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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인도경제 고성장 앞세우고 개혁은 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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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모디 정부는 국제투자가들의 신뢰와 관심을 얻기 위해 인도 경제의 7%대 성장 진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주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토지수용, 노동개혁 등의 빅뱅식 개혁속도는 늦춰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 사업환경 개선은 소폭 개혁 차원에서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개혁의 방향이 역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디 집권 이후 준수한 경제성적표


지난 2014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집권한 인도국민당(BJP)의 모디 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경제살리기’와 ‘빅뱅식 경제개혁’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는 6월부터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모디 정부는 경제성장을 앞세우는 반면, 지지부진한 개혁은 오히려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4~6월 사이 동부의 서벵갈, 남부의 타밀 나두, 케랄라 등 5개 주에서 주의회 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집권 BJP당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개혁 이슈보다는 지난 2년간의 경제성과를 내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모디 정권은 경제회복 측면에서는 외형적으로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집권 직전 2014 회계연도(2013.4~2014.3)의 6.6%에서 집권 이후 2년간 각각 7.2%, 7.6%(추정)로 상승했다.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해 3월 인도에서 행한 한 연설에서 ‘세계경기에 구름이 끼어있는 가운데 인도가 밝은 곳(bright spot)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인도의 7%대 성장 진입을 인정했다.


물가는 성장에 비해 더욱 뚜렷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다가, 모디 집권 2년차였던 2015년에는 절반 이하인 4.9%까지 떨어졌다. 여기에는 원유가격 하락이라는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원유소비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경제의 구조상 유가하락은 운송비용과 요소비용의 하락을 유발하여 물가를 낮추는데 기여한다. 인도의 대표적 금융정보회사인 Moneycontrol.com에 의하면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 하락할 때 인도의 도매물가는 0.5%p, 소매물가는 0.2%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유가의 최대 수혜국은 인도

 

지난 2014년 9월부터 100달러/배럴 아래로 떨어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상황은 모디 정부에게는 행운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다. 모디 집권 직전인 2014 회계년도에 유류수입액(원유 포함)은 1,647억달러로서 전체 수입에서 36.6%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같은 기간 인도의 무역적자액이 1,358억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74.8%에 달하는 1,016달러가 유류 수입적자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도의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116달러에 달했다가 이듬해에 92달러, 그리고 지난해에는 58달러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물량은 거의 변함이 없지만 수입금액은 크게 감소했다. 2016 회계연도의 유류 수입금액은 926억달러로 추정되어 2년전에 비해 721억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가 감소할 때 인도의 원유수입액은 124억달러 감소하는 것이다. 인도의 원유 수입물량은 연간 약 12억 3천만배럴 규모로서 우리나라의 수입물량보다 1.3배 큰 수준이다.


원유수입액 부담이 줄어들면서 무역적자와 경상적자가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양상이다. 인도 위기론이 나돌았던 지난 2013 회계연도의 경상적자 비중은 4.8%(GDP 대비)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점차 낮아져 2016 회계연도에는 적자폭이 1.3%에 그칠 전망이다.


성장의 발목 잡는 재정적자 문제


경상적자 해소가 저유가로 인해 어렵지 않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재정적자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재정적자의 규모는 점차 줄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줄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인도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지켜나가야 할 처지이다.


인도에는 재정적자 감축시한을 정한 ‘재정책임 및 예산관리법(FRBM)’ 법이 지난 2005년부터 시행 중이다. 당초 재정적자 3% 달성 시한은 2009년까지였다. 인도에서 매직 넘버처럼 여겨지는 ‘3%’는 EU 설립의 기초인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제시된 재정적자/GDP 비중을 차용한 것이다.


