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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서비스 산업 혁신에서 찾는 내수성장의 길'

우리경제의 성장활력이 저하되고 제조업 여러 분야에서 중국 등 신흥개도국에 경쟁력이 역전되면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내수성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는 그 자체로 성장의 동인이면서 동시에 타 부문에 대한 투입요소로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화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우리경제에 있어서는 서비스 성장이 경제활력의 회복과 더불어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룬 성장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경쟁과 혁신이 결여된 채 영세성의 굴레에 갇혀 부가가치나 생산성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현재 모습으로는 우리경제의 체질을 일신하고 성장을 이끌어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글에서는 성장 동인으로서 우리 서비스 산업이 처한 현실과 잠재력을 진단하고, 충분한 잠재력 발휘를 위해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정책 및 제도상의 과제들을 점검해 보았다. 

향후 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해 우리경제 전반의 성장활력과 생산성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인식과 정책, 제도를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1)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비스는 결코 ‘공짜’를 뜻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과거 제조업 중심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정책과 제도 또한 서비스에 보다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2)서비스 공급에 있어 시장과 가격기능을 높여야 한다. 차별적 가치를 주는 다른 서비스에 대해 차별적인 가격책정의 여지를 둠으로써 고급화 등 다변화된 소비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공공의 가치와 질서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한 서비스의 시장화가 효율적인 자원배분방안이 될 수 있다. (3)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과 품질에 대한 신뢰도 제고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지원의 혜택에 안주하도록 하는 ‘피터팬 증후군’도 극복되어야 한다. (4)과감하면서도 합리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규제정책의 중요한 원칙으로 국민 전체의 후생과 편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소수의 집중된 이익이 절대다수의 분산된 이익을 압도하는 파행을 줄여야 한다. (5)아울러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 및 정책 전반을 경제활동의 자유도는 높이면서 사후의 결과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적극 전환해야 한다. (6)서비스 생산요소인 인력과 토지이용에 대한 이용도 또한 제고해야 한다.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한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고용형태를 인정해야 한다. 직무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국가자격을 완화하고, 토지 이용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예컨대 수도권투자제한도 원천적인 봉쇄보다는 지방투자와의 매칭을 통해 규제의 원래 취지를 가급적 덜 훼손하면서 경제활동을 북돋울 수 있을 것이다. (7)경제구조 개혁과 서비스 발전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해나가기 위해서는 합리적이면서도 강한 리더십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역개발과 관련된 갈등 역시 협상의 대상과 당사자를 해당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가급적 현장을 중심으로 해법을 찾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우리경제의 구조를 개혁하고 서비스경제의 외연을 넓혀, 그것을 ‘통일 한국’에 구현함으로써 우리경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1. 서비스 주도 내수성장의 의미
2.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진단
3.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 
  

개발연대 이래 지난 50여년간 우리경제는 연평균 7% 이상 빠르게 성장해 왔다. 유례를 찾기 힘든 고성장 경험은 세계의 관심과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출-제조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이 고착화되어 왔다. 이제 우리경제가 성숙단계로 접어들면서 평균 성장수준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의 결과로 세계경제 성장의 속도뿐 아니라 그 방식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제조업 주도만으로는 더 이상 우리경제의 지속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향후 우리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보다 균형 잡힌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통한 내수경제의 활성화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서비스 산업 주도의 내수성장의 의미를 짚어보고, 경제성장 동인으로서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처한 현실과 잠재력을 진단해 보았다. 또한 그러한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정책, 제도상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서비스 주도 내수성장의 의미 
  

서비스 주도 내수성장을 말 그대로 풀이하면 장기간에 걸쳐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내수 부문이 전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현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업은 공식통계상의 산업분류체계에서 서비스업의 범주로 분류되는 각기 상이한 여러 업종들을 망라한다. 이들 업종들은 대체로 제조업에 비해 내수경제에 더욱 밀착된 특성을 지닌다. 내수 가운데서도 국민경제 전체보다는 특정한 지역경제와 더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이는 서비스가 재화에 비해 한 국가 내에서 그 나라 거주자에 의해 생산돼 그곳에서 소비되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조업의 경우 부존자원의 차이로 인한 국가별 특화 현상과 그에 따른 교역이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수출지향적 제조업 육성 전략을 택했다. 따라서 전체 경기변동이나 성장률은 수출-제조업 부문으로 설명되는 경향이 강하다. 내수경제의 많은 부분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영역을 통해 설명된다. 우리경제에 있어 ‘서비스 주도의 내수성장’은 내수부문과 연관성이 깊은 서비스 산업을 통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감으로써, 외수와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한층 균형을 이룬 성장구조를 만들어나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주요 선진국, 70년대 제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서비스 주도 성장 

