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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자동차의 ‘서비스화’ 시작되고 있다'


신축빌라 에어컨설치 모습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자동차 및 커넥티드카 등 미래 혁신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차량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에 속속 진출하기 시작했다. 향후 자동차는 이동성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가치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미약한 서비스화 움직임이지만 미래 ‘모빌리티 기업’을 향한 첫걸음이 될지 주목된다.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트렌드

 

이종산업간 영역파괴가 빈번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 구분으로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에 속해있던 기업이 최대 경쟁자가 되기도 하고 어제까지 친구였던 협력 회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일도 적잖게 벌어지고 있다.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향해 나아갈수록 산업 구분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으며, 산업 구분의 의미조차 퇴색되어 가고 있는 요즘이다. 최근 급성장하는 기업들을 봐도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 분류법으로는 그 기업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구분하기 힘든 기업들이 많다.


예를 들어, 58개국 300개 도시에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버(Uber)는 분명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택시 자산은 없다. 우버 직원의 주요 업무를 보면 앱(App)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 개발/관리, 데이터 분석 등으로 영락없는 IT 회사다. 이러한 크로스오버적인 특성 탓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우버와 같은 IT 기반 택시 서비스 제공 업체들을 처음에는 리무진과 같은 운송 서비스업으로 분류하다가 2013년에는 이들의 근간 정체성을 IT기업으로 재정의하고 사업 영역은 운송 네트워크 업체(Trans- portation Network Company) 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신설하여 분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우버의 산업 분류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우버는 ‘UberEATS’, ‘UberRUSH’, ‘UberESSENTIALS’와 같은 배달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 시도하고 있고, 앱을 이용한 자체 온라인 결제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미국 피츠버그에 ‘Uber Advanced Technology Center’를 설립하여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훗날 우버는 단순 운송 네트워크 업체가 아닌 종합 물류 업체, 핀테크 업체, 자동차 제조 업체로 불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 기업이 여러 산업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형태 자체는 사실 크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유수의 여러 복합 대기업들이 성장해온 과정만 살펴봐도 이들이 여러 산업을 망라하여 문어발식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해온 전략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나타나는 산업간 크로스오버 트렌드는 이러한 과거의 단순 사업 다각화나 수직계열화와는 확연히 다른 차별점을 가진다. 앞서 언급된 우버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의 영역 파괴는 기존 산업의 틀과 특성을 그대로 고수한 채 연관산업으로 확장하는 식이 아닌, 기존 산업의 틀과 게임의 룰을 뒤흔드는 파괴적(disruptive)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파괴적 특성 탓에 영역 파괴자가 등장하여 새로운 게임의 룰이 발동되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기존 강자들은 속속히 무너지기도 하고 산업의 특성이 완전 탈바꿈되어 기존의 산업 자체가 없어지기도 한다. 또 새로워진 룰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신생기업, 또는 과거에는 전혀 연관성이 없던 타 산업의 업체가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에 나타나는 산업간 크로스오버 트렌드를 예의주시하여 기존 업계에 미칠 영향과 변화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서비스화 움직임


