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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디테일, 고객은 크게 본다

■ 경제보고서 ■ | 2015. 3. 17. 15:04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작은 디테일, 고객은 크게 본다'

 ‘위대한 행동이라는 것은 없다. 위대한 사랑으로 행한 작은 행동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테레사 수녀의 명언이 있다. 기업의 ‘위대한 사랑으로 행하는 작은 행동’, 즉, 진정성 담긴 디테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성장기 후반, 성숙기에 처한, 차별화가 어려운 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디테일이 ‘세부적인 것’, ‘작고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러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이 기대 이상의 파급력을 갖는다. 가령, 기업 입장에서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요소인데 고객의 부주의로 어쩌다 한 번 일어날 법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일 하나로 기업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막상 잘 보이지 않아도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챙길 수 있는 디테일이 이 영역에 해당할 것이다. 한편, 이미 익숙해져서 불편으로조차 느끼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여 해소해 주는 디테일도 있다. 이러한 디테일은 고객들로 하여금 남다른 배려를 느끼게 하여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경험을 적극적으로 전파시킬 수 있다. 기능적 가치를 넘어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디테일도 고객의 체감가치를 높일 수 있다. 

고객을 위해서 평범하기를 거부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것을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상시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너무 작아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디테일을 다 챙길 수 없지만 내가 집중해야 할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여 진정성을 갖고 디테일을 추구한다면 고객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목 차 > 

1. 갈수록 중요해지는 디테일 
2. 고객이 주목하는 디테일 
3. 디테일, 그 이면에는? 
4. 고객 가치 관점에서의 디테일
 
  

1. 갈수록 중요해지는 디테일 
  

극세사 디테일로 공감을 배가시킨 드라마 ‘미생’ 

지난 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며 유래 없는 흥행을 거두었다. 사실상 ‘본방사수’가 무의미해진 요즘, 미생은 케이블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최고 시청률 10.3%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회가 거듭할수록 열혈 시청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방송이 끝난 후 미생의 스토리를 복기하거나 드라마 속 ‘깨알 디테일’들을 찾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은 장면마다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배경이나 소품들을 눈여겨보며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드라마에 몰입하게 됐고, 주말이 끝나고 나면 미생 이야기가 대화 속 단골소재가 되곤 했다. 이러한 소소한 디테일들은 입소문을 통해 드라마를 보지 않던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미생이 이토록 탄력을 얻게 된 원동력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린 스토리도 있지만, 일상의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은 디테일로 극대화된 재미와 몰입감이었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 비즈니스 화두로 떠오르는 디테일 

기업 환경에서도 디테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카테고리가 새롭게 등장할 때, 기업은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상징이 되는 기능, 또는 심미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이나 스펙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벤치마킹이나 약점 보완을 통해 상향 평준화된다. 또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품이나 서비스의 진화는 소비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형태로 수렴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어느새 웬만한 기능, 품질 개선에도 시큰둥하게 된다. 이렇게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숙 단계에 도달하면 기업들의 경쟁력은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 기업은 ‘내가 할 수 있는’ 관점이 아니라 오직 ‘고객’ 관점에서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들이 인정할만한 디테일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2. 고객이 주목하는 디테일 
  

사람마다 생각하는 디테일은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아이폰을 두고도 누군가에게는 시계 아이콘 속에 움직이는 시계바늘이 디테일이 될 수 있고, 빠르고 정확한 터치 인터페이스가 디테일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애플빠’로 불리는 매니아들은 애플 제품의 포장지 재질 및 접히는 각도, 구성물 위치에 열광하기도 한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평범하기를 거부하고 고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성숙기 시장에서 판을 바꾸려는 시도는 혁신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지 않다. 이럴 때 평상시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너무 작아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 등으로 시선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실제로 반응한 디테일이 무엇인지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자. 

# Scene 1 : ‘이 정도면 되겠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디테일 

● 온라인 아웃도어 쇼핑몰, ‘오케이몰’ 

