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성숙기 스마트폰 시장의 주목할 움직임들'
여주풍차마을 옆 강천섬 남한강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스마트폰 기업과 사업모델을 강화하려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조직을 ‘쪼개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 사업을 ‘붙이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조직을 ‘쪼개는’ 기업들
성숙기를 맞아 시장 성장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된 스마트폰 기업들은 경쟁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빠르게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쪼개기’ 전략을 선택하는 후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 티노 모바일과 폭스콘은 시장 개척을 위해 개발과 마케팅 조직을 쪼갠 사례다. 티노 모바일은 프랑스에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는 위코를 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MS의 피처폰 사업을 인수한 폭스콘도 개발과 생산은 자회사인 FIH Mobile, 마케팅과 영업은 HMD Global로 쪼개는 전략을 선택했다. ▶ 디자인 차별화 컨셉과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과 개발 조직을 쪼개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애플의 前CEO인 존 스컬리가 창립한 오비(Obi), 창의적인 금속 프레임을 구현한 TCL-알카텔의 사례에서 디자인과 개발의 수평적 협업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 숨어서 성장하는 BBK는 세그멘트 공략을 위해 조직을 쪼갠 사례다. BBK는 세그멘트에 따라 스마트폰 사업을 비보(오디오), 오포(디자인), 원플러스(온라인)로 쪼갰다. 전면전을 피하고 국지전에서 승리하는 전략 덕분에 올해 1분기에는 화웨이를 넘어설 수 있었다. ▶ 온라인 사업모델을 추진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조직을 나눈 기업들 중 가장 극적인 사례는 화웨이다. 아너(Honor)를 온라인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독립적인 전담 조직을 구축한 덕분에 1억대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중 아너의 판매량이 44%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붙이는’ 기업들
기술이 범용화되고, 역량을 가진 기업들조차 위기를 맞는 성숙기는 하드웨어 역량이 없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기에 좋은 시기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치후360(QiHoo360), 온라인 동영상 기업인 LeEco는 점유율이 급락한 쿨패드와 각각 파트너십을 맺고 자체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성장이 더뎠던 메이주에 투자해 빠른 성장을 이끌었고,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인 쑤닝의 투자 덕분에 ZTE의 누비아는 해외 진출 채비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스마트폰 ‘붙이기’ 전략은 사업모델을 강화하고, 다양화하려는 시도다. LeEco는 자체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 소비 성향이 강한 사용자를 확보해 광고 사업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메이주를 비롯한 모바일 가치사슬 전반에 투자하며 광고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마윈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전자상거래와 광고 사업모델을 모두 보유한 초유의 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샤오미를 통해 스마트폰과 전자상거래를 성공시킨 레이준도 광고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주인공은 레이준이 소유한 치타 모바일이라는 회사다. 이제 샤오미가 아니라, ‘레이준 시스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성숙기를 맞아 스마트폰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샤오미, LeEco, 메이주 등이 성장하면서 스마트폰과 서비스를 연계한 사업모델 경쟁도 시작되고 있다. 후발 기업들의 ‘쪼개기’와 ‘붙이기’ 사례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전략을 발견해야 할 시점이다.
< 목 차 >
1. 스마트폰 조직을 ‘쪼개는’ 기업들
2. 스마트폰 사업을 ‘붙이는’ 기업들
3. 시사점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7%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성장이 멈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연간 15억대가 넘는 시장 기회를 보고 뛰어든 기업들은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속도처럼 빠르게 줄어들지 않는다. 성숙기에 들어선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이유다.
이처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기업들은 시장 기회를 발굴하는 것만큼이나 경쟁사를 분석하는 일에도 힘을 쏟기 마련이다. 시장과 함께 성장한다는 전략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유율 경쟁이 중요한 성장 전략으로 부상하는 셈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수만큼 다양한 경쟁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 피처폰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전략이 ‘노키아 벤치마킹’에 초점을 맞춰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당시에는 노키아와의 역량 격차를 줄여서 노키아처럼 되거나, 노키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세그멘트를 공략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경쟁 전략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장하는 기업들 중에는 선두 기업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전략으로 승부하는 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Top 10 기업들만 보더라도, 샤오미는 온라인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을 내세워 경쟁하고 있고, BBK(步步高)는 오포와 비보, 원플러스 등으로 회사를 나누는 방식으로 선두 업체와의 전면전을 피하고, 국지전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화웨이가 지난 해 1억대 고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전통적인 사업모델에 안주하지 않고, 샤오미와 같은 온라인 사업모델을 결합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었다.
