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위안화 SDR 바스켓통화 가입, 한국 기업엔 양날의 칼'
예상대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서 국제화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로써 중국 금융 자본시장 개혁개방이 더 탄력을 받고 자본 시장 규모도 성장할 것이다. 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리스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회와 리스크 요인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달 1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결정으로 내년 10월부터 중국 위안화가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에 편입된다. 미국 달러화, 유로화, 엔화 그리고 영국 파운드화의 뒤를 잇는 다섯 번째 SDR 바스켓 통화가 되는 것이다. 이미 보름 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중 위안화가 자유로운 사용(Freely Usable) 기준에 부합한다”고 언급하면서 집행이사회에 위안화 편입 여부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1969년 생겨난 IMF SDR은 한때 바스켓에 16개 통화까지 담았다가, 1980년 5개로 줄인 데 이어 유로화 탄생으로 1999년 다시 4개로 줄였다. 2010년 IMF는 “위안화는 세계시장 수출액 점유율 면에선 바스켓 통화가 될 만 하지만, 자유로운 사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위안화 편입을 거부했다(<그림 1> 참조).
‘국제 인증’을 받은 위안화
IMF의 결정과 무관하게, 위안화의 국제거래는 계속 늘어왔다.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의 통계에 따르면, 위안화는 지난해 11월 국제무역 결제통화 중 처음으로 5위권에 올라섰다. 올해 8월에는 위안화 글로벌 무역결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79%까지 올라서, 엔화를 넘어선 4대 결제통화가 됐다. 3년 전 결제비중이 1% 미만이었던 위안화가 7종의 다른 나라 통화를 넘어선 것이다.
중국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국제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비중은 3.45%였다. 보다 공신력이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의 2013년 4월 집계에서도 위안화의 일 평균 거래액이 글로벌 외환 거래액의 2.2%를 차지했다(<그림 2> 참조). 또 역외 위안화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홍콩 싱가포르 런던 등 주요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거래액은 일 평균 2,300억 달러가 넘는다. 글로벌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 강화는 이미 분명한 현상이 됐고, IMF가 위안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로 공인한 것은 어찌 보면 늦은 감마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IMF의 결정은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라가르드 IMF 총재가 말한 것처럼, ‘중국의 통화 금융체제 개혁의 성과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자, 중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 체제에 공식 편입됐음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긴 여정은 2009년 무역결제에 처음으로 위안화가 사용되면서 시작됐다(<그림 3> 참조). 상하이 등 5개 시범 도시에서 시작된 이 개방조치는 2011년 8월 전국으로 확대돼 위안화의 무역결제액은 급속히 증가했다. 지난해 경상거래 항목의 위안화 결제금액은 6조5,500억 위안(41.6% 증가)으로 중국의 무역총액 26.4조 위안의 24.8%나 차지했다.
순조로운 위안화 결제와 함께 중국 인민은행은 2011년 1월 시범지역 내 국내기관에 한해 위안화 해외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자본계정의 개방 스케줄도 시작했다. 인민은행은 이후 해외투자자들의 중국 내 위안화 직접투자 제한도 풀기 시작해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제도와 위안화 적격국내기관투자자 (RQDII) 제도 등을 정식 시행했다. 이외에도 홍콩과 상하이 주식투자자들의 교차투자(후강통·?港通)를 지난해 11월 허용함으로써, 주식시장 개방 폭을 더욱 넓혔다. 지난 연말 기준 해외기관 및 개인(홍콩 포함)의 중국 자본시장 투자규모(QFII RQFII 후강통 등)는 1,102억 달러에 달했으며, 반면 중국의 해외 금융투자(QDII 후강통 등) 역시 1,625억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정부는 또 지난해부터 외국통화와의 직거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뉴질랜드 달러, 파운드, 유로 그리고 싱가포르 달러 간의 직거래를 허가했다. 12월엔 우리나라 은행들과의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서울에서 개장해 위안화와 직거래 통화가 달러 외 9종으로 늘어났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중국 정부가 연초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내건 일련의 과정 목표의 하나였다. 공산당(중앙)이 연초부터 틀을 짜기 시작한 13차5개년 규획(2016~2020년)에도 포함됐으나, 이번 IMF 결정으로 달성된 셈이다. 그렇다면, 위안화 SDR 편입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으며 향후 중국경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단기적 영향은 미미
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상하이에 열린 회의석상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은 국가 명예를 높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 외환전문가들도, IMF 보증(endorse)이라는 공신력을 획득함으로써 위안화 신뢰도를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중국에 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안화의 SDR 바스켓 가중치는 달러화 유로화 다음의 10.92%로, 엔화 파운드화보다 높다(<그림 4> 참조). 2015년 3월 17일까지 IMF가 각 회원국에게 배분한 SDR은 약 2,800억 달러다. 따라서 가중치 10.92%에 해당하는 자산규모는 약 305.8억 달러다. 그런데 올 2분기 IMF가 집계한 각국 정부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1.5조 달러로, 배분한 SDR은 고작 2.4%를 차지할 뿐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이번 결정에 따라 내년까지 위안화 보유 비율을 최대한 높인다 해도, (중국 입장에서) 늘어나게 되는 위안화 준비자산은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총액의 0.3%에도 미치지 못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 연말 기준 746억달러(4,772억 위안)에 해당하는 위안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적으로 위안화 보유비율을 높일 유인이 별로 없다.
