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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글로벌 화학기업, 생명과학사업 강화한다'


글로벌 대형 화학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 육성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바이엘은 소재과학 사업의 분리·상장을 발표하면서 전문생명과학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쓰비시화학도 기존 제약과는 별도로 새로운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할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또 참여하는 사업 분야도 기존의 제약과 작물보호제·종자, 식품·뉴트리션에서부터 바이오소재, 헬스케어소재, 의료기기 사업까지 확장되고 있다. 

화학기업의 생명과학사업 운영 현황은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바이엘과 듀폰 처럼 생명과학사업 중심의 기업으로 변신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생명과학사업 영역에서 메이저기업이 되어 시장을 주도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 치열한 기술혁신 경쟁과 일부 제품에서 후발기업의 추격으로 사업 리스크도 높은 편이다. 두번째는 바스프와 다우케미칼, 미쓰비시화학, 스미토모화학 처럼 생명과학사업을 성장동력 중 하나로 육성하는 다각화 유형이다. 이들은 운영하는 생명과학사업이 양호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선택한 사업 영역에서 메이저 기업과의 경쟁력 격차가 존재한다. 

선진국 화학기업들에게 생명과학사업은 매력적인 성장 대안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부분 오랜 탐색기와 시행착오, 기업 운영체계의 조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바이오기술의 혁신과 파급력이 확대되고 고령화와 식량부족 등 인류 공통의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감안한다면, 생명과학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특히 사업 및 기술 연관성이 높은 화학기업의 생명과학사업 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개별 화학기업에게 어떤 사업이 적합한 성장의 대안인지 정답은 없다. 다만 소재사업의 성숙화와 중국기업의 성장 속도를 볼 때, 차별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사업의 육성이 시급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목 차 > 

1. 생명과학사업의 특징
2. 화학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 육성 배경
3. 주요 화학기업의 생명과학사업 현황과 성과
4. 시사점
 
  

화학산업은 장수 기업이 많은 산업이다. 대표적 장수 기업인 독일 머크(1668년 설립)로부터, 구미지역의 바스프, 다우케미칼, 듀폰, 일본의 미쓰비시화학, 미쓰이화학 등 기업들은 백년 넘는 기간 동안 글로벌 화학산업의 선두그룹에 위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학산업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글로벌 화학기업들에게는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동인 중 하나는 바이오기술 혁명과 이에 따른 생명과학사업의 부상이다. 실제로 1998년 글로벌 ‘TOP 10’ 화학기업 중 ICI, 훽스트(Hoechst), 롱프랑(Rhone-Poulenc)은 사업의 분사·통합을 거쳐 현재 사노피(제약)와 아스트라제네카(제약), 신젠타(작물보호제·종자) 등 생명과학기업의 전신이 되었다. 또 나머지 화학기업의 대부분도 현재 매출의 10~50% 정도를 생명과학사업에서 창출하고 있다. 즉 다수의 대형화학기업들이 화학사업에 바이오를 접목시킨 생명과학사업을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로 설정하여, 집중적인 육성을 추진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선진국 화학기업들 사이에서 여전히 진행 중에 있고, 최근 들어서는 일부 아시아 기업들에게 확산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1. 생명과학사업의 특징 
  

생명과학(Life Science)은 생명에 관계되는 현상이나 생물의 여러가지 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의료나 식량, 환경보존 등의 인류복지 증진을 추구하는 종합과학 분야를 의미한다. 생물학(Biology)을 기초로 화학과 의학, 바이오기술 등 다양한 과학기술이 결합된 융합 학문이기도 하다. 생명과학은 과학기술 체계의 의미이기 때문에, 산업 차원에서 표준화된 정의와 구분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기업들이 비지니스 관점에서 ‘생명과학사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영역을 정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 글에서는 헬스케어, 농업·식품, 환경 등 영역에서 생명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화 된 사업 영역을 생명과학사업이라고 정의한다. 구체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의 제약, 의료기기, 헬스케어소재, 농업·식품 분야의 작물보호제, 종자, 뉴트리션(영양), 환경 분야의 바이오연료, 바이오소재 등이 포함된다. 이 사업들은 바이오기술 관점에서 레드바이오(Red-Bio), 그린바이오(Green-Bio), 화이트바이오(Industrial-Bio)로 구분하는 영역과 유사성을 가진다. 그러나 생명과학은 바이오를 포함하여 더 넓은 범위의 기술체계이기 때문에 사업 영역도 좀더 광의의 범위로 정의된다. 

