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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거대 기업도 스타트업처럼 ‘먼저 쏘고 나서 겨누어라’"

시장의 변화가 빨라질수록 ‘계획’보다는 ‘실행’이 중요해지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뿐만 아니라 GE와 같은 거대 기업도 실행부터 먼저 해나가는 새로운 방식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계획보다 실행을 먼저 한다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본다. 

“목표를 봤으면 활을 당기는 즉시 쏴야 해, 조준하다 보면 근육이 경직되어 버리거든…” 

뉴욕타임즈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여전히 진행형인 조지 R. R. 마틴의 환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를 TV시리즈로 만든 ‘왕좌의 게임’에서 활 쏘기 연습 중인 동생이 과녁을 조준하느라 쏘지를 못하고 있자 경험이 풍부한 형이 해주는 조언이다. 우리나라 전통 활 국궁의 비법에도 ‘최대한 신중하게 겨누라’는 말은 없다. 대신 ‘방전요속(放箭要速)’, 즉 뒷손이 화살을 놓는 순간을 앞 손이 알지 못할 정도로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근육이 경직되고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지기 전에 빨리 쏴야한다는 활 쏘기 비법은 기업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Ready, Fire, and Aim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초우량 기업의 조건』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하였던 톰 피터스는 ‘Ready-Aim-Fire’가 아니라 ‘Ready-Fire-Aim’의 순서여야 한다고 말한다. 전체적인 방향을 이해했으면 너무 작은 사안에 얽매이지 말고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시스템적 사고를 역설하기도 했다. 일단 전략적 목표가 정해지면 조준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일단 쏘고 나서 겨누라는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혁신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과 같은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야말로 ‘신중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진리가 될 수 있다. 

실행을 먼저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시장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변화가 느린 시장에서는 실행에 앞선 분석과 예측이 중요하다. 기존 제품의 스펙 경쟁을 벌이는 경우라면 여전히 전통적인 ‘Ready-Aim-Fire’ 접근법이 유효하다. 신중한 분석과 계획으로 결정적인 ‘한방’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을 막론하고 고객 요구와 시장의 예측불가능성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짧아진 제품 사이클은 기업마다 혁신의 스피드를 최대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도 ‘최상의 타이밍’을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계획이 성과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제품과 서비스의 최종 출시 시점까지 잦은 변경과 예상치 못한 수정이 수시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다양한 반응도 잘 세운 계획이 아니라 현장의 빠른 순발력으로 커버해야 하는 일이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아무리 훌륭한 전투 계획이라도 첫 포성이 울리는 순간 쓸모 없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다고 충고했다. Time to Market을 놓치고 난 기업에게 조금 더 나은 제품 개발 계획이 있었다는 변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공하는 기업을 보면 계획하고 분석하느라 정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반면 돌다리를 두드려보기만 할 뿐 결국 건너지 않다가는 경쟁에 밀리고 시장에서 사라지고 마는 운명이 되기 십상이다. 작은 기회의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반대로 허상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해보는 것’이다. 발명왕 에디슨이 존경 받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영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실행부터 하고 반복해서 실패를 극복해가는 소위 ‘에디슨식 Build-up’에 있다. 프리미엄 진공청소기 시장을 석권한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발명가인 제임스 다이슨은 주력제품 사이클론을 개발하기 위해 무려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들었을 정도였다. 

먼저 쏘고 나서 겨누라는 말은 다시 말해 발사하면서 조준하라는 의미다. 짐 콜린스는 저서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에서 실증적 창의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실증적 창의성이란 단순히 무모한 실행과 과감한 도전으로 만드는 창의성이 아니라, 단호한 실행을 통해 나타난 결과를 철저히 검증함으로써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2차 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 간의 탱크 대결을 보면, 적을 공격할 때 예광탄이 섞여 있는 기관총으로 먼저 목표를 쏘면서, 그 궤도를 보며 대포를 조준한다. 한 방의 효과만 믿고 무턱대고 대포부터 쏘아 대는 것은 바람직한 실행과 거리가 멀 수 있다. 

언제 먼저 쏴야 하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실행부터 하고 보는 소위 ‘Pre-matured execution’의 태도가 필요한 상황은 언제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첫째, 엔지니어 중심의 혁신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다. 사업가와 달리 엔지니어들은 기술 자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사업가가 아닌 엔지니어가 신제품 출시를 주도하는 경우 ‘Ready-Aim-Aim-Aim…’의 병폐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들은 스스로도 통제하기 힘든 더 좋은 기능, 더 많은 기능, 더 나은 기술 추구의 본성이 있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아무리 훌륭해 보이는 제품이라도 엔지니어에게 기술적으로 진정한 ‘종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업적 관점의 끊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둘째는 시급성(Urgency)을 위기상황(Emergency)으로 혼동하는 경우다. 시급한 상황은 대개 외부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며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반면, 위험을 피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규정하는 위기상황에서는 신중함과 정확한 대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경영자들이 시급성을 위기상황으로 혼동하곤 한다. 그리곤 빠른 행동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더 느리게 대응하는 것이다. 
셋째, 정확한 시장정보가 필요할 때다. 분석과 종합을 통해 고객의 살아있는 정보를 획득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숫자를 좇다가는 정보과다로 인한 분석불능(Analysis Paralysis)에 빠지고 만다. 특히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서 좋은 계획을 세울 능력이 부족할 때, 불완전하더라도 일단 실행하면서 계획을 다듬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당초 생각하지 못했던 대응 방법을 배울 수 있고, 거기서 현장의 생생한 정보와 더 좋은 계획이 만들어질 수 있다. 