온라인 쇼핑몰이 가진 최대 약점은 고객이 옷을 직접 입어 보지 못하고 구매해야 한다는 불편함이다. 의류의 경우 브랜드마다 사이즈나 색을 표기하는 방식이 모두 제각각이다. S, M, L(Small, Medium, Large)부터 90, 95, 100 등 사이즈 표기 방법만 해도 천차만별이다. 색은 더더욱 구분 짓기 힘들다. 같은 빨간색의 경우에도 PC 환경이나 모니터 사양에 따라 어떤 것은 좀 짙은가 하면, 어떤 것은 좀 옅은 색으로 보이는 등 구별이 쉽지 않은 것이 태반이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들은 스크롤의 압박을 느낄 정도의 긴 상품정보와 구매 전 사이즈 및 색상, 디테일을 꼼꼼히 확인해보라는 유의사항을 남기는 것까지의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아웃도어 온라인 쇼핑몰 오케이몰은 다르다. 입점된 제품을 아웃도어 전문가들이 한국인의 평균 신체 사이즈를 기준으로 직접 입어보고, 사이즈를 1cm 단위로 분화해 다양한 각도에서 측정, 모든 제품에 ‘실제 사이즈’를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 더불어 해당 브랜드만이 가진 고유의 특성과 제품의 신축성, 무게까지 자세하게 적어 놓는다. 색의 경우에도 일부러 보정을 전혀 하지 않은, 실물 그 자체에 가까운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며, 비교를 위해 색상표를 옆에 준비해 놓는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로 나누는 계절 표시마저도 오케이몰은 ‘사용권장월’을 표시, 어느 달은 ‘적극 권장’ 혹은 그 밑의 단계인 ‘사용 가능’으로 정보를 세분화 해서 제공하고 있다. 야외 활동을 위한 아웃도어 용품인 만큼 계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줘서 선택 오류를 줄이고자 다른 쇼핑몰에서 시도하지 않는 디테일을 챙겼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케이몰은 2000년 오픈 이후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며 관련 분야 온라인몰 가운데 독보적인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명함관리 앱, ‘리멤버’ 

기존의 명함관리 앱들은 OCR 기술 기반이다. 하지만 정확도가 높지 않아 사용자들이 일일이 인식 내용을 확인하고 수정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사용자들이 더 이상 해당 앱들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스타트업 업체 드라마앤컴퍼니는 이와 관련해 시장 조사를 하던 중 비서가 있는 사람들은 명함관리의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에 착안, 사용자를 위해 직접 비서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수기입력 기반의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탄생시켰다. 사용자가 명함사진을 찍어 올리면 250여명의 타이피스트가 명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기 입력하여 기존 명함 앱들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1~2%의 오타까지 철저하게 대응했다. 리멤버에 가입하여 다른 사람의 명함을 찍어 등록했을 때, 해당 명함의 주인 역시 리멤버의 회원이고 자신의 명함을 등록해뒀다면 서로 연결되어 시간이 지나 명함 정보가 바뀌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이러한 디테일에 힘입어 리멤버는 서비스 개시 두 달여 만에 사용자 5만명을 기록했고, 현재까지 3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루 평균 명함 입력 신청건은 약 6만 건에 달한다. 

# Scene 2: 익숙한 불편을 ‘뜻밖의’ 방법으로 해소해준 디테일 

● 도요타 프리우스 S의 솔라패널 

도요타 프리우스 S모델의 선루프에는 솔라 패널이 장착되어 있다. 이는 여름철 야외 주차로 실내 공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차 중 솔라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로 공조 장치를 작동, 실내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여름철 뜨거워진 차 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팁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늘주차를 하거나 차창에 신문지나 종이 박스로 가려두는 방법들이 대표적인데 이런 일들은 당연히 운전자의 몫으로 여겨져 왔다. 이미 익숙해진 불편함, 심지어 그 해결방법까지도 알고 있을 고객들을 위해 솔라 패널과 간단한 송풍 모터를 통해 실내 온도의 상승을 막은 것이다. 보통 여름철 외부에 세워둔 자동차의 실내 온도가 80도까지 올라가는 데 솔라 패널로 이를 45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 가정용 식기구 업체, 옥소(OXO)의 계량컵 

계량컵의 숫자를 확인할 때 사용자는 보통 고개를 옆으로 숙이거나 자세를 낮추곤 한다. 손으로 들어올리지 않고 평평한 곳에 컵을 놓고, 눈금과 같은 높이에서 눈높이를 맞춰 측정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보통 계량 숫자가 컵의 옆면에 쓰여 있기 때문에 불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잠깐의 수고이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주방용품 브랜드 옥소는 컵 앞면을 비스듬히 만들고 여기에 숫자를 써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쉽게 계량할 수 있는 컵을 만들었다. 사용자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문제점을 발견해내는 게 제품 개발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업무인데, 옥소는 시중에 나와있는 기존 제품들을 테스트할 때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공간에 주방을 만들어 직원들로 하여금 취미생활을 즐기듯 요리를 할 수 있게 하여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옥소는 1990년 창업 이후 매출이 평균 27%씩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내 시장 점유율 1위, 전 세계 55개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 Scene 3: 소소한 배려나 재미요소가 집약된 디테일 

● 미쯔비시 연필의 ‘쿠루토가 샤프’ 

미쓰비시 연필에서 출시한 쿠루토가 샤프는 ‘빙글빙글(くるくる, 쿠루쿠루) 돌아서 뾰족해진다(尖る, 토가루)’는 뜻을 갖고 있다. 일반 샤프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이 샤프의 가장 큰 특징은 회전하는 하단부이다. 글씨를 쓸 때 필압을 주면 톱니바퀴에 의해 하단부가 회전하면서 샤프심도 같이 회전해, 심이 한 면만 닳는 현상이 없어져 굵기가 일정해진다. 덕분에 샤프를 쓰면서 가끔씩 돌려줘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이다. 