초기 서비스 분야가 생활의 기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자연발생적 유형에서 벗어나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은 과정은 제조업 발달 과정에서 정부 및 산업자본이 주도한 인프라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20세기 전반기 철도 및 선박, 자동차 운송이 확산되고 유무선 통신이 널리 보급되면서 운송 및 물류, 통신 등의 연관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했다. 세계대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급증한 국방비 지출은 국방 및 공공행정 서비스의 일환으로서 서비스 산업의 외형성장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는 자동차, 냉장고 등의 대량보급과 함께 제조업에 기반한 소비사회화가 정점에 이르면서 서비스 소비도 함께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득수준 향상과 더불어 나타난 소비의 고급화, 레저열풍 확산,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복지국가 건설 등의 변화가 이 시기 서비스 분야의 성장을 이끌었다. 오늘날 주요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영국,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이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내수의 외연 확대를 경험했다. 

선진국들의 서비스 성장이 한층 속도를 내면서 주력산업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부터였다. 전체 부가가치와 고용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이른바 ‘경제의 서비스화’가 진행되면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성장동인의 이동도 본격화됐다. 소득수준도 높아졌다. 이 시기는 주요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수준을 넘어선 때와도 대략 일치한다.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는 기준으로서 선진국 진입이 이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7개국(G7)의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명목 부가가치 기준으로 1970년 평균 55% 수준이었던 것이 지금(2009년 기준, 영국, 프랑스는 2008년, 캐나다는 2006년 기준)은 평균 73%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고용 가운데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53%에서 75%로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제조업 부문의 구조조정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오일쇼크가 발생해 경기가 급락하고,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공업국들이 거세게 추격해 왔다. 제조업에서 해고된 노동력의 상당부분이 서비스 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경기부진과 대규모 실업 충격을 완충하는 동시에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함께 이루어졌다. 

영·미는 금융 및 사업서비스, 유럽 국가들은 사회서비스 중심 성장 

일찍이 산업화에 성공한 영국과 미국의 경우 금융 및 사업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서비스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해 경제의 성장과 혁신을 이끌었다. 기존에 강점을 지니던 인력, 법·제도, 국제적인 표준선점 효과와 함께 과감한 규제완화 정책이 더해진 결과였다. 이 같은 전략은 단기적인 경기방어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의 서비스화를 가속화시키며 1990~2000년대까지 장기적인 성장세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사회 서비스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실업급여, 연금, 의료보험 등의 복지제도를 강화해 경기침체와 경쟁력 약화로부터 야기된 충격을 완화하고자 했다. 이는 특정 산업의 성장보다는 경제여건 악화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그 결과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분야의 부가가치 및 고용이 빠르게 늘었지만,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성은 영국과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증가했다. 

서비스 산업을 성장시켜 내수경제를 살리려는 일본경제의 노력은 1990년대부터 가시화되었다. 엔화절상 압력이 가중되고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함께 장기불황이 시작된 시기에 이르러 시동을 건 셈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서비스 산업 전반에 걸친 성장, 발전을 도모했으나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영·미식 규제완화 정책의 효과는 도소매를 비롯한 유통산업 쪽에 국한되었고,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결과로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도 성장했다. 

성장의 주요 축이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 및 안정성 제고 역할 

이처럼 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그 자체로서 경제성장의 주요한 축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수출에 기댄 성장활력이 앞으로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근래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의 대규모 흑자 기조는 그만큼 원화가치가 절상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미 양국간 물가 차이를 감안한 구매력 평가 환율을 달러당 800원대 초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원화가 강세를 보였던 시기에 서비스의 성장 기여도가 높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방식도 바뀌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세계교역(물량 기준)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연 9%에 이르렀다. 신흥국 경제의 고성장이 이어지면서 생산과 투자의 글로벌화가 진전되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분업이 고도화되고 산업 내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교역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계 교역 증가율이 3% 내외에 그쳐, 생산과 소비가 교역을 유발하는 탄성치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글로벌 생산 지형이 생산입지 관점에서 수요처 중심으로 재편되고, 선진국들은 자국생산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감안하면 향후 우리경제의 성장 동인을 제조업에서 추가적으로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문에서 찾음으로써 내·외수의 균형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된다. 

