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경량화 2.0’, 소재의 새로운 가치 요구하고 있다"
‘경량화 1.0’이 경량화만을 요구했었다면, ‘경량화 2.0’은 제품 디자인, 친환경성 등 추가적인 가치도 요구하고 있다. 알루미늄, CFRP, 마그네슘 등이 자동차, IT기기 등에 적용되기 시작되며 ‘경량화 2.0’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소재 기업들은 소재 포트폴리오의 확장, 이종 소재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경량화 2.0’ 시대를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만화 속 마징가Z, 아이언맨 등 주인공들은 자유자재로 하늘을 난다. 하지만 마징가Z가 주제가대로 무쇠팔과 무쇠다리를 가졌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너무 무거워 날 수 없고, 평소 폭포 속에 숨어있기에 녹슬어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초합금Z라는 가상의 메탈 덕에 매우 가벼우면서도 강한 성능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언맨은 아이언(철)이 아닌,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티타늄맨이다. 가벼우면서 튼튼한 소재 덕분에 적과 잘 싸울 수 있었다. 이처럼 경량화는 만족스러운 성능을 구현하면서 가볍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량화, 계속 풀어야 하는 숙제
경량화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효율을 높이는 것은 100%가 아닌 이상 계속되는 숙제다. 대부분은 항공우주, 자동차 등 수송 분야의 연비 이슈에서 출발한다. 항공산업에서는 더 많은 승객과 짐을 더 적은 연료로 운송하고자 하는 데에서 연비 경쟁이 시작된다. 때문에 비교적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이 항공기에 많이 적용되고 있으며,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 티타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신소재들도 적용이 시작되고 있다.
자동차에서의 연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화는 각국 정부들이 자국의 산업 발전과 함께 내수 시장의 진입 장벽을 위해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림 1>과 같이 각국 정부는 배출가스와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경량화를 통한 연비 강화는 자동차의 유지비 절감 외에 성능 향상 효과도 있다. 1.5톤 승용차의 무게를 10% 줄일 경우, 가속 성능 8% 향상, 제동 거리 5% 단축, 조향성능 6% 향상 및 샤시 내구 수명 1.7배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량화는 더 절실하다. 전지용량의 한계로 인해 한 번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거리를 늘려야 한다.
가볍기만 해서도 안 된다. 탑승자의 안전 규제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비와 안전 문제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모두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 기업들이 연비만을 높이기 위해 가벼운 소재만을 사용하다가 강도가 약해진다면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기존 강철 대비 성능이 우수한 고장력 강판(AHSS: Advanced High Strength Steel)을 통해 주로 대응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 타타스틸, 신닛테츠스미킨(NSSMC), 티센크루프 등 철강 기업들은 AHSS 생산을 늘리고 있다. 최근 신닛테츠스미킨은 가장 고강도의 AHSS, ‘하이텐(Hi-ten)’을 개발해 미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고장력 강판은 알루미늄 합금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가공이 용이하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유사한 품질의 제품을 현지 조달하기 쉽다는 점을 우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발, 적용해온 고장력 강판만으로는 규제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오랫동안 철강을 사용해 제작한 관성이 있기에 쉽게 바꾸려 하진 않는다. 그러나 경량화의 요구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 경량화에 요구되는 새로운 가치
최근 고객들은 경량화 요구와 함께, 제품 디자인, 방열, 친환경성 등 새로운 가치까지 동시에 충족되기를 기대한다. 근래 주목받고 있는 미니멀화(Minimalism) 트렌드에 따라 화려함보다는 절제되고 심플함을 강조하는 메탈릭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메탈 원재료 그대로의 광택과 질감을 살려 제품에 반영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모바일 IT분야에서 특히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메탈 소재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어 있어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에서 시작된 스마트폰에서의 메탈 소재 채택이 삼성에 이어 샤오미, ZTE 등 중국 기업까지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 파장은 모바일 악세서리까지 이어져 관련 기업인 벨킨(Belkin) 등은 메탈릭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최근 가전 제품 영역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냉장고, TV 등의 다양한 가전의 디자인 프리미엄 측면에서 메탈이 인기를 이미 얻고 있다. 