보통 샤프와 같은 필기류는 이미 기능과 품질 면에서 거의 최상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외장이나 디자인 차별화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이와 달리 미쓰비시 연필은 ‘필기’라는 궁극적 기능으로 돌아가 샤프로 글씨를 쓸 때 획이 점점 굵어지거나 중간에 심이 부서지면서 가루가 날리는 '편마모 현상’을 발견,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한 획을 쓸 때 9˚씩, 40획을 쓸 때 샤프심이 한 바퀴 회전하는 톱니바퀴, 일명 ‘쿠루토가 엔진’이 샤프심을 뾰족하게 유지시켜 준다. 특히, 샤프 하단에는 일부러 톱니바퀴가 보이도록 겉표면을 투명하게 처리하여 심 회전 기능을 부각시켰고, 글씨를 쓰는 동안 실제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이 쿠루토가 샤프는 2008년 3월에 출시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다양한 후속작들 역시 일본을 넘어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3. 디테일, 그 이면에는? 
  

비즈니스에서의 디테일은 단순히 미담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고객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 고객의 관심과 욕구를 진정으로 파악하기 위한 관찰력과 집요한 실행이 필요한데 그러한 활동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들을 경영 환경 및 고객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살펴보자. 

착한 고민을 하도록 권한 부여 

아마존에 인수된 의류 전문 인터넷 쇼핑몰 자포스(Zappos)는 고객 서비스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어느 날 ‘해피콜’을 통해 입원 중인 어머니를 위해 신발을 산 고객과 연락이 닿았는데 결국 어머니가 신발 한번 못 신어보시고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규정상 구매 이후 15일이 지난 상품에 대해서는 반품 및 환불을 해 줄 수 없지만, 자포스는 기꺼이 해당 신발을 환불해주고 장례식에 화환과 카드를 보냈다. 

자포스에서는 콜센터나 고객센터라는 명칭 대신 컨택센터(Contact Center)라 부르는 부서가 있다. 이곳은 전화 뿐 아니라, 메일, 라이브 채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객과 접촉하는 곳이다. 그런데 자포스의 컨택센터에는 매뉴얼이 없다. 고객의 이런 요청에는 이렇게 답하라는 지침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의 주문이나 문의에 어떻게 답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전화를 받는 컨택센터 직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하면 된다. 고객에게 손수 화환과 카드를 보낸 사례도 직원이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것인데, 이는 자포스의 ‘권한 위임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콜센터 입장에서 당연히 처리해줘야 할 일에만 그치지 않고 ‘만약 내가 고객이라면 어떤 응대를 받아야 행복하게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한다. 그 고민이 결국 고객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챙기는 디테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디테일로 인해 사람과 상황에 따라 서비스의 내용이 달라지고 고객에게 잊기 어려운 감동을 제공하게 된다. 

리더십의 디테일 선도 

자를 들고 다니는 CEO가 있다. 직사각형으로 된 플라스틱 측정자 다섯 개를 오각형으로 붙여 놓아 마치 불가사리를 연상케하는 모양이다. 각각의 측정자에는 1.0mm부터 3.0mm까지 0.5mm 단위로 측정자 두께가 표시되어 있다. 숫자와 단위에서부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어느 누군가의 고집을 엿볼 수 있다. 이 도구의 주인은 바로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이다. 그리고 불가사리 모양의 측정자는 자동차의 조립 공차를 그 자리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퀄리티 스타(Quality Star)’라고 불린다. 

본래 자동차 외형은 보닛, 사이드패널, 도어, 트렁크 등을 보디(Body)와 연결해 만드는데, 각각의 부품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을 둬야 여닫을 때 간섭이 생기지 않고, 여름과 겨울을 거치면서 기온 차이로 생기는 팽창·수축 때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 간격이 넓거나 일정하지 않으면 자동차 외관과 기능에 미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슈타들러 회장에게는 ‘퀄리티 펜’이라는 도구도 있다. 차체 페인트가 적정한 두께로 균일하게 칠해졌는지 측정하는 도구다. 펜을 수직으로 들고 페인트 표면 위에 떨어뜨리면 펜의 눈금이 페인트 두께를 마이크로미터(0.001㎜) 단위로 알려준다. 자동차에서 특정 부분의 페인트 두께가 더 두꺼우면 빛이 비칠 때 표면 반사가 일정하게 일어나지 않아 차량 전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생산공장을 들러 출고 차량의 각 부품 사이에 ‘퀄리티 스타’를 꼽아보는 것이 슈타들러 회장의 주요 일과다. 