서비스 성장이 갖는 또 한 가지 의미는 그것이 해당업종 자체의 성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을 비롯한 타 부문의 생산성 증가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데 있다(<그림 4> 참조). 이는 서비스가 최종 소비재로서뿐만 아니라 중간재로서 갖는 의미와 관계가 깊다. 제조업과 서비스의 경계가 약화되면서 제조업 내의 많은 기능이 실상은 서비스의 속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영관리와 연구개발, 시장조사, 마케팅, 디자인, 고객관리, 유지보수 등 서비스에 해당하는 많은 직능들이 제조업 생산과정에 내재화되거나 중간재 형태로 투입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기능들이 상품기획 및 핵심 제조공정 못지 않게 고급화, 고부가가치화와 혁신의 원천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제 전반의 고부가가치화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해 이러한 서비스 기능의 성장, 발전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외부로부터 충격이나 급격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때, 많은 경우 내구재에 대한 소비지출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서비스에 대한 소비는 상대적으로 평탄한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경기변동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면서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여지도 함께 커진다. 과거 우리나라의 제조업과 서비스 생산의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은 전반적인 성장률 수준은 낮지만 변화의 폭도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5> 참조). 

중간투입 요소로서 서비스가 갖는 의미도 커져 

경제성장에 있어 서비스산업이 갖는 의미가 다대해지면서, 서비스 성장의 영역이나 추진전략 또한 과거와는 다른 각도에서 볼 여지가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최종소비 영역에 속하는 몇몇 업종을 대상으로 보조금 같은 자원을 투입하는 방식이 많았다. 관광이나 보건의료, 사회복지 등의 업종을 대상으로 한 육성 노력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간재로서 서비스의 역할과 가치가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는 산업분류상의 몇몇 서비스 업종에 국한된 성장, 육성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기능 전반에 걸친 성장, 발전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경제 전반의 혁신능력을 높이고 거래비용을 낮춤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성장잠재력의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수출 또한 서비스 성장의 한 동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 
  

2.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진단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은 우리경제의 성장동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과거 우리경제가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면, 내수-서비스 성장의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 실행에 옮기면서 많은 대다수 산업정책과 관련 법 규범도 그에 맞춰 마련되었다. 그 결과 1970년대와 1980년대 전반기까지의 대부분 기간 동안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내수-서비스 성장, 경험 거의 없어 

한시적이나마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수출과 내수 부문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모습이 나타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3저 호황의 혜택을 받으며, 우리경제에도 본격적인 소비사회로의 진전 현상이 나타났다.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 열풍이 일고, 여행 및 어학연수 같은 해외 서비스에 대한 소비도 빠르게 늘어났다. 때마침 나타난 원화강세 흐름도 이를 뒷받침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플라자 합의의 여파로, 1990년대 중반에는 원고를 용인하는 정책을 폈다. 기업의 투자도 빠르게 늘면서 경상수지는 적자로 반전했다. 이 시기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은 연 평균 7~8%의 비교적 균형 잡힌 성장 흐름을 나타냈다. 

또 한 차례 균형성장은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에 잠시 나타났다. 이 때는 정부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성장을 추진했다. 원화절하에 기댄 수출 중심의 경제회복 기운을 내수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자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벤처와 카드 금융을 키웠다. 통신 및 전기전자산업을 중심으로 IT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된 것도 이 무렵이다. 

하지만 서비스 중심의 내수성장 구조는 끝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의 내수호황은 기업들의 과잉·중복 투자와 단기외채 증가 문제를 야기하면서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2000년대 초반의 내수-서비스 성장 정책 또한 벤처거품 붕괴와 카드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그리고 수출과 내수 사이의 성장 격차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내수성장 정책이 성공을 이어가지 못한 이유는 특정 부문에 재원을 투입하는 단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중점 육성 분야의 과열양상으로 이어지며 경제에 후유증을 남겼고, 초기의 성과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생산성 증가를 뒷받침할만한 정책·제도 및 인식의 변화, 인프라 등은 미비한 상태에서 재원투입에 의존한 양적 성장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웠다. 특히 이 시기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발생한 유휴인력이 서비스 부문으로 유입되면서 생산성이 정체되었다. 

서비스 고용 증가에 비해, 부가가치 성장은 지체 

제조업 고용이 줄면서 서비스업이 성장의 전기를 맞는 현상은 우리도 주요 선진국의 경험과 비슷했다. 제조업과 농림어업의 고용감소가 서비스 고용 증가의 상당부분을 설명한다. 1990년 이후 서비스 고용이 900만명 내외에서 지난해 1740만명까지 늘어나는 동안 제조업에서는 약 73만명, 농림어업에서는 137만명 가량의 취업자가 줄었다. 1990년대 초반의 제조업 구조조정은 주로 노동집약적 경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중화학 공업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구조조정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본격화되었다. 이런 점에서 1990년대 이후 ‘고용의 서비스화’는 충분히 진전이 되어 온 셈이다(<그림 10> 참조). 

하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고용이 늘어난 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일종의 성장지체 현상을 겪고 있다. 전체 고용 중 서비스 비중이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에 거의 근접하는 반면, 부가가치 비중이나 성장기여도는 현저히 낮다. 외환위기 이후 시도된 내수성장 정책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사이의 성장 격차가 그다지 좁혀지지 못했다. 