생명과학사업은 다음의 몇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번째는 고령화, 식량부족, 환경오염 및 자원고갈 등 인류 공통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메가트랜드에 부합하는 사업이라고도 표현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부상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두번째 특징은 대부분의 사업이 산업성장 단계에서 성장기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제약과 의료기기, 작물보호제와 종자 등의 사업은 오래전부터 상업화 된 산업이다. 그러나 현재도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기술혁신이 진행되고 있고, 개도국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추가 성장 잠재력도 남아 있다. 또 헬스케어소재, 바이오연료, 바이오소재 등의 사업은 아직 상업화 초기 단계로 자체적인 기술혁신과 주변 사업여건 변화에 따라 본격적인 성장이 진행될 수 있다. 

세번째 특징은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우선 개발단계에서부터 화학과 생물학 뿐아니라 의학, 정밀기계 등 다양한 과학과의 융합과 축적된 기술력이 요구된다. 또 제품화 과정에서는 특허 장벽이 높고, 지역별로 까다로운 심사·등록·허가 과정도 필요하다. 여기에다 생명과 관련되기 때문에 브랜드(기업에 대한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전문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마케팅 및 유통망 확보도 어렵다. 즉 개발에서부터 최종 공급까지 사업의 모든 밸류 체인에서 높은 진입장벽이 구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후발기업이 코스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추격할 수 있는 ‘범용화의 덫’에서 아직은 거리가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2. 화학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 육성 배경 
  

선진국 화학기업들은 왜 생명과학사업을 중요한 성장 대안으로 선택했을까? 이러한 기업들의 전략적 판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90년대 산업 환경변화와 화학사업과의 연관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화학산업의 사업환경 악화와 생명과학사업의 부상 

90년대 화학산업을 주도하던 선진국의 화학기업들은 기존 사업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환경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우선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안전문제에 대한 대중적 감시와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 되었다. 1984년 인도 보팔사건를 비롯하여 80년대 노후 화학공장들의 환경안전 사고는 화학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크게 악화시켰다. 특히 지구 오존층 파괴물질로 지목된 CFCs(염화불소탄소)의 단계별 사용금지,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 이슈, 발포폴리스티렌(EPS) 포장재에 의한 백색오염 문제 등 화학제품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안전 이슈들도 분출되었다. 과거 물질문명의 성장기반으로 인식되던 화학산업이, 인류의 보건안전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산업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화학기업 스스로도 자신들의 주요 제품이 멀지 않은 미래에 시장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기면서,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 자본시장의 성격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선진국 자본시장의 성장과 함께 투자자들이 기업의 경영성과뿐 아니라 사업의 질과 전략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기업 경영진들은 주주가치(Shareholder Value), 즉 기업의 시장가치를 중요한 경영의 화두로 생각하고 신성장동력 확보와 사업구조 재편을 적극 추진했다. 실제로 화학산업에서 석유메이저들은 중소규모로 보유하던 정밀화학 사업들을 매각하면서 석유화학사업을 강화했고, 종합화학기업들은 범용화학 사업을 매각하면서 스페샬티 화학이나 생명과학처럼 차별화가 가능한 사업 강화 노력을 본격화 했다. 

과학기술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었다. 80년대 이후 화학기술은 혁신 물질(Molecular) 개발이 감소하면서 차별화 되는 기술 기반이 약화된 반면, 바이오기술에서는 본격적인 혁신이 시작되었다. 제약에서 혁신 바이오의약 제품이 상업화되면서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을 탄생시켰다. 또 농업바이오에서는 식물유전자 분석재조합 연구성과가 유전자변형 종자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실제로 94년 상품화가 시작된 유전자변형종자는 99년 미국 옥수수 종자의 33%, 목화 종자의 55%, 아르헨티나 대두 종자의 99%를 점유했다. 종합화학기업들이 제약과 농화학 사업을 병행하던 상황에서, 이 같은 바이오기술의 혁신은 많은 종합화학기업들이 생명과학사업의 육성을 전격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생명과학사업과 화학사업의 사업적 시너지 

