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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경기 부진하고 자금 안 돌아도 중국발 양적완화는 없다'

중국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짧게 보면, 작년 3분기에 시작된 경기 하강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올해 1분기 지표에서 확인되었고, 최근 발표된 PMI 동향을 볼 때 올 2분기에도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기 지표 둔화의 이면에서는 기업 부도 증가, 은행 부실화, 지방 재정구조 악화, 고용시장 활기 약화 등 우려스런 현상들이 전개되고 있다.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성장 및 취업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리스크 요인들에 대한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 

경기 부진과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를 악화시키고 있는 또 다른 큰 문제는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환 유입 둔화로 본원통화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은행들의 리스크 민감도 상승으로 금융 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양적완화(QE) 단행, ‘환율전쟁’ 동참,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을 통해 현 국면의 어려움을 벗어나려고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규모보다는 배분의 문제이며, 강력한 경기부양을 통한 성장률 제고는 일시적으론 가능할지 모르나 성장방식을 전환시키고 구조적 장애요인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올해 경기 흐름이 외부에서 보는 정도로 나쁘지는 않으며, 온건한 통화정책과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더 이상의 경기둔화를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의 현단계를 경제성장 속도의 감속기이자 경제 구조조정의 진통기요,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을 소화하는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인식에 비춰볼 때,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과 개혁 추진의 기본전제인 ‘안정적 성장’을 가장 우선시하겠지만, 과거처럼 성장률 제고 자체를 목표로 한 과감한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1. 최근 중국 실물경기 부진 뚜렷
2. 돈이 돌지 않아 구조조정에 차질 우려
3. 중국 정부가 쓸 정책, 쓰지 않을 정책
4. 중국 경제에 대한 상식적인 접근 필요
 
  

1. 최근 중국 실물경기 부진 뚜렷 
  

최근 중국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다. HSBC가 4월 말에 조사해 5월 초 발표한 중국 제조업 PMI는 두 달 연속 하락해 작년 4월 이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조사 표본에서 대기업이 점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통계국의 제조업 PMI는 경기판단 기준선인 50 근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비(非)제조업 PMI의 경우, 국가통계국 발표치가 작년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HSBC 발표치는 상승세 전환을 모색하며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PMI 추세에서 반등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볼 때, 올 2분기에는 작년 3분기 이래의 경기하강 흐름이 이어지면서 1분기보다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그림 1> 참조). 

4월 중순에 공표된 1분기 중국의 거시경제 지표들은 투자, 소비, 수출 등 전 부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그림 2> 참조). 부동산시장 조정이 전개되면서 부동산 투자가 크게 둔화되었고, 수출 부진과 설비 과잉의 영향으로 제조업 투자 역시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대외교역은 연초의 선진국 기상이변, 2~3월의 춘제(春節) 효과 등으로 인해 월별 수치가 급등락하는 가운데 분기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증가율 -6.3%). 도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이나 소비재 소매판매총액 실질 증가율 등 소비 관련 지표들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쳤다. 

개별지표들과 종합지표의 괴리로 수치조작 논란 가열 

이처럼 개별지표들이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종합지표인 1분기 경제성장률만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게 나오자 한바탕 수치 조작 논란이 일었다. 첫째, 공업 부가가치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의 흐름에 있어 현격한 격차에 의혹이 집중되었다(<그림 3> 참조). 중국 정부는 성장 주도 부문이 제조업이나 공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교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중국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46.9%에서 올 1분기 51.6%로 증가했다. 둘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실물경기 판단의 지표로 삼는다는 리커창지수의 세 가지 구성지표(전력 사용량, 철도 화물 운송량, 은행 대출 증가액) 가운데 전력 사용량과 철도 화물 운송량이 1분기에 각각 0.1%와 9.1% 감소한 것과 경제성장률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인 것이 배치된다는 문제제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10년 이상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에너지 절약 및 환경 보호’ 드라이브가 성과를 거둬 GDP 단위 당 에너지 소모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약 4% 줄어드는 등 에너지 절약형 생산방식이 착근되어가고 있는 증거라고 밝혔다. 또 철도 운송 지표의 부진에 대해서는, 철도 운송량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석탄을 과거에는 서부 산지에서 실어와 동부 지역에서 주로 소비했으나, 요즘엔 산지 인근에 발전소가 많이 세워지면서 운송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중국 정부의 주장은 1분기의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저변에서 경제구조의 전환 혹은 업그레이드(서비스업 비중 확대, GDP 단위당 에너지 소모량 감소, 서부 대개발 등)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개혁이 효과를 내면서 경제 체질이 달라졌기 때문에 거시지표들을 종전의 시각에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중국 정부의 해명이 사실과 부합하는지와 무관하게, 개혁 추진을 어렵게 하거나 더디게 할 정도로 부진하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안정적 성장’은 개혁에 대한 민심의 지지를 얻어내고, 후퇴 없는 개혁 추진을 위해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이 ‘전면개혁 본격 착수’를 선언하면서 제시한 올해 5대 국정과제 중에서도 가장 우선시한 과제가 ‘안정적 성장’이었다(<표 1> 참조). 

