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글로벌 5개국 20대의 가치관 비교'
한국의 미래를 선도할 20대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대 다른 나라 20대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까?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에 따른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미국 결과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요국 20대의 가치관을 7가지 측면(자율 vs. 동조, 여가, 부(富), 신뢰, 글로벌 마인드, 양성평등, 과학 친화)에서 비교하여 보았다.
한국의 20대는 자율적인 존재로 인정받고자 하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집단에 융화되고자 하는 성향이 공존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강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양면적인 특성도 보였다.
중국의 20대는 이웃에 대한 신뢰가 높은 반면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 특징적이었다. 과학기술의 기여에 대한 기대가 높고,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강했으며, ‘일을 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인식도 높았다. 여가에 대한 니즈는 다른 국가 대비 낮았지만, 그 추세는 증가하고 있었다. 일본의 20대는 중국의 20대와 다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함께 잘 살 수 있다’거나 ‘일을 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여가 생활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았다. 또한, 자율을 중시하는 경향이나 양성평등 인식이 낮았다. 독일의 20대는 ‘부는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해, 여타 국가들보다 분배를 중시하였고, 사람에 대한 신뢰도 보편적으로 높았다. 한편, 과학기술 발달에 대해 긍정적이며, 자율을 가장 중시했다. 미국의 20대는 양성평등 인식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외국인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고 응답한 비중도 높았다. 반면, 과학 기술의 기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여가 중시,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인식 약화 등은 글로벌 20대에 널리 퍼져있는 흐름으로 파악되었다.
한국의 20대는 양성 평등 인식이나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중국, 일본과 함께 낮은 편에 속하지만, 자율을 중시하는 모습은 독일, 미국의 20대와 더 닮아있다. 다만,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춤하는 현 시점에, 한국의 20대가 ‘함께 잘 살 수 있다’ 혹은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라는 믿음과 기대가 높지 않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 목 차 >
1. 글로벌 5개국 20대의 가치관 비교
2. 맺음말
‘우리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요즘 애들은 왜…’ 라는 말은 기성 세대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공감대이자 고민거리이다. 한국 경영자 총협회가 전국 40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4년 신입사원 채용 실태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약 25.2%로 집계된다. 이 값은 2010년 15.7% 대비 9.5% 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취업 대란으로 인해 최근 20대가 과거 어느 시기의 20대보다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입사원의 높은 퇴사율에서와 같이 기성 세대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고와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20대는 약 659만명이고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트렌드 형성의 주역이며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 세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국의 20대는 다른 나라의 20대와 가치관에서 어떤 차이를 보일까?
세계 가치관 조사 협회(The World Values Survey Association)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내용 중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미국 결과 값을 분석하여, 글로벌 주요국 20대의 가치관을 비교 분석하였다. 설문 항목 중에서 의미가 큰 설문들을 그룹화하여 자율 vs. 동조, 여가 등 총 7개의 가치관 키워드를 추출하였다. 7개 가치관 키워드와 관련하여 한국, 중국 등 글로벌 5개국 20대들의 생각은 어떤 면이 비슷하고 어떤 면이 차이가 있는가를, 1995년부터 2014년까지 4~5년 간격으로 4회 수행된 조사 결과 값을 분석하여 비교해봄으로써 국가별 특징과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했다.
