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유로화 강세와 세계경제 불균형'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6년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강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세계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과 유로권에서는 환율개입을 통해 강 달러-약 유로를 추진하고 있는 바, 그 결과 위안화, 엔화 등 동아시아 통화의 절상이 예상된다.
2000년 10월 1유로당 0.83달러를 기록했던 유로화는 2008년 4월 11일 현재 1.58달러에 달하는 등 그동안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유로화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의 경상수지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경상수지 관점에서는 현재 유로화 환율이 균형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로화의 강세로 인해 일각에서는 유로화의 기축통화로의 대두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로화의 강세는 지속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유로화는 기축통화로 등장할 수 있는가? 본고에서는 향후 유로화의 향방을 조망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유로권 경제의 현황
현재 유로권 내 경제들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경상수지는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유로권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각종 원자재 가격의 상승, 특히 농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유가, 곡물 가격, 유제품 가격의 상승이 겹치면서 유럽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3.5%에 이르러 2월의 3.3%, 1월의 3.2%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유로화가 실질적으로 도입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그림 1> 참조).
유럽중앙은행은 2% 이내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훨씬 벗어난 현재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금리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금리인하는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반면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두 차례 혹은 세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그 경우 유럽과 미국의 금리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그림 2> 참조).
문제는 이러한 두 경제권 사이의 금리차로 인해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유로화 강세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등 전 세계 차원의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불균형의 근본 원인
양대 경제권 사이의 환율 변화가 세계 경제 전반의 근본적인 불균형을 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로화 강세에 따른 미국의 대유로권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아시아, 중동 등 신흥 개도국들에 대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아시아 각국과의 환율 조정에 과감히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중국 등 막대한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의 환율 절상 압력에 대해 순순히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 절상 압력에 대해 “유연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칙만 확인하고 외환보유고를 유로화와 같이 강한 통화로 다변화할 필요성을 거론하며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만약 중국과 같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본격적으로 외환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면 달러화는 폭락해 미국의 금융 불안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미국이 개도국의 환율 조정을 더 이상 압박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결과적으로 유로권과 미국 사이의 일방적인 환율 변화만이 지난 7년간 지속되어 온 것이다(<그림 3>참조).
그러나 이제는 신흥개도국들의 환율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유로화 강세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그림 4> 참조).
유로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나타날 위험요인들
● 유로지역의 위험요인 : 수출 감소와 라틴지역 국가들의 불안정성 확대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유로화의 강세는 지금까지 원유 수입가격을 안정시키는 등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로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미국 내 생산기반이 없던 폴크스바겐(VW)이 미국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에어버스사가 신규 공중급유기 생산을 미국 내에서 할 것을 밝히는 등 달러화 약세에 따른 유럽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 내부에서의 생산성 향상과 개도국에 대한 수출 비중 확대로 지속되어 오던 수출이 추가적인 유로화 강세로 인해 위축될 경우 아직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유로권 경제는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
강한 유로화로 인해 고생하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이른바 라틴 블록 국가들의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 이들 국가는 수출 주력품이 노동집약적 상품이라서 유로화 강세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다소 상승했지만 유로화의 강세 폭이 훨씬 커서 수출 경쟁력의 회복은 바라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의 자금이 라틴 지역 국가들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유로권 전반의 저금리에 힘입어 건설 등 경제 각 부문에서 팽창했던 신용 버블이 위축되기 시작하는 어려움까지 겹치게 되었다. 하지만 유럽 중앙은행이 고금리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이들 지역 기업들의 자금 경색이 지속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등 외부 변수에 노출된 이들 지역 경제의 취약성에 고금리, 유로화 강세 등이 겹쳐 유럽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그림 5> 참조).
● 미국의 위험요인 : 무역수지 적자 지속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위축
미국의 경우 당초 약 달러로 인해 점차 경상수지 적자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실제로, 몇몇 유럽 국가들과의 교역에서는 약 달러의 효과가 관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재 미국의 약 달러 정책은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미국은 약 달러 정책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자 해도 제조업 기반이 이미 상당부분 약화되어 대 신흥개도국 수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미국의 무역수지는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동과 러시아 등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들의 경우 수입 소비재 중 유로화 권역의 생산물이 많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오히려 유가 인상을 통해 달러 기준 석유 수출액의 감소를 보전하려는 경향이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달러화 약세가 직접 연동되어 나타나는 것이다(<그림 6> 참조).
달러화의 약세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동반되어 미국의 수입이 늘어난 결과 미국 내에서도 석유부문의 무역수지 악화가 비석유부문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상쇄하여 전체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약 달러의 효과가 점차 소멸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그림 7> 참조).