비단 Top 10에 오른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 업체로만 알았던 LeEco가 1천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고, 알리바바는 메이주를 고성장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외에도 우리에게는 낯선 수많은 기업들이 각 지역, 각 국가에서 새로운 경쟁 전략으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경쟁 전략을 살펴보면 일견 상반된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쪼개는’ 기업들이고, 다른 하나는 ‘붙이는’ 기업들이다.
1. 스마트폰 조직을 ‘쪼개는’ 기업들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드는 후발 기업들이 선도 기업과 같은 역량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스마트폰 기술이 범용화되고, 디자인과 생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주 전문 기업들이 늘어난 덕분에 선도 업체와 견줄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선도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무리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후발 기업들이 선택하는 방식이 이른바 ‘쪼개기’ 전략이다. 기능별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직을 만들어 필요한 핵심 역량을 동시다발적으로 강화하는 방식, 혹은 시장 특성에 따라 조직을 나누고, 최적화해서 빠른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 등이다.
해외 시장 개척
2015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Top 10 기업 중 7개가 중국 업체들로 채워졌다. 이들 기업이 가져가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만 30%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빠른 성장 이면에는 아직까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2015년 샤오미와 비보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94%에 달하고, 오포는 84%에 이른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들 후발 업체들은 여전히 중국 로컬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해외 시장에서 높은 성장을 보이는 화웨이조차 중국 매출 비중이 58%에 달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기업들도 해외 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브랜드 마케팅 투자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포는 FC 바르셀로나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하이센스는 유럽 축구연맹(UEFA)과 유로 2016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는 리오넬 메시, ZTE의 누비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브랜드 앰베서더(Ambassador) 계약을 맺었다. 유럽은 물론,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축구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화웨이, ZTE 등 중국 1세대 기업보다 뒤진 후발 업체들이 이와 같은 대규모 마케팅 투자를 감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웨이가 리오넬 메시에게 지불하는 금액만 매년 8백만 유로로 100억원이 넘는다. 이런 투자를 감당할 수 없는 후발 기업들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고, ‘쪼개기’ 전략에서 그 열쇠를 찾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심천의 티노 모바일(Tinno Mobile)이 쪼개기 전략을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외주 개발 및 생산 업체인 티노 모바일은 2011년 프랑스 현지에 위코(Wiko)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위코는 중국 브랜드가 아니라, 프랑스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미디어텍 프로세서 기반의 가성비 높은 모델을 판매하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5년 프랑스 스마트폰 시장의 12%를 차지하며 3위에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점유율을 18%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개발과 생산은 중국의 티노가 담당하고, 프랑스의 위코는 현지 마케팅과 영업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역할을 ‘쪼개는’ 전략이 성공한 덕분이었다.
올해 MWC에서는 티노와 위코의 성공이 유럽과 중국의 스마트폰 업계에 가져온 충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유럽 업체 부스에서는 위코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중국 중소 업체 부스에서는 심천의 외주 전문 업체들이 티노를 벤치마킹해 자체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피처폰 사업을 인수한 폭스콘도 이와 같은 쪼개기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의 핸드폰 사업을 인수했지만, 실적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2015년 매출 수량은 2012년의 1/3 수준으로 떨어졌고, 2013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적자는 37억 달러를 넘는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피처폰 사업을 대만 폭스콘에 매각하고, 윈도우 OS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피처폰 사업 매각이 단순히 사업 자산과 인력을 폭스콘에 양도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피처폰 사업 매각 시점에 맞춰서 등장한 ‘HMD 글로벌’이라는 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노키아로부터 브랜드와 특허를 라이센싱 받은 데 이어, 폭스콘으로부터 피처폰 사업의 마케팅, 영업 관련 자산을 공유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폭스콘이 인수한 피처폰 사업 중 개발과 생산 기능은 폭스콘이 가져가고, 마케팅과 영업 기능은 HMD 글로벌이 수행하는 구조로 ‘쪼개진’ 셈이다.
외주 생산 경험이라는 폭스콘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고, 폭스콘이 취약한 마케팅과 영업은 전문 업체에게 맡김으로써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HMD 글로벌의 주요 경영진은 모두 노키아 시절부터 핸드폰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해온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직 임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회사의 대주주는 사모펀드인 ‘Smart Connect LP’로 알려졌는데, 그 대표는 노키아 출신인 장-프랑수아 바릴(Jean-Francois Baril)로 현재 폭스콘 회장의 자문역으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폭스콘의 ‘쪼개기’ 전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디자인 강화
샤오미, 화웨이 등이 가성비 모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중저가 시장이 성장하고, 샤오미를 벤치마킹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중저가 시장의 경쟁 강도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성비와 차별화를 함께 구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ROI 높은 차별화에 대한 고민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디자인이 다시금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별화를 위해 고가 부품을 사용해서 가격을 높이는 대신, 자신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기획 초기의 디자인 컨셉이 개발 최종 단계까지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 혹은 경쟁 이슈 등으로 인해 초기 디자인 컨셉이 수 차례 변경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련의 타협 과정을 거치다 보면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나 디자인 아이덴티티 유지라는 초기 목표에서 거리가 멀어지기 마련이다.
