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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세계가 Next China 찾을 때 중국은 ‘진정한 세계의 공장’ 꿈꾼다'

세계 언론매체가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일컫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장난감 텐트 의류로 시작된 ‘Made in China’ 열풍은 컴퓨터 가전제품 등 전자 분야로 확산되더니 이제 철강 자동차 고속철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 정부는 스스로를 ‘껍데기 공장’ 쯤으로 여긴다. 제품을 찍어내도, 대부분의 부가가치는 제조강국들이 가지고 간다는 불만이다. 최근 수년 새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일부 노동집약적 산업들이 탈(脫)중국 행렬을 이루자, 일각에선 ‘세계의 공장이 무너진다’는 위기감마저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지표로 살펴볼 때, 중국이란 세계의 공장은 무너지기는커녕 부단히 내실을 챙겨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글로벌 부가가치 비중도 미국에 이어 2위권에 접근했고, 노동생산성도 빠르게 개선되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미래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혁신형 연구개발이나, 인재 풀 육성, 사회적 인프라 확충도 대규모로 진행시켜 선진 제조강국과의 격차 없애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5월 발표한 ‘중국제조 2025’ 국가전략이 보기 드물게 제조강국과의 순위경쟁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중국 공산당이 그간의 제조업 육성을 통해 자신감이 붙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진정한’ 세계의 공장은 생산활동을 통해 창출된 과실을 주도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향유하는 경제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생산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의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부가가치 창출에서, 특히 일인당 창출능력면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경제강국인 미국과의 격차는 엄연하다. 중국 정부의 1단계 목표시한인 2025년 전에 그 격차를 해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경제 전반의 혁신역량 강화를 통해 부단히 부가가치를 올려간다면,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장’에 등극하는 산업분야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 목 차 > 

1.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2. ‘진정한 세계의 공장’을 향하여 
3.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1.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중국을 가장 먼저 ‘세계의 공장’이라 부른 것은 동아시아 경쟁국인 일본 정부다. 2001년 5월 일본 통산성이 발간한 무역백서에서였다. 백서는 중국을 이렇게 부른 배경으로 ‘중국 경제는 이미 아시아경제의 새로운 견인차가 됐으며, 중국 제품 역시 절대적인 비용우위뿐 아니라 품질과 기술 수준도 부단히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은 미국과 유럽의 가정에도 깊숙이 들어왔고, 지구촌 사람들은 이제 ‘중국 = 세계의 공장’이라는 표현에 한층 익숙해졌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노동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중국의 제조업 특히 노동집약형 제조업이 점차 경쟁우위를 잃고 있다. 미국 의회 산하 연구기관의 비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의 임금은 연평균 11.4%씩 상승해 2013년 중국 노동자들의 평균 월 급여는 이미 베트남 노동자들의 2.7배에 달했다. 일부 글로벌기업이 중국 내 공장설비를 베트남 등지로 옮기면서 특히 동남부 지역에는 문을 닫는 공장들이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토종기업들 중에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연히 중국 내에선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라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어떠한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라는 주장은 ‘(직전에) 그러한 시기를 맞았던지, 아니면 (현재) 그러한 시기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란 지위를 잃어간다면, 가까운 과거나 현재 ‘세계의 공장’이라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최근의 논란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선 ‘세계의 공장’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20세기 말 들어 중국은 충분한 저임 노동력과 풍부한 자연자원이란 우위 덕택에 점차 제조업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을 옮기는 목적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중국의 제조업 수출액과 생산액은 각각 2006년, 2010년에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1위의 제조대국이 됐다(<그림 1> 참조). 

