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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머니게임’스타트업 시장에 CVC發 새바람"

 

크라우드 펀딩의 등장, 기업 벤처 캐피털의 비중 확대는 재무적 수익을 목적으로 추구하는 전통적 벤처캐피털 주도의 펀딩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스타트업의 높은 가치평가와 신속한 Exit에 집중되던 때에 비해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이 사업적으로 실현되기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50~60년대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벤처 캐피털 시장에 최근 3~4년간 눈에 띄는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등장, 기업 벤처 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의 비중 확대로 인해 전통적 벤처 캐피털 주도의 투자 환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벤처 자금 조달 시장의 구조 변화

 

벤처 투자 전문 기업인 전통적 벤처 캐피털의 존재 이유는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육성 측면에서 벤처 캐피털은 자금 이외에 다양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경륜 있는 이사진 멤버, 해당 벤처 캐피털에 속한 포트폴리오 기업과의 연계, 사업 확장에 필요한 추가 펀딩, 산업 전문가 네트워크의 조언, 미디어 노출 등의 혜택을 스타트업은 두루 얻을 수 있다. 자금조달이 쉬워진 최근의 벤처 투자 생태계에서 어쩌면 풍부한 사업 육성 경험과 특정 분야의 우수한 전문성이야말로 벤처 캐피털이 부여하는 더 큰 부가가치일 수 있다.


대기업 자금으로 운용되는 Corporate Venture Capital(이하 CVC)의 최근 비중확대는 눈 여겨 보아야 할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다. 1995년 CVC는 총 스타트업 투자 건수의 7.4%에 참여했으며 건 당 평균 투자 금액은 4백 20만달러였는데, 조사기관인 CB Insights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이 비중이 18% 가까이로 확대되었으며, 평균 투자 금액도 2천 3백만 달러 수준으로 5배 이상 증가 했다. Global Corporate Venturing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지난 5년간 CVC 조직은 세계적으로 2배 증가해 1,100여개에 달하며, Dow Jones 구성 기업의 80% 이상이 CVC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 델,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등 기술 기업들은 모두 별도의 CVC가 있고, 올 해 초 트위터도 Twitter Ventures 설립을 발표하고 오픈 소스 모바일 OS 업체인 Cyanogen에 첫 투자를 진행했다. 이러한 CVC의 활성화는 기술 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유통업체인 7-Eleven, Walgreens도 CVC를 도입했으며, 코카콜라는 최근 Founders Network를 만들어 스타트업과 설립 이전부터 협업 촉진을 모색하고 있다.

 

2000년 닷컴버블 이후 CVC 투자 규모는 2014년 최대치를 찍고 있는데(<그림 1> 참조), 투자 양상에서도 과거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CVC의 투자 활동은 일반적인 벤처 투자 붐과 동일한 주기로 성장과 침체를 반복했다. 1960년대 후반, 1980년대 중반, 1990년대 후반 등 벤처 시황이 좋을 때 왕성하게 펀드를 조성했지만 반대로 붐이 가라앉게 되면 바로 발을 빼는 형태를 반복했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 CVC는 총 150억 달러를(1,948건)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으나, 대부분의 금액은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Later-stage 펀딩에 투입되었다. 2000년 후반부터 버블 붕괴로 인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업공개를 미루었고, 뒤늦게 참여한 CVC들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CVC에 대한 관심을 접기도 했다. 과거 CVC의 평균 수명은 1년 남짓이라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사태 이후 CVC는 지속적으로 비중을 넓혀가고 있으며, 현존하는 CVC의 평균 나이는 5년으로 늘어났다. 지금의 상황은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기반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사업모델 지원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과거의 CVC와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NVCA(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는 설명한다.


