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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휴대폰 구매 방식의 변화로 이통 시장 경쟁판 달라진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어 가면서, 소비자들이 신규 단말기에서 느끼는 혁신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통신사 전환에 대한 니즈도 감소하여 이동통신 시장의 활력이 점차 감소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말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수익성을 높이면서 고객을 유인 또는 유지하고 시장을 되살릴 방안 가운데 하나로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는 매달 정해진 할부금을 납부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용하던 단말기를 반납하고 새로운 단말기를 저렴하게 교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미국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애플도 자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이동통신 업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이슈이다. 통신사가 확보하고 있던 소비자와의 접점이 단말 제조업체로 일정 부분 넘어간다는 점에서 통신사와 단말사가 단말 유통 시장에서는 경쟁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납된 단말기를 처리하기 위해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중고폰·리퍼폰 시장의 활성화가 예상된다.


 

< 목 차 >

 

1. 휴대폰 구매 방식의 변화
2. 구매 방식 변화의 원인
3. 구매 방식 변화에 따른 파급효과
4. 글로벌 트렌드의 국내 수용

 


1. 휴대폰 구매 방식의 변화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다양한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하였다. 스마트폰 시장은 디지털카메라, 게임기, 이북 단말기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흡수·대체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통신사의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가입자당평균매출)도 함께 높아졌고, 3G에서 LTE로의 통신망 고도화는 다시 한 번 ARPU의 성장을 이끌었다. 제조사들은 AP(Application Processor),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성능개선을 이어가며 신형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출시하였고,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하는 재미를 느끼며 새로운 단말기의 구매를 이어갔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더 좋은 신형 모델에 대한 구매 욕구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제조사의 플래그십 신제품들은 여전히 더 좋은 성능과 혁신으로 앞서가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혁신의 크기는 미미해지면서 소비자들의 휴대폰 교체 주기가 점차 길어지고 있다.

 

더불어, 통신 시장의 정체 현상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교체 니즈가 감소하면서 통신사 전환에 대한 필요성도 낮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이동통신 보급률이 포화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 효과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보급률이 낮은 시기에는 보조금 투입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보급률이 높은 시기에는 서로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말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수익성을 높이면서 고객을 유인 또는 유지하고 시장을 되살릴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 결과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무약정제도와 단말 할부 제도, 그리고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다.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탄생

 

통신 시장에서 오랜 시간 당연하게 여겨져 온 2년 약정의 규칙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시작은 미국 내 3위 사업자로 최근 올라선 T모바일이었다. 이 회사는 통신사 답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담아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로 2013년 3월에 “언캐리어 1.0”이라는 이름으로 무약정제도 도입과 보조금 폐지를 선보였고, 그 흐름은 미국 내 경쟁사와 전세계 통신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후 약 2년 이상이 지난 올해 8월에 버라이즌과 스프린트가 무약정제도 도입을 선언한 바 있으며, AT&T도 애플스토어 등에서 휴대폰(이하 ‘단말기’ 혹은 ‘단말’과 병용)을 구매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약정 옵션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 처음으로 무약정 제도를 실시하고 뒤이어 혁신적인 전략을 지속적으로 출시한 T모바일이 4위에서 3위 사업자로 올라서는 모습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사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약정 때문에 참아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되는 것이다.


