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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테크놀로지, 보험 산업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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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ICT 기술들이 300년 역사의 보험 산업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다. ICT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으며,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벤처 투자자와 글로벌 ICT 기업들이 이들에 대해 연간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보험 산업에서 ICT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험 스타트업(Start-up)에 대한 투자 확대


보험 산업의 규모는 5조 달러(2014년 보험료 기준)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커졌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18세기 후반, 런던에서 설립된 로이드 협회는 현재까지도 세계 최대의 재보험사로 건재하고 있으며, 포춘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46개 보험 회사들의 평균 나이는 95년이나 된다. 지난 300년간 보험 산업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험 산업이 유례 없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ICT 기술과 금융이 융합되는 핀테크의 바람이 보험 산업까지 불어온 것이다.


ICT 기술을 활용하여 혁신적인 보험 상품들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구글로부터 3,250만달러의 투자를 받으면서 유명해 진 오스카 헬스케어의 경우, 보험 가입자에게 손목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하면서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할 때마다 하루 1달러씩 월 최대 20달러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정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불과 2년만에 뉴욕과 뉴저지 지역의 의료보험 가입자 중 약 15% 수준에 해당하는 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였고, 기업 가치도 2조원에 달할 정도로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운동량 등 센서 정보 기반으로 의료보험 요금을 차등화하는 스트라이드 헬스(Stride Health), 이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자동차보험 메트로마일(Metromile), P2P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모네이드(Lemonade)와 구에바라(Guevara) 등 이미 130여개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사업을 전개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전문 투자 기관뿐만 아니라 구글 등 글로벌 ICT 업체, 거대 보험사 등의 투자 자회사들이 이들의 가능성을 보고 앞다투어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개년간 총 7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투자 규모는 2015년 한 해에만 26억 5천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


보험과 ICT 기술의 융합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이들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앞으로 ICT 기술로 인해 보험 산업의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높은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ICT 기술 발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웨어러블, 스마트카 등 IoT 기기들이 확산됨에 따라 이제까지는 얻을 수 없었던 개인별 실시간 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되면서 빅데이터를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300년간은 확률통계에 의존하여 집단의 리스크를 분석했기 때문에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보험 요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용량에 따라 또는 운전 습관이나 운동량 등 개인별 특성에 따라 리스크를 분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다양한 보험 서비스 상품이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보험 서비스의 등장


①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서비스


기존의 보험이 대개는 신체나 소유물에 대해 계약 기간 내에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보상한다는 개념이 적용되는데, 문제는 계약 기간과 이용 시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용하는 시간이 짧은 보험일수록 소비자들은 보험료를 손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타겟으로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용량 기반의 보험(Usage based Insurance, UBI)라고 불리는 이러한 상품은 자동차 보험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업체로는 미국의 메트로마일(Metromile)이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오레건, 워싱턴, 일리노이 주에서 제공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차량 내에 GSP 텔레매틱스 기기를 설치하여 이용자의 운전거리를 측정해 이를 토대로 보험료를 산정하고 있다. 운전을 많이 하지 않는 고객의 경우 비슷한 보험료를 지불하지만, 사고 위험이 적은 만큼 보험 업체들에게는 일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고객들이 주행거리 기반의 보험으로 넘어간다면 자동차 보험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용량 기준 보험은 젊은 세대일수록 선호하고 있다. 1980년 초에서 2000년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카쉐어링이나 단기 렌트에 대한 이용 의향이 32%로 6%를 보인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자동차 보험에서도 이용량에 따라 과금되기를 희망하는데,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면 기존 보험 대비 이용량 기준 보험을 선호한다는 의견은 71%로 다른 세대의 5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량 기반의 보험이 활발히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바로 공유경제 시장이다. 에어비앤비 같이 주거지를 공유하거나, 집카와 같이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들의 경우 일반적인 보험 계약 기간에 비해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시간은 훨씬 짧다. 이에 따라 보험 역시 이용량에 기반하여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니즈가 커지면서, 이를 타깃으로 하는 사업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위한 보험을 제공하는 영국의 홈프로텍트(Home Protect)가 있다. 에어비앤비 측이 호스트들에게 제공하는 보험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가입이나 서비스 유지 등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보험 업체와의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반면 보험 회사의 경우 에어비앤비 전용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대개의 에어비앤비 용으로 제공되는 작은 집이나 방은 보험회사의 적용 대상이 아니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주택화재보험 등을 이용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홈프로텍트는 게스트가 머문 기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편, 허름한 주택 등도 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메트로마일 역시 차량 보유자가 카쉐어링이나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상품이 설계되어 있다.