그러나 부가가치 측면에선 여전히 미국에 뒤진다. <그림 2>에 나타나듯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9.9%에서 2013년 17.6%로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19.1%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것도 1인당 부가가치로 비교하면 미국의 21% 수준에 불과해진다. 중국 제조업 대부분이 해당 산업분야 가치사슬 곡선인 이른바 ‘스마일 곡선’의 아랫단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주로 노동집약형 제품이거나, 기술집약형이더라도 외주(OEM) 생산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A/S 등 단계에서는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하다. 또 핵심기술이 부족하여 일부 산업의 생산설비와 핵심부품은 제조 선진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칩셋의 경우 소요량의 90%, 고급 디지털 공작기계의 경우 95%를 수입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전세계 가치사슬과 중국의 무역 부가가치 계산>이란 연구보고에 따르면 2012년 중국이 1,000달러어치 공업제품을 수출할 때 자국에 떨어지는 부가가치는 640달러에 불과했다. 이 수치를 가공무역 수출로 국한시키면 386달러로 크게 떨어진다. 중국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미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지만, 사실 중국에 떨어지는 부가가치는 2%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이 비록 2001년 일 통산성의 백서를 계기로 ‘세계의 공장’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여전히 진정한 ‘세계의 공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 경제사회가 발전하고 노동권 보장체계가 강화되면서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노동비용이 대폭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2년 중국의 노동비용은 이미 인도의 1.38배, 베트남의 1.47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일부 노동 및 기술집약형 산업에서 가공제조업 부분이 중국에서 동남아 지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중국이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해온 방직산업을 보자. 2013년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은 39%로서 2010년 37%에서 소폭 올랐다. 그러나 중국의 방직품 수출증가율이 2003년~2011년 연평균 17%씩 성장했으나 2011년~2014년 6%대로 급락했다.  2013년 전후로 정점을 맞이한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 전세계 나이키 신발의 40%가 중국에서, 13%가 베트남에서 생산됐으나, 2010년에는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하여 나이키의 최대 생산지가 됐다.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문을 인수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6월 이전 베이징과 광둥성 둥관(東莞)의 휴대폰 공장을 폐쇄하고, 일부 설비를 베트남으로 돌리기로 했다. 
  

2. ‘진정한 세계의 공장’을 향하여 
  

이런 몇 가지 사례가 중국 제조업의 위상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 제조업이 경쟁력 하락을 겪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 제조업은 현재 구조조정을 겪고 있을 뿐 오히려 경쟁력 향상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들이 더 많다. 구체적으로 무역구조 개선과 부가가치 제고 측면을 들여다보자. 

상무부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일반무역 방식의 수출 1,000달러어치가 중국에 떨어트리는 부가가치(792달러)는 가공무역의 그것(386달러)보다 406달러나 많았다. 2010~2012년 사이 가공무역의 비중은 38.9%에서 34.8%로 크게 떨어지고, 대신 일반무역 비중은 같은 기간 50%에서 2% 포인트 상승했다(<그림 3> 참조). 이 같은 비중 변화만으로 중국의 상품수출 1,000달러어치가 중국 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605달러에서 621달러로 상승했다. 

가공무역이 중국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53%에서 지난해엔 32.7%까지 떨어졌다. 반면 일반무역의 비중은 53.8%로 올랐다. 무역구조 개선과 무역액의 증가로 제조 분야 부가가치는 최근 더욱 많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연구개발 혁신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진보하는 중이다.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토종기업 브랜드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점차 증가하는 이면에, 가성비가 뛰어난 양질의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며, 성숙한 제조 클러스터가 곳곳에 형성되고 있다. 4G통신 철도 고속도로 공항 등 전국적인 범위의 인프라시설은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대규모로 확충되는 중이다. 이 같은 질적인 변화가 중국의 노동생산성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데, 최근 중국 정부의 창업 및 혁신 캠페인은 이 같은 추세에 동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이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진정한 ‘세계의 공장’에 다가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강화 

최근 수년간 중국정부와 기업들의 자주기술개발 및 혁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계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GDP 대비 R&D 지출은 2005년 1.32%였으나 2012년 1.98%로 상승했다. 미국과의 R&D 지출비중 차이는 그 사이 1.2%P(2005년)에서 0.8%P(2012년)로 줄어들었다. 2013년 중국의 R&D 지출 비중은 2.08%로, 1,970억 달러에 달했는데, 한 해 전 미국의 R&D 지출액 4,500억 달러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두 배 가까이 빠르기 때문에 두 나라의 R&D 절대규모의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그림 4> 참조). 