보조금 폐지와 함께 단말 할부 제도(Equipment Installment Plan, EIP)도 도입되었다. 단말기 구매 시 지급되는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가입자가 초기에 납부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단말 할부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EIP는 가입 시 지불한 할부금 외의 잔여 할부금 혹은 할부 원금 전액을 24개월 동안 무이자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2006년 손정의 회장 취임 이후 보조금 지출을 줄이고 할부 판매를 도입했는데, 이를 통해 단말기 교체 빈도가 줄어들면서 수익성 제고를 도모할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 T모바일의 무약정 요금제인 Simple Choice를 선택한 가입자는 모두 단말 할부 제도를 함께 선택하고 있으며, 다른 통신사도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50% 이상의 가입자가 단말 할부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단말기 구매 방식이지만 해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단말 할부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무약정 제도에 따라 소비자들의 혜택이 좀더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EIP로 묶여 있는 한 단말기 잔여 할부금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들고 나온 것이 바로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다. 이는 매달 정해진 할부금을 납부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용하던 단말기를 통신사에 반납하고 새로운 단말기를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교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자동차 시장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리스모델과 유사하다. 2년 단위의 약정이 보편화되어 온 통신 시장에서 단말기에 대한 잔여 할부금 부담 없이 최대 연 3회까지 단말기를 교체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단말기 및 통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통신사들은 이러한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T모바일의 ‘JUMP!’와 ‘JUMP! On Demand’, AT&T의 ‘Next’, 버라이즌의 ‘Edge’, 스프린트의 ‘Sprint Lease’ 등 미국 4대 통신사 모두 단말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T모바일이다. T모바일은 “언캐리어 1.0”에서 무약정을, “언캐리어 2.0”에서 JUMP!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JUMP!는 매월 프로그램 비용 $10를 지불하고 단말기 할부금의 50% 이상 납부 시 새로운 단말기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주요 플래그십 단말기 대상의 JUMP! On Demand는 단말기별 월 이용료 지불 시, 연 최대 3회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T모바일의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무약정 정책과 함께 T모바일이 시장 점유율 4위에서 3위로 올라서는 발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T&T의 Next는 2개월 이상 단말기를 사용하고 할부 원금의 최소 60% 이상 납부 시, 버라이즌의 Edge는 할부금 완납 시에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스프린트의 Lease는 12개월간 월 $10의 프로그램 비 납부 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AT&T의 경우 올해 1분기 전체 스마트폰 판매의 2/3가 Next 프로그램 상에서 이루어졌고, 스프린트에서는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새 폰을 구매한 소비자의 51%가 리스 옵션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통신사뿐만이 아니다. 제조사인 애플은 올해 9월 아이폰6S와 6S플러스를 발표하며 자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도 함께 공개하였다. 기종과 저장용량에 따라 매월 $32.41에서 $44.91을 지불하면 1년 뒤 신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애플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신제품을 선호하는 얼리어답터들에게 효용이 큰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ZTE도 애플을 따라 10월에 단말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도입을 공식화하였으며, 삼성전자도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고 포브스가 보도했다.

 

 

2. 구매 방식 변화의 원인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를 중심으로 하는 단말기 구매 방식의 변화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데는 사업자와 소비자들이 이를 수용할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통신사 측면에서의 원인


통신사들은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재무적 부담을 완화하고 가입자 이탈 방지를 희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입자 순증 효과가 줄어들면서 통신사의 보조금 투입은 이익보다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또한, 단말의 성능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다수의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중저가폰이 대거 등장해 보조금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신사들의 보조금 폐지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보조금을 폐지한 대신, 새롭게 도입한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통신사에게 효과적인 고객 유지 및 유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한 소비자는 그 가입 금액에 대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새로운 단말기를 구매하고 해당 통신사의 이용을 연장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혜택이 많은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가입을 위해 경쟁사의 고객이 이동해 올 수도 있다. 이처럼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보조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쟁 수단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보조금이 제공되지 않는 만큼,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한 소비자의 약정에 대한 인식 전환도 가능하다. 기존에 흔히 가입해 온 2년 약정은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위약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소비자의 해약을 막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하였으나, 소비자로 하여금 약정 기간의 종료와 동시에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다를 수 있다. 약정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일정 기간 이상 계약을 유지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새 단말기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기존 약정 프로그램이 소비자에게 ‘채찍’으로 고착(Lock-in)을 강요하는 방식이었다면, 단말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당근’을 주어 소비자의 이탈 방지를 유도하는 것이다. 두 방식 모두 고착 효과를 도모하지만 각 방식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상이할 수 있다.


단말 제조업체 측면에서의 원인

 

단말 제조사에게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단말기 판매 제고를 도모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인다. 단말기가 상향 평준화되고, 통신사의 보조금 지급이 줄어들면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단말 제조사이다. 휴대폰의 교체 주기가 길어져 단말기 판매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고가 단말기에 대한 수요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고가 플래그십 단말기에서 더 많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단말 제조사의 수익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단말사들이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유통 영향력을 제고하고 판매 감소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할 경우 사용하고 있던 단말기와 다른 제조사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제조사가 제공하는 단말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경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조사의 단말기를 다시 선택해야 한다. 다른 제조사로의 이탈을 방지하고 빠른 단말기 교체를 유도할 수 있는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단말사에게 강력한 도입 동기를 제공한다.

