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에너지 저장이 담을 미래, 배터리가 에너지 시장 바꾼다'
최근 전력저장이 가격의 급락과 신규 시장 개화, 경쟁 가열로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휴대용 기기 및 전기차에 주로 채택되는 리튬이온 전지가 그 중심에 있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Tesla의 저가 전지 출시 발표가 전력저장 시장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전력저장은 미래 전력망과 전력 소비 환경을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전력저장을 이용해 전력망의 품질을 높이고 피크발전량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력의 공급 안정성과 전력생산 단가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원의 불안정한 전력 품질을 안정시킴으로써 이들 신재생에너지 발전원 확대의 촉매 역할도 한다. 또한 전력저장은 지역 분산형 마이크로 그리드의 확산도 가속시킬 것이다. 저장 단가가 싸질수록 다양한 발전원과의 조합이나 보다 작은 규모의 마이크로 그리드 구축이 수월해져 전력 공급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전력 사용자의 입장에서 수급 환경의 급변과 무 관하게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소비하거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도 전력저장은 유용하다. 나아가 소비자의 전력 생산 참여, 에너지 자립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전력저장의 확산은 다양한 전력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전력 서비스 산업의 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력저장 단가의 하락에 따른 전력저장 시장의 급성장은 피크전력 생산 수요의 감소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의 확대를 통해 신규 대형 화력/원자력 발전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며, 전기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화석연료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전력저장의 잠재력이 발현되는 양상은 전력저장 단가 이외에도 전력 가격 구조나 체계, 정책적 지원, 경제 사회적인 여건 등에 따라 지역별로 상이하게 펼쳐질 것이다. 전력망이 고도화된 지역에서는 전력저장이 수급 전체의 효율화 및 지능화와 맞물리면서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전력 시스템이 구축 중인 신흥국의 경우 친환경적인 분산형과 중앙집중형이 적절하게 공존하며 이와 관련한 사업기회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 목 차 >
1. 주목받기 시작한 전력 저장
2. 발전/송배전의 변화
3. 전력소비 영역의 변화
1. 주목받기 시작한 전력 저장
현대인의 생활에서 냉장고 없는 일상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는 겨울에 언 얼음을 활용하거나, 사계절 선선한 동굴에 먹을 것을 저장해두기도 하였다. 그러다 19세기 이후 냉각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20세기부터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 고기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기후와 상관없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냉장, 냉동 설비를 볼 수 있을 정도다. 나아가 인공적인 냉각 장치는 가정에서 쓰는 에어컨이나 빌딩의 공조 시스템에도 적용되었다. 우리가 자연 환경에만 의존하지 않고 쾌적한 환경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열교환이라는 물리적 현상에 기초한 냉장, 냉동은 우리 인류의 삶을 크게 달라지게 한 것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세계에서도 저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에너지, 특히 전기의 편리하고 저렴한 저장은 에너지 수급에 있어 오랜 숙원이었다. 그 동안 전기는 한번 만들어지면 바로 소비되고 사라지는 유형의 에너지였다. 상당히 많은 전기가 소비되지 않고 버려지는 비효율적인 체계였다. 주요 국에서 생산한 전기의 8~13%가 송배전에서 손실되거나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심야에 남는 전기를 낮보다 싸게 파는 것도 낭비되는 전기를 줄이려는 방안 중의 하나다. 비록 저장에 대한 니즈가 높아 양수 발전, 커패시터, 전지(Battery)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어 왔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치나 시스템은 부족하였다. 공기압축 저장(Compressed Air), Flow 전지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혁신적인 전지 유형들이 개발 중이거나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그림 1> 참조). 하지만 에너지 밀도, 충방전 특성 등 성능 측면이나 시장 저변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리튬이온 전지를 중심으로 한 전지가 유력한 후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는, 값싸고 안전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저장 장치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휴대용 전자기기가 발달하고 전기차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파른 가격 하락
최근 들어 리튬이온 전지를 중심으로 한 전력저장이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전력저장 장치의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대형 시장도 열리기 시작하고, 기업들의 참여와 투자로 생산 규모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력저장 산업이 성장의 선순환 고리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머지 않아 전력저장이 가진 강력한 잠재력이 발현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힘을 받고 있다.
