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바이오테크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약 산업을 중심으로)'
21세기 바이오 시대 도래 기대로 부풀었던 바이오 테크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아직도 지속되고 있지만 과거와 대비해 볼 때 혁신적 성과물이 등장하는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대와 희망 불러일으킨 바이오테크
바이오테크(Biotech, Bio-technology)는 단지 특정 기술 영역을 대표하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나 ‘줄기세포’ 등을 자동적으로 연상시키게 하면서 언젠가부터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일상 생활 속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1982년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인 인슐린이 출시되고, 이후 30여 년 동안 급격한 기술 혁신과 상품화 과정을 거치면서 바이오테크에 거는 기대는 점점 높아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는 ‘바이오테크 시대’로 칭하면서 바이오테크 시대에서는 모든 질병이 극복되고 환경 오염이 사라지며, 식량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이루어진 인간지놈프로젝트의 성공은 바이오테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비약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지노믹스·나노기술 등이 새로운 R&D 수단으로 주목받게 되었고, 동시에 전자·기계·정보기술과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Bioelectronics, BioMEMS, Bioinformatics 등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바이오테크는 의약 분야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유전자 조작 기술 등 새로운 R&D 플랫폼 기술을 제공했으며, 신규 질환 타깃을 발굴해 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 신물질 개발 한계 및 R&D 생산성의 급격한 감소로 위기 상황에 봉착한 기존 의약 시장에서 바이오테크는 신약 개발의 돌파구로 부상하였으며, 의약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암 등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 있어 ‘표적 치료(Targeted Therapy)’ 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하면서 기존 합성 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을 월등히 개선시켰다. 바이오 의약품은 인체 내에서 질병에 대항하여 생산되는 단백질로 질병에 대해 특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통적 신약개발 방식인 화학적 합성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비교적 덜 발생하는 장점이 부각되었다.
2000년대 들어 바이오 의약품의 세대 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시장이 대폭 확대되는 전기를 맞이하였다. 바이오 의약품은 인체 내 물질을 모방한 재조합 단백질 제품을 1세대, 단일클론항체 제품을 2세대로 구분하는데, 2세대 제품은 암, 관절염 등 1세대 제품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시장을 타깃으로 하여 시장이 확대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그 결과 2010년 12월 말 현재 미 FDA에서 승인된 바이오 의약품은 약 200여 개에 이르렀고 전체 의약 시장에서 바이오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에 육박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의 성과
의약 분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바이오 전문 기업들 또한 함께 성장해 왔다. 바이오테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99년과 이후 10년이 흐른 2009년의 시점에서 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확실히 외적 내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낸 것을 알 수 있다.
● 외형적 성장 달성
Nature Biotechnology에서 매년 발표하는 ‘Public Biotech’ 자료에 근거하여 살펴보면, 바이오 기업들의 전체 매출은 1999년 215억 달러에서 2009년 916억 달러로 무려 53%에 이르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순이익률 측면에서도 1999년 -18%에서 2009년 9%로 증가하여 내적으로도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림 1> 참조).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1999년 39%에서 2009년 24%로 줄어 R&D 투자 일변도의 벤처형 모델에서 어느 정도 탈피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좀더 면밀한 검토를 위해 대상을 상위 50개 기업으로 제한하여 10년 간 변화 추이를 살펴보았다.
