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 직관에 대한 경계와 의심부터'
미래의 시장과 소비자를 주도할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직관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하지만 때로 직관은 과거의 경험 법칙에서 나올 수도 있고, 인지적 오류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자신의 직관부터 의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MIT 대학의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 책임자인 에릭 브린욜프슨은 ‘제 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라는 책에서 현 시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첫째, 디지털화에 의한 기술과 사회 발전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할 초입 단계(Inflection point)이다(<그림 1> 참조). 컴퓨터라는 기계가 세상에 소개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디지털 기술이, 무인 자동차, 로봇, 3D 프린터, 인공지능 등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로 급속히 발전해 나갈 것이다. 둘째, 현재의 산업 형태도 극적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 예컨대, 제조업은 디지털화와 보다 적극적으로 융합이 되기 시작하여 조만간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의 형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즉 오랜 기간 조금씩 축적되어온 디지털 기술이 마침내 날개를 달고 세상을 급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예견이다. 얼마만큼 급진적인 변화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지만, 향후 미래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지금과는 아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큼은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외부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해 판단하고 의사결정 하기가 어렵다. 돌발 변수가 많기 때문에 과거 경험의 법칙은 깨지기 쉽다. 언제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검은 백조가 날아들지 모른다. 요즘 수많은 기업체들의 신사업 책임자들은 “누가 언제 어떻게 현재의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라며 과거 경험만으로는 시장을 예측하거나 주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뛰어넘어, 미래의 시장과 소비자를 주도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1. 나의 생각부터 의심해 보자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틀릴 수 있어도, 자신은 옳을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는 과거 자신의 경험, 특히 성공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경우들이 많아 새로운 미래지향적 사고를 하는 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2013년 테드 토크 대담에서 “당신은 테슬라, 솔라시티, 스페이스X 등 대담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추진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머스크는 자신은 물리학을 배웠고, 그 덕분에 직관적으로 나오는 생각들을 모두 의심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생각을 의심한다는 것은 크게 1) 직관에 대한 의심과 2) 인지적 오류에 대한 경계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1) 직관에 대한 의심
직관적인 사고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먼저 패턴 인지형 직관(Pattern recognition intuition)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과거 경험을 통해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된 여러 문제 해결 패턴 중 가장 적합한 하나가 즉각적이고도 자동적으로 제시된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사람들은 창의적 직관(Creative intuition)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창의적 직관이란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몇 일 끙끙대고 있다가 보면, 어느 순간 “아하”하며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토마스 에디슨이 말하는 1%의 영감에 의한 해결책이 이런 것이다. 창의적 직관은 하나의 생각이 다른 수많은 생각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자극하는 연상 작용을 통해 해답을 만들게 되는데, 이를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라고 한다. 대부분의 직관 예찬론자들은 창의적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실 창의적 직관의 중요성을 폄하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직관적 사고(Counter-intuitive thinking)를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할 때의 직관은 패턴 인지형 직관이다. 창의적 직관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적으로 사람들의 직관적 사고의 대부분은 패턴 인지형 직관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몇몇 문제들만을 창의적 직관의 영역으로 옮길 뿐, 일반적으로는 대부분 문제들을 패턴 인지형 직관으로 해결한다. 그 편이 답도 빨리 나오고, 힘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패턴 인지형 직관(이후 직관P)은, 수많은 반복 학습과 치열한 노력 끝에 체득한 전문가적이고도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예컨대 오랜 경험을 갖춘 소방관이 불길이 치솟는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진압 작전을 펼 것인지 짧은 시간 내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 체스 게임 선수가 자신의 다음 수를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도 직관P에 따른다. 즉 전문가적 역량이 필요한 특정 분야에서는 매우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직관P는 본질적으로 과거에 묶여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한 과거 지식과 경험들을 반사적으로 조합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 구조가 잘 바뀌지도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잘하려면, 우선적으로 자신의 직관에 대해 경계와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2) 인지적 오류(Cognitive Biases)를 경계
직관적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더라도,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에 인지적인 오류에 흔히 빠지곤 한다. 인지적인 오류란, 의사결정을 하는 가운데 무심결에 저지르는 판단상의 실수를 의미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많은 심리학자,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의 인지적 오류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 과거의 이론들과 가르침에 싫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오류는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 보자.