100년 넘게 제조업의 대표 주자 격으로 자리매김해온 자동차 제조업계에서도 최근 개발-생산-판매-AS 등 기존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벗어난 서비스업으로의 크로스오버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GM은 올해 초 우버와 함께 북미 차량 공유서비스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업체 리프트(Lyft)에 5억불을 투자했다. 이 투자를 통해 GM은 리프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원하는 차량 미보유 운전자에게 GM의 차량을 우선 공급해주는 파트너쉽을 구축하였고, 리프트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한편 리프트 내부 API를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GM은 계약을 체결하며 GM이 확보하고 있는 무인 주행 기술과 리프트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여 공동으로 무인 콜택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는데, 이 외에도 리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GM은 우버와 리프트의 공세에 밀려 작년 말 사업을 접은 카쉐어링 및 배달 서비스 업체, 사이드카(Sidecar)의 자산(특허 등)과 인력을 흡수하여 메이븐(Maven)이라는 GM의 독자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를 최근 시작하였다. 메이븐은 현재 미국 앤아버(Ann Arbor)의 미시간대학교 주변에서만 한정적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점차 뉴욕과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로 서비스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포드 또한 GM의 메이븐과 유사한 자체 차량 공유 서비스 ‘고드라이브(GoDrive)’를 지난해부터 런던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포드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소비자의 구매 파이낸싱 옵션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작년에는 자사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차를 타인에게 렌탈해주는 대신 차량 할부금을 할인 받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온라인 P2P 카쉐어링 업체 겟어라운드(Getaround)와 공동으로 진행한바 있고, 올해 2월부터는 최대 6명이 차량을 공동으로 리스할 수 있는 프로그램 ‘Ford Credit Link’를 텍사스주에서 시범적으로 실시 중이다. 지난 1월에 열렸던 디트로이트 모터쇼(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에서는 주차장 검색 및 내비게이션, 차량 공유 및 대여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스마트폰 앱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 ‘포드패스(FordPass)’를 공개하였다. 올 4월부터 시장에 출시될 예정인 포드패스는 포드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자동차를 매개로 한 서비스 확장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은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각각 아우디앳홈(아우디), 퀴카(폭스바겐), 드라이브나우(BMW), 뮤바이푸조(푸조시트로엥), 카투고(다임러)와 같은 카쉐어링 기반의 자체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표 1> 참조).


아직까지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우버, 리프트 등을 통해 가능성이 검증된 차량 공유 서비스에 많이 치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의 종류는 적을지라도 전통적인 제조업의 대표주자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인다면 배달, 광고 등 이와 연계된 후속 서비스에까지 제조업체가 영역을 점차 넓혀갈 가능성과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공식석상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일제히 미래에는 단순히 성능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제조회사(manufacturer)’가 아닌 이동성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업체(mobility provider)’가 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래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조업체보다는 이동성과 함께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체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미래에는 단순 동일 산업군의 기업간 경쟁을 넘어서, 동일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경쟁하는 이른바 ‘산업 구분 없는 초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서비스화 배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영역을 강화해 나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라고 보는 편이 가장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존 전통 강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의 기계적(mechanical) 구동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노하우, 기존 사회 제도 및 인프라와 이미 끈끈하게 결속되어 구축해 놓은 높은 사회 문화적 장벽 등을 이유로 들며 기존 아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동차 동력 체계의 진화, 자율주행자동차 및 공유 경제의 도래 등 자동차 산업이 근미래에 맞이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을 통해 자동차 산업이 파괴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미래의 일이야 어떻게 될지 아무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겠지만, 다음의 몇 가지 사실들이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강자로 군림해온 기업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 전반적인 제조업의 성장세 둔화 및 서비스화


먼저 외부 환경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전반적인 제조업의 성장세 둔화 분위기가 자동차 제조업계의 위기감 조성에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UN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어 1970년 25%에서 2000년대 이후로는 계속 1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가 대량생산에 의한 규모의 경제 및 소유 중심의 산업화 사회에서 다품종 소량의 롱테일(long tail) 경제, 개인화 및 경험 중심의 탈산업 사회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 및 범용화 되어가면서 낮은 생산 원가를 주무기로 하는 중국 등지의 업체들이 급부상하여 경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이유로 제조 업체들은 과거와 같이 뛰어난 제품력만 가지고는 수익을 창출하기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되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여러 제조기반 기업들이 선택한 해결 방안 중 하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tization)다. 이미 롤스로이스(Rolls Royce, 항공기 엔진), ST에릭슨(ST-Ericsson, 무선 통신기기), 아틀라스콥코(Atlas Copco, 산업용 장비), 알스톰(Alstom, 발전설비), 아르셀로미탈(Arcelor Mittal, 철강) 등 다양한 산업의 제조업체들은 각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된 서비스 영역을 확장시켜 이윤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을 늘리고 있다. 지멘스, GE 등도 기존 제품 제조 중심의 사업에서 제품 판매 이후 서비스까지 고려한 통합 솔루션 업체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 제품 생산에서 벗어나 제품 수명주기 전체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및 센서 기술을 이용하여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중심의 사업전환을 통해 지멘스는 이익률을 2배 가량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도 언젠가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위기가 자동차 산업에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다른 산업의 제조업체들이 대응책으로 적극 수용하고 있는 제조의 서비스화에 관심을 갖고 자동차 산업에 맞는 나름대로의 서비스화 모델을 고민해 보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제조의 서비스화’의 핵심 중 하나는 수익 구조의 변화를 통한 불확실성 헷징(hedging)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갈수록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환경에 발맞추어 단일 판매(one-time selling)로 고수익을 올리는 기존의 수익구조를 거래당 이윤은 적지만 거래의 빈도수를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제조업이 숙명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고수익 단일 판매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하여 자동차 생애 주기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수익 창출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화 영역은 없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 파괴성을 내포하고 있는 자동차의 진화 방향