약 달러가 미국의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효과는 줄어든 반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효과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민감한 휘발유 값 인상 등과 맞물려 미국 경제 회복의 중심이 되는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약 달러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자금이 미국에서 빠져나와 위안화 등 강세가 예상되는 통화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으로부터의 자본 이탈은 주가 및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 하락을 촉진하여 금융불안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친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기 회복에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다.
두 지역간 전략적 협조의 가능성
이처럼 현재까지와 같은 기축통화인 달러화 에 대한 유로화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세계경제의 큰 축인 미국과 유로권에서의 불안정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의 수출 감소와 일부 지역에서의 불안정성 확대, 그리고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없는 인플레이션 강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그 결과 세계경제의 변동성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만약 약 달러 추세가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급격한 변동까지 초래할 경우 일시적인 오버슈팅을 포함한 과도한 달러 절하로 인해 미국 내의 인플레이션율이 미국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르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차대전 후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을 당시에는 80%까지 절하된 경험이 있다. 현재로 치면 1유로당 4달러가 된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이 재현되는 것은 미국 등 주요국 통화당국들로서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4월 1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G7 재무장관 회의 전후에 미국과 유로권 양측에서 모두 강달러를 시사하는 입장이 개진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내부에서만 제기되던 양 지역의 환율에 대한 전략적 협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발표된 성명에서는 “주요 통화간의 급격한 변동이 있어왔고 ... 이에 따른 경제, 금융상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여, ... (외환시장에 대한) 적절한 공조”를 명시하는 등 실질적인 시장개입을 동반한 외환당국의 협력 본격화를 시사하였다.
유럽과 미국의 통화 당국자들은 오랫동안 미국이 중심이 된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에서 미국, 유로, 아시아 지역 통화 간의 환율 균형을 모색하는 통화 지역주의(monetary regionalism)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 내에서 새로운 통화체제의 창설이 지연되고 아시아 지역과 미국과의 경상수지 불균형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의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이 달러화와 유로화의 환율조정을 우선 추진함으로써 아시아권 통화의 절상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은 양 지역의 외환시장에 개입함으로써 달러화와 유로화간 환율을 안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편으로는 자체적으로 환율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경상수지 적자블록(미국+유럽)의 흑자블록(아시아+중동)에 대한 환율 평가절하 압력으로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직접 경상수지 흑자국들에게 절상 압력을 가하는 방식에서 경상수지 적자블록 간의 환율 공조를 통해 흑자국의 절상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은 달러화에 대해 이미 상당수준 절상된 상태이다. 각국의 경상수지 흑자 폭을 고려한다면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절상 수준이 가장 낮고 한국의 원화와 태국의 바트화는 흑자 폭에 비해 높은 수준의 환율 절상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8> 참조). 이로 미뤄볼 때 상대적으로 환율 절상의 압력이 중국과 일본, 말레이시아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략적 협조를 통한 통화개입의 진행방향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을 통한 협력게임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화 협력은 미국 연방준비은행(FRB)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동일한 목적을 갖고 주요 외환시장에 동시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통화 협력은 달러화와 유로화간의 환율을 목표 수준으로 유지함과 아울러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해 통화 절상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달러화와 유로화간의 환율이 안정되면, 경영수지 흑자국들의 입장에서 보유외환 다변화와 영향력이 약화되는 등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요 흑자국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골치를 앓고 있어 자국 통화량 증가를 수반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달러, 유로, 위안, 엔 등 개별 통화들이 경상수지 적자 통화와 흑자 통화로 양분되면서 시장을 통한 환율 조정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두 발권은행의 협력은 장기적으로는 달러-유로 기축통화 체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서양 양안의 통화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일본은 미국과 유럽간의 환율협력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G7의 회원국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환율절상과 관련한 논의를 미국, 유럽과 진행한 바 있다. 일본은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물부문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수준의 환율절상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의 환율절상은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안화의 가파른 절상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통화 절상요인이 생길 경우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국 화폐를 약세로 전환시키기 위한 중앙은행의 개입이 용이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말한대로 이들 국가는 현재 유가와 식량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자국 화폐를 약세로 전환시키기 위해 화폐 공급을 확대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약세 통화가 동아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국들은 자국 화폐의 절상을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MF의 협력 또한 예상 가능한 부분이다. IMF는 전세계 통화위기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하는 등 환율 조정의 중계자로 자리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유중인 금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표면적으론 재정난 타개를 이유로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 어떤 통화로 금을 전환하느냐에 따라 외환시장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전략적 협조게임이 현실화 될 경우의 시사점
대서양 양안에서의 통화협조 체제가 가동될 경우,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안정 및 동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주요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수출 감소와 성장 약화가 우려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일정정도 미국과 유럽의 통화협조가 원화 환율에 대한 절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2002년 이후 상대적으로 환율이 지속적으로 절상되어 왔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빠르게 축소되어 왔다. 정부의 환율안정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볼 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절상 압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서양 양안의 통화 협조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상 우리나라도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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