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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자동차를 레고 블럭식으로’, 폭스바겐 제조의 새 지평 열까?"

폭스바겐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화를 넘어 자동차의 ‘레고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그먼트간 상호침식 가능성, 대규모 리콜 발생 리스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지켜봐야겠지만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다품종 시대를 맞아 제조기업의 변화 방향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제조분야의 변화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 모듈화를 들 수 있다. 프랑스의 플랜트 기업인 플루어는 모듈식 플랜트 건설을 통해 원가/납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으며 구글은 모토로라를 통해 핸드폰을 레고블럭식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독일의 폭스바겐이 ‘모듈러 툴킷 전략(modular toolkit strategy)’을 통해 자동차를 레고블럭식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듈화를 넘어 모듈화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는 폭스바겐 모듈러 툴킷 전략을 통해 최근 모듈화의 동향과 시사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한다. 
  
폭스바겐의 모듈러 툴킷 전략 

폭스바겐의 CEO 빈테르콘(Martin Winterkorn)은 2007년에 향후 10년 내 토요타를 따라잡고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될 것을 공언하고 ‘전략2018’을 제시한 바 있다. 폭스바겐의 ‘전략2018’은 자동차 1,000만 대 판매, 세전이익율 8% 달성, 2015년까지 신모델 36개 출시,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에서의 보다 적극적인 지역전략 추진 등을 담고 있다. 모듈러 툴킷 전략은 ‘전략2018’의 핵심전략 중 하나로 자동차를 핵심모듈들의 조합을 통해 제조하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이와 관련하여 2007년부터 약 700억 달러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경에는 연간 약 190억 달러 수준의 원가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성공할 경우 투자 대비 효율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 자체가 변할 수 있어 자동차 산업의 Player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 모듈화를 넘어 레고화를 추진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은 원가나 제조상의 경쟁력,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듈화, 나아가 플랫폼화를 이미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 플랫폼 전략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동차 기업들의 핵심적인 활동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모듈러 툴킷 전략 역시 기술적으로 볼 때, 기존 모듈화/플랫폼화와 유사하나 완제품과 소재/부품간 관계에 있어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기존의 모듈화/플랫폼화는 특정 차종을 기획한 후 이를 구현하기 위한 부품을 펼쳐 놓고 표준화/공용화/통합화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반면 모듈러 툴킷 전략은 모듈을 먼저 기획한 후 모듈들의 조합(Plug & Play)을 통해 제품을 구현한다. 그 결과 기존 모듈화/플랫폼 개념 하에서 제안된 모듈들보다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커지게 되는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폭스바겐의 모듈러 툴킷 전략은 ‘메가 플랫폼 전략’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가장 핵심적인 모듈군인 MQB(modularer querbaukasten:가로엔진용 모듈 툴킷)의 이름을 인용해서 'MQB전략'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 4개 모듈군을 통해 전체 차종을 커버 