하버드 대학 Lerner 교수는 기업의 내부 R&D 성과에만 의존하는데 따른 혁신의 한계 등이 CVC가 활발해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NVCA도 비슷한 의견인데, 기업들이 내부 R&D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CVC 투자 활동을 더욱 왕성히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을 와해시킬 수 있는 기술 혁신을 내부에서 찾는 것은 한계가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내부 R&D 대비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혁신의 원천으로서 CVC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에 소재한 한 금융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내부 R&D 및 CVC에 투자된 1달러 당 창출되는 특허 건수는 1 대 3으로 CVC 활동 성과의 우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CVC의 최근 특징

 

① 고위험 감수하며 초기 기술에 투자

 

스타트업 투자 의사 결정에 있어서 어떤 단계에 참여할지는 투자 리스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은 Seed-stage 펀딩 시점에서 아직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확실한 시장 반응을 파악하기 어렵기도 하고, 또한 창업자가 처음 생각했던 아이디어나 사업모델은 주변 또는 고객들의 피드백에 따라서 많은 변화를 거치기도 한다. 기업공개나 M&A를 통해 Exit을 할 때까지 스타트업의 모습이 어떻게 진화하는가에 따라 투자 수익성은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 2013년 NVCA 보고서에 따르면 229건의 Seed-stage 투자 총 금액은 10억 달러 미만이며 이는 다음 단계인 Early-stage 투자 금액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의 추세는 전통적 벤처 캐피털들이 Seed-stage에서 멀어지는 대신 Early 및 Expansion stage로 몰려들고 있으며, 이들이 떠난 Seed-stage를 특히 CVC가 채우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그림 2> 참조).


전통적 벤처 캐피털들이 Seed-stage에 대한 비중을 낮추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거대 벤처 캐피털 Khosla Ventures를 이끌고 있는 Vinod Khosla는 “초기 벤처 캐피털의 투자자들은 기술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선택했다. 그러나 이제는 벤처 캐피털 산업이 거대해지면서 일종의 ‘Money Game’이 되었다. 높은 재무적 성과를 올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기업공개 이전 스타트업에 쏠리는 펀딩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2배로 급속히 커지고 있다(<그림 3> 참조). 기업공개 시점의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과거 Cisco,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각각 2억 달러와 8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LinkedIn, Facebook은 각각 43억 달러와 1천 40억 달러 등으로 스타트업의 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 벤처 캐피털의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집중해 기업공개 전 최대한 많은 지분을 획득하길 원한다. 반면 CVC들은 점차 재무적 수익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모기업과의 시너지에 방점을 찍고 있어, 초기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② 건 당 큰 투자 규모


평균 단위 투자 금액에 있어서 CVC는 상대적으로 높은 베팅을 하는 경향이 있다. 2014년 전체 벤처 캐피털의 평균 단위 투자 금액은 1천 5백만 달러를 밑도는 수준인 반면 CVC의 평균 단위 투자 금액은 2천 4백만 달러에 근접한다. 이는 2013년의 분기별 최대치인 1천 7백만 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상승했으며, CVC의 단위 투자 금액 증가세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다수의 중소형 벤처 캐피털, 엔젤 투자자가 포함되어 있는 전체 평균에 비해 대기업 집단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CVC의 단위당 투자 규모가 당연히 클 것으로 예상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CVC의 높은 단위당 투자 금액 또한 전통적 벤처 캐피털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목적에서부터 생각해볼 수 있다. 재무적 수익성에 목적을 두는 전통적 벤처 캐피털은 수익성 관리에 있어서 포트폴리오적 접근을 취한다. 다수의 투자는 ‘중박’, 맨 아랫단에 위치한 소수의 투자는 ‘쪽박’을 감수하되 맨 윗단의 투자는 모든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는 ‘대박’ 수익률을 기대하며 다수의 스타트업에 분산 투자한다. 반면 CVC는 재무적 위험 분산이 주요 고려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투자 의사 결정에 앞서 당연히 위험 수준을 고려하지만, 재무적 포트폴리오 구성이 아닌 모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잠재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③ 높은 투자 수익성