전력저장의 상용화 측면에서 최대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전지의 높은 가격이었다. 이에 따라 전력저장을 통한 전력 공급의 경제성도 확보하기 어려웠다(<그림 2> 참조). 하지만 최근 전지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휴대폰과 노트북의 주력인 리튬이온 전지는 1990년에서 2005년 사이 1/10로 가격이 하락하였다. 이후 하락세는 이어져 2005년 kWh당 1,500 달러를 상회하던 전기차용 전지 가격이 이제는 300~4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2020년대 kWh 당 100 달러 시대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전기차 Model S로 유명한 Tesla가 Gigafactory 구축을 통해 전기차용 전지뿐 아니라 전력저장용 전지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장 저변 확대와 시장 주도가 주된 이유라는 해석이다. 지난 4월 말,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적게는 kWh 당 250 달러 수준의 저가 전지를 Tesla가 제시한 것은 획기적 사건이었다. 출시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내년 상반기까지의 공급 가능한 물량에 대한 예약 주문이 완료되었다. Tesla의 전지팩이 올 4분기에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이라지만 이미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지 시장의 경쟁 기업들뿐 아니라 주요 수요 기업인 전력 서비스, 자동차 기업들까지 Tesla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Tesla의 전지팩 발표는 새로운 사업모델의 구축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력서비스 기업인 SCE, AES는 물론 수요관리 세계 1위인 EnerNOC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Tesla 전지팩 주문 대열에 합류했다. 벤처기업인 Advanced Microgrid Solutions(AMS)이 5,000 개의 Powerpack(1억 2,500만 달러 규모)을 주문하여 눈길을 끌었다. AMS는 이들 전지를 캘리포니아의 전력서비스 기업인 SCE가 추진하는 ‘지역 수요 용량(Local Capacity Requirement, LCR)’ 조달 계획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AMS는 전력 공급 불안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이 모자랄 때 빌딩이나 공장에 미리 깔아두었던 자사의 전력저장 전지들로부터 전력을 공급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SCE로부터 받게 된다. SCE는 기존에 활용했던 가스 피크 발전을 전력저장으로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작년에 이미 AMS는 SCE와 LCR 계획의 일환으로 50MW의 전력저장 전지 구축을 계약한 바 있다. 내년에 AMS는 SCE의 또 다른 10MW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200~600kW의 전력저장 장치들을 개별 사이트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산재한 전지팩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SW 기업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AMS를 위시한 많은 기업들이 전지 가격 하락을 이용하여, 다양한 사업모델로 새롭게 부상하는 전력 서비스 시장 기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전지의 가격 하락은 수 MWh급 이상의 대용량 저장에 대한 전력회사들의 수요와 수십 KWh 이상의 전지를 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발전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장 장치가 필수적이다. 거꾸로 저장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의 확산을 가속한다. 전력망용뿐 아니라 가정이나 빌딩용 저장 수요도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SNE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9억 달러(0.4GW)에 불과한 리튬이온 전지 기반의 전력저장 시장이 5년 뒤에는 5배 이상 증가한 107억 달러(4.6GW)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태양광 산업 관련 전시회인 InterSolar에서도 태양광 패널 못지않게 전력저장이 큰 관심거리였다. 전지 기업은 물론 전력 설비, 심지어는 자동차 기업들까지 수려한 디자인의 전력저장 시스템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전력, 에너지 저장이 확산되면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전기를 생산, 수송하며 거래하는 것은 물론 소비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변화가 예측된다. 심지어는 이동형 전력저장 장치인 전기차도 전력의 수급과 일상 생활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2. 발전/송배전의 변화
전력저장이 확산될수록 지역 기반의 자급자족적 분산형 전력망이 늘어나고, 전력 서비스가 기존의 공급자 위주에서 고객 지향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소비 양상과 데이터가 전력망 관리의 핵심이 됨에 따라 운영과 관리는 세분되고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발전에서 송배전에 이르는 영역의 경쟁 체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 품질의 효율적 제고