폭스바겐이 지향하는 자동차의 구조는 기존 자동차의 플랫폼과 상이하다. 일반적인 자동차 플랫폼 전략에서는 자동차의 섀시(자동차 아랫 부분)를 공통으로 정의한 후 외관이나 내장을 다양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더불어 제품별 차별화를 꾀한다. 폭스바겐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앞차축(front axle), 엔진위치, 페달박스(Pedal box)를 표준화하는 반면 차체의 길이/폭, 내장 등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자동차 플랫폼에서 핵심으로 간주되던 표준섀시(standard chassis)가 없으며 차량의 길이가 상이한 차종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MQB플랫폼은 배터리, 인버터 장착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차종이 다르더라도 디젤, 가솔린,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엔진을 Plug & Play식으로 장착할 수 있다. 금년 9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은 전기차 ‘e-Golf’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아우디 ‘A3 e-tron’을 공개한 바 있는데, 모두 7세대 골프(Golf)에 채용한 MQB플랫폼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4가지 모듈군(modular toolkit)을 통해 전체 영역을 커버하고 파생차종까지 제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제시하는 4가지 모듈군은 소형차를 위한 NSF(new small family), 가로배치 엔진 차량들을 위한 MQB(modular transverse matrix), 세로배치 엔진 차량들을 위한 MLB(modular longitudinal toolkit), 대형 및 고급차종을 위한 MSB(modular standard toolkit)으로 구분된다. 이중 MLB군은 아우디에 적용되어 이미 양산 중이며 가장 물량이 많아 기대를 모으고 있는 MQB모듈군은 최근 출시된 7세대 골프(Golf)부터 채용되어 폴로(Polo), 파사트(Passat), 스코다(Skoda)의 파비아(Fabia), 아우디 A1, A3 등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은 제조원가를 약 20% 줄이고, 제품개발기간 역시 약 30% 정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폭스바겐과 유사하게 기존 플랫폼의 범위를 뛰어 넘는 메가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닛산 자동차는 CMF(common module family)라는 차체를 기반으로 차종간 경계를 넘는 모듈화를 진행 중이며, 제조에 있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토요타 역시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새로운 메가 플랫폼 전략을 통해 기존 TPS모델에서 노출되고 있는 제조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모듈러 툴킷 전략의 전략적 의미 

폭스바겐은 1990년대 초부터 공용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는 등 모듈화/플랫폼화와 관련하여 많은 노하우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 아우디의 성공, 중국시장에서의 성과가 결합되면서 유럽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과(2012년 매출 1,930억 유로, 영업이익 152억 유로)를 창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이 새로운 메가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 다품종 시대를 맞는 멀티 브랜드 기업의 복잡성 관리 

가장 기본적인 배경으로는 멀티 브랜드 기업의 경우 기술 솔루션이 병렬적으로 확장될 경우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동차 기술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이행하고 있어 자동차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플랫폼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차종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들은 매우 광범위한 변화의 압력에 노출되게 된다. 폭스바겐은 2013년 현재 폭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벤틀리, 포르쉐 등 11개의 자동차 브랜드와 280여 개의 차종을 운영하고 있는데, 브랜드간 차별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술 솔루션을 다양화하기란 보통 일이 아닐 수 없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고 동시에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자동차의 레고화’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엔진위치/인터페이스 표준화, 다양한 엔진을 감안한 차체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TSI 가솔린, TDI 디젤, 하이브리드, BEV, CNG, 에탄올, LPG엔진들이 MQB플랫폼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호환된다는 점을 메가 플랫폼 전략의 핵심적인 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자동차 구조 측면에서 표준부의 범위를 좁게 정의해 레고식 조합을 통한 다양한 변형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브랜드간, 세그먼트간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메가 플랫폼 전략은 다양한 기술 솔루션(가솔린, 디젤, 가스, 하이브리드, 전기차)과 상이한 브랜드(11개 브랜드, 280개 차종)간 차별성의 최적화라는 고차원 방정식을 ‘레고블럭의 조합’이라는 매우 단순한 문제로 재정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단순성은 기업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경영이 복잡해질 경우 경영활동이 고객에 대한 통찰보다는 조직 내부의 복잡성을 관리하는데 많이 할애되고 경영진과 현장조직간 괴리가 커지거나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산업진화의 불확실성에 대한 유연성 확보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이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에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이외에 에너지 가격, 전기차 관련 인프라, 소비자들의 수용성 등 많은 변수들이 있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적극적인 토요타의 우치야마다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시장이 본격으로 형성될 때까지 순수전기차 출시를 미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셰일가스(shale gas), 배터리 가격의 변동, 연료전지 기술/인프라의 발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차세대 자동차 산업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이브리드/전기차 산업의 미래에는 아직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메가 플랫폼 전략의 흥미로운 점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요구되는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과 관련하여 토요타나 GM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MQB플랫폼은 다양한 엔진과 높은 호환성을 가지고 있어 엔진의 대세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레고식 조합에 기반하고 있어 차종 개발기간이 짧고 적용되는 차종이 넓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단기간에 전면적인 제품 라인업이 용이하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가 기존 예상보다 지연되거나 자동차 산업의 진화방향이 다른 방향으로 굴절, 또는 중첩되는 방식으로 진화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볼 때 폭스바겐은 메가 플랫폼 전략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커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 좁은 시장에 Volume Zone의 원가구조로 진입 