후발 기업들 중에는 이러한 디자인 이슈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 조직으로부터 독립적인 디자인 조직을 운영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오비(Obi)도 그 중 하나다. 오비는 애플의 전(前) CEO인 존 스컬리가 2014년 설립한 기업으로, 인도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샤오미와 같은 ODM 사업모델과 온라인 유통을 통해 가성비 높은 모델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었지만, 경쟁 심화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비는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 없이 ODM에 의존하는 전략적 한계를 깨닫고 2015년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수립한다. ‘Designed in San Francisco’를 차별화 포인트로 가져가는 전략이다. 최근 오비가 출시한 모델을 보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를 구현하려는 고심이 엿보인다. 오비가 현재 정의하고 있는 디자인 차별화 요소는 3가지인데, 하나는 각진 사각형 모양의 ‘Squared Design’이고, 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가 조금 튀어나와서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Floating Screen’, 마지막으로는 단말 아래쪽만 곡선으로 처리한 ‘Rounded Chin’이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각 모델의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아이덴티티를 유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오비의 디자인 전략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자인 컨셉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독립적인 디자인 조직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오비의 투자자 중에는 어뮤니션(Ammunition)이라는 디자인 회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애플 출신 디자이너인 존 브루너가 설립한 회사다. 바로 이 회사가 오비의 모든 스마트폰과 UI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 관계자에 따르면, 오비와 어뮤니션은 같은 빌딩의 위 아래층을 나눠 사용할 정도로 밀접히 협력하면서도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독립적인 관계가 디자인 컨셉과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TCL-알카텔(Alcatel)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프랑스의 알카텔은 2004년 TCL에 인수되었는데, 현재 알카텔 조직은 소수 인원이 일부 디자인 및 상품기획 기능과 브랜드, 마케팅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MWC에서 TCL이 발표한 ‘아이돌(Idol) 4’는 금속 프레임에 새로운 기능을 구현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일 뿐 아니라,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프랑스 알카텔과 중국 TCL이 협업을 진행해온 방식도 흥미롭다.
아이돌4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금속 프레임을 스피커의 일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경우, 공간 부족 혹은 디자인 이슈로 단말기 앞면에 스피커 구멍을 형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은 단말기 아래 혹은 뒤쪽에 스피커 구멍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경우 소리가 사용자 방향이 아닌 아래나 옆, 혹은 뒤로 나오게 되어 동영상 시청 시 몰입감 있는 음질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아이돌4는 금속 프레임이 스마트폰의 위 아래로 조금씩 튀어나오게 디자인하고, 튀어나온 부분에 스피커 구멍을 형성함으로써 소리가 사용자 방향으로 나오는 구조를 만들었다. 게다가 금속 프레임 내부 공간을 스피커의 울림통으로 활용해 소리를 더욱 키울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사용된 금속 프레임이 대부분 디자인 요소, 안테나 기능 정도에 그친 것에 비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이런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TCL과 알카텔이라는 두 개의 조직이 독립적인 역할을 설정하고 긴밀히 협력했다는 점이다. 알카텔 상품기획 담당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카텔의 역할은 TCL이 주도하는 디자인과 상품기획을 유럽 시장에 맞게 일부 조정하는 역할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돌4의 금속 프레임 아이디어가 알카텔로부터 제안된 이후 알카텔이 컨셉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TCL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수평적인 협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일반적인 금속 프레임과는 다른 가공 방식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차별화 컨셉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 주체와 개발 주체가 서로 견제하고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TCL이 주도하던 상품기획과 개발 기능을 알카텔과 TCL로 ‘쪼개는’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세그멘트 공략
지난 해 화웨이가 1억대 매출을 달성하면서 가려지긴 했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괄목상대한 또 다른 기업을 꼽는다면 단연 오포(Oppo)와 비보(Vivo)일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9위와 10위로 글로벌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서 올해 1분기에는 각각 4위와 7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들 기업은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른 업체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중국의 1, 2급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의 3, 4급 도시에서 시작해 대도시로 확장하는 유통 전략을 펼쳤다는 점에서 기존 선도 업체와 다르다. 한편, 최근 각광받는 유통 채널인 온라인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는 다른 후발 업체와도 다르다.
