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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IT 개발 기법 그 이상으로 주목받는 애자일(Agile)'


애자일 프로세스는 고객관점의 효율적이고 민첩한 변화 대응을 중시한다. 신속한 프로토타입, 변화와 요구에 맞춘 끊임없는 수정은 지금과 같이 방향 예측조차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기법을 넘어 조직을 운영하는 하나의 원칙이 될 만하다.


웹 브라우저 시장의 80%를 넷스케이프가 점유하고 있던 90년대 중반, 절치부심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3) 개발을 위한 전사적 긴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1995년 12월 7일 첫 요구사항 리스트가 개발자에게 제공된 후, 이듬해 3월 제품 아키텍처의 첫 베이스라인이 제시되었고 같은 달 말에는 아키텍쳐 기반으로 전체 요구사항의 30% 정도가 개발된 통합빌드 알파가 공개되었다. 이후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며 시스템 환경 변화에 아키텍처를 지속 진화시키기 위한 통합테스트가 매일 수행되었다. 한 달이 지난 4월, 첫 요구사항의 60% 정도를 구현한 퍼블릭 베타 버전이 다시 공개되었다. 7월에는 80% 정도를 구현한 두 번째 퍼블릭 베타가 공개되었고, 지속적인 요구사항 변경을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거쳐 마침내 8월 최종 제품이 출시되었다. 정교한 계획과 보안 속에 출시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는 기존 방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었지만, 짧은 주기의 반복 실행이라는 애자일 방식으로 개발된 IE3는 출시 1년 만에 시장점유율 30%, 2년 만에 60%, 3년 만에 80%를 차지하게 된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던 시기, 마이크로소프트의 민첩한 대응이 없었더라면 시장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자일 프로세스가 주목받는 이유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적으로 활용하였던 애자일 프로세스는 하나의 정해진 방법론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애자일(Agile)이란 단어의 뜻에서 알 수 있듯 변화에 기민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다양한 개발 방법론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는 프로그래밍 기법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소셜커머스 업계 1위에 오른 쿠팡이 지난 2012년 전격 도입하여 주목을 받았던 방법론이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아무런 계획이 없는 방식과 지나치게 많은 계획의 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시도로 90년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였다. 특히 계획에 너무 의존하여 형식적인 절차를 따르다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발생하거나 개발 흐름이 지연되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전체 계획과 미리 설정한 단계의 이행에 초점을 두는 전통적 방식에 비해 애자일 방식은 짧은 단위로 계획을 자주 세우고 중요한 것부터 반복적으로 실행한다. 이를 통해 요구조건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잦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앞을 예측하여 계획을 세우지 않고 끊임없이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요구를 더하고 수정해 나간다. 그러다 보면 당초에 생각하지 못했더라도 결국은 여러 니즈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결과물이 완성되는 것이다.​


최근의 IT환경에서는 초기에 모든 요구사항이 정확하게 세팅되기 어렵다. 경영전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빈번하게 수정되기 일쑤고, 고객의 요구사항도 지속적으로 바뀐다. 나중에 가서 초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요구사항을 보고 ‘당초 이런 얘기는 없지 않았느냐’고 항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꼴이다. 점점 짧아지는 시스템 수명도 계획 중심의 전통적인 개발 프로세스가 부딪히는 한계다. 실제 아무리 많은 공을 들여 오랜 시간 개발한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업그레이드 되기 전까지 사용되는 기능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라이트 형제와 랭리의 차이


1903년 12월 8일, 워싱턴 D.C.를 가로지르는 포토맥 강변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비행 실험을 해온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이자 스미소니언 협회 회장인 사무엘 폰 랭리 박사가 지휘하는 비행 실험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 정각, 보트 위에 설치한 발사대를 미끄러져 출발한 랭리의 비행기는 안타깝게도 워싱턴포스트지가 ‘말똥가리가 난파되었다’고 꼬집은 표현에 딱 들어맞게 강 속으로 그대로 쳐박히고 말았다. ‘하늘을 날으려면 앞으로 천 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보듯 사람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확히 9일이 지난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州 키티호크 해안가 모래언덕을 출발한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는 59초 동안 260여 미터를 비행하여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다.


당대 최고 과학자이면서 정부 지원으로 17년간이나 비행기 개발에 매진하며 비행 이론을 체계화한 랭글리 박사는 왜 실패했을까? 또, 자전거포를 운영하던 무명의 개발자 라이트 형제는 어떻게 고작 4년 만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리더십 연구의 대가 사이먼 시넥은 비전의 차이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랭리가 하늘을 나는 인류의 꿈을 덜 중요하게 여겼다거나, 라이트 형제가 돈과 명예에 초탈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보다 비행기를 개발하는 방식에서 둘의 차이점을 짚어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동력 비행이라는 불확실한 도전은 같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분명 둘의 차이가 있었다. 라이트 형제는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애자일 방식을 따른 반면, 랭글리 박사의 도전은 전통적인 워터폴 방식 그대로였다.