아우디는 디테일에 강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마르틴 빈테르코른(전 아우디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2년 설립한 인간 감성 센터는 디테일에 대한 아우디의 집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잉골슈타트에 자리한 인간 감성 센터에서는 자동차와 사람이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한다. 연구소는 크게 촉각팀과 후각팀, 청각팀으로 나뉘어 엔진 사운드와 버튼 장치의 촉감, 차 내부의 향기 등에 관한 기술을 개발해 출시 차량들에 적용한다. 

고객을 향한 진정성이 담긴 스토리 전달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마케팅, 엔지니어링, 전략기획, 제품개발 등 조직 내 모든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노력에 그다지 큰 감동을 받지 않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더 좋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가능하면 틀을 깨는 아이디어, 독특한 컨셉을 내세워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큰 혁신’을 찾아나선다. 이러한 노력이 때로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지만 정작 공감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 

본래 소비자는 사소하게나마 자신과 관련 있는 것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경쟁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더라도 그 제품의 브랜드 이름이나 사용 경험 등이 소비자 본인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면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반응을 얻었을 때 비로소 사소함이 디테일이 되는 것이다. 

디테일 뒤에는 고객에 대한 남다른 관심, 그리고 거기에 얽힌 스토리가 있다. 디자인 컨설팅 그룹 아이디오(IDEO)가 산악자전거용 물병을 개발했을 때 디자이너들은 산악 자전거를 직접 타보면서 수많은 산악자전거 선수들을 옆에서 지켜봤다고 한다. 그 결과,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산악자전거 선수들이 흔들리는 자전거에서 물을 마시기 때문에 물병을 집어넣을 때 쉽게 놓치거나 집어넣기 힘들어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자전거 뒷바퀴에서 튕겨오른 먼지와 진흙으로 물병 입구가 쉽게 더러워진다는 점이었다. 아이디오 디자이너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통을 쉽게 넣을 수 있도록 밑바닥이 가늘어지면서도 미끄러워지지 않도록 고무 테두리를 씌웠다. 그리고 입구가 쉽게 더러워지지 않도록 병 입구를 X자로 잘린 고무막을 선택했다. 이는 인공 심장 판막의 고무막처럼 물병의 꼭지를 봉한 것인데, 이 고무막을 빨면 기존 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나오고 사용자가 빠는 것을 멈추면 고무막이 자연히 막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요즘 산악자전거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레이저 엣지’ 물병이다. 

스토리가 있는 곳에 디테일이 있다. 이는 기업 스스로가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하는 과정을 몸소 겪었다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포인트는 보다 명확해질 수 있고,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고객 가치 관점에서의 디테일 
  

디테일이란 사소한 것이지만 때로는 많은 자원 투입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디테일을 챙기는 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결국 고객이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을 미리 해결해 줌으로써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야후에서 UI(유저 인터페이스)를 담당한 래리 테슬러(Larry Tesler)가 주장한 ‘복잡성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갖고 있는 복잡함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만약 기업이 복잡함을 더 책임지게 되면 그만큼 고객이 간편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역으로 기업이 복잡함을 짊어지지 않고 ‘이 정도면 되겠지’ 수준에 머무른다면 고객이 필요 이상의 복잡함을 떠안아야 한다. 프리미엄 사무용 의자, 허먼밀러사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는 장시간 앉았을 때 발생하는 피로감 뿐만 아니라 축열현상까지 방지함으로써 사용자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사무용 의자를 만들었다. 여느 사무용 가구업체처럼 구조적 편의성, 디자인까지만 생각했다면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조금은 수월할지 모르지만, 오래 앉아 일해야 하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의자 좌판에 쿨매트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전가시켰을 것이다. 

만병통치약이란 없듯이 디테일에 신경쓴다는 의미는 모든 영역이 아닌 일부 영역에서 디테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한 때 ‘데스 그립(Death Grip)’ 이슈로 통화품질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 디자인 측면에서 다른 기업을 앞섬으로써 높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했다. 결국 기업이 처한 상황, 경쟁 환경, 고객에 대한 통찰 및 이해도에 따라 집요하게 추진해야 할 디테일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 가장 창의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사 픽사(Pixar)의 브래드 버드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완벽하게 찍어야 할 장면도 있지만, 훌륭한 수준에서 찍어야 되는 장면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상을 깨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만 찍어도 되는 장면도 있다.’ 실제 브래드 버드 감독은 물이 출렁거리는 장면을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찍기도 하고, 비행접시는 파이(Pie) 담는 접시를 날려 찍었다고 한다. 사실적인 묘사에 있어서 한참 떨어지는 방법이지만 대신 픽사는 예술성, 창의적 스토리 측면에서 디테일에 집중한 것이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은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잘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바라보고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에 걸맞는 디테일 영역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디테일이 하나하나 축적된다면 그것이 혁신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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