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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촉진하는 이유 있는 고집

■ 경제보고서 ■ | 2015. 7. 10. 15:08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혁신을 촉진하는 이유 있는 고집'


필립스공장등-스마트베이필립스공장등-스마트베이



혁신의 씨앗이 되는 아이디어는 획기적이고 기발할수록 대개 처음에는 조롱과 비난, 반대에 부닥친다. 혁신의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꾼 많은 혁신적인 변화 뒤에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끝까지 밀어 부치는 이유 있는 고집, ‘Disagreeableness’가 있었다. 

1979년 7월 1일 세상에 공개된 소니의 워크맨은 음악 소비의 역사적 전환을 가져온 혁신 제품이었지만, 개발 당시만 해도 그 가능성을 알아 챈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 카세트테이프 녹음기의 주 사용층이었던 기자들로부터 녹음 기능이 빠졌다는 이유로 조롱과 비난마저 들어야 했다. 워크맨의 본체를 처음 개발한 소니의 연구원 이라 미츠로조차 주위의 비난에 움츠러들어 ‘원래 작으면서도 소리가 좋은 카세트테이프 녹음기를 개발하려 했다’는 식의 실패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헤드폰과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한 이는 소니의 공동창업주 모리타 아키오와 이부카 마사루였다. 이들은 음악 청취의 개인화라는 이전에 없던 개념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그리고 조직 내부에서부터 나오는 의심의 눈초리와 언론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초연하였다. 이런 이유 있는 고집이 없었더라면 워크맨은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난과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Disagreeableness 

캐더린 모리스 콕스라는 심리학자는 1926년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짜르트, 아인슈타인 등을 포함한 300명의 천재들을 대상으로 어떤 점이 그들의 천재성을 이 세상에 드러나게 했는지를 찾아내는 연구를 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천재들의 일생을 연구한 끝에 콕스 박사는 재능이 아니라 과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그들의 위대함을 만들어낸 자질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단지 변하기 쉽다는 이유로, 혹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해서 과업을 포기하는 법이 절대 없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주변 동료나 사회로부터 동의를 구하려 애쓰지 않는 태도가 혁신적 아이디어의 실행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며 이런 태도를 ‘Disagreeableness’라 정의한다. 기업 경영에서도 다수의 반대와 비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고집이 필요할 때가 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모든 진리는 반드시 조롱, 반대, 인정의 세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 사람은 지지와 응원보다 비웃음과 반대의 목소리에 의연할 수 있어야 한다. 진리와 가능성을 처음부터 쉽게 이해하는 사람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치는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에서도 마찬가지다. 낯설고 기발한 발상일수록 획기적인 변화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초기에는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 쉽다. 세상에 임팩트를 주는 혁신을 이루려면 Disagreeableness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상상 

1912년 4월 14일 미국의 마르코니라는 통신사에서 일하던 27살의 젊은 직원 데이비드 사노프는 타이타닉호의 구조 신호 전파를 수신하고 7백여 명의 생존자 이름과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알림으로써 일약 유명인사가 된다. 이후 사노프는 ‘모스 부호만이 아니라 목소리나 음악도 멀리 전송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당시로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획기적인 상상을 한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꼭대기에서 실험을 통해 FM라디오 전파 수신에 성공한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무선으로 각 가정에 음악을 배달하는 ‘뮤직 박스’ 계획을 세운다. 이는 오늘날의 라디오 방송에 해당하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지지는커녕 의심과 비난만 샀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전파를 통해 음악이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노프가 회사 간부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이후에도 수 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결국 라디오는 뉴스와 음악 청취용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1919년경까지 미국에서 보급 대수는 약 5천대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의 성장은 더뎠다. 

이 때 사노프는 또 한번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스포츠 경기를 실황으로 중계하면 전국적으로 라디오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경영진은 반신반의 했다. 일부는 황당한 소리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라디오는 음악이나 뉴스를 듣는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라디오로 스포츠 중계를 듣기 원하는 고객을 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낙담할 리 없는 사노프였다. 그는 1921년 열린 미국의 잭 뎀프시와 프랑스의 조르주 카펜티에의 세기의 권투 시합을 타겟으로 정했다. 시합 당일 사노프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AT&T는 방송 송신기를 직접 연결해 주는 다이렉트 라인을 허용해 주지 않았고, 정부도 비협조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사노프는 권투시합장 바깥의 한 오두막에 몇몇 엔지니어들과 아무런 예산도 없이 임시 스튜디오를 만들어 중계 아나운서의 음성을 전파로 송신했다. 음질은 다소 떨어졌지만 시합장에 가지 않고도 잭 뎀프시의 극적인 KO승을 생생하게 청취한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같은 해 라디오 보급은 30만 대로 폭증했고, 1927년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비행 소식을 라디오로 들은 사람은 600만 명을 넘었다. 