 

CVC의 선택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우수한 성과는 주목할만한 특징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선구매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공을 응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벤처 투자에 있어서 투자 주체를 막론하고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무적 수익이다. 반면 앞서 언급했듯이 CVC는 목적에 있어서 다른 벤처 투자자/조직과 뚜렷한 차이점이 한가지 있다. 재무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모기업과의 전략적 적합성에 대한 판단이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즉 CVC는 스타트업 발굴에 있어서 모기업의 현재 또는 미래 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버드 대학 Lerner 교수는 CVC의 투자와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 후 성과를 추적해본 결과 전통적 벤처 캐피털 투자만을 유치한 비교 그룹 대비 시장 초과 수익률, 매출 증가율, 자산 수익률 증가분 등에서 모두 크게 앞선다는 조사결과를 소개 했다(<표> 참조). 재무적 수익을 거의 유일한 목적으로 추구하는 전통적 벤처 캐피털에 비해 전략적 이득을 중시하는 CVC가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역설적일 수 있다. Lerner 교수는 그 이유를 CVC의 모기업이 스타트업에 자금 이외에 더욱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Win-Win 할 수 있도록 CVC는 모기업의 명성, 노하우, 기술과 영업/마케팅 자원 등의 지원이 가능하다. 외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형성하는데도 모기업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CVC 펀드를 받은 스타트업은 궁극적으로 매력적인 조건으로 모기업에 인수될 것으로 외부 투자자들은 으레 예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기업공개 시 유수의 투자은행이나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주가 수익률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CVC의 투자 유형

 

모기업의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전략적 목적에 우선 순위를 두고 CVC의 투자 사례를 살펴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현 주력 사업의 직접적 지원

가장 보편적인 CVC 투자 유형은 모기업의 현재 주력사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스타트업 펀딩에 참여하는 것이다. 애플은 직접 운영하는 CVC 조직은 없지만, 아이폰의 성공을 위해 KPCB(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라는 전통적 벤처 캐피털을 통해 CVC 기능을 실질적으로 아웃소싱 해 좋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2008년 3월 iOS 개발 키트 공개와 동시에 1억달러 규모의 iFund를 출범시켜 단기간에 앱 개발사들을 통해 의미 있는 앱스토어 규모를 만들어 냈다.


CVC의 대표격으로서 1991년 출범해 가장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인텔 캐피털은 ‘Ecosystem’ 펀드를 통해 인텔 제품이 탑재될 수 있는 최종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인텔 제품의 수요 촉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텔은 신규 출시를 앞둔 자사의 반도체 칩을 탑재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함으로써 시장 수요를 예상보다 반 년 이상 앞당겨 폭넓게 형성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 현 주력 사업의 밸류체인 지원


현재 주력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 내 특정 밸류체인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이 또한 CVC의 투자 대상이다. 예를 들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 중 원가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사례인데, Nike와 IKEA는 직물의 염색 과정에서 물 사용을 없애고,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시키는 프로세스 기술을 가진 DyeCoo Textile Systems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직물의 생산 원가를 낮춰 모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유명한 부동산 기업 Simon Property Group의 신생 CVC인 Simon Venture Group은 소비자들의 쇼핑 경험을 더욱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리테일 산업의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자체적인 스타트업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우승자를 선정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데, 여기서 선정된 LimeSpot Solutions의 경우 SNS 프로필, 온라인 데이터, 성향 등을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쇼핑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 현 주력 사업의 대안 발굴

