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한국의 주가·환율에 중국 영향 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가와 환율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중국간에 금융시장의 동조화와연계성이 확대되고 있다. 양국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동반 등락하는 것은 글로벌 충격과 선진국 금융시장 변화에 대한 신흥국의 일반적인 반응으로도 볼 수 있다. 이를 가려내어 분석해 볼 경우 국내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주가 변화가 국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가장 크지만 중국 주가의 영향력도 위기 이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 주가가 1% 변할 때 우리나라 주가의 변화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0.11%에서 위기 이후 시기에 0.25%로 높아졌다. 외환시장에서는 글로벌 위기 이후 기간 중 위안화 가치가 1% 변할 때 원화는 0.7% 정도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화에 대해 미달러화와 엔화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진 것과 비교된다.
아직은 국내 주식, 채권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금융보다 양국간 실물경제의 연관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높은 대중 수출의존도, 해외에서 중국기업과의 경쟁관계 증가 등이 한중간 주가와 환율의 연계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자금의 유출입에 의해 나타나는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금융시장간의 연계성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실물경로를 연계로 중국 경제지표의 변화에 대해 국내금융시장이 민감히 반응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중국자금의 국내채권, 주식시장 유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앞으로 투자자금 유출입에 의해서도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연계성이 점차 높아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위안화 국제화, 금리 자유화, 대내외 자본시장의 개방 등으로 중국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화되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에서 발생된 충격이 실물과 금융경로를 통해 국내금융시장에 증폭되어 파급되는 효과가 점차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한중 금융변수의 동조성 강화
Ⅱ. 차이나머니의 국내투자 현황
Ⅲ. 시사점
최근 주가와 환율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금융시장이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잦아지고 있다. 올 들어 3월말까지 우리나라와 중국의 주가는 각각 -1.3%, -3.9% 동반 하락했고, 그 동안 절상 추세를 보이던 원화와 위안화 역시 올해는 미달러화에 대해 각각 0.9%, 2.6% 절하되었다. 우리나라 주가와 환율이 중국에 비해 덜 움직였지만 변화 방향은 동일했다. 양국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동반 등락하는 것은 글로벌 충격에 대한 신흥국의 일반적인 반응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양국간의 경제 및 금융 연관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중국경제의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국 경제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양국간의 금융투자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변수 동조화 현상은 금융보다는 양국간 실물경제의 연관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자금의 유출입에 의해 나타나는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금융시장간의 연계성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중국자금의 국내채권, 주식시장 유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앞으로 투자자금 유출입에 의해서도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연계성이 점차 높아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금융 면에서 동조화 정도 및 연계성, 국내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추정하고 과거에 비해 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Ⅰ. 한중 금융변수의 동조성 강화
국내 주가와 중국 주가의 연계성 강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주가가 동반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그림 1> 참조). 전일대비 변화율을 이용한 한국 주가와 중국 주가 간의 단순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글로벌 위기 이전 시기(2002.1~2008.6)에 0.16에 불과했던 데 비해 위기 기간(2008.7~2010.6)에는 0.39로 높아졌고 위기 이후 시기(2010.7~2014.3)에도 0.37을 유지하고 있다(<표 1> 참조). 물론 우리나라 주가는 중국보다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주가와의 상관관계가 전반적으로 더 높은 편이다. 위기 이전은 물론 위기 이후 시기에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우리나라 주가와의 상관계수의 경우 위기 이전 0.37에서 위기 시기에 0.31이었다가 위기 이후 0.45로 높아졌다.
상관관계는 두 변수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나타내 줄 뿐 두 변수간의 인과관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주가가 중국이나 선진국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는, 그 반대로 중국과 선진국 주가에 의해 우리나라 주가가 영향받는 정도가 훨씬 높을 것으로 짐작할 수는 있다. 상대적으로 더 작은 경제규모와 중국이나 선진국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로 인해 해당국의 경제상황 변화에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영향 받기 때문이다. 실제 인과관계 분석을 해 보면, 중국 주가는 우리나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존재하는 반면 그 반대는 대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주가와 우리나라 주가가 동반 등락하는 현상은 글로벌 충격이나 선진국 주가 변화에 동반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적절히 감안해야 중국 주가가 독립적으로 우리나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살펴볼 수가 있다. 중국 주가와 미국 주가 외에 글로벌 충격으로 미국 주가변동성지수(VIX)를 사용하여 우리나라 주가에 미치는 요인별 영향의 정도를 살펴 보았다.