한편 생명과학사업의 상당 부분이 화학사업과 기술 및 사업적 시너지가 있다는 점도 화학기업의 생명과학사업 참여에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우선 합성의약, 작물보호제, 뉴트리션·식품첨가물 사업은 화학사업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공통 영역의 사업이다. 새로운 구조의 화합물을 개발하고 합성, 분리, 정제, 배합(Formulation) 등 과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정밀화학사업과 유사한 기술기반이기 때문이다. 또 ‘합성의약과 바이오의약’, ‘작물보호제와 종자’, ‘합성소재와 바이오소재’ 각각의 사업은 최종 고객기반이 같고, 응용기술과 마케팅 대상, 유통채널 등이 거의 동일하다. 더욱이 이들은 시장에서 상호 보완 또는 대체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두개의 사업을 함께 수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 화학기업의 생명과학사업 육성 과정 

이러한 사업환경 변화와 화학사업과의 연관성으로 상당수의 대형화학기업들은 생명과학사업의 본격적인 육성을 추진했는데, 그 과정은 기업들의 참여 수준 및 범위에 따라 시기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선도기업에 의한 생명과학사업 탐색기’이다. 시기적으로는 90년대로, 일부 화학 기업들은 생명과학기업으로 재탄생 했다. ICI, 훽스트, 롱프랑, 산도즈, 시바가이기(Ciba-Geigy), 몬산토 등이 대표 기업들이다. 이들은 종합화학 기업이면서, 제약 및 농약 사업이 강한 기업들이었다. 

이들 중 몬산토만 이름을 유지하면서 농업생명과학 기업으로 변신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사업별 분사, 합병, 매각을 통해 해체되었다. 새로운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출범하거나, 타기업의 생명과학사업에 포함되어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도즈와 시바가이기의 행보이다. 산도즈와 시바가이기의 제약사업은 합병 후 추가 인수합병을 반복하여 현재 제약산업 Top 3 안에 포함되는 노바티스의 전신이 되었고, 농화학 사업은 현재 농업 생명과학 최대 기업인 신젠타로 재탄생 했다. 이들의 화학사업은 현재 독립기업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화학기업 또는 사모펀드(PEF)에게 인수되어 운영되고 있다.
두번째 단계는 ‘생명과학사업의 육성이 서구 화학기업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한 시기’이다. 시기적으로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으로 선도 기업들에 의해 생명과학사업의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검증 되면서, 생명과학사업 육성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바이엘, 듀폰, DSM, 바스프, 다우케미칼 등이 이 시기를 주도한 대표 기업이다. 

물론 이들 기업도 80~90년대부터 생명과학사업에 대한 연구개발과 사업 확장은 진행해 왔다. 이 기간 여러 생명과학 사업영역을 탐색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이후 2000년대를 전후하여 전략 방향을 명확하게 정립하면서, 선택한 생명과학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당시 다수의 전문기업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자본력이 우수한 대형 화학기업들은 외부역량 인수를 통해 사업 역량과 시장 지위를 빠르게 성장 시킬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듀폰의 경우 90년대에 21세기 사업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생명과학 영역을 주력 사업기반으로 가져갈 것을 결정했다. 듀폰의 과학기술담당 임원은 기고문에서 “듀폰은 지난 200년동안 세번의 주력 사업 싸이클을 거치면서 변신하고 있다. 이제 막 세번째 싸이클의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생명과학사업의 장기 육성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제약, 작물보호제 등 준비해온 생명과학 신사업 중에서 사업 전망과 경쟁우위 가능성을 탐색하고, 육성 전략을 구체화 했다. 이후 1999년 글로벌 최대 종자기업인 Pioneer Hi-Bred를 7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농업생명과학 글로벌 메이저로 진입했고, 제약사업은 2002년 78억 달러에 매각했다. 또 식품/뉴트리션과 산업용 효소도 자체 개발과 외부 전문기업 인수를 지속하여, 현재 생명과학사업이 매출과 이익의 50% 전후를 담당하는 사업구조를 만들었다. 