현재 주력 사업의 성장 정체를 만회할 수 있는 대항마를 찾는 관점에서 CVC 활동이 중요할 수 있다. 때로는 현재 주력 사업의 직접적인 자기잠식 효과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모기업의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사실 최종적인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위험이 있다. 맥도널드의 Chipotle 투자 사례가 그 중 하나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맥도널드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움을 남기는 결과라 할 수 있다. 1967년부터 빅맥을 만들기 시작한 맥도널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새로운 맛과 건강한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McDonald’s Ventures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패스트푸드지만 매장에서 직접 신선한 재료를 손질해 준비하는 멕시칸 레스토랑 Chipotle에 투자했다. 1998년 맥도널드가 5천만 달러를 투자할 당시 Chipotle는 13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고, 맥도널드의 노하우와 경영 지원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2006년 500여 개 매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당시 맥도널드의 Chipotle 보유 지분은 92%에 달했지만 맥도널드의 규모에 비하면 Chipotle의 기여도가 높다고 하긴 힘들었다. 맥도널드는 Chipotle가 오히려 경영진의 주의를 분산시킨다고 판단하고, 핵심 브랜드인 ‘맥도널드’에 집중하기 위해 2006년 Chipotle 지분을 청산하기에 이른다. 현재 Chipotle는 1,8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시가총액 180억 달러의 거대 프렌차이즈로 성장했고, 2014년 매출 성장률은 16%에 달해 -1%인 맥도널드의 성장률과 대조를 이룬다.


최근 GM Ventures는 Google Ventures 및 다수의 전통적 벤처 캐피털과 함께 Relay Rides라는 개인간 온라인 카쉐어링 솔루션 업체에 투자했다. 오너 운전자를 대상으로 최대한 많은 차량을 판매해야 하는 자동차 제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사 매출을 잠식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도시화가 심화되면서 카쉐어링 플랫폼이 큰 의미를 가지게 되고, 소유 대신 공유 경제라는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감소할 수 있는 자동차 판매에 대한 대안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모기업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어 GM 사업 모델 다각화의 성공 사례로 결실을 맺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 신기술 대응과 트렌드 확산


대기업은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둔해 신규 트렌드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스타트업의 작고 가벼운 사이즈는 민첩함을 강점으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한다. 따라서 CVC는 모기업의 사업 영역에서 불고 있는 혁신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명확한 방향성이 아직 불투명하더라도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


제약회사인 Eli Lilly는 유전체학이 제약 산업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고 해당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기업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2001년 최첨단의 바이오텍 스타트업을 발굴할 목적으로 CVC를 출범시킨 이래, 현재는 30여 개가 넘는 업체와의 협업과 바이오 데이터 분석 및 활용을 통해 모기업의 신약 개발에 필요한 통찰력을 공유하고 있다. 빠르고 유연하지만 전통적 R&D보다 저렴하게 기술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대안으로 CVC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IBM Venture Capital Group은 2014년 1억 달러 규모의 벤처 펀드 조성을 통해 모기업의 Watson(자연어 처리/인공지능을 통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컴퓨터)을 활용해 웹이나 모바일 플랫폼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사용자의 행동/습관을 분석해 의학적 조언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개발한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Welltok 등을 지원하는 등 향후 핵심 트렌드로 부상할 인지 컴퓨팅 영역에서 IBM이 시장을 선점하고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Watson 중심의 에코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09년 설립된 Google Ventures는 이례적으로 모기업이 얻는 전략적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스타트업 자체의 잠재력만을 본다고 강조한다. 출범 이래 Uber를 포함해 300여 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CB Insights에 따르면 Google Ventures는 Later-stage에서 Early-stage 투자로 이동해가는 CVC의 변화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2011년 초부터 가장 적극적이고 활발한 Early-stage CVC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50개 이상의 Early-stage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2위인 인텔의 60개, 3위인 퀄컴의 45개 Early-stage 투자 건수를 크게 앞서고 있다. Google Ventures의 투자 활동은 모기업인 구글의 현재 주력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떨어지더라도 구글이 미래 트렌드를 제대로 감지하고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만들어 간다는 데 그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 인류의 공통 문제 해결에 의미 부여

 

에너지/교육/지역사회 안전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활동도 CVC의 투자대상이다. 일종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관점이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적합한 예를 찾아볼 수 있는데, BASF Investment는 환경 친화적인 바이오 기반의 화학 물질과 연료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Renmatrix에 투자하고 있고, Cisco Ventures는 전통적 벤처 캐피털 펀드와 공동으로 인도 농촌 지역에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Husk Power Systems를 지원했다. Comcast Ventures는 2년만에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Quad Learning에 투자하고, 또한 Google Ventures 등과 공동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인 NextDoor.com의 지원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지역 사회 구축 활동을 하고 있다.

