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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전, 내수성장'

세계경제는 수출주도 성장에서 내수주도 성장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수의 국가가 수출 전략을 택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에서 과도하게 늘었던 수입의존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세계교역이 세계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중심국은 고성장, 내수중심국은 저성장이라는 공식이 금융위기 이후 이미 역전되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의 경기견인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우리를 추격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엔저로 일본기업의 부활도 우려된다. 수출부진이 지속될 경우 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 자본투입 위축으로 잠재성장력이 급격히 저하될 위험이 있다. 

수출주도 성장을 하다가 내수성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는 뚜렷하지 않다. 1930년대 중남미의 수입대체 전략 실패 이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이 내수성장 전환을 강조한 바 있으나 성과가 불확실하다. 소비중심의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공표한 중국은 가계구매력이 계획만큼 살아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진국에서 국가 차원의 내수성장 전환을 계획한 국가는 일본이다. 1980년대 규제완화와 재정지원 등을 통해 거주공간을 개선시키고 여가문화 시설을 늘려 삶의 질 개선과 내수확대를 추구했다. 일본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방향이었으나 결과론적으로 볼 때 이는 부동산 거품을 유발시켜 장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했다. 북유럽과 캐나다 등은 2000년대 수출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꾸준히 늘면서 성장세를 어느정도 유지한 경우이다. 북유럽은 복지제도 정비에 따른 안정적 소비가 가능했다는 점, 캐나다는 대량 이민유입으로 내수기반이 계속 확대되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전환사례는 아니지만 미국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19세기 중반 이후 빠른 인구유입과 수출 부문에서의 소득증대, 소비자 자본주의 확립이 수요기반을 확대시켰으며 주택편의시설과 내구재라는 뚜렷한 수요 견인 부문이 있었다는 점이 미국을 세계 최대 내수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미국, 중국 등과 같이 내수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가 내수성장으로 전 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이다. 선진국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중점을 두어야 할 내수성장 방향을 정리해보았다. ① 소비자 효용을 높이는 시장창출 ② 내수확대를 견인할 주력산업에 집중 ③ 수출과 내수의 동반성장 ④ 안정적 수요확대 기반구축 ⑤ 내수성장의 부작용 대비 ⑥ 국제공조 체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 
  

< 목 차 > 

1. 성장 주도 방식의 세계적 흐름
2. 우리나라 내수성장의 필요성
3. 내수성장 전환사례
4. 우리나라 내수성장을 위한 제언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위기 이후 낮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경제의 돌파구가 될 뚜렷한 수요부문이 마땅치 않다(<그림 1> 참조). 오랜 기간 동안 수출이 경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수출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출주도형 성장방식에서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장활력 지속을 위해서 뿐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내수기반 강화가 중요한 상황이다. 내수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실제 우리경제가 내수주도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내수성장으로 전환해서 성공한 국가사례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본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수출주도형 성장에서 내수주도형 성장으로 바뀌어가는 흐름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서 내수성장이 중요한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또한 주요국가의 내수성장 전환노력의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내수성장의 기본 방향을 제시해 본다. 
  

1. 성장 주도 방식의 세계적 흐름 
  

수출주도 성장은 수출을 통한 해외수요 확대가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시장의 구매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수요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여 산업화를 달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성장 방식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NIES국가에 의해 수출주도 성장이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채택된 바 있다. 원조 및 외채 등을 통해 조달된 자본을 특정 산업에 집중시키는 산업정책으로 특화도를 높이고 환율의 저평가를 유지해 수출을 통한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NIES국의 성공에 자극 받은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출중심 성장전략이 확산되었다. 중남미는 수입대체 전략을 포기하고 국가간 자유무역 동맹을 통한 수출중심 성장전략을 시도한 바 있다. 1990년대 워싱턴 컨센서스 이후 신자유주의 흐름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교역의 활력은 더욱 높아졌다. 중국 역시 기술공유, 합작투자를 통해 선진국 자본을 끌어들이고 자본통제를 통해 환율 저평가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면서 수출을 통한 고성장을 이룬 바 있다. 

