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월마트 효과, 북미 평판 TV시장 판도 바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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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미국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통신과 같은 첨단기술이 성장을 주도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경제지표들은 이 시기의 성장이 주로도소매업과 같은 전통 산업의 생산성 증가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IT 붐과 같은 모멘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소매업에서 폭발적 생산성 향상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나온 것이 월마트 효과다. 월마트는 전자문서교환(EDI : Electronic Data Interchange)의 도입, 그리고 물류 및 구매에서 규모의 경제효과를 거두면서 경쟁사 대비 40%나 향상된 생산성을 기반으로 저가 정책(EverydayLow Prices)를 실현하였다.
그 결과 월마트는 1987년 단지 9%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을 1995년에는 27%로 세 배나 끌어올리며 도소매업의 생산성 향상을 주도하였다. 이러한 월마트의 혁신에 자극 받은 다른 경쟁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월마트의 혁신기법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시어즈(Sears), 타겟(Target)과 같은 대형 경쟁 업체들뿐만 아니라 Family Dollar, Meijer, TuesdayMorning 등과 같은 중·소형 업체들도 월마트의 혁신 기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이들 역시 1995~99년 중 생산성이 28%나 증가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월마트 효과(Wal-Mart Effect)이다. 월마트의 경영 혁신이 다른 경쟁 업체들에게 전파되면서 도·소매업 전체의 생산성 증가가 이루어졌고, 이것이 미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다.
이렇듯 진출만 했다 하면 해당 사업의 유통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온 월마트가 지금 전자 유통 산업, 그 중에서도 평판 TV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월마트가 평판 TV를 주목하는 이유
1990년대 후반 급속한 성장을 보이며 세계최고의 기업이 된 월마트도 2000년에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고민에 빠져 있다. 경쟁사들이 월마트의 경영 기업을 받아들이면서 사업 모델의 차별성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 시골에 위치하여 물류 및 토지 건물 비용이 저렴한 것이 경쟁우위였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도시 지역에 진입하면서 이러한 비용 우위도 약해지고 있다. 노동자 착취 문제, 환경 문제 등 월마트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본격화 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스탭들을 채용하면서 고정비(overheadcost)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06년14.8%였던 매출액 대비 본사 고정비 비율이 올해는 벌써 18.6%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주가와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월마트가 상황을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점포를 개설해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 점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점포를 개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더 이상 시골 지역에는 추가적으로 점포를 개설하기 어려울 정도로 월마트 점포가 이미 포화상태이고, 도시지역은 점포 개설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추가적인 점포개설이 오히려 기존 점포의 매출을 상쇄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그림> 참조).
고객을 잡아두는 대표 상품, 평판 TV
그렇다면, 다른 하나의 방법은 기존 점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좀 더 소득이 높은 소비자들이 월마트에 와서 좀 더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월마트의 조사에 따르면 고소득의 소비자들도 월마트를 찾지만 그들은 주로 음식과 생활용품 정도만을 쇼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월마트에 들른 고객들이 좀 더 많은 시간을 머물면서 고급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하는 고민끝에 그들이 주목한 세 가지 상품이 의류, 가구, 그리고 전자 기기, 특히 평판 TV 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세 가지제품 중 가장 먼저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평판 TV를 중심으로 한 전자기기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류와 가구, 그리고 전자제품이 모두제품 구매에 있어 시간을 요구하고 흡입력 있는 브랜드들이 있지만, 평판 TV는 미국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와 가구가 교체 수요 중심이라면 평판 TV는 신규 수요를 중심으로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구당 TV보유대수(1가구 당 3대 수준)를 보이고 있고 스포츠 시청 등으로 일평균 TV 시청 시간에 있어서도 최고 수준이다. 샘 월튼의짠돌이 정신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진CEO 스콧(Scott)도 다른 부문은 몰라도 의류, 가구, 전자 전시장에 대해서는 1,800개 점포에 대해 대대적인 투자를 허용했다. 소비자들이 드나드는 복도를 넓히고 카펫 대신에 나무 느낌이 나도록 바닥도 개선했다.
