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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 코스트 높아졌다'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이로 인해 해당 조직과 리더가 감당해야 할 대가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과 예방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인간을 한계까지 몰아붙였을 때, 잠재력이 꽃 피워 천재성이 발현된다면 그 한계는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 것일까? 학생들의 연주 실력 향상을 위해 비인격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교수와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지독한 연습과 광기를 넘나드는 주인공의 스토리를 다룬 영화 <위플래쉬>는 우리에게 위와 같은 담론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다양한 집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들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은 성과 제고 혹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라는 이름 하에 폭언, 인격모독적 행동들이 암암리에 가해져 왔다. 리더들의 이런 비인격적 감독(Abusive Supervision) 행위가 조직 내에서 용인된 적은 없었지만, 이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공공 기관, 대학 내, 사기업 등에서 일어난 리더들의 막말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이 그 예이다. 

2014년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직장인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생활을 하며 폭언을 들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68.2%가 '있다'라고 응답했다고 하였고, 이 중 인격모독적인 말이 29.3%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응답자의 56.5%는 폭언으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수시로 듣는 폭언으로 퇴사한 경험은 33.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십과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리더들의 비인격적 행동이 줄어들고 있는지는 의문인 가운데, 이로 인해 비인격적 리더 자신 혹은 기업이 치러야 하는 코스트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과 예방책에 대해 알아본다.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 

비인격적 감독(Abusive Supervision)은 리더가 부하에게 지속적으로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모멸감이나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적대적인 모습에 대한 부하의 지각 정도를 의미한다. 특히 부하가 리더의 행동을 비인격적이라고 느끼는 주관적인 판단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게 된다.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의 유형에는 크게 부하의 행동에 대한 비난 및 조롱, 화풀이, 능력 무시, 무례한 행동 등이 있다(<그림> 참조).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은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고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게 함은 물론, 창의성을 저하시키고, 책임지고 직무를 수행하려는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상위 관리자의 비인격적 감독은 중간 관리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조직 전체의 업무 분위기를 흐트러 놓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성원들의 결근,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관련 비용이 연간 약 23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을 특정 구성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행동으로 치부하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 대가가 커진 이유 

과거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이 강했던 조직 분위기에 비해 최근 기업 차원에서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과 관련된 이슈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나친 경쟁이나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빈도나 강도가 현격히 높아졌다기 보다는 이를 지각하는 구성원들의 민감도나 사회적인 시선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비인격적 감독 행위를 한 리더 본인 혹은 그 리더가 속한 기업이 치러야 할 대가가 커지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 주도성과 자율성을 원하는 구성원 

과거에는 단순히 리더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행동을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였고, 일의 특성이 좀 더 단순했기 때문에 비인격적 리더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자기 주도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리더가 자율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2008년 헤이 그룹(Hay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좋은 조직 분위기는 리더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비즈니스의 성과 차이의 약 30%는 리더가 형성한 업무 분위기에 의해 설명된다고 한다. 비인격적 행동을 하는 리더 밑에 있는 구성원들은 삭막한 분위기 안에서 점점 수동적이 되어가고 열정적으로 일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세대와 문화적인 변화로 특히 자율을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는 비인격적인 리더 밑에서 더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성과를 못 낼 가능성이 높다. 인텔리전스 그룹(Intelligence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Y세대(1970년대 말~2000년대 출생)들의 경우 72%가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상사이기 원한다고 했으며, 이 중 79%는 만약 상사가 있는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면, 상사가 코치나 멘토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자율을 중시하는 세대적 특성으로 인해 리더를 자신과 협력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동반자 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세계 가치관 조사 협회(The World Values Survey Association)에서 조사한 한국 20대들의 가치관 변화도 주목해 볼만하다. 가장 최근의 조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갖고 자기 방법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항목에 ‘나와 비슷하다’의 긍정응답율은 74.4%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2005년 조사된 62%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자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율과 수평적인 관계가 중시되는 가운데,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은 과거에 비해 구성원들, 특히 Y세대들의 반발을 크게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리더라는 자리 그 자체에서 나오는 권위에 의존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비인격적인 행동을 하는 리더들은 점점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이로 인해 구성원들의 사기나 조직 성과에 악영향을 미쳐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SNS로 인한 정보 확산 속도 및 범위의 증가 

스마트폰 사용 증가, SNS 등으로 인해 정보의 공유 및 확산이 용이해져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이 기업 평판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에는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시 그 사람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거나 사실 여부를 은폐, 축소할 여지가 있었다. 또한 비인격적 감독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던 조직의 경우, 가끔 구성원들조차 무뎌져서 그 심각성을 크게 못 느끼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SNS로 인해 이런 이슈들의 확산이 용이해졌고, 한 번 퍼지면 막기가 어려워졌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는 회사 e-mail로 인증을 받아 현재 재직중인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고 익명성이 보장되어 동료들끼리 수시로 정보나 고충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리더의 행동과 관련된 이슈도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그 진상이 드러나고 추가적인 경험담들이 공유되었다고 한다. 