그러나 무엇보다 자동차 업계가 서비스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율주행자동차, 커넥티드카(스마트카) 등 ‘Next 미래 자동차’에 의한 자동차의 개념 변화와 이에 따른 급진적 산업 변화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운전이라는 행위가 반드시 요구되는, 이동성을 제공하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가장 컸다. 그렇기에 소비자가 자동차에 요구하는 가장 큰 가치 또한 운전의 편의성 및 안전성, 빠르고 경제적인 이동성을 제공하는 자동차의 하드웨어적인 특성에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자동차에는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소비자가 이동성을 제공하는 하드웨어보다는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자동차에서 다양한 생활 편의성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운전자의 개입이 점차 줄어들면서 운전자가 차내에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자율주행자동차가 대부분의 시간을 운행보다 주차에 할애하고 있는 현재 자동차의 활용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며, 셋째로 ICT 기술이 함께 발전해 나감에 따라 ‘끊김 없는 연결성(seamless connectivity)’이 구현되면서 차내에서 제공 가능한 서비스의 여지가 점차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소비자가 미래에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적 가치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는 기존 산업의 룰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파괴적인 혁신의 주체로 지목되어 미래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Barclays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는 2040년까지 미국의 일반 자동차 판매량을 40%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차량 공유의 개념을 한층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어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의 대상에서 이동성이라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일종의 공공재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율주행자동차는 현재 차량 공유 서비스의 가장 큰 불편함(pain point) 중 하나인 차량의 ‘pick up & return’ 수고를 제거하고 ‘door-to-door’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를 대폭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자동차로 인한 차량 공유 개념의 확산은 기존의 택시 서비스를 잠식시키고 가구당 소유 자동차 대수를 평균 2.1대에서 1.2대로 줄여 결국 미국의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인 GM과 Ford는 향후 25년간 미국 내 차량 생산을 현재 수준의 약 68%와 58% 수준으로 감소시키게 될 것이라고 Barclays는 분석한바 있다.


