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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거대 기업 안에 스타트업을 키우려면'


기업 내부에서 사내 벤처와 같은 스타트업 형태의 조직을 운영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거대 기업 내부의 스타트업은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버려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을 만들어내는 관점에서 보면 거대 기업 안에서의 스타트업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약 3,000년 전 고대 팔레스타인 지역의 엘라라고 불리던 계곡에 이스라엘 군대와 블레셋 군대가 서로 마주보고 진을 치고 있었다. 오랜 교착 상태에 빠진 전쟁에 인내심이 바닥난 블레셋인들은 당대 최고의 전사 골리앗을 계곡 아래로 내려 보냈다. 커다란 청동 투구에 무거운 전신 갑옷을 두른 키가 210센티미터나 되는 거인 골리앗은 이스라엘 진지를 향해 소리쳤다. “너희도 한 사람을 택해 나에게 보내라. 나와 단 둘이 싸워 지는 편이 상대 편의 노예가 되기로 하자.”


쩌렁쩌렁 울리는 골리앗의 고함에 이스라엘 진지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이윽고 나타난 이스라엘의 대표 전사는 형들에게 음식을 가지고 왔던 양치기 소년 다윗이었다. 갑옷도 칼도 없이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집어 들고 계곡으로 내려온 다윗은 긴 창과 거대한 칼을 들고 서서 자신을 비웃는 골리앗을 향해 물매돌을 날렸다. 방심한 골리앗이 이마에 돌을 맞고 기절하자 재빠르게 달려간 다윗은 상대의 칼을 빼내어 목을 벴다.


말콤 글래드웰은 널리 알려진 성서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경영의 관점에서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이라는 통찰력으로 해석하였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상대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글래드웰은 작고 약한 기업이 거대한 경쟁 상대를 이기는 비결도 이와 같다고 말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시대만 해도 대표 전사끼리의 전투는 백병전이 너무도 당연한 관행이었다. 골리앗은 칼과 창으로 싸우는 것 말고 다른 싸움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윗은 달랐다. 패할 게 뻔해 보이는 근접전투 대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워야 이길 수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이스라엘 군대 안에서 다윗과 같은 병사를 키워내지 못한 것은 아무도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기존 사업에서의 조직운영과 차원이 다른 접근을 할 때라야 비로소 스타트업을 내부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거대 기업 내부에서 스타트업을 만들어 내려면…

기업에게 필요한 스타트업을 외부에서 쉽게 사올 수 있다면, 굳이 내부에서 키워낼 이유는 별로 없다. 그러나 외부에서 사오는 것이 맘처럼 쉬운 일도 아니려니와, 이와는 별개로 기업 내부에 창의적이고 민첩하게 운영되는 스타트업 조직을 키우는 것은 오늘날처럼 변화무쌍한 경영환경 속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복합 기업인 GE가 300개가 넘는 소규모 별동 조직을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는 것도 새로운 환경을 선제적으로 읽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안의 스타트업은 차고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차이가 있다. 자금력과 시스템 등 겉으로 드러난 조직 여건도 다르지만 조직의 목표도 조금 다르다. 대기업 내 스타트업은 단순한 사업 아이템의 성공을 넘어 모회사의 사업을 보완하거나 기존 주력 사업의 대체 내지는 확장을 미리 대비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연쇄창업가로 알려진 글로포지의 CEO 댄 샤피로는 “포천지(誌)가 선정하는 500대 목록에 들어가는 큰 규모의 기업들 대부분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시도하지만 이건 진짜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다. 본질적으로 스타트업보다 대기업에 가깝다”고 말한다. 큰 투자를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스타트업에서는 당장 직원들 월급 걱정과 수중에 있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지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다. 이에 비해 대기업 속 스타트업은 투자금 대비 수익부터 따지기 마련이다.


거대 기업 내부에서 스타트업을 키워내려는 시도는 기존 제도와 고정 관념을 스스로 벗어나 하나의 혁신을 이루려는 도전이다. 어떤 점을 특히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 살펴보자.


1. 조직 시스템보다 개인 역량이 우선


조직이 거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기업은 시스템을 정교화함으로써 구성원 개인 의존도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야 개인의 잘못으로 인한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스템은 정교해질수록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신 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 따라서 창의적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는 스타트업에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 자체가 훨씬 중요하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아날로그적 특성이 강한 조직이다.