실물경기 부진 이면의 중국 경제 실상 

실물 경기지표 둔화의 이면에서는 기업 부도 증가, 은행 부실화, 지방 재정구조 악화, 고용시장 활기 약화 등 우려스런 현상들이 전개되고 있다. 

실물경기 부진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이자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기업 활동의 침체인데, 일상적 기업 활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통화지표인 M1(현금+요구불예금)의 동향으로 이를 알 수 있다. 경기가 활기를 띨 때는 기업들 간의 거래가 빈번히 일어나고 자금 순환이 빨라져 M1이 급증하게 된다. 3월 말 현재 중국 M1의 전년 말 대비 증가율은 2.9%로, 작년 3월의 5.4%는 물론 최근 5년 평균 증가율 8.8%에 크게 못 미쳤다. 

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올해에 금융위기 직후 시기와 맞먹는 기업 부도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많다. 지난 연말연초에 광둥(广东), 저장(浙江)성 지역의 전자 기업들이 잇달아 부도를 낸 데 이어, 최근에는 광저우(广州) 지역의 중견 가구 제조업체인 뱌오줘(标卓)가 부도를 내 충격을 줬다.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광파(广发)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국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도합 약 40조 위안에 이르는데, 자금 공급은 약 18조 위안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자금 공급 부족분을 연 이자율이 30~40%에 이르는 사채 자금이 메워주고 있다. 운 좋게 은행 대출을 받는 기업들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기준 금리의 1.5배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이 까다롭게 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실물경기 둔화가 은행의 수익률을 악화시키고 부실채권을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발표된 상장은행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이윤 증가율은 평균 7.61%로, 2013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실채권 비율은 2013년 0.9%에서 올해 1분기 1.21%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그림 4> 참조).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보수적으로 변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게 되고,결국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 부실화되는 악순환이 진행될 수 있다. 

실물경제 부진은 또한 세수 감소와 재정 수입의 악화를 낳고 있다. 올 1분기 세금 수입과 재정수입은 각각 1.2%와 3.9% 늘어나는데 그쳐, 2010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동북과 서북 지역의 일부 지방정부들은 재정 수입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수입이 부족해지면 단기적인 경기 급락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다. 

최근의 경기 부진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고용 창출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올 1분기에 중국에서 창출된 고용은 324만 명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올해 1,000만 명 고용 창출’ 목표가 어렵지 않게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분기 고용 창출 규모는 작년에 비해 20만 명이 줄어든 것인데, 전년동기 대비 고용 창출이 감소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그림 5> 참조). 한편 100개 주요 도시의 고용 통계를 살펴보면, 3월에 일자리 수가 16%(91만 9,000명) 감소했고, 구직자 수는 15%(78만 6,000명) 줄어들었다. 현재 중국 고용시장은 수요초과 구조이지만, 성장 둔화로 인해 일자리 수가 구직자 수보다 더 많이 감소하는 현상이 장기화되면 일자리 부족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최근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최소한의 성장 및 취업 목표 달성이 힘들어지고, 기업 부도사태 등 리스크 요인들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중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2. 돈이 돌지 않아 구조조정에 차질 우려 
  