오히려 전체 부가가치 성장을 제조업이 주도하는 불균형 성장 패턴이 계속 심화되었다. 명목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들어서 50%대 후반에서 정체상태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발생 이후에는 하락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우호적인 환율여건에 기대 제조업이 선전한 것에 비해 서비스 생산은 부진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질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경제 내 서비스 생산 비중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의 고부가가치화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서비스의 실질 부가가치 비중이 계속 하락하는 모습은 주요국 가운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혁신의 결과로 발생하는 가격하락 추세 때문이지만, 동시에 서비스 산업에서의 기술혁신 성과의 상대적 부재를 시사하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명목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서비스 부가가치 비중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것도 생산물량 증가에 힘입은 것이라기보다는 제조업에 비해 강하게 나타나는 물가(디플레이터) 상승 경향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그림 11> 참조). 

고용투입과 부가가치 생산의 불균형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그 결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주요국 가운데서도 유독 낮은 수준이다. 생산의 결과물이 유형의 재화인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 영역에서는 생산성을 측정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제품 이외에 지식, 경험, 노력 등에서 나오는 무형의 생산물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 속성 또한 품질이 생산자마다 상이하게 나타나는 비표준성과, 생산하자마자 사라지는 이른바 비지속성 때문에 생산성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거시적 측정과 국제비교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기준 가운데 하나인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제조업과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제조업이 8,600만원이 넘는 1인당 부가가치를 생산한 것에 반해 서비스산업은 3,800만원 남짓한 수준에 그쳤다(<그림 12) 참조). 

주요국 가운데서는 가장 낮은 부류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성이 미국을 제외한 여타 선진국들과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인데 반해, 서비스산업은 현저하게 낮다. 특히 종사자 1인당 연간 부가가치를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인 시간당 생산성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이다. 아울러 제조업과의 격차도 상당히 큰 편으로 나타난다. 종사자 1인이 연간 생산하는 산출물의 절대적 크기뿐만 아니라 제조업 대비 생산 격차와 다른 나라와 비교한 상대적 격차에 있어서도 심각하게 낮은 생산성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그림 13> 참조).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과 고용투입 수준을 주요 선진국 평균 수준과 업종별로 비교해 보면 공공행정 및 국방, 보건 및 사회복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4> 참조). 특히 음식숙박, 운수, 도소매 등은 생산성은 낮으면서 고용은 더 많이 투입돼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업종 가운데 상당 부분은 종사자의 진입장벽이 낮아 제조업 구조조정 인력이 유입된, 이른바 고용피난처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여겨진다. 저가경쟁의 격화와 그로 인한 생산성 저하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과 사업서비스 등의 업종은 생산성 수준이 낮긴 하지만, 고용투입 비중도 주요 선진국 평균 수준보다 낮다. 따라서 향후 고용증가를 동반한 양적 성장의 과정에서 생산성 제고를 꾀할 여지가 충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생산적 경쟁과 혁신 부족이 생산성 저하 원인 

우리나라 서비스업 발전이 지체된 원인은 결국 경쟁과 혁신의 제약으로 요약된다. 제조업이 정부의 보호를 벗어나 세계시장을 무대로 나아가 광범위한 경쟁과, 생존을 위한 치열한 혁신의 압박에 맞닥뜨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국내 소비시장은 유독 수입 개방도가 낮은 특성을 보인다.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수입이 적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이 최종소비보다는 수출을 위한 원자재 및 자본재로 투입되는 경향이 강하다(<그림 15> 참조). 