물론 모두가 위와 같은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운전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노인이나 아동, 장애인 등 기존에 개인 자동차의 수요자가 아니었던 이들을 주요 소비자로 포함하면서 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을 주장하기도 하고, 개인화의 심화로 개인 단위의 마이크로 카(Micro car)의 수요가 대폭 증가해 전체적인 차량 대수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전개된다 하여도 변하지 않는 한가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져간다는 것이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우버의 시장 가치는 625억달러(76조원)로 GM과 포드의 시가총액 455억달러(54조원) 및 497억달러(59조)를 이미 훌쩍 뛰어 넘었다. 아무리 업의 본질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같은 자동차를 배경으로 하는 (이동성을 제공하는) 산업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자동차업체가 사업을 시작한지 7년이 채 되지 않은 신흥업체에게 뒤쳐진다는 사실은 기존의 업체에게 변화의 당위성을 주는 큰 자극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전통 자동차 브랜드의 아성을 절대 넘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됐던 자동차 판매량에 있어서도 작년에 주목할만한 변화가 생겼다. 미국의 브랜드별 고급 승용차의 작년 한해 판매량을 보면 테슬라의 모델S가 26,566대로 메르세데스 벤츠(S클래스 기준 21,934대)와 BMW(7시리즈 기준 9,292대), 아우디(A8 기준 4,990대)의 플래그쉽 모델 판매량을 앞질러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작년 대비 판매 증가율을 비교해봐도 테슬라는 무려 44%나 증가한 반면, 기존 전통 강자들은 모두 감소하였을 뿐 아니라, 대부분 10%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아직 차량 공유서비스나 전기차가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이른 시기에 우버와 테슬라 같은 신흥세력들이 벌써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혁신에서도 또 다른 새로운 강자가 충분히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일 수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인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또 소비자가 자동차에 요구하고 기대하는 가치가 다변화된다면 누가 새로운 생태계를 주도하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산업간 융복합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초연결 시대에 IT 기업이나 배터리 기반의 에너지 기업들, 또는 각종 서비스 기업 등 그 누구라도 이 변화의 틈을 노려 자동차의 신흥 강자로 나타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에 따라 기존 자동차 기업들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원하는 본연의 가치 자체를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자동차가 이동성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면 이러한 서비스를 모두 묶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토탈 서비스 제공업체(total service provider)로서 새로운 자동차 생태계에서도 정점에 위치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품은 ‘모빌리티 기업’

 

자동차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자동차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가치가 변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1880년대 중반 벤츠와 다임러가 처음 내연 기관 자동차를 내놓았을 때의 자동차는 일부 부유층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다. 1909년 포드가 컨베이어 생산 방식을 도입하면서 대량 생산 시대의 문을 열게 된 초기 자동차 대중화 시기에는 경제도 더불어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자동차를 자신의 신분이나 개성을 나타내는 일종의 사치재로 여겼다. 이후 시간이 흘러 세계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고 사람들의 경제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이동성을 제공해주는 최고의 도구로 자리잡게 된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이 이동성 확보라는 본연의 가치 외에 추가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맞게 또 용도에 맞게, 주행 성능, 경제성, 안전성, 편의성, 심미적 아름다움 등 다변화된 가치를 추구하면서 자동차도 그에 맞게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여러 서비스를 담게 된다면 자동차는 보다 다변화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즉, 향후 자동차의 가치는 자동차 자체의 성능보다 자동차와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물론 이동성 제공이라는 본연의 기능은 계속 가지고 가겠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치를 함께 지니는 다양한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이 작년 CES의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대로 미래 자동차는 사적인 공간과 품위 있는 시간이라는 최고의 럭셔리를 제공하는 ‘모바일 거주 공간’이 될 수 있고 결제 플랫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도구, 여러 가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슈퍼 컴퓨터 등도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요소도 기존의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성, 신뢰성 외에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내가 원하는 서비스(SW)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형태(HW)인가’ 등을 고려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서비스를 품은 자동차’라는 자동차의 진화 방향은 이종 산업간의 본격적인 초경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이는 최근 자율주행자동차를 두고 벌어지는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간의 주도권 논쟁을 넘어 여러 통신 서비스 업체들까지도 자동차 업체들의 잠재적 경쟁 대상으로 포함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자동차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IT 기업과 자동차 제조업체 및 통신 서비스 업체가 경쟁을 벌이는, 말 그대로 영역 구분 없는 초경쟁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 기업이 소규모 카쉐어링 업체를 인수하는 정도의 이벤트가 발생하고 있지만 훗날에는 대형 자동차 업체와 대형 IT 및 서비스 업체가 통합되어 거대 모빌리티(mobility) 기업으로 거듭나는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는 동일 업종에 속해 있지 않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훗날 펼쳐진 미래의 자동차 생태계를 그려보고 현재의 변화상을 예의주시하여 각자의 기업에 끼치는 부정적인 요소는 무엇이 있을 수 있을지, 또 새로운 사업 기회는 있을지 살펴보는 선견지명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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