경기 부진과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를 악화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통화지표 증가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그림 6>). 시중에 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본원통화의 증가세가 꺾였기 때문이며, 본원통화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 결정적 원인은 은행권으로 유입되는 외환 규모의 증가세 둔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동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본원통화를 공급하는 주된 방식은 외화자산 매입이었다. 즉, 인민은행은 중국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나 외국 기업들이 중국 내 투자를 위해 들여온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어주는 방식으로 시중에 위안화를 공급해왔다. 외환 매입액이 중앙은행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초 42%에서 2014년 6월 83%로 증가했다. 본원통화 잔고 대비 외환 매입액 잔고의 비율은 2001년 말 44.6%에서 2008년 말 130.6%로 상승한 뒤 2014년 12월 100% 수준으로 하락했다. 인민은행은 외환 매입을 통해 시중에 풀리는 위안화를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일부 재흡수하는 방식으로 시중유동성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특히 2012년 이후 외환 매입 규모의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시중유동성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그림 7> 참조). 특히 2012년과 2014년의 경우에는 핫머니가 대거 유출되면서 외환 매입액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및 중국 금리인하에 따른 내외 금리차 확대 전망이 확산되면서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외환 매입액 감소는 투기성 핫머니나 불법 지하자금의 해외유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자산부채 조정의 자연스런 결과로 파악된다. 작년 이래 중국 기업들이 투자 의욕 감소와 위안화 가치 하락 예상에 따라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지 않고 해외 빚을 갚는데 쓰는 행태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올 1분기에 벌어들인 외화자산 중 위안화로 환산할 의향이 있는 부분의 비중이 69%에 그쳤다. 

외환 매입 감소에 따라 본원통화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급준비금 비율이 여전히 18~20%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경기 부진까지 겹치자 은행들의 신용창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기업들로선 자연히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높은 자금 조달 비용에 직면해야 했다. 생산자가격지수(PPI) 상승률이 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권에 머물면서 자원이나 부품, 설비 등 B2B 분야의 제조 기업들은 두 자릿수에 가까운 높은 실질금리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에 돈이 말라가자 인민은행은 작년 하반기부터 담보보완대출(PSL),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 새로운 루트로 본원통화를 주입하고, 지준율을 낮춰 통화승수를 키우는 등의 방식으로 통화 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 이래로 중간환율을 실제 현물환율보다 낮게 설정함으로써 위안화 환율 상승과 그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는 노력을 기울여왔다(<그림 8> 참조). 

금융사이클 하강기 진입 가능성 

현단계 중국 경제는 실물경기가 부진해지는 가운데, ‘경제의 혈액’이랄 수 있는 돈이 잘 흐르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에 적극 나서기보다 빚 갚는 것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은 대출 재원이 넉넉지 않는 가운데, 대출자산의 부실화 리스크에 매우 민감해져 있다. 경기 하강기의 일반적인 특징과 이른바 ‘금융 사이클’의 하강기에서 보여지는 풍경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 사이클은 주로 신용 사이클이나 부동산 사이클에 의해 결정되는데, 중국 경제가 신용이나 부동산 주기 상의 정점을 통과했는지는 시계열 데이터의 부족으로 인해 계량적으로 확인되진 않는다(<그림 9> 참조). 다만 지금 중국 경제가 1990년대 말에 시작된 사상 첫 번째 금융 사이클의 정점 부근에 위치해 있고, 향후 부동산 가격이나 신용 규모의 변화에 따라 이번 금융 사이클의 전반적인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부동산 가격 조정이 급박하고 파괴적인 양상으로 진행된다면, 부동산 담보 가치가 급락하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신용 수축이 동반되는 금융사이클 하강국면의 전형적인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반면, 부동산 가격 조정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신용 배분에 있어서의 왜곡이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금융 사이클의 상승기가 연장되거나, 하강기로 넘어가더라도 디레버리징이 완만하게 진행되면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로선 당연히 후자를 선호하고 있는데, 관건은 부동산 조정보다는 자금배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부 개입의 효력 측면에서 볼 때, 자금시장이 부동산시장보다 관련 당사자의 수가 많고 규제의 효과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불건전하고 비효율적인 부문(예를 들어, 투기적 부동산 거래, 지방정부가 벌려놓은 수익성 낮은 투자 프로젝트, 생산능력 과잉 업종의 설비투자 프로젝트 등)에 고여 있는 돈을 어떻게 하면 건전하고 효율적인 부문(혁신 중소기업, 저소득층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건설, 수익성 있는 인프라투자 프로젝트 등)으로 흐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현단계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3. 중국 정부가 쓸 정책, 쓰지 않을 정책 
  

