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현실감 부족한 가상현실, 눈여겨볼 해결 노력들'
올해 초 오큘러스, HTC Vive 출시와 함께 시작된 VR에 대한 관심은 리우 올림픽에서도 이어져 개막식과 폐막식은 물론 주요 경기가 VR영상으로 중계되기도 했다. AR 기반의 포켓몬 고는 출시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사용자는 점점 늘어나면서 기대감도 높아지는 반면 디스플레이 해상도의 한계, 어지러움이나 발열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몰입감 높고 불편하지 않은 가상현실이 구현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의 상당부분은 컴퓨팅 파워, 디스플레이 해상도, 반응 속도, 경량화 등과 같이 계속되는 성능 향상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발전만으로는 극복되기 어려운 문제, 혹은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방법의 시도가 필요한 과제들도 있다. 어지러움을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초점거리와 수렴거리의 불일치를 해결해야 하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어긋나지 않고 정교하게 맞물리기 위해서는 현실 공간과 현실에 존재하는 실물들에 대한 섬세한 인식과 이를 3D 가상 공간상에 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이 필요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기업들이 가상현실에서의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아직 불확실한 면이 많고, 해결과제도 남아있는 지금이 앞으로 펼쳐질 가상현실에서의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할 적기일지도 모른다.
< 목 차 >
1. 가상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
2. 눈여겨볼 시도들
3. 맺음말
지난 7월 6일 호주, 뉴질랜드, 미국을 시작으로 출시된 포켓몬 고(PokémonGo)는 출시 일주일여 만에 하루 사용자 수가 트위터를 추월하고 미국 모바일 게임 사용자 기록을 갱신했다.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4천만건을 넘고, 수익도 2억달러에 이르는 등 AR(Augmented Reality) 기반 콘텐츠의 문화적, 사회적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오큘러스나 소니PS VR과 같은 VR(Virtual Reality)기기 중심으로 주목 받던 가상현실 시장에서 AR을 수면위로 다시 떠올렸다. 올해 초 페이스북 오큘러스와 HTC Vive 출시와 함께 시작된 VR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리우 올림픽 경기 실황과 인기 TV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VR콘텐츠로 제작되기도 하고, 다양한 VR기기를 즐길 수 있는 VR방이 생기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별도로 VR기기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가상현실을 쉽게 즐길 수 있게 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에 VR과 AR을 포함시키는 등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하며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과 지원이 이어질 전망이다.
1. 가상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
가상현실을 수면위로 올린 오큘러스의 CTO인 존 카멕(John Carmack)은 둠(Doom)과 퀘이크(Quake)를 개발한 프로그래머로 1인칭 슈팅 게임의 기초를 정립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소니 역시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이 게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차세대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으로서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보았듯이 가상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고 있다. 가상현실이 단순히 모니터 화면으로 즐기던 1인칭 슈팅게임을 HMD(Head Mounted Display)를 통해 몰입감만 높이는 정도라면 실감나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액세서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사용자로 하여금 몰입감을 높여주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페이스북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주목하고 있다. 그 동안 인터넷과 TV를 통해 ‘보던’ 콘텐츠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체험하는’ 것으로 만들어나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미디어나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보더라도 그 파급력을 예상해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책으로 읽거나 그림으로 보던 모습에서 이제는 화면 속 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책으로 긴 시간 읽고 이해하는 대신 영상을 통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상현실은 현실과 같은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과거의 변화 그 이상을 기대하게 한다. 가상현실이 보편화되면 “어제 올림픽 배구 경기 봤어?”가 아닌 “어제 올림픽 배구 경기장 갔었어?”로 물어볼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친구들을 만날때 카페나 레스토랑 등 같은 장소 대신 가상공간으로 약속을 잡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AR과 VR 모두 기대하는 만큼 획기적인 무언가를 당장 보여주기에는 기술적인 제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AR은 구글 글래스 이후 부분부분 적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다양한 용도로 체험할만한 기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VR은 “즐길 만한 게 제한적이다”, “착용이 너무 불편하고 어지럽다”, “발열이 심하다”, “디스플레이 화소가 보인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가상현실의 현실화는 기대보다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우리의 삶을 바꿀 기술’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1) 디스플레이 해상도
스마트폰의 고도화와 함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빠르게 향상 되어왔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고,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TV와 유사한 해상도의 스마트폰이 등장해왔다. 하지만, VR기기의 경우 디스플레이가 눈에 가깝게 있을 뿐 아니라 렌즈를 통해 확대된 영상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해상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낮은 해상도로 인해 화면 자체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진다면 가상현실로 고객을 사로잡기는 시작부터 어려울 수 있다.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향상되어온 과정을 감안하면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눈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발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해상도와 함께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이 단시간 내 쉽지 않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 제조사 입장에서도 고해상도의 VR용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해상도를 높이면서 공정 난이도나 소재와 부품 변화에 따라 제작 비용이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충분한 물량이 보장되어야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합리적인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량이 이미 확보된 스마트폰과 공용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도 이런 점을 고려하여 오큘러스, HTC Vive, 소니 PS VR 기기의 경우도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스마트폰 해상도와 같은 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QHD에서 UHD로의 향상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분적으로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영상 처리를 통해 극복해갈 것으로 보인다. 초고해상도 구현과 현재 디스플레이 방식에 따른 문제의 해결을 위해 LCD나 OLED와 같은 기술 외에도 스마트 안경에 주로 적용되고 있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이나 소형 프로젝터 기술도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2) 어지러움과 발열 문제