그렇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 업체가 BBK(步步高)라는 회사에 연결된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BBK는 동일한 스마트폰 사업을 오포와 비보라는 두 회사로 나눠 추진하는 셈이다. BBK의 ‘쪼개기’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사업을 위해 원플러스(OnePlus)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최근에는 웨어러블에 초점을 맞춘 XTC, 교육용 모바일 디바이스 사업을 수행하는 ‘아이무(imoo)’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러한 BBK의 ‘쪼개기’ 전략은 세그멘트에 타게팅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오포는 디자인, 특히 젊은 여성에 타게팅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성장 기반을 닦았고, 비보는 ‘HiFi & Smart’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차별화된 오디오 기능으로 성장 기반을 닦았다. 온라인 사용자, 웨어러블, 교육용 모바일 기기 등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들도 BBK의 세그멘트별 쪼개기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BBK의 전략은 기존 기업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국지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와 비보, 원플러스를 합친다면 2015년 판매 수량은 8천만대를 넘는 수준으로 화웨이에 이은 글로벌 4위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는 3천만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으로 화웨이를 제쳤다. 모두가 화웨이에 주목하고 있는 사이에 BBK는 조용히 화웨이를 넘어서고 있었던 셈이다.
온라인 사업모델
샤오미가 온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온라인 사업모델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화웨이의 아너(Honor), ZTE의 누비아(Nubia), 오포의 원플러스(OnePlus), 지오니의 아이유니(IUNI), 레노보의 주크(ZUK), 쿨패드의 치쿠(QiKU) 등 중국 업체들은 물론이고, 인도 시장 2위 업체인 마이크로맥스도 유(Yu)라는 온라인 브랜드를 출시했을 정도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 기업들이 단순히 스마트폰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도 업체들이 기존 오프라인 사업방식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데 그친 것과는 달리, 후발 업체들은 온라인을 단순한 유통이 아닌 사업모델로 접근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 전용 모델과 브랜드를 출시했을 뿐 아니라,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을 별도로 구축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마케팅과 프로모션의 속도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핵심은 온라인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입소문을 지속시키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조기에 간파하고,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속도만큼이나 빠른 대응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존 조직과 같이 계층적 의사결정을 거치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온라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후발 기업들은 이러한 온라인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기존 조직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구축하거나, 별도의 회사를 만들었다. 오프라인 조직과 온라인 조직을 ‘쪼개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웨이의 아너(Honor)다. 화웨이는 샤오미를 타게팅해 2011년말 아너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목표 시장과 고객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기존 조직이 온라인 유통에 추가 대응하는 방식이다 보니, 기존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 우선 순위도 밀렸고, 인터넷의 속도에 맞는 대응도 불가능했다.
2013년말 화웨이가 온라인 전략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아너 브랜드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화웨이는 아너를 18~30세 소비자에 타게팅한 온라인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이를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실패한 브랜드를 되살리는 것보다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 중국 업체 중에서는 그나마 성공적인 어센드(Ascend)라는 브랜드를 가진 화웨이가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면 기존 브랜드 이미지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아너의 2014년 매출 목표가 2013년 화웨이 스마트폰 전체 매출 수량의 20%에 달하는 1천만대로 알려지면서 밀어내기식 가격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화웨이의 ‘쪼개기’ 전략으로 새롭게 태어난 아너의 성과는 상상을 넘어섰다. 2014년 매출은 1,700만대로 화웨이 전체 스마트폰 매출의 23%를 차지했다. 2015년 매출은 4,700만대로 매출 비중이 44%에 달했다. 아너가 없었다면 화웨이가 1억대 고지에 오르는 것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었을 것이다.
2. 스마트폰 사업을 ‘붙이는’ 기업들
단말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스마트폰 기업들의 성장 기회가 시장 성장률로 표시된다면, 스마트폰 사용자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 기업들의 성장 기회는 스마트폰 보급률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어 성장률이 둔화되면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의 성장 기회는 줄어드는 반면, 사용자 기반은 규모를 갖추게 되면서 서비스,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사업의 성장 기회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성숙기를 전후로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과 서비스 사업의 성장 기회가 역전되는 셈이다.