이제는 움직임이 요구되는 무선청소기나 로봇청소기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일반 가전에 비해 충돌 빈도가 커 고강도가 요구된다. 동시에 사용 시간이 길어져야 하므로 전기자동차와 비슷한 이유로 경량화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가전에서의 메탈 사용은 경량화나 고강도 같은 기능 측면에 더해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더해줌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정부 역시 경량화와 동시에 다양한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연비 규제 강화를 통해 자동차 기업들에게 경량화를 요구하고 있고, 자동차의 재활용까지 자동차 기업에서 책임지도록 요구하고 있다. EU는 폐자동차를 처리할 때 소재들이 재활용 될 수 있도록 자동차의 설계 단계부터 각각의 부품들이 어떤 소재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떻게 재활용이 될 수 있는지를 명기하게 하였다. 그리고 자동차의 95%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규제하였다. 자동차 기업들은 가볍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 경량화 1.0에서 2.0 시대로의 전환
경량화 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것만으로는 차별화가 부족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량화만을 추구한다면 스마트폰에 알루미늄 같은 메탈이 굳이 사용될 이유가 없다.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일반 플라스틱이야말로 가볍고 저렴하다. 물론 메탈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대신 교체 비용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사용 편의성이 높다. 여기서 강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고강도의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단순히 가벼운 스마트폰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경량화에 추가적인 가치 제공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량화는 가격보다는 성능이 우선시 되는 항공우주, 국방, 스포츠카가 주요 적용분야였다. 연비 규제가 있었지만, 소재 외에도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단지 선택의 문제였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되고 차별화가 요구되면서 경량화는 필수의 시대가 되고 있다. 여기에 제품 디자인, 친환경성, 열 제어 등 가치 제공이 더해지는 시대, 즉 ‘경량화 2.0’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적용 분야도 기존 분야를 포함해 대중적인 양산차, 웨어러블/모바일 기기, 드론(Drone) 등으로 확장되면서 경량 소재의 사용량도 늘고 있어 경량 소재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알루미늄, 하늘의 메탈에서 지상의 메탈로
경량화 2.0 시대의 대표적인 소재 중 하나는 알루미늄이다. 이는 지구상에 철보다 더 풍부한 자원이다. 철보다 약 1/3의 수준으로 가볍고 열전도율도 우수한 메탈이다. 다양한 원소의 첨가를 통한 합금의 종류는 1000번대 시리즈부터 9000번대 시리즈까지 다양하다. 음료 캔, 호일부터 항공기, 자동차까지 사용 범위가 매우 넓다.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항공분야에는 알루미늄 합금이 여객기 한 대당 보통 60~70% 가량 사용되고 있다. 다른 소재가 대체된다 해도 항공기 동체 사용 비중은 일정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알루미늄의 적용 분야가 자동차 분야로 확대되면서 지상의 메탈로 진화하고 있다.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한 자동차는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등 이미 있다. 그러나 모델의 판매량이 크지 않은 프리미엄급 세그먼트여서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 비중이 작다. 알루미늄 수요를 모두 합쳐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그러나 혁명에 가까운 시도가 최근 일어나고 있다.
● 경량화 2.0의 출발점, 포드의 알루미늄 혁명
미국 포드(Ford)는 대중적인 양산차 세그먼트인 픽업트럭(F-150) 차체에 알루미늄을 적용, 2014년 하반기에 출시했다. 포드는 강화되고 있는 연비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량화에 나섰다. 픽업트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해외, 특히 미국에서는 판매 순위 1위인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F-150은 지난 32년간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지난해만 76만대가 팔렸다. 대표적인 베스트셀링 모델 중 하나인 도요타 캠리(Toyota Camry)의 판매 대수가 46만대였으니 수량으로 비교해보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포드가 최고급 세그먼트가 아닌 대중적인 모델에 알루미늄을 선도적으로 적용한 것에 업계 모두 주목하고 있다. 포드는 알루미늄 차체 적용을 통해 차량당 700파운드(318kg)를 감량하였다. 이는 전체 무게의 13%로 10% 이상의 연비 절감 효과가 있다. 소재 변경에 따른 포드의 비용 상승분은 1천 달러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포드로서는 확신에 찬 도전을 통해 자동차 업계를 주도하면서 ‘기술의 Ford’라는 명성을 이어가고자 한다.