기기에 따라서는 긴 시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고개를 돌리는 것과 같은 사용자의 움직임에 비해 화면이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오큘러스와 같은 VR전용 기기는 사용자의 움직임에 대해 반응하는 데까지 소요되는 지연시간(Latency)을 대부분의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20ms미만으로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마트폰과 연계하는 경우는 이보다는 긴 것으로 보인다. VR전용기기라고 하더라도 예민한 사용자들은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어, 궁극적으로는 5ms 미만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스마트폰을 활용한 VR기기의 경우, 가장 많이 지적 받는 부분은 발열 문제이다. 발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서 사용 중에 경고 메시지를 받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마트폰의 전원이 꺼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오큘러스와 같은 VR전용 기기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에서 과부하가 걸렸다고 이해할 수 있다.
어지러움이나 발열 문제는 상당 부분 프로세서의 성능에 기인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하나의 AP가 기존 PC의 CPU, GPU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크기를 작게 하고 전력소모량을 낮추는 장점은 있지만 개별 성능은 PC보다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오큘러스나 HTC Vive가 추천하는 PC사양이 상당히 높은 편임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VR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당장 그래픽 처리 능력만 비교해 보더라도 초당 처리할 수 있는 영상의 크기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현재의 컴퓨팅 파워 수준에서 높은 화질의 3D VR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PC기반의 VR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GPU만 해도 30만원이 넘고 전체 PC가격이 200여만원이 된다면 가격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이에 대해 최근 가상현실에 특화된 CPU와 GPU가 개발되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AMD, NVIDIA, 인텔 등 관련 기업들은 저마다 VR용 부품 개발에 적극적인데, AMD는 CPU와 GPU를 하나로 일체화 시도를 하고 있고, 인텔이나 NVIDIA는 자신들의 CPU, GPU가 적용된 기기를 직접 만들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PC 부품 기업들은 VR을 계기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VR시장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3) 무게, 디자인 및 활용성
가상현실 기기는 대부분 HMD 형태이다. 이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보다 정밀하게 감지하고, 몰입감 높은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모습은 크고 착용하기 불편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착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게다가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모습 때문에 평상시 착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안경의 발전 모습을 생각해보면 가상현실 기기도 고성능화, 경량화되며 상당한 발전을 해 갈 것이다. 최초의 안경의 모습 역시 무겁고 불편하며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경량 소재나 광학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선글라스와 같이 기능성과 패션아이템으로서의 만족을 동시에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HMD 형태의 기기 모습은 어떻게 변화해나갈까? 선글라스와 같은 형태는 AR기기 형태로 MS(홀로렌즈)나 BMW에서도 제안한 바 있다. 또한, 현재 적용되고 있는 OLED 디스플레이는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그리고 상황에 따라 투명하거나 불투명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가변형의 디스플레이로의 진화가 가능하다. 당장은 구현되기 어렵겠지만 필요에 따라 선글라스도 되고 VR이나 AR로도 전환 가능한 기기의 형태로도 발전해 갈 것으로 보인다.
(4) 콘텐츠 부족
최근 360도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VR 영상 제작이 단순해졌다. 모든 VR 콘텐츠를 360도 카메라로 만들어 갈 수는 없겠지만, 여행지에서 액션캠의 활용으로 상당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컨텐츠들이 쉽게 만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한 공유도 가능해 이미 많은 360도 영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360도 카메라만으로도 가치 제공이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뮤지컬이나 콘서트의 경우는 컴퓨터로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360도 카메라를 통해서 촬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이것만으로도 생동감 있는 영상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이동 등 활동이 가능한 제대로 된 3D VR용 콘텐츠는 기존 2D 이미지에 기반한 콘텐츠 대비 만만치 않은 제작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주로 3D 게임, 테마파크, 시연용 등 제한된 범위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 이 부분에서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가 저비용으로 간편하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VR 시장의 성장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2. 눈여겨볼 시도들
앞서 본 바와 같이 몰입감 높고 불편하지 않은 가상현실이 구현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의 상당부분은 컴퓨팅 파워, 디스플레이 해상도, 반응 속도, 경량화 등과 같이 계속되는 성능 향상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문제, 즉 얼마나 빨리 극복될 수 있느냐는 시간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발전만으로는 극복되기 어려운 문제, 혹은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방법의 시도, VR과 AR이 진정한 3D 가상공간으로 펼쳐지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어지러움을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상도와 반응속도 이상의 기술이 필요하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어긋나지 않고 정교하게 맞물리기 위해서는 현실 공간과 현실에 존재하는 실물들에 대한 섬세한 인식과 이를 3D 가상 공간상에 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이 필요하다. 가상현실 세계로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주목해볼 변화들을 살펴보자.