랭리는 전체적인 큰 그림과 단계별 성공 조건을 중시했다. 각 단계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일거수 일투족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던 랭리 입장에서 섣불리 공개적인 비행 실험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달리 라이트 형제는 언제나 실제적인 비행 실험에서부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바람부는 언덕에 나가 ‘떠서 나는’ 실험을 반복했다. 양력을 증대시키는 최적의 날개 면적을 찾기 위해 다양한 크기로 200개의 날개를 테스트하다가 풍동 장치까지 개발하여 날개의 양력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증언에 따르면 라이트 형제는 매번 언덕에 나갈 때마다 최소 다섯 세트의 부품을 챙겨갔다고 한다. 다섯 번쯤은 당연히 충돌할 걸로 생각했던 것이다. 라이트 형제는 1902년 9월과 10월 동안 각각 700회, 1000회가 넘는 반복 실험을 한 끝에 드디어 1903년 나무 프로펠러와 가솔린엔진을 얹은 라이트플라이어 1호(Wright Flyer 1)를 만들었다. 그해 12월 17일 12시 정오 경, 시속 43km의 강한 맞바람을 받으며 라이트플라이어 1호는 59초간의 비행에 성공하였다.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은 애자일 프로세스로 이룬 것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밍 기법을 넘어 경영 전반으로


애자일 프로세스를 추구하던 초창기 개발자들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선언(Manifesto for Agile Software Development)’이라는 원칙을 만들었다. 애자일의 정신이 잘 표현되어 있는 선언문의 요지는 프로세스 자체보다 팀원간 상호 작용, 문서보다 실행되는 소프트웨어, 계약과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 계획의 준수보다 변화에 민첩한 대응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애자일 프로세스는 계획의 완수가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작업 관리가 아닌 팀 리딩을 통해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에서는 일을 작게 쪼개고, 우선 순위를 가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며, 언제나 요구 사항 변화에 민감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여기서 애자일 프로세스는 프로그래밍 기법에만 해당하지 않는 넓고 큰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협력과 실행, 개방과 효율성은 스피드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면 언제나 강조하던 모토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면서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하자는 것은 개발자뿐만 아니라 경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목표다.


애자일 선언문의 공동저자인 짐 하이스미스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 대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더 빨리 움직이고 더 신속하게 변화하기”를 꼽는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이나 자포스와 같은 혁신 기업들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애자일 기법이 개발조직에서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의 CTO인 워너 보겔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언제든지 250개의 변수를 테스트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테스트하면서 학습한다’는 애자일 방식이 그대로 시스템화되어 있음을 밝힌다.


그는 또한 최근 기업들이 IT관점을 넘어 경영의 관점에서 애자일에 접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애자일의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고 이를 경영 전반으로 확대하는 데에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회사들이 적극적이다. 미국의 솔루션 회사 엑스텐시스(Extensis)나 소셜미디어 기업 비투닷컴(Be2.com)은 애자일 프로세스에 기반하여 엔지니어링 조직을 재구성했으며, 런치미트를 판매하는 기업 랜드오프로스트(Land O’Frost)는 시장 예측과 고객 개발에 애자일 관행을 결합시키고 있다. 이 외에도 리갈트렉(LegalTrek)이라는 법률회사는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애자일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코칭 기업들도 애자일 방식을 적용하여 코치를 주기적으로 코치하는 방식으로 코칭의 효과를 높이려 하고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사업 및 부동산 전문 기업 REA는 마케팅에 애자일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끈 바 있다. 매달 최대 10만 통의 이메일을 발송하는 REA는 발송에 앞서 몇 백 명의 수신자를 한 그룹으로 묶어 여러 내용을 테스트하는 작업을 먼저 실시한다. 제목, 이미지, 레이아웃, 내용 등을 다르게 만들고 그 응답률을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최적의 소통 방식을 찾아 조정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REA그룹 마케팅 책임자 나탈리 피한은 “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이 두 배나 증가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직원들은 애자일 프로세스의 핵심인 ‘반복(Iteration)’ 실행이라는 가치를 인식하게 되었고, 회사가 지속적인 반복 시도를 지원해줄 것을 신뢰하게 되었기에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업무에 임한다.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패션 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자라, H&M,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들 역시 애자일 방식을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사례다. 이들 기업은 패션쇼를 통해서 다음 시즌에 유행할 물량을 준비하는 전통적 방식과 거리가 멀다. 트렌드 예측에 초점을 맞추어 한번 정한 디자인은 생산하는 물량을 15% 이내로 줄이고 나머지 85%는 고객 반응에 따라 계속해서 디자인을 바꿔가며 생산한다.


‘애자일한’ 조직을 만들려면…


애자일 프로세스는 하나의 개발 방법론을 넘어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 사업과 조직을 운영하는 원칙 혹은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현실 상 제도나 경영 시스템 측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컨대 평가 시스템 하나만 봐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연간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연말에 달성 수준이라는 결과로 평가한다. 환경 변화에서 오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하려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의 모든 업무를 빈틈 없이 매뉴얼화하여 배분하는 것도 어렵지만, 협력과 지속적 반복을 통한 개선이라는 애자일 방식에 ‘역할의 선긋기’는 잘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영을 주창했던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가 말한대로 ‘중복과 여유’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풍토를 만들고 거기서 민첩한 변화 대응이 나올 수 있다.


‘애자일’이 추구하는 정신은 경영 대가들의 리더십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존 P. 코터는 ‘변화의 중심(The Heart of Change)’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직접 보고 느끼기(See-Feel-Change)’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서비스 기업 무사시노를 이끌고 있는 고야마 노보루는 “언젠가 하겠다는 사람은 결국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지금 바로 할 것인지, 아니면 평생 안 할 것인지 둘 중의 하나를 결정하라”고 충고한다.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 나은 것 같으면 주저 없이 실행에 옮기고, 아니라고 느껴지면 그때 가서 그만 두면 된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보다 당장 결정하고, 당장 잘못을 알아채고, 당장 변경하는 신속함과 민첩함을 지닌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중한 현자(賢者)보다 실행력 강한 용자(勇者)형 리더십이 ‘빠르게 행동하고, 빠르게 후회하며, 빠르게 배우는’ 애자일 문화를 만들어 내는데 더 적합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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