무엇보다 우선적인 일은 스타트업에 맞는 리더를 선임하는 것이다. 관리를 잘하는 유형이 아니라, 기발한 발상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구성원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라야 스타트업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 성과의 크기는 팀장 또는 리더의 생각과 역량의 수준에 달렸다. 소위 뚜껑의 법칙이다. 위계가 엄격한 조직일수록 상사나 리더를 설득하지 못하면 어떤 창의적 시도도 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에서는 리더나 팀장이 뚜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예 뚜껑이 없는 조직이라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병 밖으로 튀어 오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팀을 해당 직무 경력자로만 구성하지 않는 구글의 원칙은 주목할 만하다. 경력이 많을수록 늘 하던 방법대로 처리하려 할 것이고 창의적인 해법이 나올 여지가 적다고 보는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팀장이 팀원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팀장이 데리고 일할 사람을 마음대로 뽑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성과가 나쁜 팀의 팀장에게 팀원을 뽑게 한다면 그 팀장의 수준을 뛰어넘는 팀원을 뽑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또 혹여 자신을 뽑아준 팀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는 팀원은 아예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2. 역할이 따로 없는 책임완결형 조직


거대 기업은 항공모함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무기 항공모함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역할의 전문화와 분업화, 그리고 효율적 협업이 가장 극대화된 조직 모델이다. 항공모함에서 배를 지휘하는 함장과 항공기 부대의 지휘관은 별개다. 비행단장들은 함장에 대해 조언과 요청은 할 수 있지만 명령은 못한다. 갑판 위 전투기 관리를 위한 요원들은 착륙유도, 발함(이륙), 의료, 항공기 조종사, 무기 장착, 갑판 요원, 상황실, 수송기, 헬기, 정비, 급유 등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각 역할은 작업복 위에 입은 조끼의 색깔로 표시된다. 예컨대 발함 담당은 녹색, 착륙유도 담당은 황색, 급유 담당은 자주색, 무기 담당은 적색, 보수 및 화재 진압은 갈색, 의무 요원은 백색 등의 식이다. 어지럽게 엇갈리는 것처럼 보여도 100여 가지가 넘는 수신호와 헬멧의 수신기로 소통하는 요원들 간에는 일사 분란함과 함께 고도의 집중력이 유지된다. 이런 완벽한 분업화와 협업으로 항공모함 갑판 조직은 가장 ‘신뢰성 높은 조직(HRO: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으로 꼽힌다. 엄청나게 많은 위험 요소가 내포되어 있음에도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항공모함 조직의 운영 비결은 자신의 맡은 임무에만 완벽히 집중하면 되도록 해주는 철저한 역할 구분에 있다.


그런데 ‘역할 명확화’가 스타트업에서는 창의성과 유연성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역할을 구분하는 것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망망대해에 떠있는 구명 보트와 같은 스타트업은 한 사람 혹은 하나의 팀이 하나의 아이템에 대해 A부터 Z까지 책임져야 하는 조직이다. 서로 책임을 논할 여유가 없다. 정해진 방법과 길이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임기응변으로 돌파해야 하기에 누구라도 사업 전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역할을 나누기 이전에 노를 젓고 좌표를 확인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모든 일에 힘을 모으려는 마인드부터 다져야 하는 것이다.