사노프는 39세의 나이로 회사 사장에 취임하여 TV 시장을 포함한 미디어 시장에서 탁월한 선견력을 보여주며 ‘전파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그의 Disagreeableness가 가장 빛나던 때는 20대의 무선통신 직원으로 간부와 중역들을 집요하게 설득하던 시절이었다. 

Disagreeableness를 죽이는 익숙한 신념들 

이유 있는 고집 Disagreeableness는 조직 규모가 커지고 위계가 엄격해질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상하간 관계가 경직되어 있고, 튀는 것보다는 순응이 미덕으로 인식되는 정서가 강하다. 이런 이유로 Disagreeableness는 오히려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 Disagreeableness를 사라지게 만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논리 또는 신념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① Benchmarking… “남들은 어때?” 

벤치마킹만큼이나 무비판적으로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경영학 용어도 드물다. 1980년 대 초 제록스에 의해 처음 경영 혁신 도구로 사용된 벤치마킹은 본래 최고 기업과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줄여 나가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근래 들어 대상 기업을 분석하는 것 자체나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따라 하는 것, 심지어 타사의 제품과 프로세스를 모방하는 것까지도 벤치마킹이라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2000년대 초반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백화점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할 때, 유일하게 성과를 내고 있던 이세탄백화점은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특히 오다큐국철을 모기업으로 하는 오다큐백화점이 가장 적극적이었는데, 직원을 손님으로 가장해 이세탄을 분석할 정도였다. 이세탄의 비결은 상품에 대한 손님의 반응, 판매 결과와 고객과 나눈 사소한 대화까지도 모든 직원들이 일일이 기록하는 ‘머천다이징 노트’와 ‘세시기 달력’에 있었다. 오다큐백화점 역시 이를 그대로 따라했다. 그러나 경영진부터 중간간부들까지 이세탄백화점처럼 하면 무조건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조직 혁신의 다른 아이디어에 관심이 없었던 오다큐백화점은 4년이 지난 2008년 벤치마킹 포기를 선언하고 만다. ‘이세탄 방식’은 수첩만 나눠준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블랙 스완』의 저자 니콜라스 탈레브는 ‘성공한 사례는 흔히 실패율이 은폐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성공 사례라 하더라도 유사한 시도로 인한 실패율이 높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떠오르는 기업이라면 무조건 따라하고 보자는 식의 벤치마킹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 방식은 해당 기업에서만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② Best Practice… “경험상 이게 최고야!” 

과거 사례에서 미래의 길을 찾으려는 시도는 자연스럽고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억과 경험을 맹신하는 것 역시 조직 내 Disagreeableness를 죽일 수도 있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경험은 믿을만한 길잡이처럼 보이지만 더 지혜롭게 이끌어주기보다 우리를 기만한다는 분석을 소개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맹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결과(특히 성공)에만 주목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인간이 지닌 추론 능력의 한계 때문이다. 기억은 대개 부정확하고 매우 주관적이며 편파적인 해석일 뿐이다. 

국제적인 학술지 Management Science에 소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프로농구 감독들은 경기에서 이긴 날보다 졌을 경우 전략을 수정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심지어 아슬아슬하게 지는 바람에 전략의 오류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경향은 기업 경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똑같은 전략을 사용한 두 회사가 있을 때, 우리는 대개 성공한 회사에만 박수를 쳐준다. 미심쩍은 전략이라도 결과가 좋았으면 계속 고수되지만, 여전히 가치가 큰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나쁜 결과에 가차없이 수정 또는 폐기되기 일쑤다.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는 고든 시우 박사의 ‘벌과 파리의 실험’이 소개된다. 몇 마리의 벌과 그와 같은 수의 파리를 병 속에 넣어 바닥이 창 쪽으로 향하게 병을 뉘어 놓으면 벌은 밝은 방향에서 출구를 찾다가 끝내 지쳐 굶어 죽지만, 파리는 채 2분도 되지 않아 반대쪽의 병 주둥이로 탈출한다. 지능이 더 높은 벌은 밝은 쪽에 반드시 출구가 있으며 그쪽으로 나가야만 살 수 있다는 과거 경험으로 인해 처음 접해보는 유리벽이라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변화무쌍한 시대에 기억과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는 평생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벌이 될 가능성이 크다. 

③ 경영트렌드… “대세를 따라야…” 

기업들이 업계의 동향,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느라 많은 노력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경영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다. 경영자들이 트렌드에 집착하는 태도를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욕구’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대세 순응주의가 심리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 아이디어는 시장 조사로 이끌어내기 어렵다.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극소수의 아웃라이어에서 발견되는데, 이들은 시장 조사의 표본에 포함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애플에서 매킨토시를 선보인 날 한 기자가 어떤 방식으로 시장 조사를 했는지 물었을 때였다.  잡스는 코웃음치며 “알렉산더 그레엄 벨이 시장조사 같은 걸 하고 전화를 발명했나요?”라고 되물었다. 잡스에게 고객 가치 기준은 자기 스스로의 확신일 뿐이었다. 따라서 시장 조사와 같은 남들이 다하는 방식은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최고를 만들어 내는 것에만 관심이 있던 그의 Disagreeableness가 자리잡고 있다. 