수출주도 성장의 부작용 우려 

수출주도 성장은 ① 규모의 경제 ② 특화에 따른 분업효과 ③ 선진기술 학습효과 ④경쟁환경 노출 ⑤ 안정적 외화조달 등의 장점을 통해 경제의 성장 활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출주도 성장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수출중심 국가들은 내수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세계경제 위기 등 대외환경 변화 시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한 급격한 외환시장 개방이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과도한 외자유입이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결합될 경우 대외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환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출경쟁으로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저소득국가에서는 생산기지유치를 위해 노동기준이나 환경기준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보호장치들을 경쟁적으로 줄이는 밑바닥 경쟁(race to the bottom)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NAFTA 가입 이후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노동과 환경기준 보호에 소홀해 근로조건이 악화되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파키스탄에서 아동노동을 철폐하자 다국적기업의 축구공 생산기지가 아동노동 규제가 없는 인도로 이동한 사례도 있다. 

경제성장 효과에 대한 논란 

수출이 경제성장을 높이는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수출주도 성장전략이 많은 개도국들에 의해 채택되었으나 모든 국가가 긍정적인 성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이후 NIES 국가는 ‘동아시아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고성장 하였으나 1980년대 수출지향전락으로 전환한 멕시코는 미국 시장에 인접해 있다는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후 경제성장률은 이전보다 더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그림 2> 참조). 중남미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을 통한 수출가공산업에만 의존하여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제조기업을 육성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크루그만 교수는 NIES국의 경제발전이 생산요소 투입 확대에 의한 것이었으며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디애나 대학의 Buffie 교수는 아시아 수출중심국이 1970~90년대 경험한 고도성장은 그들의 독특한 환경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으며 다른 국가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내수성장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트렌드 확산 

2000년대 들어 경제학자 및 국제기관들은 수출주도 성장전략의 대안으로 내수주도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Palley(2002)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수출주도 성장전략은 위기에 취약하며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등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내수주도로 성장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시아 개발은행(2005)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 변화로 인해 수출주도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글로벌 규범 안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흐름은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IMF(2012)는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는 긍정적인 현상이며 2000년대 유지되었던 글로벌 불균형 완화의 신호라고 평가하고 지속적인 리밸런싱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내수중심 성장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NCTAD(2013)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도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선진국의 수요 둔화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개도국의 자립적인 성장을 위해 내수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2. 우리나라 내수성장의 필요성 
  

금융위기 이후 내수중심국 성장률이 수출중심국을 앞질러 

실제 수출중심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 UN 208개 국가의 자료를 이용해 경제성장과 수출의 관계를 살펴보면 1970년에서 2012년까지 평균적으로는 수출중심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높았다(7페이지 참조). 수출중심국의 평균성장률은 3.5%이고 내수중심국가의 평균성장률은 3.1%를 기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내수중심국과 수출중심국의 경제성장률이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1970년대부터 2007년까지는 수출중심국의 성장률이 내수중심국을 지속적으로 상회했으나 2008~2012년 기간 중 수출중심국의 평균성장은 2.6%로 내수중심국의 3.4%를 처음으로 하회했다(<그림 3> 참조). 수출비중과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를 보면 2000년대부터 상관성이 다소 약화되다가 금융위기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그림 4> 참조). 아일랜드, 러시아 및 CIS 국과 홍콩, 태국, 한국 등 아시아국의 성장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채택하는 국가가 많아지면서 성장효과 감소 

수출과 성장의 관계가 약화된 원인으로 우선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택한 국가가 많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출주도 성장의 장점 중 특화 및 기술이전에 따른 생산성 증대효과는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규모의 경제 효과는 한 국가의 생산 확대가 다른 국가의 생산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수의 국가들이 유사한 산업 부문에서 수출을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할 경우 공급경쟁 확대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통화약세 경쟁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블레커(Robert Blecker) 교수는 모든 국가가 수출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려 한다면 이는 수요의 이동에 지나지 않는 구성의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수출국가들이 유사한 산업부문에 주력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현상이 목격된다. 1990년대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전기전자 부문 수출경쟁이 확대되면서 수출단가가 낮아지고 기업수익성이 낮아진 바 있다. 근래에는 중국의 공급능력 확대로 철강, 화학, 조선 등 대규모 장치산업 부문의 단가가 빠르게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의 통화완화가 화폐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국가간 갈등이 확대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 급격히 위축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세가 낮아지는 가운데 세계교역은 더 급격하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세계교역금액 증가율은 2008~2013년 평균 2.6%로 1990년대 평균 6.6%에도 미치지 못하며 2013~2014년에는 1% 내외의 증가에 머물고 있다(<그림 7> 참조). 