재정적자는 지난 2006 회계연도의 4.0%에서 2년 후인 2008 회계연도에는 2.5%로 줄었다. 그렇지만 2008년말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원래의 시한은 지켜질 수 없었다. 재정확충으로 위기에 대응하면서 2009 회계연도의 재정적자 비중은 6.0%로 치솟았고, 그 이듬해에도 6.5%를 기록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에도 FRBM법이 있기 때문에 인도의 어느 정부도 방만한 재정을 운영할 수 없다. 모디 정부는 집권 이전 해에 GDP 대비 4.6%였던 재정적자를 지난해에는 3.9%까지 줄였다. 이번 2017 회계연도에는 이를 3.5%까지 낮춰야 한다. 아룬 자이틀리 재무장관은 오는 2018년 3월말까지 3%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재정적자 수준을 0.4~0.5%p 낮춰야 하고, 재정정책의 여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도의 기업과 경제언론에서는 인위적인 재정감축보다는 경기상황에 따라 재정적자를 용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에 컨설팅기업인 딜로이트(Deloitte) 인디아가 130개 기업의 재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2%는 인도정부가 재정목표 달성 시점을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출이 주도하는 성장 힘들어져

 

재계에서 재정확장을 통한 경기부양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도 정부가 수용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재정확장으로 당장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늘어나는 정부부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인도 정부의 이자지불액만 연간 650억달러에 이를 정도이다.


국제투기자본들이 인도 재정상태가 불안해질 양상을 보이면 바로 국채시장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인도 정부의 재정완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출을 늘려서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성장 방식은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 첫 해에는 모디 정부가 재정부담을 감수하면서 정부지출을 늘렸다. 전년대비 10.9% 늘어난 11조 2천억루피의 정부지출에 힘입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015 회계연도에 7%대에 진입하게 됐다. 정부지출이 도로, 항만, 전력 등의 인프라 투자를 늘린 데 힘입은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정부지출 규모가 두 자릿수로 늘어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정부지출로 6조 1,064억루피가 투입됐는데, 전년동기 대비 4.5% 증가하여 집권 1년차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올해에도 재정적자 감축 계획에 따라 정부지출 여력이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민간소비 및 투자 주도 성장 기대

 

지금까지 정부지출이 경제성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담당했다면 올해 인도의 성장은 민간 부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 및 투자의 회복세를 점치는 몇 가지 근거로서는 금리인하, 공무원 임금 및 연금 인상, 도시수요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금리인하가 금년 중 2~3차례  실시되면 소비 및 투자가 증가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현재의 물가안정 기조와 경기부양 요구를 보건대 빠르면 4월 5일에 금리인하 조치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인도의 기준금리는 6.75%로 지난해 9월말 이후 동결된 상태이다.


공무원 임금 및 연금 인상은 제 7차 지급위원회(Pay Commission)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중앙정부에서부터 시작되어 2년여에 걸쳐 모든 지방정부에까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매년 있는 현상이 아닌데다 지급규모가 1조 200억루피(GDP의 0.8%)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금년도 소비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지만 민간부문의 경제심리 회복이 관건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안정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도 대내외 경제불안요인들로 인해 소비자와 민간기업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고 있지 않는 것이다.


빅뱅식 개혁이 정치 논리로 지지부진


대내적 불안요인을 부추기는 것은 경제개혁 조치의 지연이다. 모디 정권의 주요 공약이었던 토지, 노동, 세제 등에서의 빅뱅식 개혁은 상원의 법안 통과 저지로 인해 답보 상태이다.


이번 예산안에 들어갔어야 할 단일부가가치세(GST) 법안이 대표적인 정치적 희생물이다. 원래 취지대로라면 주정부마다 상이한 제도와 세율로 운용되던 간접세 항목들이 단일부가가치세(GST)로 통합되어 인도 내 재화와 서비스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경제성장률이 1~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렇지만 인도의 29개 주정부들의 입장에서는 연간 8조 4,341억루피(2015 회계연도 기준)의 주 세수에서 86.3%를 차지하는 독점적인 간접세 수입이 GST 도입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전에는 중앙정부가 손대지 못하던 주별 제조품 판매세도 일부는 중앙정부의 몫이 된다. 또한 GST는 소비의 목적지가 되는 주에서 징수되므로 생산이 많은 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도 불만사항이다. 제조업 생산활동이 활발한 서부의 구자라트나 남부의 타밀 나두 주 등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도입 초기에는 1%의 추가세를 걷게 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했을 정도이다.