1. 글로벌 5개국 20대의 가치관 비교
(1) 자율 vs. 동조 : 한국의 20대, 자율을 중시하면서 타인과의 동조도 원해
서구 사회에서는 자율, 자기표현, 개성 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동양 사회는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집단주의(Collectivism)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율을 중시하는 태도 면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서구 사회의 청년들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갖고 자기 방법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It is important to this person to think up new ideas and be creative; to do things one’s own way)’라는 항목에 대해 ‘나와 비슷하다’고 하는 긍정 응답률에서 한국의 20대는 중국과 일본보다 높고, 미국, 독일과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2010~2014년에 한국 74.4%, 중국 67.9%, 일본 45.9%, 독일 79.1%, 미국 71.6%). 동일한 항목에서 2005~2009년 긍정 응답률이 한국 62.0%, 중국 68.6%, 일본 43.1%, 독일 75.1%, 미국 77.6%였다는 점에 비추어, 한국의 20대가 자율을 중시하는 성향이 뚜렷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동조, 순응을 측정하는 설문인 ‘다른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을 피하고, 항상 올바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It is important to this person to always behave properly; to avoid doing anything people would say is wrong)’라는 질문에 대해 ‘나와 비슷하다’고 하는 긍정 응답률2은 2010~2014년 한국 70.3%, 중국 56.1%, 일본 37.5%, 독일 58.8%, 미국 61.8%였다. 동일한 항목에서 2005~2009년 긍정 응답률이 한국 76.4%, 중국 65.0%, 일본 35.9%, 독일 54.3%, 미국 58.9%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동조 혹은 순응을 중시하는 성향은 과거 대비 약해지기는 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미국의 20대는 자율을 중시하되 상대적으로 타인과의 동조를 원하지 않고, 일본의 20대는 자율과 동조 모두 크게 원하지 않는 반면, 한국의 20대는 자율과 동조를 동시에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한국의 20대는 스스로 자율적인 존재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집단에 융화되고자 하는 욕구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율에 대한 욕구는 과거 대비 증가하고, 동조에 대한 욕구는 과거 대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여가 : 5개국 20대 모두 ‘여가 중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각국 20대들은 모두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0~2014년 설문에서 ‘여가 생활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합니까(Important in life: Leisure time)? ’라는 물음에 ‘중요하다’는 긍정 응답률은 중국을 제외한 4개 국가에서 90% 이상으로 조사되었고, 근소하지만 한국이 가장 높은 값을 보였다(한국 95.1%, 중국 79.1%, 일본 93.6%, 독일 91.2%, 미국 89.6%). 여가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을 세분화하여 보았을 때, 2010~2014년 기준으로 ‘대단히 중요하다’는 의견은 일본이 6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한국 41.5%, 중국 29.8%, 일본 60.5%, 독일 40.6%, 미국 37.4%). 일본에서 ‘여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응답한 20대가 한국, 독일, 미국 대비 약 20%p 가량 높고 중국 대비 2배 가량 높게 나타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여가에 대한 중요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과거 20년간 추세로 보면, 여가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1995~1999년에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한 20대는 55.5%였으나, 2010~2014년에는 그 수치가 79.1%로 늘었다.
(3) 부(富) : 5개국 20대,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인식 약화
서점가에서 인기를 모았던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부의 불평등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5개국 20대들은 부(富)에 대해 ‘모두 함께 더 잘 살 수 있다’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 더 부유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0~2014년 설문에서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 (Wealth can grow so there’s enough for everyone)’라는 항목에 긍정 응답 비율(10점 척도 질문 중 긍정적인 8,9,10점의 응답자 비율)은 5개국 모두 40%를 넘지 않았다(한국 22.1%, 중국 38.9%, 일본 11.5%, 독일 16.5%, 미국 27.8%). 본 질문은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만 부유해질 수 있다(People can only get rich at the expense of others)’는 항목과의 사이에서 자신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의 정도를 표시하는 형태의 질문이다. 그 값이 낮아질수록(즉, 1점에 가까울수록) ‘부유해지는 것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설문 항목은 ‘부의 파이 자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지에 대한 기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고성장 시기를 거친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크게 높은데, 일본과 비교했을 때 긍정 응답률이 3배를 상회했다. 그러나, 중국도 2005~2009년에 비해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라는 항목에서 긍정 응답 비율이 낮아지며, 전반적으로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4년 설문에서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In the long run, hard work usually brings a better life)’라는 물음에 대한 긍정 응답률(10점 척도 중 긍정적인 8,9,10점의 응답자 비율)은 중국>미국>한국>독일>일본의 순으로 높았다(중국 54.3%, 미국 46.3%, 한국 43.0%, 독일 39.6%, 일본 24.8%). 이 순서가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는 질문의 2010~2014년 긍정 응답률 크기의 순서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과 성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4) 신뢰 : 중국의 20대, 보편적인 대인 신뢰도는 높지만 외국인 신뢰도는 낮아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신뢰로 대변되는 ‘사회적 자본’ 지수의 크기가 회원국 32개국중 29위로 최하위권이다. 5개국 20대들의 대인 신뢰도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신뢰의 개념을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 이웃에 대한 신뢰도,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분석 결과, 5개국 20대의 신뢰도 값은 신뢰의 대상에 따라 동서양 국가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보편적으로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Most people can be trusted)’라는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를 측정하는 항목에는 2010~2014년 기준,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값에서 중국과 독일의 값이 높게 나타났다(한국 32.2%, 중국 56.7%, 일본 29.7%, 독일 48.1%, 미국 30.0%).