중국 정부가 쓰지 않을 정책 수단 

중국 정부는 구조조정에 지장을 주는 방식의 유동성 공급을 하거나 성장에 올인하는 강력한 부양책을 쓰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쓰지 않을 것 같은 정책이 요즘 소문이 돌고 있는 양적완화(QE) 방식의 통화 늘리기이다. 올 3월 열린 양회(两会)에서는 올해 1조6,000억 위안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 그 중 1조 위안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조8,000억 위안의 부채 중 일부를 차환하는데 쓰기로 결정했다. 약 4%의 금리로 지방채를 발행해 평균금리가 약 8%인 지방정부 융자플랫폼 부채를 갚음으로써, 지방정부의 이자 지급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4월 23일 첫 번째로 예정되었던 장쑤(江苏)성의 648억 위안 규모의 일반채권 발행이 채권 매입 수요 부족을 이유로 연기가 되면서 부채 차환 프로젝트에 적신호가 켜졌다. 새로 발행되는 지방채의 상당부분은 은행들이 소화시켜줘야 하는데, 은행들로선 앉은 자리에서 4%p의 금리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일에 협조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인민은행이 직접 지방채를 매입해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인민은행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접 사들이는 것은 법률적으로 허용되어 있지 않으며, 인민은행이 직접 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일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시중은행이 지방채를 사들이고, 인민은행은 그것을 담보로 재대출을 해주는 방식의 간접매입은 어떨까? 인민은행은 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한편으로, 시장에 그릇된 시그널을 줄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지금처럼 시중은행의 중개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시적 효과밖에 낳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인민은행은 특히 시장에 ‘중앙은행이 QE와 다름없는 물량공세 식 통화공급을 재개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 QE는 실물경제의 극도의 침체와 제로 수준의 금리 조건 하에서 위기 탈출용으로 이용된 정책수단이지만, 중국은 아직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대신 정책 금융기관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고려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최근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각각 320억 달러와 300억 달러의 자본을 주입하기로 했는데, 이를 계기로 이들 은행이 지방채를 사들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중국 전체 여신의 10% 이상을 점하는 이들 정책 금융기관을 동원하면 별다른 부작용 없이 지방채 차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양적완화만큼이나 내켜 하지 않는 것이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전쟁에 동참하는 것이다. 환율을 끌어올리면 수출이 늘어나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지금 중국 정부는 성장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자본유출을 막아야 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유리한 환율 여건을 조성해야 하고, 자칫 핫머니 재유입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어 통화공급이 더욱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위안화를 SDR(특별인출권) 통화 바스켓에 편입시키는 것도 5년에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로, 위안화 국제화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올해 특히 중시하고 있는 과제다. <그림 8>에서 보듯이, 자본유출 압력과 경기둔화를 반영해 최근 현물환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고시하는 중간환율은 계속 하향조정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환율의 안정적인 흐름, 방향으로 보자면 상승보다는 완만한 하락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 번째로 동원되지 않을 것 같은 정책이 강도 높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2013년 2분기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가 있다. 이번 조정은 장기간 누적된 수급 불균형에서 촉발된 것으로, 중국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개입(규제/부양)에서 벗어나 시장 메커니즘에 의거해 발전해나가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의 의미가 있는 조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정을 통해 ‘부동산 불패 신화’가 불식되고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시장 시그널에 따른 의사결정에 익숙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3월 말에 두 번째 주택 구입에 대한 LTV(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 비율) 상향조정 등의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규제를 풀어 부동산 대출시장 여건을 원상회복시키고 부동산시장 조정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지 경기부양 차원은 아니라고 극구 해명을 하기도 했다. 올해 부동산시장 수급여건을 살펴보면,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한 부동산 부양이 먹혀들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 물량의 변화를 6개월에서 1년 정도 선행하는 개발상들의 토지 매입 면적이 작년에 크게 줄어들었다. 단기적인 시황 판단이 낙관적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적어도 올해 중에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그림 10> 참조). 중국 부동산시장은 올해 연중 조정이 이어지다가 하반기 들어 완만하게 회복되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온건한 통화정책과 적극적 재정정책 유지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유동성 문제는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당장은 자본 유출과 은행의 중개 기능 약화 등으로 자금줄이 마르고 있지만, 시중에 이미 풀려 있는 유동성의 규모는 매우 크다고 보는 것이다. M2/GDP 비율을 비교해 보면, 중국은 양적완화를 했던 미국이나 유럽,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고, 상승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그림 11> 참조). 이처럼 규모 자체는 충분히 큰 유동성이 부동산시장, 설비과잉 산업, 지방정부의 수익성 낮은 프로젝트 등에 잠겨 있는 것이 중국 정부로선 두통거리이다. 따라서 유동성 규모를 늘리는 증량(增量)보다는 이미 풀려있는 유동성, 존량(存量)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는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인식이나 현재 중국 경제의 여건으로 볼 때, 올 2분기 이후 지준율 인하와 금리 인하 등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이 여러 차례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준율 인하는 통화승수를 키워 외환 매입액 감소에 따른 본원통화의 공급 부족을 보충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높은 실질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직접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 약화 등으로 인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시중 유동성을 보충한다는 면에서 볼 때, 이 정도의 통화 공급은 ‘확대’가 아닌 ‘중립’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원하는 곳으로 자금을 배분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연계한 선별적 유동성 공급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자촌 개조나 수리(水利)시설, 중서부 철도 등 인프라 건설을 위해 PSL, MLF 같은 비전통적 채널을 통한 자금 공급이 활발히 이용될 것이다. 일반예산 내의 재정자금을 활용한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도 1분기에 미뤄진 것들이 상당수 있는데, 2분기 이후 사업 착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례로, 1분기에 철도투자 집행 규모는 연간 계획 금액의 10%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다(多)국가 지역개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중국과 파키스탄 간에 체결된 대규모 경제협력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인데, 조기에 착수되는 일부 프로젝트들은 올해 중국 내 투자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중국 경제에 대한 상식적인 접근 필요 
  