여러 주정부들의 불만은 결국 상원에서 법안 통과가 저지되면서 GST 연기로 귀결됐다. 집권 BJP당이 상원에서는 소수당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상원 의원들은 주의회의 간접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며, 중앙정부의 이익이 아닌 주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상원 의석수 과반 달성은 어려워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인도에서 모디 정권이 빅뱅식 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수 밖에 없다. 전체 245개 상원 의석 가운데 123석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데, 현재 BJP당의 상원 의석 수는 48석이고 연정세력까지 합해도 64석에 불과하다. 추가로 60석 정도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모디 임기가 끝나는 2019년 6월초까지는 힘들 전망이다.

 

인도 상원의원은 6년의 임기를 가지는데 2년마다 1/3씩 물갈이된다. 이들은 주의회에서 간접선거로 뽑히므로 BJP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는 주의회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 올해에는 5개주에서 주의회 선거가 열리는데 해당 주들에 할당된 상원 의석 수는 51석이다. 마찬가지로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5개, 7개 주에서 주의회 선거가 있으며 상원의석 수는 각각 43석, 30석이 할당되어 있다.

 

지난해 비하르 주의회 선거에서 BJP당이 참패를 당했던 전례를 생각해 보면 향후 주의회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의회 선거가 열리는 서벵갈, 타밀 나두 주에서도 BJP당은 소수당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더라도 BJP당은 2019년에 100명의 상원의원을 확보할 수는 있어도 과반 의석은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방향은 유지하되 실속노선 유지할 듯


이번 예산안에서 모디 정부가 각종 농촌지원 대책을 내놓고 소득증대 목표를 제시한 것은 유권자로서의 농민층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매년 치러지는 주의회 선거에서 BJP당이 밀리게 되면 빅뱅식 개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간의 경제성과마저 퇴색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의 방향은 유지하겠지만 농민이나 노동자가 반대할 빌미를 주는 토지수용, 노동법 개정은 보다 신중하게 추진되거나, 유예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중앙정부가 정치 논리에 의해 개혁 일선에서 후퇴하는 동안 주정부들이 각개전투 식으로 노동 및 토지수용법에 나서는 경우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중앙정부는 인도가 ‘경쟁적인 연방’이므로 여건이 되는 주정부는 빅뱅식 개혁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빅뱅식 개혁의 후퇴는 국제투자가들로부터는 우려를 살 대목이다. 인도 투자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셈이어서 자본투자의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도 진출을 꾀하는 다국적기업들도 생산요소의 자유화가 지연되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


인도 정부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개혁의 폭은 작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번 예산안에서도 나타나듯이 사업환경의 개선을 위해서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단일심사창구(Single window) 제도가 확산될 전망이다. 회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규회사 등록을 하루 만에 마치는 것이 가능할 정도이다. 이 밖에도 100여개의 회사법 개선 사항들이 정부의 심의를 거치고 있다. 인도 내 기업의 설립, 운영, 분쟁해결, 청산에 이르기까지 사업 제반 여건을 개선한다는 목표에 입각한 것이다.


인도 정부는 세계은행에서 작성하는 사업용이성 지수(Ease of Doing Business index)의 순위를 올리기 위한 목표도 세웠다. 향후 5년 내에 인도의 사업환경을 세계 상위 50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인도의 순위는 모디 정부 이전의 142위에서 지난해에는 130위로 상승한 바 있다.


소폭 개혁도 현지조업에 유리하게 작용

 

인도에 진출하려거나 이미 진출한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인도 정부의 실리적 개혁 추진노선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빅뱅식 개혁 과제들이 인도 사업환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면 실리 추구형 개정안들은 사업환경의 즉각적인 개선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인도의 빅뱅식 개혁의 속도는 늦춰지겠지만 방향은 역행하지 않을 것이다. 늦어도 2020년부터는 인도는 빅뱅식 개혁을 통해 전혀 새로운 유망생산지로 거듭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들은 준비기를 거치면서 인도시장 진출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편 토지와 노동문제가 심각히 고려되어야 하는 대형공장의 진출이 아닌 소규모 진출에 있어서 빅뱅식 개혁의 지연이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고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는 인도경제가 거대 이머징마켓 가운데 최고의 성장률을 구가하는 유망시장이라는 점을 먼저 상기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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