최근 전자상거래,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을 ‘붙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성장 기회가 커지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스마트폰 사업을 통합해 사업모델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스마트폰 사업 ‘붙이기’
지난 해 중국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이 줄을 이었다. 2015년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3%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성숙기 진입이 현실화된 시기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기술은 범용화되어 외주 전문 업체를 통해 단말기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성숙기 충격으로 위기를 맞는 스마트폰 기업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모바일 가치사슬을 확장해 사업모델을 강화하려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에게는 스마트폰 사업에 진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담근 첫 번째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보안 어플리케이션 업체인 치후360(QiHoo360)이었다. 이 업체는 2014년 12월, 이동통신 사업자의 스마트폰 보조금 축소로 위기를 맞은 쿨패드(Coolpad)와 함께 온라인 시장에 타게팅한 치쿠(QiKU)라는 이름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쿨패드는 이동통신 사업자 유통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업체로, 2014년까지만 해도 10% 전후의 점유율로 화웨이와 중국 시장에서 3위 경쟁을 벌이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2015년 중국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단말기 보조금을 크게 줄이면서 쿨패드의 시장 점유율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게는 매력적인 파트너가 나타난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쿨패드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연합은 치쿠(QiKU)로 끝나지 않았다. 불과 7개월 뒤, 온라인 동영상 업체인 LeTV(현재 LeEco로 사명 변경, 이하 LeEco)가 쿨패드에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2015년 7월은 LeEco가 자체 스마트폰을 출시한 시점이어서, LeEco의 투자는 쿨패드와 협력해 부족한 하드웨어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것 정도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LeEco가 쿨패드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두 회사가 지분 관계를 넘어선 사업 협력을 구체화한다면, LeEco가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쿨패드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도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스마트폰 기업들도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파트너십 대상이 되었다. 메이주(Meizu)가 대표적인 사례다. 메이주는 샤오미보다도 먼저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따라 한 기업으로 유명한데,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 중 메이주의 팬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업체다. 하지만 2008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이후 2014년까지 중국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메이주가 성장을 본격화한 것은 2015년 2월, 알리바바가 5억 9천만 달러를 투자한 이후였다. 이후 메이주는 ‘메이란(魅蓝)’이라는 가성비 모델을 히트시키며 급성장하게 된다. 2015년 메이주의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1,900만대로 2014년 550만대의 3.5배를 기록했는데, 이 중 1,200만대가 메이란 시리즈였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과 스마트폰 기업의 ‘붙이기’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인 경우다.
메이주와 비슷한 또 하나의 기업은 ZTE의 온라인 브랜드 누비아(Nubia)였다. 누비아는 2014년 중국 시진핑 주석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영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사용했다고 해서 ‘영부인의 핸드폰(国母手机)’으로 불리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덕분에 누비아의 판매량은 2014년 3백만대에서 2015년 1천만대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해외 시장 진출은 자금 부족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ZTE는 화웨이의 온라인 브랜드 아너(Honor)가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며 1억대 달성의 일등 공신이 되는 것을 속수무책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누비아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9월, 중국의 온-오프라인 전자제품 유통 업체인 쑤닝(Suning)이 누비아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하면서부터다. 현재 누비아는 미국을 첫 번째 목표 시장으로 삼고, 현지에 누비아 전담 조직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붙이는’ 이유
이처럼 중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스마트폰 사업 ‘붙이기’ 전략에 힘입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에게도 스마트폰 사업 ‘붙이기’ 전략은 의미 있는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
첫 번째 성과는 빠른 성장이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은 사용자 기반이 확대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충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업모델을 구체화하지 못한 사업 초기에는 성장이 더디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매출 규모를 빠르게 키울 수 있는 하드웨어 사업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욕심을 낼만한 분야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중국 인터넷 공룡들과 경쟁해야 하는 LeEco와 치후360의 눈으로 본다면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은 더욱 매력적이다.
LeEco의 매출은 광고, 멤버십, 단말(스마트 TV, 스마트폰 등)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단말의 성장이 가장 빠르다. 2013년~2015년 LeEco 전체 매출액은 연평균 135% 성장했는데, 단말 사업의 성장률은 249%로 멤버십 93%, 광고 77%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단말 사업의 매출액 비중이 47%에 달해 온라인 동영상 업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두 번째 성과는 PC 기반 서비스를 모바일로 확장시키는 효과다. 중국에서는 이미 2012년에 핸드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자가 PC를 통해 접속하는 사람들을 추월했다. 인터넷 기업들에게는 PC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서둘러 모바일로 확장하는 것이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 셈이다. 스마트폰 ‘붙이기’ 전략이 등장한 것이 1년 정도에 불과해 모바일로의 서비스 확장 효과를 이야기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의미 있는 사례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LeEco의 경우, 스마트폰을 구매한 고객의 20% 이상이 LeEco의 동영상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자체 스마트폰이 동영상 소비 성향이 높은 모바일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알리바바의 Yun(云) OS도 메이주 파트너십을 계기로 급성장해 지난해 말 기준 4천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Yun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3년 1백만대, 2014년 9백만대에 불과했지만, 메이주 파트너십이 본격화된 2015년 판매량은 3,900만대로 급성장한다. 올해 알리바바의 Yun OS 스마트폰 판매 목표는 1억대에 달한다.