이러한 폐쇄적 시장구조는 내수시장에서 경쟁을 제약하고 국내 공급자들로 하여금 외부로부터의 자극과 변화에 둔감하게 만들 유인이 크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그렇지 않다. 유학, 여행 등을 통한 해외경험이 확대되고 있다. 또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내와 해외의 상품 및 서비스 공급여건을 직접 비교하고, 부분적으로는 직접 선택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소비영역에서 서비스 부가가치의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최근 불어 닥친 해외직구 열풍에서도 보듯이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폐쇄적 시장구조와 그 안에서 안주하는 영업행태로 인해 성장이 제약되고 생산성 제고 기회마저 상실하는 상황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서비스 기업 또는 서비스 기능의 내부화 또한 경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주요한 서비스 기능이 제조업에 내재화되고, 서비스 기업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집단의 일원으로 존재함으로써 경쟁강도가 약해지고 혁신유인은 위축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국내 서비스업 분야에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계형 자영업 형태로 창업과 종사자 수가 많이 몰린 분야에서는 시장의 크기나 구매력 대비 과잉경쟁의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비생산적인 경쟁구도가 생산성 제고 유인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원인은 혁신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모든 서비스 R&D가 서비스기업에 의해 수행되는 것은 아니다. 제조기업 안에서도 지배 및 경영관리, 기초기술 연구, 시장조사 및 마케팅 등 서비스 기능에 대한 연구개발 활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저조한 서비스 R&D 수준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그림 16> 참조).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 분야에서 혁신이 유독 저조한 까닭은 그 유인이 크지 않은 구조 때문이다. 가치창출의 원천으로서 서비스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고, 그에 대한 지불의사도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법률, 의료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에서는 자격증, 인·허가 등을 통한 보호장치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서비스 영역이 지니는 강한 외부효과와, 그에 비해 미약한 법적 보호장치와 복제에 쉽게 노출되는 서비스의 속성은 그만큼 혁신의 효과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혁신을 수행할 전문적 역량을 지닌 인력자원도 부족하다. 혁신에 대한 정책지원이 과거 제조업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자금조달 등에 있어 서비스 기업이 체감하는 현실적 제약이 클 수 있다. 

이처럼 경쟁과 혁신유인이 약한 상태에서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영세성의 굴레에 갇혀 부가가치나 생산성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현재 모습으로는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인으로 자리잡기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3.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 
  

장기적으로 소득수준 향상과 더불어 우리경제의 내수부문, 특히 서비스 산업은 주요 선진국의 경험에 점차 수렴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은 고용도 더 늘 전망이다. 하지만 서비스 성장을 통해 더욱 탄탄한 내수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부가가치 성장, 그리고 생산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향후 서비스 산업 발전의 기본 방향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큰 영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동시에 많은 고용을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수요로서 유망 소비영역은 물론이고 중간재로서의 서비스, 즉 우리경제 전반에 내재한 서비스 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음의 일곱 가지 과제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1) 인식전환 및 차별시정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은, 그 대상에 해당하는 서비스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가장 흔한 오해는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거나 제값을 지불하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식당 등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서비스 없어요?’라는 표현에서 서비스는 제값을 주고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 외에 무료로 추가 제공되는 부가적인 부분, 즉 ‘공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의 가격을 제대로 지불하려 하지 않는 경향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된다. 소프트웨어를 불법 복제해서 사용하고, 제품에 돈을 지불하면서 그 품질보증과 유지·보수는 무료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해악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로 돌아간다. 무형의 기술 및 서비스가 지닌 가치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해당 서비스의 미 발달과 함께 재화시장에서도 고부가가치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한다. 서비스 기능의 강화,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투자는 자연히 위축된다. 매달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보다 다양한 음원에 대한 접근과 더 나은 사운드 퀄리티의 서비스는 여전히 아쉽다. 질 낮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그 가치를 인정하기 힘들고, 가격경쟁 격화는 투자유인의 축소로 이어지면서 해당업종은 그만큼의 성장기회를 상실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러한 차원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의 제정 또한 서비스의 산업적 가치와 가능성을 환기시키고 법과 제도를 포함한 경제사회 규칙을 서비스산업 발전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 ‘산업발전법’은 그 적용 범위를 ‘제조업’과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서비스업’으로 국한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규범적 기반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국가계약법’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최저가 입찰제는 대표적으로 서비스 용역보다는 제품 중심적 사고의 반영이다. 

서비스 발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의 조직과 인력 구성에 있어 서비스 분야에 대한 인력과 예산이 더 많이 배분돼야 한다. 각종 규제와 지원에 관한 제도 또한 제조업과의 차별 및 격차를 줄여나가는 동시에 서비스업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규제완화 정책의 초점이 제조업 생산설비 증대에 맞춰진 결과 서비스 영역에 산재해 있는 규제들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제조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재정 및 금융 상의 지원정책이 서비스산업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 분야에 한정돼 있다. 정부 R&D 지원 예산 중 0.46%(2013년 기준)만이 서비스업에 투입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 자금, 조세특례법상의 세제 지원 등도 대부분 제조업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다. 서비스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주로 담보 제공이 용이한 도소매업에 집중되는 실정이다. 