2000년대 교역확대는 선진국들이 부채확대를 통해 수요를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이며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입증했다. 글로벌 무역불균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선진국들은 수입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 생산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세계경제 성장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추세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진 것으로 판단되며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계경제 성장에 비해서도 교역증가율이 낮은 현상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리 수출도 과거와 같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다. 

교역규모가 둔화될 뿐 아니라 내구재 수요가 위축되는 등 교역품목의 구성도 우리나라에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소비 중 전기전자 및 자동차 등 내구재 수요 둔화가 뚜렷한 모습이다. 가계부채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내구재 등 사치성 소비를 줄이고 필수소비와 서비스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스마트폰 혁명 등과 같이 가계의 소비를 주도할만한 새로운 제품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내구재 소비 둔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일본과 공급경쟁 심화 

더욱이 최근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기술격차를 좁혀오는 중국의 추격과 엔저를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으로 우리와의 격차를 축소시키면서 소재, 첨단부품, 고부가가치 소비재 부문에서도 우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중국의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난 철강, 화학 등 장치 산업부문에서 대중수출이 급격히 둔화되었다(<그림 8> 참조). 최근 들어서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고급 스마트폰 등 첨단 전기전자 제품으로 경쟁의 영역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엔화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경쟁력이 회복된 일본기업들의 공세가 본격화 될 우려도 있다. 아베 정부는 인플레 경제로의 진입을 위해 과감한 통화확장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엔 약세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일본기업들이 아직까지는 떨어졌던 수익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점차 투자확대 및 가격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경합관계가 높은 자동차 부문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이며 철강, 화학, 조선 등 장치산업과 미래 첨단 산업 부문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통화절상과 수출부진의 악순환 가능성 

중기적으로 원화절상과 이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 저하 현상이 지속될 우려도 크다. 세계적으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강조되면서 원자재수요가 둔화되고 셰일오일 등 비전통석유 생산이 늘면서 원자재가격은 하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5.5%에 달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그림 9> 참조). 원자재 수요는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하향은 결국 우리나라 전체 수입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높은 수출용 수입 비중, 만성적 내수부진도 수입이 늘어나기 어려운 이유이다. 결국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입도 함께 위축되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금리 인상 우려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안 심리가 진정되면 대규모 흑자로 원화가 다시 절상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은 엔고와 경상흑자로 수출부진이 장기화되었던 경험이 있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가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2차 오일쇼크 종료로 원유가격이 하락하면서 대규모 경상흑자가 이어진 바 있다. 경상흑자가 다시 엔고의 원인이 되면서 일본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낮아졌으며 결국 독일, 미국과 우리나라, 대만 기업에 수출시장을 빼앗긴 바 있다. 엔고를 피하기 위한 해외진출 확대 러쉬가 일본의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지는 등 엔고는 ‘잃어버린 20년’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장기성장세 저하 우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이미 경제의 성장활력이 급격하게 둔화되었다. 평균 경제성장률은 1970년대 10%대에서 1990년대 외환위기 이전까지 8%대로 완만하게 낮아졌으나 위기 이후 빠른 둔화추세이다. 2000년대에는 4%대로 급격히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한 2010년대에는 3%대 성장에 머물고 있다(<그림 10> 참조). 이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오던 수출의 힘이 약화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국민계정상 재화와 서비스 수출증가율은 1990년대 13.6%에서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11.4%로 낮아졌으며 위기 이후 반등효과가 사라진 2011~ 2013년 기간 중에는 5.8%로 큰 폭 하락했다. 

잠재성장률 측면을 보더라도 수출부진에 따른 충격이 크다. 수출제조업 부문이 위축되고 상대적으로 서비스 성장이 빨라지면서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주력 장치산업의 세계적 공급과잉, 건설투자의 구조적 부진 등으로 자본 투입도 확대되기 어렵다. 서비스 부문의 고용증가로 노동투입이 늘어나고 있지만 고용이 도소매, 음식숙박 등 전통적인 부분에 집중되어 부가가치 창출이 높지 않다. 더욱이 2017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된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수년 내에 국내경제의 성장 저하 추세가 급격해질 우려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내수확대를 통한 성장활력 제고 및 경제리스크 축소 필요 

세계경제 성장의 방향이나 치열해지는 경쟁여건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가 과거와 같이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유지할 경우 성장의 급격한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미흡한 내수를 좀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더욱이 내수확대는 우리 국민들이 경제 규모에 걸맞는 소비생활을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규모 등 양적인 측면이나 주력제품의 시장지배력 등 질적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발전을 이룬 바 있지만 수출주도형 성장을 장기간 지속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내수 기반은 취약한 상황이다. GDP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소비도 여가문화, 의료건강 등 윤택한 삶과 관련된 부분보다 교육 등 사실상 투자목적의 지출이 많다. 