마지막 성과는 사업모델의 확장이다. 모바일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면, 스마트폰 사업 진출보다는 기존 서비스를 모바일에 최적화하고,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스마트폰 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기존 사업모델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사업모델을 추가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콘텐츠와 서비스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면 사용자 확보가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유료 서비스를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무료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사용하고, 수익은 다른 곳에서 창출하는, 광고와 같은 ‘양면 시장(Two-sided market)’ 사업모델이 필요해진다. 사용자 확보는 과정이고, 사업모델 구축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이유다.
LeEco와 치후360은 스마트폰 사업을 통해 기존 광고 사업모델을 강화한 사례다. 모바일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고, 콘텐츠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성향이 강한 사용자를 확보함으로써 기존 광고 사업모델을 강화하는 것이다. LeEco의 경우에는 기존 광고 사업모델을 강화하는 방식이 한 가지 더 추가된다. 중국 온라인 동영상 1위 업체인 Youku Todou에 대항하기 위해 LeEco와 중소 경쟁사들은 연합 전선을 구축했는데, 협력을 맺은 경쟁사의 동영상 콘텐츠도 검색, 접속할 수 있게 허용해주고, 그 대가로 광고 매출의 일부를 가져오는 방식이다. 따라서 LeEco가 자체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검색하는 관문을 차지하게 되면, LeEco가 파트너사에 주는 광고 매출보다 파트너사로부터 받는 광고 매출이 많아지게 되는 셈이다.
알리바바의 ‘붙이기’ 전략
알리바바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붙이기’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이다. 전통적으로 인터넷 사업의 대표적인 사업모델은 두 가지가 손꼽힌다. 하나는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전자상거래 사업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광고 사업모델이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떤 형태이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은 이 두 가지 사업모델로 모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리바바는 이미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고, 사용자 수는 4억명을 넘는다. 인터넷 대표 사업모델 중 하나를 완성한 셈이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야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하나의 인터넷 사업모델인 광고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알리바바가 쏟아 붓고 있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알리바바가 2011년 출시한 Yun OS에는 1,600명의 개발 인력이 투입되었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메이주에 5억 9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해외에서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2위 업체인 마이크로맥스와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과 인도 1위, 전세계 2위 모바일 브라우저를 보유한 UCWeb을 6억 3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시나 웨이보(Sina Weibo), 탱고(Tango), 스냅챗(Snapchat)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메신저 기업에 투자한 금액을 합치면 10억 달러가 넘는다. 콘텐츠에서는 중국 1위 온라인 동영상 업체인 Youku Todou을 인수하는 데 자그마치 42억 달러를 지불했고, 그 외 게임, 영화, 뉴스 기업에 투자한 금액도 17억 달러에 육박한다. 2013년 이후 알리바바가 모바일 가치사슬에 투자한 금액이 80억 달러를 넘는다.
알리바바는 ‘C-P-N-T(Content-Platform-Network-Terminal)’로 불리는 모바일 가치사슬 상의 주요 기업을 모두 ‘붙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셈인데, 그 궁극적인 목표는 광고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확보한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알리바바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콘텐츠를 통해 유인하고, 이들이 사용하는 OS, 브라우저 등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스마트폰 파트너십을 통해 플랫폼을 확산시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이다.
알리바바의 계열사 중 온라인 광고 사업을 담당하는 알리마마(阿里妈妈)는 최근 열린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하이퍼-미디어 매트릭스(Hypermedia Matrix, 超级媒体矩阵)’라는 컨셉을 발표했다. 알리바바가 가진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과 광고를 최적화하고, 효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의 모바일 가치사슬 ‘붙이기’ 전략의 궁극적 목표가 광고 사업모델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윈의 계획대로 알리바바가 모바일 광고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두 가지 인터넷 사업모델을 모두 장악하는 최초의 기업이 등장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전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1%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업체들은 구글, 바이두와 같은 검색 업체, 페이스북, 트위터, 텐센트와 같은 SNS 업체, 마이크로소프트, 야후와 같은 포털 업체들뿐이다. 아마존의 디지털 광고 점유율은 0.7%에 불과하다. 알리바바는 이미 4.6%의 점유율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4위에 올라있는 만큼, 불가능한 꿈이 아닐 수 있다.