짐 콜린스는 저서 「Great by Choice」를 통해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놀라운 실적을 이뤄낸 기업들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이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사회적 통념, 시류, 권위, 검증되지 않은 정보 등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적인 관찰, 실질적 실험, 명확한 증거에 기반하여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밝혀냈다. 

④ 긍정 & 낙관… “다 잘 되겠지…” 

일반적으로 긍정적 마인드는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된다.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태도와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긍정주의 역시 지나치면 조직에 필요한 Disagreeableness의 태도를 꺼리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현실을 정확히 보지 못하게 하고 어려움을 애써 외면하거나 회피하게 만들기도 한다. 

동기심리학의 권위자로 뉴욕 대학교와 함부르크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가브리엘 외팅겐 박사는 20년 이상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해 너무 달콤하게 꿈을 꾸는 것은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힘겨운 일과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게 한다”고 말한다. 외팅겐 박사는 1998년 대학원생 83명을 대상으로 긍정적 공상의 효과를 실험하였다. 취업할 가능성과 취업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물어본 후, 취업에 대한 긍정적 공상을 쓰고, 얼마나 자주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지를 1~10까지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2년이 지난 후 실험 대상자들을 추적하여 성공률을 조사한 결과는 놀랍게도 긍정적 공상의 빈도수와 반비례했다. 

부정적 또는 비판적 태도가 오히려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더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심리학 교수인 조셉 포가스 박사는 “대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의견에 쉽게 동조되지 않기에 잘 속지 않고 판단력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짐 콜린스는 막연한 긍정과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의미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경영학 용어를 만들어 냈다. 베트남전 미군포로였던 스톡데일 대령은 당시 예상보다 많은 미군들이 포로 수용소에서 죽어나간 이유를 묻는 콜린스의 질문에 ‘낙관주의’라는 한 마디로 대답을 대신했다. 곧 풀려날 것이라는 낙관주의로 일관하던 미군 포로들은 포로 생활이 길어지자 예상보다 가혹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가장 먼저 사망했던 것이다. 반면, 희망을 가졌지만 현실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냉철함으로 낙관주의를 과감히 버린 포로들은 생존했다는 것이다. 

⑤ Consensus… “합의부터 하고…” 

피터 드러커는 ‘반대 의견이 없을 때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의사결정의 첫 번째 원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내 건전한 비판의식, 긍정을 견제하는 부정, 다수와 생각을 달리하는 소수의 Disagreeableness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통찰하는 말이다. 다수결의 원칙 또는 합의 중시라는 논리가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할 때, 창의적 소수 의견이나  가치있는 Disagreeableness는 설자리를 잃기 마련이다. 

픽사와 월트 디즈니에는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는 조직이 있다. 영화 제작자나 감독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여덟 명의 감독으로 이루어진 브레인 트러스트를 소집해서 이제까지 작업한 버전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오직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두 시간의 생생한 토론이 이어진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아무도 공손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문제가 있을 때 미리 동료로부터 듣고 고치는 것이 나중에 관객에게 덜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사실을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과 그 팀에 달려 있다. 아무런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브레인 트러스트에서는 자유로운 조언을 할 수 있고, 또 언제나 누구로부터라도 쉽게 도움을 요청 받는 것이다. 

픽사와 월트 디즈니의 에드 캣멀 회장에 따르면 브레인 트러스트는 불편함과 서투름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게 만들어 주는 환경이다. 그는 창의적이고 훌륭한 사람에게는 진실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창의적 영화 제작을 위해 경영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픽사와 월트 디즈니에서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의 부정적이고 모욕적일 수도 있는 신랄한 피드백을 기꺼이, 그리고 충분하게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여건이 남보다 한발 앞선 혁신적인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익숙함을 버려야 혁신이 보인다 

경영컨설턴트 조슈아 포에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습득 과정을 Cognitive-Associative-Autonomous의 세 단계로 구분한다(<그림> 참조). 대부분의 경우 숙련도가 높아지고 실수가 거의 없어지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소위 자동항법장치를 켜고 안주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발전이 정체되고 혁신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OK 고원(OK Plateau)’이라 불리는 이 단계는 사람들이 타이핑이나 운전을 배울 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더 이상 기술 향상에 관심을 꺼버리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만하면 충분해(Good enough)’ 라고 여기는 순간 OK 고원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극소수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타이핑이나 운전조차 남들과 다른 차원의 수준까지 향상시켜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들은 익숙함을 버리고 서투름과 불편함을 선택하며, 새로운 Cognitive 단계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OK 고원에서 탈출한다. 

기업이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혁신의 성공으로 도약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OK 고원을 탈출해야 하는 경영진이나 구성원들에게 가장 확실하고도 유용한 무기는 Disagreeableness라 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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