신생 브랜드의 탄력+ 대만 ODM의 기술력 +월마트의 인지도
월마트가 특정 제품군을 월마트의 주력 사업으로 지정하면 그 사업의 유통 지도는 커다란 변화를 겪곤 했다. 월마트가 장난감 사업에 뛰어들자 FAO Schwartz나 KB Toys가 파산했고, 식의료품에 뛰어 들자 지역 슈퍼마켓들이 대부분 파산했다. 월마트가 뛰어 들면 업계의 게임룰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다. 월마트가 식료품 사업에 뛰어들었던 5년 전, 대표적인 식료품 체인이었던Kroger와 월마트를 비교하면 Kroger가 평균 20~25% 정도 가격이 비쌌다고 한다. 월마트와 경쟁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고 물류를 합리화하고 신기술에 투자를 하면서Kroger는 최근 월마트와의 격차를 7.5% 수준까지 줄였다고 한다.
대표적인 전자 제품 유통점인 BestBuy나 Circuit City의 사업모델을 보아도월마트가 치고들어 갈 구석은 많다. 우선30% 이상이나 되는 이들 업체의 유통 마진율이 월마트 입장에선 저가로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로 보인다. 브랜드 업체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제품 회전율 보다는 높은 유통 마진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BestBuy나 Circuit City의 사업모델과 차별화함으로써 월마트는 유통 마진율은 20% 이하로 대폭 낮추되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확보하는 모델로 전자 유통 부문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 전문 유통업체의 경우 회전율이 떨어져도 제품 가격을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작은 인치부터 큰 인치까지 다양한 인치의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특정 인치나 특정 제품의 가격을 깎으면 특정제품으로 수요가 몰려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10인치부터 50인치 이상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 변화를 생각하며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또한, 브랜드 업체 중심으로 제품이 배열되어 있어 제조 업체와 사전 합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리다.
반면, 신생 브랜드 위주로 사업을 운영하는 월마트와 같은 매스 머천트(MassMerchant)들은 풀라인업이 아닌, 시장에서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특정 인치 중심으로 제품을 라인업 한다. 그리고, 가격 조정이 훨씬 빠르게 이루어진다. 해당 제품의 회전율이 떨어지면 제조업체와의 합의 없이 가격을 떨어뜨려 회전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제 막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은 업체 입장에서는 많이 팔아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할 뿐 아니라, 제품을 팔지 못해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이 늘어날 경우 이를 담당할 재무적 역량도 약해 월마트와 같은 매스 머천트의 이러한 가격 정책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신생 TV 브랜드들이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곳에서 전혀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TV 업체 역시 특정 유통채널만을 상대로 좁은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어 브랜드 TV 메이커들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공급망 관리(SCM) 및 오버헤드 비용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생산을 대만 ODM에 아웃소싱 하고 있어 몸이 가볍다. 마케팅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게 지불하고 있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한 것이다.
월마트의 샘즈 클럽, 코스트코와 같은매스 머천트로 대표되는 할인점들은 Vizio와 같은 신생 브랜드, 이들에게 제품을 생산해주는 대만 ODM의 생산 및 디자인 경쟁력을 자신들의 과학적 유통망과 결합하여Best Buy와 같은 전자전문 유통업체가 줄 수 없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가격의 워런티(Warranty)
월마트가 Best Buy와 같은 전자전문유통점을 치고 들어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은 바로 상대적으로 거품이 많이 낀 전자제품에 대한 워런티 부분이다. Best Buy와Circuit City가 구체적으로 수치를 밝히지 않지만 이들의 진정한 수익 엔진은 워런티라고 한다. 실제로 Best Buy의 경우 영업이익의 1/3이 워런티에서 나오고, CircuitCity도 대부분의 영업이익이 워런티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바로 이 부분을 월마트가 주목하고 있다. 2005년 말 기준으로 월마트는 Best Buy나 Circuit City의 50% 수준에서 동일한 기간의 워런티를 제공했다고 한다. 월마트가 낮은 워런티를 제공하는 것을 알면서도 Best Buy나 Circuit City가 쉽게 워런티를 낮출 수 없는 것은 워런티 매출이1%만 떨어져도 Best Buy의 경우 영업이익의 8%가 떨어지고, Circuit City의 경우29%가 떨어질 만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월마트가 제공하는 워런티는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워런티가 끝나는 시점부터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Best Buy와 Circuit City의 경우 워런티 시작 시점이 제품 구입시점부터 적용되어 제품 제조자의 워런티와 겹쳐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줄 수 없다. 반면 월마트의 워런티는 제조자의 워런티가 끝나는 시점부터 적용되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월마트의 이런 워런티 정책은 신생 브랜드 비중이 높은 월마트의 평판 TV 사업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격은 싸지만 신생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소비자에게 제조자의 워런티에 더해 월마트 등 거대 매스 머천터들이 추가적으로 직접 품질을 보증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전자 전문점 보다훨씬 더 싼 가격에 훨씬 더 긴 기간에 대한 워런티를 보장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신뢰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월마트 효과 이미 나타나고 있어