포드 외에 벤츠, 재규어, GM 등 자동차 기업들도 알루미늄 합금 적용을 늘리며 경량화에 나서고 있다. 벤츠 C클래스는 알루미늄 합금을 외판과 골격에 모두 사용해서 차량 무게를 이전 모델대비 약 70kg 감량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재규어XE에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적용, 차체의 75%를 알루미늄으로 하였다. GM은 캐딜락 대형세단 신모델 CT6에 알루미늄을 포함한 경량 신소재를 적용(알루미늄 합금 비중 64%)해 차체 중량을 기존 철강 차체보다 90kg 절감했다. 자동차에 알루미늄 적용 비중이 대폭 커지면서 알루미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더커(Ducker)에 따르면, 2025년까지 자동차 내 알루미늄 소재 사용 비율이 현재의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포드의 F-150 물량을 연 50만대, 알루미늄 적용 차종 확대를 가정하면 미국 시장은 2013년 10만톤 규모에서 2020년에는 100~150만톤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포드에 알루미늄을 공급하는 알코아(Alcoa)와 노벨리스(Novelis) 등 알루미늄 소재 기업들은 각각 5억 달러 규모의 생산설비 증설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 IT기기로 확대되는 알루미늄 전쟁
애플은 IT기기에서 메탈 채용의 선두 주자다. 이미 2008년부터 맥북 노트북에 알루미늄 유니바디(Unibody) 디자인을 적용해오고 있다. 또한 2010년에 아이폰4의 테두리 부분을 시작으로, 아이폰6에서는 바디 전체에 알루미늄을 채용함으로써 스마트폰에서의 메탈 사용 확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애플이 시작한 알루미늄의 채용은 이제 고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중국 기업 중심의 저가 스마트폰에까지 적용이 확대되었다. 애플은 아이패드에도 알루미늄을, 최근 출시된 애플워치(Apple Watch)에는 스테인레스, 금(Gold)까지 메탈 소재를 확대 전개하며 고강도·경량화뿐 아니라 프리미엄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적용 초기에는 메탈과 전파간의 간섭 문제가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해결된 이후 적용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차기 모델인 아이폰6S에는 기존 6000시리즈보다 더 강한, 7000시리즈의 알루미늄 합금(슈퍼 울트라 두랄루민계열)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탈보다 강한 플라스틱, 탄소섬유
경량화 2.0을 주도하는 또 하나의 소재는 탄소섬유이다.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를 주목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의 50%, 알루미늄의 약 80% 수준으로 가벼우면서도 훨씬 고강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탈을 대체할 경량화 소재로서 각광받고 있다. 또한 탄소섬유는 모든 화석자원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가 주원료이기 때문에 다른 메탈 소재들과 달리 고갈, 수급안정 등의 문제가 없다는 강점도 가진다. 따라서 전세계 자동차산업에 도입되는 탄소섬유는 2013년의 3,400톤에서 2030년에 9,800톤으로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CFRP 역시 장점만을 가지는 소재는 아니다. 그 중에서 실질적으로 CFRP의 확산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가격과 생산성이다. 하지만 최근 BMW를 중심으로 빠르게 해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도 탄소섬유 및 CFRP를 슈퍼카, 컨셉카 등에 적용한 경우는 많았지만, 가격과 생산성의 문제로 양산차에 적용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BMW는 탄소재료 전문기업인 SGL 카본과의 JV 체결을 기반으로 CFRP 개발 및 생산을 내재화했다. 이를 통해 가격을 양산차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었다. 또한, 자동화 접착 공정 등의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도 대폭 개선했다. 2014년 BMW는 최초로 CFRP를 채택한 양산차인 i3를 출시하였다. 출시가 발표된 후에도 과연 이러한 고급 소재가 양산차에 적용이 가능할 것인가, 안전성 등의 문제를 인지하고도 고객들이 선택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i3는 전세계적으로 출시 후 2만 6천대 이상을 판매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3월 출시 후 순수 전기차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200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이러한 BMW i3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탄소섬유를 양산차에 적용하기에는 가격이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현재 탄소섬유의 가격은 1kg당 10달러 이상이며, CFRP의 가격은 1kg당 40달러 이상이다. 