세번째 단계는 생명과학사업의 육성이 글로벌로 확산, 대중화 된 시기이다. 시기적으로는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서구 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 육성에 영향을 받으면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화학기업들도 생명과학사업 육성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미쓰비시화학, 스미토모화학, 아사히카세이 등 일본 종합화학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에 보유해온 생명과학사업을 재정비하면서 주도적으로 참여할 생명과학사업의 영역을 선택, 집중적인 육성을 시작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보수적인 일본 화학기업들은 서구기업처럼 사업구조가 단기간에 변하지는 않지만, 과거보다는 공격적인 모습으로 생명과학사업 육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미토모화학이다. 2005년에는 기존 제약사업을 다이니폰제약과 합병시키고 자회사로 편입시면서, 내수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Critical Mass)를 갖추었다. 또 이후 미국 제약기업 Sepracor(2009) 및 바이오기업 Boston Biomedical(2012) 인수와, 호주 작물보호제 기업인 Nufarm의 지분을 인수(2010)하는 등 생명과학사업의 기술역량 강화 및 글로벌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3. 주요 화학기업의 생명과학사업 현황과 성과 
  

화학기업들이 생명과학사업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지 20여년이 지난 현재,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생명과학사업에 참여하고 있을까?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사업 구조를 보면, 대형 종합화학기업들은 다수가 생명과학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4년 매출 기준 글로벌 20대 화학기업 중에서 전문기업 9개사(석유화학 7社와 코팅 2社)를 제외하면, 종합화학기업 11개社 중 8개 기업이 생명과학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생명과학사업 육성을 추진한 종합 화학기업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오랜 탐색 기간과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생명과학사업 육성을 본격화 했고, 현재에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과학사업의 육성 수준과 선택한 사업 영역은 기업의 보유 강점과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차이가 크다. 

글로벌 종합화학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 운영 현황은 기본 전략방향의 차이에 따라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생명과학기업으로 구조 전환형 

첫번째 유형은 생명과학사업 중심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이전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지속적인 사업구조 재편과 생명과학사업 육성을 통해서, 선택한 생명과학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선두그룹에 진입해 있다. 바이엘과 듀폰, DSM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바이엘은 제약과 농업과학에, 듀폰은 농업과학과 뉴트리션 및 산업용 바이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DSM은 상대적으로 니치마켓의 성격이 있는 뉴트리션과 식품첨가물 사업을 주력으로 바이오소재와 생체적합소재를 육성하고 있다. 

바이엘의 경우 90년대에는 제약과 작물보호제, 소재(폴리머), 정밀화학, 사진필름(아그파) 사업까지 보유한 다각화된 화학기업이었으나, 지속적인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통해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제약(Healthcare), 농업과학(CropScience), 소재과학(MaterialScience)이라는 세개의 독립자회사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2004년 기업의 미션을 “Science For A Better Life (좀더 나은 생활을 위한 과학)”으로 정하고, 생명과학사업 중심 육성전략을 실행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2016년 소재과학사업의 분리 상장을 통해, ‘순수 생명과학기업 (Pure Life Science Company)’이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50여년간 종합화학기업이던 바이엘이 20여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생명과학기업이 된 것이다. 

이러한 사업구조 변화 노력은 듀폰과 DSM에게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듀폰은 2012년 코팅사업 매각에 이어 2015년에는 기능성화학사업(Performance Chemicals)의 분리 상장도 마무리했다. 듀폰은 이러한 과정을 ‘좀더 높은 성장과 가치를 가지는 글로벌 과학 및 혁신 기업으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표현하고 있다. DSM의 경우에도 사업을 크게 생명과학(Life Science)과 소재과학(Material Science) 두개의 부문으로 운영하는데, 최근 소재과학 사업 매출의 약 40%를 담당하는 섬유중간체 사업의 분사·지분매각(35% 지분 보유, 2015.7)을 통해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엘과 듀폰, DSM의 생명과학사업은 기존 화학사업 대비 상대적으로 높고,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는 반대급부도 따른다. 상당 기간 매출 성장이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기도 하는, 양적 성장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듀폰의 매출은 2004년 296억 달러에서 2014년 347억 달러로 10년간 매출 성장은 크지 않았다. 또 주력으로 참여하는 생명과학사업 안에서 기술 및 시장선점 경쟁도 치열하고, 부분적으로 후발기업의 추격이 가시화 되는 제품도 있다. 뉴트리션 사업에서 비타민의 경우 중국기업 제품이 대거 공급되면서 시장의 상당부분이 범용화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첫번째 유형 기업들의 선택은 양적 규모(매출, 자산 등) 보다는 질적 가치(차별성, 지속가능성 등)를 더욱 중요시 한 결과이고, 이들의 시장지위 유지 및 강화 노력은 현재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각화를 목적으로 한 전략적 육성형 

