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 부활하는 파나소닉, 성역 허물고 본업 바꿨다'
파나소닉이 B2B로의 전환을 통해 부활하고 있다. 기존의 디지털 전자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자동차, 주택, B2B솔루션, 가전을 새로운 대표사업으로 설정하고 본사 슬림화, 사업부제 회귀를 통해 군살없고 빠른 조직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엔저로 인한 실적 호전 효과를 감안할 때 아직 성공을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근간을 위협하던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파나소닉은 디지털화에 따른 급격한 산업변화와 한국 전자기업들의 성장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며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파나소닉은 CEO 교체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률 5%를 기록하며 극적인 반전에 성공하고 있다(<그림 1> 참조).
파나소닉의 경영위기
파나소닉은 2008년에 약 3,800억 엔의 적자를 낸 후 2011~2012년에는 연달아 7천 억엔 이상의 적자를 내 충격을 준 바 있다. 2008년 당시 대규모 적자는 리먼사태, 엔고, 일본 대지진 등 주로 외부충격에 의한 결과로 외부환경이 개선될 경우 다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2011년~2012년의 대규모 실적 악화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는 상당히 달랐다. 2011년~2012년의 실적 악화는 PDP투자 실패, 무리한 산요 인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파나소닉의 대표사업, 그리고 대표사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대형 M&A의 실패에 따른 영향이 컸다. 대표사업의 부진은 후발기업이었던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확대라는 구조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 미래영역인 모바일 분야에서도 파나소닉의 지배력이 낮아 전자산업을 선도하던 파나소닉이라도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그 결과 파나소닉의 신용평가는 투기등급으로 강등되고 주가가 폭락, 주위에 충격을 주었다.
파나소닉의 턴어라운드를 위해 2012년에 새롭게 발탁된 쯔가 사장은 “출혈이 멎지 않는다. 시급히 보통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하며 보통회사화, 성장추진, 전략투자라는 3단계 구조개혁 전략(<그림 2>)을 제시하고 대대적인 턴어라운드에 돌입하였다.
파나소닉의 턴어라운드 전략
파나소닉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쯔가사장은 ‘성역은 없다’라고 선언하고 파나소닉의 지향점, 사업구조, 조직 및 인력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하였다.
● B2B로 본업 전환
파나소닉의 CEO, 쯔가사장은 파나소닉 회생은 근본적으로 ‘파나소닉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차별적 고객가치 창출이 용이한 영역을 찾았다. 여러 고민 끝에 업(業)을 전환하기로 하고 기존에 주력하던 B2C(일반 소비자시장)를 후순위로 놓고 B2B(기업시장)를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하였다.
B2C사업은 기본적으로 대중적 소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알려진 니즈를 얼마나 차별적으로 잘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한 반면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사업은 많은 경우 일반화된 니즈보다는 개별 기업 고객의 독특한 니즈에 대한 맞춤이나 제안이 매우 중요하다. B2B 제품/서비스는 주로 소재/부품과 같은 원재료나 중간재로 쓰이기 때문에 조그만 품질사고가 고객사, 공급사 모두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B2B사업에서는 가격 경쟁 이전에 고객 및 기술 측면의 풍부한 경험, 가치사슬 전체의 높은 완성도나 안정성 등이 시장진입의 전제로 흔히 요구된다. GE, 히타치, 지멘스 등 많은 전자기업들이 B2B로 전환한 바 있는데 이는 새로운 시장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원가경쟁력으로 무장한 신흥 저원가 기업들의 공세로부터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의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나소닉의 경영위기는 특정 기술이나 몇몇 제품의 실패 보다는 본질적으로 파나소닉이 보유한 사업모델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파나소닉의 사업모델은 기본적으로 일본식 모노즈꾸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암묵지 형태로 개발/전수되는 일본식 제조를 일컫는 ‘모노즈꾸리’는 일본 제조업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전자산업의 디지털화는 모노즈꾸리식 사업모델의 경쟁력을 진부화시켰다. 