한편 폭스바겐의 메가 플랫폼 전략은 산업 진화의 초기단계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이 출시하고자 하는 하이브리드, 전기, 가스 자동차들은 가솔린, 디젤 등 기존 차종들과 다수의 모듈들을 공유하게 될 예정이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경우 폭스바겐의 차세대 자동차에 채용되는 모듈들은 기존 자동차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연구개발/감가상각비와 같은 간접비를 충분히 분산시킬 수 있다. 그 결과 경우에 따라서는 전용 플랫폼에 기반한 다른 자동차 기업들의 차세대 자동차에 비해 폭스바겐이 출시가 늦더라도 오히려 원가경쟁력은 더 앞서게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의 경쟁력 강화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의 경쟁력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폭스바겐의 고성장에는 중국시장의 고성과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시장의 고전은 폭스바겐 Global 1위 달성의 큰 과제로 남아 있는데 품질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J.D파워 자동차 부문 부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이 품질력에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2012년 컨슈머 리포트의 자동차 신뢰성/주행성 평가에서 폭스바겐은 13개 업체 중 9위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생산지와 현지 생산지간 생산성 차이에 고민을 안고 있다. 현지 생산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상정할 수 있으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현지문화와 국내문화간의 차이, 그리고 제조 경험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주로 속인적인 성격이 강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현지 법인의 제조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다년간에 걸친 현지 제조 경험 축적이나 현지 자회사 직원들에 대한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모듈화는 현지직원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본국에서의 뛰어난 소수의 기획자/엔지니어, 글로벌 차원에서의 우수한 Vendor를 통해 해결하는 효과가 있어 현지에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속인성을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혼류생산을 촉진시켜 라인당 비용 절감, 생산지간 물량이전 등을 보다 용이하게 해 줄 수 있다. 폭스바겐은 여기에 착안하여 메가 플랫폼 전략을 제조 프로세스까지 확장시키고 있는데, 레고식 제조와 연계해 제조공정과 장비의 표준화, 표준화된 공장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폭스바겐의 MQB전략은 제품설계를 넘어 글로벌 생산기지간 조정과 통합을 통한 경쟁우위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 
  
모듈러 툴킷 전략의 관전 포인트 

모듈러 툴킷 전략에 대한 시장의 최근 평가는 다소 중립적이다. 큰 기대를 모았던 MQB플랫폼을 통한 7세대 골프(Golf)의 양산이 금년에 진행되고 있으나 폭스바겐의 재무실적이 전년 대비 일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침체, 모듈러 툴킷 전략을 위한 과도한 투자, 기존 플랫폼과 MQB플랫폼의 일시적인 병존이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모듈러 툴킷 전략은 몇 가지 난제를 안고 있어 여기에 대한 대응력이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세그먼트간 상호침식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난제로는 공통모듈의 정의가 과연 이상적으로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여러 플랫폼의 최소공배수와 최대공약수가 이상적으로 도출되지 않을 경우 공통 모듈은 어느 세그먼트에서도 원가나 성능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폭스바겐의 폴로(Polo)와 파사트(Passat)는 판매가격에서 3배 가까운 차이가 있을 정도로 목표고객, 요구성능이 상이하지만 MQB플랫폼에서는 주요 부품들이 공용화되면서 폴로에 과도한 성능의 부품이 채용되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폭스바겐의 일부 경영진은 MQB전략이 아직까지는 원가절감보다는 ‘고급 자동차용 부품의 민주화’에 가깝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또한 BMW는 전기자동차 i3을 통해 알루미늄 합금과 CFRP(탄소섬유강화 복합수지)를 활용한 혁신적인 차세대 플랫폼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폭스바겐은 다양한 차종을 커버하기 위해 강판 프레임이라는 다소 보수적인 솔루션에 기반한 MQB플랫폼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현상을 볼 때, 메가 플랫폼 전략은 공통모듈을 잘못 정의할 경우 세그먼트별 최적화를 저해하거나 상호침식(cannibalization)에 이를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레고식 제조’의 전설로 여겨지는 스웨덴의 상용차 회사 스카니아(Scania)는 메가 플랫폼 전략을 통해 차별적 우위를 창출한 바 있으나 단일 브랜드 기업으로서 트럭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해 왔다. 반면 폭스바겐은 사업영역이 B2C와 B2B를 포괄하고 있으며 11개의 브랜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나 차종별 포지셔닝의 충돌 가능성이 기본적으로 높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폭스바겐이 메가 플랫폼 전략을 통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는 스카니아가 직면했던 상황과는 매우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다양한 모듈의 개발, 변형부, 패밀리 룩(family look)이라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노력이 상호침식(cannibalization)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지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광범위한 변화가 단기간에 가능할 것인가? 