두번째 유형은 종합화학기업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생명과학사업을 지속가능한 성장의 대안으로 육성하는 기업들이다. 스페샬티 소재나 정밀화학 사업을 육성하면서도, 장기 성장동력으로서 생명과학사업을 육성하는 기업들이 포함된다. 이들 기업은 전체적으로 생명과학사업의 매출비중이 10~20%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바스프와 다우케미칼, 일본의 미쓰비시화학과 스미토모화학, 아사히카세이 등 다수의 일본 종합화학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중 생명과학 영역에서 선택하는 사업 영역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진다. 바스프와 다우케미칼 처럼 농업/식품 분야의 생명과학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부류와, 헬스케어 분야의 생명과학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일본 종합화학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기업의 기본 역량과 포트폴리오 운영 전략에서도 차이가 있겠지만, 사업의 기반이 되는 로컬지역에서 어떤 성격의 사업이 보다 안정적이고 큰 수요기반을 가지고 있는가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농업/식품 영역이 거대 산업화 된 서구지역 기업은 종자나 작물보호제, 식품/뉴트리션 등의 사업을 선호했고, 대표적 고령화 사회로 헬스케어 산업이 선도적으로 발전하는 일본에 기반을 둔 화학기업들은 유관 분야의 사업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바스프와 다우케미칼도 공통적으로 70~80년대에 제약사업을 육성했다. 그러나 기술경쟁이 가열되고 메이저기업간 통합이 진행되면서, 다각화 사업으로는 메이저 그룹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2000년대를 전후하여 제약사업에서 철수한 경험이 있다. 

두번째 유형의 기업들 중에서 특히 일본 종합화학기업들이 헬스케어 분야 사업 육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쓰비시케미칼을 꼽을 수 있다. 미쓰비시케미칼은 2005년 화학 지주회사 설립 초기부터 헬스케어사업 육성을 가장 중요한 전략 과제라고 발표해왔다. 실제로 전문 제약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2007년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일본 제약기업 규모 7위)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또 2013년 의약 캡슐시장의 메이저기업인 Qualicaps(미국)를 인수했으며, 2014년에는 헬스케어 신사업 육성을 주도할 자회사 Life Science Institute Inc.(LSII)를 설립했다. LSII에서는 제약을 제외한 헬스케어 소재, 진단시약 및 의료기기, 헬스케어 서비스 등 폭넓은 범위의 신사업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도 헬스케어 사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90년대초 M&A를 통해 제약 사업을 인수하여 현재 매출 12억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키웠고, 특히 최근 5년간은 메디칼 디바이스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원래 전자재료, 분리막/멤브레인, 센서 등의 전자부품 사업을 보유했기 때문에, 디바이스를 좀더 유리한 사업영역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로 혈액투석기와 부품 사업, 의료기기 필터사업에 참여해왔고, 2012년에는 미국 ZOLL Medical 인수를 통해 세동제거기(Defibrillators)를 비롯한 응급치료기기 사업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편 경영성과 측면에서는 선택한 생명과학사업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양호한 수익성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10년간 평균 수익성의 경우에도 바스프의 농업솔루션 부문은 18.4%(영업이익률 기준), 다우케미칼의 농업과학 부문은 14.7%(EBITDA 마진율 기준)로 두 회사 모두 전사 평균 수익성을 상회하고 있다. 또 일본 종합화학기업들의 경우에도 생명과학사업이 기존 화학 사업보다 수익성이 우월하고 안정적인 수익기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4년 기준 미쯔비시화학과 미쓰이화학의 경우 생명과학사업의 매출비중은 15%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에서는 30~50%을 담당하고, 스미토모화학은 생명과학사업이 영업이익의 68%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두번째 유형 종합화학기업들의 경우, 보유한 생명과학 사업의 글로벌 경쟁지위가 선두 그룹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바스프와 다우케미칼의 경우 작물보호제 사업에서는 글로벌 Top 5 선두그룹에 포함되지만, 나머지 종자 사업이나 뉴트리션/식품 분야에서는 일부 제품에서만 경쟁력을 보유하는 수준이다. 또 일본 종합화학기업 제약사업의 경우에도 그나마 미쓰비시화학과 스미토모화학의 제약사업이 일본시장에서는 메이저 그룹에 속하지만, 글로벌 선두 기업과의 규모 및 기술경쟁력에서는 격차가 크다. 즉 생명과학사업을 다각화 사업 중 하나로 육성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자본력을 동원하여 집중 육성하기 어렵고, 사업 경쟁력도 제한된 범위에서만 선두그룹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유형에서는 기존 화학사업과는 업의 특성에서 차이가 큰 생명과학 사업을 하나의 기업이 운영하면서, 경영의 복잡성이 높아지고 개별 사업의 효율성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생명과학사업을 분리시켜 자회사 체제로 별도 관리하면서, 본사에서 다양한 자원들을 지원하는 운영 사례가 많다. 