자동차기업에서 양산차 채용을 위해서는 탄소섬유 자체의 가격은 1kg당 7달러 이하, CFRP 가격은 1kg당 1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탄소섬유 생산에 있어 혁신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분야는 새로운 전구체(Precursor) 기반의 탄소섬유를 개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PAN(Poly-acrylonitrile)계 탄소섬유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 부산물 기반의 피치(Pitch)계, 혹은 폴리올레핀계 전구체(Precursor)가 기술적인 장벽을 뛰어넘고 상용화될 수 있다면 현재의 반 이하로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격 장벽이 해결될 경우 2025년에는 차량 바디 소재 중에서 CFRP가 45%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마그네슘의 도전
마그네슘은 대표적인 경량소재인 알루미늄과 비교해도 2/3 수준으로 가벼운 이상적인 경량화 소재 중 하나이다. 하지만 철이나 알루미늄 대비 매장량이 제한적이며, 부식성이 높은 등의 단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알루미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과 같이 자동차 구조재의 주재료로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분명히 초경량 및 진동 흡수성 등의 특성에서는 타 소재 대비 강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이 필요한 특수 부분에는 마그네슘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일례로 벤츠의 스포츠카인 AMG-GT 차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헤드램프 및 보닛을 잡아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부분은 마그네슘으로 만들어졌다. 고속 운전 시 헤드램프의 진동은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그네슘은 타 메탈 대비 진동을 잡아주는 특성이 뛰어나므로, 이러한 부분에서는 가격 및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을 대체할 수 있었다.
마그네슘은 또한 IT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마그네슘 리튬 합금은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했다. 이는 가볍다고 알려진 다른 마그네슘 합금에 비해서도 25%나 더 가벼운 소재다. 노트북 기업들은 마그네슘 리튬 합금을 프리미엄급 모델에 적용하면서 경량화에 나서고 있다. LG PC ‘그램’의 경우 마그네슘 리튬 합금 적용을 통해 14인치는 1kg 미만, 15.6인치 노트북의 무게는 1.39kg으로 낮추었다. 일반적인 15.6인치 노트북의 경우 가볍다고 해도 무게가 2kg에 근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재 기업들의 적극적 행보
소재 기업들은 경량화 2.0 시대를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① 소재 선제안 및 협력을 통한 수요 창출 노력
CFRP분야 글로벌 1위인 일본 도레이(Toray)는 자신들의 탄소섬유가 항공기에 적용되도록 보잉(Boeing)에 무려 20년전부터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왔다. 그 결과, 향후 10년간 10조원 규모의 소재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도레이는 보잉과의 장기적 협력관계를 갖기 위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10억달러를 투자, 2017년까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항공기와 동시에 도레이는 자동차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해왔다. 이를 위해 2008년에 A&A(Automotive & Aircraft) 센터를 설립, CFRP 및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관련 소재 및 가공기술에 대해 고객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탄소섬유 2위 기업인 테이진(Teijin)도 미국 자동차 빅3의 거점인 디트로이트에 테이진 복합소재 개발 센터를 설립하여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좋은 소재를 만들어 홍보만 하면 고객이 알아줄 것이라는 시대는 지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재 기업들의 적극성이 요구되고 있다.