넷째, 리스크와 비용을 줄여야하는 경우이다. 더 좋은 계획, 더 완벽한 분석을 추구하여 실행하는 것이 초기 몇 번의 실패를 통해 보완을 해나가는 것보다 리스크와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초기에 발생하는 작은 실패들이 더 큰 손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몇 번의 작은 실패는 여력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선택이라기보다 필수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조직 내, 외부적으로 빠른 실행을 가로막고 행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많을수록 오히려 조준을 과감히 건너뛰고 발사부터 해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만, 아무 의미 없이 허공에 쏘는 발사가 되지 않으려면 실수와 피드백에서 어떻게 잘 배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하고 면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를 수도 있다. 

거대 공룡기업 GE도 먼저 쏘기 시작했다 

2014년 8월,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한 사무실에 한 무리의 엔지니어, 마케터,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곧바로 제한된 예산으로 고객의 사용 편리성, 성능, 가격 등에서 기존 시장을 뒤엎을 새로운 PET/CT 스캐너 개발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에 들어갔다. 열띤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터보택스(TurboTax)가 성공한 이유는 사용자가 세법에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지... 맞아, 그렇다면 종양학을 위한 터보택스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바로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의 일하는 방식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글로벌 거대 공룡기업 GE의 직원들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GE의 새로운 변화운동을 상징하는 수백 개의 ‘FastWorks’ 중 하나다. 이 팀은 기존 방식에서처럼 시장조사부터 시작했더라면 2~4년은 족히 걸렸을 개발 기간과 소요 비용을 실행 중심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절반 가까이나 줄이는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먼저 쏘고 나서 겨누기(Ready-Fire-Aim)’가 소규모 벤처기업에나 적용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GE의 제프리 이멜트는 전임 CEO 잭 웰치의 ‘6 Sigma’ 혁신으로 정비된 조직에 2~3년 전부터 Ready-Fire-Aim 관점의 ‘FastWorks’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덜 완성된 초기 버전의 제품과 서비스라 하더라도 시장과 고객에게 좀 더 빨리 노출시켜서 유용한 피드백을 조기에 더 많이 얻고, 이를 토대로 필요한 방향 전환을 민첩하게 함으로써 제품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혁신을 촉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FastWorks는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 철학을 GE에 적용시킨 이름이다. 어느 날 GE의 CMO(Chief Marketing Officer) 베스 컴스톡의 주선으로 GE 경영진 앞에 선 34살의 에릭 리스는 생전 처음으로 양복을 입었을 정도로 대기업과는 인연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멜트 회장은 ‘린 스타트업 철학이야말로 GE가 나가야 할 길이다’라며 적극적인 도입을 지시한다. 리스는 “GE의 경영진은 린 스타트업 철학이 기업의 규모, 산업,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적용될 수 있다는 통찰력과 실행력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이멜트 회장의 직접적이고도 개인적인 지원이 아니었다면 Fastworks의 탄생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GE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으로 이미 4만명 이상의 직원들이 이 새로운 프로세스 혁신 운동을 주도하기 위해 훈련받은 상태다. GE는 이제 Fastworks를 통해 제품을 직접 시장에서 고객을 만나 테스트하면서 최종 버전으로 완성해나간다. 현재 모든 사업에 걸쳐 FastWorks 방식의 프로젝트가 3백 개 이상 진행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0개 이상이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특히 헬스케어 사업부문에서는 2014년 6월 C레벨급 책임자 포지션을 신설하였고,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제품 디자인에도 스타트업 전략을 적용하는 발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800년대 후반 토마스 에디슨이 설립한 세계 최대 기업 GE가 21세기의 새로운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FastWorks에 대한 조직 내, 외부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스캐너 개발 사업 책임자였던 웨이 센은 “너무 복잡하고 관료화된 우리가 좀 더 빠르고 스마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파이낸셜 서비스 기업 윌리엄 블레어(William Blair & Co.)의 애널리스트 니콜라스 헤이먼은 “Fastworks는 사업을 하는 방식의 변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품질 개선 운동이었던 6 Sigma보다 훨씬 더 GE를 새로운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란제이 굴라티 교수는 “거대 기업이 겪는 가장 흔한 문제는 규모와 범위가 커질수록 시스템과 구조와 프로세스가 복잡해져 결국 실행이 느려지고 리스크 테이킹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GE는 이런 거대함의 병리현상을 이해하고 있는 영리한 기업이다”라며 GE의 변신을 높이 평가한다. 