 

또한, 중고폰 시장의 확대를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조기 업그레이드 선택 시에 소비자가 반납하는 단말기를 통해 안정적이고 풍부한 중고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보조금 폐지 혹은 축소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단말기 가격이 높아진 반면, 새 휴대폰의 성능 개선이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휴대폰 시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중고 시장에도 개입해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은 단말사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소비자 측면에서의 원인

 

단말기 구매 방식이 변화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좋은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보조금이 제공되던 시기에 소비자들은 단말기의 출고가격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만큼을 실제적으로 부담했다. 그러던 것이 보조금이 소멸되면서 소비자들은 온전히 출고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물론 경쟁으로 인한 출고가 인하가 이어졌지만, 프리미엄 폰은 여전히 보조금 없이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신사와 단말 제조사들은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의 실구매 비용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를 희망했다. 즉 업그레이드로 반납된 단말기에 대한 잔존 가치가 중고폰 판매에 따른 금전적 이득과 유사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새로운 단말기에 대한 비용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인데, 미국의 휴대폰 보상판매 가격비교 사이트인 셀셀닷컴(SellCell.com)이 18~34세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의 69%가 신규 단말기 구입시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88%는 기존에 이용하던 단말기를 중고시장에 판매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물론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의 경우 중고폰을 구매함으로써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단말기 성능 향상에 따라 출시 연수가 2년이 되지 않은 단말기들은 대부분 기능에 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얼리어답터들이 반납한 중고폰으로 교체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단말 제조업체들이 신규 모델을 출시하면서 구형 모델의 가격인하를 동시에 단행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고폰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해지게 된다.

 

 

3. 구매 방식 변화에 따른 파급효과

 


경쟁방식 및 경쟁구도의 변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출시를 단순히 새로운 요금제의 하나라고 치부하기는 힘들다. 한때 유행하는 요금제라기보다는 이동통신 업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유통 장악력 감소와 요금 경쟁 강화

 

먼저 통신사 입장에서는 단말사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의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통신사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단말 할부 제도인 만큼, 일정 기간 동안 특정 통신사를 유지해야 하는 약정 제도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제 단말 제조사를 우선 선택하고, 그 다음으로 통신 요금을 비교하여 저렴한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약정이 없는 만큼, 한번 선택한 통신사도 쉽게 바꿀 수 있다. 즉 제조업체로 인해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 통신사의 영향력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소개된 통신사의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아이폰 유저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때, 통신사들은 애플의 자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통신사들의 요금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우는 후발사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후발 사업자인 T모바일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위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통신사 간의 경쟁뿐 아니라 단말 제조업체의 할부 프로그램과 경쟁하기 위한 요금 인하 효과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발표하자마자, T모바일의 경우 월 $15~20 수준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요금을 $10 이상 낮췄다.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6GB 아이폰6S의 경우 소비자들이 매달 부담해야 할 금액은 $5에 불과하다.

 

물론 단순한 요금 인하는 통신사의 매출과 이익 하락으로 직결되는 만큼, 이통사들도 이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해서 고객들이 이용량을 늘이도록 유도하는 업셀링을 통해 수익 하락을 방어하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 요금제 인하, 데이터 공유 요금제 도입 등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주로 활용된다. 특히 특정 기간 동안 데이터 요금제에 혜택을 제공하는 단기 프로모션이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가입자 회선을 늘리기 위해 웨어러블이나 스마트홈 기기, 스마트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통신사의 유통 체계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통신사의 유통점은 단말기를 판매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제는 단말기를 갖고 온 고객에게 SIM카드를 판매하거나 여타 다른 서비스를 추가로 판매하는 데까지 영역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게 된 단말 제조업체

 

단말사는 자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사업이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판매하는 B2B형 비즈니스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B2C 채널을 새롭게 확보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는 고객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사와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단말기가 통신사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결국 통신사에서 단말기를 개통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이들의 대립 관계가 갈등으로 비화되기보다는 양측의 긴장이 좀더 강화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긴장 관계를 이용하여 단말사는 더 많은 단말기 판매를 유도할 수도 있다. 앞서 본것처럼 애플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발표하자마자, T모바일은 아이폰에 대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요금을 낮춘 바 있다.