② 소재 포트폴리오의 확장
글로벌 알루미늄 기업 알코아(Alcoa)는 100년 이상 알루미늄 사업만을 해온 기업이다. 이미 포드의 알루미늄 차체 개발시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알루미늄 수요 성장의 수혜를 입고 있다. 그러나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재 불가지론자(Material-agnostic)다’ 라고 말하며 고객이 필요로 한다면 알루미늄 이외에 다루지 않던 제품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 2014년 니켈과 티타늄 합금 기반의 항공우주 부품 기업인 영국 퍼스릭슨을 약 3조원에 인수한 뒤 연이어 티타늄 및 알루미늄 기업인 독일 티탈(TITAL)을 인수했다. 알코아는 알루미늄 기업에서 벗어나 ‘경메탈(Lightmetal)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5년에 티타늄 부품 기업인 미국 RTI를 각 1조 6천억원에 인수하면서 확고히 탈 알루미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피인수된 기업들이 항공우주 소재 부품 기업이지만 향후에는 이들의 기술 개발 역량과의 결합으로 알코아의 경량화 2.0의 대응력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고베 제강소는 메탈 소재 업계에서 독특한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메탈 소재 기업은 철강 기업과 비철(非鐵)기업 군으로 나눠진다. 그러나 고베 제강소는 철과 알루미늄 등 다양한 메탈 소재를 모두 다루는 기업이다. 경량화 2.0 시대로의 변화 속에서 고베 제강소는 고객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③ 이종 소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혁신
경량화 2.0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경량화 소재로 인한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종 소재 간의 접합 문제이다. 소재의 다양화로 인해 소재간 접합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종 소재간의 접합은 단일 소재간의 접합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다. 철과 알루미늄, 알루미늄과 CFRP는 용접을 할 수도 없으며, 단순 접착제로도 접합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계적 강도가 강한 구조용 접착제(Structural Adhesives)가 주목받고 있다. 구조용 접착제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접착제보다 월등히 높은 접착 성능이 요구된다. 항공기나 자동차에는 기존 공법을 사용하지 않고 접착제를 사용함으로써 경량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포드의 F-150에서도 알루미늄 차체 적용으로 인해 접착제 사용량이 종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항공기,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구조용 접착제시장은 10년전 15억 달러 수준에서 최근 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였으며 앞으로도 5%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경량화 소재 기업과 가공 기술을 보유한 기업간의 제휴를 통한 혁신이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알루미늄 기업인 노벨리스(Novelis)는 최근 글로벌 접착제 1위 기업인 헨켈(Henkel)과 알루미늄 적용 확대를 위한 접착제 기술 관련 제휴를 체결했다. 자동차에서 접착제는 구조용 접착제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표면 코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루미늄에 컬러 코팅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접착제 기업에서 제공하는 사전처리 제품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알루미늄 기업과 접착제 기업이 공동 개발을 통해 자동차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소재만 단독으로 공급하는 것 대비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경량화 2.0 시대는 경량화 소재 기업뿐 아니라 접착제 같은 가공 관련 소재 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헨켈(Henkel), H.B. Fuller, 3M 등의 접착제 기업들이 적극적인 제휴 및 혁신 노력을 기울일 경우, 경량화 2.0 시대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량화 2.0은 소재 다원화 시대의 출발점
소재 경량화 2.0시대, 즉 경량화를 위한 소재 다원화 시대(The era of Multi-Materials)로 가면서 소재산업과 소재 관련 산업에서 다양한 혁신이 동반될 것이다. 항공기의 경우 알루미늄의 대세속에서 CFRP, 티타늄 등의 침투율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도 경량화 이슈 해결을 위해 소재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우디(Audi)는 알루미늄 프레임(ASF)을 개발했지만 이를 고집하진 않는다. 최근의 전략은 MSF(Multi- material Space Frame)이다. 알루미늄 외에 복합소재, 마그네슘 등의 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 경량화의 극대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소재 기업들로서는 순식간에 자신의 사업에 해당하는 소재의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경쟁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소재 경쟁력에 따라 특정 소재 기업과 수요 기업간의 견고한 협력관계가 재편될 수 있다. 소재 기업들에게 소재의 경량화 뿐 아니라 소재의 포트폴리오, 소재간 창의적인 결합 등을 통한 추가적인 가치 발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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