급속히 진행된 디지털화로 많은 기능들이 소수의 칩이나 소프트웨어로 구현 되었고 나아가 산업 구조가 수직통합체제에서 수평적인 분업체제로 빠르게 이행되었다. 그 결과 고품질과 차별화의 원천이었던 중장기 연구개발체제, 제조현장의 다기능공은 어느 순간 고비용과 경직적 조직운영의 주범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문제를 직시한 파나소닉은 고객대응력, 가치사슬 전반의 높은 안정성 등 자신들의 핵심역량을 레버리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B2B에서 발견하고 업의 전환을 통해 기존 핵심역량이나 사업모델의 유효성을 살리고자 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새로운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B2B로의 전환을 명확히 하고 있다. 기존의 B2C전자사업(Consumer Electronics)에서 자동차 및 산업용 솔루션(Automotive & Industrial Solution: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차량 전장, 중대형 2차 전지, 장치 솔루션), 에너지 솔루션(Energy Solution: 주택관련 설비-조명, 전기설비, 태양광 발전, 공조시스템), 기업용 오디오/비디오 사업(영상 네트워크, 비주얼 시스템, 항공, 보안시스템) 등 B2B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목표 고객군 역시 일반 소비자에서 주택, 자동차, 기업, 항공, 사회 등으로 과감히 확장하고 있다. 파나소닉이 지향하는 시장들은 공통적으로 비가격 경쟁이 용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 충분히 계산된 모험
문제는 B2B Transformation이라는 ‘업(業)의 전환’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B2B사업은 안정적 수익모델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나 고객과 공급사간 고착화된 관계 등으로 진입장벽이 무척 높다. 더욱이 현상을 인식하는 관점, 조직 내 공유가치, 사업/업무방식, 나아가 경영의 호흡 등이 B2C와 상이해 뛰어난 기술/제조역량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B2C에 최적화된 조직은 B2B적응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나소닉은 B2B사업영역을 선정함에 있어 발전소, 고속철도 등 정부나 기업을 최종 고객으로 하는 시장(B2B2G, B2B2B)보다는 자신들이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소비자를 최종 고객으로 하는 자동차, 주택 B2B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업의 전환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성공확률은 높여 나가고 있다. 해당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B2B관련 자회사를 합병하여 내부화하거나 조직문화가 유사한 외부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B2B사업의 핵심 축을 단기간에 구축하고 전환 리스크를 크게 줄이고 있다. 파나소닉은 주택(에너지 솔루션)시장 진출을 위해 전기설비산업에 뚜렷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파나소닉 전공)를 흡수합병(2011년)하여 내부화 후 주택관련 자회사인 파나홈(PanaHome)과 적극적인 시너지 창출을 추구하고 있다. 자동차 사업의 경우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과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가 있는 파나소닉의 Automotive사업부를 가속성장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B2B솔루션 사업은 기존의 시큐리티 시스템 사업과 항공AV사업(Avionics)을 중심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콜드체인 사업의 경우 파나소닉이 인수했던 산요의 콜드체인 사업이 사업기반 확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조개혁의 목표로 2018년 매출 10조 엔, B2B사업 비중 80%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면 2013년에 이미 주택, 자동차, B2B솔루션, 부품 등 B2B사업의 매출 비중이 3/4에 육박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전자기업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경영위기 직전에 B2B사업의 비중이 이미 50%가 넘던 기업으로 B2B와 B2C를 동시에 전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파나소닉이 포진하고 있는 일본은 내수시장이 크고 토요타와 같은 글로벌 기업고객이 많아 내수시장만 잘 공략하더라도 B2B사업에서 기본적인 성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파나소닉에 있어 B2B 전환은 충분히 계산된 모험이며 사실상 필연이라고 볼 수 있다.