● 피곤함이 판단 능력을 흐려 놓는다
사람은 주어진 모든 정보가 똑같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동일하게 의사결정을 할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피곤함이 누적될수록 편의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한 예로 가석방 심사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자. 가석방 심사 위원들에게 가장 편의적이고 책임 추궁도 당하지 않을 의사결정은 가석방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전혀 허가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판단이 애매한 경우에는 허가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식사와 휴식을 취한 직후에는 가석방 허가율이 65%로 높게 나타나지만 시간과 비례하면서 점점 하락하여 2시간 후 다음 휴식 시간 직전 무렵에는 0%가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반복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피곤할수록,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 무의식이 판단에 영향을 준다
영국의 한 대학에서 무의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했다. 한 사무실의 휴게실에 음료수를 비치하고, 음료수 값은 자발적으로 내도록 ‘정직한 상자(Honesty box)’라고 이름을 붙인 작은 저금통을 옆에 준비했다. 음료수 가격표도 함께 내어 놓았다. 음료수 가격표 위에는 작은 배너 형태의 사진을 붙였다. 10주 동안 진행된 이 연구에서, 한 주는 사람의 눈이 담긴 사진을, 다음 한 주는 꽃을 찍은 사진을 번갈아 가며 붙였다. 사람의 눈은 평범하게 쳐다보는 눈에서부터, 유혹하듯 쳐다보는 눈, 의심스럽게 쳐다 보는 눈, 무섭게 째려 보는 눈 등 다양한 뉘앙스를 풍기는 사진을 붙였다. 사람들은 사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재미있게도 정직한 상자에 모이는 돈은 매주 커다란 편차가 생겼다. 꽃을 찍은 사진이 붙은 기간에는 돈이 별로 모이지 않았고, 사람의 눈, 특히 의심스럽게 보거나 무섭게 째려보는 눈이 있을 때 훨씬 더 많은 돈이 모였다(<그림 2> 참조).
● 쉬우면 더 잘 믿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나 말을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A. 아돌프 히틀러는 1892년에 태어났다.
B. 아돌프 히틀러는 1887년에 태어났다.
두 문장은 모두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A를 더 쉽게 믿었다. 다른 유사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글씨의 굵기, 폰트, 글씨체 등이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글이라도 쉽게 표현한 글을 더욱 신뢰한다. 목소리 크기도 판단에 영향을 미쳐, 목소리가 큰 사람의 말을 더 잘 믿는다. 반면 화려한 미사여구, 전문적인 어휘 등을 구사한 보고서나 연설에 대해서는 “정말일까?”라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미심쩍어 한다.
이 외에도, 과도한 자신감(Overconfidence), 처음 들은 숫자나 보고서에 집착하는 고착화 현상(Anchoring),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보만 수집하는 확증 오류(Confirming) 등 다양한 인지적 오류들이 있다. 내 생각을 좀더 신뢰할 수 있으려면 이러한 인지적 오류들이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점검하고,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취할 필요가 있다(<표 2> 참조).
2. 호기심과 질문, 해답 찾기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충실히 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생각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다시 살펴보는 것은 물론, 미래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 해답을 찾아 보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구글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들을 회사에 가득 채우려고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글의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페이지는 “실패한 기업들은 미래를 놓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질문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현상에 대한 의문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첫 발걸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 의미 있는 토론
토론이라는 방식은, 질문을 가진 사람과 답변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1990년대 지식경영이라는 영역이 경영학에 확산된 이후, 지식근로자들에게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무작정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주제 토론을 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생각들이 공유되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토론 주제와 관련하여 비슷한 수준의 정보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토론 주제 그 자체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포함하여, 해당 주제를 둘러싼 주요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 등 다각도의 인적/조직적 정보가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예컨대, 특정 기술을 개발할 경우, 기술과 관련된 전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직에서 그 기술을 왜 개발해야 하는지, 주요 포지션의 담당자들의 입장들은 무엇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이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임원들과 구성원들간의 허심탄회한 논의가 어려운 이유는 기술적 지식의 격차도 있겠지만, 인적/조직적 정보의 격차가 크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둘째, 다양한 배경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서로 다른 사업, 다른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는 것이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람직하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똑똑한 사람들이면서 유사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집단과 똑똑한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지만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집단들을 비교해 보면, 과제 수행에 있어서 후자의 집단 성과가 더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분야에서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들을 다른 분야의 방법으로 풀 수 있는 경우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셋째, 토론자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의견을 내놓지 못한다면 굳이 다양한 사람들을 어렵게 모아놓을 필요가 없다. ‘반대(Dissent)’를 주제로 한 여러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단지 누군가가 반대의 의사를 내놓기만 하더라도, 의사결정의 질은 높아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사회적인 존재들로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고 한 집단으로 받아 들여지기를 바란다.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외톨이가 되기 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고 집단에 순응하는 쪽을 택한다.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자주 거론되는 사례가 1978년에 남미 가이아나에서 일어난 짐 존스의 인민 사원(People's Temple) 사건이다. 천 명의 신도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독약을 먹이고, 자신들도 한 사람씩 독약을 마셔서 모두 죽음을 택한 사건이다. “한 두 사람도 아닌 천 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집단적으로 자살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집단 동조화 현상의 결과로 빚어진 비극이라는 데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한다.