하지만, 신뢰의 대상을 구분하면 다른 해석도 가능했다. ‘당신의 이웃을 얼마나 신뢰하십니까?(How much you trust: Your neighborhood)’라는 물음에 대한 긍정 응답 값은, 일본이 가장 낮은 값을 보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50%를 상회하는 값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값이 가장 높았다.(한국 56.3%, 중국 72.8%, 일본 34.5%, 독일 58.8%, 미국 59.7%)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을 얼마나 신뢰하십니까? (How much you trust: People of another nationality)’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 중국, 일본 20대 모두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 대비 낮은 반면, 독일과 미국의 20대는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를 상회하였다(한국 31.3%, 중국 9.7%, 일본 13.9%, 독일 50.6%, 미국 56.7%). 참고로, 한국은 2005~2009년 동일한 질문에 대해서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는 32.9%, 이웃에 대한 신뢰도는 56.7%,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22.6%로 보편적 신뢰도 및 이웃에 대한 신뢰도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8.7%p 상승하였다.
가장 특징적인 결과를 보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가 56.7%, 이웃에 대한 신뢰도가 72.8%로 가장 높은 반면,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9.7%로 그 차이가 매우 컸다.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항목의 경우, 중국 20대가 ‘잘 모르겠다’, ‘응답없음’, ‘해당되지 않음’으로 답한 비중이 47.0%로 매우 높았다는 점에서, 외국인에 대한 신뢰에서는 망설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지만,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는 높다는 결과를 통해 중국의 20대들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를 생각할 때, 이웃처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5) 글로벌 마인드 : 한국의 20대, 다른 나라와 뚜렷한 차이
FTA 등을 통해 국가간 교류는 점차 활발해지고, 전 세계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현재의 20대는 그 어떤 시기보다 다양한 민족과 사회, 문화를 접하고 있다. 글로벌 마인드를 나타내는 지표를 살펴보았을 때, 한국의 20대는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는 반면 외국인이 자신의 생활 공간 안에 들어오는 상황은 상대적으로 꺼리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중국의 20대는 한국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2010~2014년 기준 ‘나는 스스로를 세계의 시민으로 생각한다 (I see myself as a world citizen)’라는 질문의 긍정 응답률은 한국이 82.8%로 가장 높았다(중국 59.3%, 일본 60.8%, 독일 68.3%, 미국 72%). 해당 질문에 ‘잘 모르겠다’ 혹은 ‘응답 없음’의 비중이 일본 30.7%, 중국 22.4% 등으로 미응답률이 높았지만, 한국은 1%로서 응답률이 높았던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중국, 일본의 20대가 스스로를 글로벌 시민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독일, 미국의 20대 대비 낮은 상황에서, 한국의 20대가 스스로를 글로벌 시민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생활 속에서 글로벌 상황을 접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다(Would like to have as neighbors: Immigrants/foreign workers)’라는 물음의 긍정 응답률은 한국이 가장 낮았다(한국 61.0%, 중국 89.9%, 일본 80.1%, 독일 79.8%, 미국 88.6%).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Would like to have as neighbors: People who speak a different language)는 항목의 긍정 응답율 역시 한국이 가장 낮았다(한국 84.6%, 중국 94.1%, 일본 87.5%, 독일 89.4%, 미국 87.2%).
반면, 중국은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는 데는 가장 소극적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는 데에는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 독일, 미국 역시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인식하는 비율 대비, 실생활에 외국인이 함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그 정도는 중국이 가장 높았다.
(6) 양성평등 : 아시아 20대의 양성평등 인식이 낮은 가운데, 일본이 최저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의 차이가 컸다. 2010~2014년 기준 ‘일자리가 귀할 때에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우선 일자리를 부여해야 한다(When jobs are scarce, men should have more right to a job than women) ’라는 항목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응답자 비율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값이 독일, 미국 대비 약 20%p 이상 낮은 수치를 보여, 아시아 국가에는 사회 생활에서 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 38.9%, 중국 42.3%, 일본 24.3%, 독일 64.5%, 미국 67.7%). 아시아 국가 내에서는 중국이 한국과 일본보다 양성평등 인식이 컸다.