지난 10년 동안 전세계에서 R&D 지출이 가장 많은 1,000개 기업 중 중국기업 수는 2005년 8개에 불과했으나 2014년 114개로 늘었다. 114개 기업들의 지난해 R&D 총 지출액은 300억달러로 한해 전보다 46%나 급증했다. 1,000대 기업들의 평균 R&D 증가율 1.4%와 비하면 훨씬 빠른 추이다. 

중국의 유명 에어컨 업계인 거리(格力)전기는 중국 기술기업들이 추진하는 ‘핵심기술 독자개발’의 좋은 사례다. 현재 거리전기의 에어컨 R&D센터는 41개의 소연구소에 8,000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두고 있으며, 하루 평균 8개의 특허를 생산하고 있다. 거리는 R&D 투자액에 상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지난해 R&D 투자액은 40억 위안(약 7,500억원)을 넘어서 매출의 2.9%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의 특허신청 건수는 눈부실 정도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가 신청한 글로벌 특허는 3,442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특허 신청 건수가 많았다. 중싱(ZTE)이 2,179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2만5,000건)이 미국(6만1,500건)과 일본에 이어 특허 신청 건수가 많은 나라였는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신청 건수 연평균 증가율이 두 자릿수(19.7%)를 기록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미국은 같은 기간 8%). 

중국의 기술력은 고속철도, 청정에너지 등 분야에서 이미 세계 정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고속철의 양대 핵심기술인 견인전송 시스템과 네트워크 제어시스템의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중국의 고속철 시공기술은 어떤 지형과 기후조건에도 대응할 수 있어 공정, 통신제어, 소요전력 공급에서 객차 제조까지 일괄 수출이 가능한 수준이다. 심지어 기존 철로를 시속 250㎞로 개조하는 기술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고속철 건설비용이 다른 경쟁국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장비제조 분야의 절대 강자인 독일의 철도회사 도이체반(Deutsche Bahn)이 지난달 ‘향후 3~5년 중국의 고속철 열차와 부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11년 세계 청정 에너지 분야의 선두진영에 올라섰다. 이 단체가 44개국의 청정에너지 분야 부가가치를 계산한 결과, 중국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전 세계의 25%에 달했으며 연 성장률은 29%로, 총량과 성장률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풍력 터빈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 최대의 제조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중국은 최근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을 해외시장 개척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데, 터키와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고속철도 합작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개 국가와 협상 중이다.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도 파키스탄 및 중앙아시아국가들과 합작계약을 맺는 등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양질의 인적 자본 

중국은 방대한 고등교육 시스템을 육성해왔다.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역량 수준은 높은 인재가 바로 중국경제의 또 다른 강점이다. 먼저, 중국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가 많다. 6차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전문대 이상 학력자는 1.2억 명에 달하며, 2020년에는 대학교육을 받은 인재가 1.9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은 대학원생의 수도 물론 함께 늘었다. 2004년에서 2013년까지 중국의 석사 및 박사 학위 이수자는 한 해 15만 명에서 51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10년 동안 344만 명의 석박사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중 이공계만 159만명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석박사 졸업생은 모두 809만 명으로 집계돼(이공계 졸업생 73만 명) 인재 풀에 있어선 아직 미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더욱이 대학원의 연구개발 수준에 있어 중국은 미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두 나라의 석박사 배출인원 격차는 2010년 47만 명에서 2013년 41만 명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고, 미국 내 고등교육 이수자 중 상당수는 중국 유학생들이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그림 5> 참조). 중국은 2010년 이미 인도를 넘어 미국에 한해 가장 많은 유학생(13만 명)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이후에도 매년 16% 이상 늘었다. 2013년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모두 23만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며, 이중 10만3,500명이 석사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학위 취득 후 중국으로 귀국한다고 가정하면, 고등교육 이수자의 미중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2015년 3월 기준 중국의 미국유학생은 누적으로 33만명이었으며, 이중 38%가 이과생이었다. 개혁개방 이후 2014년까지 미국을 포함해 해외로 떠난 중국 유학생 총수는 352만 명에 달하는데 그 중 74%가 학업을 마친 후 귀국했다. 연구개발을 주도할 고급인력은 급속히 늘어나는 추이다. 