● 의약품 일변도에서 탈피
우선 주력 분야를 보면 1999년과 2009년 모두 마찬가지로 의약품 제조 부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진단·장비 분야와 CRO, 의약품 원료·생체재료 등의 분야가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진단·장비 분야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99년에는 9개(Top 25 내 2개)에 불과했던 관련 기업 수가 2009년 12개로 증가했고, 그 중 9개가 Top 25 안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의약 분야에서의 신물질 발굴의 한계 등으로 진단장비 등 타 헬스케어 분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M&A를 통한 구조조정 및 양극화 심화
1999년 Top10 기업 중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Amgen, Elan, Biogen, Genzyme 등 4개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는데, Genentech, Alza, Chiron 등 리스트에서 사라진 기업들은 Roche, J&J 등 거대 제약 기업들에 인수되었거나 사기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Top50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무려 21개의 기업이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기업 등에 인수·합병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10년 동안 제약 등 연관 산업 영역에서 바이오테크 역량 확보를 위한 관심과 투자의 정도가 대단히 높았다는 점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자금 여력이 되는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전체 바이오산업의 역량과 자원이 집중되는 형태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매출 하위권 기업들의 경우 전체 바이오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별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가 5백만 달러 이하인 기업들의 비중이 1999년에는 전체의 39%였으나 2009년에는 전체의 46%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반면 5억 달러 이상의 매출 상위 기업들의 비중은 1999년 2%에서 2009년 5%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2> 참조). 의약품 연구개발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거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적대적 M&A 활동이 지속되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규모의 양극화는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의약 시장에 닥친 위기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던 바이오 의약 시장은 2000년대 후반 들어 성장률이 한 자리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3> 참조). 막힘 없이 질주할 것만 같던 바이오 의약 시장의 기세가 조금씩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볼 때 다수의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 만료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시장의 성장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Follow-on Biologics라고도 함) 제품이 다수 등장한 성장호르몬의 경우는 가격 하락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의 정황으로 볼 때 향후 2~3년 안에는 다수 바이오시밀러 제품 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장 둔화의 배경에는 단순히 특허 만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혁신적 시장/제품 창출의 한계, 가격 인하 압박, 안전성에 대한 감시 기준 강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혁신적 시장/제품 창출의 한계
바이오 의약품은 기존 합성 의약품으로는 해결되지 못했던,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가 높은 시장을 타깃으로 하여, 제품화에 성공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쉽게 점유해 나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초기의 바이오 의약품은 낭포성 섬유증이나 크론병, 비 호지킨성 림프종 등 환자수가 적은 희귀성 질병(Orphan Disease)의 치료제로 각광받았다. 이들은 소수의 환자군을 겨냥한 제품들이지만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DNA 조작 기술, 고도의 단백질 정제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술 우위에 따른 독점권이 강하고, 그만큼 고부가가치를 가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많은 바이오 의약품들이 오랜 기간 동안 경쟁 제품이 별로 없이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바이오 의약 R&D는 혁신적 신물질(New Biological Entities)을 개발하기보다는 Me-too Approach를 택하거나, 기존 제품에 약간의 적응증을 추가하여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모방의 방식을 택하는 등으로 개발의 양상이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경우 최근 5년 동안(‘06~’10) 승인된 바이오 의약품 중 19% 만이 혁신적 신물질로 허가를 받았고, 나머지 81%는 위에서 언급한 우회적인 개발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소수 블록버스터 제품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모습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미 다수의 경쟁 제품이 출시되었거나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한 일부 시장의 경우 성장 잠재력이 많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Rituxan, Herceptin, Enbrel 등 주요 블록버스터 제품들은 비슷한 적응증을 내세우는 경쟁 제품의 등장으로 매출 감소를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재조합 단백질이나 항체 의약품이 등장했을 때와 같은 제품 혁신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생산성 측면에서도 바이오 의약품이 합성 의약품에 비해 결코 우월하다고 할 수 없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PWC의 조사에 의하면 바이오 의약품의 평균 개발 기간은 97.7개월로, 합성 의약품의 90.3개월보다 오히려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평균 개발 비용에 있어서도 12억 달러(바이오)와 13억 달러(합성)로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없다. 단 개발 성공률에 있어서는 9.1% 대 6.7%로 바이오 의약품이 합성 의약품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해 볼 때 연구개발 생산성 차원에서 바이오테크가 기여한 성과를 찾기가 쉽지 않고, 신약의 등장 속도가 앞으로 점점 더 느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큰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가격 인하 압박 증대
합성 의약품에 비해 바이오 의약품이 누리던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높은 가격을 보장하는 것은 제품이 갖는 차별적 효능과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였으나, 이러한 고가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의료재정 위기는 약가 결정에 있어 보다 엄격한 감시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디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바이오 의약품의 높은 약가가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FDA의 승인 절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FDA는 약가를 결정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신제품을 허가하는 데 있어 그 제품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효용과 가치를 감안하므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비하여 충분한 임상적 효용이 없다고 판단되면 쉽게 허가를 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Roche의 Avastin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2010년 7월 FDA 항암제 자문위원회는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 결과 특별한 효용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vastin의 유방암 치료제로서의 용도를 철회할 것을 명령하였다.