중국 경제를 보는 외부의 시각에는 종종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엿보인다. 한편으로, 중국 경제가 빠르게 높아지는 부채율(부채/GDP), 그림자 금융, 부동산시장 버블 형성 및 붕괴 우려, 전통낙후산업의 연쇄부도 우려 등 여러 잠재적 리스크 요인들을 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이 무리하게 성장률을 높이려고 했던 과거의 정책 패러다임이나 경제성장 모델에서 배태되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렇게 두 가지를 다 수긍하면서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중국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대대적으로 돈을 풀 것이라든가, 환율전쟁에 뛰어들 것이라든가, 여차하면 부동산 부양을 통해 성장률을 지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외부 시각에서 봐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잠재 리스크를 현실화시키고 경제구조를 구태로 돌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과연 중국 정부가 단기 성장률 제고를 위해 경기부양에 나서려 할 것인가? 경기부양이 불가피할 정도로 경기가 부진한 상태라면, ‘경기부양 안 해도 된다’, ‘경기부양 안 하겠다’고 여유를 부리지 않고 이미 적극적으로 경기부양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을까? 

중국 정부는 올해 경기 흐름이 외부에서 보는 정도로 나쁘지는 않으며, 온건한 통화정책과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더 이상의 경기둔화를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올 2분기에는 ‘안정적 성장’, 즉 올해 연간 성장률 7%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출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 줄이 마르는 것을 막고 통화 여건을 ‘중립’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지준율 인하, 금리 인하 등 전통적인 통화공급과 더불어 정책 금융기관들을 통한 비전통적 유동성 공급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한 수리, 철도 건설 등 인프라 투자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중국경제의 성장 활력이 좋아질 여지가 크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신창타이(新常態) 패러다임에 의거해 정책을 펴고 있다. 신창타이란 경제 성장 추세의 변화와 이에 따른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등 두 가지를 아우르는 개념인데, ‘더 이상은 고속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앞 부분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을 옮겨 성장 둔화 추세를 중고속 성장 수준(6~8%)에서 방어하자’는 뒷 부분은 아직 실현되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신창타이 시각에서 단기 국면에 맞는 정책을 강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다만,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배합하다 보니, 경우에 따라 이도 저도 아닌 듯한 대응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성장률이 하한선 근처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다 보니 때론 일견 성장률 방어에 치우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 정부의 현재 고민과 정책 마련 방식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 상식적으로 접근한다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 균형 잡힌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중국은 현재 전반적인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지방정부와 일부 수출기업들이 디레버리징에 착수했으며,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단계다. 왜곡된 자금 배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자금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가계가 자금 공급원으로 나서줘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활발해진 중앙정부 주도의 선별적 자금 공급과 가계의 활발한 주식투자가 이런 니즈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고 있다. 양적완화나 공격적 경기부양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으며, 그것들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다만, 자금 공급원과 자금 공급 루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현단계 중국 경제를 ‘세 가지가 중첩되어 있는 시기’로, 즉 경제성장 속도의 감속기이자 경제 구조조정의 진통기요,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을 소화하는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섣부른 경기부양을 삼가고 구조조정에 주력하면서 경제성장 속도의 감속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새로운 기술/산업, 새로운 수요, 새로운 제도)을 육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 구조의 조정과 산업 구조의 업그레이드 없이는 아무리 경기부양을 해도 지속가능한 ‘중고속 성장 단계’에 안착할 수 없다는 것을 중국 정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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