기술자와 엔지니어 등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재 풀도 만만찮다.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말 전국 기능 노동자는 1.5억 명에 달하며, 그 중 고급 기능인재는 3,762만 명에 달한다. 중국의 노동자원은 특히 비용경쟁력이 탁월하다. 2012년 중국 제조업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2.1달러인 반면, 미국은 35.7달러에 달한다. 

갈수록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라인에 더해 R&D 조직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은 이 같은 비용 대비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인재 풀 때문이다. 2013년까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70개사가 중국에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했다. 3M의 경우 중국 연구개발센터는 11만 볼트의 고압실험실 등 실질적인 설비를 갖추고 매년 혁신제품 및 기술을 늘려가고 있다. 다우케미컬 상하이 R&D센터도 미국 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3년 애플도 일부 PC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가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대신 중국에 R&D센터를 설립하고, 일부 앱 스토어 서버를 옮겨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급속히 정비되는 공급망과 사회인프라 

중국 제조업은 수년간의 발전을 겪어 오면서 많은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비교우위를 가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면, 중국의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은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말 중국의 일정 규모 이상 자동차 부품 및 액세서리 제조업체는 11,110개에 달하며, 총매출 2.9억 위안, 이익 2,150만 위안으로 전년대비 16% 성장했다. 

IT 하드웨어 분야에서 광둥성의 선전(深圳)은 이제 ‘하드웨어의 실리콘 밸리’로 불린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물화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제조사슬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분야의 경우 도심 상가 몇 군데에서 단시일 내 원하는 스타일 휴대폰의 모든 부품 및 케이스를 품질 대비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뛰어난 공급망을 갖춘 덕택에 2006년 이곳으로 옮겨 창업한 다쟝커지(大疆科技) 같은 무인기 생산업체는 단시간에 세계 최대의 무인기업체로 성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베이징의 혁신아이디어를 하드웨어 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을 도와주는 컨설팅업체도 여럿 생겨났다. 

컨설팅기관 딜로이트가 2012년 전세계 550명의 제조업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향후 5년 내 가장 뛰어난 공급체인을 가질 국가는 어디인가’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복수응답 가능)의 80%가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글로벌 1, 2위인 독일(88%) 미국(83%)보다는 낮지만,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이 조사에 응한 경영자들은 중국이 공급망의 본토화를 추진하면서 연구개발 센터와 공급업체를 집중시켜 혁신역량을 키운 것이 경쟁력을 끌어올린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망은 인프라 확충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교통운수부의 2013년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고속도로는 이미 전국 90% 이상의 중등도시를 커버하고 있고, 일반 간선도로들이 현급 및 현급 이상의 행정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도로 총거리, 항구 및 내륙하천의 물동처리 능력, 도로 및 수로의 화물 및 여객 운송량 등 거의 모든 물량 지표에서 중국은 세계 1위이다. 

12차5개년 규획의 마지막 연도인 올해 중국은 막바지 철도망 건설을 독려하고 있는데 지난 연말 11만2천km인 철도 운영구간을 올 연말까지 8천㎞를 더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 덕택에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경쟁력 보고>에서 중국의 총 인프라 수준은 2013년 74위에서 2014년 64위로 크게 올랐다. 종합순위에서 미국(16위) 한국(23위) 등과 격차는 상당하지만, 중국의 제조 및 혁신이 이뤄지는 대중도시의 인프라 환경은 농촌을 포함한 평균치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쟁력 보고의 순위 격차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중국의 인프라 여건은 최근 노동집약적 기업이 옮겨가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그 우위가 뚜렷하다. 단적으로 베트남 등지에서 의류를 생산하더라도 꼭 필요한 단추는 중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공급망이 취약한 데다 물류 인프라도 중국에 비해 열악하다. GE는 2010년부터 2년동안 중국에 추가적으로 2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주로 혁신과 전략적 협력분야에 집중했다. GE의 고위임원은 “비록 중국의 인건비가 인접 신흥국보다 30% 높지만 공급망이 신뢰할 만 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노동생산성 격차 축소 

이상에서 설명한 3가지 혁신 인프라의 확충 및 개선에 힘입어 중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중이다. 중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2005년 시간당 20.7위안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52.6위안으로 두 배 이상 크게 올랐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평균 11.3%에 달하는 증가세인데, 같은 기간 미국의 연평균 증가율 6.6%보다 거의 2배나 빠르다. 두 나라 비교분석이 가능한 마지막 해인 2013년의 경우엔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4.3%로 미국 4%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그림 6> 참조). 