GE의 내부 스타트업 조직 중 하나인 PET/CT 스캐너 개발 팀은 2014년 8월 구성될 때부터 엔지니어, 마케터, 디자이너 출신의 직원들로 이루어졌으나 역할 구분 따위는 없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제한된 예산으로 고객의 사용 편리성, 성능, 가격 등에서 기존 시장을 뒤엎을 아이디어를 위한 브레인스토밍부터 시작했다.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일에도 너와 내가 따로 없었다. 이 팀은 기존 방식에서처럼 시장조사부터 시작했더라면 2~4년은 족히 걸렸을 개발 기간과 소요 비용을 실행 중심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절반 가까이나 줄이는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3. 육성보다 채용에 올인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는 수비형 가디언이 아니라 공격형 스타다. 스타형 인재의 중요한 특징은 육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기업 안에 있더라도 스타트업 조직에서는 사람을 키울 여력이 없다. 육성이 필요 없는 스스로 알아서 성장하는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육성이 아닌 채용에 집중해야 한다. 비범한 천재 한 명을 뽑기 위해, 또는 한 명의 형편 없는 사람을 뽑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구글의 채용 시스템은 대기업 안의 스타트업이 채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좋은 힌트를 준다. 구글은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어느 기업보다도 육성이 아닌 채용에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다. 심지어 10회가 넘는 인터뷰 관문이 있을 정도다. 구글에 입사하려는 지원자는 장차 자기 상사가 될 사람과 동료가 될 사람을 면접관으로 만난다. 뿐만 아니라, 장차 부하직원이 될 사람도 면접관으로 만난다. 새로 채용될 사람과 공동운명체로 함께 일을 해야 할 팀원들이 모여 뽑을지 말지를 심사숙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의 기술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인 앨런 유스터스는 “최고 수준의 기술자가 갖는 가치는 평균적인 기술자의 300배에 가깝다. 공대 졸업반의 기술자 전체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단 한 명의 비범한 기술자를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이런 신념이 입사를 지원하는 200명 가운데 1명을 채용하는 구글의 깐깐한 채용을 만들어 냈다. 채용에 더 투자하여 좋은 인재를 뽑는 것이 채용과 육성에 리소스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믿는 것이다.


4. 정규분포가 아닌 멱함수분포 활용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정규분포 곡선을 신봉한다. 평균을 중심으로 좌우가 같은 모양으로 대부분의 구성원이 중간에 몰려 있고 극소수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로 나뉘어지는 종(Bell) 모양의 곡선을 성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애플이나 구글의 생각은 다르다.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거대한 성과 대부분을 만들어낸다는 멱함수 법칙(Power Law)이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성과가 나면 모두가 고성과자이지만 성과가 없으면 모두가 평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조직이다.


복잡계 이론이나 네트워크 과학에 적용되는 멱함수 분포는 파레토법칙이나 블랙스완의 개념과 맥락이 닿아 있다. 잡스가 애플 직원들을 ‘소수의 깨달은 자와 다수의 쓰레기들’이라는 극단적 이분법 논리로 바라본 것도 멱함수 분포에 대한 믿음이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멱함수분포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보상할 때 고려해야 중요한 점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구글에서는 보통의 기업들이 하듯 성과 보상 테이블을 만들고 해당 틀 안에 모든 사원의 보상을 맞추려 시도하지 않는다. 특급 인재들의 동기를 꺾고 회사를 떠나게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평가와 보상의 불완정성을 인정하고 분배의 공정성이 아니라 절차의 공정성에 힘을 쏟는다.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긍할만한 평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구글이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 툴은 동료 평가(Peer Evaluation)다.


5. 소사장의 비전으로 동기부여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는 승진과 보상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에서는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내가 담당하는 아이템으로 성공적인 사업가, 즉 사장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이다. 기업 내 스타트업이라 해서 이와 다를 리 없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사업조직을 일구어내고 사내 ‘소사장’과 같은 사업책임자로 성장하는 비전이야말로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궁극적 이유다.


따라서 연봉 인상이나 복리후생 같은 외재적 동기만으로는 스타트업 직원들의 열정을 끌어내기 어렵다. 오히려 호기심 충족, 조직과 사회에 대한 기여, 중요하고도 힘든 과제에 책임을 가지고 완수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상사와 동료로부터 받는 인정,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 등과 같은 내재적 동기가 더 중요하다. 임금이 아니라 주인의식과 책임감 때문에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안에서 내재적 동기를 가장 쉽게 없애는 쉬운 방법은 기존 사업조직에 적용하는 매출 목표 대비 달성도와 같은 단기 성과지표(KPI)로 챌린지하는 것이다. 이는 과감한 도전과 성취감, 인정감이나 자부심을 사라지게 하고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근시안적 소극성을 부추길 뿐이다. 또한 형평성에 치중하는 것도 내재적 동기를 쉽게 약화시킨다. 예컨대 대박을 터뜨린 사업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 직원에게 고작 평균대비 10~20% 정도의 성과급을 더 주는 방식의 보상으로는 성취감은 커녕 자괴감을 갖게 만든다.

