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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TPP, 미국 주도 경제질서 부활의 신호탄'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타결로 아태지역 12개국을 아우르는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했다. TPP 출범은 양자간 FTA에서 다자간 FTA로의 진화, 글로벌 생산분업의 확산과 함께 중국 쪽으로 쏠리던 아태 지역 경제 질서의 변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4일(미국 시간), 아시아태평양 주변 국가들의 경제 협력과 무역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이하 TPP)이 5일 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전격 타결됐다. 당초 10월 1일로 예고했던 폐막 일정을 세 번이나 연장하는 긴 산고 끝에 얻은 성과였던 데다, 경제 대국 미국과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경제블록이란 점에서 지구촌 전체의 큰 관심을 모았다. 

수요 위축, 금융 불안 등의 악재 속에서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했던 세계경제에 TPP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에서부터, 이름만 ‘자유무역’일 뿐 역외 국가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회원국들만의 잔치라는 혹평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생태계 환경이 악화될수록 개체들 간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처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몇 차례의 고비를 넘겼음에도 세계경제가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자 작은 시장 기회나 잠재 수요라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과 물밑 경쟁이 점점 더 치밀해진 결과다. 

TPP 통해 미-일 FTA 꿈 이룬 일본, 힘의 균형 회복한 미국 

이번 TPP 타결의 최대 수혜자는 일본이라는 지적이 많다. ‘TPP는 미-일 FTA나 마찬가지’라는 통상 전문가들의 지적에서 알 수 있듯이 한미 FTA 이후 일본 통상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던 미국과의 FTA 체결을 성사시켰고, 원산지 규정에 대한 고민 없이 12개 나라가 거대한 글로벌 생산 분업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까지 덤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중국 쪽으로 기울어가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 질서의 무게 중심을 다시 돌이키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고, 그 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 온 아시아 전략 부재 문제를 극복했다는 했다는 점에서 얻은 바가 적지 않다. 

TPP가 처음부터 이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전세계 GDP의 1%에도 못 미치는 브루나이,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등 태평양 연안 4개국(Pacific 4)이 ‘P4’라는 이름의 경제통합체를 결성했다. 출범 이후에도 한 동안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P4는 2008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교두보를 찾던 미국이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TPP로 이름을 바꿨고, 통합과 개방 범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였다. 이후 호주, 베트남 등이 연이어 가입했고, 2013년에 참가를 선언한 일본이 마지막 창립 멤버 자리를 차지했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때마다 협상 진행 속도가 빨라지는 특징을 보여줬다. 한중 FTA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곧이어 일본이 참여를 선언했고,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서두르면서 TPP 협상 역시 속도가 빨라져 마침내 타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미국이나 일본의 움직임에 신속히 반응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이 어떤 대응 전략을 갖고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예로, 중국이 TPP에 참여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협상 타결 직후 발표된 요약문에 따르면 TPP는 배타적으로 닫혀 있는 경제블록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자유화를 높이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지향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TPP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시장개방과 무역 및 투자 자유화 수준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TPP가 가입 조건으로 제시하는 국유기업과 규제의 투명성, 지적재산권, 중소기업, 노동 및 환경 관련 규범 등은 중국 역시 성장 정체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마땅히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다만, 과거 중국이 WTO 가입 조건을 충족시키는데도 십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당분간은 그 동안 추진해 온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ASEAN+3(한, 중, 일)’ 중심의 동아시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한국이나 아세안 등 이미 FTA를 체결한 인접 국가들과의 경제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간 FTA에서 다자간 FTA로 무역자유화 움직임 진화 

TPP 타결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이후 대세로 자리잡아온 두 나라 사이의 자유무역협정, 즉 양자간(bilateral) FTA가 다자간(multilateral) FTA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경제블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국경을 맞대거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TPP처럼 거리가 멀고 이질적인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들끼리도 경제통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나타난 것은 양자간(bilateral) FTA가 3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여러 국가들과 체결한 상이한 FTA 규정들로 말미암아 스파게티보울(spaghetti bowl) 현상이 심해지면서 회원국들에게 허용해온 ‘특혜’의 차별적인 효력이 상당 부분 감소한 탓이다. 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와 국가 간 생산분업 심화로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이 복잡해지면서 원산지규정이나 표준, 통관 절차 등을 여러 나라가 공유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계속 커져왔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물류 비용 하락, 제조업의 소프트화 등도 이런 추세에 한 몫 했다. 