그 결과 중국 주가의 우리나라 주가에 대한 영향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2> 참조). 위기 이전 중국 주가가 1% 변화시 우리나라 주가의 변화 폭은 0.11%이었으나, 위기 시기에 0.32%로 높아진 후 위기 이후 시기에도 0.25%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미국 주가가 1% 변화할 때 한국 주가의 변화는 위기 이전 0.52%이었으나 위기 기간에 0.17%로 줄어든 후 위기 이후 시기에 다시 0.51%로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경제에 대한 한국경제의 높은 의존도를 반영
주가의 연계성은 일반적으로 양국간 교역 또는 경쟁관계 등 실물적 요인과 더불어 투자자금 유출입 등 금융적 요인에도 기인한다. 중국과 우리나라간 주가의 동조화 현상은 금융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직 양국간 주식투자자금의 규모가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교역과 직접투자 등 실물적 요인이 우리나라와 중국 주간간의 연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00년 11%에 불과했던 대중 수출 비중은 글로벌 위기 직전 20% 초반에 달했고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높아져 2013년에는 26.1%를 기록했다. 국내기업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액도 2002년 36억달러에서 2012년말 495억달러로 늘어났다. 전체 대외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17%에서 2007년 32%까지 높아졌고 이후 다시 낮아지기는 했으나 2012년 25%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진 대중 수출이나 직접투자 등을 감안하면 중국경제의 향방에 따라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이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HSBC의 중국 제조업에 대한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국내주가 변화율간에 상관계수가 2010년 이후 0.28로 중국주가 변화율과의 상관계수인 0.29와 비슷하다. 그만큼 중국경제의 현황에 대해 중국 주가 못지 않게 국내주가도 비슷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위기 이후 최근 들어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는 등 중국경제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에 없이 높아지면서 중국 경제 및 주가의 움직임에 대해 국내 주가의 민감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어 보인다.
국내 주가에 대해 미국 주가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은 것은 실물과 금융적 요인 모두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미 수출비중이 2000년 22%에서 2013년 11%까지 떨어졌지만 부가가치 기준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아직도 높은 편이다. 최종 소비재 수요국으로서 미국경제의 움직임은 신흥국을 비롯하여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여전히 높기도 하다. 더욱이 미국 투자자금이 국제투자자금의 흐름을 좌우하여 글로벌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아직도 크다.
원화에 대한 위안화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
환율의 경우 역시 주가와 마찬가지로 한중간에 연계성이 높게 나타난다(<그림 2, 3> 참조). 미달러화에 대한 주요국 통화의 변화율을 이용하여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원화는 유로화와의 상관관계가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원화와 엔화간의 상관관계는 글로벌 위기 이전이나 이후 모두 높지 않다. 위기 기간에는 마이너스의 상관관계를 보이기도 했다. 원화와 위안화 간에는 위기 이전과 이후 시기에 플러스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글로벌 위기 무렵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화에 페그되었던 시기 중에는 원화와 위안화간의 상관관계가 사라졌다.
중립적인 통화라 할 수 있는 스위스 프랑화에 대한 각국 통화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더라도 비슷하다. 위기 이전과 이후 원화와 엔화간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낮다. 유로화, 달러화, 위안화와 원화 간에는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위기 기간 중에 상관성이 다소 낮아졌다가 위기 이후 다시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모습도 동일하다. 특히 위기 이후 기간에는 원화와 위안화와의 상관성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표 3> 참조).
보다 직접적으로 주요 통화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추정해 보더라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된다. 일반적으로 특정 통화에 대한 주요 통화의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중립 통화인 스위스 프랑화를 기준으로 각 통화의 가치를 산정한 다음, 분석 대상 통화를 종속변수로 하고 여타 주요 통화를 설명변수로 사용하여 회귀분석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주요 통화로서 미달러화,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4대통화를 이용해서 추정한 결과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하여 각 통화별 영향력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4> 참조). 글로벌 위기 이전 기간에는 위안화가 1% 변할 때 원화는 0.46% 변했다. 달러화와 유로화가 1% 변할 때 원화가 각각 0.32%, 0.57% 반응하는 것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글로벌 위기 기간 중에는 유로화와 더불어 달러화의 영향력이 크게 높아진 반면, 위안화는 원화에 미치는 영향이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2008년 7월10일부터 2010년 6월 18일까지 위안화가 미달러화에 대해 페그제처럼 움직이면서 원화와 위안화간의 상관성이 약화된 영향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되어 위안화가 다시 유동화되기 시작한 2010년 6월21일 이후 현재까지 기간에는 다시 위안화의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 위안화의 1% 변화에 대해 원화는 0.7% 정도 반응하고 있다. 위기 이전에 비해 위안화의 영향력이 더 커진 셈이다. 반면에 위기 이후에 미달러화의 변화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난다. 유로화가 1% 변화 시 원화가 0.32% 변하는 효과가 있어 유로화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엔화는 전 기간에 걸쳐 원화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위기 중에는 엔화가 절상, 절하될 때 원화는 반대 방향으로 절하, 절상되는 효과가 두드러진다. 엔화가 글로벌 위기 기간 중에 안전자산의 역할을 한 데 기인한다.