(2) 시장 및 가격기능 확대 

서비스의 가치 및 그 차별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날로 다변화되는 서비스 수요의 충족을 위한 전기 또한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 및 경제·사회 구조 변화, 경기변동 등 다양한 환경인자의 변화에 따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기도 하고, 이미 존재하던 수요가 더욱 강해지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변화되는 수요는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영역에서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사회적 위화감 유발을 이유로 특정 소비에 대해 강한 제약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이제 골프가 많이 대중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억제 차원에서 강한 조세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이용자가 부담하는 개별소비세는 경마장의 24배, 경륜장의 60배에 달한다. 이 같은 제도로 인해 잠재적 소비여력이 해외로 이탈하고, 국내소비는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수요 다변화에 대한 대응의 출발점은 개별 서비스에 대한 가격규제의 완화에 있다. 서비스는 개별화된 형태로 공급되는 속성이 강하다. 따라서 동일하게 간주되는 서비스라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개별 공급자의 역량이나 태도에 따라 상당한 차별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차별적 가치의 공급에는 차별적 가격의 여지를 두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가격규제의 주요한 논거로 제기돼 온 공공 서비스로서의 성격 또한 한층 엄격하게 규정, 적용될 필요가 있다. 상당한 공공성을 지닌 서비스라 하더라도 우리사회의 가치나 질서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면, 공공부문을 통한 획일적 공급이 아닌, 가격기능이 작동하는 시장을 통해 공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공급량 또한 확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육시설, 요양병원, 실버타운 등에 민간공급을 확대하면서 보다 고급의 서비스를 인정함으로써 해당 서비스 업종의 고부가가치화는 물론 획일적 공급체계의 이면에 잠재해 있던 추가적인 시장창출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 대형화, 기업화 촉진 

국내 서비스 사업체 전반의 영세성 또한 극복해야 될 과제이다. 규모 면에서는 성장과 신규 진입을 통한 대형화가, 사업행태 측면에서는 경영 마인드의 제고를 통한 강한 경쟁력이 필요하다. 대형화의 가장 큰 이점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효율성 제고이다. 또 표준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상향 평준화를 꾀할 수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영역에서는 평판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경향이 강하다. 브랜드, 마케팅 역량 등에 걸친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경험을 축적할 체계, R&D 여건, 브랜드화 추진 등의 다양한 역량들이 동시에 요구된다. 국내 서비스 산업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소규모 사업체의 비중이 매우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그림 17> 참조). 이러한 현실에서는 대형화·표준화 및 비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소 효율규모(Minimum efficient scale)에 미달하는 기업이 많아 서비스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어렵다. 

영세성 탈피를 위해서는 강하고 생산적이면서도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성장을 회피하면서 지원정책이 가져다 주는 혜택에 안주하도록 하는 각종 중소기업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각종 지원혜택이 중단되는 유인구조 때문에 기업이 일정 규모에서 성장을 멈추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나 ‘골목상권 보호’와 같이 영세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을 보호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정책 또한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필요하다면 기업화, 대형화의 길도 넓혀 주어야 할 것이다. 경영체적 마인드를 강화하고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 노력에 나서도록 유도해 성장기회를 찾고 영세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야 한다. 투자를 늘리고 대형화의 이점과 생산성 제고 노력을 배가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업의 진입도 신중하게나마 허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병원법, 약사법 등 특정 자격증의 소유자만을 개업의 주체로 허용하는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성장잠재력을 지닌 기업과 한계기업을 선별해내는 유인구조 또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정부가 직접 나서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전문적 역량을 가진 민간업체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방식을 모색해 볼 필요도 있다. 

(4) 과감하면서도 합리적인 규제 완화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서 규제완화가 언제나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역대 정부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 왔고, 2014년 한 해 동안에만 1만5천여개 중앙부처 법령 형태 규제 가운데 400건 가까이를 줄이는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규제로 인한 경제활동의 제약이 작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종 지침, 조례 등의 형태로 산재해 있는 규제와 등록되지 않은 암묵적 규제로 불리는 공무원의 소극적인 태도 외에도 무엇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비롯한 몇 가지 핵심 및 덩어리 규제가 대규모 투자와 신규사업에 대한 참여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 또 규제가 본래의 취지보다는 특정집단의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규제 완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 전체 관점의 편익과 후생에 대한 고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사회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소수의 집중된 이익이 다수의 분산된 이익을 압도하는 현상을 줄임으로써 의사결정 및 실행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제활동의 자유를 가급적 증진시키면서 사후 나타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기술발전의 성과를 활용하고 적절한 유인구조를 설계해 애초의 규제목적을 크게 저해하지 않으면서 경제활동의 자유와 기회를 좀더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지혜와 실행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수도권 규제 완화 차원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방에 대한 투자를 조건으로 호텔, 테마 파크 등 대규모 위락시설의 수도권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봄직하다. 

보다 과감하고 지속적인 규제완화를 위해 영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시행 중인 정책들도 적극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규제신문고 제도를 비롯한 현 정부의 노력이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 하나의 규제를 도입할 때 두 개의 규제를 없애는 방향(One in, Two out)으로의, 보다 적극적인 규제 총량제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시행 중인 규제일몰제의 경우 규제 존속의 이유를 보다 엄격하게 고려하고 규제목적 달성을 위한 대안 발굴에 힘쓸 필요가 있다. 