새로운 B2C 채널 확보 측면에서 단말 제조업체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먼저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채널로서의 자체 유통망 확보가 필요하다. 물론 자체 매장과 물류망을 확보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유통 사업자들과 제휴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필요 요소로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매장에 찾아오게 할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를 들 수 있는데, 단기간에 브랜드 선호도를 개선시키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자체 유통망과 브랜드 모두 애플이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단말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안드로이드 진영에 기회로 작용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B2C 채널 확보가 성공적이라면, 단말 제조사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이동통신 영역에 본격 도전할 수 있다. 투자은행인 제프리스는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재무 컨설팅업체인 모틀리 풀(Motley Fool), IT 전문지인 BGR 등도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MVNO 사업에 필요한 요소임을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이러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리스 모델의 특성 상 결국에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나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요금은 매월 약 $30 안팎이기 때문에 1년으로 계산한다면 적게는 $300에서 많게는 $430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64GB 모델 아이폰6S를 원가대로 $750에 구매하고 2년 후 이를 $175 정도에 중고폰으로 판매한다면 연간 비용은 $287.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1년에 한번 이상 단말기를 교체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확실히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2년 이상 사용하는 이유는 2년 약정이 일반적이기 때문이지,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것을 꺼려서가 아니다.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약정이 폐지되는 만큼, 단말기를 지금보다 자주 교체하려는 사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비스포크(Bespoke Market Intelligence)가 아이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을 매년 교체하는 사람의 비율은 5.8%였는데,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도입 후 이를 통해 매년 교체하겠다는 이용자는 1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뤄진다면 이 수치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켓은 약 20%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통신사와 단말 제조업체 간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중심의 요금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요금은 좀더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중고폰 시장의 활성화가 유통 시장에 미치는 영향

 

중고폰 시장의 활성화에 따른 단말기 라이프 사이클 변화


단말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휴대폰 교체가 늘어날수록 반납된 단말기도 크게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활용한 새로운 중고폰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단말기의 사양이 높아지고 내구성이 향상됨에 따라 1~2년이 지나도 잔존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만큼, 중고폰을 이용한 시장이 활성화될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중고폰 시장은 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소비자간 거래(C2C)를 하거나 여분의 단말기를 가족에게 주는 정도의 규모였다면, 이제는 통신사나 단말사가 직접 중고폰 유통에 참여하는 B2C형 중고폰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반납된 중고폰을 그대로 유통하기보다는 마모된 부품의 교체, 개인정보 폐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의 과정을 거치는 리퍼폰 형태로 제공되게 된다.

 

가트너는 2014년에 전세계적으로 5,600만 대의 리퍼폰이 거래되었으며, 금액으로 추산할 경우 약 7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 시장이 지속 성장하여 2017년에 리퍼폰 시장은 1억 2,000만 대, 금액으로 환산 시 약 14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는 2014년과 2017년 스마트폰 전체 시장 대비 각각 3.0%와 5.8%를 차지하는 정도로 아직 작은 규모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리퍼폰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의 예를 들면, 개발 도상국의 신차와 중고차 판매 비율은 엇비슷한 반면, 선진국에서는 중고차 거래량이 신차의 약 2~3배 가량 크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추정이다. 내구성에서 자동차와 다른 만큼 예상되는 중고 시장의 규모는 차이가 있겠지만, 중고폰 시장의 성장이 빨라질 것은 분명하다.