 

6. 의도된 방임과 인내심

 

대기업의 강점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에 있다. 그런데 이 강점은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데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속성상 누군가의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의 달인 댄 샤피로는 “대기업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행이나 원칙이 스타트업에선 통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성공 방식’을 스타트업에 가져오면 ‘나쁜 습관’과 ‘치명적인 버릇’으로 변질되고 만다”고 말한다. 보고와 지시는 대기업의 직원에게 당연시되는 관행이자 원칙이지만, 모든 직원이 1인 기업가가 되기를 원하는 스타트업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거대 기업 안에 존재하는 한 스타트업 역시 최소한의 관리는 불가피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의도된 방임과 인내의 관리다. 이는 관심과 지원은 아끼지 않되 결코 드러나는 간섭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기술에 해당한다. 사업 방향에서 큰 틀의 전략적 점검은 필요하되 수단과 방법은 맡기고 믿어주는 경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때 수준 높은 관리 및 지원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대기업 내 스타트업 운영의 이점 중 하나다. 결국 대기업 내 스타트업은 전략적 방향성과 미션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하는 방식에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기회를 찾아 도전하는 모든 과정을 일임하는 ‘임무형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차 성공이 위기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이 거대 기업 속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하려면 우선 기존 사업과 관련이 적고 규모가 작은 사업 아이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기존과 다른 사업 방식, 새로운 조직 운영이 관심을 덜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겨도 기업 전체의 성과에 큰 영향이 없어야 일정기간 조직의 내공을 길러낼 수 있다. 문제는 기다리고 바라던 사업의 1차 성공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인정 받고 성과가 쌓여 사업과 조직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당연히 주변의 관심이 올라간다. 관심의 증가는 더 이상 이전처럼 쉽게 일을 저지르고 추스르는 자유가 허락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보지 않았던 분석과 보고, 검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조직 운영 방식에서도 기존 거대 조직의 습성이 빠르게 스며들게 된다. 결국 조직의 활력은 떨어지고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며 애써 확보한 인재들마저 이탈할 조짐을 보인다. 스타트업에겐 1차적 사업 성공이 최대의 위기가 되는 것이다.


성공이 위기가 되는 패러독스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란제이 굴라티 교수는 1차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이 2차, 3차로 성공을 이어가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를 파헤쳐 연구한 결과로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제시한다(<그림> 참조). 첫째, 전문적 역할 규정이다. 한 사람 또는 한 팀에서 규모와 범위가 넓어진 사업의 모든 것을 관장하기는 어렵기에 최소한의 역할 구분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관리체계 도입이다. 조직이 커지면 확실한 중간보고 체계가 요긴해진다. 중간관리층을 없애는 극단적인 조직 실험을 강행한 시도가 실패로 끝난 구글도 결국 중간관리자의 존재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셋째, 체계적인 기획과 예측 시스템 구축이다. 즉흥성이 중요한 소규모 스타트업과 달리 커진 조직에서는 즉흥적 아이디어가 창의적으로 잘 발현되도록 관리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굴라티 교수의 마지막 조건은 초기의 열정적인 기업문화가 전설적인 이야기로만 회자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노력이다.


스타트업, 대기업 안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굴라티 교수의 연구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업문화를 제외하면 3가지 조건 모두 대기업이라면 이미 잘 갖추고 있는 요소다. 스타트업이 지속 성장을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대기업에는 이미 구축된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조직이 커졌다고 해서 스타트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거대 기업의 습성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성장을 관리하고 새로운 운영 방식과 태도를 익힐 준비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공을 지속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굴라티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스타트업은 대기업 안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실제 국내 한 대기업의 신사업추진 조직책임자는 “오히려 대기업 안에서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기 쉬울 수 있다. 직원들 월급 줄 걱정이나 복리후생 걱정도 할 필요 없다. 초기 자본투자의 부담이나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 경영관리, 생산, 품질, 디자인, 인사 등 기존의 수준 높은 제도를 공유하는 혜택도 누린다”고 말한다.

 

대기업 내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일은 1차 성공까지가 핵심이다. 여기에는 거대한 고정관념의 성에 둘러싸여 있는 사업 방식, 조직 운영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시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질적 조직을 용인하고 의도된 방임이라는 고도의 관리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때까지 기다리는 조직의 인내심에 거대 기업이 스타트업을 키워낼 수 있느냐의 여부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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