더욱이 SDR은 일종의 장부상 자산으로, 한 나라가 IMF 빚을 갚거나 회원국 정부간 국제수지의 일시적 불균형이 생겼을 때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다고 각국 정부더러 위안화 비축을 늘리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결론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지난 2년간 중국의 자본계정 개방 폭이 넓어지고, 경제하강 압력이 여전한 데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어 중국 내 자본이 외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여실히 보여줬듯, 미 달러화가 주도하는 글로벌 통화 시스템은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행장이 2009년 글로벌 통화 체계의 개혁을 발의하면서 통화 바스켓의 대표성을 높일 것을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IMF의 이번 결정으로 위안화가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약 87%의 외환 거래가 모두 달러로 이뤄지고 있고, 지난해 전세계 외화 준비자산의 통화 구성을 보면 달러가 63.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달러가 여전히 세계 무역에서 가장 주요한 결제통화인데, 한국은행의 통계를 봐도 올 1분기 우리나라 무역 기준통화 중 달러가 83% 이상을 차지했다.
역사적으로 유로화의 부상이 미 달러화의 패권에 일부 타격을 가져왔지만, 여전히 달러의 주도권을 흔들진 못했다. IMF 내에서도 미국의 지분이 가장 많고, 발언권도 세다. 국제 통화체제에서 SDR의 지위는 높지 않고, 앞으로의 성장 공간도 제한적이다. SDR 통화 바스켓 구성이 바뀐다고 해서, 현 국제통화체제 개혁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국가 통화의 국제화는 인정, 수요, 획득성의 세 단계로 나눠 평가할 수 있는데, 이번 SDR 편입은 첫 단계인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안화 국제화는 갈 길이 먼 과제인 것이다.
금융 개혁개방의 확대에 주목해야
통화주권 및 패권이라는 시각보다 더 주목해야 할 사안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된 중국의 금융 자본시장 개혁개방이다. 이번 SDR 체제 가입을 위해 최근 수개월간 인민은행은 금리 시장화, 환율 자유화, IMF가 제시한 기술적 문제 해결 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 8월 11일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혁조치는 증시폭락과 맞물려 대외적으로 ‘수출진작용 평가절하’로 평가절하됐지만, 사실 인민은행으로서는 달러 환율결정의 시장화에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딘 조치였다. 이런저런 정책 요구 및 시장상황에 맞춰 거래 기준이 되는 고시환율을 임의로 결정해온 것을, 전날 시장거래 종가 기준으로 바꾼 것이다. 더욱이 11월 25일엔 해외 금융기관 7곳에 중국 은행간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로써 IMF가 제기했던, 외국 금융기관이 위안화 자산을 보유할 때 환 리스크 회피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풀리게 됐다. 외국 중앙은행 등의 은행간 외환시장 참여로 위안화 가격결정의 투명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으며 거래량 증가 역시 상하이 외환시장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인민은행은 향후 장기적인 환율개혁 목표를 ‘청결환율(清洁汇率)’로 잡고 있다. 시장이 ‘기초적인’ 역할을 하는 환율 형성 시스템에서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계로 가겠다는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의 강화로 환율의 양방향 탄성 역시 증가할 것이며,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폭도 가까운 시일 내 3%나 그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환 리스크 역시 커질 수 있다.