내수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수를 늘릴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족한 내수기반을 확대시킴으로써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고 다시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면 내수가 주도하는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는 내수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의 빠른 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수입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 및 부채 확대, 물가상승압력 증가 등이 지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6.1%를 차지할 정도로 커서 원화절상 및 대외적 마찰 우려가 크다(<그림 11> 참조).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향으로 국내적으로도 당분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내수확대는 단순히 수요증가에 따른 직접적인 성장견인 효과뿐 아니라 원화절상 압력 완화, 디플레 방지 등을 통해 경제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3. 내수성장 전환사례 
  

수출주도 성장을 하다가 내수주도 성장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한 사례는 찾기가 쉽지 않다. 개도국의 경우 아시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성장방식의 전환을 추구하는 사례가 많지만 실패했거나 성공여부를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진국에서는 명시적으로 내수성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한 사례가 일본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향후 내수성장 추진방향에 도움이 될 것이다. 

① 개도국 

태국, 말레이시아 내수성장 전환 정책, 절반의 성공 

수출주도 성장에서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한 최초의 사례는 1930년대 중남미 국가이다. 대공황 이후 중남미 국가들은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여 산업화를 이루는 수입대체 성장 방식을 채택해 1980년대까지 지속한 바 있다. 그러나 중남미 국은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재, 기계설비 등 수입 확대로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와 저성장을 경험했다. 결국 통화가치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외환위기로 연결된 바 있다. 중남미의 수입대체 성장 정책은 실패한 정책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내수중심 경제로의 전환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2001년 당선된 태국의 탁신 총리는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이 다국적기업 중심의 공업화에 따른 대외의존도 심화에 있다고 판단하고 농업 등 전통산업 진흥, 공무원 임금 및 노인연금 인상 등 가계소득기반 확충, 국영은행의 대출확대 등 금융완화로 대표되는 탁시니즘(Thaksinism)을 추진했다. 2000년대 전반기까지는 경제성장 제고, 주식시장 활기, 빈곤 축소 등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인플레이션, 환율, 부채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과도한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계부채 및 정부부채도 증가하며 거시 안정성도 위협받게 되었다. 

말레이시아는 외환위기 이후 자본유출입을 통제하고 내수에 의한 성장전략을 시도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수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내수 성장세가 유지되면서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그림 12> 참조). 저금리 유지, 가계소득 확대 노력 등으로 내수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높아졌고 건설부문도 고성장하면서 수출둔화 효과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만 최근 들어 민간부문의 부채증가, 공공부문의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인해 수출을 통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투자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소비주도 성장 전환, 아직은 부족한 성과 

중국은 임금, 지가 등 생산비 상승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내수확대를 중장기 국정과제로 채택한 바 있으며 2011년 이후 내수소비를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중국은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는 수요측면의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2010년 이후 5년동안 임금을 두 배로 높이겠다는 계획하에 기업 임금 인상을 유도하였다. 저임금에 의존하는 단순가공무역에서 보다 고부가가치 부문으로의 산업구조 전환효과도 노린 것이다. 또한 개인소득세 개편으로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5대 사회보험 확대 등 사회보장 시스템 개혁을 강화하여 안정적 소비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의 소비주도 성장 전환 노력은 아직까지 성과가 기대에 못미친다. 수출부진, 과잉설비 문제 등으로 기업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최근 들어 중국정부는 임금가이드라인을 낮추고 최저임금 인상폭도 둔화되고 있다(<그림 13> 참조). 가계소득 기반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소비가 수출과 투자를 대신해 수요를 이끌어 가면서 경제의 선순환을 창출해가는 힘이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신창타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정부의 예상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아니면 서구 전망기관들이 예상하는 대로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인지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② 일본 