기업이나 비인격적 감독 관련 사실들이 외부에 알려져 공분을 살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조직이나 리더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였다.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어 고용 브랜드가 나빠지고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하며, 주가가 떨어지기도 한다. 리더는 신상이 공개되어 곤란해지는 일들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어 이로 인해 예상되는 개인적인 손실 또한 크다. 

● 인재의 이동 가능성의 증대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으로 인해 뛰어난 인재를 잃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과거에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강했었기 때문에 이직 자체가 흔치 않았고, 이런 이유로 비인격적 감독이 일어나도 부하가 그저 참고 견디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무리 좋은 직장이더라도 비인격적 감독을 감내하면서까지 끝까지 남아있을 구성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14년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직장인 8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충동적인 퇴사나 이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57.7%였으며, 그 원인으로 대인간의 관계가 1위(36.1%)로 나타났으며, 18.5%는 상사의 인신공격을 꼽았다.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은 조직의 성과가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리더십 크기에 비례한다는 뚜껑의 법칙(The Law of the Lid)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아무리 좋은 인재들이 있어도 상사가 비인격적 행동을 하고 역량이 떨어지면, 밑에 있는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 발휘를 할 수 없어 상사의 한계가 조직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일수록, 충분히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나 창의성이 기업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비인격적 감독을 하는 리더로 인해 우수한 인재를 놓친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비인격적 감독을 하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는 리더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과거 자신의 상사의 모습을 답습하거나,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로 구성원들을 조금 거칠게 대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수준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것보다는 부하들이 유약해서 내지는 요즘 세대들이 귀하게 자라서 그럴 뿐이라고 합리화할 가능성 또한 있다. 문제가 되는 리더들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식하고 개선하길 바라는 것보다 조직 차원에서 사전 예방에 대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비인격적 감독 예방 교육 및 피드백 

리더십 스타일은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꼭 어떤 리더십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직 차원에서 어떤 행동이나 말이 금지되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조직 내에서 있었던 사례들이나 설문을 통해 문제가 되는 행동을 조사해서 공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적용하기 쉬울 것이다. 

정기적인 리더십 관련 피드백 또한 필요하다. 아무리 교육을 하더라도 리더 본인이 자기가 그런 비인격적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 셀프 모니터링(Self-Monitoring)이란 개념이 있다.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후천적인 학습에 의해 이런 능력을 기르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기질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셀프 모니터링이 낮은 리더들을 고려하여 자신의 언행이 부하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인격적 행동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주고 개선이 필요한 리더들은 별도로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반복적인 비인격적 감독 행위 발생 시 명확한 시그널링 

비인격적 감독이 반복될 시에는 조직 차원에서 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개선이 되지 않을 시 단호하게 대처하는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성과만 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유야무야하게 넘어가면 구성원들로 하여금 성과만 좋으면 비인격적 감독이 용인되는 회사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비인격적 감독이 반복되는 조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들만 하더라도 아무리 높은 직위에 있는 리더도 비인격적 감독으로 인해 본인 자체의 명예가 실추되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해당 조직도 이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으려면, 조직 차원에서 제도적인 장치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 명확한 원칙과 방향으로 신뢰를 받는 것이 우선 

비인격적 감독을 예방하자는 것이 리더가 사람 좋은 나이스 가이(Nice Guy)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의 대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유능한 리더는 사랑 받고 칭찬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인기는 리더십이 아니다. 리더십은 성과다”라고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GM의 릭 웨그너(1998~2009년 재임)의 경우에도 사람은 참 좋았으나 기존 문화에 굴복하고 해결책을 추진하지 못해 실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스티브 잡스의 경우는 흔히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상은 아니지만 탁월한 성과를 내는 리더였다. 그는 “나의 할 일은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나의 할 일이다(My job is not to be easy on people. My job is to make them better)”라고 말했던 것과 같이 때로는 구성원들을 혹독하게 대하기도 하였다. 그가 애플에 다시 복귀한 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보여줬던 리더십에 대해 확실한 것은 그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말대로 하면 부하 자신에게도 좋고 회사에도 이익이라는 믿음이 구성원들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더 스스로가 자신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리더가 조직의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책에 대해 이를 비인격적인 행동이라고 지각하는 구성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뢰를 주지 못한 채, 구성원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면서 창출되는 성과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2015년 워렌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차기 버크 헤셔웨이 회사 CEO의 조건에 대해 자기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를 위해 올인(All-in)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리더는 회사를 위한 행동과 자신을 위한 행동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하는 행동들을 조심해야 한다.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으로 인한 비용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 리더 스스로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돌아보고 조직에서는 이 문제가 현재 얼마나 심각한지 되짚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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