우선, 전력저장을 통해 전력망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여 서비스의 질은 물론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전력은 지역별 혹은 시간대별로 부하가 달라지는데, 이에 따른 전압과 주파수 등의 변동으로 품질이 달라진다. 변동폭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전력망에 대규모 정전 등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변전소 혹은 발전소에서 전력의 품질을 조절한다. 과거에는 공급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변전소에서의 품질 변동을 감지하여 발전소의 출력을 조절하였다. 간헐적 출력 조절이라 비용도 비용이지만 발전설비의 수명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전력 서비스 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비용도 지출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전력저장을 전력 품질 안정화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단가의 빠른 하락은 전력망의 품질 안정화 수단으로서의 전력저장의 가치를 크게 높여 주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주파수 조절용 전력저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지난 해 9월, 서안성/신용인 변전소에 총 52MW 규모의 주파수 조절용 전력저장 장치를 설치하는 시범사업이 있었다. 지난 7월 9일 서안성 변전소에 설치된 전력저장 장치가 실시간으로 전력망에 물리면서 상용 운전을 시작하였다. 한국전력 입장에서도 주파수 조절용으로 연간 1.1GW의 전력을 구입하는 데 약 6,000억 원 이상의 발전소 운영 비용이 들었지만, 전력저장을 통해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추산이다. 한국전력은 향후 3년 간 총 5,680억원을 투자하여 올해 200MW를 포함, 2017년까지 총 500MW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주파수 조절용 전력저장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용량 기준으로는 약 200MWh의 전력저장 장치가 들어가게 된다. 이는 4인 가구 평균 기준으로 17,800 가구가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피크발전소의 축소
전력 공급 체계에서 평균 수요를 훨씬 웃도는 피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서는 수요가 몰리는 시기(피크타임)에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하여 전력망을 운영한다. 국내의 경우 지난 7월 30일 기준으로 최대 전력 수요는 오후 3시의 71GW였고 최저는 오전 5시 48GW였다. 평균 61GW를 기준으로 위로 16%, 아래로 21%의 전력 수요 변동이 있었던 셈이다. 국내의 기저 발전은 석탄 화력과 원자력이 주로 담당하며, 피크발전은 가스발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피크 발전은 하루에 수 시간 내만 제한적으로 가동되지만 유지보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발전 비용이 기저 발전 대비 3~6배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전력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피크 발전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하며, 결국에는 소비자들에 전가하게 된다. 전력저장 장치는 저장을 통해 전력 수요를 이동시켜 피크 부하를 낮출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피크 수요를 위한 고가의 발전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촉매
전력저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력 공급 구조 변화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21세기 에너지 산업의 최대 화두는 지속가능한 청정 에너지 체계의 구축이다.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체계는 환경 오염 등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며 동시에 제한된 자원을 사용해야 하므로 경제성 자체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획기적인 에너지 기술이 등장하지 않는 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높여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나 기상 여건에 따라 출력이 일정하지 않고, 발전이 전력 수요 양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력망 운영 측면에서도 불균일한 전력이 계속 물려있으면 공급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치명적이다. 전력저장이 이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저장의 확대는 더 많은 풍력 터빈과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설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셈이 된다. 머지않아 대규모 발전 농장에서부터 아파트나 커뮤니티, 공장, 상업용 빌딩, 일반 단독 주택 등에 이르기까지 발전 설비와 연계된 저장 장치를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력저장은 전력망 전체에 어디든 다양한 규모로 연결이 가능하다. 출력과 품질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전력저장은 대형 신재생에너지원은 물론 수요처 인근의 소형 발전원을 쉽게 연계할 수 있게 한다. 보다 많은 태양광이나 풍력 설비들이 열병합과 같은 분산형 전원과 함께 저장과 결합하여 전력망 전체의 효율성, 친환경성을 높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급자족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의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이크로 그리드 확산
전력저장으로 인해 에너지를 자급하는 지역 혹은 커뮤니티의 성장이 가속될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함께 가스나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중소 규모의 열병합 발전이 지역 단위로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데 있어 저장이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른바 마이크로 그리드(Microgrid)가 곳곳에 만들어지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지난 4월, 미국의 송배전 사업자 Oncor는 Schneider, S&C 등과 협력하여 텍사스 랑카스터 지역에서 독자적인 마이크로 그리드를 구성, 완전 자동으로 운영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Oncor 프로젝트는 2개의 태양광 발전 설비, 5개의 소형 발전기, 1개의 마이크로터빈, 2개의 에너지 저장 장치를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Schneider의 제어 시스템, S&C 및 Tesla의 저장 장치, S&C의 전력 제어 설비 등이 활용되었다.