월마트가 평판 TV를 중심으로 한 전자부문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이미 전자 부문 유통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Circuit City는 2007년 2월 70여 개의 점포폐쇄를 발표한 데 이어, 3월말3,400명의 노동자에 대한 해고 및 캐나다 800여 개 점포의 폐쇄계획을 담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고급 전자 제품 유통점인Tweeter Home Entertainment는 153개의 점포 중 49개의 점포를 폐쇄하고 650명의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CompUSA도 229개의 점포중 126개의 점포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자 전문 유통업계의 맏형 격인 Best Buy도 2006년 11월말에 발표된 3분기(회계연도) 실적에서 전체적으로는 작년 동기에 비해 순익이 8.7% 성장했지만 전자 부문은 이익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의 샘즈 클럽, 코스트코가 평판TV 부문의 가격 하락을 주도하면서 이에 맞추어 가격 하락을 단행한 전자 유통 업계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월마트를 벤치마킹하며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자 제품 유통의 대표 주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백색 가전 등으로 분야를 확장한 Best Buy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체가 큰 폭의 실적 악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TV 시장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
월마트를 비롯한 매스 머천트의 TV 부문강화는 북미 TV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공산이 크다. 월마트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전자 유통점들도 권토중래하며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월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시켜 나타날 것이다. 제 2의 Best Buy가 될 것이냐, 아니면 제 2의 월마트가 될 것인지를 판가름할 것이다.
월마트 효과로 인한 양극화의 진전은 단순히 TV 유통 업계의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평판TV 업계 전체의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Best Buy의 높은 마진율을 감내하고서라도 프리미엄 프라이싱이 가능한 고급 TV업체와 매스 머천트의 저가격 정책에서도살아남을 수 있는 원가경쟁력과 효율적 사업모델을 구비한 업체만이 미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평판 TV시장이 본격화 된 작년부터 우리는 다시 한번 소니의 브랜드력을 확인하고 있다. 전체 TV 시장 점유율에서는 1위를 놓치고 있지만 PDP TV 가 없어 50인치 이상 대형시장에서 프로젝션 TV 만으로 견뎌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선전이다. 동일 인치의 TV에서 고급품의 판매 비중을 살펴 보면 소니의 위력은 더욱 대단하다.
동일 인치 대에서 100~1,000 달러 까지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상당한 판매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를 제외하면 오히려 Vizio 같은 신생 브랜드들이 올해에도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유통 업체 마진과 본사 고정비 및 재고 부담을 떠안고 있는 브랜드 업체가 아무리 노력해도 1~2년 후에나 제시할 수 있는 가격으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의 마음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브랜드 TV를 사겠다면 아예 소니와 같은 아이콘 브랜드의 TV를 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월마트나 코스트코에서 신생 브랜드의 대형 TV를 2년 후에나 살 수 있는 가격에 미리 구입하겠다는 마음이다.
사업모델의 지향점을 명확히 해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모델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그에 맞추어 나의 가치사슬을 재점검해야 할 시기이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어떤 채널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브랜드 및 마케팅 역량이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제조 및 디자인 경쟁력만 확실하다면 오히려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미국 시장에서열리고 있다. 제조와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판매와 재고 관리 등은 월마트와 같은 매스 머천트의 노하우와 역량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전 채널을 아우르기 보다는 한 두 개의 핵심채널에서 인정 받으면서 외연을 넓혀갈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다. 기존 TV 제조 메이커들이 강력한 자체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유럽 보다는 오히려 넓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상당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대형 유통이 한국 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도 있을 것이다...김창현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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