② 센서를 통해 보험료 산정


메트로마일의 보험체계는 운전자의 습관을 반영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몇몇 업체들은 운전 습관까지 추적하여 보험료를 산정하는 상품도 도입하고 있다. 즉 보험업체가 텔레매틱스 기기를 통해 주행거리, 주행 중 평균속도 및 최고속도, 주간/월간 주행시간, 주요 야간 운전 시간, 주행도로(국도, 고속도로 등), 주행습관(급제동, 급가속 등) 등 운전자의 주행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취합하여, 이를 통해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는 것이다. 만약 과속을 자주 하거나, 운전 중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않는 경우가 많다면 보험료를 할증하는 것이다. 미국의 프로그래시브(Progressive), 올스테이트(Allstate) 등의 업체가 이러한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보험료가 연령이나 운전경력이 비슷한 소비자들을 근거로 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맞춤화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의 위험한 운전습관을 버리고 안전 운전을 택하게 하거나, 아니면 자가 운전자가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만드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러한 개인별 정확한 보험료 산정은 자동차 보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간의료보험이나 상해보험에서도 개인의 신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그만큼 더 정확한 보험료 산정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바로 웨어러블 기기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심박수, 수면상태 등의 신체 정보뿐 아니라 이용자의 운동 회수 등 건강 관련 습관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 액센추어가 보험사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웨어러블 기술이 향후 2년 내에 보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인 존행콕(John Hancock)은 운동 및 금연을 실천하거나,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 포인트를 지급하는데, 이를 모아 최대 15%까지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앞서 언급한 오스카(Oscar) 헬스케어가 제공하는 보험료 할인 정책도 이와 유사하다.


늘어나는 직원들 보험료를 감당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웨어러블 기기의 도입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남아공의 보험사 디스커버리의 자회사인 바이탈리티(Vitality)는 남아공 외에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기업 대상의 웰니스 프로그램을 시행 중에 있다. 직원들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나눠주고 이를 통해 건강 상태의 체크, 운동량을 측정하여 그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바이탈리티는 AIA, 푸르덴셜, 중국의 평안보험 등과 제휴를 통해 기업 보험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직원들의 데이터 확보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를 제기하고는 있으나, 직원들 역시 크게 반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Pw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는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면 사측이 무료로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건강 증진을 넘어서 산재 사고에 대비하는 용도의 웨어러블에도 보험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G는 최근 웨어러블 관련 스타트업인 HCS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공장 및 작업 현장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이다. AIG는 투자를 통해 근로환경을 개선하여 작업자의 안전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기업과 보험사가 산재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보험상품은 IoT 기술과도 접목되고 있다. 에너지 관리, 시큐리티 등 홈 IoT 상품으로 인해 화재나 도난 등의 위험을 낮출 수가 있게 되면서, 손해보험 쪽에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 차량용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차량보험료를 할인해 주듯, IoT 제품을 통해 보험사는 화재 및 도난에 대한 리스크 평가를 훨씬 투명하게 수행하여 보험료를 할인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의 경우 연기감지기를 출시한 바 있는데, 댁내 화재 발생률 및 화재 시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험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리버티 뮤추얼(Liberty Mutual), 아메리칸 패밀리 보험사(American Family Insurance) 등은 자사의 보험 가입자들에게 네스트의 연기감지기를 할인해주고, 이를 설치한 가입자들에게는 보험료 할인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홈시큐리티 장비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카나리아(Canary)의 경우 스태이트팜 고객들에게 제품을 할인해주고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결합 상품을 제공중이며, 또 다른 홈시큐리티 업체인 비빈트(Vivint)의 경우 리버티 뮤추얼과 제휴로 자사의 제품과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나아가 스마트도어 업체인 링(Ring)은 아메리칸 패밀리 보험사 고객 집에 도둑이 들 경우 직접 보험료를 변상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편 도난 및 화재 이외의 서비스에도 IoT 보험이 도입되고 있다. 수도관 동파 등의 댁내 특이 사항들과 관련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퓨어보험사(Pure Insurance)의 경우 온도 모니터링 기기를 설치한 가입자에 대해 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다.


③ 새로운 도전: 무인자동차와 드론


한편 무인자동차와 드론은 보험 업계에서 상당히 관심을 갖고 보는 대상이다.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무인자동차의 확산은 기존 자동차 보험 시장을 크게 교란하여 2040년에는 현재대비 60% 규모로 대폭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AXA, 알리안츠 등은 영국에서 무인자동차를 규제하기 위해 손잡고 나서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무인자동차의 확산을 보험 산업의 위기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최근 구글의 무인자동차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에서 구글이 무인자동차의 과실을 일부 인정한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인자동차 역시 낮은 확률이지만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대비한 보험 가입은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주리히(Zurich) 보험의 경우 호주에서 무인자동차 관련 보험상품을 선보였다. 또한 드론의 경우도 보험업계에 새로운 개척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AIG의 경우 이미 드론 관련 보험을 출시하며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보험업계에도 ICT 역량이 필수


다른 금융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보험 역시 ICT 기술 발전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300년간 이어 온 전통적인 리스크 및 보험료 산정 방식부터 보험 서비스 상품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보험관련 기업들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마치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있어 해상보험이 필수적이었던 것처럼 무인자동차와 드론 등 새로운 IT 제품 및 이와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의 확산에 있어서 보험은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관련보험 시장 역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AXA, 알리안츠 등 글로벌 보험사들이 최근 보험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보험 산업에서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ICT 기술 역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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