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일본 전자기업, 실적 개선되며 투자여력 확대됐다'
2014년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성과가 개선된 가운데, 국내 전자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본 전자기업들은 엔저에 힘입어, 중국의 전자기업들은 내수시장의 성장과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및 중국 전자기업들이 성과 호전을 기반으로 투자와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있어 우리기업들은 원고 뿐 아니라 더 강해진 경쟁기업들과 만나게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성과 개선이 더딘 가운데, 최근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회복세가 다른 산업에 비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Forbes Global 2000에 속한 기업들 중 주요 업종의 최근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면, 전자 산업만이 2012년 이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된 모습이다. 최근 3년간 글로벌 전자기업들은 2012년 -0.7%, 2013년 0.3%, 2014년 3.2%로 성장률(매출증가율, 이하 재무지표는 중앙값 기준)이 개선되는 추세에 있고, 수익성(영업이익률) 또한 2012년 6.1%, 2013년 7.9%에서 2014년 10.8%로 증가하였다.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성과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전자 업종에 속하는 전세계 상장 기업 중 실적이 확인되는 3,870개 기업(2014년 기준)의 경영성과를 살펴보았다. 전자기업들의 성과 개선은 전자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주요국 기업들의 성과 개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다양한 전자 분야에서 한국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기업과 중국기업의 경우 2013년 대비 2014년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되었다. 그러나 국내 전자기업들의 경우, 성장률은 2013년 대비 4.4%p나 하락하였고, 수익률은 0.8%p 하락하였다.
국내 전자기업은 규모가 큰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매출 규모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누어 성과를 비교해 보면, 국내 기업들은 규모가 클수록 성과가 크게 악화되었다. 매출액 규모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경우 2013년과 비교하여 2014년에 성장성이 크게 감소하였고(매출증가율 13.1% → 1.6%), 수익성 또한 낮아졌다(영업이익률 4.5% → 4.3%). 반면, 일본의 경우 매출액 규모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성장성이 소폭 감소하였으나 수익성은 증가하였고, 나머지 그룹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되었다.
중국·일본 전자 기업의 성과 개선
● 환율 등 우호적인 경영환경
2014년 환율 변화는 전자기업의 경영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전자기업들은 엔저를 기반으로 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중국 전자기업들은 글로벌 환율 변화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다. 반면, 해외매출 비중이 높고, 특히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전자기업들은 2014년과 같이 신흥국 통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시기에 매출 및 영업이익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과거 엔화 가치가 상승했을 당시 실적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었던 일본 주요 전자기업들은 엔저로 전환된 2013년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기업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70%가 넘는 소니는 2014년 환율 영향으로 매출은 4,300억엔(2013년 대비 2014년 매출 증가분 5,200억 엔 중 83%), 영업이익은 154억엔(2014년 영업이익 545억 엔 중 28%)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고 발표하였다. 경영성과 개선으로 일본 전자기업들의 주가도 빠르게 회복하였는데, 파나소닉의 경우 2012년 11월 1조엔 아래로 떨어진 시가총액이 2014년 말 3.5조엔까지 증가하였다.
중국 전자기업들의 성장에는 내수시장의 높은 성장률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전하향, 이구환신 등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이미 종료되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전자 분야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례로, 2016년까지 LCD 패널 자급률을 80%(면적기준)로 높이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현재 글로벌 패널 시장에서 한국 및 대만 기업에 비해 아직 낮은 시장지위를 가진 중국 패널업체들의 향후 성장에 추진력을 더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했던 중국은 세계 수출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꾸준히 높여왔다. 중국 전자부문이 전 세계 수출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0% 수준에서 3년만인 2014년 30%까지 높아졌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인도 및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중국 로컬기업들의 성장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영업현금흐름 개선으로 투자여력 확대
일본 기업들은 경영성과가 개선되면서 증가한 영업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높은 수익성을 통해 영업현금흐름의 개선 추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지출이 증가된 상황에서도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전자기업들은 수익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설비투자의 비중을 낮추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잉여현금흐름이 부족하여 수익성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향후 투자를 확대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은 그 동안 자국 시장의 성장 및 정부 정책에 상당부분 의존해서 성장해 왔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기업들의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중국기업들의 시장지위 확대와 경영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Huawei, ZTE, Lenovo 등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전체 중국 전자기업 평균 R&D 수준의 2배가 넘는 10% 수준에 이른다. 이러한 적극적인 R&D 활동으로 중국 전자기업들은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선진국시장에서도 시장지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 다양한 전자 분야에서 고른 성과 개선
전자산업 내에서 세트(완성품), 부품, 장비 등 분야별 매출 및 이익 비중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기업 수 비중은 부품이나 장비 분야가 더 높으나 매출 및 이익은 세트의 비중이 높다. 반면, 일본의 경우 기업 수 비중과 매출, 이익 비중이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전자기업은 규모가 큰 기업이 세트 사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세트뿐 아니라, 부품 및 장비 기업들도 규모 면에서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경우 세트 기업이 기업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매출 및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 기업과 비슷하나, 세트, 부품, 장비의 매출 및 이익 비중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은, 장비 부문의 매출 및 이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 나라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세부 분야별로 2014년 성장성과 수익성을 살펴보면, 국내 전자기업들은 매출 비중이 높은 세트 기업들의 성장률이 크게 감소하였고, 부품 및 장비기업들의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세트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하락하였지만, 부품 및 장비기업들의 성과가 크게 개선되었다. 중국 전자기업은 세트 및 부품의 성장성이 개선되고, 수익성은 전 분야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전자기업들은 세트 분야의 매출과 이익 비중이 높다. 그러나 세트 분야는 시장 경쟁이 심하고,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든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높은 성장률과 이익률을 시현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이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부품 및 장비 분야에서의 높은 성과를 기반으로 전체 전자 기업 성과가 개선되었다. 부품 및 장비 분야의 경쟁력은 이를 활용하는 세트 분야의 경쟁력과 연관성이 높다. 일본 및 중국 기업의 부품, 장비 분야에서의 성과가 향후 투자나 연구개발로 이어질 경우, 두 나라의 세트 분야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강해질 경쟁상대들
전자 산업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본 전자기업들은 80년대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고, 90년 이후 한국 전자기업들은 가전에서부터 TV, 반도체, 휴대폰 등 첨단 전자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2000년 이후 중국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에 머물지 않고 한국, 일본 기업을 위협하는 전자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국 경제 저성장과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의 열세로 일본 기업들의 시장지위가 다소 약화되었고, 중국 기업들도 내수 시장의 고성장세가 둔화되며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글로벌 전자 산업에서 새로운 사업모델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국기업을 위협하는 중요한 경쟁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시장지위가 다소 약화되었던 일본 기업들은 TV 등 주요 세트 분야에서 다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의 부품, 장비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술력 수준이 우리 나라 기업에 미치지 못했던 중국 기업들도 TV와 LCD패널 및 휴대폰 등 주요 전자 분야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경영성과는 기업의 영업활동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미래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표이다. 경쟁국 기업들이 외부 환경의 영향뿐만 아니라,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어 우리 나라 전자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상황을 헤쳐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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