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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세계화의 그늘 선진국에서 더 짙다'


반세계화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선진국 저소득층과 중산층 유권자들이‘세계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 탓이 크다.세계화의 혜택보다 불만이 더 큰 주목을 받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세계화 관련 정책 추진과 속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브렉시트 여파가 한바탕 지나간 뒤로도 반세계화 열풍의 기세가 여전하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20세기의 반세계화 움직임과 달리 이번에는 주로 선진국들이 앞장서 주도하는 모양새다. 지난 1~2년 새 미국의 트럼프(Trump)와 샌더스 바람, 프랑스의 국민전선(FN),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 이탈리아의 오성운동(M5S) 등 세계화에 반대하고 고립주의를 표방해온 세력들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 크게 넓어진 데 이어, 반세계화 요구가 정책에도 일부 반영되면서 각국 정부의 보호무역조치가 급증하는 추세다. WTO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0월에서 2016년 5월 사이 WTO 회원국들이 취한 신규 무역규제조치(trade restrictiveness measures)는 154건으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세계화 운동과 마찬가지로 보호무역조치 역시 선진국, 특히 미국에서 확산 추세가 두드러진다. 반덤핑, 상계관세 등이 주요 수단이다(<표 1> 참조). 최근에는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인도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들마저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을 쌓아 올리면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의 지구적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반세계화 움직임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일차적인 원인으로 소득불평등 심화를 지목하는 의견이 많다.(<19페이지 BOX> 참고) 소득불평등 확대로 촉발된 선진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반세계화’라는 형태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불평등 확대를 초래하는 원인은 세계화 외에도 기술진보, 인구구조 변화 등 매우 다양하다. 경제학자들의 연구 중에는 세계화보다 기술진보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한 예로, Feenstra와 Hanson이 소득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각 변수들의 크기를 추정한 1999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컴퓨터, 정보통신 등 기술진보가 소득 불평등의 약 35%를 설명하는 반면, 아웃소싱을 비롯한 세계화의 설명력은 15% 정도에 그쳤다.


그럼에도 유독 세계화를 탓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꼽힌다. 먼저, 세계화의 결과로 이익을 보는 계층과 손해를 보는 계층이 비교적 명확히 갈리는 편이어서 손해를 본 계층의 불만과 피해에 관심이 쏠리기 쉬워서다. 세계화의 수혜자와 피해자 간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각국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무역조정지원제도(Trade Adjustment Assistance, TAA)들을 만들었지만 실제 활용도가 높지 않아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기술진보의 경우 그에 따른 비용 측면보다는 그 결과에 기대를 거는 잠재적 수혜자들이 많은 편이어서 불평등에 미치는 실제 영향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편이다. 최근 선진국 불평등 심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역시 그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 ‘장기적인 과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큰 탓에 소득불평등 논쟁으로부터는 조금 비켜나 있다. 아울러, 불평등의 원인을 선진국 내부에서 찾는 것보다는 그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에 유리하다는 정치적 동기도 상당 부분 작용한다.


선진국의 불평등 심화는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그 불만이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의 저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빠른 성장으로 고용 사정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가운데 소득이 늘지 않아도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가 가능해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줬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차입마저 여의치 않자 현재의 불평등 상황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거세게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에서 세계화로 인한 피해자의 목소리가 부각되면서 소득불평등 심화 역시 세계화가 주범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고, 그 결과 선진국을 중심으로 반세계화 열풍이 불게 되었다. 반면, 1980년대 중반까지 반세계화 경향이 팽배했던 신흥국에서는 오히려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잦아들고 있다. 세계화가 실제로 소득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왜 선진국과 신흥국이 세계화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선진국의 소득불평등, 출구 보이지 않아