전반적으로 두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종합화학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은 아직 전략적 방향성이나 사업 전망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이들 기업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향후 생명과학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추가 육성 및 경쟁력 강화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에는 현재의 시장지위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4. 시사점 
  

새로운 성장 대안으로서의 생명과학사업 

많은 화학기업들이 산업의 성장성 저하와 차별화 영역의 축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당연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 왔고, 그 범위는 화학산업 내·외부를 막론하고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생명과학사업은 그 중 한 분야이다. 의미 있는 점은 그것이 전혀 새로운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농화학, 식품, 제약 등 전통적이라고 해도 좋을 분야에서 기존 제품의 혁신은 물론, 다양한 신사업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바이오기술의 등장과 식량부족 및 고령화 등의 글로벌 이슈 부상이 내재되어 있다. 향후에도 바이오기술의 혁신이 지속되고 그 영향력이 더욱 많은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을 감안한다면, 생명과학사업이 주목을 받는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고객기반 및 기반기술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한 화학기업들에게 생명과학사업은 충분히 매력적인 성장의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만 생명과학 세부 분야별 사업 특성이 다르고, 아직까지 바이오 기술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생명과학사업 진입 시 고려요인 

선진화학기업의 생명과학사업 육성 사례를 통해 볼 때, 후발기업이 생명과학사업에 진입을 고민할 경우 다음의 몇가지 요인들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번째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사업에서나 중요한 과제이지만, 생명과학사업에서는 특히 더욱 중요하다. 업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필요 외부 기술 및 사업 역량의 적극적인 활용 등 다방면의 노력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종합화학기업들은 서구기업처럼 생명과학사업 육성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하지는 않지만,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육성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만들 수 있었다. 

둘째, 경제성 있는 규모(Critical Mass)의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의 투입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생명과학 사업은 연구개발 비용과 상품화 비용, 마케팅 채널 및 유통망 확보 비용 등 초기 투자비가 크다. 또한 여러 기술이 융합된 사업이기 때문에, 보유하지 못한 기술은 외부에서 비용을 지불하면서 확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간 규모 있는 자본력 확보 방안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 화학기업들도 기존사업 매각으로 자본력을 확보하거나, 내부에서 장기적으로 자원을 지원하면서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셋째, 경영방식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장기간 투자비가 많이 필요한 생명과학사업을 일반 제조업처럼 제품을 개발하고 공장을 지어서 파는 과정을 모두 직접 하기는 어렵다. 리스크도 너무 크고 효율성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경쟁사와의 제휴, 전문 벤처기업과의 협력, 일부 벨류체인 사업의 상장 또는 자본유치를 통한 자본력 강화 등 리스크를 덜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넷째, 글로벌 사업 운영 능력이 있어야 한다. 생명과학사업은, 특히 한국기업의 경우 내수시장 만으로는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지 못하면 투자 경제성이 나오기 어렵고, 변화하는 사업환경에서 장기 존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들에게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 1등 기업이라도 30년 후 살아남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적어도 오늘날의 모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혁신의 필요성은 산업 싸이클이 긴 화학사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개별 화학기업에게 어떤 사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또는 생존의 대안인지 정답은 없다. 그러나 빨라지는 소재의 범용화 및 중국기업의 성장속도를 볼 때, 불편함과 리스크를 감수 하더라도 차별화와 장기 성장이 가능한 사업영역의 육성이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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