미달러화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여타 아시아 통화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과의 교역 등으로 실물면에서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는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의 교역, 직접투자 증대로 인해 중국에 대한 실물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위안화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채권시장의 연계성은 낮은 수준
주가 및 환율과 달리 채권수익률의 경우는 한중간 연계성이 높지 않다. 위기 이전이나 이후 모두 한국과 미국 국채수익률간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 존재하는데 비해 한국과 중국 국채수익률간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한국 국채수익률에 대한 미국, 중국의 국채수익률과 더불어 글로벌 충격으로서 주가변동성지수의 영향력을 추정해 보더라도 중국의 국채수익률이 한국 국채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이 1%포인트 변할 때 한국 국채수익률이 0.2%포인트 변하는 효과가 있는 것과 비교된다. 중국의 금리자유화와 채권시장 개방이 제한적인 때문으로 보여진다.
Ⅱ. 차이나머니의 국내투자 현황
중국 투자자금 유입, 채권 위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중간 금융변수의 동조화 현상과 금융연계성은 사실상 양국간 밀접한 실물경제의 연관성을 반영하는 것과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명목 수출액이나 밸류체인을 감안한 부가가치 기준의 수출액으로 볼 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그림 4> 참조).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과의 동조화 현상이 실물경제 면에서 이들 지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의존도 외에도 미국과 유럽계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출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실제로 국내금융시장에 유입된 중국 투자자금의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그림 4>, <표 5> 참조). 지난 2월말 현재 중국인의 국내채권 보유액은 12조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 93.9조원의 12.9%를 차지한다. 단일 국가로서는 미국과 룩셈부르크에 이어 중국이 제3위의 국내채권 보유국이다. 국내주식에 대한 중국인 보유 규모는 8.3조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 425.7조원의 1.9%에 불과하다. 중국이 채권시장에서는 제3의 투자국 위치에 있지만 주식은 11위 투자국에 불과하여 한참 처진다. 국내채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일 수 있으나 주식시장에서는 중국계자금의 유출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국내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중국투자자금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글로벌 위기 당시인 2008년말 국내채권 및 주식에 대한 중국 투자자금 규모는 각각 800억원, 2,70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전체 외국인 투자액 대비 각각 0.2% 수준이었다. 중국 투자자금은 글로벌 위기 이후에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주식보다는 채권 위주로 중국투자자금의 유입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자금 보다는 보유 외환의 다양화 차원에서 공적인 자금이 국내채권 매입에 나서고 있는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투자된 중국투자자금은 여타 외국인 투자자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출입이 안정적인 모습이다. 특히 주식의 경우 여타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외충격에 따라 대규모 유출입을 반복하는 것과 달리 중국투자자금은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이다(<그림 5> 참조). 지난 2011년 유럽재정위기의 여파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전체적으로 9.6조원 빠져나가는 와중에서도 중국 투자자금은 1.2조원 규모로 유입된 바 있다. 올 들어서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1.9조원 순유출되었지만 중국 투자자금은 소규모나마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자금의 국내주식시장에 대한 투자가 아직 초기단계라는 것을 반영한다. 미국과 유럽계 자금은 이미 국내 주식을 상당 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는 반면, 중국 자금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한 차원에서 국내주식을 늘려 나가는 단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채권의 경우에는 중국자금은 여타 외국인 투자자금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그림 6> 참조). 글로벌 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과정에서 중국 자금이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2009~2013년 기간 중 국내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23%를 중국 자금이 차지한다. 올 들어서는 국내채권에 대한 외국인 순투자 규모가 1조 1,000억원 가량 줄어든 가운데 중국 투자자금도 4,400억원 정도 줄어들었다. 보유 채권을 팔고 나갔다기보다는 만기도래한 채권 상환자금의 재투자를 보류한 때문이다.