또 다른 금융시장 개혁조치는 지난 10월 23일 은행 등의 예금 금리 변동상한 철폐이다(<그림 5> 참조). 20년간 추진해온 실세 금리 결정권이 드디어 은행으로 넘어갔음을 뜻한다. 현재 경제성장 속도가 감소하고, 실물경제의 압박이 큰 상황에서 인민은행은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지렛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 실물경제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자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상장기업 심사도 등록제로 바꾸는 개혁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게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중국은 10월 6일부터 경제통계 작성 시 전면적으로 IMF 특수공시기준(SDDS)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뜩 최근 중국 거시경제 통계의 신뢰성이 약화돼 있어,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 받았다. 이미 7월부터 인민은행이 SDDS 기준에 따라 외환보유고, 금 보유고 등 데이터를 발표했으며, 올 3분기부터 누계기준이 아닌, 분기별 GDP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중국 금융시장 개혁개방과 관련, 주목해야 할 곳이 상하이 자유무역구이다. 10월 30일 공개된 금융개혁 방안에 따르면, 자유무역구 내에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위안화 자본계정 태환을 시범 실시하고, 점차 한도를 늘려 완전한 자유태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중국 외환관리국은 내국인 인당 한해 5만 달러 환전을 허용하고 있다. 이 방안에서는 적격 국내개인투자자(QDII2) 제도 시행을 논의할 것도 제안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이어 개인 대상의 대외투자도 허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신인도가 올라가서 장기적으로 외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자산을 늘린다면, 위안화 채권에 대한 수요 역시 향상될 것이다. 이달 1일 이전까지 인민은행은 119개 해외 은행, 128개 RQFII기관, 16개 해외 보험사와 34개 QFII기관에 대해 중국 은행간 채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허가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 연말 기준 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잔액은 35조 위안으로, 이중 해외기관 및 개인이 보유한 채권은 대략 2%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월 기준 외국투자자들이 보유한 한국 채권규모는 대략 5,800억 위안 규모이다. 향후 중국의 채권시장 개방이 확대된다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위안화 채권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외국기업엔 기회와 위협, 양날의 칼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 실물경제의 세계 분업체계의 융합이었다. 위안화의 국제화 일정은 중국 금융시장과 국제금융시장을 잇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위안화 SDR 편입은 그간의 국제화 작업에 대한 IMF의 인정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중국 금융시장 개혁개방에 대한 IMF의 가이드라인 제시라 볼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IMF와의 약속과 중국의 향후 개혁방향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통과된 중국 공산당의 13차5개년 규획(건의)에는 ‘글로벌 수출시장 지분을 공고히 하되 무역대국에서 무역강국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가 포함됐다. 이는 중국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이 수출과 투자에서 내수형 투자와 소비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면서, 향후 인민은행이 수출확대를 위해 환율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의미한다.
이미 국무원은 7월 하순 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으나, ‘8.11 위안화 고시환율 개혁’을 앞두고 있던 때여서 환율 변동폭까지 한꺼번에 확대하기엔 적절치 않았다. IMF의 이번 결정으로 조만간 변동 구간이 다소 확장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렇다고, 변동 폭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조만간 시행될 QDII2제도와 현재 진행 중인 채권시장, 외환시장 개방 등은 13차 규획의 개혁방향에 맞춰 중국 자본시장의 쌍방향 개방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13차 규획은 국제수지 균형을 강조하면서 자본이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도 주문하고 있다. QFII RQFII QDII 등과 국내외 주식시장의 교차투자가 점차 증가하는 과정에서 역내 역외 투자한도 자체를 없애긴 어렵다. 투자한도 설정 및 허가과정을 통해 자본이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분야 통제는 철폐하지 않더라도 한도 확대만으로 투자자금을 늘릴 수 있고, 이는 실물경제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SDR 바스켓 통화 편입은 종합적으로 볼 때 중국경제 성장방식의 전환과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확대를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내수시장의 성장과 함께 자본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외국기업에 대한 문턱도 낮아질 것이며, 금리 환율 등 가격지표는 좀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반면,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연 나라 중 미국 유럽연합 일본과 함께 중국과 가장 교역규모가 큰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은 연해지역에서 3국 수출중심의 영업, 달러 거래에 치우쳤기 때문에 중국 내 자본시장 활용이나 리스크 회피엔 둔감한 편이었다. 중국 위안화의 SDR 바스켓 통화가입은 중국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하는 이정표이다. 중국시장의 접근성은 높아진 반면 시장 변동성의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다. 한국기업들도 관련 기회와 리스크를 꼼꼼히 살펴야 할 때가 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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