● 점점 더 강화되는 안전성 규제
신약을 새롭게 출시하는 데 있어, 혹은 시장에서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데 있어 FDA 등 규제 기관의 장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쉽게 넘어가거나 회피하던 문제들에 대해 이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예를 들어 ‘Me-too 의약품’에 대해서는 좀더 엄밀한 심사를 하는 등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승인이 반려된 HGS의 Zalbin, Xenoport의 Horizant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잠정 승인(Accelerated Approval)의 경우에 있어서도 과거와 달리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려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혁신성을 지니거나 기존 제품과 조금이라도 차별적인 가치를 확보하지 않으면 시장에 발을 들여 놓기가 아예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성 근거 자료에 대한 요구 사항은 점점 더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Vioxx 사태 이후 허가 과정, 허가 이후에 대한 안전성 요구 기준은 대폭 늘어났다. 임상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결과물을 제시하는 데도 다양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항암제의 경우 기존에는 무진행 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이나 반응률(Response Rate) 정도의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 충분하였으나, 이제는 5년 생존율 등의 사후 데이터도 중요한 자료로 요구하고 있다. ‘비용-효과성’의 입증에 대한 강한 압박도 바이오 제약 기업들에게는 어려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신약을 허가에 있어 이제는 FDA와 CMS(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가 동시에 자료를 검토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비용-효과성 연구에 대한 지원 또한 지속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단기간 내 획기적 전기 마련은 어려울 듯
신제품 개발 한계와 외부 환경 변화 등 시장 성장의 저해 요인들로 인해, 향후 바이오 의약 시장은 과거 예상했던 만큼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꾸준히 기대를 모아 왔던 줄기세포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몇몇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임상에서의 거듭된 실패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제품화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품군의 경우 윤리 문제 등 시장의 수용도를 극복해야 하는 요소도 존재하고 있어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쉽게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와 같이 항체 의약품이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항체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의 성장은 바이오시밀러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외에 백신 분야의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종플루나 구제역 등 감염성 질환의 발생이 증대되면서 백신의 공급 부족이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암 치료용 백신 등이 FDA의 허가를 통과하면서 질환 치료용 백신 제품 개발이 유망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수 년 내 바이오 의약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은 별로 기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시장의 시각도 어느 정도 성숙하여 이제는 맹목적인 기대와 허상만으로 바이오테크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치성 질환의 치료 수요 증대 등으로 의해 새로운 바이오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바이오 의약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를 실질적으로 충족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단기 및 장기적 전망을 모두 고려하여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설정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같이 단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고민한다면 미충족 의료 수요를 실제로 해결해 줄 수 있는 혁신적 Approach 및 신물질 탐색 연구 또한 꾸준히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
기대와 희망 불러일으킨 바이오테크
바이오테크(Biotech, Bio-technology)는 단지 특정 기술 영역을 대표하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나 ‘줄기세포’ 등을 자동적으로 연상시키게 하면서 언젠가부터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일상 생활 속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1982년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인 인슐린이 출시되고, 이후 30여 년 동안 급격한 기술 혁신과 상품화 과정을 거치면서 바이오테크에 거는 기대는 점점 높아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는 ‘바이오테크 시대’로 칭하면서 바이오테크 시대에서는 모든 질병이 극복되고 환경 오염이 사라지며, 식량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이루어진 인간지놈프로젝트의 성공은 바이오테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비약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지노믹스·나노기술 등이 새로운 R&D 수단으로 주목받게 되었고, 동시에 전자·기계·정보기술과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Bioelectronics, BioMEMS, Bioinformatics 등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바이오테크는 의약 분야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유전자 조작 기술 등 새로운 R&D 플랫폼 기술을 제공했으며, 신규 질환 타깃을 발굴해 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 신물질 개발 한계 및 R&D 생산성의 급격한 감소로 위기 상황에 봉착한 기존 의약 시장에서 바이오테크는 신약 개발의 돌파구로 부상하였으며, 의약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암 등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 있어 ‘표적 치료(Targeted Therapy)’ 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하면서 기존 합성 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을 월등히 개선시켰다. 바이오 의약품은 인체 내에서 질병에 대항하여 생산되는 단백질로 질병에 대해 특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통적 신약개발 방식인 화학적 합성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비교적 덜 발생하는 장점이 부각되었다.
2000년대 들어 바이오 의약품의 세대 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시장이 대폭 확대되는 전기를 맞이하였다. 바이오 의약품은 인체 내 물질을 모방한 재조합 단백질 제품을 1세대, 단일클론항체 제품을 2세대로 구분하는데, 2세대 제품은 암, 관절염 등 1세대 제품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시장을 타깃으로 하여 시장이 확대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그 결과 2010년 12월 말 현재 미 FDA에서 승인된 바이오 의약품은 약 200여 개에 이르렀고 전체 의약 시장에서 바이오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에 육박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의 성과
의약 분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바이오 전문 기업들 또한 함께 성장해 왔다. 바이오테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99년과 이후 10년이 흐른 2009년의 시점에서 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확실히 외적 내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낸 것을 알 수 있다.
