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넘어 하드웨어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일정 규모 이상의 R&D 인력과 제조 설비를 갖춰야만 가능했었던 하드웨어 영역도 이제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로 열리고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 시제품, 기구 제작을 도와주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3D 프린터가 등장했고 사업을 지원해 주는 하드웨어 특화 액셀러레이터 등도 나타나고 있다. 사물인터넷도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쉽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은 초기 소프트웨어 앱개발사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개인 또는 소수의 개발자들로 구성된 앱 개발사들이 쏟아져 나와 성공적으로 산업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도 처음에는 개발자 2명, 기획자 1명, 디자이너 1명으로 4명에서부터 출발한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카카오톡은 인터넷 포털 기업인 다음과 합병하면서 네이버와 경쟁하는 등 스타트업들이 기존 기업들과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 게임 시장에서도 초기에 로비오라는 스타트업이 앵그리버드라는 게임을 출시하면서 EA (Electronic Arts) 등 기존 게임 개발사를 위협했다. 최근에는 2012년 설립된 ‘캔디 크러시 사가’ 게임으로 유명한 킹(King)과 2010년에 설립된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 등 스타트업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게임뿐만 아니라 사무용 앱시장에서도 에버노트 등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며, MS 오피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등 기존 플레이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이 앱 영역에 많은 이유는 인프라와 시장 기회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프라로는 OS 개발사가 제공한 앱 개발 도구(Software Development Kit; SDK)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PC,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인터넷 등이 보편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 기회 관점에서 과거 피처폰 시대에는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일부 개발사만 참여 가능했던 앱 개발, 판매가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통해서 누구나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기존 앱 경제로는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한계
스타트업들로 인해 활성화되었던 앱은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앱 개발사, 자금을 지원하는 벤처 캐피탈리스트 및 사업을 지원하는 Y-콤비네이터 같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등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성장했다. 또 개발과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들과 데이터 분석 기업 등도 함께 성장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앱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에게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앱 시장의 성장은 개수 중심의 양적 성장으로 매출 등 질적 관점에서 보면 한계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글로벌 앱 시장 내 게임의 물량 비중은 40%에 불과하지만 매출은 약 75%에 달한다. 그리고 일본 앱 시장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물량 비중은 글로벌 수준과 비슷하게 40%이지만 매출 비중은 90%에 달한다. 즉 게임영역을 제외한 앱 개발사들의 매출원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또 앱은 추가 구매(In App Purchase)라는 매출 경로가 있지만, 대부분 무료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다. 이는 초기에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기 위해 추진했던 무료 전략과 ‘무형’이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앞으로도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유료가 보편적인 ‘유형’의 무엇을 포함한 새로운 수익원에 대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가속할 인프라 조성 중
최근 스타트업들의 움직임이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개발, 제조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고 있고, 스마트폰 확대와 사물 인터넷 시대 도래 등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하드웨어 제조사업을 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R&D 인력과 제조 설비를 갖춰야만 가능했었다. 심지어 제조사가 일정 규모 이상이 안되면 개당 제조 비용이 높아 기본 외형만 갖춘 목업(Mock-up)과 기본 기능이 구현되는 시제품(Prototype) 제작도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하드웨어 제품들도 대기업, 중견 기업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충분히 제조, 판매가 가능하다. 그 예로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스마트 도어락 제품인 어거스트 스마트 락(August Smart Lock) 제조사인 어거스트의 임직원은 6명으로 알려져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가정용 CCTV 제조사인 버터플아이(Butter fleye)도 임직원 수가 8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오픈소스 하드웨어들과 3D 프린터의 등장 및 이를 지원하는 기관들의출현, 그리고 하드웨어 사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들의 등장 등이 있다.
①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확산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현재 DIY(Do It Your self) 개발자들의 아이디어를 제작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해당 기기를 제어하거나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컴퓨팅 기능을 포함한 보드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가장 유명한 아두이노(Arduino)는 2005년 이탈리아 미디어 아트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개발되었다. 이 하드웨어는 각종 센서 및 통신 모듈을 접목시킬 수 있는 저사양 컴퓨팅 보드로 20 ~ 30 달러에 구매 가능하다.
교육용을 넘어 사업화를 위한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등장했다. 그 예로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제품인 인텔의 갈릴레오 보드와 TI (Texas Instrument)의 비글본 시리즈가 있다. 인텔의 갈릴레오 보드는 인텔이 자사의 저사양 컴퓨팅 칩셋인 쿼크(Quark)를 확산시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TI의 비글본 블랙은 고속 비디오 오디오 처리 칩셋을 내장하여 비디오 구현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예로 보태니콜스는 아두이노에 습식 센서와 무선모듈을 장착한 센서로 식물에게 물 줘야 할 시기를 사용자에게 트위터로 알려준다. 그리고 스마트홈 게이트웨이 기기인 닌자블록은 비글본 블랙 기반으로 개발되어 집 안의 다양한 온도 및 동작 센서를 제어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② 3D 프린터와 지원 기관들의 출현
3D 프린터는 아직 완성도 면에서 당장 활용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자리잡게 하는 중요한 도구로 기대되고 있다. 보청기 제조 스타트업인 딜라이트는 3D 프린터 기술을 도입해 보청기를 제조하고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하는 것은 스타트업들 만이 아니다. 현대 모비스는 자동차용 헤드 램프 목업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비용을 1/30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종전에는 금형 제작 3개월과 목업 제작 1개월의 기간이 필요했지만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1주일에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3D 프린터를 체험할 수 있는 기관인 팹랩(Fablab)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MIT 미디어 랩에서 처음 탄생한 팹랩(Fabrication Laboratory)은 누구나 디지털 제작 장비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하드웨어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 주는 공간이다. 현재 세계 35개국 127개소가 운영 중이며, 한국에서는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 산하에 팹랩 서울이 있다. 이 곳은 과거 용산 상가와 함께 한국 IT의 DIY(Do It Yourself) 활성화 시기를 이끌었던 세운 상가에 위치하고 있다. 세운상가에서 팹랩 서울의 다양한 제작 장비를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몇 십년째 하드웨어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세운 상가의 다양한 개발자들의 부품 및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③ 하드웨어 스타트업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앱 경제 활성화에 Y-콤비네이터 등 앱 개발사들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의 기여가 컸다. 최근에는 하드웨어 전용 액셀러레이터들도 등장하고 있다.