차이나머니의 국내투자,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
국내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중국 투자자금 규모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 공적인 부문에서 해외투자 수요가 여전하다. 민간의 해외증권투자에 대한 제한 조치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여서 민간자금의 해외주식과 채권에 투자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중국 정책당국은 2004년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제도를 도입하여 민간이 해외 자본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에도 투자대상국을 확대하는 등 단계적으로 해외증권투자 제한을 완화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6월부터 QDII의 투자대상국으로 포함된 바 있다. 올해에는 적격국내개인투자자(QDII2)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해 개인투자자들도 직접 해외 자본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중국 정책당국이 민간의 해외투자를 장려하고 있는 것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자본유입에 따른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중국이 해외투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후 해외자원 개방, 해외시장 진출 목적의 직접투자가 중심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민간의 해외증권투자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그림 7> 참조). 채권의 경우는 2006년 2,650억달러에 달한 후 점차 줄어들어 2012년말에는 1,108억달러를 기록했다. 주식 투자는 2006년말 15억달러에서 급증세를 나타내 2012년말에는 1,298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민간 부문의 채권투자가 줄어든 것은 위안화 절상 및 중국의 상대적 고금리로 인해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유인이 줄어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3조8,000억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은 채권에 투자되고 있는 만큼 공적인 부문에서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해외증권투자를 늘려 나가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다양화 목적에서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적부문을 포함한 중국의 대외투자액 중에서 우리나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우리 경제의 안정성 증가, 높아진 국가 신용도, 대외충격에 대한 원화의 대응력 개선 등을 감안하면 중국 자금의 국내 주식, 채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여지는 높은 편이다.
Ⅲ. 시사점
중국 경제상황에 국내금융시장이 크게 영향 받는 상황 지속될 듯
국내금융시장이 아직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금융시장 간에 동조화 경향을 보이고 연계성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특히 최근에는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미달러화보다는 중국 위안화의 등락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금융시장에서 중국 요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금융보다는 실물 연계성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과 유럽은 실물 및 금융경로를 통해서 국내금융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한 우리경제의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금이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작용한다. 중국 투자자금이 국내 주식, 채권에 투자된 규모가 크지는 않은 편이어서 국내금융시장에 대한 금융경로를 통한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높은 대중 수출비중을 비롯하여 실물 면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높은 의존도가 한중간 금융시장 연계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경제의 규모와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경제의 변화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다시 우리경제에까지 파급되는 간접적인 경로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해서 국내외 투자된 미국과 유럽계 외국인 투자자금은 중국 경제 상황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중국경제지표의 변화에 대해 중국금융시장은 물론 국내금융시장도 민감히 반응하고 있는 것은 중국경제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경로와 더불어 외국인투자자금이 중국경제지표에 영향을 받고 있는 때문이다. 앞으로도 중국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국내금융시장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영향력 확대가 국내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중국 투자자금의 움직임이 아직은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나 앞으로 점차 커지게 될 가능성은 있다. 현재 국내주식 및 채권에 대한 중국 투자자금 규모가 아직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 민간의 해외투자제한 완화 등을 배경으로 중국 투자자금의 유입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금융시장에 대한 중국 투자자금의 유입 증가는 국내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과 유럽계에서 더욱 다변화된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 투자자금이 미국, 유럽 투자자금의 빈번한 유출입이나 대규모 유출을 상쇄해 주는 완충 역할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중국 투자자금도 글로벌 충격에 대응해서는 기본적으로 미국, 유럽 투자자금의 움직임과 유사하게 반응할 것이다. 다만 개별 지역별 요인에 의해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경우에는 중국 투자자금이 다른 모습을 보일 여지는 있다. 특히 중국 투자자금의 국내유입이 아직은 초기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중국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중국 투자자금의 증가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도 없지는 않다. 중국 투자자금이 국내주식과 채권을 꾸준히 늘려 나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우리나라 자산의 편입 비중이 적절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러면 중국 투자자금도 미국이나 유럽계 자금처럼 국내외 경제, 금융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출입 빈도와 규모가 점차 커질 수 있다. 중국 경제상황이 악화되거나 경제, 금융 충격이 발생했을 때 중국 투자자금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투자자금을 급속히 회수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현재는 실물 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큰 반면 금융 면에서는 미국의 비중이 제일 높은 상황이어서 서로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향후에도 단기간 내 중국이 국내금융시장에서 제일의 외국인 투자국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자금은 중국의 높은 성장률로 국내에도 투자기회가 많기 때문에 고수익보다는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경제에 대한 국내경제의 높은 의존도에 더해 앞으로 중국 투자자금의 유입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후에는 중국 투자자금의 유출입이 빈번해지면서 국내금융시장이 받는 영향이 점차 커지게 될 수는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충격이 실물, 금융경로를 통해서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증폭될 수가 있는 것이다.
국내외환시장에서도 원화에 대한 위안화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높은 수출의존도 외에도 해외시장에서 중국과 우리기업과의 경쟁관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원화와 위안화의 연계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 정책당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환율의 변동폭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금리자유화, 국내외 투자 개방 등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해지면서 위안화 환율의 변동성이 중장기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원화의 변동성 증대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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