레이준의 ‘붙이기’ 전략 - 치타 모바일
두 가지 인터넷 사업모델을 모두 갖겠다는 야심가는 알리바바의 마윈뿐만이 아니다. 샤오미를 이끄는 레이준도 마윈 못지 않은 야심을 가진 기업가다. 샤오미뿐만이 아니라, 레이준을 통해 샤오미와 연결된 기업들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인터넷 사업모델 관점에서 본다면 샤오미는 특이한 사례다. 시장 선점 효과가 큰 전자상거래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해 의미 있는 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온라인 판매에 있어서 만큼은 샤오미가 알리바바, 징동과 함께 중국 온라인 유통 3대 업체로 꼽힌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통해 구축한 전자상거래 기반을 IoT, 스마트홈 등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쉼 없이 발표되고 있는 샤오미와 파트너들의 신제품들이 이런 샤오미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광고에 있어서 샤오미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광고 없이 성장하는 사업모델을 표방한 탓도 있겠지만, 2억명이 넘는 자체 OS(MIUI) 사용자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치후360의 사용자가 8억명이라고는 하지만, OS를 기반으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은 사용성이 제한된 보안 어플리케이션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모바일 광고 사업모델 가능성은 샤오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주인공은 치타 모바일(Cheetah Mobile)이라는 회사다. 2012년 출시한 클린 마스터(Clean Master)라는 스마트폰 파일 관리 어플리케이션으로 유명세를 얻은 기업으로, 클린 마스터 외에도 보안, 배터리 관리, 브라우저, 게임 등을 통해 전세계에 6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중국 어플리케이션 업계에서는 치타 모바일이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유수의 기업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중국 어플리케이션 업계의 숨은 강자라고 할만하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회사가 샤오미 CEO인 레이준이 대주주로 있는 킹소프트(Kingsoft)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레이준은 치타 모바일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데, MWC에서 만난 담당자에 따르면, 레이준이 치타 모바일의 사업모델과 전략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레이준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샤오미와 치타 모바일의 사업모델이 연결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미 치타 모바일의 각종 어플리케이션들은 샤오미의 MIUI에 시스템 도구로 통합되어 있고, 치타 모바일이 샤오미의 온라인 광고를 담당하는 등, 두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는 이미 밀접하게 연결된 상태다.
최근 들어 치타 모바일이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살펴보면, 샤오미 사업모델과의 연결 시나리오가 좀 더 구체화된다. 2015년 6월, 치타 모바일은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자체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출시했다. 광고 매출이 전체의 88%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구글, 페이스북 등의 광고 플랫폼에 의존해온 문제점을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다. 어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에서 모바일 광고 기업으로 사업모델을 확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치타 모바일의 주가가 일주일만에 30% 이상 하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치타 모바일에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던 페이스북이 광고 효과 평가 지표를 변경해 치타 모바일의 광고 효과를 낮게 평가한 것이 원인이었다. 주주들은 치타 모바일의 광고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치타 모바일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경쟁 플랫폼의 등장이 반갑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치타 모바일이 시도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모델은 스마트폰 유통 사업이다. 치타 모바일은 유럽과 아프리카에 가성비 좋은 중국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스마트폰 기업과 치타 모바일이 파트너십을 맺고, 치타 모바일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합한 ‘런처(CM Launcher)’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또한, 치타 모바일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활용해 상품기획, 마케팅, 프로모션의 효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치타 모바일은 스마트폰 파트너십을 통해 사용자 기반을 넓히고, 스마트폰 파트너 기업은 효과성 높은 기획, 마케팅, 프로모션을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를 가져가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스마트폰 뒷면에 치타 모바일과 파트너의 브랜드가 각각 표시된다는 점이다. 치타 모바일의 첫 번째 스마트폰 파트너는 중국의 큐봇(Cubot)이라는 업체다. 매출 수량은 연 40만대, 직원 200명 정도의 중소 업체로, 경쟁이 극심한 중국 시장에서 아프리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기업이다. 두 업체가 올해 MWC에서 발표한 첫 번째 ‘치타 폰’의 뒷면을 보면 두 회사의 브랜드가 위 아래에 함께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제조사 외의 브랜드가 표시되는 경우는 이동통신사 브랜드를 제외하면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치타 모바일과 큐봇의 파트너십이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치타 모바일은 어느 스마트폰 기업이나 활용할 수 있는 해외 유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치타 모바일의 새로운 시도는 어플리케이션 기업의 사업모델 진화라는 측면에서도 흥미롭지만, 레이준을 중심으로 샤오미와 치타 모바일이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샤오미를 통해 스마트폰 제조 사업모델과 전자상거래 사업모델을 구축한 레이준이 치타 모바일을 통해서 광고 사업모델까지 확보한다면, 레이준의 사업모델들이 서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만약, 사업모델간 연결이 구체화된다면 샤오미는 다시 한 번 스마트폰 시장의 가성비를 새롭게 정의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어플리케이션 기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스마트폰 유통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특히, 샤오미의 해외 진출이 특허 등의 이슈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 최근 샤오미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해 1분기 샤오미는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역(逆)성장을 기록했다. 