도서나 고립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독립적 그리드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최근에는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마이크로 그리드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의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조성 사업도 궤를 같이하는 움직임이다. 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5일, 덕적도, 조도, 거문도, 삽시도, 추자도 등 5개 도서를 ‘친환경 에너지자립섬’으로 전환하기 위한 민간사업자를 확정했다. 도서 지역의 디젤 발전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전력저장 장치를 결합한 친환경 에너지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이미 추진 중인 울릉도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총 6개의 사업이 결정되었다. 향후 그 숫자도 늘릴 계획이다. 제도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보다 큰 규모의 지역 단위 마이크로 그리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3. 전력소비 영역의 변화
전력저장은 계량기(Meter) 앞쪽의 전력망뿐 아니라 뒤쪽의 가정이나 상업용 혹은 산업용 빌딩 등 전력을 소비하는 영역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과거 수동적 소비자들이 능동적 참여자로 바뀌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자들이 목격될 수 있을 것이다. 전력저장이 발전원과 결합할 경우 전력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전력저장을 통한 안정적 소비
전력저장만으로도 가정이나 상업용 빌딩, 공장 등의 예기치 못한 전력 흐름 이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해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비상전원용 전력저장이 급성장하였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맞물리면서 2012년 약 640억원에 불과하던 시장이 2013년에는 2,4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약 5,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부터 전력시장이 전면 개방될 예정으로 있어 일본의 전력저장은 향후에도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저장을 통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시간대별 요금제라든가 최대 전력수요를 기준으로 하는 용량요금제 등의 환경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저장을 통해 비싼 가격대의 소비를 피하거나 정산요금의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북미 빌딩용 전력저장 시장이 기지개를 피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2014년 31MW에 불과했던 북미 빌딩용 전력저장 시장은 2018년 1GW 이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전력저장 설치 비용 하락으로 빌딩의 용량요금 절감에 대한 니즈 충족이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력저장이 소비 측에 추가적인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쌀 때 구매하여 저장해두었다가 비싼 시간대에 팔아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물론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만 버려지는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망 전체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수요자원 거래도 수익 창출의 좋은 예다. 전력 거래 시장의 신호에 따라 수요를 절감시켜(Demand Response) 얻은 효용을 참여자들과 나누는 방식이다. 국내 수요자원 거래 혹은 수요관리 시장은 지난 7월 말 현재 총 2.4GW 규모의 수요자원이 모아졌고, 개시 8개월 만에 178GWh가 거래되었다. 아직 저장이 수요관리에 있어 역할이 크지 않은 상황이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라는 점은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전력저장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의 전력 거래 참여 또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수요관리를 통해서 전력망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전력저장이 소비처의 발전원과 연결될 경우 소비자는 더 이상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게 된다. 외부 환경에 관계없이 편하게 전력을 소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자도 될 수 있다. 소비자 혹은 커뮤니티 등이 잉여의 생산 능력을 갖추어 자급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태양광 패널에서 나온 전기를 전력망에 연결하여 파는 대신 자가소비 쪽으로 소비자들이 바뀌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만든 전기를 직접 소비하는 편이 더 이득인 상황이 되었다. 즉,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 수준(0.12 유로/kWh)이 전력 소매 가격(0.26 유로/kWh)보다 낮다. 독일 정부에서도 전력망 안정과 자가소비 유도를 위해 태양광 연계 전력저장 설치 비용의 30%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태양광에 전력저장이 붙더라도 경제성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그림 4> 참조). 독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태양광-전력저장 패키지 수요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활발한 움직임이다. 태양광 발전과 저장의 연계 사업에만도 최근 들어 기업간 제휴가 급증하고 있다. GTM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이루어진 제휴 건 수보다도 올 4월까지의 건 수가 더 많을 정도다(<그림 5> 참조).