하드웨어에 특화된 엑셀러레이터의 대표적인 예로 HAXLR8R을 들 수 있다. 본사는 하드웨어 조립에 강점이 있는 중국 심천에 있고, 오피스는 아이디어, 서비스 모델 및 앱 개발에 유리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이곳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조언을 받거나, 킥스타터에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투자를 받기도 한다. 일례로 HAXLR8R에서 지원을 받은 스마트폰 탑재형 소형 프린터 업체 프린트(PRYNT)는 필요한 자금의 13배 정도를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하이웨이1(Highway1)도 실질적인 본사는 중국 심천에 있고 영국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오피스가 있다. 하이웨이1은 하드웨어 상품기획-제조-물류를 포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PCH 인터내셔널(PCH International)의 지원을 받고 있다. 스마트 시계 붐의 출발점이 된 페블이 소수의 인원으로 삼성, 소니 등 거대 제조사와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PCH 인터내셔널을 활용한 덕분이다. 하이웨이1은 사업, 하드웨어 개발, 제조와 관련된 교육과 실제 구현과 조언, 투자 등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밖에 제조 강국인 독일의 하드웨어닷코(Hardware.co)와 같은 액셀러레이터도 있다. 하드웨어닷코는 하드웨어 개발, 제조와 관련된 교육 및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서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들은 하드웨어 강점을 가진 중국 심천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고, 스타트업들의 사업 또는 자금 조달을 도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
④ 스타트업들의 자금 유치와 홍보의 장, 크라우드 펀딩의 활성화
크라우드 펀딩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 자금 유치와 홍보의 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 크라우드 펀딩은 인터넷에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조달 받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디고고와 킥스타터 등이 있으며, 국내에도 와디즈, 오픈 트레이드 등이 있다. 이들 크라우드 펀딩에 등록된 기발하고 혁신적인 상품들은 언론 또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전파되어 광고 홍보비를 집행하지 않아도 홍보가 될 수 있다.
페블 시계, 삼성전자에 인수된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인 스마트씽즈(Smart Things) 등이 이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자금 유치 및 홍보에 성공했다. 또 인디고고를 통해 국내에서는 직토(Zikto)가 자세교정용 웨어러블 헬스케어 밴드 아키라는 제품을, 리버스가 미아방지용 스마트밴드인 리니어블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고 언론 및 SNS에 많이 노출되었다.
⑤ ‘소물’을 크게 만드는 사물 인터넷
소수의 인력만으로도 하드웨어 사업이 가능한 것은 개발, 제조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자리잡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새롭게 열리는 사물 인터넷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형국이다. 개별적으로는 작고 별 기능도 없어 보이는 소물 하드웨어들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결코 작지 않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물 즉, 사물 인터넷용 하드웨어는 단순하게 구성된다. 입력단인 센서, 처리단인 MPU(Micro Processing Unit), 연결단인 모뎀, 그리고 출력단인 동작부로 구성된다.
그리고 사용 목적에 따라 3가지 제품군으로 나눌 수 있다. 특정 주변 환경을 인식하기 위한 입력 제품과 특정 동작을 구현하는 출력 제품, 그리고 특정 정보를 인식하여 동작까지 구현하는 입·출력 제품이 있다.
첫째 입력 제품은 센서를 통해서 특정 Data를 생성하고 다른 기기나 클라우드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심장 박동수(이하 심박수) 측정용 웨어러블 밴드인 미오 알파(Mio Alpha)는 사용자의 심박수를 측정하여 그 정보를 스마트폰에 전송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전송받는 스마트폰 앱이 스마트폰 또는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분석한다. 둘째 출력 제품은 수신된 명령 Data를 동작으로 전환한다. 그 예로 무선 헤드셋, 스피커가 해당되는데, 스마트폰으로 수신된 음성(Audio) 데이터를 출력한다. 그리고 입·출력 제품의 예로 구글에 인수된 네스트 온도조절계(Nest Thermostat)를 들 수 있다. 네스트 온도 조절계는 집안 온도 정보를 측정하여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사용 패턴 및 사용자 위치 등을 감안해 분석한 정보를 전달받아 최적의 집 안 온도를 유지한다.
<그림 3>에서 보듯이 사물 인터넷용 하드웨어인 소물은 구성이 복잡하지 않다. 센서나 출력단의 부품을 잘 활용한다면 기술적 장벽도 높지 않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 구축된 클라우드를 통해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기 때문에 그 활용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영역의 혁신 속도 빨라질 듯
이처럼 과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만 가능했던 하드웨어 영역에도 스타트업들이 쉽게 뛰어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빠른 실행력을 가진 이들로 인해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이전에는 쉽지 않았던 새로운 혁신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 초기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혁신들이 나온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기존 제조사들이 경쟁과 상생을 하며 새로운 하드웨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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