비록 30만대 차이에 불과하지만, 고성장을 거듭해온 샤오미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는 충분했다. 샤오미에게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세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특허 이슈를 해결한 이후에 해외 시장 판매 기반을 구축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들다. 이런 의미에서 치타 모바일의 스마트폰 유통 사업은 특허 이슈 해결과 해외 판매망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레이준의 전략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치타 모바일의 새로운 사업모델에 대한 가설적인 해석이지만, 샤오미가 가려운 부분과 치타 모바일의 새로운 시도가 일치한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고성장을 거듭해온 샤오미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레이준을 중심을 연결된 샤오미, 킹소프트, 치타 모바일 등 소위 ‘레이준 시스템’이 향후 어떤 사업모델을 만들어나갈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시사점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전투에서 이기지 않고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투에서도 이기고 전쟁에서도 이겨야만 한다. 스마트폰 사업도 그렇다.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기업이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이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점유율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과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모델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스마트폰 생존 경쟁
지난 해 화웨이가 1억대 고지를 밟았다. 스마트폰 3위 경쟁을 벌이던 기업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1억대 판매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1억대 고지에 오른 마지막 기업이 될 것 같지는 않다. 1억대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이 줄잡아 3~4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화웨이에 이어 한두 개 기업이 추가로 1억대 고지에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스마트폰 시장의 3위 경쟁구도는 수천만 대 규모를 가진 십여 개 업체간 경쟁에서 1억대 이상 규모를 갖춘 두세 개 기업간 경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간 약 15억대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Top 2 기업이 40%의 점유율을 지속하고, 기타 로컬 기업들이 현재와 같이 시장의 20%를 가져간다면, 3위권 기업들에게 남는 시장은 6억대 정도다. 이들 중 1~2개의 1억대 기업이 추가로 등장한다면 남은 3억대 시장에서 십여 개 기업들이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숙기에 들어선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을 통한 성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하지만, Top 2 기업에 이어 1억대 규모를 갖춘 기업들이 등장하고, 각 국가별 시장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기타’ 기업들이 성장 기반을 닦고 있는 상황이어서 스마트폰 ‘전투’는 더욱 힘든 싸움이 될 전망이다.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후발 기업들의 ‘쪼개기’ 사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사업모델 경쟁
지난 해 판매 수량 1억대를 달성한 화웨이는 2014년 대비 45%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2.5%에서 1.4%p 오른 3.9%에 그쳤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 지는’ 상황을 우려하게 만드는 수치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이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한다면, 무조건 1억대를 달성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과거 노키아는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저가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후발 업체들조차도 외주 생산 전문업체를 활용해 간접적인 규모의 경제를 가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가 수익을 창출해줄 것이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다.
만약 1억대를 달성하고도 의미 있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진다면, 규모보다 실속을 선택하는 후발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국가에서 견고한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규모보다 실속을 챙기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일본 핸드폰 시장을 갈라파고스(Galápagos)화시켜 생존을 도모했던 일본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애플이 일본 핸드폰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갈라파고스 전략을 무너뜨리자 일본 핸드폰 기업들은 생존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혁신 기업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진입을 막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시장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특정 시장에만 의존하는 전략이 위험한 이유다.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세그멘트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규모보다 실속을 챙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가져갈 수 있었던 전략이고, 과거 피처폰 시장에서 모토롤라가 레이저(RAZR)폰으로 디자인 세그멘트를 주도했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토롤라는 후속 모델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급격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지속 가능한 차별화를 구현하지 못하고, 일회성 히트 모델에 그친다면 세그멘트 전략을 성공시키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마트폰의 규모와 수익성을 연결하는 새로운 고리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메이주, LeEco 등의 성장세가 보여주듯이, 스마트폰과 서비스를 연계한 사업모델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기업들은 스마트폰 판매가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전자상거래와 광고라는 커다란 기회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마트폰 ‘붙이기’ 전략에 적극적인 인터넷 서비스 기업과의 파트너십은 스마트폰 기업이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에 접근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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