이렇듯 집단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토론자들이 자기 의견을 명확히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필요하다. 한 예로, 스포츠 의류 업체 오버마이어는 전통적으로 주요 임원 회의를 통해 당해 겨울철에 얼마만큼의 의류가 팔릴 것인지 수요를 예측/결정해 왔다. 하지만 임원간의 토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의사결정자의 견해를 따라가는 쪽으로 결론이 나곤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오버마이어는 회의 전에 참석 대상 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각자의 수요 예측 수준을 먼저 확인했다. 독립적인 의견을 사전적으로 받은 이후, 이를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오버마이어는 이를 통해 의사결정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2) 작은 실험을 활성화 하자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보다 스마트하게 대비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작은 실험들을 통해서 아이디어의 유용성을 테스트 해보는 것이다. 사림 이스마일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Exponential organizations)”이라는 책에서 요즘의 잘 나가는 기업들은 다양한 기술과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실험해 봄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들을 전개해 나간다고 말한다.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ARA)를 보자. 구글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를 모듈화하여 핵심 프로세서, 카메라, 액정, 배터리 등을 고객들이 바꿀 수 있는 오픈 하드웨어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구글은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투자하여 벌여 나가기 보다, 2016년 중에 하나의 도시를 선택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그 결과를 보고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아도비 시스템은 최근 ‘재도약 혁신 워크샵(KickStart Innovaton Workshop)’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아도비는 참석 구성원들에게 1,000달러와 45일간의 시간을 주고, 검증되지 않고 말로만 떠돌아 다니던 혁신 아이디어들에 대해 실현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 보라고 주문한다. 아도비는 이러한 활동 덕분에 사업적으로 의미 있는 아이디어와 그렇지 못한 아이디어들을 구분해 내고, 조직 전체적으로도 실험을 통해 검증된 아이디어들을 골라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고객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실험/관찰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50여개의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하라스는 다양한 고객 실험을 통해 수익을 크게 개선시킨 기업이다. 하라스는 MIT 출신의 의사결정 모델링 전문가를 고용하여 기존에 막연히 “고객들이 좋아할거야”라며 이루어지던 관행들에 대해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두 개의 고객 집단을 구분한 후, 하나의 고객 집단에는 125달러 가치의 패키지 선물(무료 숙소, 두 사람 분의 저녁 식사, 30달러의 카지노 칩)을 보내고, 다른 고객 집단에는 60달러의 카지노 칩을 보냈다. 결과는 60달러의 카지노 칩을 받은 고객들이 카지노에서 돈을 훨씬 더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하라스는 그동안 고객들에게 무료 숙소를 제공한 것이 비용만 들 뿐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후 무료 숙소 제공 패키지는 없앴다. 이렇듯 많은 기업들은 빨리 도전하고, 빨리 실험하고, 빨리 실패 혹은 성공하는 것이 쉼 없이 변하는 미래에 대해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3. 도덕적 블라인드 스팟을 주의하자
미래 지향적인 생각과 토론, 실험을 하다 보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도덕적 이슈이다. 과거와 달리 도덕적 문제에 따른 기회 비용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크다. 최근 미국의 217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이러한 기회 비용을 우려하여 매년 매출 10억 달러당 평균적으로 1백만 달러를 투자하여 기업 윤리 강화 활동을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다른 동료들과 몰입하여 새로운 사업 관련 이슈들을 논의하다 보면, 도덕적 이슈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즉 도덕적 블라인드 스팟이 생길 수 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은 사람들의 마음에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험 대상자들은 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동영상 속의 사람들이 농구공을 서로 몇 번 주고 받는지 세어 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동영상에는 농구공을 주고 받는 사람들 외에 고릴라가 등장한다. 고릴라는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가고, 심지어 정면을 보며 가슴까지 치는 대담한 액션을 보였다. 하지만 실험 후 동영상 속에서 고릴라를 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농구공에 집중하느라 고릴라를 놓친 것이다.
이렇듯 무언가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것들을 쉽게 놓칠 수 있다. 한 예로 포드 자동차의 소형차 핀토가 출시될 때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 보자. 과거 핀토는 출시 이후 여러 건의 폭발 사고로 미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핀토는 작은 접촉 사고로도 연료가 새어 나와 커다란 폭발 사고로 이어지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빠져나올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화재로 생명을 잃었다. 핀토의 결함에 대해 내부 개발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 폭스바겐 등 경쟁자들과의 신차 출시 경쟁에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었고, 결함을 알았을 무렵에는 이미 생산 라인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포드는 결함을 무시하고 신차를 제때 출시할 경우의 손익(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송 비용 등 포함), 결함을 보완하여 천천히 출시할 경우의 손익을 계산하여 비교했다. 사람의 목숨까지 포함하여 가능한 모든 요인들을 돈으로 환산하여 값을 매겼다. 결과는 사망 사고가 생긴다 하더라도 제때 출시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결과였다. 핀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20명이 넘었다. 하바드 경영 대학의 맥스 베이즈만 교수는 이에 대해 “이 사건은 포드 관련자들이 지독히 비윤리적이어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순전히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신차 출시 이슈를 다루었기 때문에 생긴 사건”이라고 해석한다. 윤리라는 관점에서 주의를 한번이라도 환기시켰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도덕적 블라인드 스팟은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매력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발생 가능한 이슈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출발점이 직관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고대에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치고 중요한 물리학의 법칙을 발견해 냈던 것처럼, 창의적인 직관(Creative intuition)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때로 직관은 그저 과거의 지식과 경험의 법칙으로부터 나올 수도 있으며, 사람들은 언제든 인지적인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어떤 연구자는 “가장 나쁜 의사결정은 직관적으로 나온 아이디어에 막대한 자산을 투자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자신과 주요 이해 관계자들의 직관을 한번쯤은 의심해 보는 것이 어떨까?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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