전력소비 데이터의 중요성 상승
당장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전력망의 가장자리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지낼 것이지만, 저장을 비롯하여 관련 지능화 기술, 제도적 뒷받침 등이 확산되면서 보다 많은 능동적 소비자,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조합의 형태이건, 중간의 관리 서비스 사업자를 두건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거나 돈을 벌 수 있고, 나아가 전체 전력 수급의 안정화,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계량기(Meter) 주변을 누가 어떻게 지배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전력 수급의 모든 정보가 계량기를 통해 만들어지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수급 데이터의 보안 및 프라이버시 이슈가 있지만 전력망의 가장자리에서 사업기회를 노리는 기업들의 역동적인 모습도 함께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2016년부터 전력 소매를 자유화하면서 발전에서 판매까지 완전 개방하게 된다. 기존 전력서비스 기업은 물론, Panasonic, Softbank 등 내로라 하는 가전, 통신, 건축 기업들까지 가세하여 새로운 사업모델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Honeywell은 스마트 미터링 전문 기업인 Elster를 51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하였다. Honeywell의 제어와 Elster의 고객 데이터 채널 및 관리를 접목하여 보다 강력한 에너지/수요 관리 솔루션을 만들 심산이다. 이를 통해 Honeywell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추진도 가속할 예정이다. 발전과 저장, 통신과 모니터링 및 제어 등이 집적되어 효율적이면서도 쾌적한 에너지 소비 환경을 만드는 것이 스마트 그리드 혹은 스마트 시티에서 추구하는 바다.
전력저장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미래 전력망과 소비 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정책, 기술 등 다양한 요인들이 전력저장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전력저장 설치 비용의 수준에 따라 그 파급효과가 단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향후 5년 내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전력저장이 결합한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책이나 금융과 연계한 다양한 전력거래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력저장 설치 비용이 더욱 하락할 경우 신규 피크발전소는 물론 나아가 대형 화력이나 원전 수요 감소도 가능할 것이다. 전력서비스 산업의 구조 개편도 본격화될 것이고, 전지 가격의 하락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수급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보다 분산되고 독립적인 형태의 에너지 생태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력저장의 경제성은 장치의 가격 수준 외에 전력 가격 체계와 구조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지역별로 상이한 제도와 정책 여건에 따라 전력저장이 가진 잠재력이 나타나는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독일의 자가소비용 태양광 연계, 미국의 빌딩용, 한국의 주파수 조절용 등의 시장 형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수급 여건이나 경제 상황, 소비자들의 참여와 인식 등도 전력 저장 및 관련 산업의 변화에 영향을 더할 것이다. 전력망이 고도화된 지역에서는 전력저장이 수급 전체의 효율화 및 지능화와 맞물리면서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전력 시스템이 구축 중인 신흥국의 경우 친환경적인 분산형과 중앙집중형이 적절하게 공존하며 이와 관련한 사업기회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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