주택, 여가문화 부문의 공급 확대에 주력 

일본은 무역흑자의 급증으로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커지고 엔화도 빠르게 절상되면서 수출주도 성장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1980년대 중반부터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한 바 있다. 정부와 학자, 기업인들이 모여 만든 ‘마에가와(前川) 리포트’(1986.4월)가 이후 일본 경제정책의 토대가 되었다(<표 1> 참조). 단순히 국제수지 흑자를 줄여 대외압력을 완화시키고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 국민들이 풍요를 실감할 수 있도록 성장의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주 5일 근무제 실시, 유급휴가 이용 장려 등 수요기반 확대정책이 실시되었으나 일본정부가 보다 무게를 둔 부분은 주택과 여가문화 등 일본 소비자들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산업부문에 대한 접근이었다. 규제완화와 재정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거주공간을 개선시키고 여가문화 시설을 늘려 삶의 질 개선과 내수확대를 동시에 노리는 것이었다. 제4차 전국종합 개발계획, 민활법 제정, 리조트법, 도쿄만 임해부 개발계획 등을 통해 대규모 건설투자를 계획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했다. 대도시 시가지 재개발, 신도시 건설, 지자체의 휴양지 개발을 통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가려는 것이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내수확대 실패 

통화, 재정 부문에서도 강한 확장기조가 유지되었다. 민자참여를 유도했지만 동시에 정부 재정지출도 크게 늘었으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투자와 소비 부담을 줄였다. 이와 함께 소매점법, 주세법 개선, 운송업 규제의 재검토, 농산물 가격 정책 개선 등 일본의 고질적 문제인 물류 유통부문의 비효율성을 줄이려는 정책도 시도되었다. 

일본의 내수전환 노력은 일부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기 

도 했으나 버블붕괴 이후의 장기저성장으로 내수침체가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은 바람직했던 것으로 보이나 수요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인프라 확대와 유통시장개혁 미진 등으로 정책의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리조트법의 경우 계획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 버블붕괴가 시작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고급레저 시설에 집중해 중산층 이하의 수요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 지자체 간의 공급경쟁으로 인해 국가 전체적으로 과잉공급이 발생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수입확대 실패가 엔고와 수출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소득기반을 약화시켰다. 특히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발생했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③ 북유럽 및 캐나다 

북유럽, 높은 소득 및 복지수준으로 내수기반 강해 

GDP 통계를 이용해 수출주도 성장을 했던 국가들 중 내수주도 성장으로 전환했거나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크게 높아진 국가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1970년대 이후 10년 단위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수출의 기여율이 더 높았던 국가 중에서 이후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20%p 이상 높아진 국가를 선정했다. 단 내수의 기여율이 높아진 원인이 수출의 급감 때문인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 내수의 평균 성장률이 유지된 경우만을 살펴보았다. 

1인당 소득 2만달러 이상의 선진국 중에서 내수성장이 강화된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와 캐나다, 아일랜드 등 5개국이었으며 모두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2000~2012년) 기간에 나타났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의 경우 첨단산업 육성과 기술혁신을 통해 1990년대까지 수출강국의 지위를 유지했으나 2000년대 들어 주력 수출제조업 부문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수출증가세가 뚜렷이 저하되었다. 핀란드는 2000년대 후반 주력 성장산업이었던 휴대폰과 제지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출 부진을 겪었다. 스웨덴은 2000년대 이후 자동차와 통신장비 분야의 세계시장점유율이 뚜렷이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수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비 등 내수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경기급락을 막는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금융위기 이후 성장하락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4> 참조). 

북유럽 3개국의 내수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스톡홀름대 에릭슨 교수는 높은 복지수준과 소득평등으로 내수기반이 강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개혁을 통한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가계가 안심하고 소비에 나설 수 있었다. 스웨덴은 1990년대 후반 실업수당과 연금지급을 삭감하는 복지개혁을 추진하여 높은 복지수준에도 불구하고 재정여력이 충분한 편이었다. 또한 북유럽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1990년대 다소 위축되어 있었던 내수경기의 회복여지가 컸던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었다. 부동산 경기 호조로 주택투자가 확대되면서 내수증대에 기여했지만 부동산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북유럽국가 중 덴마크의 경우 2000년대 금융위기 이후 주택버블이 붕괴하면서 큰 폭의 내수 위축을 경험했다. 