● 외형적 성장 달성
Nature Biotechnology에서 매년 발표하는 ‘Public Biotech’ 자료에 근거하여 살펴보면, 바이오 기업들의 전체 매출은 1999년 215억 달러에서 2009년 916억 달러로 무려 53%에 이르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순이익률 측면에서도 1999년 -18%에서 2009년 9%로 증가하여 내적으로도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림 1> 참조).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1999년 39%에서 2009년 24%로 줄어 R&D 투자 일변도의 벤처형 모델에서 어느 정도 탈피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좀더 면밀한 검토를 위해 대상을 상위 50개 기업으로 제한하여 10년 간 변화 추이를 살펴보았다.
● 의약품 일변도에서 탈피
우선 주력 분야를 보면 1999년과 2009년 모두 마찬가지로 의약품 제조 부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진단·장비 분야와 CRO, 의약품 원료·생체재료 등의 분야가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진단·장비 분야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99년에는 9개(Top 25 내 2개)에 불과했던 관련 기업 수가 2009년 12개로 증가했고, 그 중 9개가 Top 25 안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의약 분야에서의 신물질 발굴의 한계 등으로 진단장비 등 타 헬스케어 분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M&A를 통한 구조조정 및 양극화 심화
1999년 Top10 기업 중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Amgen, Elan, Biogen, Genzyme 등 4개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는데, Genentech, Alza, Chiron 등 리스트에서 사라진 기업들은 Roche, J&J 등 거대 제약 기업들에 인수되었거나 사기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Top50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무려 21개의 기업이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기업 등에 인수·합병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10년 동안 제약 등 연관 산업 영역에서 바이오테크 역량 확보를 위한 관심과 투자의 정도가 대단히 높았다는 점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자금 여력이 되는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전체 바이오산업의 역량과 자원이 집중되는 형태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매출 하위권 기업들의 경우 전체 바이오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별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가 5백만 달러 이하인 기업들의 비중이 1999년에는 전체의 39%였으나 2009년에는 전체의 46%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반면 5억 달러 이상의 매출 상위 기업들의 비중은 1999년 2%에서 2009년 5%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2> 참조). 의약품 연구개발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거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적대적 M&A 활동이 지속되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규모의 양극화는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의약 시장에 닥친 위기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던 바이오 의약 시장은 2000년대 후반 들어 성장률이 한 자리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3> 참조). 막힘 없이 질주할 것만 같던 바이오 의약 시장의 기세가 조금씩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볼 때 다수의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 만료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시장의 성장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Follow-on Biologics라고도 함) 제품이 다수 등장한 성장호르몬의 경우는 가격 하락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의 정황으로 볼 때 향후 2~3년 안에는 다수 바이오시밀러 제품 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장 둔화의 배경에는 단순히 특허 만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혁신적 시장/제품 창출의 한계, 가격 인하 압박, 안전성에 대한 감시 기준 강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혁신적 시장/제품 창출의 한계
바이오 의약품은 기존 합성 의약품으로는 해결되지 못했던,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가 높은 시장을 타깃으로 하여, 제품화에 성공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쉽게 점유해 나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초기의 바이오 의약품은 낭포성 섬유증이나 크론병, 비 호지킨성 림프종 등 환자수가 적은 희귀성 질병(Orphan Disease)의 치료제로 각광받았다. 이들은 소수의 환자군을 겨냥한 제품들이지만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DNA 조작 기술, 고도의 단백질 정제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술 우위에 따른 독점권이 강하고, 그만큼 고부가가치를 가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많은 바이오 의약품들이 오랜 기간 동안 경쟁 제품이 별로 없이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바이오 의약 R&D는 혁신적 신물질(New Biological Entities)을 개발하기보다는 Me-too Approach를 택하거나, 기존 제품에 약간의 적응증을 추가하여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모방의 방식을 택하는 등으로 개발의 양상이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경우 최근 5년 동안(‘06~’10) 승인된 바이오 의약품 중 19% 만이 혁신적 신물질로 허가를 받았고, 나머지 81%는 위에서 언급한 우회적인 개발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소수 블록버스터 제품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모습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미 다수의 경쟁 제품이 출시되었거나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한 일부 시장의 경우 성장 잠재력이 많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Rituxan, Herceptin, Enbrel 등 주요 블록버스터 제품들은 비슷한 적응증을 내세우는 경쟁 제품의 등장으로 매출 감소를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재조합 단백질이나 항체 의약품이 등장했을 때와 같은 제품 혁신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생산성 측면에서도 바이오 의약품이 합성 의약품에 비해 결코 우월하다고 할 수 없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PWC의 조사에 의하면 바이오 의약품의 평균 개발 기간은 97.7개월로, 합성 의약품의 90.3개월보다 오히려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평균 개발 비용에 있어서도 12억 달러(바이오)와 13억 달러(합성)로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없다. 단 개발 성공률에 있어서는 9.1% 대 6.7%로 바이오 의약품이 합성 의약품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해 볼 때 연구개발 생산성 차원에서 바이오테크가 기여한 성과를 찾기가 쉽지 않고, 신약의 등장 속도가 앞으로 점점 더 느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큰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가격 인하 압박 증대