세계화, 즉 무역의 확대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이동의 자유화가 불평등에 미친 영향은 크게 두 가지, 즉 국가 간 불평등과 국가 내 불평등으로 나눠서 접근할 수 있다. LG Business Insight(2016년 7월 20일) ‘짙어지는 세계화의 그늘, 보호무역주의가 자라고 있다’에서 소개했듯이, 1990년대 이후 국가 간 불평등은 크게 줄어들었다. 세계화 진전으로 신흥국의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한 결과다. 반면, 국가 내 불평등은 오히려 늘어났다. 국가 내 불평등 심화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 중 선진국에서 나타난 소득불평등의 특징이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선진국의 경우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늘어나면서 불평등이 확대되었다. 미국의 2014년 1~3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은 1970년과 비교하여 각각 8%, 6%, 14%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5분위 계층의 소득은 64%가 늘어났다(<그림 2> 참조). 더군다나 1990년과 2014년을 비교했을 때, 1분위와 2분위 계층의 소득은 각각 7.2%, 1.8% 감소하기까지 했다. 전 세계 분위별 소득의 성장률을 살펴봐도 선진국 노동자들이 주로 속한 구간의 소득이 가장 정체되어 있다. 소득증가율이 가장 낮은 80-90분위 계층의 평균소득은 7,414달러로 선진국에서는 이 분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주로 저소득층 노동자들이다(<그림 3> 참조). 이는 세계화와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winner takes all) 불평등이 확대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불평등의 지속적인 확대가 상위 계층으로의 이동을 점점 더 어렵게 한다는 점도 큰 문제다. 선진국일수록 고부가가치 일자리나 경제활동은 첨단 설비, 고등교육 등과 같은 상당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의 소득 정체로 충분한 자본 축적 기회를 갖지 못한 저소득층과 중산층 입장에서는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는 희망 사다리가 봉쇄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둘째, 소득수준이 낮은 구간과 높은 구간 사이에 일종의 함몰이 발생했다. 미국 가구소득 분포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1970년에는 소득분포가 5만~74,999달러 구간을 중심으로 정규분포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2014년의 경우 두 개의 정점(peak)이 형성됨으로써 소득수준이 높은 구간과 낮은 구간 사이에 일종의 갭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4> 참조). 1970년 대비 2014년 미국의 1인당 GDP가 약 123%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득분포곡선에서 5만~74,999달러 구간에 속한 가구들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소득분포곡선이 충분히 오른쪽으로 이동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층의 소득이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100,000달러 이상인 고소득층 구간의 분포는 과거에 비해 더 두터워져(fat-tail) 소득의 분산이 더욱 커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과거에 두 개의 정점(peak)을 형성하다가 점차 하나의 정점 형태로 바뀌면서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어 온 전세계 소득분포 곡선과 정반대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셋째, 소득불평등이 지속되다 보니 중산층의 비중 역시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1971년 기준 61%이던 중간 소득계층의 비중은 2015년 들어 50%로 감소한 반면, 저소득층의 비중은 16%에서 20%로, 고소득층의 비중은 4%에서 9%로 증가하였다(<그림 5> 참조).


신흥국의 불평등에는 아직 희망 남아 있어


한편, 세계화 편입 이후 신흥국의 소득 분포 변화는 선진국과 사뭇 달랐다. ‘소득 불평등 확대’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비슷하지만,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양상이나 향후 기대, 반응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과 구별되는 특징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신흥국 역시 고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전체 평균에 비해 높아서 세계화 이전보다 소득분위별 불평등이 더 커졌다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글로벌 차원, 특히 신흥국의 소득분포 변화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선진국만큼의 명확한 결론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소득분포 변화를 분석한 Larkner와 Milanovic(2015)의 자료를 통해 대략적인 그림은 파악 가능하다. 이 연구는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던 1988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해당하는 2008년까지 아시아 국가들의 소득분포 변화를 소개한다. 48억에 달하는 신흥국 인구의 3/4이 아시아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Larkner와 Milanovic(2015)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의 소득분포 곡선은 20년 새 오른쪽으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그림 6> 참조). 1990년대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산업화와 시장 개방 확대로 소득 수준이 빠르게 높아진 결과다. 1988년 400달러 근방에 머물던 중위소득이 2008년에는 744달러로 86.5%나 증가했다. 그런데 소득분포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불평등 정도가 심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의 자료를 이용해 중위소득 대비 상위 10% 그룹의 소득배율을 계산한 결과 1988년 2.53배에서 2008년 3.46배로 높아졌고, 중위 소득 대비 하위 10% 그룹의 배율은 0.52배에서 0.42배로 감소했다. 하위 10% 대비 상위 10% 그룹의 소득배율은 같은 기간 4.85배에서 8.17배로 더 크게 확대됐다.


이처럼 신흥국에서도 소득계층 간 불평등이 상당히 심화됐다. 하지만, 선진국의 소득 불평등 확대와는 세 가지 면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첫 번째 차이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에서도 전세계 평균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의 소득 증가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앞에서 소개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하위 10% 계층의 소득이 1988년 208달러에서 2008년 315달러로 51.3%나 늘어났다. 물론 같은 기간 중위소득자의 증가율 86.5%나 상위 10% 계층의 154.7%보다는 많이 낮다. 하지만, 이 기간 전세계 실질GDP가 36% 증가에 그쳤고, 미국 등 선진국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득이 거의 정체되거나 감소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신흥국은 상위소득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면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소득 편중으로 악명이 높았던 브라질에서도 한 때 50%를 넘어섰던 이 비중이 40%대 초반까지 하락했으며,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우 아직 20% 후반에서 30% 초반 수준에 불과해 40~50%대를 기록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훨씬 사정이 나은 편이다(<그림 7> 참조).