노동생산성이 개선되더라도 임금상승세가 더 빠르다면, 특정 산출물 한 단위를 생산하기 위한 노동비용(단위노동비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내수진작 등 다목적 소득재분배 정책을 취하면서 임금상승세는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더욱 빨라 단위노동비용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의 하락속도보다도 더 빠르다. 2013년 경우 중국의 단위노동비용은 2.5% 하락했는데, 같은 해 미국의 하락세 1.4%보다도 더 많이 떨어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조사기관인 EIU가 지난해 5월 2013~2018년 주요 신흥국의 노동생산성 개선 속도 대비 임금상승세를 따져본 결과 중국이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2013년 로봇 3만6천여대가 팔린 최대 로봇시장이다. 지난해엔 5만7천대가 팔려 55%나 늘었다. 최근 저임노동력 기근현상이 뚜렷해지자, 너도나도 로봇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덕택에 현재까지 증시 상장기업 중 70여개사가 로봇사업을 인수 합병하거나, 지분 투자했고 로봇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전국적으로 4,000여개 사로 집계된다. 대부분 단순 운반장비 등 저부가가치형 로봇업체들이지만, 이 분야에서도 외국선두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기술습득이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 로봇의 활용 및 로봇경쟁력 향상으로 중국의 노동생산성 개선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중국 제조업의 기술역량 및 노동생산성이 개선되면서 장비제조업 같은 일부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조업 육성정책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정부는 거시경제 둔화 압력에 대응해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 및 신 성장동력 육성을 추진해왔는데, 핵심은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였다. 2000년대까지 추진했던 글로벌기업의 기술 이전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자체적인 혁신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기반의 혁신을 장려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며 고급인재를 양성하는 기반조성과 함께 몇몇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재정투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중국은 집적회로를 비롯한 첨단 정보기술 분야가 취약하다. 앞서 지적했지만, ‘정보기술 분야의 쌀’이랄 수 있는 칩셋은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에 국무원은 2014년 집적회로산업 발전을 지원·장려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이중엔 총 1,200억 위안(약 21조원)의 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해 관련 기업에 지원하는 자금조달 방안이 포함됐다. 

‘세계 최대 모조품 공장’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중국 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에 나서고 있는 것도 크게 달라진 면모이다. 국무원은 2014년 12월 회의에서 중점 산업분야의 지적재산권이 침해 당하는 것을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천명했는데, 이미 같은 해 1~9월 중국인민검찰원이 지적재산권 권리침해 혐의로 기소한 사건 수가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법원이 심리한 동일 범주 사건 수는 72% 늘었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토종 기업들의 혁신도 불가능함을 뒤늦었지만, 절실하게 깨달은 조치다. 

인재의 양성과 유치 분야에서는 공산당 조직부가 소매를 걷어 부쳤다. 2008년부터 시행해온, 해외 고급인재를 유치하려는 ‘천인(千人)계획’을 통해 올해 2월까지 4,100명 이상을 중국 학계 및 창업기업에 이식시켰다. 인재양성도 다분히 사회주의식 ‘인해전술’을 취하고 있다. 
  

3.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글로벌 제조강국들은 최근 수년 새 경쟁적으로 제조업 육성을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2013년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국가전략으로 승격시키자, 지난해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선진 제조업 진흥정책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도 2013년 11월 13대 미래성장동력을 지정, 육성키로 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 5월 19일 ‘중국제조 2025 규획’을 내놨다. 

‘규획’은 3단계 전략적 목표를 내세웠다. 첫 단계는 2025년까지 제조강국 대열에 들어선 뒤 두 번째 단계인 2035년까지 제조강국 진영에서 중간 정도 수준에 도달한다. 이어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경 세계 제조강국의 선두로 치고 올라간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제조업 경쟁력 면에서는 독일, 부가가치 창출능력 면에서는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목표대로라면, 2049년이 진정한 ‘세계의 공장’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된다. 