 

한편 중고폰 및 리퍼폰 시장의 성장은 단말 제조업체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고폰 시장의 성장이 신규 단말기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고폰과 리퍼폰은 신규 단말기 판매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치 측면에서는 다르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중고폰으로 비싸게 팔 수 있는 단말기를 더 선호하게 마련이다. 반대로 중고폰 시장에서의 잔존 가치가 낮은 브랜드일수록 신규 모델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말 제조업체 입장으로서는 커가는 중고폰 시장에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구형 폰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중고폰에 대한 품질보증 기간 등의 정책 등을 명확히 하여 중고폰의 가치를 높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경쟁사 대비 중고폰 전략이 뒤쳐지게 된다면, 그만큼 신규 모델 판매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중고폰은 사후 관리용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오래된 단말기가 고장이 날 경우 대체해줄 리퍼폰이나 수리가 필요한 부품을 찾기가 힘들어 소비자 불만이 야기될 수 있다. 만약 중고폰의 공급이 늘어난다면, 이러한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폰 유통망의 중요성 증대

 

한편 반납된 중고폰에 대해 적절한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는 채널 확보 방안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고폰의 경우 단말기가 해외로 수출되어 재활용될 수 있는 만큼, 단말 제조업체로서는 중고폰 유통망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선진 시장에서 1차로 판매되고, 이를 수거해 개발도상국에서 2차로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단말 제조업체가 중고폰에 대한 가치 평가와 유통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애플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재사용 및 재활용 프로그램(Reuse and Recycle Program)을 통해 기기 반납과 반납된 기기에 대한 기프트 카드 등을 통한 보상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잔존 가치에 대한 측정과 중고폰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온 만큼,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애플 역시 중고폰 유통의 경우 브라이트스타(Brightstar)라는 업체가 실질적인 역할을 맡도록 한다는 점이다. 기존 중고폰 유통업체들은 반납된 중고폰의 잔존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수리하여 적절한 시장에 공급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노하우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단말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통신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중고폰 유통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한 프랑스의 오렌지(Orange)는 아이폰4S와 아이폰5C 등 구형 모델의 리퍼폰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멕시코의 유사셀(Iusacell)과 넥스텔 멕시코를 인수한 바 있는 AT&T는 낮은 스마트폰 보급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에서 Next 프로그램으로 반납된 단말기를 리퍼폰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중고 유통망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리스 시장과 같이 금융사의 협력도 절실하다. 초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는 한편, 이용자의 대금 연체 관리, 분실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시티즌 원(Citizens One)과의 제휴로 운영되고 있으며, ZTE는 스마트 페이(SmartPay)란 업체와 제휴하고 있다.

 

 

4. 글로벌 트렌드의 국내 수용

 

 

이러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국내에서도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작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출시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단말기에 대해 보조금 상한선이 생기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고가 단말기를 구매하기가 예전보다 부담스러워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줄여 고객 유치를 하기 위해 LG유플러스의 ‘제로클럽’, SK텔레콤의 ‘프리클럽’, KT의 ‘스펀지제로플랜’과 같은 중고 단말기 선보상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과 유사한 요금제가 등장한 것인데, 우회 보조금에 따른 단통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어 장기간 유지되지는 못하였다. 이후 LG유플러스가 ‘심쿵클럽’을 출시했고, SK텔레콤은 리스 프로그램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는 등 통신사들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도입 움직임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렇듯 통신사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한 확신이 아직 부족하고 단통법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발효될 당시의 단말기 선보상 프로그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금제가 지속적으로 확산될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단말기를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개인 정보가 많이 담긴 휴대폰을 반납해야 한다는 사항은 다소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처분할 의향이 없는 사람들의 56.5%가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하여 쓰던 단말기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셀셀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중고폰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2013년 23%에서 2014년 18%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업계와 정부의 공동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폰 시장의 경우 국내에서 음성적인 거래가 적지 않은 만큼, 유통망을 좀더 투명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문제되고 있는 중고폰의 유해물질 지정에 따른 수출 금지 문제도 업계와 정부가 노력해서 하루 빨리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전에 사용하던 단말기를 보관하는 비율이 다소 높은  만큼, 중고폰 시장의 양성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 도입 이후 아직 정부, 사업자, 소비자 모두 새로운 방식에 익숙치 않은 상황이다. 다른 법규나 제도와 마찬가지로 국내 단말기 구매 방식을 변화시켜 나가는데 있어서도 우선돼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편익과 후생 증가일 것이다. 또한 정해진 룰 안에서 사업자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소비자들 역시 자신에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제도의 내용과 적용 범위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자들은 어떠한 요금제를 출시할지 쉽게 결정할 수 있고, 소비자들 역시 금세 사라질 요금제가 아닌,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라는 확신 속에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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