두 번째 차이는 상위 계층으로의 이동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신흥국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이끌어온 중국의 계층별 소득 변화에는 이런 특징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중국의 불평등 문제를 연구한 Sicular(2016)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7년 사이 최고소득 계층인 5분위(=상위 20%) 그룹의 평균 소득이 12,924위안에서 25,075위안으로 94% 증가했고,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하위 20%) 그룹의 소득은 1,148위안에서 1,760위안으로 53.3% 늘어나는데 그쳤다(<그림 8> 참조). 그 결과, 하위 20% 대비 상위 20% 평균소득 배율이 2002년 11.3배에서 2008년 14.3배로 높아지는 등 소득분위 간 불평등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2008년 2분위 그룹의 평균소득(3,430위안)이 비교 시점인 2002년 3분위 평균소득(3,281위안)보다 높고, 3분위 그룹 역시 2008년 평균소득(5,990위안)이 2002년 4분위 그룹 소득(5,653위안)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소득분위가 높아지지 않더라도, 불과 6년만에 자신이 부러워하거나 목표로 삼았던 상위 그룹의 소득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중국 역시 앞서 소개한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분위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했다.


세 번째로, 불평등 심화에 기여한 여러 원인들을 비교해 볼때 신흥국의 불평등 확대에는 세계화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난해 IMF가 선진국과 신흥국 소득불평등 문제에 대해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지니계수 변화, 즉 불평등 심화에 영향을 미친 여러 변수들을 요인 별로 분해(decompose)한 결과, 신흥국의 경우 세계화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노동시장 유연성과 기술진보의 영향이 컸던 반면, 선진국은 지니계수 변화의 1/3 정도가 세계화의 영향을 받았고, 기술진보 영향은 세계화의 1/3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9> 참조).


우리도 선진국에서와 같은 세계화 그늘 경계해야


최근 선진국에서 거세진 반세계화, 혹은 고립주의 요구에 대한 해법 마련은 이와 같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차이점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흥국 정부나 유권자들이 반세계화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신흥국에서는 ‘세계화’가 소득과 구매력 증가, 새로운 성장 기회, 자유의 폭 확대 등 희망적인 미래를 향한 열쇠로서의 쓰임새가 더 많아서다. 유권자 중 다수가 세계화의 이익보다 불평등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선진국과 달리 세계화를 ‘제약 조건’보다는 ‘기회 요인’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더 높다는 의미다.


세계화는 선진국과 신흥국 노동자들 모두에게 ‘시장 확대 기회’와 ‘불평등 심화의 고통’을 함께 제공하는 양날의 검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화를 고통스럽게 느끼는 선진국의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이 신흥국 노동자들처럼 세계화의 역동성에 동참할 길을 찾고 이를 통해 좀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소득증가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진국 노동자들에게는 선진국에 걸맞은 길이 필요하다. ‘근면’과 ‘노력’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선진국 노동자들과 신흥국 노동자들의 비교우위나 부존(endowment) 상황은 같을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세계화와 불평등에 대한 신흥국의 수용도가 높고 긍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선진국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흥국에서는 아직도 개인의 노동력이나 의지를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많은 만큼  자본 부존의 제약과 같은 불평등의 영향이 선진국에 비해 적다는 뜻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좋은 일자리와 고부가가치 사업은 상당한 수준의 자본이나 지식, 기술 등을 필요로 하는 형태로 바뀌어서 불평등의 제약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진국 중산층 이하 계층의 세계화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이런 제약을 극복할만큼의 자본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 형태가 굳이 금융이나 물적 자본 형태일 필요는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최근 선진국 경제의 변화 추세를 감안할 때 다양한 경험이나 개방적인 태도, 새로운 지식과 같은 문화적,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지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화의 수혜자와 피해자 사이에 개방의 이익이 제대로 공유될 수 있도록 무역조정지원제도(TAA)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자유와 개방의 기회비용을 제대로 파악해서 알리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상당수 신흥국 국민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체제 하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으로부터 강제로 단절된 시절을 보냈다. 이런 억압을 시장 개방과 세계화를 통해 극복한 경험들을 갖고 있기에 반세계화나 고립주의를 자유 및 개방의 상실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상당하다. 반면, 선진국 유권자들의 다수는 자유로운 시장과 세계화의 부재가 초래할 고통이나 비용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세계화와 개방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는 아직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가깝다. 훨씬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의 성장률 둔화와 양극화 추세,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극단주의 경향 등을 감안할 때 우리 역시 머지 않아 선진국들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세계화의 방향이나 속도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소외자들을 다시 동참시키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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