캐나다 역시 2000년대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확대되면서 성장을 유지한 사례이다. 캐나다의 경우는 대규모 이민 유입이라는 특수한 여건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이민장려책으로 전체인구의 0.8%에 달하는 25만명 이상의 인력이 매년 유입되면서 인구증가율이 연 1%를 넘어섰고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와 투자자본이 확대되면서 내수기반이 빠르게 늘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경상수지 적자 등 내수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는 모습이다. IMF와 캐나다 중앙은행은 캐나다의 지나친 내수의존 경향을 우려하며 더 높은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출에 의한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아일랜드는 1990년대 수출경쟁력을 빠르게 높이면서 제조업 강국으로 등장했으나 2000년대에는 주택 및 상업부동산 붐으로 건설과 금융부문이 내수를 주도한 경우이다. 결국 거품붕괴로 신용위기와 재정위기에 이른 점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내수주도 성장 전환이라고 보기 어렵다. 

④ 미국 

20세기 초 미국, 인구 증가와 물류 혁신이 대량 소비로 

미국의 경우 수출주도 성장을 하다가 내수성장으로 전환한 사례는 아니지만 짧은 기간에 세계 최대의 내수주도 국가로 성장한 만큼 그 요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 고도성장을 기록하면서 세계경제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19세기 중반 남북전쟁 이후의 공업화 시기이다.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으로 제조업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농업에서 제조업으로의 산업구조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능케 한 요인이 되었다. 유럽으로부터의 생산가능 연령의 대량 이민으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노동인구가 생산에 기여했다. 

미국이 높은 생산능력을 내수소비 시장 확대로 연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가계의 소비기반 역시 빠르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대량이민 등에 따른 인구증가는 생산능력을 높이는 요인이었지만 동시에 미국의 내수소비 시장규모를 급격하게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생산연령인 젊은 층 인구 유입의 확대는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면서 소비인구의 급증을 가져왔다. 또한 철도 건설에 따른 물류혁신과 백화점 및 통신판매 등 유통구조의 발전, 할부신용의 보급 등 금융시스템 발전으로 제조업 부문의 대량생산이 대량소비로 이어질 수 있었다. 

수요확대를 주도하는 산업이 뚜렷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20세기 전반기까지 소비수요의 빠른 확대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던 주된 산업은 주거 관련 내구시설과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였다. 20세기 들어 전등, 수세식 변기, 중앙난방 시스템 등 주거환경을 편하게 하는 시설들에 대한 소비가 급증했다. 버클리대의 올니(Martha Olney) 교수에 따르면 1920년대 이후에는 자동차, 냉장고, 라디오 등 내구재의 보급으로 미국은 ‘내구재 소비혁명’을 경험했다. 기술혁신으로 내구재 가격이 오르지 않고 가계소득은 꾸준히 늘면서 보급률이 급격하게 확대되었다(<표 2>참조). 

풍요로운 소비를 강조하는 소비자 자본주의 확립 

이와 함께 경제의 빠른 공급능력 상승에 소비시장이 부응하는 과정에서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소비자 자본주의(consumer capitalism)’가 형성되었다.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청교도 윤리에 기반을 두어 생산과 저축을 우선시한 ‘생산자 자본주의’이념은 점차 개인과 가족의 풍요로운 소비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소비자 자본주의’ 이념으로 변모했다. 오래 되었더라도 사용 가능한 제품을 계속 쓰기보다는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면서 풍요로운 소비를 향유하는 트렌드가 확산되었으며 제품의 본질적 가치와 함께 코닥, 코카콜라, 캠벨 등 브랜드 가치를 선호하는 경향도 정착되었다. 잡지와 미디어를 통한 지속적인 상품광고가 새로운 소비자 윤리를 확산시켰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수출도 빠르게 늘면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출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50년대 5.6%에서 1910년대 8.1%까지 빠르게 상승했고 이는 기업 및 가계소득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20년대 이후에도 냉장고, 라디오 등 가전과 자동차 수출이 크게 확대되면서 made in USA 제품을 세계에 널리 보급시키는 역할을 했다. 
  

4. 우리나라 내수성장을 위한 제언 
  

수출주도 성장 방식을 오랫동안 지속하다가 내수형 성장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 가능성이 내수확대에 있다는 생각으로 국가의 역량을 집중해 내수확대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내수형 성장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가 희소한 만큼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주요국의 성장기반 전환노력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내수성장 방향을 정리해보았다. 

① 소비자 효용을 높이는 시장 창출 

일반적으로 내수형 성장으로의 전환 방법으로서 수요 측면에서의 변화가 주로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임금상승 및 소득분배 확대 등을 통해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게 되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생산 및 소득이 확대되는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는 케인즈식 처방이다. 