(1) 영상구현 방식의 변화 가능성
장시간 착용 시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환경에서 사용자들은 모든 사물을 입체적으로 받아들인다. 원근 즉 3차원은 두 눈 사이의 거리(약 6.5cm)에서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이미지가 하나로 보여지면서 인식되는데, 이 때 초점 거리(Focus Distance)와 수렴 거리(Vergence Distance)가 일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HMD에서는 초점 거리는 눈과 디스플레이 사이의 거리로 고정되어 있는데, 수렴 거리가 변화되며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다. 어지러움 문제는 이미 3D TV나 영화를 통해 경험한 바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광학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 중 하나는 라이트 필드(Light Field) 기술이다. 이는 전기장(Electric Field)나 자기장(Magnetic Field)과 같이 공간의 개념으로 빛을 인식하는데, 각각의 점에서 주변 사물에서 반사되는 모든 빛을 인식하여, 평면정보가 아닌 공간정보로 받아들인다. 아직 구현 방식과 기술이 구체적으로 알져지지 않아 베일에 쌓여 있는 매직리프(Magic Leap)가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는 기술이다. 라이트로(Lytro)라는 업체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하여 촬영 후 초점과 심도 조절이 가능한 카메라인 라이트로 일룸(Lytro Illum)을 출시한 바 있고, 최근에는 VR용 카메라를 개발 중이다.
(2) 현실공간과 실물의 가상화
포켓몬 고의 경우, 각 지역의 지형과 랜드마크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수많은 사용자들은 그 곳에서 카메라를 다양한 각도로 계속 비춰가면서 게임을 즐긴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영상정보들이 축적된다면 어떻게 될까?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 공간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데이터화한다면, 스트리트뷰를 더욱 실감나게 바꿀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이를 그대로 VR 콘텐츠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속초에 직접 가서 게임을 즐겨야 하지만, 충분히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VR기기를 통해 호주나 미국으로 이동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이다.
MS의 홀로렌즈는 오큘러스나 HTC Vive 같은 HMD형태이지만 앞이 막혀있지 않고 투명하기 때문에 현실 환경을 배경으로 가상의 이미지를 홀로그램 형태로 볼 수 있다. 개발자 버전의 기기가 $3,000 수준의 가격으로 이미 출시가 되어 있다. 직접 체험하기에는 꽤나 비싼 수준이지만,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보여준 시연 영상에서는 사용자의 움직임이나 위치는 물론이고 주변 공간의 모양이나 거리를 상당히 정확하게 인식하는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기술이 더 발전하면 영화 아이언맨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오던 것처럼 공중에 화면을 여러 개 띄워놓고 작업을 할 수도 있고, 킹스맨에서와 같은 가상 회의 모습도 가능할지 모른다. MS는 홀로렌즈를 PC플랫폼인 윈도우 10과 연동하고 있다.