 

직접 경쟁보다 상호 보완적 투자 생태계로 진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자금 조달의 원천이 다양해지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일 것이다. 스타트업의 종류나 상황에 따라서 최적의 자금 조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 벤처 캐피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주도권이 와해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벤처 투자 생태계는 과연 어떻게 진화할까? 다행히도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다양한 투자자들의 활동은 낭비적인 경쟁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관련 기업들의 혁신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발전적인 모습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1백만달러 미만의 Seed-stage에 주목하는 엔젤 투자자들은 크라우드 펀딩의 등장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직접적인 경쟁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엔젤 투자자들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한적으로 얻고 있고, 주로 개인적인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 신규 엔젤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은 더욱 불리하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이러한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 엔젤 투자자들을 위축시키기 보다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

 

전통적 벤처 캐피털과 크라우드 펀딩 간에는 관심 아이템 자체에 많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전통적 벤처 캐피털은 기술 혁신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으로 가치평가를 받는 스타트업)’을 찾는 것이 핵심 관심 사항인 반면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 소비자가 친숙하게 유용성을 느낄 수 있는 전통적 산업 영역에서 어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과 전통적 벤처 캐피털이 상호 독립적이라기 보다,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전통적 벤처 캐피털, 엔젤 투자자, 기관 투자자들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올라온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확인하고, 수요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검증해볼 수 있는 좋은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ndiegogo는 자사 플랫폼이 다양한 의사 결정자들의 투자 위험을 일정 부분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엔젤 투자자나 크라우드 펀딩의 관심을 받은 스타트업이 더 큰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추가 펀딩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통적 벤처 캐피털이나 CVC의 역할은 이때 중요해진다. CB Insights에 따르면 Kickstarter이나 Indiegogo에서 10만 달러 이상을 모으는데 성공한 하드웨어 기반의 프로젝트들은 후속으로 전문적 벤처 캐피털을 통해 총 3억 2천만 달러의 추가 펀딩을 받았으며, 건수로 보면 10% 가까운 프로젝트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거쳐 벤처 캐피털 펀딩으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Facebook이 20억 달러에 인수하기 전 Oculus Rift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백 4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Horowitz 벤처 캐피털 주도의 후속 펀딩에서 7천 5백만 달러를 투자 받은바 있다.


전통적 벤처 캐피털과 CVC는 각자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좋은 투자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전통적 벤처 캐피털은 재무적 성과를 실현시키는데 필요한 노하우에 집중하며 강력한 개입을 하고, CVC는 관련 사업 지식과 연관된 전문가 풀을 제공하며 사업적 성공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이 가능하다. 또한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Seed-stage에 소홀해지고 있는 벤처 캐피털 업계의 간극을 CVC가 채워주고 있어 중장기적 혁신의 동력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나 CVC의 영향력이 증가할수록 높은 가치 평가와 신속한 Exit에 집중되었던 벤처 캐피털 업계의 흐름은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이 사업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가는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정체에 놓인 대기업은 CVC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 있고, CVC 모기업의 풍부한 자금, 기술 시장과 고객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광범위한 역량과 상용화를 위한 네트워크는 스타트업의 성공에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무엇보다 CVC가 단기 성과에 휘둘리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모기업으로부터의 적절한 독립성과 연대 사이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기업의 중장기 목표 달성과 스타트업의 니즈 충족을 함께 고려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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