이러한 계획의 달성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2010년 내세웠던 전략적 신흥산업 7개 분야를 더욱 구체화시킨 10대 중점 추진분야를 확정해 공개했다. 중국의 10대 중점분야는 ▲차세대IT ▲선진 공작기계 및 로봇 ▲우주항공 장비 ▲해양엔지니어링 및 첨단선박 ▲선진 궤도 장비 ▲에너지절감 및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장비 ▲농기계 ▲신소재 ▲생명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다. 한국 정부가 올해 확정한 19가지 미래성장동력 중 중국의 10대 분야와 겹치지 않는 것은 ▲가상훈련 시스템 ▲재난안전 시스템 등 2가지뿐이다. 한국은 물론 독일이나 일본, 미국의 제조업 육성분야와 대동소이하다. 이런 첨단분야에서 중국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하려면, 선진 제조강국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내실 있는 분업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다 내실 있는 ‘세계의 공장’은 가능 

중국 제조업의 구조조정과 업그레이드는 중국경제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다. 비록 경제성장률 둔화의 진통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노동집약적, 자원소모성 산업을 도태, 이전시키고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집약형, 환경친화형 산업으로 옮겨가는 것은 진정한 ‘세계의 공장’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다. 

중국은 전략산업을 이끌 핵심 연구개발 분야에 지속적으로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웨이 중싱(ZTE) 비야디(BYD) 같은 토종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책적 재정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한편, 고속철도 청정에너지 원자력발전과 같은 분야에서는 광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선도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인재 풀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각종 세제지원을 통해 글로벌 선두기업들의 생산거점과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하는 한편 IT 물류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충함으로써 공급사슬 완성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고 있다. 

토종기업들의 생산 및 경영효율을 높이며, 선전 다쟝커지와 같은 신생기업들의 창업공간을 넓히는 제도 혁신 및 법치개혁도 병행하는 중이다. 이런 다각적인 노력으로 노동생산성이 개선되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도 보다 내실 있는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청사진대로 2049년 내 ‘진정한’ 세계의 공장, 즉 지구촌 최고의 경제강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가가치 면에서 독일(6.6%) 일본(11.6%)은 제쳤지만, ‘세계의 공장’인 미국과 격차가 여전하고 그 격차를 머지않아 넘어선다 하더라도 엄청난 인구규모 차이를 감안하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장 경쟁력은 더욱 뒤처진다. 

미래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연구개발 분야의 자원투입 규모나, 고급 인재 풀, 공급망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과의 격차는 비록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그 추세가 유지되더라도 적어도 10년내 일인당 부가가치 창출력에서 뒤집어질 수는 없다. 제조 분야 혁신에 중요하게 기여하는 금융, 소프트웨어나 문화 컨텐츠 같은 서비스 분야의 역량을 고려한다면, 미국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현재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를 가졌다고 볼 만한 경쟁조건은 탄탄한 재정여력과 제조업 육성정책의 일관성 정도일 것이다. 이러한 장점도 달러라는 기축통화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금융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게 느껴진다. 

‘세계의 공장’이 향후 30여년에 걸친 장기 청사진이라면, 경제 산업적인 측면만 고려해서도 안 된다. 사회안정 및 정치발전, 국제정세의 안정 등이 뒷받침돼야 국가 30년 대계도 차질 없이 끌고 갈 수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후대의 지도자들에게 ‘정치노선 투쟁하지 말고 100년 동안 경제건설에 매진하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사회적 모순과 주변 국제관계를 따져볼 때 이 유지를 100% 지키기란 쉽지 않다. 

최종 산출물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공장’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제조기지로서 ‘Next China’를 찾고 있는 사이 ‘진정한 세계의 공장’을 향한 중국의 꿈은 하나하나 현실로 옮겨지고 있다. 중국정부의 원대한 장기목표 및 육성정책 등으로 중국이란 공장의 내실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며, 몇 가지 산업분야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을 넘어선 진정한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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