모듈러 툴킷 전략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반면 단기간에 추진되고 있어 복잡성 문제를 오히려 증폭시키고, 나아가 시장/기술변화에 대한 대응마저 지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카니아는 1930년부터 자동차의 모듈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1960년대에 공통모듈의 불량으로 대규모 리콜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후 방대한 테스트를 거쳐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레고식 제조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었다. 레고화 성공의 원동력에 대한 질문에 스카이나의 경영진은 ‘모듈적 사고방식이 문화로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한 바 있는데 모듈화 역시 다른 베스트 프랙티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것으로 소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 사고방식의 변화, 협력회사와 제조라인간 공감대 형성 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폭스바겐은 모듈화 전략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고 모듈화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스카니아를 2008년에 완전 자회사로 흡수했다. 그러나 모듈러 툴킷 전략은 커버하는 범위가 매우 넓고, 게다가 단기간에 추진되고 있다. 이런 경우 조직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복잡성이 높아지고 나아가 성과마저 나빠질 수도 있는데(time compress diseconomy), 폭스바겐이 변화관리 측면에서 향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스카니아의 역할은 무엇이 될 지는 메가 플랫폼 전략을 검토하는 기업들에 있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어떻게 대규모 리콜을 방지할 것인가? 

마지막으로는 리콜 문제를 들 수 있다. 메가 플랫폼 전략에서는 특정 모듈의 적용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리콜 사태에 직면할 경우 매우 큰 리스크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기존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품질관리활동이 필요한데, 폭스바겐이 어떠한 활동을 전개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지생산지의 품질/생산성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스바겐은 글로벌 생산지 전략 측면에서 현지시장에 적극적으로 생산지를 전개하는 편에 속하는데 2011년에는 미국 테네시 주의 체터누가(Chattanooga)에 공장을 신설하고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현지생산지의 품질력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지생산지에서의 메가 플랫폼 전략은 마치 ‘양날의 검’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낮은 제조역량/원거리 생산지에 대한 통제능력 부족으로 대규모 리콜 발생의 계기가 될 수도, 아니면 반대로 제조라인의 단순화를 통한 경쟁력 있는 생산지 육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의 제조모델은? 

폭스바겐의 모듈러 툴킷 전략은 현재 진행 중에 있어 그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메가 플랫폼 전략은 다양한 산업의 차세대 제조모델 탐색에 있어 레고식 제조모델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불확실한 환경이나 다품종 시대를 맞아 기업의 전략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수익모델이 당면할 수 있는 한계를 스스로 인지하고 혁신하려 한다는 점에서 폭스바겐의 사례는 기업의 본원적인 고민인 생존/성장에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제조모델, 나아가 수익모델이 앞으로도 과연 유효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공존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폭스바겐이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끊임없이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국적과 업종을 초월해 많은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폭스바겐의 사례는 한국 기업들의 제조모델, 나아가 수익모델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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