● 수익성, 경쟁력 중심의 철저한 구조 조정
파나소닉의 새로운 지향점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대표사업을 부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표사업은 대부분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 전/후방 사업들과의 복잡한 연계, 그리고 많은 조직이나 인력이 관련되어 있어 변혁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나소닉은 성역은 없다는 원칙 하에 대대적인 사업조정을 추진한다. 파나소닉은 다시는 적자를 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영업이익률 5%라는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였는데 조(원) 단위의 적자를 연이어 내던 기업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픔이 없을 수 없었다. PDP기술의 종주국이었던 파나소닉은 PDP기술의 실패를 인정함과 동시에 성역으로 간주되던 TV사업을 대폭적으로 구조조정하였다. 쯔가 사장은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었던 PDP패널공장을 대부분 감손(Asset Impairment)처리하고 중국 TV공장 생산 중단, 멕시코 TV공장 매각, 북미 산요 TV사업의 후나이(Funai) 매각 등 해외생산거점도 대폭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리고 파나소닉의 핵심사업부였던 TV사업부를 가전사업본부(Appliance Company)산하로 배치하고 디지털 전자사업의 핵심사업본부였던 AVC Network Company의 역할을 B2B관련 오디오/비디오/네트워크 사업으로 전환하였다. 이는 파나소닉의 얼굴이던 TV를 가전제품의 하나로 간주하는 변화로 관련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스마트폰, 블루레이, 반도체, PCB, 디지털 카메라, B2C관련 2차 전지사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이 진행되었으며 ODM 등을 활용한 사업모델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흑자를 내고 있던 헬스케어 사업도 장기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매각을 단행하였다.
인력 측면에서도 많은 구조조정이 추진되었다. 2010년 당시 파나소닉 임직원은 38만 명(연결기준)이었으나 2014년에는 27만 명으로 줄어 연결기준으로 볼 때 약 11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인력조정은 파나소닉과 중복사업이 많았던 산요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M&A 당시 약 10만 명에 달했던 산요 임직원의 약 90%가 하이얼 매각, 구조조정 등을 통해 파나소닉을 떠나게 되었고 반도체 관련 인력도 합작투자 등을 통해 약 1만 7천 명이 조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력조정은 주로 관련 사업/자회사 매각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성과가 저조한 내부 인력에 대해서도 인력조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군살 없고 빠른 조직으로
파나소닉의 구조개혁은 조직개편으로도 이어진다. 파나소닉 조직개편은 본사 슬림화와 사업부제 부활로 요약된다.
쯔가 사장은 ‘사업의 주체는 사업부’라는 명확한 인식을 심어 주고 우수한 자원과 성과간 연결을 극대화하기 위해 본사 기능을 축소하고 본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원과 권한을 사업조직으로 대거 이관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2012년 당시 7천 여명에 달하던 본사 인력은 사업별 전진배치 등을 통해 최근에는 약 3천 명 수준으로 슬림화되었다. 조직구조 측면에서 본사는 기업전략본사, 전문사업지원부문으로 크게 양분되었는데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소수의 브레인(약 150명)은 기업전략본사로 집중시키고 나머지는 사업관리보다는 사업지원 역할에 충실하도록 조정하였다.