홀로그램과 유사한 접근을 하는 기업은 MS 외에도 앞서 라이트필드 기술에서 소개되었던 스타트업인 매직리프(Magic Leap)가 있다. 학생들이 가상의 해마를 눈 앞에서 보고, 사무실에 태양계의 움직임이 펼쳐지거나 실내 체육관 바닥에서 거대한 가상고래가 튀어나와 허공으로 솟구치는 등 AR에 기반한 데모영상을 보여준 바 있다. 매직리프는 비록 접할 수 있는 시제품이나 개발자 버전의 기기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기술력과 컨텐츠 제작 능력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니콘기업이다. 구글, 알리바바, 퀄컴이 투자에 참여했고 그 밖에도 자신의 SF소설에서 ‘Metaverse’ 세계를 그려 가상현실 관련 SF 소설에서 선구자적 위치를 인정받고 있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나 영화 ‘반지의 제왕’의 감독인 피터 잭슨(Peter Jackson)도 함께 일하고 있어 현실공간에 현실같은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AR 컨텐츠의 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글 프로젝트 탱고는 공간의 인식을 통해 AR을 고도화하는 한편 AR과 VR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서도 가상공간 속에 현실공간으로 가는 통로를 만들기도 하고, 현실 속에 가상의 괴물들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인텔도 개발자컨퍼런스를 통해 AR와 VR을 아우르는 융합현실(Merged Reality)를 소개하며 프로젝트 얼로이(Alloy)를 공개했다. 얼로이는 VR 헤드셋이지만, 카메라 솔루션을 접목하여 사용자 앞의 실제 사물을 인식하여 가상 공간으로 가져오기도 하고, 콘트롤러가 아닌 손을 직접 이용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물론, 실제의 공간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단순히 공간의 위치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의 맥락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사용하는 방을 생각해보면 청소하고 정리해서 깨끗이 정돈된 방의 모습이 있고, 옷이나 책들로 어질러 수도 있고 어제 먹다 남은 과자 봉지나 음료수 캔 같은 쓰레기가 바닥에 놓여진 상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용자에 입장에서는 분명히 같은 방이지만, 이를 센서로 인식하면 서로 다른 환경이 된다. 결국 같은 공간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개별적인 공간의 모습으로 인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느냐에 따라 현실과 가상의 어우러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3. 맺음말
포켓몬 고는 현실의 영상과 가상의 이미지를 조합함으로써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이 어떤 것일지, 얼마나 파워풀 할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포켓몬 고는 HMD나 구글글라스와 같은 AR, VR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게임으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만약 구글 글래스 정도의 가벼운 안경을 끼고 포켓몬 고와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내가 앉아 있는 방의 벽을 뚫고 몬스터 들이 출몰하고 내 손에 들려진 가상의 광선 검을 들고 그들과 싸울 수도 있다. 생일 날 아침 출근해보니 미국에 여행 가 있는 여자친구가 예쁜 꽃 한 송이를 내 책상 위에 올려 놓은 게 보일 수도 있다. 회의시간에 일본 지사에 있는 동료들이 같이 앉아 탁자 위에 띄워진 신제품 디자인을 보여 토론을 벌인다. 점심시간에는 미국의 여자친구와 시내 백화점에서 만나 같이 쇼핑을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AR 안경을 쓴 백화점 점원들이 가상의 방문객인 우리를 알아보고 제품 소개를 하고 우리의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결제 후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 업무를 보다가 파리에서 테러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 테러 현장을 방문 한다. 오후 외부 협력 회사 방문 뒤 카페에 들러 커피 마시면서 한숨 돌리며 가상의 모니터 띄워놓고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퇴근해보니 점심 때 백화점에 구매한 제품 배달되어 있다. 저녁 후 가상의 세계에서 제2의 생활도 있다. 그곳에서는 땅도 제법 소유하고 있고 거대한 저택도 소유하고 있으며, 스웨덴에 사는 친구와 이웃간이기도 하다. 취미와 관심사가 같아 자주 오고가는 사이다. 꿈 같은 세상,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상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고 멀지 않아 보인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트렌드는 이런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을 우리에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 길로 들어가는 문턱에 와 있지만 문과 길이 반듯하고 시원하게 뚫려 있지는 않다.
가상현실이 통합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가상 공간을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한 공간과 사용자를 인식하는 기술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핵심 경쟁요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가상현실은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과의 융합으로 그 파급력을 더 키워갈 것이다. 몇몇 콘텐츠가 단기적으로 주목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가상현실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누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이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MS 등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 유망한 영역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융합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가상현실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통해 AR의 미래와 우려를 동시에 맛본 뒤 매직리프 투자, 카드보드 VR, 프로젝트 탱고와 데이드림(Day Dream)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상현실을 준비하고 있다. 포켓몬 고에서도 보았듯 앞으로도 일부 콘텐츠는 구글의 도움 없이는 즐길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구글의 장악력 확대에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소셜 플랫폼과 연계하고자 하고, MS는 홀로렌즈 구현이 가능한 윈도우10을 통해 기존 PC기반 환경과의 통합에 공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컴퓨터나 인터넷을 통해서는 다양한 정보들은 ‘보았다’고 기억한다면 가상현실을 통해서는 직접 ‘겪은 것’처럼 기억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TV를 통해 멋진 세느강의 풍경을 보면서 감탄하더라도, 이후에 체험으로 남아 있는 것은 내가 직접 걸어본 한강의 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책을 읽고 영화나 TV를 보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고 이를 기억하지만, 가상현실은 이것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력한 ‘체험’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그런 가상현실의 세계가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불확실한 면이 많고, 해결과제도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이 앞으로 펼쳐질 가상현실에서의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점검해보고 준비할 적기일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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