로잡혀 자신의 성과만을 생각하는 사일로 현상이 공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직 내 부서들은 필연적으로 서로 상충되는 목적을 지향하게 되며, 모르는 사이에 자원과 시간이 낭비되고 전사 차원에서 성과 제고를 위해 필요한 협력체제 구축이 어렵게 된다.
성과주의 인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기능부서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사일로 너머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부서의 협력이 필요한 통합지표를 찾아내고 부문 최적화가 아닌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부서 지표간 상충관계 발생 시의 의사결정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듀퐁 EP(DuPont Engineering Polymers)는 특화된 화학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는 매년 10% 내외의 이익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비용 절감 및 생산력 증대에 기인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로 2.5%의 증가율에 불과했다. 이에 듀퐁 EP는 실질적인 수익 증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5가지의 전략적 주제(Strategic Theme)와 이 활동들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주제로는 ①생산력 개선을 위한 6 시그마(Six Sigma)와 같은 공정 개선, ②완벽한 물류를 통한 주문에서 대금 회수까지의 소요기간(Order-to-cash Cycle) 및 고객 리드 타임 단축, ③최고의 수익 실현을 위한 신규 제품 및 애플리케이션 출시, ④뛰어난 제품·낮은 원가·탁월한 공급 등의 차별적 패키지를 통해 목표 고객에게 완전한 해결책 제공, ⑤최종 고객에게 접촉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 고안 등이 포함되었다.
듀퐁 EP는 이 5가지의 전략별 주제 달성의 책임자를 임명하고, 전략적 주제의 관련 내용을 조직 내부로 전파함으로써 모든 비즈니스와 서비스 단위의 구성원들이 함께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모하였다. 동시에 지역별, 생산 단위별로 개별적인 평가지표 외에도 5개의 전략적 주제와 관련된 지표 목표 달성에 대한 책임도 명확하게 부여하였다. 사실 기존 지역 단위 조직들은 새로이 부여된 5가지의 전략적 주제보다는 매일 매일의 일상적 비즈니스 활동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략적 주제의 실행과 목표 달성이 구성원들의 일상 업무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사업별, 기능별, 지역별 단위 간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그치지 않는 논쟁이 발생하였고 쉽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략적 주제들을 명확히 발표하고, 기업의 우선순위를 강조함으로써, 이제 듀퐁 EP 내부 조직 간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보다 열정적이고 생산적인 토론과 실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전체 조직 단위 간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4) 질적인 평가의 적절한 활용
성과주의 인사를 도입할 때 대부분의 기업들은 보다 객관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길 원한다. 따라서 평가 지표를 가능한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보다 객관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업무 평가를 다양한 수치, 그래프, 수학적 기호 등을 활용해 정확하게 측정하여 보여 주어도 구성원들은 자신의 경험, 기억, 마음가짐 등에 반추해 이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평가를 양적으로 평가하고 데이터에 근거해 결과를 제시해도 해당 구성원들은 여전히 왜곡 해석되었거나 불공평하게 평가되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구성원들의 모든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의 경우 영업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대화 과정에서 제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제품에 반영시켜 성공적인 신제품을 출시시켰다면 이는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 대해 목표를 정하고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동시에 지표는 여러 환경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것을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하지 않다면 질적인 측정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질적인 평가가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도전적인 실패에 대한 용인, 장·단기 성과의 보다 균형적인 관리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질적인 평가는 평가자의 감정 등에 의해 잘못된 평가를 내리거나, 이러한 결과를 부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평가자가 제대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역량과 자세를 어떻게 향상시키느냐,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신뢰를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5) 지속적인 변혁
과거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성과를 판별하는 핵심지표는 타율이었다. 그런데 전체 타자들의 기량이 향상됨에 따라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타율의 표준 편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3> 참조). 평균 이상과 이하의 타율을 보이는 선수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머니볼로 유명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은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On-base Plus Slugging)를 활용하여 타율 기준으로 저평가된 선수들을 영입함으로써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돈을 적게 쓰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성과주의 인사 역시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 한다. 즉, 기존 관행에 얽매여 더 이상 유용성이 떨어진 지표나 이제는 오히려 동기부여에 악영향을 미치는 보상 방식 등이 계속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주의 인사를 ‘진리’가 아니라 ‘진리에 대한 탐구 과정’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성과 제고 및 의사결정에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우선 도입하여 실험하여 보고, 점진적으로 유효성과 신뢰성을 향상시켜 나가는 방식도 필요하다.
P&G는 최고 경영층에 대한 보상 기준 지표로 시장 TSR(Market Total Shareholder Return)을 활용하였다. 3년간의 주가 상승분에 배당금을 더한 금액을 주식가격으로 나눈 값((3년간의 주가 상승분+배당금) ÷ 기준 주식가격)으로 계산되는 시장 TSR 지표는 주식 가격이 회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TSR에 의해 큰 성과를 기록한 다음 해에는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가 상승해도 시장 TSR이 떨어지는 현상이 이어지곤 했다. 이에 P&G는 보상 기준을 시장 TSR에서 운영 TSR(Operating Total Shareholder Return)로 전환하였다. 운영 TSR은 매출 성장(Revenue Growth), 이익률 개선(Margin Growth), 자본 생산성(Cash Productivity)을 결합한 지표이다. 이 측정 지표는 P&G의 다양한 사업들에 공정하고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고, 주가 실적과도 어느 정도 연계되어 있다. 또한 영업 TSR을 사용함으로써 공개된 데이터를 사용하여 타 경쟁업체들과 의미있는 비교를 통해 개선 포인트를 파악하여 실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회사 사업단위에서 단일한 가치 창출 지표를 활용하게 됨에 따라 좀 더 균형적이고,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수 있게 되었다.
또한 P&G 베이비케어 부문은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구매, 그리고 충성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찾고자 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개발된 지표가 바로 제품이나 브랜드 선호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WPI(가중 구매의도; Weighted Purchase Intent)이다. WPI 지표는 제품의 기술적 성능 이외에도 미학적 측면, 디자인, 제품 촉감, 외형, 가격 등이 포함된 지표이다. 이를 통해 P&G는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제품에 대한 전체 그림을 포착하고자 한 것이다.
P&G는 WPI 지표 활용을 통해 회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결함 요소를 알게 되었다. P&G의 경영팀은 자사의 기저귀가 단연코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객들이 어떠한 브랜드를 구매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이용하는 다른 구매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 고객들은 P&G의 기술 테스트가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른 가치 방정식을 생각하고 있었다. 실례로 WPI는 아기가 기저귀를 착용했을 때의 모습과 기저귀를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지와 같은 요인이 기술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제시해 주었다. WPI 지표를 활용한 분석 결과는 조직 변화를 이끄는데 주요한 동인으로 작용하였고 P&G의 전략적 성공에 큰 기여를 하였다.
많은 기업들은 성과주의 인사 제도를 도입하면 조직 성과가 향상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주의 인사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여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성과 책임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 보상을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하는지, 차별적 보상의 크기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구성원들에게 평가·보상의 목적을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지 등에 있어 어떤 요소를 선택하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성과주의 인사는 기대했던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성과주의 인사가 비즈니스 성공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각 기업 또는 사업장의 전략 및 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제도를 설계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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