본사조직을 개혁한 파나소닉은 사업조직에 대해서도 개편을 추진하였다. 사업조직측면에서 파나소닉은 2003년부터 도메인(Domain)제를 운영한 바 있다. 도메인제란 성격이 유사한 여러 사업부를 묶어 하나의 상위조직(도메인)을 설정한 후 기능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제조와 판매가 일체화된 사업부제가 디지털/컨버전스 환경에 잘 맞지 않아 전임 나카무라 CEO가 도입한 것이다. 파나소닉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도입한 사업부제는 사업부간 중복개발/사일로 현상, 자원의 비효율적 운영 등 몇 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도메인제는 제조와 판매가 기능별로 통합되고 사업부는 기획/개발 기능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전사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메가 히트 상품 출시에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도메인제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었다. 시너지 창출의 원천이었던 개발, 마케팅, 제조 등 기능별 논리와 효율이 중시되면서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져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조직의 미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는데, 도메인제가 안착되면서 구성원들의 사고의 출발점이 고객/사업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기능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사업부진에 대한 문제인식, 개선활동이 문제의 본질에 다다르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흐르는 폐단이 있었다. 사업별 손익관리나 구조조정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나소닉은 제판일체의 사업부제 회귀라는 카드를 꺼냈다. 전사통합 마케팅 조직(Global Consumer Marketing)의 기능/권한을 사업조직에 대거 이양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업부 단위로 제조와 판매를 일체화시키고 있다. 또한 전략지역에 대해서는 ‘미니 파나소닉’이라는 지역완결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일부 사업본부는 본부장 및 핵심 스탭부서를 전략지역에 전진배치 시키는 과감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상의 변화는 B2B중심의 사업구조 개편과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데 B2B는 고객접점을 중심으로 의사결정과 실행을 촉진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의 동력 - 풍부한 사업가 Pool
많은 기업들이 구조개혁의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도 효과적인 실행에 흔히 실패한다. 그러나 파나소닉은 광범위한 구조개혁을 신속하면서도 큰 부작용이 없이 실행해 내고 있다. 파나소닉의 신속한 변혁은 몇 가지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파나소닉이 풍부한 사업가 저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나소닉은 개혁과정에서 신임 CEO의 사고와 철학을 공유하는 리더급 인재, 소위 ‘Team 쯔가’를 주요 사업부와 스탭에 전격적으로 배치하여 변화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추진력 확보를 단기간에 이뤄내고 있다. 새롭게 선임된 주요 리더들에 대한 현지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인데 파나소닉이 지금까지 사업가 육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파나소닉은 사업가 육성을 위해 2가지 사업, 2가지 지역, 2가지 기능을 경험하도록 의도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역도 파기하고 위기에서 탈출하는 파나소닉
파나소닉이 구조개혁을 위해 메스를 가한 영역들은 대부분 파나소닉의 ‘신화’이다.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금기시한 인력조정, V자 회복을 실현했던 전설적 경영자인 나카무라 CEO가 도입한 도메인제, 파나소닉 그 자체로 간주되던 TV/PDP사업, 전임CEO가 핵심과제로 추진했던 산요인수, 일본기업의 혼이라고 불리던 모노즈꾸리 등 파나소닉의 구조개혁은 하나 같이 금기나 성역과 관련되어 있다.
쯔가사장은 위기극복을 위해 파나소닉이 결코 타협해서는 안 되는 근본정신인 ‘고객가치’만을 남기고 파나소닉을 시대상황에 맞게 철저히 재구성하려 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신화, 성역이라도 이러한 변화를 제약한다면 과감히 부수고 파나소닉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행동의 경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많은 변화가 파괴에서 기원하듯 파나소닉은 신화와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관념, 가정을 재설정하고 있는데, ‘업의 전환’과 더불어 ‘행동의 전환’을 병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나소닉의 인상적인 구조개혁은 많은 성과가 사업구조조정, 인력조정과 같은 비용절감이나 엔저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으며 부실자산 일시상각에 따른 효과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직 성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차별적 B2B사업모델 개발, 글로벌 시장에서 B2B고객 확보 등 파나소닉의 앞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런 측면에서 파나소닉의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나소닉은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업의 전환과 구조개혁이라는 험난한 터널을 지나는 과정에서도 변화 방향을 뚜렷이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이 현실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구조조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일본 전자기업들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최근 파나소닉은 구조개혁의 1단계인 보통회사화가 1년 앞당겨 완료되었음을 선언하고 금년부터는 매출성장을 통한 이익창출로의 전환, 사업영역 및 판로 확보를 위한 약 1조 엔의 전략투자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존재를 위협하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선도자와 추격자라는 프레임에서 등장인물이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 한국기업은 추격자에 서 있었으나 이제는 중국/대만 등 신흥 저원가 기업들이 추격자의 자리에 서 있다. 한국기업들은 선도자라기 보다는 방어자의 위치에 좀 더 가깝다. 한국기업들은 어떻게 고객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현재의 사업모델이 향후에도 계속 유효할지 그리고 변혁을 주도할 인재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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