(5) 혁신 친화적 제도 설계 

아울러 규제를 포함한 우리사회의 제도 전반이 혁신을 적극 수용하고 더 나아가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모되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한 사업적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사전적 규제를 적극적으로 줄이고, 그 대신 사후평가와 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애초 규제목적을 달성시키려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필요하다면 비용부담을 늘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불법행위 처벌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제도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의 출현과 진입·퇴출에 대한 자유도를 대폭 끌어올리고 사업의 성패를 시장과 소비자의 판단에 따라 정해지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의 창조나 혁신기술 사업화가 민간의 영역만은 아니다. 그것이 소비자 후생과 관련산업의 성장,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단되면, 사업화에 장애물이 되지는 않도록 표준 및 국내규격 마련, 기존 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조정 등을 서두르는 것은 온전히 정부의 몫이다. 해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기술 및 사업모델의 국내도입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국내 사업자의 반대에 가로막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혁신이 중장기 관점에서 세계경제 전반의 변화를 반영하고 특히 소비자들이 원하고 바라는 방향과 부합하는 것이라면, 일부 이해관계자의 반발과 이익의 보호는 그야말로 당랑거철(螳螂拒轍)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이미 주어진 조건으로서 법, 제도의 형식 못지 않게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다. 일례로 많은 선진국 정부가 자국이 속한 법 체계와 관계없이 혁신을 장려하고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기존의 강하고 포괄적인 규제들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는 규제의 근거가 되는 법령에서 특정한 사항을 열거하여 제한적으로 금지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주로 계약법이 발달하고 판례를 통해 규범을 형성, 발전시켜 온 영·미법 국가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독일을 비롯한 대륙법 체계의 국가들도 이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영업법(Gewerbeordnung)’은 네거티브 방식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법의 제1조는 “이 법의 제한이나 예외에 해당하지 않거나 허가사항이 아니라면 모든 국민의 영업이 허용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에 열거된 예외적 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 있어서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EU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더 나은 규제(Better Regulation) 정책’ 또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서 있다. 

(6) 인력 및 토지 활용도 개선 

서비스업은 제조업과는 다른 여러 특성을 지닌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무형의 생산물로서 같은 서비스라 하더라도 개별 생산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이질적 특성이 나타난다. 또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고 소비 후에는 소멸된다. 이런 측면에서 생산요소의 투입, 특히 인력의 운용방식 또한 제조업 분야와는 차별적인 서비스산업 고유의 특성에 부합하는 유연한 고용제도가 필요하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표준화된 장시간 근로가 아닌, 보다 다양한 고용형태를 인정함으로써 인력의 탄력적 공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 등이 일회성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매개하게 되면, 상당수 서비스 근로형태는 ‘1인 기업’과도 같이 과거에 비해 훨씬 개별화된 임시직 형태로 바뀌어나갈 전망이다. 거래비용의 혁신적 절감은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의 효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개의 시간 단위 근로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데 따르는 고달픔과 불안정성이 끊임없이 근로자들을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혁신흐름에 상응하는 고용여건의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가까운 미래 근로자들이 처하게 될 불안정성의 증폭, 즉 일자리 질의 가속적 하락에 대한 고용 및 복지정책의 뒷받침 또한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서비스 일자리의 질은 결국 그 일이 어느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있다. 로컬 서비스로 분류되는 영역을 벗어나 보다 고부가가치의 서비스 영역에서는 글로벌 생산구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따라 일자리의 질과 임금이 결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서비스 산업의 수요 변화에 대응한 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하는 일도 중요하다. 제조업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교육훈련 체계를 정비하고, 혁신적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인력 수요조사와 직무분석에 기반하여 교육과정이 보다 유연하게 변모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격 제도도 정비가 필요하다. 의사, 사회복지사, 미용사 등 직무범위를 포괄적, 독점적으로 규정하는 국가자격의 완화를 검토해볼 만하다. 민간자격을 신설하고 인정해 날로 세분화되는 직능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직업 다양성 제고를 도모해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침술,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에 관한 자격이 모두 대체 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업무 영역이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있고, 그 결과 의사면허 없이 행하는 유사 의료행위들에 대해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능제도의 이 같은 경직성으로 인해 국내 서비스 공급이 소비자의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해당 업종의 성장기회를 스스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하나의 생산요소로서 토지의 이용률도 높여나가야 한다. 국내 자영업 종사자들은 대표적인 수익성 저하 요인이자 애로사항으로 임대료 및 권리금 부담을 꼽곤 한다. 특히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에서 두드러진다. 수도권 집중 및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등 주요시설의 지방분산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권 내에서도 토지 및 공간의 이용도를 높일 여지가 있다. 향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수도권 투자 제한의 단계적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수도권 진입을 원천 봉쇄하기보다는 지방투자와의 매칭을 통해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환경보호를 위한 개발제한 규제 또한 오염저감 투자를 고도화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본연의 목적을 크게 저해하지 않으면서 토지이용률은 높이는 등의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국유지 임대 제도를 확대하고 도심재생 사업도 활성화함으로써 서비스 발전에 있어 공간제약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 리더십 및 갈등조정 능력 제고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는 제조업과의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기존 사회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의 변화는 국민의 일상생활 및 생업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구조 변화와 통합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강하면서도 화합 지향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갈등 및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메커니즘을 창출하고 정치사회적 전통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갈등 및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서는 갈등 주체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제도, 갈등 관리 전문 인력의 양성, 체계적인 전담조직과 매뉴얼을 통한 운영, 소통 및 신뢰 등 사회적 자본과 협상 문화 등의 환경을 갖춘 효과적인 갈등관리 시스템이 우선 구축되어야 한다. 협상 실효성을 높이는 장치 또한 필요한데, 협상 당사자 및 대상을 명확화하고, 과도한 협상지연에 대해 비용을 부담토록 설계하는 등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립공원에 케이블 카를 설치하는 것과 같이 사업성과 공공성이 충돌하는 경우, 협상의 당사자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좁히는 방식을 통해 보다 용이하게 해법에 도달할 수 있다. 협상 주체와 대상을 명확화하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해당지역 주민과 해당지역의 환경보호단체가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사업성을 위해 허가를 하되 공공의 가치를 위한 구체적 환경보호 의무 및 합리적인 비용부담에 대해 지역 사회가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갈등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법권에 의한 분쟁 해결과 더불어 당사자간 협상, 조정 등의 대안적 분쟁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대안적 분쟁해결은 재판 및 법원 심리 이전에 당사자들 간에 제 3자의 도움없이 합의에 도달, 갈등해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 해결 방식은 각종 민사, 행정소송으로 발생하는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도 함께 볼 수 있다. 