양성평등 인식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20년 동안 양성평등 인식은 다소 낮아졌다. 1995~1999년, 2000~2004년 ‘일자리가 귀할 때에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우선 일자리를 부여해야 한다’라는 물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응답자 비율이 2010~2014년 값보다 다소 높았다.(1995~1999년 값: 한국 42.2%, 중국 46.6%, 일본 N/A, 독일 77.3%, 미국 78.5%, 2000~2004년 값: 한국 43.3%, 중국 56.7%, 일본 34.9%, 독일 N/A, 미국 82%).
(7) 과학 친화 : 과학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큰 중국의 20대
한국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논문 수에서 중국은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이고 13위 한국과 격차가 크다. 중국 과학의 높아진 위상은,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중국인들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2010~2014년 기준 ‘가까운 미래에 기술의 발달이 더욱 강조된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Future changes: More emphasis on the development of technology)’라는 질문에, ‘바람직하다’라고 응답한 값을 보면, 중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20%p 가량 높았다(한국 59.6%, 중국 80.5%, 일본 61.8%, 독일 63.6%, 미국 44.2%). 1995~1999년 기준 동일한 질문에 대한 값 역시 중국이 다른 국가 대비 30%p 이상 높은 값을 보이며 과학/기술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한국 59.9%, 중국 93.5%, 일본 60.3%, 독일 53.8%, 미국 59.3%)
또한 2010~2014년 ‘과학과 기술은 인간의 생활을 더욱 건강하고, 편리하게 할 것이다(Science and technology are making our lives healthier, easier, and more comfortable)’라는 항목에 대한 긍정 응답률(10점 척도 질문에, ‘전적으로 찬성’에 가까운 8,9,10점으로 응답한 비율)도 중국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한국 50.3%, 중국 61.3%, 일본 54.3%, 독일 50.3%, 미국 44.2%). 과학과 기술이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생각과, 기술 발달이 강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중국 20대의 긍정적 인식이 서로 상통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맺음말
지금까지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한국 등 글로벌 5개국 20대의 가치관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한국의 20대는 서로 모순으로 보이는 상반된 가치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자율을 중시하는 성향이 적지 않은 한편, 비슷한 수준으로 다른 사람과의 동조를 원했다. 또한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서 강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여겼다. 이를 통해 한국의 20대는 다른 나라의 20대 대비 여러 가지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가치관을 동시에 가지는 한국의 20대는 소비에 있어서도 유사한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유행을 따르지만,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모습을 적극 표현하기를 원하는 개중(個衆)소비가 그 예다.
중국의 20대는 성장에 대해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도가 높고,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의식도 상대적으로 강했으며, 일을 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인식도 높았다. 여가에 대한 니즈는 다른 국가 대비 낮았다.
일본의 20대는 ‘함께 잘 살 수 있다’거나 ‘일을 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인식이 다른 어떤 국가들 보다도 낮은 한편, 여가 생활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양성평등 인식이 중국, 한국 중에서도 낮은 가운데, 자율을 중시하는 성향도 낮게 나타났다.
독일의 20대는 ‘부는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 얻어지는 것(‘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 된다’의 대칭 설문)’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해 여타 국가들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한편, 과학/기술 발달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사람에 대한 신뢰도도 높으면서 여타 국가 대비 자율을 가장 중시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은 남성, 여성이 사회적으로 평등해야 한다는 인식이 가장 높고, 외국인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고 대답한 비중도 높았다. 한편, 과학/기술 발전 등에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이는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분배 등 질적 성장에 대한 최근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일 것으로 추정된다.
가치관은 사회, 문화적 배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동양권 문화이면서 동양과 서양사이에서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20대는 ‘양성 평등 인식’이나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중국, 일본과 함께 낮지만, ‘자율을 중시하는 모습’은 독일, 미국의 20대와 더 닮아있다. 한편, ‘함께 잘 살 수 있다’거나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중국보다는 독일, 미국에 더 가깝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춤하는 현 시점에, 한국의 20대가 ‘함께 잘 살 수 있다’ 혹은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라는 믿음과 기대가 높지 않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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