그러나 가계가 원하고 소비하고 싶은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수요확대는 일시적이 될 것이다. 중국의 임금인상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내구재 보급 포화 이후 특별히 수요를 주도할 부문이 없는 데 기인한 바 크다. 결국 수요측면뿐 아니라 공급을 확대시켜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안들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시도되어야 한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주거 및 여가관광 부문에서 시장을 만들어내려고 했던 일본의 경험을 좀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규제완화와 함께 필요시 세제 및 금융지원, 인프라 지원 등 적극적인 산업정책 수단이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기존 산업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수요를 이끌어 갈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의 도입을 용이하게 하는 유연한 정책적 자세가 요구된다. 

② 내수시장 확대를 견인할 주력산업에 집중 

내수산업의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력산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수요방향 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잠재적인 수요가 크지만 여러 제약요인 때문에 충분히 소비하지 못하는 부문의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러한 산업을 우리 경제의 핵심추진 산업으로 선정해 정책의 힘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가문화 산업이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휴식의 필요성이 크고, 높은 교육비, 주거비 등으로 경제적 여유가 적다는 점, 인프라 부족 등으로 여가활동에 따른 비용이 높은 점 등이 여가문화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토지이용 규제의 대폭 완화, 국유지 이용시 세제지원과 시설 건립에 필요한 인프라 지원 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고령화로 헬스케어 산업도 수요확대 여지가 큰 부문이다. 

내수서비스 확대를 위해 7대 서비스산업이 선정된 바 있으나 정책의 힘을 분산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 금융, 물류 등은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성장능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 부문으로 생산성 증대가 절실하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내수시장이 빠르게 커질 수 있는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③ 수출과 내수의 동반 성장 

수출주도 성장에서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기보다는 수출과 내수가 균형 있게 성장을 이끌어가는 쌍끌이 경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수출을 통해 창출된 소득이 내수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수기반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경우 내수성장이 어려울 것이다. 과학기술의 토대를 높이기 위한 원천기술 R&D 투자 확대, 민간부문의 제조업 혁신을 유도하는 환경 조성 등으로 수출제조업의 경쟁력 확대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내수지원 정책이 수출경쟁력을 과도하게 떨어뜨리지 않도록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한편 내수산업 육성이 내수산업 보호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내수확대가 적정한 규모의 수입을 유발할 수 있도록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수출과 수입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원화절상 및 무역제재 등의 압력을 피하면서 수출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는 축소균형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시장개방을 통해 수입이 확대되어야 한다. 

④ 안정적 수요확대 기반 구축 

수요기반 확대는 단기적 부양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출산 장려, 이민 유입 확대 등을 통해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구증가는 내수 확대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인위적인 임금인상보다는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등을 통해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비기반을 늘릴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후대비 보장을 강화하여 안정적 소비심리가 유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복지기능 확대에 따른 사회안전망 강화도 중요하다. 

소득 측면뿐 아니라 수출주도 성장을 장기간 지속하는 과정에서 내수부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는 제도나 경제시스템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세제혜택이나 금융지원 시스템 등에서 수출산업에 비해 내수서비스 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측면들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생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고 소비관련 산업을 향락이나 낭비 등 부정적 개념과 결부시키는 인식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내수확대 정책의 프레임 하에 오히려 서비스부문의 수출을 늘리려는 정책이 자주 제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수산업 확대가 서비스산업 부문의 수출경쟁력 확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국제 비교우위가 낮은 산업을 육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내수확대는 우리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가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⑤ 내수성장의 부작용 대비 

가계 및 국가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거품 등 내수확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소비가 우려되던 80년대말과 2000년대 카드거품시기 중 부동산 가격 급등, 가계부채 증가 등을 경험한 바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결국 실패로 끝난 일본의 내수전환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날 경우 경기조절 정책과 규제강화 등을 통해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 재정기능을 통한 수요확대는 경기의 순환적 조정을 위해 필요하지만 장기 성장활력 증대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만큼 장기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하고 준수할 필요가 있다. 내수확대의 초기 수요견인에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지만 과도한 부동산 열풍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⑥ 국제공조 체제 강화 

한 나라의 내수확대 정책이 다른 나라의 경기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국제 갈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국가간의 합의와 공조 노력이 있다면 내수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부양을 위한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인위적으로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인근궁핍화 정책으로 간주해 국가간 갈등이 커지는 경험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양적 완화나 중국의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정책 시행에 따른 마찰을 줄이고 수요확대에 따른 효과를 많은 나라들이 누리기 위해서는 국가간 합의와 정책공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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