다자간 무역자유화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TPP 타결을 계기로 중국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속도를 높이고, 유럽과 미국 사이의 경제통합 움직임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역시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EU,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 체결로 주요 시장에 대한 차별적인(preferential) 접근 권한을 확보한 것은 맞지만, 양자간 FTA의 한계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일본, 베트남 등 TPP 참여 국가들이 글로벌 분업구조 재편 경쟁에서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 상품이 특혜관세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 내 원산지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충족시켜야 하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여러 TPP 회원국들과 다각적인 분업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장 개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일본이 TPP를 디딤돌 삼아 우리를 앞지를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FTA 참여의 손익을 평가할 때 ‘양국 간 무역 전환 및 창출 효과’와 ‘체결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참가국 간 네트워크 효과, 즉 생산분업 효과라는 기준을 추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향후 과제와 네 가지 관전 포인트 

현재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TPP 협정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외비로 진행되어 온 TPP 협상 특성 상 세부적인 내용이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다.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 개방하기로 합의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에, 혹은 개별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그 의미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12개에 이르는 회원국 규모, 각국의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TPP 실제 발효까지는 아직 1~2년 정도 시간이 남은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불필요한 조급증보다는 신중한 준비와 대응이 더 긴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TPP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더라도 가입 여부를 굳이 서둘러 확정 지을 필요도 없다.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TPP 타결을 계기로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생산분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이와 관련된 국가 간 규제나 비공식적 장벽 해소 논란이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일차적으로는 물류 비용 부담이 적은 공정이나 고부가가치 부품,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국가 간 산업 내 분업이 확대되겠지만, 그 다음 단계로 기술이나 지식, 정보 중심 중소기업들의 해외 직접 진출을 위해 각국의 관련 제도 정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그와 같은 요구를 감당할만한 지에 대해 미리미리 면밀히 따져보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경제와 산업의 미래 모습에 대한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TPP가 지향하는 시장 개방의 한 가지 특징은 개방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일이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에서 제외할 대상만을 언급하고, 그 리스트에 없으면 모두 열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현재 존재하지 않지만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은 무조건 개방해야 하는 만큼 향후 우리 산업과 기업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과의 차별화에 실패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과 더불어, 앞으로 TPP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포인트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먼저, TPP 12개 회원국의 비준 및 발효 전망이다. TPP 협상 타결이 역사적인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공이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넘어가면 얼마든지 사정이 바뀔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벌써부터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의 의견이 다르다. 하물며, 각 산업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하원과 상원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미 의회가 신속협상권(TPA) 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던 항목들 중 지적재산권 부분이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미국 외에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에서도 비준 과정에서 농업이나 공기업 관련 조항 때문에 적잖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추가 가입국에 대한 승인 절차 등이 아직 불분명한 만큼 이와 관련된 TPP 차원의 공식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선언문에는 추가 가입을 환영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지만, 개별 국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예상 못한 ‘입장료’를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TPP 추가 참여를 원하는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 공동 입장을 취하는 것도 검토 해볼만하다. 

세 번째로, 중국의 변화와 대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이 이미 동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한 지위를 확보했다고는 해도 현 시점에서 TPP를 앞세운 미국과 일본을 배제한 채 나머지 국가들과 독자적인 블록을 형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중국은 단기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형식을 취하되, 중장기적으로는 TPP에 동참할지, 아니면 중국 중심의 경제블록 형성을 가속화 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와 같은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 다툼이 국제적 긴장과 갈등을 심화시키기 보다는 역내 시장 개방과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향후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은 ‘선진적인’ 경제 제도와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경제 정책 측면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로 위기 이후 유럽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졌고, 제조업을 강조하는 독일과 금융 중심의 영·미 경제가 충돌할 때도 많았음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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