“빨리 실패하고, 작게 실패하라” 를 모토로 내세우는 FastWorks는 직원들에게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것을 과감히 시도하도록 독려한다. 대기업에서 만들어내기 어려운 스타트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비즈니스 스쿨의 스티브 블랭크 교수는 ”규모와 범위의 거대함이 주는 동일한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산업의 기업들로부터도 GE는 곧 혁신의 모델 기업이 될 것”이라며, 6 Sigma를 유행시킨 GE이니만큼 FastWorks 철학도 곧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 예언한다. 

‘지금 당장(Right Now!)’이 더 중요하다 

2014년 말 한국을 방문하여 태도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한 말콤 글래드웰은 ‘미루지 않고 즉시, 지금 당장(Right Now!)’ 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가 든 사례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였다. 제록스의 팔로알토연구소(PARC)를 방문하게 된 잡스는 당시만 해도 미완의 기술이었던 마우스를 이용한 컴퓨터를 보게 된다. 그리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컴퓨터의 미래를 만들어 놓고도 연구소에 전시만 해 놓고 있는 제록스의 태도에 너무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심지어 제록스의 연구원들을 향해 “지금 당신들이 무엇을 만들어냈는지 알기나 한거요?”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회사로 돌아온 잡스는 자신이 보았던 것에 영감을 얻어 제품을 만들어 바로 시장에 내놓았다. 제록스로부터 역사상 최고의 도둑이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잡스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로 응수하며 전혀 괘념치 않았다. 

1994년 여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두둑한 보너스를 보장해주던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나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세계 최고의 온라인 서점을 만들겠다며 무작정 서부로 차를 몰았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바로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 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는 매년 수천 퍼센트씩 증가하는 트래픽 양에서 인터넷 사업에 대한 확신으로 즉시 행동부터 개시한 것이다.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본 베조스에게는 일단 빨리 뛰어들어 선두 주자로 자리잡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아마존이 설립되고 2년이 지나서야 당시 북미 최대의 서점이었던 반스앤노블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고 2위 업체였던 보더스 역시 뒤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행에서 한 발 늦은 둘은 결국 모두 아마존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고 만다. 

설립 초기 아마존은 준비나 계획에는 아주 서투른 회사였다. 1995년 서비스를 개시한지 3일이 지났을 때 야후의 공동창업자 제리 양의 제안으로 야후의 추천 사이트에 아마존 웹사이트가 게시되었다. 그러자 그 주가 끝날 무렵 12,000 달러, 그 다음 주는 15,000 달러까지 주문량이 폭증하였다. 그렇지만 아마존이 실제로 배송한 책은 첫 주에 겨우 846달러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초기 아마존 웹사이트에서는 구매할 책의 권수를 표시하는 칸에 음수가 입력될 수 있을 정도였다. 베조스는 “고객이 음수로 책을 주문하면 신용카드에 입금을 해주고 고객에게 책을 배송해주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고 껄껄 웃으며 회상한다. 

일본의 존경 받는 경영자로 고야마 노보루는 “당장 결정하고, 당장 잘못을 알아채고, 당장 변경하는 것, 이런 속도감이 사장에게는 필요하다”라며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보다 조령모개(朝令暮改)같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서둘러 시도하면 실패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보다는 득이 훨씬 크다는 게 고야마 사장의 신념이다. 잡스나 베조스의 성공도 실행의 속도가 가져다 준 결과였다. “긴급함에 대한 자각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라는 베조스의 말에서 ‘즉시 실행’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다. 

행동한 후에야 제대로 보인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버겔만 교수는 “나폴레옹은 ‘극히 혼란스런 전투에서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일단 행동하고 나서 본다’고 말하곤 했죠. 리더가 빠르게 행동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전략은 행동할 때만 실행되기 때문입니다”라며 실행을 우선하는 리더의 역할을 강조한다. 시장의 변화와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먼저 쏘고 나서 겨누는 것(Ready-Fire-Aim), 그리고 미루지 않고 지금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것(Right Now!)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과감한 실행으로 이왕이면 초기에, 그리고 가능하면 작은 규모로, 더 자주 실패하는 기업일수록 시장의 변화를 더 잘 파악하게 되고, 결국 사업을 성공시킬 확률은 높아진다. 

한국인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빨리빨리’ 문화가 자주 거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기업들은 예상 외로 실행에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 최대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글로벌화학산업부문 대표 알렉산더 켈러는 2014년 방한한 자리에서 한국 화학기업들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한국 기업들은 매사에 일을 실행하기까지 검토와 평가, 보고가 너무 많아 일의 진행이 더딘 것 같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의 영향력도 커져 그만큼 리더들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리더라면 피터 드러커의 “아무리 나쁜 의사결정이라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는 충고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면, 빠른 결정이라도 내려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실행에 옮기는 것을 주저하고 남들 눈치를 보는 이들에겐 지금 당장 해보라는 나이키의 ‘Just Do It’ 광고 카피마저 훌륭한 조언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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