합성 의약품에 비해 바이오 의약품이 누리던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높은 가격을 보장하는 것은 제품이 갖는 차별적 효능과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였으나, 이러한 고가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의료재정 위기는 약가 결정에 있어 보다 엄격한 감시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디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바이오 의약품의 높은 약가가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FDA의 승인 절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FDA는 약가를 결정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신제품을 허가하는 데 있어 그 제품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효용과 가치를 감안하므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비하여 충분한 임상적 효용이 없다고 판단되면 쉽게 허가를 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Roche의 Avastin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2010년 7월 FDA 항암제 자문위원회는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 결과 특별한 효용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vastin의 유방암 치료제로서의 용도를 철회할 것을 명령하였다.
● 점점 더 강화되는 안전성 규제
신약을 새롭게 출시하는 데 있어, 혹은 시장에서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데 있어 FDA 등 규제 기관의 장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쉽게 넘어가거나 회피하던 문제들에 대해 이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예를 들어 ‘Me-too 의약품’에 대해서는 좀더 엄밀한 심사를 하는 등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승인이 반려된 HGS의 Zalbin, Xenoport의 Horizant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잠정 승인(Accelerated Approval)의 경우에 있어서도 과거와 달리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려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혁신성을 지니거나 기존 제품과 조금이라도 차별적인 가치를 확보하지 않으면 시장에 발을 들여 놓기가 아예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성 근거 자료에 대한 요구 사항은 점점 더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Vioxx 사태 이후 허가 과정, 허가 이후에 대한 안전성 요구 기준은 대폭 늘어났다. 임상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결과물을 제시하는 데도 다양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항암제의 경우 기존에는 무진행 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이나 반응률(Response Rate) 정도의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 충분하였으나, 이제는 5년 생존율 등의 사후 데이터도 중요한 자료로 요구하고 있다. ‘비용-효과성’의 입증에 대한 강한 압박도 바이오 제약 기업들에게는 어려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신약을 허가에 있어 이제는 FDA와 CMS(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가 동시에 자료를 검토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비용-효과성 연구에 대한 지원 또한 지속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단기간 내 획기적 전기 마련은 어려울 듯
신제품 개발 한계와 외부 환경 변화 등 시장 성장의 저해 요인들로 인해, 향후 바이오 의약 시장은 과거 예상했던 만큼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꾸준히 기대를 모아 왔던 줄기세포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몇몇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임상에서의 거듭된 실패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제품화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품군의 경우 윤리 문제 등 시장의 수용도를 극복해야 하는 요소도 존재하고 있어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쉽게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와 같이 항체 의약품이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항체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의 성장은 바이오시밀러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외에 백신 분야의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종플루나 구제역 등 감염성 질환의 발생이 증대되면서 백신의 공급 부족이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암 치료용 백신 등이 FDA의 허가를 통과하면서 질환 치료용 백신 제품 개발이 유망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수 년 내 바이오 의약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은 별로 기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시장의 시각도 어느 정도 성숙하여 이제는 맹목적인 기대와 허상만으로 바이오테크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치성 질환의 치료 수요 증대 등으로 의해 새로운 바이오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바이오 의약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를 실질적으로 충족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단기 및 장기적 전망을 모두 고려하여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설정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같이 단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고민한다면 미충족 의료 수요를 실제로 해결해 줄 수 있는 혁신적 Approach 및 신물질 탐색 연구 또한 꾸준히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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