서비스 공급 혁신의 위협과 기회에 적극 대응해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서비스 공급 양식의 혁신은 우리경제에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실용화의 임계 수준을 넘어서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양식에 근본적인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대리인을 매개로 한 전통적 공급 양식을 플랫폼에 의한 공급이 대체하면서 한계비용은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고 다품종 대량공급이 가능해졌다. 가장 발달된 서비스를 전세계로 공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공급의 독점화, 승자독식 현상이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심화된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상당한 정도의 지식노동을 대체하게 됨으로써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개개인의 고용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의 흐름을 미국 기업 및 정부가 거의 독점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경제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이러한 흐름에 뒤처져 있다. 글로벌 경쟁의 측면에서는 중국 등 후발 개도국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알리바바 상장을 통해 중국은 IT서비스업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을 창출한 셈이 됐다.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를 앞지른 것이다.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와해성 혁신의 진전이 의료나 사업서비스, 복지 등 제반 서비스산업의 공급양식 존립에 근본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 이러한 기술과 공급양식의 혁신이 야기할 서비스 공급 양식 전반의 재편 가능성과 비교하면, 지금 한창 첨예한 국내 이해관계자들간의 대립과 각축, 독점적인 보호 요구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요구되는 규제의 새로운 영역과 방식, 고용 안정 대책 등의 모색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 성장과 통일을 우리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쪽 바퀴가 고장이 난 차로는 멀리 가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저성장 징후가 뚜렷해지는 우리경제에 수출-제조업의 다른 쪽 바퀴로서 내수-서비스업의 성장, 발전은 절실한 과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제조업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게 다른 서비스 경제의 특성은 변화와 발전이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점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기술의 급변과 우리사회의 빠른 고령화, 신뢰자산의 부족에서 오는 사회적 병리현상들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중장기적으로 통일은 내수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다. 통일과정에서 거시경제적 혼란과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겠지만, 종종 간과돼 온 통일의 편익은 그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단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8천만 인구의 내수시장이 창출되면서 긴장과 불안 완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축소, 군 병력 감축에 따른 노동공급 증대 효과, 투자 및 교역의 증가가 남북한 경제 모두에 활력 제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의 통일은 양측의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 대해 성장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통일 이후 내수경제의 지속성장과 발전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지금 우리경제의 내수성장 전략과 그를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 노력의 성과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출-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우리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외수와 내수가 한데 어우러진 균형성장 전략을 통해 다시 한 번 활기를 되찾고, 여기에 통일을 달성하면서 한층 더 배가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과제들을 통해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 ‘통일한국’에 구현함으로써 우리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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